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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6화)
第二章 재회, 그리고 꿈을 향한 일보(3)


쨍그랑―
그런데, 막 기루 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느닷없이 창문이 부서지며 상당한 거구가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뭐, 뭐야!”
기껏 용기 내서 들어가려는데 별게 다 말썽이다.
맹달은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바닥에 널브러진 거구를 슬쩍 쳐다봤다.
‘저 녀석은……?’
거구의 얼굴을 확인한 맹달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왜? 아는 놈이야?”
“아, 네.”
“누군데?”
“방금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황우파의 십객 중 한 명입니다. 이름은 거철산이고, 나이는 저보다 한 살 어립니다.”
맹달은 쓰러진 거구의 신상을 자세하게 읊었다.
“이상하네. 네 말대로라면 이놈, 꽤 강해야 하잖아. 근데 지금 이 몰골은 뭐야? 한눈에 딱 봐도 주먹 한 대 얻어맞고 뻗은 것 같은데.”
진자강은 단번에 거철산의 상처 부위를 찾아냈다.
옷이 가리고 있어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진자강은 놀랍게도 명치를 때린 주먹의 잔흔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저 덩치를 한 방에 쓰러뜨릴 정도면 이 바닥에서 굴러먹을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진자강의 눈빛이 먹이를 발견한 맹호처럼 사납게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천성적으로 싸움을 좋아하는 그다. 강한 상대와의 싸움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이다.
“들어가자.”
흥분한 진자강이 맹달의 어깨를 가볍게 틀어쥐며 홍아루 안으로 향했다.
맹달은 본능적으로 진자강의 손길을 뿌리쳤지만, 그의 몸은 어느새 홍아루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 감히 네놈들이 홍련 소저의 말을 거역해!”
“공자님, 홍련은 저희와 정식으로 계약되어 있는 몸입니다. 그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홍련의 마음대로 이곳을 나갈 수 없습니다.”
“개소리 집어 치워! 홍련은 이미 나와 함께 가기로 마음을 정했어. 네놈들이 아무리 설쳐도 홍련은 내가 데려가.”
홍아루의 접객당.
그곳에선 한참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홍아루가 자랑하는 사대기녀 중 하나인 홍련과 그의 단골손님인 조치우였다.
오늘 사단이 벌어진 데에는 홍련의 잘못이 가장 컸다.
그녀는 세 달 전, 이곳 홍아루와 거액의 전속 계약을 마쳤다. 일 년 동안 일하는 조건으로 받는 돈이 무려 황금 일천 냥이다.
처음 세 달 간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의 미모 덕분에 큰돈을 가진 부자들이 많이 홍아루를 찾았고, 홍아루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그런데 그녀를 찾은 손님들 중 조치우가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다.
홍련 또한 조치우를 맘에 들어 했고, 결국 둘은 혼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계약 기간이 다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홍련이 느닷없이 시집을 간다고 하니, 황우파로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조 공자님, 앞으로 구 개월만 기다려 주십시오. 계약이 끝나기 전까진 저희로서도 홍련을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청수한 외모를 지닌 중년사내가 정중히 조치우를 설득했다.
하지만 조치우는 설득이 먹히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광분해서 날뛰었다.
“네놈들 내가 누군지 잊은 게냐? 나 황룡문의 둘째야. 네놈들이 내 말을 무시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조치우는 황룡문을 들먹이며 황우파를 압박했다.
황룡문은 낙양 외곽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정파일문이다. 그 역사가 무려 오백 년이 넘었을 정도로 유서가 깊고, 낙양 일대에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보유한 일류고수만 열이 넘고, 문주인 조만석은 하천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알려져 있었다.
“황룡문의 명성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나, 이번 일은 황룡문이 개입할 게 못됩니다. 이번 계약은 저희 홍아루와 홍련과의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만약 황룡문이 개입하겠다고 한다면 저희 쪽에서도 관부에 이를 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라! 관부에 우릴 고발한다고! 그래, 어디 고발할 테면 해 봐라! 그전에 네놈들 모두가 이 검 아래 고혼이 되고 말 것이다!”
