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열혈총관 1권(11화)
第四章 반격(2)
황보관은 패황신권의 힘을 믿었다.
수천 년 강호 역사 속에서 패황신권은 당당히 권절십강에 들었다.
권절십강이란 고금 이래로 내려온 수많은 권법들 중에서 그 위력이 독보적인 열 가지 권법을 가리킨다.
정사마도를 가리지 않고 평을 했기에, 강호인들 사이에서 권절십강은 그 신뢰도가 무척이나 높은 편이다.
“네놈이 운 좋게 형님을 이겼을지 모르나, 내 상대는 되지 못한다. 내 진정한 패황신권의 위력을 네놈에게 선보여 주마. 붕천격(崩天擊)―”
주먹을 내뻗자 하늘을 뒤흔드는 굉음이 터진다.
붕천격(崩天擊).
하늘을 부수는 주먹이다.
패황신권의 일곱 개의 초식 중, 가장 강맹한 위력을 뽐낸다. 내공의 소모가 극심한 것이 단점이긴 하나, 일격필살의 기술론 이만한 것이 없었다.
퍼퍼펑―
진자강의 가슴 위로 황보관의 주먹이 작렬했다.
애당초 황보관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었는지 진자강은 그대로 가슴에 공격을 허용했다.
황보관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붕천격을 정면으로 맞고도 무사할 수 있는 이는 강호에 그리 흔치 않았다.
“크크크, 뭐야! 겨우 이거였어.”
“어, 어떻게?”
황보관의 두 눈에 격랑이 일었다.
분명 제 눈으로 붕천격이 진자강의 가슴에 꽂히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 할 진자강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젠 내 차례지?”
진자강이 황보관의 오른팔을 잡아채며, 곧바로 상체를 앞쪽으로 튕겼다. 팔이 봉쇄당한 황보관은 엉거주춤했고, 진자강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자신이 가격당했던 그 부위에 오른 주먹을 찔러 넣었다.
물론, 그 주먹엔 흑암뢰가 잔뜩 발동한 상태.
쿵―
가슴에서 둔탁한 소리가 터진다.
“커,커억―”
황보관의 입에서 절로 신음성이 튀어나온다.
가슴이 쪼개지는 듯한 극통.
“후후, 겨우 이 정도의 공격에 쓰러지면 안 되지.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야.”
진자강은 휘청거리는 황보관의 어깨를 붙잡고,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자신감 넘치던 황보관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공포의 감정이 자리하고, 진자강은 그 눈빛을 즐기며 오른쪽 무릎을 가볍게 차올렸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던 황보관의 복부에 진자강의 무릎이 강하게 꽂혔다.
“쿠웩―”
황보관이 내장 부스러기가 뒤섞인 핏물을 토해 냈다. 무방비 상태로 무릎을 맞은 통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몸 내부에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진자강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팔 대신 머리를 붙잡았다.
“그, 그만……!”
황보관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이제껏 수많은 상대와 싸움을 치러 왔지만, 진자강 같은 무대포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의 애원은 진자강에게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진자강은 황보관의 얼굴 한복판에 무릎을 쳐올렸다.
붉은 핏물과 함께 황보관의 입에서 강냉이들(?)이 분수처럼 공중으로 솟구쳤다.
진자강은 그 모습을 잔인한 미소로 마주하며, 기다렸다는 듯 오른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세차게 요동치는 힘줄의 향연.
퍼퍼퍽 퍽퍽 퍽퍽퍽―
황보관의 몸 구석구석에 진자강의 주먹이 작렬했다.
어찌나 주먹을 휘두르는 게 빠른지 수십 개의 권영이 동시에 황보관의 몸을 두들겼다.
웃으면서 휘두르는 그의 주먹에 자비란 단어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야, 말려야 되는 거 아니냐? 저대로 뒀다간 송장 하나 제대로 치워야 할 것 같은데.”
“너 대형 눈 돌아간 거 안 보이냐! 저 상황에선 우리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대형 맘을 돌릴 수 없어.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게 최선이야.”
