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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닐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씩씩거리는 소리를 내며 로니 크로거가 집에서 뛰쳐나왔다.
“거봐, 내가 분명히 그놈 다시 집에 돌아온다고 그랬지.”
“닥쳐!”
성질도 더러워서 퍽 하고 제 똘마니를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닐은 좀 의아해졌다. 생각해 보면 로니는 제 똘마니에게는 그렇게 손찌검을 잘하면서 자신을 두들겨 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얼마 멀리 못 갔을 거야. 보나 마나 저번처럼 이 주변에 있겠지.”
똘마니가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설마 지난번에 우리 이야기 들은 거 아냐?”
“뭘 들어.”
“왜, 지난번에 술집에서. 윌리엄 그 양반한테…….”
닐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윌리엄은 브레스 컨트롤을 한답시고 닐을 목 졸라 죽인 그 변태다. 이제 보니 애인이라서 안 때린 게 아니라 상품 취급이었다.
“말했지, 아직 구멍 동서로 돌려 먹을 정도로 돈 없진 않다고. 게다가 그 술집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닐이 찾아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기나 해.”
그 말을 듣자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핏기가 싹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데다가 하필 로니 크로거와 똘마니가 닐이 숨은 골목 쪽으로 지나가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로니의 똘마니가 힐끔 자신을 볼 때에는 거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선글라스 너머로 보니, 그는 그저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로니 크로거와 똘마니가 완전히 지나간 뒤에 닐이 헉 숨을 뱉었다.
“나인 줄 몰랐나 봐…….”
닐은 저도 모르게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그 자리에서 들켰으면 로니 크로거에게 꼼짝없이 끌려갔을 텐데. 괜히 종이 가방 안에 든 가족 액자를 꺼내 보았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단란하던 한때다.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시무룩해져선 괜히 사진을 쓸어 보던 닐이 다시 집어넣었다.
정말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다시는 로니 크로거를 보지 않으리라. 그는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호텔에서 나오질 말아야지. 어차피 이제는 다시 집에 들를 일도 없었다. 하긴 집이라고 해 봤자 전세로 들어가 살고 있을 뿐이지만…….
“정신 차리자.”
닐이 고개를 흔들었다. 기묘하게도 로니 크로거의 똘마니가 자신을 못 알아보고 지나가자, 어째서인지 이유 모를 자신감이 차올랐다. 다른 사람도 자신을 못 알아볼 것이다. 그가 새삼 자신의 차림새를 돌아보았다. 자신과는 입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제프리의 옷을 빌리길 잘했다.
혹시나 다시 로니 크로거가 지나갈까 한참 기다렸다가 돌아가느라 기운이 빠졌다. 닐이 터덜터덜 호텔로 돌아오니 제프리가 안절부절못하며 입구에서 서성서성 기다리다가 반색하며 달려왔다.
“괜찮아? 안 들켰어?”
“괜찮아.”
닐은 기운 없이 손만 흔들었다. 로니 크로거와 마주친 데다가 자신을 살해했던 사람 이야기까지 들으니 기운이 안 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시무룩했던 닐은 제프리가 질질 끌고 직원 식당에 내려가고 나서야 좀 기운을 번쩍 차렸다.
“와.”
자신이 사 주는 것도 아니면서 제프리가 우쭐거렸다.
“많이 먹어.”
직원 식당이라고는 해도 대체적으로 호텔 조찬과 메뉴가 비슷했다. 말인즉슨 호화롭고 맛있어 보였다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제프리가 ‘Tear’에서 일하는 것에 매달리는지 대충 알 것 같다. 오늘 뭘 제대로 먹은 적 없는 닐은 꼴깍꼴깍 군침을 삼키며 그릇에 식사를 담아 돌아왔다.
제프리의 격려를 받으며 열심히 빵이며 스프를 해치우고 나니 이제는 다소 기운이 돌아왔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우물우물 음식을 씹다가 꿀꺽 삼키고는 닐이 입을 열었다.
“제프리.”
“응, 왜?”
“너 윌리엄 번즈란 사람 알아?”
윌리엄 번즈? 몇 번 입 안에서 이름을 굴려보다가 제프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지. 호색한으로 유명하잖아. 뒷소문도 별로 안 좋고.”
닐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로니가 날 윌리엄 번즈에게 팔아넘기려고 했던 것도 알아?”
