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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문이 열리면 1권
6화
#2 (3)
“히이이잉!”
수컷 말이 쓰러진 채 뒷발과 앞발을 심하게 버둥거렸다. 부러진 앞발의 고통을 이겨 내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배에 매달린 아벨라는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겅중겅중 제자리 뛰기를 해도 소용없었다. 말은 다친 다리와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다시 쓰러졌다. 단단한 근육 덩어리인 말가죽을 단 한 번에 파고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날카로운 그것의 힘이 얼마나 크고 험악한지 젊은 수컷 말은 한참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머리를 흔들며 네 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흔치 않은 말의 비명 소리는 듣기 거북했으나 그마저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작아져 이내 들리지 않았다. 총 22마리의 말 중 20마리가 차례로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말들 사이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삐쩍 마른 그녀의 배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입 주변을 손으로 닦아 낸 아벨라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맛없어.”
저택의 주인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말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에 희미하게 정신을 차릴 무렵, 난리 치는 말들의 진동이 느껴졌다. 땅의 울림. 전신을 적시고 있는 적포도주의 냄새와 살아 움직이는 말들의 냄새. 무엇보다 매질에 살이 터져 누더기 옷 밖으로 흘러내린 진한 피 냄새가 후각을 간질였다.
피. 힘의 원천이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피.
아벨라는 앞뒤 생각 없이 자신에게 달려든 말을 물고 늘어져 그 피를 마셔 버렸다. 열심히, 끈질기게, 마시고 삼키고 들이켰다.
“하아.”
그녀가 죽은 말들 사이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추운 겨울도 아닌데 입에서 하얀 입김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피를 마셔서일까. 어쩐지 그녀의 모습이 피를 마시기 전과 다르게 변해 있는 것 같았다.
아벨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무 마리 말의 피를 전부 마셨지만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체력 보강은 어느 정도 된 모양인지 부실한 다리에 힘이 생겼다.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신체가 아까보다 한결 살이 올라 있었다. 확실히 흡혈 전후의 모습이 다르다. 마른 몸은 여전했지만 푹 꺼졌던 볼에 조금은 도톰히 살이 올라왔고, 부러질 듯 흔들거리던 손마디가 제법 자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사내들에게 맞아 피를 흘리지 않았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신체가 복구됐겠지만 이 정도의 복구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마구간에 남은 두 마리 말은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본 충격 때문인지 네 발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입에서 흰 거품을 쏟아 내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말들에겐 더 이상 관심 없는 듯 주변을 쭉 살피더니 마구간 창문 위로 휙 날아올랐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마치 늘 그래 왔다는 듯 익숙한 모습이기도 했다.
창문을 통해 지붕 위로 올라간 그녀의 시야에 어두운 밤이 들어왔다. 기분 좋은 어둠은 언제나 환영이다. 등 뒤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파티가 열리고 있는 저택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적한 외지에 우뚝 자리 잡은 저택은 그녀가 알고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저택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곳에 와 버렸군.”
방향을 가늠해 본다. 이곳은 그녀가 살던 곳이 아니었다.
“내가 밤 나들이를 나왔었나?”
그녀가 마구간 지붕 위에서 훌쩍 내려와 땅 위에 안착했다. 착지와 함께 몸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벨라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발목에 굵고 단단한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이상했다.
“내가 왜 다리에 이런 걸 달아 놨지?”
하인들이 채워 놓은 것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지 아벨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쇠사슬을 툭 끊어 버렸다. 양쪽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싱겁게 끊어졌다. 아벨라는 발목의 족쇄를 풀지 않은 채 끊어진 쇠사슬을 질질 끌며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구간에서 걸어 나와 마을의 어딘가를 계속 걷던 아벨라는 걷다가 짧게는 한 번, 길게는 몇 번씩 자꾸만 자리에서 멈춰 섰다. 머리가 아파 왔기 때문이다. 기분 나쁜 두통이었다. 별이 보일 만큼 맑은 밤하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날 머리가 아프다니 드문 일이었다. 아벨라는 마을의 이름 모를 골목을 걸어가다가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아무래도 몸 어딘가가 안 좋은 모양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벨라는 차가운 돌바닥에 가만히 앉아 어둠 속에서 휴식을 취했다. 어둠은 그녀에게 안정을 찾게 해 줄 것이다. 두통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것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다.
