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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22화)
9. 파괴의 신(4)
하지만 그것보다 포세이돈이 몸의 크기를 키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자신의 변화로 인한 적들의 이런 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허접한 심해의 떨거지들아!! 모두 덤벼라!! 한꺼번에 쓸어버려 주겠다!!
쿠르르르르릉!!
이미 자신의 마나를 주변으로 확장시켜 놓은 포세이돈은 그 말을 끝으로 바다와 마나를 연동시켜 반경 500미터의 해류 소용돌이를 괴수들의 머릿수에 맞춰 300개나 생성시켰다.
쩌저저저저적!! 콰지지지직!!
순식간에 생겨난 해류 소용돌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얼어붙었고 스스로의 회전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분쇄되어 갔다.
―크아아아악!!
―어억!
물론 그 속에 휩쓸린 괴수들까지 다량의 피를 뿌리고 분쇄되어 버렸다.
포세이돈의 해저 안개가 오감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괴수들이 한줌 핏물로 사라져야만 했다.
벤다크나 죠스를 비롯한 소수의 괴수들만이 미리 몸을 빼내어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었다.
그 수가 채 50이 되지 않았다.
살을 주고 뼈를 베는 포세이돈의 전략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찌리릿.
포세이돈은 아직도 몸 여기저기를 자극하는 전류의 흐름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벤다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명이 길구나, 오징어!
후우우우우욱.
포세이돈은 벤다크를 노려보며 주변의 바다를 빨아들였다.
그의 입안과 내부에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이 빨려 들었다.
포세이돈의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숨에 눈치챈 벤다크가 몸을 피했다.
스팟.
―받아라!
그리고 죠스의 해류칼날 공격을 비롯한 남은 괴수들의 공격이 막 삼킨 물을 토해 내려는 포세이돈을 향해 집중되었다.
콰지지지직, 쿠아아아아앙!!
하지만 포세이돈은 신경 쓰지 않았다.
떨거지들의 공격에 일일이 반응한다면 어떻게 절대자라고 부를 수가 있겠는가.
쿠아아아앙!!
괴수들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포세이돈이 해수 캐논포를 벤다크를 향해 쏘아 보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주변의 바닷물을 밀어내며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벤다크를 향해 쏘아진 물대포 공격.
―히얏!
부르르르. 사악.
벤다크는 몸을 한 번 잔뜩 웅크렸다가 몸을 펴며 그 반동을 이용해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쿠르릉.
그런 그의 움직임이 어찌나 빨랐던지 그의 주위로 소닉붐이 형성되었다.
그 직후, 그가 있던 자리를 거대한 물대포가 스치고 지나갔다.
콰르르르르르르릉!!
무사히 포세이돈의 공격을 피해 낸 벤다크.
그는 안도할 사이도 없이 재차 몸을 이동시키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콰드득!
괴수들의 공격을 무시하며 순식간에 몸을 이동한 포세이돈의 창날 같은 이빨들이 벤다크의 몸을 씹어 삼켜 버렸다.
―끄아아아악!!
콰드득, 콰득, 콰직, 꿀꺽.
벤다크는 포세이돈의 한 끼 식사가 되지 않기 위해 촉수의 발판으로 포세이돈의 피부를 끈덕지게 잡아매었지만 포세이돈의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
그때까지 포세이돈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 대던 죠스와 괴수들은 그 어이없는 상황에 말을 잃었다.
―이런 괴물 같은! 모두 한꺼번에.
죠스는 마음을 다잡고 다른 괴수들을 지휘해 포세이돈을 포위공격하려 했지만 그의 의도는 무산되어 버렸다.
쉬우아아아악!!
―끄어억!
어디선가 날아온 검은색 화살촉과 같은 물체에 의해 그의 심장이 꿰뚫려 버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었다.
쉬아아악, 퍼억!!
―크악!
―억!
포세이돈을 제외한 모든 괴수들에게 날아든 화살촉과 같은 물체들은 정확하게 그들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 크기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화살촉.
그에 심장이 뚫린 괴수들은 이내 몸을 뒤집고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다.
포세이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공격하려던 50의 괴수들을 죽인 것은 다른 이의 관점에서 보면 도움이 되겠지만 포세이돈의 입장에서는 명백한 방해이며 도발이었다.
그에 대한 보답은 죽음으로 돌려줄 것이다.
스으윽.
저 멀리 어두운 심해 너머를 쏘아보는 포세이돈의 백색 눈동자가 어떠한 존재의 형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직 거리가 멀기에 작은 점으로 표시되고 있는 그 존재는 포세이돈에게는 상당히 낯익으면서도 거부감이 드는 강한 살기를 뿜어내며 접근하고 있었다.
쒸애애애애애액!!
그가 접근해 옴에 따라 전방의 바닷물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거리가 10킬로미터 밖에 위치하고 있는 상대의 기세에 포세이돈의 몸이 전율로 떨려왔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는 죠스나 벤다크 따위의 존재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의 온 세포 하나하나가 일어나 전면에서 다가오는 상대를 향해 발사될 듯 날뛰었다.
포세이돈의 인상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일그러졌다.
그의 입이 벌어지며 마치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음습한 음성이 바다를 가르고 상대를 향해 전달되었다.
―레비아탄!!
쿠와아아아아아앙!!
바로 그, 레비아탄의 모습을 목격한 포세이돈의 주위로 강력한 마나의 폭풍이 형성되며 주변의 바닷물이 터져 나갔다.
바다 속에서 비산하는 물방울 사이로 서서히 백색에서 핏빛으로 변해 가는 포세이돈의 눈동자를 목격할 수가 있었다.
마치 새하얀 휴지 위에 핏방울을 떨어뜨렸을 때처럼 변해 가는 포세이돈의 눈동자.
