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열혈총관 1권(8화)
第三章 청천벽력(2)
‘이번 싸움, 절대 질 수 없어.’
진자강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공격으로 전환했던 자세를 다시 수비식으로 급하게 바꿨다.
수비식이라고 해 봐야, 주먹을 막기 위해 양팔을 위로 세우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쾅―
황보용의 주먹이 진자강의 두 어깨가 교차하는 지점에 정확히 작렬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밀려드는 가공할 경력.
‘이겼다.’
황보용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 일격은 강호백대고수도 쉽사리 무시 못 할 만큼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진자강이 주먹패와 어울리지 않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지만, 백대고수에 비할까.
그런데 그의 생각은 진자강과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고통에 신음해야 할 진자강에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형씨, 꽤나 무서운 주먹이었어. 하마터면 한 방에 나가떨어질 뻔했어.”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 없어.”
황보용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진자강이 두 팔을 이용해 공격을 막았다지만, 아까 날렸던 일격은 팔 정도로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젠 내 차례군.”
황보용은 놀란 마음을 진정할 새도 없이, 진자강의 반격이 시작됐다.
“어어―”
진자강의 왼팔이 거칠게 황보용의 내뻗은 오른팔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놀란 마음에 반응이 늦었던 황보용은 진자강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고, 고스란히 진자강의 품 안으로 몸이 쏠렸다.
균형이 무너지자, 황보용의 몸 곳곳에 빈틈이 생겨났고 진자강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무릎을 차올려 황보용의 명치를 강타했다.
“크억―”
천근만석에 부딪힌 느낌이 이러할까.
황보용은 순간적으로 숨이 꺼질 듯한 극통을 경험했다.
급소를 맞으면 다른 곳보다 통증이 배가 되기는 하지만, 이건 정도가 더 심했다.
“형씨, 아파도 억지로라도 숨을 쉬는 게 좋아. 그렇지 않음, 죽는다구.”
진자강이 황보용의 머리를 확 뒤로 젖혔다.
숨을 쉬지 못해 캑캑거리던 황보용이 가까스로 입 밖으로 숨을 토해 냈다.
“어, 어떻게 내 주먹을 맞고도 멀쩡할 수 있는 거지? 그 공격은 강호인이라 해도 쉬이 막을 수 없는 것인데.”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황보용이 물었다.
싸움에서 진 것보다 왜 자신의 마지막 공격이 통하지 않았는지, 황보용은 그것이 더 궁금했다.
“형씨, 뭔가 크게 착각하는 모양인데 아까 그 공격은 나한테 정통으로 들어왔어. 지금이야 급하게 손을 써서 고통이 없지만, 나중에 그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들 거야.”
“대체 그게 무슨?”
“내가 익힌 무공 중에 갑완공이라고 하는 게 있어. 난 일명 거북이 신공이라 부르는데, 이 무공을 시전하면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극도로 느릿하게 몸에 전해져.”
“그 말은 설마?”
“설마가 아니야. 아까 형씨가 날렸던 그 매서운 주먹, 아직까지 이 팔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단지, 갑완공 때문에 그 힘이 아직까지 내부로 파고들지 못했을 뿐이야.”
“말, 말도 안 돼.”
진자강의 친절한 설명에도 황보용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원이 아무리 넓다 하지만, 이처럼 해괴한 무공이라니.
“쯧쯧.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서야. 좋아, 그렇게 정 의심이 된다면 이 자리에서 갑완공을 풀어 볼게.”
진자강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황보용을 위해 갑완공을 일시적으로 풀었다.
그 순간 양팔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외부의 힘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던 갑완공이 풀리면서 일시에 그 힘이 팔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크, 크윽!”
진자강이 이를 악물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갑완공을 풀었음에도 백보신권이 전해 오는 그 충격은 과히 상상을 초월했다.
“빌어먹을! 더, 더럽게 아프잖아!”
