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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4화)
第一章 빌어먹을 유언(4)


빠각―
마강혁의 얼굴 한복판에 맹달의 무릎이 꽂혔다.
마강혁은 핏물을 쏟아 내며 힘없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충격이 컸는지 마강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맹달은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크크, 그러게 진즉에 내 말을 듣지 그랬어. 너도 알다시피 난 별로 주먹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
쓰러진 마강혁의 귀에 맹달이 속삭이듯 말을 내뱉었다.
그때마다 간헐적이나마 마강혁의 몸이 떨렸다.
“자, 이번이 마지막이야. 네놈 숨통뿐 아니라 네 부하 놈들 목숨도 달려 있는 거니까, 신중하게 답해. 물론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면 네놈의 머리통은 그대로 내 발에 짓이겨질 거야.”
맹달이 마강혁의 머리를 오른발로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
“형님―”
황우파에 제압당했던 자강파의 조직원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마강혁을 불렀다.
자신들의 우상이 저리 처참하게 당하는 것을 보니, 몸이 아픈 것보다 가슴이 더 아팠다.
“마강혁, 황우파를 들어올 테냐? 아니면, 여기서 다 죽을 테냐?”
맹달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마강혁에게 쏠렸다. 그의 대답 여하에 따라 이곳은 한순간에 피바다가 되어 버릴 수 있었다.
“드, 드…….”
마강혁이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 어서 말해라.”
마지막 회유가 먹힐 듯 보이자, 맹달의 얼굴은 한껏 기대로 부풀었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왜냐? 그건 바로 자강파가 가진 힘에 있다.
자강파는 강하다. 수만 적다뿐이지, 그들의 결속력이나 개개인의 전투 실력은 낙양 전체를 통틀어도 한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마강혁을 비롯한 자강삼룡은 각기 권과 퇴, 그리고 장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는 상태다. 만약 황우파가 이 세 사람을 한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황우파의 전력은 지금보다 배 이상 올라갈 것이다.
“드, 드어…….”
“그래, 그래. 조금만 더.”
흥분된 얼굴로 맹달이 마강혁의 입 쪽으로 귀를 가져갔다.
한시라도 빨리 원하는 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막 원하던 답이 나오려는 찰나.
마강혁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맹달의 귀를 덮쳤다.
“크아아악―”
맹달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귀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찢겨 나간 귓불에서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온 것이다.
“크크크, 드응신 새끼! 내가 언제 싸움에서 먼저 물러서는 것 봤냐! 여기서 맞아 뒈지는 한이 있어도 네놈들한테 항복하지 않아.”
그 모습을 보며 마강혁이 통쾌한 듯 진한 웃음을 터뜨렸다.
붉은 피를 입가에 머금은 채 웃는 모습은 투귀라는 별명에 딱 어울려 보였다.
“으아악, 마강혁! 너, 너 이 새끼, 그 몸뚱일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어!”
흥분한 맹달이 허리춤에서 철조를 끄집어냈다.
그의 두 눈은 진한 살기로 번들거리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철조는 피를 갈구하듯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쳇! 이제 끝인가? 아직 대형의 얼굴도 못 봤는데.’
미쳐 날뛰는 맹달을 보며 마강혁은 삶을 체념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금으로선 목숨을 구할 길이 없었다.
“맹달! 짝짝인 귀가 참 보기 좋구나. 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 끝까지 간직해라.”
눈앞에서 철조가 날아오는데도 마강혁은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 앞에서 흔들리게 마련인데, 그는 달랐다.
쉬쉬쉭―
귓가에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파공성.
마강혁은 살짝 눈을 감았다. 그리곤 상상했다. 곧이어 닥칠 고통의 향연을.
그런데 이상했다.
지금쯤이면 살이 찢기는 극통이 느껴져야 하는데, 몸에선 아무런 느낌이 없다.
‘뭐, 뭐지?’
마강혁은 의문을 풀기 위해 두 눈을 떴다.
