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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7화)
第二章 재회, 그리고 꿈을 향한 일보(4)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던 황보용은 뜻밖에 웃음을 보였고, 맹달은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맹달이, 어떻게 알고 있는 친구지?”
“저놈, 예전에 북문 일대에서 광견이라 불렸던 괴물입니다. 불과 열세 살의 나이에 조직에 들어와 경험을 쌓고, 열다섯의 나이에 제 이름을 딴 조직을 만들었죠. 두목님도 그 이름 잘 아실 겁니다.”
“내가 아는 이름이라고?”
“네. 저희 조직에서 아직까지 손을 못 대고 있는 곳. 풍월로의 주인.”
“아, 진자강.”
황보용은 그제야 진자강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 수하에 그 두목이군.’
황보용은 진자강의 모습에서 자강삼룡을 떠올렸다.
맹달은 모르고 있지만, 황보용은 일전에 여러 번 자강삼룡을 자신의 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다.
회유도 협박도 그들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크악―”
그 사이, 흠씬 두들겨 맞은 조치우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본래의 형상을 잃고 완전히 걸레처럼 뭉개졌다.
“후우, 이제야 좀 속이 풀리네. 야, 거기 떨거지들! 너희 도련님 모시고 얼른 여기서 꺼져. 내가 아직 이곳에 중요한 볼일이 남았거든.”
손을 가볍게 털어 내며, 진자강이 겨우 정신을 차린 황룡문의 무사들을 불렀다.
황룡문의 무사들은 진자강의 부름에 부리나케 달려와 조치우를 안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들은 진자강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꺼져!”
다다닥―
진자강의 말이 떨어지자, 황룡문의 무사들이 조치우를 안고 황급히 기루를 빠져나갔다.
“어이 아가씨, 거긴 집 밖이잖아. 아직 홍아루 소속이면서 어딜 나가려는 거야?”
황룡문의 무사들이 모두 홍아루를 빠져나갈 무렵, 진자강이 날렵하게 손을 뻗어 홍련의 옷깃을 잡아챘다.
무리가 빠져나가는 혼란한 틈을 타, 홍련이 홍아루 밖으로 도망치려 한 것이다.
“왜, 왜 이래요?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상관할 일이 아니라니. 아까도 얘기했지만, 오늘부로 여기 내가 접수하기로 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곳은 대황우파의 소유라고요. 당신 따위가 낄 일이 아니니, 어서 나가요.”
홍련이 황우파를 강조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 발로 걸어 나가려 하던 그녀가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이 일은 나보다 저 형씨가 해결하는 게 맞겠네. 아가씨 얘길 듣고 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아.”
진자강이 옆으로 비켜섰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사라지자, 홍련은 반갑지 않은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홍련!”
황보용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마주한 홍련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황보용은 황우파 내에서 소소마권이라 불린다. 마권이란 이름 앞에 소소가 붙는 것은 웃음이 짙을수록 주먹의 위력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두, 두목님, 살려주세요.”
홍련이 무릎을 꿇었다.
황보용은 생긴 것과 달리 손속이 지나치게 사납다. 여자고 남자고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면 여지없이 주먹이 나간다.
“너무 겁먹을 것 없어. 설마 내가 황금 일천 냥짜리 상품을 함부로 손대기야 하겠어.”
“그, 그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아암, 해 줘야지. 근데, 맨입으론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오늘 본 손해는 제가 다 배상할게요.”
“그 정도 가지곤 부족한데. 적어도 나흘 치는 배상해 줘야겠어. 여기저기 부서지고 터진 곳을 다 수리하려면 그 정도 시간을 필요할 테니까.”
“알겠어요. 그럼 나흘 치 다 드릴게요.”
“좋아. 그럼 내일까지 황금 오백 냥을 가져와.”
“네?”
전혀 뜻하지 않은 액수에 홍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많이 잡아도 황금 백 냥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다섯 배를 내놓으라니.
“오백 냥은 결코 과한 금액이 아니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홍아루의 하루 수입은 황금 일백 냥을 족히 호가해. 그래도 특급기녀인 네 지위를 생각해서 좀 깎아 준 거야.”