제프리가 입을 딱 벌렸다. 그 반응에 닐은 도리어 안심했다. 만약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도저히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한참 만에 그가 더듬거렸다.
“뭔가 오해했겠지.”
“아까 가서 우연히 로니가 말하는 거 듣고 왔어.”
할 말을 잃은 그가 뭐라 말하려는 듯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심스럽게 닐을 도닥였다. 그렇게 나쁜 놈일 줄은 몰랐어, 야. 닐은 고개를 몇 번 까닥거리고는 다시 식사에 전념했다. 제프리가 모르는 사실이었으면 되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제프리가 분위기 전환을 한답시고 활발하게 미하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 잘생겼지?”
“음, 잘생겼어. 잘생겼는데 원래…… 그래?”
최대한 애매모호하게 묻는다고 물었는데 제프리는 닐의 질문을 척 알아들었다.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그의 손과 시선만이 한동안 허공을 모호하게 방황했다. 누가 듣기라도 하는 양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마찬가지로 애매모호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사장님이 좀…… 좀 그래.”
“음.”
“보통은 정상인 범주에 속하는데 가끔씩 미친 사람 같아.”
이해한다. 미하일이 갑자기 자기 물건을 꺼냈을 때 닐은 두 번 놀랐다. 처음은 그 행동에, 두 번째는 그 물건 크기에 한 번 더…….
아까 로니 크로거를 만날 뻔했던 일 때문인지 닐은 갑자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무사히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갈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수리까지는 못해도 한 달이고, 돈은 한 달 뒤에야 정산이 된다. 그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리라, 닐이 굳게 다짐했다. 설마 그사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겠어? 그의 마음이 막연하게 앞으로 잘 풀릴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실제로 다가올 미래는 그가 상상도 못 하던 종류의 것이었다.

***


<닐 테일러(Neal Taylor)>
* 직업 : 없음
* 나이 : 23세
* 인종 : 베타
* 주소지 : 에디턴 스트릿 16-2, 102호
* 관련 인물
- 제프리 파커
- 로니 크로거

턱을 문지르며 미하일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는 닐 테일러에 대한 정보를 뽑아 정리한 파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다지 건질 게 많지는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닐 테일러는 스무 살에 부모를 잃은 뒤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정도나 전전하며 근근이 먹고살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하던 삶이 로니 크로거라는 갱단 두목의 애인이 된 뒤에는 뚝 바닥으로 처박힌 것 빼고는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그가 이미 읽은 파일을 한 번 더 읽으며 중얼거렸다.
제프리 파커가 자신이 만든 안드로이드 엠버를 박살 낸 꼴을 본 순간, 아니 사실 제 안드로이드를 박살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는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기계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존재던가? 그의 생명이자 최대 관심사이자 흥미요 그 무엇보다 애정하는 대상이었다.
자신의 직원이니만큼 제 원수나 적들에게 대하듯 혹독하게 대할 생각은 없었지만 단단히 대가는 받아 낼 생각이었다. 그는 욕망에 못 이겨 함부로 손을 대곤 하는 사람들을 가장 경멸했다. 실질적인 사장은 따로 있어도, 일단 표면상으로 자신은 이 클럽의 사장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언제나 이런 면에서는 엄격하게 행동했다. 온갖 위험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 클럽은 망한다. 신뢰와 보안이 철저하기에 고객들이 찾아오는 게 아닌가.
제 예상보다도 심각한 엠버의 상태를 본 뒤 이 자식을 족쳐 버리겠다 단단히 벼르며 창고에서 나오다 듣게 된 둘의 대화는 미하일에게 있어 제법 충격적이었다.
“……설마 그 유명한 ‘동물원 시리즈’야?”
“동물원 시리즈가 대체 뭐야?”
분노도 잠시, 미하일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모습을 감춘 채 둘의 대화를 들었다. 동물원 시리즈가 설마 내가 아는 그 동물원 시리즈인가? 자신이 지금 착각하는 건 아닌가 싶어 귀를 기울이자 그다음 대화는 더 충격적이었다.
제프리가 데려온 남자가 생각에 잠기느라 고개를 숙였다. 그 와중에 남자의 금발 머리가 자꾸 거슬리게 느껴졌다. 왜 저런 색으로 염색을 했지? 안드로이드를 만드느라 하도 인조 모발을 만져서 이제 그는 염색 머리카락인지 아닌지 정도는 잘 구별했다. 그리고 굳이 그게 아니어도 뿌리 염색도 하지 않아서 눈에 잘 띄었다. 원래는 검은색인 모양인데…….