진자강은 거칠게 욕을 뱉어내며 팔이 끊어질 듯한 극통을 참아냈다.
어찌나 이를 악물었는지, 그의 입술에선 핏기마저 내비쳤다.
‘정말 그런 해괴한 무공이 실제 했었다니…….’
진자강이 직접 몸으로 갑완공의 실체를 보여 주자, 황보용은 할 말을 잃었다.
마음속으로 갑완공 따윈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제로 그것을 눈으로 보게 되니 그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이거 완전히 넋이 나갔군. 한데, 대체 이 인간 정체가 뭐지? 아까 보여 줬던 그 권법! 결코 허접한 무공이 아니었어. 갑완공이 아니었다면 그 일격에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을 거야.’
진자강은 황보용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낙양의 뒷골목을 장악한 솜씨나 아까 보여줬던 강맹한 권법. 어느 것 하나 일개 주먹패라고 치부하기엔 의심스런 부분이 많았다.
결국, 진자강은 황우파의 사정에 밝은 맹달을 불렀다.
진자강이 부르자 맹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앞으로 달렸다.
‘젠장, 믿고 있던 두목님마저 저 괴물 같은 놈한테 패할 줄이야.’
맹달은 아까의 싸움에서 당연히 황보용이 승리를 거두리라 생각했다.
진자강의 싸움 실력이야 그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지만, 황보용은 진짜 무공을 익힌 무인이 아니던가.
한데, 그 믿었던 황보용이 패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두 눈을 비벼 댔지만, 결과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
“야, 뭣 좀 물어보자.”
맹달이 앞에 서자, 진자강이 가볍게 맹달의 어깨를 누르며 시선을 마주쳤다.
그 순간, 맹달의 두 눈은 파르르 흔들렸다. 대호의 앞에 선 토끼의 그것처럼.
“새끼, 겁먹을 거 없어. 간단하게 몇 가지만 물어보고 끝낼 거야.”
“뭐, 뭐든 물어보십시오.”
“저 인간, 언제 이 바닥으로 흘러들어 왔어?”
“대략 팔 년 전입니다.”
“그때 혼자였어?”
“아닙니다. 당시에 열 명의 수하들을 대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수하들도 황우파 소속이야?”
“네. 현재 황우파의 간부로 활동 중입니다.”
“그 녀석들의 실력은?”
“주먹패들 사이에선 독보적입니다. 예전에 저도 한 번 덤볐다가 채 십 합도 겨루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깨졌습니다.”
맹달은 가슴 아픈 과거를 끄집어냈다.
당시의 그는 독룡파 소속이었다. 독룡파의 전투조원으로 활동했는데, 황우파와의 첫 번째 전투에서 장렬하게 얻어 터졌다.
수적으로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황보용과 그 수하들의 무력은 독룡파 조직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웠다.
‘아무래도 강호에서 흘러들어 온 것 같은데… 대체 어디에 소속되어 있던 놈이지?’
진자강의 시선이 황보용을 향했다.
황보용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진자강의 뜨거운 시선에도 별반 반응이 없었다.
“맹달!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이제부터 네가 이곳 담당이야.”
“그, 그게 무슨?”
“오늘부로 네가 황우파의 이거야.”
진자강이 엄지손가락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 바닥에서 엄지는 조직의 머리를 뜻한다. 그 말인 즉슨, 이제부터 맹달이 황우파의 머리가 된다는 의미다.
평소 같으면 뛸 듯이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맹달의 얼굴은 못 볼 것 본 사람마냥 인상을 사납게 구겼다.
“난 이 길로 동생들을 만나러 갈 거야. 그러니까, 네가 이곳에 남아서 황우파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들을 자강파 쪽으로 넘겨.”
“저 혼자 말입니까?”
맹달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반문했다.
