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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10화)
第三章 청천벽력(4)
“그렇게 대단한 가문이라면 적어도 가문을 이을 후손 정도는 미리 빼돌리지 않았을까?”
진자강이 단목승이 마지막 남긴 유언을 떠올리며, 슬쩍 그 후인에 대한 얘기를 꺼내 물었다. 하지만 주위연은 답은 그리 밝지 못했다.
“단목세가 정도의 큰 무가라면 한둘 정도는 살아 있을 수 있는데, 혈사가 일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단목세가의 후인이 출현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무림총이 후환을 우려해 단목세가의 핏줄들을 은밀히 사살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어렵겠는데.’
대화가 길어질수록 진자강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낙양 뒷골목을 통일한 후, 단목 영감의 소원을 들어줄 맘을 먹고 있었는데 주위연이 말한 대로라면, 아무래도 단목세가의 후인을 찾기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대형!”
갑자기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천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진자강은 귀청이 떠나갈 듯한 그 목소리에 잔뜩 인상을 쓰며 강천호를 노려봤다. 강천호는 그 살벌한 눈빛에 살짝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이었다.
“대형, 우리 십 년 만에 만난 거유. 근데 만난 첫날부터 이런 심각한 얘기로 얼굴 찌푸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골치 아픈 얘긴 이제 그만하고 우리 술이나 한잔 걸칩시다. 내가 대형 돌아오면 주려고 꽤 귀한 술을 구해 놨소.”
“귀한 술?”
술이란 한 마디에 진자강의 눈에서 빛이 났다.
열세 살 무렵부터 입에 술을 대기 시작한 그는 당시에 괴물 같은 주량으로 풍월로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그 독하다는 분주도 그에겐 일개 음료수에 불과할 정도로, 그의 주량은 독보적이었다.
“일전에 우리한테 도움을 받았던 암상 하나가 설리주를 보내왔소. 이거 마시면 고민이 한 번에 싹 달아날 거요.”
“그래?”
진자강은 술이 고팠다.
어찌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그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건 술뿐이다.
“갑시다.”
진자강은 강천호에 이끌려 식당으로 향했다.
타다닥타다닥―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식당 안으로 날렵한 신형 하나가 뛰어들어 왔다.
“뭐야?”
한참 술기운에 취해 있던 강천호가 사납게 눈알을 부라렸다.
“천호 형님! 큰일 났습니다.”
“넌 상춘루를 맡고 있는 막동이잖아. 지금 한참 영업 중일 텐데, 여기까진 웬일이야?”
“기습입니다!”
“뭐!”
술이 확 깼다.
강천호는 들고 있던 술병을 바닥에 내던지고 한달음에 막동이 앞으로 몸을 날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읊어 봐.”
“그게 막 상춘루 영업을 개시하려는데, 황우파 놈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저희 애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수적으로 워낙에 달리는 탓에 결국 밖으로 쫓겨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우파…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강천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렇잖아도 마강혁이 맹달 패거리에게 당한 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참이다.
하지만 강천호보다 더 분노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진자강이었다.
“크크크, 이 새끼가 감히 나와의 약속을 어겨. 좋아, 이왕 치르는 전쟁 화끈하게 치러 주지.”
진자강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전신에선 특유의 광기와 살기가 사납게 휘몰아쳤다.
그가 움직이자, 마강혁과 주위연도 얼굴을 굳히며 그 뒤를 따라나섰다.
***
“자강파의 사업체는 단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부셔라.”
상춘루에 이어, 자강파의 중요 사업체 중 하나인 신풍전장에 황우파의 주먹들이 들이닥쳤다.
신풍전장 안에는 스무 명에 달하는 자강파의 주먹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자강삼룡이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뒷골목의 인재들이었다. 탄탄한 몸과 독기 어린 눈빛. 명성이 자자한 자강삼룡에 못지않았다.
“쳐라!”
와아아―
황보관의 명이 내려짐과 동시에 서른 명에 달하는 황우파의 조직원들이 일제히 앞으로 내달렸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갖가지 연장들이 들려 있었다.
“막아라!”
황우파의 공격에 맞서, 자강파의 주먹들도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황우파의 조직원들과 달리 그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퍼퍼퍽 퍽퍽―
두 무리가 사납게 맞닥뜨렸다.
맨 주먹과 연장, 결과가 뻔해 보이는 전투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연달아 터져 나오는 비명은 자강파가 아닌 황우파의 것이었다.