“아니면…… 사계절?”
“너 아까부터 자꾸 알 수 없는 소리 할래?”
“그럼 그보다 앞인가? 나비 시리즈?”
미하일이 잠시 그 자리에서 굳었다. 동물원, 사계절, 나비 시리즈……. 모두가 그가 앞으로 안드로이드로 만들기 위해 구상해 놓은 작품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저 남자가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기초 구상은 컴퓨터로 작업했으나 완성본은 죄다 금고 안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금고는 넣은 뒤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안드로이드 제작자이자 정보상으로서, 미하일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남자에게 접근했다. 둘은 그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 대화했다.
“처음 출시된 남자 안드로이드의 이름이 아마…… 보석의 한 종류였던 것 같은데.”
맞다. 제프리가 망가트린 그 안드로이드는 이제 막 출시를 앞둔 보석 시리즈 중 하나였다. 미하일이 일부러 그의 혼잣말에 대꾸를 해 주었다.
“엠버.”
화들짝 놀라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데, 이제 보니 그는 퍽 마음에 드는 색상의 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대강 색상표에서 어디쯤일지 가늠해 보며 미하일이 마음을 정했다. 제프리의 행동은 여전히 용서가 안 되지만 그보다는 의심하지 않게끔 일단 이 남자를 제 근처에 두어야겠다.
사람을 고용해 안드로이드인 척하자는 제프리의 제안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한편으로는 썩 괜찮은 것이었다. 아직 출시 전이라 아무도 엠버의 외모를 몰랐고, 어차피 자신의 안드로이드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사람과 흡사했다. 대충 타냐에게 보내 남자를 꾸미라 명령한 뒤 미하일은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왔다.
지나치게 사람의 신체 부위와 비슷해서 얼핏 보면 호러 영화의 소품처럼 보이는, 여기저기 널린 안드로이드 부품을 지나 미하일은 비밀 금고 앞에 섰다. 보안을 체크해 보니 분명 한 번도 열린 흔적이 없었고, 안을 열어 들여다보자 자신이 넣어 둔 위치에서 조금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무슨 수로 알아낸 걸까.
경쟁사에서 보낸 산업 스파이? 아니면 로니 크로거라는 갱단 두목이 보낸 첩자?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한 구석이 많았다. 일단 첫째로 경쟁사는 미하일에게 실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고―기껏해야 깡통 청소 로봇을 만드는 수준이니―두 번째로 남자가 만약 산업 스파이라면 그렇게 조심성 없게 대놓고 제 기밀 정보를 까발리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세 번째로 로니 크로거는 그저 뒷골목 자그마한 구역만을 차지하고 있는 규모가 작은 갱단의 두목일 뿐이었다. 사실 갱단 두목이라는 호칭을 붙여 주기도 아까웠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안드로이드 시리즈에 대해서 떠드는 남자의 그 얼굴이 이상하게도 퍽 즐거워 보이지 않았나……. 지극히 제가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떠드는 사람의 얼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남자, 닐 테일러는 당연히 경계할 만했지만 미하일은 사실 경계보다도 강한 흥미를 느꼈다. 원래 평소에도 항상 불안함이나 걱정과는 거리가 먼, 이를테면 흥미와 즐거움 위주로 사는 그에게 적절한 대상이었다. 게다가 희롱하는 대로 느껴서 우는 얼굴도 제법 볼만하지 않은가.
“천천히 즐겨 줘야지.”
제 친구가 결혼 생활에 완전히 푹 빠져 있느라 별일도 물어와 주지 않는 마당에 미하일은 이런 재밌는 사건을 놓칠 수가 없었다. 만약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건드리려 한 존재라면 좀 괴롭혀 주며 가지고 놀다가 ‘애인’ 삼아도 될 것이고, 혹은 정말 우연찮게도 무고한 사람이면…….
역시나 ‘애인’으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전자와 후자에는 강제성이라는 차이가 있긴 했으나 어쨌든 결론은 동일했다.
“미래라도 읽은 게 아닌 이상 알아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말이지.”
자신도 모르게 정답에 근접한 답을 말하고서도 모른 채, 미하일은 빙글 의자를 돌려 아까 만들다 만 안드로이드 사파이어의 머리를 집어 들었다.