진자강이 신들린 주먹질을 해 대는 동안, 장내의 싸움은 이미 끝이 났다.
황보관이 데려온 황우파의 전력은 결코 약한 편이 아니었지만, 강천호를 비롯한 자강삼룡의 싸움 실력은 그들을 압도했다.
황보세가의 후예인 십객과 뒷골목의 경험이 풍부한 자강삼룡.
당연히 처음엔 십객의 우위에 무게가 많이 쏠렸다.
아무리 자강삼룡이 뒷골목 싸움에 능하다고 해도, 십객은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이들이 아닌가.
그런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면서 자강삼룡은 이제까지 보인 바 없는 진짜 힘을 드러냈다.
권, 장, 퇴.
세 사람이 선보이는 각기 다른 절기들.
그들이 본신의 힘을 드러내자, 십객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강삼룡의 실력을 한껏 얕보고 있던 터라, 십객은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그들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를 못했다.
크악크악―
결국, 십객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방심의 대가가 너무도 컸다.
“이 짓도 슬슬 지겹군. 이쯤해서 그만 끝을 내 볼까?”
온몸이 만신창이로 변해 버린 황보관을 보며, 진자강이 오른손을 길게 폈다.
손날검.
손을 검의 그것처럼 만드는 기술인데, 철사장과 같은 외공으로 부단히 손을 단련시켜야 한다.
제대로 단련되지 않은 손으로 함부로 손날검을 사용했다간 손가락뼈가 순식간에 아작 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외공을 익힌 자들만이 이 손날검을 실전에 사용했다.
“잘난 무사 새끼들, 여기만 아작 내면 우리네랑 별반 다를 게 없는 놈들이지.”
진자강의 살기 어린 시선이 황보관의 단전에 꽂혔다.
“아, 안, 안 돼…….”
황보관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진자강에게 애원했다.
단전은 무인의 생명.
그것이 깨지면 황보관의 인생도 끝장이다.
하지만 황보관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진자강은 살기를 거두지 않았다.
“애원해도 소용없어. 적으로 만난 이상, 네놈과 나 한 명은 죽거나 병신이 돼야 해. 물론, 내가 이겼으니 죽는 건 네놈 몫이지. 자, 이 악물어. 배때기에 이게 박히면 꽤나 아플 거야.”
진자강이 오른손을 들었다.
황보관의 두 눈은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고, 그를 따라왔던 황우파의 조직원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간다!”
진자강이 가벼운 기합성을 내지르며, 오른손을 빠르게 앞으로 내찔렀다.
그런데 막 그의 손이 황보관의 단전을 꿰뚫으려 하는 찰나 웅혼한 함성이 신풍전장을 뒤흔들었다.
“멈추시오!”
진자강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황보관의 단전 어림에서 멈춰 섰다.
‘혀, 형님―’
황보관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그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황우파의 두목 황보용이었다.
“그 아이를 용서해 주시오.”
황보용이 진자강의 앞으로 다가왔다.
“흥! 무슨 자격으론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네놈은 이미 나하고 한 약속을 어겼어. 한데, 내가 왜 네놈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거지?”
황보용을 대하는 진자강의 태도는 서늘하다 못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진자강은 낙양을 떠나기 전에 여러 번 작은 조직을 복속시킨 경험이 있다. 그때 그에게 복속된 조직들은 대부분 별 탈 없이 진자강의 휘하로 들어왔다.
한데, 이번에 황우파는 그 약속을 어기고 뻔뻔스럽게 자강파를 공격했다.
진자강의 입장에선 쉬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나, 그 아이는 저와 한 핏줄을 나눴습니다. 제가 대신 그 벌을 당할 터이니, 그 아이는 그쯤해서 풀어 주십시오.”
“혀, 형님, 아, 안 됩니다.”
“아무 소리 마라. 넌 아직 젊다. 황보세가를 재건하려면 어린 너보다는 내가 무공을 잃는 것이 낫다.”