망막 위로 누군가의 등이 보인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크고 넓어 보이는 등.
“서, 설마…….”
마강혁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第二章 재회, 그리고 꿈을 향한 일보(1)


“오랜만이다.”
익숙한 목소리다.
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빼지 않고 꿈속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대, 대형!”
마강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십 년이란 세월이 흐르기는 했지만, 눈앞의 얼굴에는 과거 진자강이 가지고 있던 외모적인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웬만한 기둥서방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뛰어난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양쪽 귀에 찬 섬뜩한 이빨 귀걸이는 십 년 전에 차고 다니던 귀걸이와 모양이 꼭 닮아 있었다.
“자식, 많이 컸구나.”
진자강이 마강혁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맞아. 진짜 자강 형이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십 년의 세월을 기약 없이 기다렸는데, 진짜 바람대로 진자강이 돌아온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한편, 진자강에게 손이 붙잡힌 맹달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십 년 전, 진자강은 분명히 마두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당시에 근처를 지나고 있던 자신의 부하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사실이었기에, 그는 당연히 진자강이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그 진자강이 돌아왔다.
‘좆 됐다! 하, 하필이면 이 절묘한 때 돌아올 게 뭐람.’
맹달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진자강은 십 년 전, 열다섯이란 어린 나이로 풍월로의 주인이 됐다. 누구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당시 그에겐 하나의 별명이 붙여져 있었다.
광견.
그는 한 번 상대를 물면 절대 입에서 놓질 않는 지독한 독심의 소유자였다.
그에게 한 번 찍히면 평생이 괴롭다는 말이 이 바닥에 자자하게 퍼졌을 정도로, 진자강은 독하게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풍월로의 전 주인도 그런 진자강의 독심에 두 팔 들고 항복을 선언했었다.
“혁아, 회포는 나중에 풀자. 지금은 이 새끼부터 손보는 게 먼저라서 말이야.”
마강혁과 간단한 재회를 마친 진자강이 얼굴을 맹달 쪽으로 돌렸다.
진자강과 시선이 마주친 맹달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맹달, 너 많이 컸다, 예전에는 내 뒤통수만 봐도 도망치던 녀석이.”
진자강은 자신보다 열 살은 더 많은 맹달을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편하게 말을 놨다.
다른 사람 같으면 그 모습이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을 텐데, 희한하게도 진자강에게선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반말을 쓰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자, 자강이. 이게 말일세. 내, 내가 원해서 오, 온 게 아니라… 위, 위에서 명령이 떨어졌네.”
“위라면 누구? 십 년이 지났으니 아직도 망치 밑에 있지는 않을 테고.”
망치는 십 년 전에 맹달이 소속돼 있던 자그만 조직의 두목이다. 뒷골목을 전전하는 주먹패치고는 담이 약해 어린 진자강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망치 형님은 오 년 전에 죽고, 나는 남은 동생들을 모아 황우파에 투신했네.”
“황우파?”
진자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떠날 당시에만 해도 황우파는 낙양 뒷골목에 등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네가 떠나고 일 년도 안 되서 새로 생겼네. 신생 조직이지만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많아 순식간에 북문 일대를 장악했지.”
“그럼 독룡파는?”
“절반 정도는 이 바닥을 뜨고, 나머지 절반은 황우파에 고스란히 흡수됐네.”
“독룡파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을 텐데.”
“독룡파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네. 그 때문에 황우파의 습격 당시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해 보고 당했지.”
맹달은 당시에 있었던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어떻게든 진자강의 뒤틀린 비위를 맞춰야 했기에 그로선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
진자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독룡파는 진자강이 산으로 떠나기 전에 낙양의 뒷골목을 주름잡던 강성한 세력이다.
특히, 독룡파의 두목이었던 동우량은 뒷골목 주먹답지 않게 사람을 다루는 데 능해 실력 좋은 인재들을 꾸준히 자신의 밑으로 끌어들였다.