아무리 두목 간의 일대일 싸움으로 승부가 결정됐다지만, 황우파는 열 명의 간부가 존재했다. 만약 그들이 이 승부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차 큰 싸움을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자기 혼자 남으라니.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네놈이 이곳 사정에 제일 밝잖아. 그러니까 네가 제격이지.”
“하지만, 황우파 애들이 워낙에 거칠어서…….”
“그럼 그땐 내 이름을 대. 내 이름을 듣고도 지랄하는 놈들이 있으면, 그땐 내가 직접 달려오지.”
‘니미, 잘도 달려오겠다.’
맹달은 진자강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진자강의 대한 믿음이 물씬 풍겨나는 말들이 튀어나왔다.
“두목님께서 그리해 주신다면, 지금 당장 인수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빨리 일 보시고, 이곳으로 돌아오십시오.”
“알았어. 다음에 올 땐 내 동생들하고 같이 올게.”
진자강은 고개 숙인 맹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힘차게 홍아루를 빠져나갔다.
진자강이 떠나고, 얼마 뒤 맹달은 황보용의 최측근인 간부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일을 나갔던 간부들이 저녁때가 되자, 모두 홍아루로 돌아온 것이다.
“네놈이 여긴 웬일이지?”
간부들의 시선이 일제히 맹달에게 꽂혔다.
맹달은 황우파의 행동대장으로 활발히 활동했지만, 간부진들 사이에선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험험… 모두에게 통보할 사실이 있어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이, 있었소.”
맹달은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던 말을 꺼냈다.
“너, 이 새끼,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십객 중 가장 성정이 사나운 황보관이 맹달을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나, 난 그저 두, 두목의 말을 전할 뿐이오.”
“두목이라니? 설마, 네놈이 배신이라도 한 게냐?”
황보관의 눈에 진한 살기가 감돌았다.
대답 여하에 따라 당장에라도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배, 배신이 아니요.”
“배신이 아니면 대체 뭐냐!”
“전 두목이 현 두목에게 깨졌소.”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황보관은 맹달의 헛소리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황우파의 두목은 친형인 황보용이다.
한데 일개 주먹패 따위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멋대로 주둥아릴 놀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황보관이 성난 기세로 맹달에게 달려들었다.
황보용보다는 떨어지는 실력이지만, 그 또한 황우파 내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다.
부웅―
세찬 파공성이 인다.
맹달은 황급히 몸을 숙여 황보관의 주먹을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황보관의 주먹이 맹달의 윗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니까!’
맹달의 얼굴이 우거지상으로 변했다.
진자강에게 명을 받을 때부터 이런 상황은 미리 예견되어 있었다.
황우파의 핵심이랄 수 있는 십객은 다들 성질이 괄괄한 편이다. 학사 분위기를 풍기는 황보용과 달리 그들은 천생이 주먹패였던 것처럼 거칠고 사나운 기운을 풍겼다.
특히, 황보관의 경우엔 최근에 일어난 모든 싸움을 진두지휘했을 정도로 호전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 새끼, 조직을 배신한 대가를 뼛속 깊이 새겨 주마.”
황보관의 공격이 더 거세졌다.
성난 황소마냥 씩씩대며 주먹을 날려 대는데 맹달은 필사적으로 지형지물을 이용해 그의 공격을 피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거기 안 서!”
요리조리 잘도 피해 내는 맹달을 사납게 노려보며, 황보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니미, 서란다고 서면 맞아 죽게 생겼는데 너 같으면 서겠냐!’
맹달은 황보관의 욕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도망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맹달의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황보관의 공격을 정신없이 피하느라 저도 모르게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헉헉헉―”
맹달이 격한 숨을 토해 냈다.
설상가상으로 피할 곳 하나 없는 막다른 벽.
‘좆 됐다.’
맹달의 얼굴에 진한 절망감이 어렸다.
뚜드득뚜드득―
황보관이 진한 살소를 머금으며 주먹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사납게 울어 대는 뼈마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맹달의 눈가엔 진한 공포가 일렁였다.