지금의 안구도 아름다웠지만 이제 그에게는 좀 더 괜찮은 색상이 막 떠오른 참이었다.



Chapter 2 : Pretty, Pretty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닐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상쾌하던지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도 향이 굉장히 상쾌했다.
“호텔은 달라도 뭔가 다르네.”
매끄러운 재질의 이불을 손으로 문질러 좋은 느낌을 한껏 즐기면서 닐이 중얼거렸다. 미하일이 지시한 대로 제프리는 닐을 작은 룸으로 안내해 주었는데, 작은 싱글 룸이라고 해도 닐에게는 이제까지 숙박한 곳 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었다.
어쨌든 오늘부터는 안드로이드 프리티가 실제 사람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룸에서만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훌륭한 룸의 환경은 닐에게 있어서 괜찮은 일이었다. 사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머무는 일에는 익숙했다. 로니는 닐이 밖에 나가는 것도, 어디서 일하는 것도 반기지 않았으니까. 한때는 그게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왜 그랬는지 안다.
아침부터 우울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닐이 고개를 털었다. 마침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트레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달칵 문이 닫히자 닐은 슬슬 방에서 나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식사를 가져왔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닐은 화장실에 들러 뽀득뽀득 깨끗하게 몸을 씻었다. 제프리나 타냐 모두 몇 번이고 닐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첫째도 외모가 중요하고 둘째도 외모가 중요하며 셋째도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청결이었다. 닐이 슬쩍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바라보았다. 제법 보기 좋은 몸 위에 어제 붙인 홀로그램 타투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로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 둔 게 이런 식으로 쓰이다니…….
“아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닐은 중얼거리며 타냐가 한가득 쥐여 준 스킨이며 로션이니, 온갖 화장품을 천천히 바르기 시작했다. 오늘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첫날이다. 시간이 되자 닐은 대강 준비를 마치고 선글라스에 후드까지 동원해 얼굴을 완벽히 가린 채 총총 타냐가 있는 지하 칵테일 바로 향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타냐.”
“음.”
타냐는 안주를 화려하게 꾸며 놓은 뒤 주워 먹고 있었는데, 닐은 그의 피부에서 시선을 떼어 안주만 바라보느라 무던히 애를 써야만 했다. 덕분에 오늘도 자신이 먹을 게 고팠나 보다 오해한 타냐에게서 안주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잠시만, 나 아직 아침 식사 중이라.”
안주가 아침 식사구나. 칼로리가 높을 텐데 저런 몸은 대체 어떻게 유지하는 걸까? 아무튼 타냐가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손을 털었다. 어깨도 으득 소리가 나도록 돌렸다. 이제 보니 타냐의 몸은 제법 근육이 탄탄하게 붙어 꽤 보기 좋았다. 아무튼 그 행동에서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닐이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Dear’의 개장 시간은 오후부터인데 아침부터 일찍 불러낸 이유가 있었다. 타냐는 닐을 주무르고 꾸미고 입히는 등 공들여 꾸미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일 시작도 전부터 닐은 지쳐서 허덕여야 했다.
“원래…… 다들 이렇게 오래 꾸며요?”
“다들이라면 어떤?”
타냐는 이제 닐의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무언가를 발라 대는데도 불구하고 거울을 보면 화장을 하나도 안 한 것처럼 감쪽같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바를수록 이상할 정도로 얼굴에서 윤기가 나며 점점 화사해지기 시작했다.
“제프리에게 들었는데 여기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이벤트 쇼를 연다면서요.”
“아, 그거. 보통은 이렇게 안 꾸미지.”
“그럼…….”
“그냥 내가 하고 싶으니까. 이제 방해되니까 얌전히 입 다물고 있어.”
아침이라 더욱 허스키한 타냐의 목소리에서 풀풀 풍기는 카리스마에 닐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로부터 한참을 더 꾸며지면서 그는 이게 생각보다 중노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육체적으로 말고, 정신적으로.
“자, 입어.”
타냐가 내민 옷이 생각보다 평범해서 닐이 조금 놀랐다. 어제처럼 천 쪼가리 같은 브리프 한 장 달랑 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장을 내주었던 것이다. 이제는 타냐 한정으로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익숙해진 닐이 어리둥절해하며 주섬주섬 정장을 꺼내 보았다. 척 봐도 고급 정장이었다.