그의 온몸이 격정으로 떨려왔다.
포세이돈은 레비아탄의 접근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이성이나 냉정을 유지하는 것 따위의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오너라!!
콰르르르르르릉!!
드디어 두 대해의 제왕, 포세이돈과 레비아탄이 격돌하는 순간이었다.
10. 격돌!(1)
쩌어어어억.
포세이돈이 몸을 구부렸다.
그가 빠른 전진을 위해 몸을 웅크리자 그의 뒤쪽바다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콰르르르르릉!! 콰아아앙!
그가 순간적으로 음속을 돌파하며 뒤쪽에 생겨난 거대한 빙하를 박차고 나가자 빙하는 포세이돈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엄청난 속도로 레비아탄을 향해 짓쳐 들어간 포세이돈.
그가 전진함에 따라 빠르게 가까워진 레비아탄.
그의 달라진 모습이 포세이돈의 눈에 확실히 들어온 순간.
―해저 안개, 신체 변환!
콰드득.
빠르게 주위로 퍼져 가는 해저 안개로 몸을 감싼 포세이돈의 신체가 변했다.
눈, 코, 입 주위로 외골격이 돋아나 얼굴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상하게 변화하며 마치 한 자루 징 박힌 몽둥이 같은 형상이 되어 버린 포세이돈.
―크아아아아!!
거리가 가까워지자 포세이돈을 향해 괴성을 내지르며 속도를 높이는 레비아탄.
그 둘이 한 지점에서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드드득, 쩌어어어어어엉!!
엄청난 충격파가 심해를 뒤덮었다.
먼저 그들의 주위로 생성된 반경 수 킬로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의 소닉붐이 형성되었다.
그 직후 주변의 모든 바닷물을 밀어내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져 나간 뒤, 대륙의 전역으로 영역을 확산했다.
“이건 뭐야?!”
“지진이다!”
심해의 해역에서 맞붙은 두 괴수의 충돌로 인해 멀리 떨어진 대륙의 해안 지역은 진도 6.0이 넘는 강진이 땅을 뒤흔들었다.
뿐만 아니었다. 한 차례 지진이 땅을 뒤흔든 이 후.
“사, 살았다. 지진이 멈췄다… 피해!!”
“뭐, 뭐야?!”
“해일이다!!”
수오아아아아아아아!!
높이 500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해일이 가이아 대륙의 서쪽 해안을 쓸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심해를 제외한 모든 해역의 해저에 해저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발생해 자연 재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수백만, 아니 수천만 이상의 생명체들이 그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한 가지.
―레비아탄!!
―포세이돈,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주변의 바닷물이 밀려나 버려 깊은 심해에 생겨난 허공에서 서로를 노려보는 포세이돈과 레비아탄.
그 두 괴수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상대를 향한 분노와 투지로 말이다.
―나 역시 너를 씹어 삼키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네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포세이돈! 내가 살아 있는 한 말이다!
그들이 서로 몸을 맞댄 채 투지를 높여 나가고 있을 때.
촤아아아아아아아악.
강력한 충격파에 밀려난 바닷물들이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들의 주위로 몰아닥쳤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다.
―쿠오왓!
포세이돈이 일으킨 해류의 소용돌이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것이었다.
쿠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중심에 노출된 레비아탄.
씨익.
그가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딴 물장난이 나에게 통할 것 같으냐?!
콰르르르릉, 솨야아아아앗.
모비딕을 제외하고는 피한 경우는 많아도 막은 적은 없는 포세이돈의 해류의 소용돌이 공격이지만 레비아탄이 발생시킨 반대 해류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포세이돈의 강력한 공격을 완전히 무로 돌려 버리는 레비아탄.
―아니!
포세이돈의 놀란 표정을 마주한 레비아탄이 입을 열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야. 모든 토네이도는 중심에서 반대 방향으로 기류를 형성시키면 상쇄되는 법이니까. 설마 너만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 것이냐?
레비아탄의 낮은 비웃음에 포세이돈은 즉각 반응했다.
―닥쳐랏!
쩌저저적, 투오아아악!
불같이 분노한 포세이돈의 이번 공격은 거대 빙하를 통째로 날리는 빙하포 공격.
투콰아아앙!!
거대 빙하들은 음속을 돌파하며 마치 창날처럼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그 수가 무려 50여 개.
빙하포가 레비아탄의 거대한 몸에 닿기 직전, 레비아탄의 험악한 표정이 굳어졌다.
지이이이이이이잉!!
―큭.
포세이돈은 청각을 혼란시키는 이명에 신음을 흘렸다.
마치 심각한 두통과 함께 찾아오는 이명처럼 레비아탄의 몸에서 청각으로 포착하기 힘든 음파가 발산되었다.
그 결과.
스가가각!
50개의 거대 빙하포가 마치 무채 썰리듯 얇게 썰려 버리는 것이다.
얇게 나뉜 빙하는 레비아탄의 몸에 부딪혀 작게 부서져 나갔다.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자, 포세이돈. 염!!
화르륵, 쿠오오아악!
레비아탄의 전면에 작은 적색 불꽃이 발생하더니 이내 공간을 확장해 거대한 무색 화염으로 변해 갔다.
부그르르르르.
심해 속에서 발생한 투명한 화염.
그로 인해 심해의 바닷물이 심하게 끌어 올랐다.
화염의 색이 없다 보니 바닷물이 저절로 끌어 오르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화르르르르륵!
무려 아홉 개의 투명한 화염이 레비아탄의 주위를 둘러쌌다.
몸길이가 2킬로미터에 이르는 그의 몸 전체를 가릴 정도였기에 화염의 크기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알 수가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