자강파의 주먹들은 몸에 칼 맞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면에서 칼이 들이치는데도,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칼을 향해 한쪽 팔을 내주며 남은 오른팔로 황우파 조직원의 급소를 노렸다.
“으악―”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비명을 지르는 쪽은 황우파였고, 피를 흘리는 쪽은 자강파였다.
‘독한 새끼들. 대체 애들을 어떻게 교육했기에 저토록 무모하게 달려든단 말인가.’
황보관은 자강파의 주먹들을 보면서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자신도 나름대로 밑의 애들을 강하게 조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강파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강파의 주먹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하지만, 상처가 찢어져 피가 콸콸 쏟아지는데도 그들 중 단 한 명도 신음 소리를 내거나 공격을 멈추는 이가 없었다.
“형님, 이대로 가다간 저희 쪽의 피해가 너무 커집니다. 이쯤에서 저희가 개입해야 할 듯합니다.”
상황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십객 중 한 명이 다급히 황보관에게 소리쳤다.
황보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주저 없이 명을 내렸다.
“전원 공격―”
대기하고 있던 십객이 황보관의 명에 일제히 앞으로 신형을 튕겼다. 앞서 나갔던 황우파의 조직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저 새끼들부터 막아!”
왼팔이 피로 범벅이 된 채로, 육갑이 다급히 소리쳤다.
육갑은 주위연 휘하에 있는 수하 중 하나로, 독기가 예전의 진자강 못지않다 하여 자강파 내에서 소광견이라 불렸다.
우당탕 쾅―
십객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던 자강파의 주먹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십객에겐 상대가 되질 않았다.
순식간에 자강파의 전력이 다섯으로 줄었다.
“모두 내 쪽으로 모여.”
육갑이 피가 새어 나오는 왼팔을 거칠게 옷으로 묶으며, 멀쩡한(?) 동료들을 불렀다.
동료들은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육갑의 주위로 모였다.
“오행진으로 놈들을 막는다.”
육갑을 비롯한 다섯이 오행의 방위를 밟으며 오행진을 빠르게 구축했다.
‘어떻게 저놈들이 오행진을 아는 거지?’
황보관은 두 눈을 의심했다.
오행진은 구파에서 유래된 정통의 합격진이다.
한데 그 오행진을 일개 주먹패 따위가 구현하고 있다. 이건 그의 상식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육갑이 오행진을 발동하면서 전황은 잠시 팽팽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오행진은 철저하게 수비에 치중된 합격진이다.
아무리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십객이라 해도, 돌파가 만만찮았다.
“이익, 모두 비켜라!”
십객이 뜻밖의 오행진 앞에 고전하자, 황보관이 앞으로 나섰다.
황보관은 다른 십객들에 비해 월등한 수준.
그는 육갑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보며, 단전의 내력을 끌어 올렸다.
어렵사리 쌓은 삼십 년의 내공이 가공할 기세로 그의 우권으로 밀려들었다.
‘젠장! 저 주먹은 버티기 힘들 것 같은데.’
황보관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강맹한 기운에 육갑은 입술을 사납게 깨물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버틴 것만도 기적이었다.
오행진의 힘도 힘이었지만, 그의 가공할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박에 부셔 주마!”
황보관이 기세 좋게 오행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의 우권에선 황보세가 전통의 패황신권이 강맹한 위력을 뿜었다.
“흩어져!”
육갑이 황급히 소리쳤다.
황보관의 기세로 보아, 오행진으로 그의 공격을 막기에는 힘겹다 판단한 것이다.
“흥, 그런다고 내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파산격(破散擊)―”
흩어지는 자강파의 주먹들을 보며, 황보관이 매섭게 권격을 날렸다.
진을 파하고 도망치던 자강파의 주먹들이 황보관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했다.
‘비, 빌어먹을! 너무 실력 차가 심해.’
겨우 두 팔을 이용해 일격을 막아낸 육갑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몸을 휘청거렸다.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황보관의 공격을 막아 내기는 했지만, 이 한 방으로 육갑의 내부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제법이군. 내 파산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쓰러지지 않다니. 하지만 이미 적으로 돌아선 이상, 너희 자강파는 내 손에 모두 무너진다.”
황보관은 육갑이 보여 준 불굴의 투지에 감탄하면서도, 주먹을 거두지는 않았다.
어차피 적으로 만난 사이.
아무리 상대가 맘에 들어도 손속에 자비를 베풀 순 없었다.
“이걸로 끝이다.”