조치우가 검을 빼 들었다.
그가 검을 빼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황룡문의 무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내뻗었다.
“죽여 버려!”
조치우의 성난 목소리.
황룡문의 무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황우파의 주먹패들을 공격했다.
크아악 크악―
검이 사납게 주먹패들 사이를 휘젓고 지나갔다.
황우파는 나름대로 저항을 해 봤지만, 삼류의 실력으로 이류를 막기엔 버거웠다.
사방으로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했다. 짧은 시간에 거의 서른 명이 넘는 황우파의 주먹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뚜드득―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년사내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맘 같아선 남아 있는 부하들을 모두 동원해서 쓸어 버리고 싶지만 상대는 황룡문이다. 자칫 전면전으로 번졌다가, 황우파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어이, 형씨! 부하들이 당하고 있는데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거요? 두목이란 자리는 부하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있는 거요.”
‘누구지?’
사내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낯선 청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야, 맹달! 저런 비겁한 인간을 두목을 모시고 있었던 거냐? 너란 놈도 참 보는 눈 없다. 이거 황우파를 두들겨 패러 왔는데, 저 새끼들부터 먼저 손봐야겠는걸.”
갑자기 진자강이 싸움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황우파를 깨부수러 왔으면서, 되레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다니. 참으로 알다가다 모를 녀석이다.
“이 새끼들아, 여긴 네놈들이 함부로 설쳐 댈 곳이 아니야. 술 마시러 왔으면 곱게 술이나 처먹고 갈 일이지, 왜 주먹 쓰는 애들한테 비겁하게 칼질이야!”
“미친 놈!”
느닷없는 진자강의 출현에 황룡문의 무사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쥐보다 큰 고양이가 나왔다고 해서 겁을 집어 먹는 개가 있던가? 딱 그 짝이다.
‘아주 다들 날 호구로 알고 있는 눈빛인데. 좋아, 그럼 이번엔 학춤으로 놈들을 상대해 줘 볼까?’
휘리릭―
진자강이 한 마리 새처럼 두 어깨를 날개처럼 양쪽으로 쫙 펼치며, 정면의 무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권식도 아니요, 장식도 아닌 애매한 기수식이다.
“두 팔을 썰어 버려!”
진자강과 마주하게 된 선두의 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내뻗었다. 검은 가파른 호선을 그리며 날개처럼 확 펴진 진자강의 두 팔로 들이쳤다.
귓가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성.
금방이라도 진자강의 두 팔이 잘려 나갈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런데 그 절체절명의 순간, 진자강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마치 검이 날아올 경로를 알고 있었다는 듯, 그는 환하게 웃으며 활짝 편 두 팔을 날개를 접듯 가슴 안쪽으로 교차시켰다.
검은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쳐 갔고, 진자강은 무사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 잠시 접었던 두 팔을 다시금 활짝 펼쳤다.
파파팡―
“크악―”
진자강과 가장 가까이 있던 무사 둘이 활짝 펼쳐진 날개에 얻어맞고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진자강은 마음껏 학춤을 췄다.
날개가 날아오를 때마다 달려들던 무사들이 튕겨져 나가고, 두 발이 바닥을 찍을 때마다 무사들의 두 발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십천무 중 하나인 군학보다.
학의 움직임을 본 따 만든 보신경인데, 펼치는 모양새는 여간 우스꽝스러운 게 아니나 그 위력은 대단했다.
“네, 네놈 정체가 뭐냐?”
부하들이 진자강의 이상야릇한 움직임에 모두 쓰러지자, 조치우가 당황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나, 여기 주인인데.”
“뭐?”
“여기 주인이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주인이 될 사람이지.”