그런데 휴식이 길지 못했다. 골목 안으로 한 사내가 젊은 여자를 끌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자는 발버둥 치며 남자의 손에서 달아나려 애쓰고 있었고 사내는 여자의 입을 틀어막은 채 질질 끌고 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골목 끝, 아벨라가 앉아 쉬고 있는 곳까지 왔을 때 남자는 짐승같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여자의 목덜미를 향해 그 이빨을 박으려 했다.
아벨라의 존재가 드러난 건 여자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묘한 존재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여자는 당장 납치당한 상황보다 더 놀란 얼굴로 손을 들어 아벨라를 가리켰다. 남자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여자가 가리키는 곳을 힐끔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건 찰나.
“왜?”
어둠 속 아벨라가 물었다. 사내는 여자의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놓고 말았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골목을 달려 나갔다.
“왜 쳐다보는 건데? 네 구역이라 이거야?”
아벨라가 묻자 사내는 뒤로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고 싶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그게 아니라.”
“됐어. 가려고 했어.”
아벨라는 더 이상의 휴식은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바닥에서 일어났다. 사내가 몸이 언 듯 제자리에서 달달 떨었다. 같은 동족인 걸 알면서도 그의 행동은 좀 이상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골목 밖으로 걸어 나가던 아벨라가 문득 손을 들어 자신의 뒤통수를 만졌다. 질긴 두통이 영 기분 나빠 혹시 문제가 있나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아. 집으로 가야겠다.”
집으로 가서 편히 쉬어야겠다.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아벨라는 또다시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집이 어디더라.”
그녀의 눈이 허공에서 잠시 방황했다. 아벨라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갈 곳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꽤 오랫동안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 아벨라가 나타났던 구역에 ‘그들’이 찾아왔다. 골목에서 아벨라를 만났던 예의 사내는 자신을 찾아온 그들을 보고 내심 의아해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런던에 사는 동족이라고 했다. 보통 같은 동족이라도 서로의 존재를 밝히는 걸 꺼리는데 지금 사내 앞에는 뱀파이어라고 밝힌 자, 세 명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일을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내는 느닷없이 찾아온 그들 앞에서 아벨라를 만났던 상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세 번째로.
“그녀는 누더기 옷을 입은 채였습니다. 맨발이었고 발목엔 끊어진 쇠사슬이 달려 있었어요. 피를 뒤집어쓴 듯한 얼굴과 손, 다리에 말라비틀어진 피딱지가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엉망인 모습이었는데도 용케 동족임을 알아봤군.”
똑같은 질문도 세 번째. 사내는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아 냈다. 자존심이 상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껏 혼자 지내 온 자신은 무리가 없었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이었고 여기서 근 오십 년간 자신이 아닌 뱀파이어를 만난 적은 없었다. 특히 등 뒤에 무기를 감추고 있는 세 명의 뱀파이어에게선 어쩐지 위화감이 들어 깍듯한 행동이 저절로 나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높임말을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사내는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우리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그게 우리의 생리니까요.”
“본능적으로 알아본단 말이로군.”
“대부분이 그렇죠. 당신들이 날 알아보고 말을 건 것처럼요.”
세 명 중 우두머리 같은 남자를 향해 사내가 대꾸했다. 특별한 외향은 아니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이곳이 자네 터전인가?”
우두머리인 더스틴이 다시 물었다.
“오십 년간요. 그전엔 다른 지역에서 살았죠.”
“근간에 본 여자 동족은 지금 말한 그녀 한 명뿐이고?”
사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더스틴은 그 말을 십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 뱀파이어는 흔하지 않다. 뱀파이어들의 세계는 성비가 고약할 만큼 불균형했다.