第三章 청천벽력(2)
‘이번 싸움, 절대 질 수 없어.’
진자강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공격으로 전환했던 자세를 다시 수비식으로 급하게 바꿨다.
수비식이라고 해 봐야, 주먹을 막기 위해 양팔을 위로 세우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쾅―
황보용의 주먹이 진자강의 두 어깨가 교차하는 지점에 정확히 작렬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밀려드는 가공할 경력.
‘이겼다.’
황보용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 일격은 강호백대고수도 쉽사리 무시 못 할 만큼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진자강이 주먹패와 어울리지 않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지만, 백대고수에 비할까.
그런데 그의 생각은 진자강과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고통에 신음해야 할 진자강에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형씨, 꽤나 무서운 주먹이었어. 하마터면 한 방에 나가떨어질 뻔했어.”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 없어.”
황보용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진자강이 두 팔을 이용해 공격을 막았다지만, 아까 날렸던 일격은 팔 정도로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젠 내 차례군.”
황보용은 놀란 마음을 진정할 새도 없이, 진자강의 반격이 시작됐다.
“어어―”
진자강의 왼팔이 거칠게 황보용의 내뻗은 오른팔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놀란 마음에 반응이 늦었던 황보용은 진자강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고, 고스란히 진자강의 품 안으로 몸이 쏠렸다.
균형이 무너지자, 황보용의 몸 곳곳에 빈틈이 생겨났고 진자강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무릎을 차올려 황보용의 명치를 강타했다.
“크억―”
천근만석에 부딪힌 느낌이 이러할까.
황보용은 순간적으로 숨이 꺼질 듯한 극통을 경험했다.
급소를 맞으면 다른 곳보다 통증이 배가 되기는 하지만, 이건 정도가 더 심했다.
“형씨, 아파도 억지로라도 숨을 쉬는 게 좋아. 그렇지 않음, 죽는다구.”
진자강이 황보용의 머리를 확 뒤로 젖혔다.
숨을 쉬지 못해 캑캑거리던 황보용이 가까스로 입 밖으로 숨을 토해 냈다.
“어, 어떻게 내 주먹을 맞고도 멀쩡할 수 있는 거지? 그 공격은 강호인이라 해도 쉬이 막을 수 없는 것인데.”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황보용이 물었다.
싸움에서 진 것보다 왜 자신의 마지막 공격이 통하지 않았는지, 황보용은 그것이 더 궁금했다.
“형씨, 뭔가 크게 착각하는 모양인데 아까 그 공격은 나한테 정통으로 들어왔어. 지금이야 급하게 손을 써서 고통이 없지만, 나중에 그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들 거야.”
“대체 그게 무슨?”
“내가 익힌 무공 중에 갑완공이라고 하는 게 있어. 난 일명 거북이 신공이라 부르는데, 이 무공을 시전하면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극도로 느릿하게 몸에 전해져.”
“그 말은 설마?”
“설마가 아니야. 아까 형씨가 날렸던 그 매서운 주먹, 아직까지 이 팔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단지, 갑완공 때문에 그 힘이 아직까지 내부로 파고들지 못했을 뿐이야.”
“말, 말도 안 돼.”
진자강의 친절한 설명에도 황보용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원이 아무리 넓다 하지만, 이처럼 해괴한 무공이라니.
“쯧쯧.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서야. 좋아, 그렇게 정 의심이 된다면 이 자리에서 갑완공을 풀어 볼게.”
진자강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황보용을 위해 갑완공을 일시적으로 풀었다.
그 순간 양팔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외부의 힘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던 갑완공이 풀리면서 일시에 그 힘이 팔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크, 크윽!”
진자강이 이를 악물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갑완공을 풀었음에도 백보신권이 전해 오는 그 충격은 과히 상상을 초월했다.
“빌어먹을! 더, 더럽게 아프잖아!”