진자강은 당당하게 자신을 홍아루의 주인으로 소개했다.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중년사내, 아니, 황우파의 진짜 두목인 황보용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얼마나 진자강의 말투가 당당한지,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곳의 주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오늘 네놈이 끼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 돈은 알아서 정산해 알려줄 테니, 저 떨거지들 데리고 어서 여길 나가. 네놈이 나가야 내 볼 일을 볼 수가 있거든.”
“웃기는 소리 마라! 홍련을 내어 주기 전까진 절대 이곳을 나가지 않을 것이다!”
“홍련이 누군데?”
“홍련이 누군지도 모른단 말이냐!”
“모르니까 지금 묻는 거 아니야.”
순간, 조치우의 옆에 서 있던 여인의 면사가 파르르 떨렸다.
“저, 정말 절 모르시나요?”
여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면사를 걷어 내며 물었다.
면사를 걷어 내자, 홍련의 아름다운 얼굴이 환하게 비쳤다.
경국지색, 침어낙안, 화용월태 등등.
각종 미사여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미모는 놀라웠다.
“쩝. 몰라. 얼굴은 꽤 예쁜 것 같은데, 관상을 보아하니 남자 여럿 거느릴 상이야. 난 말이지, 지나치게 화려한 꽃은 딱 질색이야. 모름지기 여자는 수수하면서도 그 내면의 미가 살아 있는 게 최고지.”
“그, 그 말 진심인가요?”
“물론. 난 여자 앞에 두고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더군다나 너처럼 뒤끝 있어 뵈는 여자한테는 더더욱.”
“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홍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기녀가 된 이후로 이런 모욕은 처음이다.
억울함이 복받친 홍련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하게 맺혔다.
“호, 홍련.”
그 모습에 조치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일같이 그녀의 매혹적인 미소만 보다 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네놈, 홍련에게 준 모욕 고스란히 되갚아 주마.”
흥분한 조치우가 진자강에게 달려들었다.
주변에 알려지기로 그의 무위는 이류의 끝자락. 일류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것이 부족했다.
“실력도 없는 놈이 여자 때문에 용을 써 대는군. 하지만, 이놈의 세상은 그런 객기가 통할 만큼 만만치 않아.”
진자강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진자강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조치우의 앞으로 쇄도했다.
전광석화.
“어……?”
막 검을 뽑으려던 조치우의 얼굴로 진자강의 주먹이 파고들었다. 피하려 했지만, 그의 생각보다 진자강의 주먹이 한 발 더 빨랐다.
빠각―
코가 깨지고, 이가 나갔다.
겉보기엔 단순한 정권 찌르기지만, 그 일격에는 흑암뢰의 묘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당탕―
얼굴로 상쇄하지 못한 힘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졌다.
조치우의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뒤쪽의 벽으로 날아갔다.
“도, 도련님!”
그 모습에 홍련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그가 여기서 쓰러지면 그녀는 혼자의 몸이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을 지켜 주던 자들이 이제는 자신을 공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히 조치우는 정신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제법 영재교육을 받았는지, 그는 얼굴을 감싸 쥐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네, 네놈 황룡문이… 두, 두렵지 않느냐?”
조치우는 혼자의 힘으로는 진자강을 당해낼 수 없자, 가문의 이름을 끌어들였다.
진자강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하나 결국은 일개 주먹패. 황룡문이란 이름 앞에는 진자강도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자강은 그런 말이 먹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광견이 달리 광견인가. 상대를 보지 않고 달려들기에 광견인 것이다.
“두렵긴 개뿔. 너희 강호인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 본래 똥이란 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야. 우리에게 너희 강호인은 똥 같은 존재야.”
진자강은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다른 강호인이 들었다면 당장에 칼이 날아올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지만, 다행이도 이 자리엔 황룡문의 무사들이 전부였다.
“후후, 재밌는 친구군.”
“두목님, 저게 재밌습니까? 전 소름이 쫙 끼칩니다. 저놈 곁에 있다간 하루도 제 명에 못 살 겁니다.”
뒤쪽에서 진자강의 독설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황보용과 맹달의 얼굴에 각기 상반된 표정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