“떠돌이 뱀파이어라 흡혈을 못 한 모양이에요. 그녀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잔뜩 맡아졌으니 떠돌이가 분명해요.”
“냄새라니?”
“더러운 걸레 냄새. 썩은 포도주 냄새. 여자 향수 냄새와 분 냄새. 하찮은 짐승의 피 냄새. 그리고 말똥 냄새요.”
사내는 그녀에게 왜 그런 역겨운 냄새가 맡아졌는지 의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고 했지?”
“네.”
더스틴은 흐음, 하고 뜻 모를 소리를 냈다. 누더기는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 아니다. 시간이 흘렀으니 그사이 옷 정도는 얼마든지 갈아입을 수 있겠지만, 눈앞의 뱀파이어가 만난 여자가 그들이 찾는 뱀파이어와 동일한지는 직접 봐야 알 것 같았다.
더스틴은 다시 질문했다. 그의 질문은 밤을 샐 기미였다.
“그녀가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어디로 간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방향은?”
“걸어간 곳은 서쪽 방향이에요.”
“서쪽이라면 런던과 반대 방향이로군.”
더스틴은 나머지 두 명의 패밀리들과 소곤거리며 한참 대화를 나눴다. 사내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주변을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허기가 진다. 며칠 전 사냥감을 놓친 뒤로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서 이 껄끄러운 대면을 끝내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이들에게 그날의 일을 설명해야 하는지 짜증이 났다. 아무리 여자 뱀파이어가 흔치 않은 존재고 귀하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거리 생활을 한 거지까지 찾아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
“근데 말이지. 그녀를 본 건 자네뿐인가? 여기 남서쪽은 따로 패밀리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들었지만 교류하는 동료나 동족은 없나?”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럴걸요. 전 혼자 사냥합니다. 이곳은 지방이라 동족을 보기 쉽지 않아요.”
“그럼 이 구역엔 자네뿐이겠군.”
“제 구역이니까요.”
“좋아. 의견 잘 들었다.”
더스틴이 그만 자리를 떠야겠다며 일어섰다. 사내 또한 이제야 지겨운 대면이 끝난 건가 싶어 굳은 어깨를 펴고 돌아서려 했다. 그때였다. 살랑하고 미풍이 불며 그의 후각에 미세한 어떤 냄새가 맡아졌다.
“뭐지?”
뭔가 이상했다. 근처에 사람이 있던가. 검은 천을 뒤집어쓴 그들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났다. 동족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날 리 없는데 찰나적으로 스치듯 맡아진 냄새는 분명 인간의 살냄새였다. 후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잘못 맡을 리도 없었다. 사내가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던 그들이 어느새 사내의 등을 향해 무기를 치켜들고 있었다.
“너희. 나의 동족이 아니었나?”
사내의 말에 더스틴이 비웃었다.
“이제 알았나? 생각보다 꽤 아둔한 놈일세. 지금껏 만났던 짐승들 중에 으뜸인 것 같아.”
“뭐라고?”
“감히 사람에게 짐승인 뱀파이어라고 하다니 정신이 멀쩡하진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더스틴이 걸치고 있던 망토를 확 벗었다. 그동안 사냥해 온 뱀파이어의 겉옷을 모두 나눠 입고 있었다. 그게 사람의 고유한 체취를 잠시나마 없애 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그들도 오늘 알았다. 망토를 벗어 버린 세 사람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가슴팍에 새겨진 독특한 십자가 표식이 보였다. 사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결코 범상치 않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너, 너희 뭐야?”
눈앞의 자들이 동족임을 빙자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안 사내가 뒤늦게 어수룩하게 물었다.
“사람 흉내 내는 짐승을 잡는 사냥꾼이지.”
그들이 사내를 즉각 에워쌌다. 원 형태로 사방의 탈출구를 막자 사내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손에 든 무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전신을 덮고 있던 망토는 무기를 감추기 위함이었던 모양이다.
“크르르르.”