진자강은 거칠게 욕을 뱉어내며 팔이 끊어질 듯한 극통을 참아냈다.
어찌나 이를 악물었는지, 그의 입술에선 핏기마저 내비쳤다.
‘정말 그런 해괴한 무공이 실제 했었다니…….’
진자강이 직접 몸으로 갑완공의 실체를 보여 주자, 황보용은 할 말을 잃었다.
마음속으로 갑완공 따윈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제로 그것을 눈으로 보게 되니 그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이거 완전히 넋이 나갔군. 한데, 대체 이 인간 정체가 뭐지? 아까 보여 줬던 그 권법! 결코 허접한 무공이 아니었어. 갑완공이 아니었다면 그 일격에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을 거야.’
진자강은 황보용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낙양의 뒷골목을 장악한 솜씨나 아까 보여줬던 강맹한 권법. 어느 것 하나 일개 주먹패라고 치부하기엔 의심스런 부분이 많았다.
결국, 진자강은 황우파의 사정에 밝은 맹달을 불렀다.
진자강이 부르자 맹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앞으로 달렸다.
‘젠장, 믿고 있던 두목님마저 저 괴물 같은 놈한테 패할 줄이야.’
맹달은 아까의 싸움에서 당연히 황보용이 승리를 거두리라 생각했다.
진자강의 싸움 실력이야 그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지만, 황보용은 진짜 무공을 익힌 무인이 아니던가.
한데, 그 믿었던 황보용이 패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두 눈을 비벼 댔지만, 결과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
“야, 뭣 좀 물어보자.”
맹달이 앞에 서자, 진자강이 가볍게 맹달의 어깨를 누르며 시선을 마주쳤다.
그 순간, 맹달의 두 눈은 파르르 흔들렸다. 대호의 앞에 선 토끼의 그것처럼.
“새끼, 겁먹을 거 없어. 간단하게 몇 가지만 물어보고 끝낼 거야.”
“뭐, 뭐든 물어보십시오.”
“저 인간, 언제 이 바닥으로 흘러들어 왔어?”
“대략 팔 년 전입니다.”
“그때 혼자였어?”
“아닙니다. 당시에 열 명의 수하들을 대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수하들도 황우파 소속이야?”
“네. 현재 황우파의 간부로 활동 중입니다.”
“그 녀석들의 실력은?”
“주먹패들 사이에선 독보적입니다. 예전에 저도 한 번 덤볐다가 채 십 합도 겨루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깨졌습니다.”
맹달은 가슴 아픈 과거를 끄집어냈다.
당시의 그는 독룡파 소속이었다. 독룡파의 전투조원으로 활동했는데, 황우파와의 첫 번째 전투에서 장렬하게 얻어 터졌다.
수적으로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황보용과 그 수하들의 무력은 독룡파 조직원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웠다.
‘아무래도 강호에서 흘러들어 온 것 같은데… 대체 어디에 소속되어 있던 놈이지?’
진자강의 시선이 황보용을 향했다.
황보용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진자강의 뜨거운 시선에도 별반 반응이 없었다.
“맹달!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이제부터 네가 이곳 담당이야.”
“그, 그게 무슨?”
“오늘부로 네가 황우파의 이거야.”
진자강이 엄지손가락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 바닥에서 엄지는 조직의 머리를 뜻한다. 그 말인 즉슨, 이제부터 맹달이 황우파의 머리가 된다는 의미다.
평소 같으면 뛸 듯이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맹달의 얼굴은 못 볼 것 본 사람마냥 인상을 사납게 구겼다.
“난 이 길로 동생들을 만나러 갈 거야. 그러니까, 네가 이곳에 남아서 황우파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들을 자강파 쪽으로 넘겨.”
“저 혼자 말입니까?”
맹달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반문했다.