아무튼 입으라니 입는데 뜻밖의 물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터벨트였다. 그것도 네 개나. 이걸 팔과 다리에 각각 하나씩 차라는 건가 우왕좌왕하고 있자 타냐가 착용을 도와주었다.
“봐봐, 그냥 정장을 입으면 처음에는 괜찮아도 움직일수록 셔츠가 빠져나오잖아.”
그가 일단 닐에게 와이셔츠를 입히고 양말을 신기더니 척척 허벅지와 종아리에 가터벨트를 착용시켜 주었다. 가터벨트가 셔츠와 양말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는데 닐은 난생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언제 정장 입을 일이 있었어야지. 아무튼 가터벨트를 차고 정장까지 입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어제처럼 타냐가 보란 듯 거울을 내밀었다.
“괜찮지?”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분명 얼굴 자체는 크게 변한 게 없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나 보였다.
“이제부터 너의 의무는 가장 멋지고,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고, 야하고, 매력 있어 보이는 거야. 그래서 안드로이드를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거지. 단순히 얼굴만 예쁘장해서는 안 돼.”
“하지만 일종의 사기 아닌가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의문이 든 닐이 물었다. 자신을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안드로이드를 산다면, 고객들이 자신의 얼굴인 줄만 알고 살 텐데 실제로는 아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닐은 제 얼굴을 안드로이드 얼굴로 쓴다는 데 동의한 적은 없었으니까. 타냐가 고개를 저었다.
“레이디도 그렇듯이 너도 오리지널로 분류되는데 원래 오리지널은 상업용 안드로이드가 아니야. 상업용 안드로이드 디자인은 따로 있어. 엄연히 사장님 소유라서 판매하는 종류도 아니지. 아마 나중에 오리지널 안드로이드를 경매에 붙이면 지금 가격의 몇십 배는 더 뛰어오를걸.”
“그렇구나…….”
오리지널 안드로이드가 따로 있는 건 또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회사에서 기념용으로만 보관하는 초회 한정판 같은 안드로이드인 모양이다.
“그래서 공부는 해 봤어?”
타냐가 닐을 꾸미는 데 쓴 수많은 도구들을 주섬주섬 치우며 물었다. 어제 제프리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룸에 돌아오니 타냐가 보내 둔 물건들이 있었는데, 반은 피부 관리용품이고 나머지 반은 남성 모델들이 근사한 표정과 멋진 자세를 선보이며 서 있는 잡지였다. 그걸 보고 자세나 분위기 공부 좀 해 보라고 닐에게 보낸 것이었다.
“해 보긴 했는데 어려워요.”
닐이 솔직하게 인정했다. 어제 잡지를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자신이 이 아르바이트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레이디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번 보여 줘 봐.”
잠시 머뭇거리다가 닐이 방금 전까지 누워 마사지를 받았던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제 봤던 표지 중 하나를 떠올리며 한쪽 무릎을 끌어안고 뺨을 기댄 채 물끄러미 타냐를 바라보았다. 그도 빤히 닐을 바라보았다. 3초 정도 견디고 닐이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자 타냐가 탁 뺨을 잡아 고정시켰다.
“어지간해서는 시선 피하지 마.”
“아, 네.”
“정 어색하면 웃어. 눈웃음을 치든, 미소를 짓든, 활짝 웃든…….”
닐은 그의 조언들을 주의 깊게 기억해 두었다. 타냐는 몇 가지 다른 자세들을 주문했고, 그가 식은땀까지 흘려 가며 열심히 자세들을 취하자 상세히 살펴보다 팔짱을 꼈다.
“하룻밤 공부한 것치곤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 자세들은 이런 옷에는 잘 어울리진 않네.”
사람이니까 자세를 프로그래밍할 수도 없고, 중얼거린 타냐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꼭 여며 놓았던 자켓을 벌리고 와이셔츠 단추도 몇 개 풀었다가 잠갔다가 하며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장은 안 되겠다. 그 말에 닐이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역시 별로인가?
“기다려 봐.”
심각한 분위기에 닐이 거의 사과를 할락 말락 할 때, 타냐가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다른 옷을 가지고 왔다. 아까의 정장이 격식을 완전히 차렸다면 지금은 캐주얼한 느낌의 세미 정장이었다. 그러고는 아까 취한 자세들을 이렇게 저렇게 시켜 보더니 교정도 얼마간 해 주고 나서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 이제 가 봐.”