사내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지만 앞으로 나서진 못했다. 세 사람의 손에 들린 커다란 검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아무래도 자신은 이미 바보처럼 덫에 걸려든 뒤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욱!”
그때 사내의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자신의 가슴 쪽을 내려다보니 여러 개의 투명한 실이 심장 쪽에 박혀 있었다. 그 실을 타고 무수한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언제 이런 게 내 심장에 박혔지?”
“아마 네가 쉬지 않고 입을 놀릴 때가 아니었을까?”
사내가 실을 타고 떨어지는 무수한 핏방울을 내려다보았다. 실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지 않았다면 투명한 실은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내는 실의 끝을 잡고 있는 더스틴을 쳐다보았다. 더스틴이 웃는 듯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서린다 싶을 때 그게 신호가 되어 가슴에 박힌 여러 개의 실이 사방으로 확 잡아당겨졌다.
파악!
어둠을 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 허공에서 메아리쳤다. 사내의 심장이 산산조각 났다. 실 끝에 걸려 있던 물건이 누군가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때 더스틴이 사내의 목을 즉각 베어 버렸다.
서 있는 사람들은 허무하게 쓰러져 서서히 말라 가는 사내의 몸을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영생을 가지고 있다는 뱀파이어의 허무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지며 먼지처럼 사라지는 모습.
“뱀파이어는 이래서 좋아. 인간처럼 뼈와 가죽이 남는 게 아니라서 뒤처리가 필요 없거든.”
더스틴의 시선이 석궁 끝에 매달린 실을 회수하는 남자에게 향했다.
“안 그런가, 피테르?”
피테르란 이름을 가진 남자가 더스틴의 말에 고개를 꾸벅 내렸다 올렸다.
“다리를 다친 게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텐데 깔끔하게 처리해 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수장님.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활동하는 데 지장 없습니다.”
다친 다리는 활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평범해 보였다. 무시무시한 뱀파이어를 잡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반듯한 이미지에 제법 순해 보이기까지 했다. 적당한 키에 톤 다운 된 갈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그.
그는 아벨라의 아버지 피테르였다.
6화
#2 (3)
“히이이잉!”
수컷 말이 쓰러진 채 뒷발과 앞발을 심하게 버둥거렸다. 부러진 앞발의 고통을 이겨 내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배에 매달린 아벨라는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겅중겅중 제자리 뛰기를 해도 소용없었다. 말은 다친 다리와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다시 쓰러졌다. 단단한 근육 덩어리인 말가죽을 단 한 번에 파고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날카로운 그것의 힘이 얼마나 크고 험악한지 젊은 수컷 말은 한참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머리를 흔들며 네 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흔치 않은 말의 비명 소리는 듣기 거북했으나 그마저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작아져 이내 들리지 않았다. 총 22마리의 말 중 20마리가 차례로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말들 사이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삐쩍 마른 그녀의 배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입 주변을 손으로 닦아 낸 아벨라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맛없어.”
저택의 주인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말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에 희미하게 정신을 차릴 무렵, 난리 치는 말들의 진동이 느껴졌다. 땅의 울림. 전신을 적시고 있는 적포도주의 냄새와 살아 움직이는 말들의 냄새. 무엇보다 매질에 살이 터져 누더기 옷 밖으로 흘러내린 진한 피 냄새가 후각을 간질였다.
피. 힘의 원천이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피.
아벨라는 앞뒤 생각 없이 자신에게 달려든 말을 물고 늘어져 그 피를 마셔 버렸다. 열심히, 끈질기게, 마시고 삼키고 들이켰다.
“하아.”
그녀가 죽은 말들 사이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추운 겨울도 아닌데 입에서 하얀 입김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피를 마셔서일까. 어쩐지 그녀의 모습이 피를 마시기 전과 다르게 변해 있는 것 같았다.