“조금만 깎아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원래 돈 거래는 아는 사람끼리 더 철저하게 해야 하는 법이거든. 내일까지 꼭 가져와. 안 가져오면, 알지?”
황보용이 웃으면서 살짝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 알았어요. 가져올게요.”
결국, 홍련은 황보용의 요구를 수용했다. 어차피 그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게 다 저놈 때문이야. 저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완벽하게 공사를 끝낼 수 있었는데.’
홍련은 사납게 진자강을 째려봤다.
잘 나가는 기녀들 사이에선 공사라고 해서, 괜찮은 손님을 물어 기녀 생활을 청산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홍련은 조치우를 공사의 상대로 물었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황룡문이라는 배경이라면 충분히 무마가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 생각은 아까까지만 해도 완벽히 들어맞았다. 예상했던 대로 조치우가 수하들을 부려 황우파를 거칠게 밀어붙인 것이다.
한데, 진자강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틀어져 버렸다.
“아가씨, 그러다 눈알 빠지겠어. 그리고 웬만하면 내가 이런 말 안 하는데, 화장 좀 작작해. 이건 뭐 얼굴에다 몇 겹으로 도배를 한 거야.”
‘어떻게 그걸.’
홍련은 흠칫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타고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장술의 영향이 컸다.
홍련은 황급히 위층으로 뛰어올라 갔다.
자신의 미모가 화장발이라는 사실은 그녀에게 있어 크나큰 약점이었다.
홍련이 사라지고 나자, 진자강은 황보용에게 다가갔다.
진자강이 움직이자, 황보용의 뒤에 서 있던 맹달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비켜섰다.
서로를 마주 보게 된 두 사람.
기 싸움이라도 하는지 치열하게 눈을 마주쳤다.
“형씨, 내가 오늘부로 황우파를 접수하려고 하는데 우리 부하들 끌어들일 거 없이 두목끼리 한판 붙지. 부하들이 끼어 봐야, 피밖에 더 보겠어.”
“날 이길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물론.”
“생각처럼 쉽지 않을 텐데?”
“쉽고 어렵고는 내가 판단할 일이지. 더군다나 당신은 주먹을 쓰기보다 그 머리를 쓰는 게 더 어울려. 아까 홍련이한테 바가지 씌우는 수법이 보통이 아니던데.”
“바가지라니, 난 정당한 돈을 요구했을 뿐이네.”
“크크크, 웃기는 소리. 내가 기루에 대해선 제법 아는데 아무리 잘나가는 사대기루라 해도 하루 매상이 황금 일백 냥을 넘는 경우는 별로 없어. 기루가 매일같이 만원인 것도 아니고, 기녀랑 술 한잔한다고 황금을 물 쓰듯 쓰는 얼간이들도 요즘엔 그다지 많지 않거든.”
진자강은 이 바닥의 생리에 무척이나 밝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주먹질 외에 비렁뱅이, 소매치기, 기녀 심부름 등등 안 해 본 게 없기 때문이다.
십 년의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들은 변했어도 그 속의 흐름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소문이 틀렸군. 주먹밖에 쓸 줄 모르는 바보라고 하더니, 그게 아니었어.’
황보용은 뜻밖이라는 시선으로 진자강을 바라봤다.
그가 알아본 진자강은 싸움에 미친 개였다. 싸움이 있는 곳엔 항상 그가 있고, 싸움이 없는 곳에도 그만 나타나면 싸움이 일었다.
“형씨, 이 결투에서 지면 내 밑에서 그 잘난 머리 좀 쓰쇼. 나한테 위연이란 동생이 있는데, 혼자서 머리 나쁜 형제들 챙기느라 고생이 많소.”
“아직 결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긴 사람처럼 얘기하는군.”
“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내 상대가 결코 될 수 없어. 주먹패치곤 어울리지 않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정도론 날 이기지 못해.”
‘설마, 내 무공을 알아차린 건가?’
진자강의 말에 황보용은 흠칫했다.
자신의 무공은 쉬이 밖으로 내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괜히 다른 이가 이 무공을 알아본다면, 이제까지의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거 괜히 말만 많아진 것 같은데, 어서 붙읍시다. 싸워서 이기는 쪽이 상대가 가진 모든 걸 갖는 거요?”