“어……. 이거면 끝이에요?”
생각보다 굉장히 정상적인 옷이라서 닐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타냐는 뭐가 문제냐는 얼굴로 다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직원이 달려와 타냐에게 일이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탓에 그냥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자세랑…… 네 번째 자세…….”
열심히 포즈들을 곱씹으며 걸어가는데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든 닐이 아차, 했다. 지금 자신은 닐 테일러가 아니라 안드로이드 프리티였다. 닐이 조금 어색한 느낌으로 뻣뻣하게 고개를 들었다. 새 안드로이드인가 봐. 지나가던 사람이 닐의 목에서 반짝거리며 빛나는 홀로그램에서 안드로이드라는 글자와 숫자들의 나열을 보고는 제 파트너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닐은 좀 긴장하는 바람에 걸음이 쭈뼛쭈뼛해지고 말았다.
“닐!”
어제의 매장 안 무대로 들어서자 제프리가 반갑게 맞이하며 닐을 이끌었다. 그러자 바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날아들어 왔다. 미하일이었다.
“닐이 아니라 프리티.”
사장에게 지은 죄가 있는 만큼 제프리가 찔끔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았다. 그냥 빈티지 티셔츠에 좀 허름해 보이는 청바지를 걸쳤는데도 어제처럼 오늘의 그도 매우 화사하니 빛나 보였다. 왜 이 사람은 연예인을 하지 않았을까, 분명 인기가 하늘을 찔렀을 텐데. 닐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안녕, 프리티. 그런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사장이라고 하면 안 되지.”
자신에게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말투에 제프리가 힐끔 다시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닐에게 다가온 그가 손을 뻗어 조금 구겨진 옷깃을 반듯하게 펴 주었다. 턱을 잡고 위아래로 살피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주인님이라고 해.”
아, 그, 그런가? 하긴 안드로이드를 만든 사람이니까……. 그런데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느낌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느낌은 완전히 달라서, 닐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머뭇거림은 잠시였다. 이제 닐은 슬슬 이런 부끄러운 것에는 면역이 생기고 있었다. 닐이 부끄러워하거나 머뭇거리면 타냐가 가차 없이 지적질을 했던 것이다.
“음, 주인님.”
느낌 탓인가…… 미하일이 잠시 움찔하는 것처럼 보였다.
“농담이야. 그냥 미스터 솔로호프라고 불러.”
“네에…….”
이 사람 아주 진지한 얼굴로 농담도 잘하는구나. 제프리가 어째서 그를 그렇게나 어려워하는지 닐은 이제야 좀 짐작이 갔다. 눈치 하나는 아주 바닥을 치니 뭐가 농담이고 뭐가 진담인지 잘 구분이 안 갔겠지. 물론 닐도 그의 농담이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시작 시간은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인데, 6시부터 9시까지는 점검 시간이니까 그사이에 쉬어도 좋아.”
“원래 이틀 정도는 충분히 구동할 수 있지 않나요?”
미하일이 또다시 닐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조금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일종의 베타 테스트 기간이니까 꼬박꼬박 사소한 수치도 기록을 해 놔야 하거든. 그런데 구동 시간은 어떻게 알았어? 아직 제품 설명서도 뽑기 전인데.”
그때야 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 사계절이니 보석 시리즈니 신나서 아무 생각 없이 떠든 것들은 아직 제품 출시도 전이라 아무도 모를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탓이었다. 갑자기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닐은 일단 웃고 보았다.
“그게…….”
“그게?”
“일반 상업용 안드로이드는…… 구동 시간이 일주일쯤 되니까요, 그…… 이런 최첨단 신형 안드로이드는 이틀 정도 구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가 허둥지둥 설명하자 미하일이 이내 그린 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닐은 잠시간 넋이 나갔다. 그러나 그보다는 밀려오는 불안감이 먼저였다. 회귀라는 사건에 굉장히 충격이 컸기에 며칠 동안 나사 빠진 상태로 돌아다녔더니 그만 말실수를 크게 하고 말았다…….
“하긴 내 안드로이드 성능이 좀 좋긴 하지.”
“그, 그렇죠.”