아벨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무 마리 말의 피를 전부 마셨지만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체력 보강은 어느 정도 된 모양인지 부실한 다리에 힘이 생겼다.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신체가 아까보다 한결 살이 올라 있었다. 확실히 흡혈 전후의 모습이 다르다. 마른 몸은 여전했지만 푹 꺼졌던 볼에 조금은 도톰히 살이 올라왔고, 부러질 듯 흔들거리던 손마디가 제법 자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사내들에게 맞아 피를 흘리지 않았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신체가 복구됐겠지만 이 정도의 복구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마구간에 남은 두 마리 말은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본 충격 때문인지 네 발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입에서 흰 거품을 쏟아 내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말들에겐 더 이상 관심 없는 듯 주변을 쭉 살피더니 마구간 창문 위로 휙 날아올랐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마치 늘 그래 왔다는 듯 익숙한 모습이기도 했다.
창문을 통해 지붕 위로 올라간 그녀의 시야에 어두운 밤이 들어왔다. 기분 좋은 어둠은 언제나 환영이다. 등 뒤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파티가 열리고 있는 저택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적한 외지에 우뚝 자리 잡은 저택은 그녀가 알고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저택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곳에 와 버렸군.”
방향을 가늠해 본다. 이곳은 그녀가 살던 곳이 아니었다.
“내가 밤 나들이를 나왔었나?”
그녀가 마구간 지붕 위에서 훌쩍 내려와 땅 위에 안착했다. 착지와 함께 몸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벨라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발목에 굵고 단단한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이상했다.
“내가 왜 다리에 이런 걸 달아 놨지?”
하인들이 채워 놓은 것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지 아벨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쇠사슬을 툭 끊어 버렸다. 양쪽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싱겁게 끊어졌다. 아벨라는 발목의 족쇄를 풀지 않은 채 끊어진 쇠사슬을 질질 끌며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구간에서 걸어 나와 마을의 어딘가를 계속 걷던 아벨라는 걷다가 짧게는 한 번, 길게는 몇 번씩 자꾸만 자리에서 멈춰 섰다. 머리가 아파 왔기 때문이다. 기분 나쁜 두통이었다. 별이 보일 만큼 맑은 밤하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날 머리가 아프다니 드문 일이었다. 아벨라는 마을의 이름 모를 골목을 걸어가다가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아무래도 몸 어딘가가 안 좋은 모양이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벨라는 차가운 돌바닥에 가만히 앉아 어둠 속에서 휴식을 취했다. 어둠은 그녀에게 안정을 찾게 해 줄 것이다. 두통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것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다.
그런데 휴식이 길지 못했다. 골목 안으로 한 사내가 젊은 여자를 끌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자는 발버둥 치며 남자의 손에서 달아나려 애쓰고 있었고 사내는 여자의 입을 틀어막은 채 질질 끌고 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골목 끝, 아벨라가 앉아 쉬고 있는 곳까지 왔을 때 남자는 짐승같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여자의 목덜미를 향해 그 이빨을 박으려 했다.
아벨라의 존재가 드러난 건 여자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묘한 존재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여자는 당장 납치당한 상황보다 더 놀란 얼굴로 손을 들어 아벨라를 가리켰다. 남자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여자가 가리키는 곳을 힐끔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건 찰나.
“왜?”
어둠 속 아벨라가 물었다. 사내는 여자의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놓고 말았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골목을 달려 나갔다.
“왜 쳐다보는 건데? 네 구역이라 이거야?”
아벨라가 묻자 사내는 뒤로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고 싶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그게 아니라.”
“됐어. 가려고 했어.”
아벨라는 더 이상의 휴식은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바닥에서 일어났다. 사내가 몸이 언 듯 제자리에서 달달 떨었다. 같은 동족인 걸 알면서도 그의 행동은 좀 이상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골목 밖으로 걸어 나가던 아벨라가 문득 손을 들어 자신의 뒤통수를 만졌다. 질긴 두통이 영 기분 나빠 혹시 문제가 있나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아. 집으로 가야겠다.”
집으로 가서 편히 쉬어야겠다.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아벨라는 또다시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집이 어디더라.”