아무리 두목 간의 일대일 싸움으로 승부가 결정됐다지만, 황우파는 열 명의 간부가 존재했다. 만약 그들이 이 승부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차 큰 싸움을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자기 혼자 남으라니.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네놈이 이곳 사정에 제일 밝잖아. 그러니까 네가 제격이지.”
“하지만, 황우파 애들이 워낙에 거칠어서…….”
“그럼 그땐 내 이름을 대. 내 이름을 듣고도 지랄하는 놈들이 있으면, 그땐 내가 직접 달려오지.”
‘니미, 잘도 달려오겠다.’
맹달은 진자강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진자강의 대한 믿음이 물씬 풍겨나는 말들이 튀어나왔다.
“두목님께서 그리해 주신다면, 지금 당장 인수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빨리 일 보시고, 이곳으로 돌아오십시오.”
“알았어. 다음에 올 땐 내 동생들하고 같이 올게.”
진자강은 고개 숙인 맹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힘차게 홍아루를 빠져나갔다.
진자강이 떠나고, 얼마 뒤 맹달은 황보용의 최측근인 간부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일을 나갔던 간부들이 저녁때가 되자, 모두 홍아루로 돌아온 것이다.
“네놈이 여긴 웬일이지?”
간부들의 시선이 일제히 맹달에게 꽂혔다.
맹달은 황우파의 행동대장으로 활발히 활동했지만, 간부진들 사이에선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험험… 모두에게 통보할 사실이 있어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이, 있었소.”
맹달은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던 말을 꺼냈다.
“너, 이 새끼,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십객 중 가장 성정이 사나운 황보관이 맹달을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나, 난 그저 두, 두목의 말을 전할 뿐이오.”
“두목이라니? 설마, 네놈이 배신이라도 한 게냐?”
황보관의 눈에 진한 살기가 감돌았다.
대답 여하에 따라 당장에라도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배, 배신이 아니요.”
“배신이 아니면 대체 뭐냐!”
“전 두목이 현 두목에게 깨졌소.”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황보관은 맹달의 헛소리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황우파의 두목은 친형인 황보용이다.
한데 일개 주먹패 따위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멋대로 주둥아릴 놀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황보관이 성난 기세로 맹달에게 달려들었다.
황보용보다는 떨어지는 실력이지만, 그 또한 황우파 내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다.
부웅―
세찬 파공성이 인다.
맹달은 황급히 몸을 숙여 황보관의 주먹을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황보관의 주먹이 맹달의 윗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니까!’
맹달의 얼굴이 우거지상으로 변했다.
진자강에게 명을 받을 때부터 이런 상황은 미리 예견되어 있었다.
황우파의 핵심이랄 수 있는 십객은 다들 성질이 괄괄한 편이다. 학사 분위기를 풍기는 황보용과 달리 그들은 천생이 주먹패였던 것처럼 거칠고 사나운 기운을 풍겼다.
특히, 황보관의 경우엔 최근에 일어난 모든 싸움을 진두지휘했을 정도로 호전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 새끼, 조직을 배신한 대가를 뼛속 깊이 새겨 주마.”
황보관의 공격이 더 거세졌다.
성난 황소마냥 씩씩대며 주먹을 날려 대는데 맹달은 필사적으로 지형지물을 이용해 그의 공격을 피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거기 안 서!”
요리조리 잘도 피해 내는 맹달을 사납게 노려보며, 황보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니미, 서란다고 서면 맞아 죽게 생겼는데 너 같으면 서겠냐!’
맹달은 황보관의 욕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도망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맹달의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황보관의 공격을 정신없이 피하느라 저도 모르게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헉헉헉―”
맹달이 격한 숨을 토해 냈다.
설상가상으로 피할 곳 하나 없는 막다른 벽.
‘좆 됐다.’
맹달의 얼굴에 진한 절망감이 어렸다.
뚜드득뚜드득―
황보관이 진한 살소를 머금으며 주먹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사납게 울어 대는 뼈마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맹달의 눈가엔 진한 공포가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