황보관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육갑은 힘겹게 다시 두 팔을 정면으로 끌어 올렸지만, 이미 힘이 풀려 버린 두 다리는 황보관의 주먹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워 보였다.
부웅―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육갑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그 눈은 공포에 질린 것이라기보다 순수한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그 사이, 황보관의 주먹이 육갑의 안면에 정확히 꽂혔다.
끈질기게 버티던 육갑도 이번 공격은 버거웠던지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뭐지? 저 미소는?’
쓰러진 육갑을 쳐다보던 황보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인상을 써도 모자랄 판에 정신을 잃은 육갑의 얼굴엔 전에 없던 안도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第四章 반격(1)
바로 그때였다.
조용하던 신풍전장에 갑자기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미 자강파의 주먹들은 모두 쓰러진 상태.
지금 신풍전장 안에서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이들은 황우파의 조직원들뿐이다.
“갑자기 무슨 소란이냐?”
황보관이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십객 중 한 명인 고창성이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저, 적입니다! 저, 적이 안으로 들이… 크악―”
고창수의 뒤통수에 검은 그림자가 작렬했다.
길게 쭉 뻗은 다리였다.
“웬 놈이냐?”
황보관은 낯선 불청객의 등장에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고창성은 십객 중 실력 면으로 따졌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다.
한데, 그런 고창성이 불청객의 발길질 한 방에 무너졌다.
“크크크, 내 집에서 나보고 누구냐고 물어보다니. 너 이 새끼, 낯짝이 꽤나 두꺼운데.”
‘설마?’
황보관의 뇌리에 황보용이 경고했던 한 사내의 이름이 불현듯 스쳤다.
광견이라 불렸던 전설의 싸움꾼, 진자강.
온몸에 솜털이 잔뜩 곤두섰다.
“나란 놈은 말이야, 짐승들처럼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이 무척이나 강해. 내 걸 건드리는 건 그게 여자든 애든, 이 잘난 대명의 하늘이든 용서 못해.”
진자강의 두 눈에 진한 광기가 떠올랐다.
광견으로 변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
황보관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며, 단전의 내력을 잔뜩 끌어 올렸다.
웅혼한 기운이 양팔의 경락을 타고 두 주먹으로 전해졌다.
‘형님은 방심했기에 놈에게 당한 거야. 패황신권이 일개 주먹패 따위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건 말이 안 돼.’
第三章 청천벽력(4)
“그렇게 대단한 가문이라면 적어도 가문을 이을 후손 정도는 미리 빼돌리지 않았을까?”
진자강이 단목승이 마지막 남긴 유언을 떠올리며, 슬쩍 그 후인에 대한 얘기를 꺼내 물었다. 하지만 주위연은 답은 그리 밝지 못했다.
“단목세가 정도의 큰 무가라면 한둘 정도는 살아 있을 수 있는데, 혈사가 일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단목세가의 후인이 출현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무림총이 후환을 우려해 단목세가의 핏줄들을 은밀히 사살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어렵겠는데.’
대화가 길어질수록 진자강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낙양 뒷골목을 통일한 후, 단목 영감의 소원을 들어줄 맘을 먹고 있었는데 주위연이 말한 대로라면, 아무래도 단목세가의 후인을 찾기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대형!”
갑자기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천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진자강은 귀청이 떠나갈 듯한 그 목소리에 잔뜩 인상을 쓰며 강천호를 노려봤다. 강천호는 그 살벌한 눈빛에 살짝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이었다.
“대형, 우리 십 년 만에 만난 거유. 근데 만난 첫날부터 이런 심각한 얘기로 얼굴 찌푸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골치 아픈 얘긴 이제 그만하고 우리 술이나 한잔 걸칩시다. 내가 대형 돌아오면 주려고 꽤 귀한 술을 구해 놨소.”
“귀한 술?”
술이란 한 마디에 진자강의 눈에서 빛이 났다.
열세 살 무렵부터 입에 술을 대기 시작한 그는 당시에 괴물 같은 주량으로 풍월로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그 독하다는 분주도 그에겐 일개 음료수에 불과할 정도로, 그의 주량은 독보적이었다.
“일전에 우리한테 도움을 받았던 암상 하나가 설리주를 보내왔소. 이거 마시면 고민이 한 번에 싹 달아날 거요.”
“그래?”
진자강은 술이 고팠다.
어찌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그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건 술뿐이다.
“갑시다.”
진자강은 강천호에 이끌려 식당으로 향했다.
타다닥타다닥―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식당 안으로 날렵한 신형 하나가 뛰어들어 왔다.
“뭐야?”