그녀의 눈이 허공에서 잠시 방황했다. 아벨라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갈 곳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꽤 오랫동안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 아벨라가 나타났던 구역에 ‘그들’이 찾아왔다. 골목에서 아벨라를 만났던 예의 사내는 자신을 찾아온 그들을 보고 내심 의아해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런던에 사는 동족이라고 했다. 보통 같은 동족이라도 서로의 존재를 밝히는 걸 꺼리는데 지금 사내 앞에는 뱀파이어라고 밝힌 자, 세 명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일을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내는 느닷없이 찾아온 그들 앞에서 아벨라를 만났던 상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세 번째로.
“그녀는 누더기 옷을 입은 채였습니다. 맨발이었고 발목엔 끊어진 쇠사슬이 달려 있었어요. 피를 뒤집어쓴 듯한 얼굴과 손, 다리에 말라비틀어진 피딱지가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엉망인 모습이었는데도 용케 동족임을 알아봤군.”
똑같은 질문도 세 번째. 사내는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아 냈다. 자존심이 상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껏 혼자 지내 온 자신은 무리가 없었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이었고 여기서 근 오십 년간 자신이 아닌 뱀파이어를 만난 적은 없었다. 특히 등 뒤에 무기를 감추고 있는 세 명의 뱀파이어에게선 어쩐지 위화감이 들어 깍듯한 행동이 저절로 나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높임말을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사내는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우리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그게 우리의 생리니까요.”
“본능적으로 알아본단 말이로군.”
“대부분이 그렇죠. 당신들이 날 알아보고 말을 건 것처럼요.”
세 명 중 우두머리 같은 남자를 향해 사내가 대꾸했다. 특별한 외향은 아니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이곳이 자네 터전인가?”
우두머리인 더스틴이 다시 물었다.
“오십 년간요. 그전엔 다른 지역에서 살았죠.”
“근간에 본 여자 동족은 지금 말한 그녀 한 명뿐이고?”
사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더스틴은 그 말을 십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 뱀파이어는 흔하지 않다. 뱀파이어들의 세계는 성비가 고약할 만큼 불균형했다.
“떠돌이 뱀파이어라 흡혈을 못 한 모양이에요. 그녀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잔뜩 맡아졌으니 떠돌이가 분명해요.”
“냄새라니?”
“더러운 걸레 냄새. 썩은 포도주 냄새. 여자 향수 냄새와 분 냄새. 하찮은 짐승의 피 냄새. 그리고 말똥 냄새요.”
사내는 그녀에게 왜 그런 역겨운 냄새가 맡아졌는지 의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고 했지?”
“네.”
더스틴은 흐음, 하고 뜻 모를 소리를 냈다. 누더기는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 아니다. 시간이 흘렀으니 그사이 옷 정도는 얼마든지 갈아입을 수 있겠지만, 눈앞의 뱀파이어가 만난 여자가 그들이 찾는 뱀파이어와 동일한지는 직접 봐야 알 것 같았다.
더스틴은 다시 질문했다. 그의 질문은 밤을 샐 기미였다.
“그녀가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어디로 간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방향은?”
“걸어간 곳은 서쪽 방향이에요.”
“서쪽이라면 런던과 반대 방향이로군.”
더스틴은 나머지 두 명의 패밀리들과 소곤거리며 한참 대화를 나눴다. 사내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주변을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허기가 진다. 며칠 전 사냥감을 놓친 뒤로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서 이 껄끄러운 대면을 끝내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이들에게 그날의 일을 설명해야 하는지 짜증이 났다. 아무리 여자 뱀파이어가 흔치 않은 존재고 귀하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거리 생활을 한 거지까지 찾아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
“근데 말이지. 그녀를 본 건 자네뿐인가? 여기 남서쪽은 따로 패밀리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들었지만 교류하는 동료나 동족은 없나?”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럴걸요. 전 혼자 사냥합니다. 이곳은 지방이라 동족을 보기 쉽지 않아요.”
“그럼 이 구역엔 자네뿐이겠군.”
“제 구역이니까요.”
“좋아. 의견 잘 들었다.”