“후후, 눈물 나는 형제애로군. 근데, 어쩌지? 나란 놈은 그런 것에 감정이 휘둘릴 만큼 가슴이 뜨겁지 못하거든. 난 이놈도 네놈도 용서할 수 없어. 이번 싸움으로 애꿎은 우리 애들이 얼마나 다쳤는 줄 알아?”
진자강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황우파의 습격으로 자강파는 전체 전력의 반에 달하는 조직원이 크게 다쳤다.
팔다리가 부러진 건 예사고, 숨이 넘어갈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다행히 빠르게 응급처치를 해서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지만, 진자강은 다친 형제들을 보며 크게 분노했다.
“이놈의 단전의 깨부순 후, 네놈 것도 깨부숴 주겠어. 그때까지 얌전히 거기 서 있어.”
진자강이 다시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털썩―
“무슨 짓이냐?”
“이 황보용, 남은 평생 당신의 종복이 되겠습니다! 죽으라고 하면 죽고, 발이라도 핥으라면 핥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아이만은 선처해 주십시오!”
황보용이 진자강의 발아래 엎드렸다.
말하는 걸 봐서는 당장에라도 진자강이 말만 하면 발이라도 핥을 기세였다.
그 모습에 진자강의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태연한 척해도 꽤나 놀란 모양이다.
“그 아이는 저희 가문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저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제발 그 아이만은 풀어 주십시오!”
황보용은 간곡히 빌고 또 빌었다.
얼마나 머리를 조아리는지 바닥에 부딪힌 이마가 피투성이로 변할 정도였다.
“종이 되겠다는 그 말, 내가 어떻게 믿지?”
진자강이 황보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황보용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 오른손을 진자강에게 내보이며 품속에 왼손을 집어넣었다.
스릉―
잔뜩 날이 선 단도가 황보용의 손에 들려 나왔다.
“종이 하는 일에 손가락 하나 정도는 없어도 되겠지요.”
휘익―
황보용이 거침없이 오른손 검지를 향해 단도를 내리 휘둘렀다.
“혀, 형님―”
황보관의 입에서 찢어지는 절규가 흘러나왔다.
권사에게 있어, 오른손 검지를 자른다는 의미는 무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맹렬한 기세로 아래로 치닫던 단도의 옆구리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땡그랑―
날카로운 충돌음과 함께, 단도가 요란하게 회전하며 벽으로 튕겨 나갔다.
“누가 주인 허락도 없이 몸에 손을 대래? 네놈의 몸은 네 것이 아닌 이 진자강의 것이야. 넌 죽고 싶어도 내 허락 없인 죽지도 못해.”
단도를 튕겨 낸 그림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진자강의 오른발이었다. 아마 조금만 반응이 느렸더라도 황보용의 손가락은 여지없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이 녀석, 데려가.”
진자강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있던 황보관을 바닥에 가볍게 내던졌다.
“용,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황보용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솔직히 아까 때린 걸로 그놈에 대한 앙금은 거의 다 정리했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후, 그렇게 감격해할 것 없어. 식구를 챙기는 건 가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야.”
진자강은 자강파를 조직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여겼다.
자강파의 시작은 초라했다.
진자강과 자강삼룡, 이 넷이 모여 만든 것이 자강파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자강파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세를 빠르게 불려 나갔다.
어느 세력에도 끼지 못하고 시달림만 받고 살던 거리의 부랑아들을 진자강이 대거 받아들인 것이다.
부랑아들 대부분이 싸움하곤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지만, 진자강은 그들을 위해 미친 듯이 싸우고 또 싸웠다. 수가 불어난 만큼 주변 세력의 견제도 심해지고, 소모되는 돈 또한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자강은 그 고생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제 식구로 받아들인 부랑아들을 밖으로 내치지 않았다. 고아로 자라온 그에게 가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역시 대형다워. 사내가 저 정도 배포와 아량은 있어야 진짜 사내지.”
“후후, 그걸 말이라고. 우리가 뭣 때문에 십 년 동안 그 죽을 고생을 하면서 이 자강파를 지킨 건데. 바로 저 모습을 보기 위해서잖아.”