“알았네.”
마침내, 두 사람이 자세를 잡았다.
바야흐로 황우파와 자강파 두 조직의 운명을 건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第三章 청천벽력(1)


파파팟 쾅쾅―
둘의 대결은 예상했던 대로 첫 공방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진자강은 십천무 중 사슴의 움직임을 본 따 만든 천록권을 사용했고, 황보용은 황우파를 장악할 때 사용했던 패황신권을 전개했다.
천록권은 사슴의 움직임처럼 빠르고 부드럽다. 그에 반해 패황신권은 묵직하고 강하다.
서로 상반된 두 개의 무공.
어느 한쪽으로도 승기는 쉽사리 기울지 않았다.
“형씨, 제법인데.”
진자강이 부드럽게 주먹을 뻗으며 입가에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황보용의 권격이 파괴적이나, 그 무식한 위력만큼이나 적중률이 떨어졌다. 천중산에 있을 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단목승의 공격을 받아야 했던 그이기에 이런 공격은 몸이 먼저 반응해서 그것을 피해 냈다.
게다가 진자강은 천록권을 펼치는 와중에 시의 적절하게 군학보를 섞어서 사용했다.
군학보는 어떤 자세에서든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게 도와주는 묘용이 있다.
황보용이 내뻗는 주먹은 무겁고 단단하다.
천록권의 가벼움으론 쉬이 그 힘을 상쇄해 낼 수 없다.
덕분에 황보용의 주먹을 받을 때마다 진자강의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 위태로움 속에서도 진자강의 등판은 단 한 번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군학보가 전개되며 그의 몸을 지탱해 준 것이다.
‘비, 빌어먹을. 대체 저게 무슨 무공이란 말인가? 이제껏 보아온 무공들 중에 저런 종류는 본 적이 없는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황보용의 초조감은 더해갔다.
강맹한 공격 일색인 패황신권은 그 위력만큼이나 내력 소모가 극심한 무공이다.
점점 내뻗는 주먹이 무겁게 느껴지고, 입안에서 단내가 진하게 풍겼다.
그에 반해 진자강의 모습은 태연한 그 자체다.
한시도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는데도, 전체적으로 몸이 가벼워 보였다.
게다가 피하는 순간순간 반사적으로 뻗어 내는 주먹에는 전에 없던 강맹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쩐다? 이대로 가면 내 패배가 확실한데. 어쩔 수 없이 그걸 써야 하나?’
황보용은 큰 고민에 휩싸였다.
아직 그는 자신의 힘을 백분 내보인 것이 아니다. 그가 숨겨진 힘을 드러낸다면 밀리는 지금의 양상을 단박에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힘은 함부로 내보일 수 없다.
자칫 이 위기를 빠져나가려 수를 쓰다, 오히려 그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어디다 한눈을 파는 거야. 이런 때 큰 거 하나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진자강이 갑자기 피하는 동작에서 순간적으로 공격 동작으로 전환했다.
힘겹게 공격을 이어 가던 황보용은 느닷없는 그의 움직임에 놀랐고, 급하게 두 발을 세웠다.
‘이젠 다른 수가 없어. 발각이 되더라도 그걸 쓰는 수밖에.’
황보용은 고민을 끝내고, 숨겨 놓았던 비기를 꺼내기 위해 단전의 남은 내력을 한껏 끌어 올렸다. 이거 한 방이면, 이 싸움을 단박에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네놈은 끝이다.’
단전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오른팔로 전해진다.
이걸 익히기 위해 보냈던 수년의 세월들.
황보용은 이를 가볍게 깨물며,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이제 앞으로 내뻗기만 하면 싸움은 끝난다.
“받아라!”
부웅―
황보용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아까 보았던 패황신권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강맹하고 폭발적인 힘이 느껴진다.
“뭐, 뭐야?”
진자강은 당황했다.
막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데, 황보용이 잽싸게 선수를 친 것이다.
게다가 주먹의 위력이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대로 마주치면 진다는 생각이 진자강의 뇌리를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