더스틴이 그만 자리를 떠야겠다며 일어섰다. 사내 또한 이제야 지겨운 대면이 끝난 건가 싶어 굳은 어깨를 펴고 돌아서려 했다. 그때였다. 살랑하고 미풍이 불며 그의 후각에 미세한 어떤 냄새가 맡아졌다.
“뭐지?”
뭔가 이상했다. 근처에 사람이 있던가. 검은 천을 뒤집어쓴 그들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났다. 동족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날 리 없는데 찰나적으로 스치듯 맡아진 냄새는 분명 인간의 살냄새였다. 후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잘못 맡을 리도 없었다. 사내가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던 그들이 어느새 사내의 등을 향해 무기를 치켜들고 있었다.
“너희. 나의 동족이 아니었나?”
사내의 말에 더스틴이 비웃었다.
“이제 알았나? 생각보다 꽤 아둔한 놈일세. 지금껏 만났던 짐승들 중에 으뜸인 것 같아.”
“뭐라고?”
“감히 사람에게 짐승인 뱀파이어라고 하다니 정신이 멀쩡하진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더스틴이 걸치고 있던 망토를 확 벗었다. 그동안 사냥해 온 뱀파이어의 겉옷을 모두 나눠 입고 있었다. 그게 사람의 고유한 체취를 잠시나마 없애 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그들도 오늘 알았다. 망토를 벗어 버린 세 사람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가슴팍에 새겨진 독특한 십자가 표식이 보였다. 사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결코 범상치 않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너, 너희 뭐야?”
눈앞의 자들이 동족임을 빙자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안 사내가 뒤늦게 어수룩하게 물었다.
“사람 흉내 내는 짐승을 잡는 사냥꾼이지.”
그들이 사내를 즉각 에워쌌다. 원 형태로 사방의 탈출구를 막자 사내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손에 든 무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전신을 덮고 있던 망토는 무기를 감추기 위함이었던 모양이다.
“크르르르.”
사내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지만 앞으로 나서진 못했다. 세 사람의 손에 들린 커다란 검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아무래도 자신은 이미 바보처럼 덫에 걸려든 뒤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욱!”
그때 사내의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자신의 가슴 쪽을 내려다보니 여러 개의 투명한 실이 심장 쪽에 박혀 있었다. 그 실을 타고 무수한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언제 이런 게 내 심장에 박혔지?”
“아마 네가 쉬지 않고 입을 놀릴 때가 아니었을까?”
사내가 실을 타고 떨어지는 무수한 핏방울을 내려다보았다. 실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지 않았다면 투명한 실은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내는 실의 끝을 잡고 있는 더스틴을 쳐다보았다. 더스틴이 웃는 듯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서린다 싶을 때 그게 신호가 되어 가슴에 박힌 여러 개의 실이 사방으로 확 잡아당겨졌다.
파악!
어둠을 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 허공에서 메아리쳤다. 사내의 심장이 산산조각 났다. 실 끝에 걸려 있던 물건이 누군가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때 더스틴이 사내의 목을 즉각 베어 버렸다.
서 있는 사람들은 허무하게 쓰러져 서서히 말라 가는 사내의 몸을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영생을 가지고 있다는 뱀파이어의 허무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지며 먼지처럼 사라지는 모습.
“뱀파이어는 이래서 좋아. 인간처럼 뼈와 가죽이 남는 게 아니라서 뒤처리가 필요 없거든.”
더스틴의 시선이 석궁 끝에 매달린 실을 회수하는 남자에게 향했다.
“안 그런가, 피테르?”
피테르란 이름을 가진 남자가 더스틴의 말에 고개를 꾸벅 내렸다 올렸다.
“다리를 다친 게 아직 회복되지 않았을 텐데 깔끔하게 처리해 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수장님.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활동하는 데 지장 없습니다.”
다친 다리는 활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평범해 보였다. 무시무시한 뱀파이어를 잡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반듯한 이미지에 제법 순해 보이기까지 했다. 적당한 키에 톤 다운 된 갈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그.
그는 아벨라의 아버지 피테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