화끈하게 황보용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진자강의 모습에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第四章 반격(2)
황보관은 패황신권의 힘을 믿었다.
수천 년 강호 역사 속에서 패황신권은 당당히 권절십강에 들었다.
권절십강이란 고금 이래로 내려온 수많은 권법들 중에서 그 위력이 독보적인 열 가지 권법을 가리킨다.
정사마도를 가리지 않고 평을 했기에, 강호인들 사이에서 권절십강은 그 신뢰도가 무척이나 높은 편이다.
“네놈이 운 좋게 형님을 이겼을지 모르나, 내 상대는 되지 못한다. 내 진정한 패황신권의 위력을 네놈에게 선보여 주마. 붕천격(崩天擊)―”
주먹을 내뻗자 하늘을 뒤흔드는 굉음이 터진다.
붕천격(崩天擊).
하늘을 부수는 주먹이다.
패황신권의 일곱 개의 초식 중, 가장 강맹한 위력을 뽐낸다. 내공의 소모가 극심한 것이 단점이긴 하나, 일격필살의 기술론 이만한 것이 없었다.
퍼퍼펑―
진자강의 가슴 위로 황보관의 주먹이 작렬했다.
애당초 황보관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었는지 진자강은 그대로 가슴에 공격을 허용했다.
황보관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붕천격을 정면으로 맞고도 무사할 수 있는 이는 강호에 그리 흔치 않았다.
“크크크, 뭐야! 겨우 이거였어.”
“어, 어떻게?”
황보관의 두 눈에 격랑이 일었다.
분명 제 눈으로 붕천격이 진자강의 가슴에 꽂히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 할 진자강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젠 내 차례지?”
진자강이 황보관의 오른팔을 잡아채며, 곧바로 상체를 앞쪽으로 튕겼다. 팔이 봉쇄당한 황보관은 엉거주춤했고, 진자강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자신이 가격당했던 그 부위에 오른 주먹을 찔러 넣었다.
물론, 그 주먹엔 흑암뢰가 잔뜩 발동한 상태.
쿵―
가슴에서 둔탁한 소리가 터진다.
“커,커억―”
황보관의 입에서 절로 신음성이 튀어나온다.
가슴이 쪼개지는 듯한 극통.
“후후, 겨우 이 정도의 공격에 쓰러지면 안 되지.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야.”
진자강은 휘청거리는 황보관의 어깨를 붙잡고,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자신감 넘치던 황보관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공포의 감정이 자리하고, 진자강은 그 눈빛을 즐기며 오른쪽 무릎을 가볍게 차올렸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던 황보관의 복부에 진자강의 무릎이 강하게 꽂혔다.
“쿠웩―”
황보관이 내장 부스러기가 뒤섞인 핏물을 토해 냈다. 무방비 상태로 무릎을 맞은 통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몸 내부에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진자강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팔 대신 머리를 붙잡았다.
“그, 그만……!”
황보관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이제껏 수많은 상대와 싸움을 치러 왔지만, 진자강 같은 무대포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의 애원은 진자강에게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진자강은 황보관의 얼굴 한복판에 무릎을 쳐올렸다.
붉은 핏물과 함께 황보관의 입에서 강냉이들(?)이 분수처럼 공중으로 솟구쳤다.
진자강은 그 모습을 잔인한 미소로 마주하며, 기다렸다는 듯 오른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세차게 요동치는 힘줄의 향연.
퍼퍼퍽 퍽퍽 퍽퍽퍽―
황보관의 몸 구석구석에 진자강의 주먹이 작렬했다.
어찌나 주먹을 휘두르는 게 빠른지 수십 개의 권영이 동시에 황보관의 몸을 두들겼다.
웃으면서 휘두르는 그의 주먹에 자비란 단어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야, 말려야 되는 거 아니냐? 저대로 뒀다간 송장 하나 제대로 치워야 할 것 같은데.”
“너 대형 눈 돌아간 거 안 보이냐! 저 상황에선 우리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대형 맘을 돌릴 수 없어.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게 최선이야.”
진자강이 신들린 주먹질을 해 대는 동안, 장내의 싸움은 이미 끝이 났다.