‘그때의 독룡파는 강했어, 낙양의 그 어느 조직도 대들 수 없을 만큼. 한데, 그런 독룡파가 무너졌다니. 대체 독룡파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의리로 뭉쳐진 조직은 아니지만, 독룡파는 인력 관리가 잘되던 조직 중 하나였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동우량이었기에 내부에서 배반자가 나왔다는 건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독룡파를 무너뜨린 장본인은 동승학이었네.”
“동승학!”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진자강의 두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동승학.
진자강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동승학은 십오 년 전, 독룡파의 두목이었던 동우량의 양자로 들어왔다.
당시 동승학의 나이는 열둘. 진자강과 같았다.
덕분에 둘은 여러 면에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교를 당했다. 동승학의 자질은 결코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워낙에 진자강의 자질이 뛰어난 탓에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박했다.
“그놈이 기어코 이빨을 드러냈군. 처음 면상을 봤을 때부터 뭔가 뒤가 구린 놈이라 생각했었는데.”
“놈이 배신할 거란 걸 알고 있었나?”
진자강의 말에 맹달이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물론이지. 놈의 눈을 보면 말이야, 굶주림에 미친 개새끼의 눈동자하고 꼭 닮았어. 그런 놈들은 꼭 제 주인을 물게 마련이지.”
‘얼씨구!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네놈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냐!’
맹달은 진자강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
광견이란 이름은 동승학보다는 진자강이 먼저 얻었다. 그런데 제 입으로 동승학을 광견이라 칭하고 있으니 맹달의 입장에선 기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 새낀 어디 갔어?”
“무슨?”
“동승학, 그 새끼 어디로 튀었냐고?”
“그건 나도 잘 모르네.”
“정말 몰라?”
진자강이 눈매를 사납게 치켜세웠다.
둘 사이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그 기세가 자못 매서웠다.
기세에 눌린 맹달은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필사적으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독룡파가 무너지고 한 삼 년쯤 뒤에 동승학과 꼭 닮은 놈이 낙양에 나타난 적이 있었네. 그놈은 꽤 고급스러워 뵈는 자색의 무복을 걸치고 있었는데, 가슴 어림에 매화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지.”
‘매화 문양! 그렇다면 놈이 화산파의 제자라도 됐다는 거야?’
진자강은 곰곰이 생각을 했다.
현 무림에서 매화를 표식으로 삼고 있는 문파는 화산파뿐이다. 화산파는 오중천과 더불어 정도무림을 지키고 있는 무림총의 일원이다.
무림총은 구파일방이 근간이 되어 만들어진 정도연맹으로, 강북 무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새끼, 설마 독룡파의 재산을 빼돌려서 화산파에 입문한 거 아니야?’
진자강은 화산파와 동승학을 연관시키면서 기부입파를 떠올렸다.
구파일방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오중천에 비해 재정 상태가 그리 풍족하지 못하다.
구파일방의 수익은 대부분 속가에서 보내오는 돈이 전부고, 문파 내에서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거의 전무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구파일방 중 몇몇 곳에서는 은밀히 기부입파를 종용한다.
구파일방의 이름값이 강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기부입파를 노리고 구파일방을 찾는 이가 일 년에 수천을 족히 헤아린다.
화산파는 구파일방 중에서도 기부입파로 이름이 꽤나 난 곳이다. 도문 계열이지만 속가제자였던 이가 장문인이 되면서 많은 부분이 세속적으로 바뀌었다.
‘쳇! 정말 화산파로 들어간 거라면 당장에 그 새끼를 찾는 건 무리겠는걸.’
진자강은 진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동승학과는 꼭 해결해야 할 빚이 있었다. 돌아오면 그 빚부터 갚아 줄 요량이었는데, 맹달의 말처럼 화산파에 들어간 거라면 당장은 답이 없었다.
진자강은 할 수 없이 동승학에 대한 일을 머릿속에서 잠시 지워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