한참 술기운에 취해 있던 강천호가 사납게 눈알을 부라렸다.
“천호 형님! 큰일 났습니다.”
“넌 상춘루를 맡고 있는 막동이잖아. 지금 한참 영업 중일 텐데, 여기까진 웬일이야?”
“기습입니다!”
“뭐!”
술이 확 깼다.
강천호는 들고 있던 술병을 바닥에 내던지고 한달음에 막동이 앞으로 몸을 날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읊어 봐.”
“그게 막 상춘루 영업을 개시하려는데, 황우파 놈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저희 애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수적으로 워낙에 달리는 탓에 결국 밖으로 쫓겨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우파…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강천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렇잖아도 마강혁이 맹달 패거리에게 당한 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참이다.
하지만 강천호보다 더 분노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진자강이었다.
“크크크, 이 새끼가 감히 나와의 약속을 어겨. 좋아, 이왕 치르는 전쟁 화끈하게 치러 주지.”
진자강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전신에선 특유의 광기와 살기가 사납게 휘몰아쳤다.
그가 움직이자, 마강혁과 주위연도 얼굴을 굳히며 그 뒤를 따라나섰다.
“자강파의 사업체는 단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부셔라.”
상춘루에 이어, 자강파의 중요 사업체 중 하나인 신풍전장에 황우파의 주먹들이 들이닥쳤다.
신풍전장 안에는 스무 명에 달하는 자강파의 주먹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자강삼룡이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뒷골목의 인재들이었다. 탄탄한 몸과 독기 어린 눈빛. 명성이 자자한 자강삼룡에 못지않았다.
“쳐라!”
와아아―
황보관의 명이 내려짐과 동시에 서른 명에 달하는 황우파의 조직원들이 일제히 앞으로 내달렸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갖가지 연장들이 들려 있었다.
“막아라!”
황우파의 공격에 맞서, 자강파의 주먹들도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황우파의 조직원들과 달리 그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퍼퍼퍽 퍽퍽―
두 무리가 사납게 맞닥뜨렸다.
맨 주먹과 연장, 결과가 뻔해 보이는 전투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연달아 터져 나오는 비명은 자강파가 아닌 황우파의 것이었다.
자강파의 주먹들은 몸에 칼 맞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면에서 칼이 들이치는데도,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칼을 향해 한쪽 팔을 내주며 남은 오른팔로 황우파 조직원의 급소를 노렸다.
“으악―”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비명을 지르는 쪽은 황우파였고, 피를 흘리는 쪽은 자강파였다.
‘독한 새끼들. 대체 애들을 어떻게 교육했기에 저토록 무모하게 달려든단 말인가.’
황보관은 자강파의 주먹들을 보면서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자신도 나름대로 밑의 애들을 강하게 조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강파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강파의 주먹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하지만, 상처가 찢어져 피가 콸콸 쏟아지는데도 그들 중 단 한 명도 신음 소리를 내거나 공격을 멈추는 이가 없었다.
“형님, 이대로 가다간 저희 쪽의 피해가 너무 커집니다. 이쯤에서 저희가 개입해야 할 듯합니다.”
상황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십객 중 한 명이 다급히 황보관에게 소리쳤다.
황보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주저 없이 명을 내렸다.
“전원 공격―”
대기하고 있던 십객이 황보관의 명에 일제히 앞으로 신형을 튕겼다. 앞서 나갔던 황우파의 조직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저 새끼들부터 막아!”
왼팔이 피로 범벅이 된 채로, 육갑이 다급히 소리쳤다.
육갑은 주위연 휘하에 있는 수하 중 하나로, 독기가 예전의 진자강 못지않다 하여 자강파 내에서 소광견이라 불렸다.
우당탕 쾅―
십객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던 자강파의 주먹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십객에겐 상대가 되질 않았다.
순식간에 자강파의 전력이 다섯으로 줄었다.
“모두 내 쪽으로 모여.”
육갑이 피가 새어 나오는 왼팔을 거칠게 옷으로 묶으며, 멀쩡한(?) 동료들을 불렀다.
동료들은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육갑의 주위로 모였다.
“오행진으로 놈들을 막는다.”
육갑을 비롯한 다섯이 오행의 방위를 밟으며 오행진을 빠르게 구축했다.
‘어떻게 저놈들이 오행진을 아는 거지?’
황보관은 두 눈을 의심했다.
오행진은 구파에서 유래된 정통의 합격진이다.