황보관이 데려온 황우파의 전력은 결코 약한 편이 아니었지만, 강천호를 비롯한 자강삼룡의 싸움 실력은 그들을 압도했다.
황보세가의 후예인 십객과 뒷골목의 경험이 풍부한 자강삼룡.
당연히 처음엔 십객의 우위에 무게가 많이 쏠렸다.
아무리 자강삼룡이 뒷골목 싸움에 능하다고 해도, 십객은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이들이 아닌가.
그런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면서 자강삼룡은 이제까지 보인 바 없는 진짜 힘을 드러냈다.
권, 장, 퇴.
세 사람이 선보이는 각기 다른 절기들.
그들이 본신의 힘을 드러내자, 십객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강삼룡의 실력을 한껏 얕보고 있던 터라, 십객은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그들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를 못했다.
크악크악―
결국, 십객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방심의 대가가 너무도 컸다.
“이 짓도 슬슬 지겹군. 이쯤해서 그만 끝을 내 볼까?”
온몸이 만신창이로 변해 버린 황보관을 보며, 진자강이 오른손을 길게 폈다.
손날검.
손을 검의 그것처럼 만드는 기술인데, 철사장과 같은 외공으로 부단히 손을 단련시켜야 한다.
제대로 단련되지 않은 손으로 함부로 손날검을 사용했다간 손가락뼈가 순식간에 아작 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외공을 익힌 자들만이 이 손날검을 실전에 사용했다.
“잘난 무사 새끼들, 여기만 아작 내면 우리네랑 별반 다를 게 없는 놈들이지.”
진자강의 살기 어린 시선이 황보관의 단전에 꽂혔다.
“아, 안, 안 돼…….”
황보관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진자강에게 애원했다.
단전은 무인의 생명.
그것이 깨지면 황보관의 인생도 끝장이다.
하지만 황보관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진자강은 살기를 거두지 않았다.
“애원해도 소용없어. 적으로 만난 이상, 네놈과 나 한 명은 죽거나 병신이 돼야 해. 물론, 내가 이겼으니 죽는 건 네놈 몫이지. 자, 이 악물어. 배때기에 이게 박히면 꽤나 아플 거야.”
진자강이 오른손을 들었다.
황보관의 두 눈은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고, 그를 따라왔던 황우파의 조직원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간다!”
진자강이 가벼운 기합성을 내지르며, 오른손을 빠르게 앞으로 내찔렀다.
그런데 막 그의 손이 황보관의 단전을 꿰뚫으려 하는 찰나 웅혼한 함성이 신풍전장을 뒤흔들었다.
“멈추시오!”
진자강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황보관의 단전 어림에서 멈춰 섰다.
‘혀, 형님―’
황보관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그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황우파의 두목 황보용이었다.
“그 아이를 용서해 주시오.”
황보용이 진자강의 앞으로 다가왔다.
“흥! 무슨 자격으론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네놈은 이미 나하고 한 약속을 어겼어. 한데, 내가 왜 네놈의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거지?”
황보용을 대하는 진자강의 태도는 서늘하다 못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진자강은 낙양을 떠나기 전에 여러 번 작은 조직을 복속시킨 경험이 있다. 그때 그에게 복속된 조직들은 대부분 별 탈 없이 진자강의 휘하로 들어왔다.
한데, 이번에 황우파는 그 약속을 어기고 뻔뻔스럽게 자강파를 공격했다.
진자강의 입장에선 쉬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나, 그 아이는 저와 한 핏줄을 나눴습니다. 제가 대신 그 벌을 당할 터이니, 그 아이는 그쯤해서 풀어 주십시오.”
“혀, 형님, 아, 안 됩니다.”
“아무 소리 마라. 넌 아직 젊다. 황보세가를 재건하려면 어린 너보다는 내가 무공을 잃는 것이 낫다.”