그냥 넘어가 줘서 좋긴 한데 매우 찜찜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닐이 애써 태연한 척 오늘 자신이 있어야 할 무대로 향했다. 눈치 못 챘나? 하지만 눈치 못 챌 리가 없는데. 지금 말실수는 그렇다 쳐도 전에 보석 시리즈니 사계절이니 떠들어 댄 것은 아무리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할 말이야 있지. 그러나 회귀했다는 걸 믿어 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당장 닐 자신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마당에……. 게다가 요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겪은 일들이 마치 단순한 악몽처럼 느껴지곤 했다.
오늘 무대에는 어제와 달리 벨벳 커튼이 둥글게 쳐져 있었는데, 제프리가 슬슬 금색 밧줄처럼 보이는 끈을 잡아당기자 커튼이 우아하게 걷히며 안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레이디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레이디.”
“좋은 오후예요, 프리티.”
오늘은 어제의 귀여운 태도와는 달리 마치 비서같이 똑 부러지는 분위기를 풍기는 레이디가 다리를 꼬고 앉아 닐에게 고혹적인 시선을 보냈다. 옷차림도 아까 닐이 입었던 격식을 차린 정장이라 더욱 그랬다. 가만, 손에 들린 저거 혹시…… 말채찍인가?
그나마 어제와 동일한 것은 닐이 좋아 못 견디겠다는 그 특유의 태도였다. 전자음 혹은 인공적인 음성만을 내는 안드로이드만을 다루다가 이렇게 사람과 거의 흡사한 안드로이드를 보니, 닐은 그제야 기계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구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 예쁘게 앉아 있으면 돼.”
무대 위에는 흰 소파가 하나 놓여 있었다. 몸을 좀 구겨 넣으면 눕거나 기대거나 할 수 있을 크기의 소파로, 닐은 그걸 보자마자 여러 가지 자세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미하일이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직원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달려왔다. 왜 직원과 다르냐면, 일단 덩치와 인상이 달랐던 것이다……. 왜 갑자기 우리 사장님은 마피아와 연관되었다느니 떠들어 대던 제프리의 말이 떠오르는 거지?
“사장님. 이안 밀러 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벌써?”
미하일이 힐끔 시계를 보고는 입가를 실룩였다. 별로 만나기 못마땅해하는 눈치였으나 곧 설렁설렁 걸음을 움직였다. 닐은 미하일이 말한 대로 소파에 얌전히 앉았다. 어느 자세가 가장 괜찮게 보일까 궁리하며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데 제프리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왜?”
“아니, 새삼…… 네가 굉장히 다르게 보여서.”
그런가, 하고 닐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기야 타냐에게 그렇게 정성껏 꾸밈을 받았으니 달라 보이지 않으면 곤란했다. 제프리가 턱을 문지르며 마치 닐을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최근 들어서는 유독 그를 그런 식으로 훑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전에는 좀 음침하고 까칠한 구석이 있었는데.”
“음침? 까칠?”
“아무튼 요즘에는 뭔가 신수가 훤해진 느낌? 아무튼 전보다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닐은 이유가 뭔지 짐작이 갔다. 이 호텔 안에만 있으면 전 남자친구와 다시는 얼굴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게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이제는 꿈처럼 느껴지는 지난 인생이지만, 로니 크로거와 지냈던 ‘앞으로의’ 5년 동안은 그 얼마나 악몽 같았던가. 다시는 그런 미래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망측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막상 그렇게 말하는 제프리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안드로이드를 변상할 일도 없을 거고, 다 잘 풀렸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 싶어서 닐이 슬쩍 제프리를 떴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냐, 무슨 일은. 어제 애인 생일이라서 밤늦게까지 놀았더니 좀 피곤해서 그래.”
아무리 봐도 그냥 피곤한 것만은 아니라서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슬슬 정말 제대로 몰입해야 할 시간이었다. 제프리는 점검을 이유로 잠시 막아 두고 있었던 벨벳 커튼을 모두 깔끔하게 걷어 올렸다.
그가 본래의 일을 하러 돌아간 뒤 닐은 최대한 소파에 예쁘게 앉았다. 그러고는 쿵쿵 빠르게 뛰는 제 심장 박동을 느끼며 다소 초조하게 손님들을 기다렸다. 소파가 얼마나 푹신한지를 가늠하고 있자니 잠시 뒤에 곧 안드로이드 프리티 입장에서의 첫 손님이 보였다. 물씬 풍기는 페로몬을 보아하니 남자 알파와 여자 오메가로 보이는 커플이었다.
“남자 안드로이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