한데 그 오행진을 일개 주먹패 따위가 구현하고 있다. 이건 그의 상식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육갑이 오행진을 발동하면서 전황은 잠시 팽팽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오행진은 철저하게 수비에 치중된 합격진이다.
아무리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십객이라 해도, 돌파가 만만찮았다.
“이익, 모두 비켜라!”
십객이 뜻밖의 오행진 앞에 고전하자, 황보관이 앞으로 나섰다.
황보관은 다른 십객들에 비해 월등한 수준.
그는 육갑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보며, 단전의 내력을 끌어 올렸다.
어렵사리 쌓은 삼십 년의 내공이 가공할 기세로 그의 우권으로 밀려들었다.
‘젠장! 저 주먹은 버티기 힘들 것 같은데.’
황보관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강맹한 기운에 육갑은 입술을 사납게 깨물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버틴 것만도 기적이었다.
오행진의 힘도 힘이었지만, 그의 가공할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박에 부셔 주마!”
황보관이 기세 좋게 오행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의 우권에선 황보세가 전통의 패황신권이 강맹한 위력을 뿜었다.
“흩어져!”
육갑이 황급히 소리쳤다.
황보관의 기세로 보아, 오행진으로 그의 공격을 막기에는 힘겹다 판단한 것이다.
“흥, 그런다고 내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파산격(破散擊)―”
흩어지는 자강파의 주먹들을 보며, 황보관이 매섭게 권격을 날렸다.
진을 파하고 도망치던 자강파의 주먹들이 황보관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했다.
‘비, 빌어먹을! 너무 실력 차가 심해.’
겨우 두 팔을 이용해 일격을 막아낸 육갑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몸을 휘청거렸다.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황보관의 공격을 막아 내기는 했지만, 이 한 방으로 육갑의 내부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제법이군. 내 파산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쓰러지지 않다니. 하지만 이미 적으로 돌아선 이상, 너희 자강파는 내 손에 모두 무너진다.”
황보관은 육갑이 보여 준 불굴의 투지에 감탄하면서도, 주먹을 거두지는 않았다.
어차피 적으로 만난 사이.
아무리 상대가 맘에 들어도 손속에 자비를 베풀 순 없었다.
“이걸로 끝이다.”
황보관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육갑은 힘겹게 다시 두 팔을 정면으로 끌어 올렸지만, 이미 힘이 풀려 버린 두 다리는 황보관의 주먹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워 보였다.
부웅―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육갑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그 눈은 공포에 질린 것이라기보다 순수한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그 사이, 황보관의 주먹이 육갑의 안면에 정확히 꽂혔다.
끈질기게 버티던 육갑도 이번 공격은 버거웠던지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뭐지? 저 미소는?’
쓰러진 육갑을 쳐다보던 황보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인상을 써도 모자랄 판에 정신을 잃은 육갑의 얼굴엔 전에 없던 안도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第四章 반격(1)
바로 그때였다.
조용하던 신풍전장에 갑자기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미 자강파의 주먹들은 모두 쓰러진 상태.
지금 신풍전장 안에서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이들은 황우파의 조직원들뿐이다.
“갑자기 무슨 소란이냐?”
황보관이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십객 중 한 명인 고창성이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저, 적입니다! 저, 적이 안으로 들이… 크악―”
고창수의 뒤통수에 검은 그림자가 작렬했다.
길게 쭉 뻗은 다리였다.
“웬 놈이냐?”
황보관은 낯선 불청객의 등장에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고창성은 십객 중 실력 면으로 따졌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다.
한데, 그런 고창성이 불청객의 발길질 한 방에 무너졌다.
“크크크, 내 집에서 나보고 누구냐고 물어보다니. 너 이 새끼, 낯짝이 꽤나 두꺼운데.”
‘설마?’
황보관의 뇌리에 황보용이 경고했던 한 사내의 이름이 불현듯 스쳤다.
광견이라 불렸던 전설의 싸움꾼, 진자강.
온몸에 솜털이 잔뜩 곤두섰다.
“나란 놈은 말이야, 짐승들처럼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이 무척이나 강해. 내 걸 건드리는 건 그게 여자든 애든, 이 잘난 대명의 하늘이든 용서 못해.”
진자강의 두 눈에 진한 광기가 떠올랐다.
광견으로 변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
황보관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며, 단전의 내력을 잔뜩 끌어 올렸다.
웅혼한 기운이 양팔의 경락을 타고 두 주먹으로 전해졌다.
‘형님은 방심했기에 놈에게 당한 거야. 패황신권이 일개 주먹패 따위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건 말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