“후후, 눈물 나는 형제애로군. 근데, 어쩌지? 나란 놈은 그런 것에 감정이 휘둘릴 만큼 가슴이 뜨겁지 못하거든. 난 이놈도 네놈도 용서할 수 없어. 이번 싸움으로 애꿎은 우리 애들이 얼마나 다쳤는 줄 알아?”
진자강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황우파의 습격으로 자강파는 전체 전력의 반에 달하는 조직원이 크게 다쳤다.
팔다리가 부러진 건 예사고, 숨이 넘어갈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다행히 빠르게 응급처치를 해서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지만, 진자강은 다친 형제들을 보며 크게 분노했다.
“이놈의 단전의 깨부순 후, 네놈 것도 깨부숴 주겠어. 그때까지 얌전히 거기 서 있어.”
진자강이 다시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털썩―
“무슨 짓이냐?”
“이 황보용, 남은 평생 당신의 종복이 되겠습니다! 죽으라고 하면 죽고, 발이라도 핥으라면 핥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아이만은 선처해 주십시오!”
황보용이 진자강의 발아래 엎드렸다.
말하는 걸 봐서는 당장에라도 진자강이 말만 하면 발이라도 핥을 기세였다.
그 모습에 진자강의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태연한 척해도 꽤나 놀란 모양이다.
“그 아이는 저희 가문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저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제발 그 아이만은 풀어 주십시오!”
황보용은 간곡히 빌고 또 빌었다.
얼마나 머리를 조아리는지 바닥에 부딪힌 이마가 피투성이로 변할 정도였다.
“종이 되겠다는 그 말, 내가 어떻게 믿지?”
진자강이 황보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황보용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 오른손을 진자강에게 내보이며 품속에 왼손을 집어넣었다.
스릉―
잔뜩 날이 선 단도가 황보용의 손에 들려 나왔다.
“종이 하는 일에 손가락 하나 정도는 없어도 되겠지요.”
휘익―
황보용이 거침없이 오른손 검지를 향해 단도를 내리 휘둘렀다.
“혀, 형님―”
황보관의 입에서 찢어지는 절규가 흘러나왔다.
권사에게 있어, 오른손 검지를 자른다는 의미는 무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맹렬한 기세로 아래로 치닫던 단도의 옆구리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땡그랑―
날카로운 충돌음과 함께, 단도가 요란하게 회전하며 벽으로 튕겨 나갔다.
“누가 주인 허락도 없이 몸에 손을 대래? 네놈의 몸은 네 것이 아닌 이 진자강의 것이야. 넌 죽고 싶어도 내 허락 없인 죽지도 못해.”
단도를 튕겨 낸 그림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진자강의 오른발이었다. 아마 조금만 반응이 느렸더라도 황보용의 손가락은 여지없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이 녀석, 데려가.”
진자강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있던 황보관을 바닥에 가볍게 내던졌다.
“용,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황보용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솔직히 아까 때린 걸로 그놈에 대한 앙금은 거의 다 정리했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후, 그렇게 감격해할 것 없어. 식구를 챙기는 건 가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야.”
진자강은 자강파를 조직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 여겼다.
자강파의 시작은 초라했다.
진자강과 자강삼룡, 이 넷이 모여 만든 것이 자강파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자강파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세를 빠르게 불려 나갔다.
어느 세력에도 끼지 못하고 시달림만 받고 살던 거리의 부랑아들을 진자강이 대거 받아들인 것이다.
부랑아들 대부분이 싸움하곤 거리가 먼 아이들이었지만, 진자강은 그들을 위해 미친 듯이 싸우고 또 싸웠다. 수가 불어난 만큼 주변 세력의 견제도 심해지고, 소모되는 돈 또한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자강은 그 고생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제 식구로 받아들인 부랑아들을 밖으로 내치지 않았다. 고아로 자라온 그에게 가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역시 대형다워. 사내가 저 정도 배포와 아량은 있어야 진짜 사내지.”
“후후, 그걸 말이라고. 우리가 뭣 때문에 십 년 동안 그 죽을 고생을 하면서 이 자강파를 지킨 건데. 바로 저 모습을 보기 위해서잖아.”
화끈하게 황보용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진자강의 모습에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