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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13화)
第四章 반격(4)
“이런 니미럴! 자강파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는 놈이 그런 황당한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고. 너희들은 그걸 보고만 있었던 거야?”
“그게 몇 번이고 말려 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말을 들어 먹어야지요.”
마강혁은 황호를 데리고 있으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을 진자강에게 소상히 얘기했다.
“끄응. 저놈은 대체 누굴 닮은 거야? 제 어미는 태생이 그러해도 제법 기품이 넘쳤었는데.”
진자강은 이마를 감싸 쥐며 한심하단 눈빛으로 황호를 바라봤다.
황호의 어미인 누렁이는 똥개였지만, 풍월로 내에서 인기 만점의 암컷이었다.
똥빛보다는 금빛에 가까운 털에, 날렵하게 쭉 뻗은 다리와 엉덩이. 누렁이가 한 번 풍월로에 떴다 하면, 풍월로 전체가 크게 들썩였다. 누렁이를 보기 위해 대로로 달려 나온 개들로 견산견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놈의 씨가 문제인가?’
진자강은 황호의 아비를 떠올렸다.
그가 기억하기로 누렁이와 배를 맞춘 녀석은 늑대였다.
온몸이 새하얀 털로 뒤덮인 설랑이었는데, 덩치가 웬만한 송아지보다 더 컸다.
‘그놈, 늑대 주제에 눈빛이 꽤나 건방졌었지.’
진자강이 설랑과 눈이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늑대 주제에 설랑은 진자강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도 고개를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그 모습에 너무 열이 받아 한바탕 하려고 했는데, 설랑의 주인 때문에 그것이 무산됐다.
설랑의 주인은 무사였다.
그것도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삼류무사가 아니라, 진짜 무사였다.
웬만한 무사 앞에선 기가 죽지 않는 진자강인데 그 주인 앞에선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위축됐다.
“젠장! 그때를 떠올리니까 괜히 열불이 나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놈이었는데.”
진자강은 그때 만났던 설랑의 주인을 떠올리며 갑자기 전의를 뜨겁게 불태웠다.
당시엔 일개 어린 주먹패에 불과했기에 고개를 숙였지만, 진짜 힘을 가지게 된 지금은 달랐다. 언제라도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만 한다면, 그때의 굴욕을 되갚아줄 수 있을 터였다.
“천호!”
“네, 대형!”
“그 녀석 바닥에 내려놔.”
“그게 무슨?”
“이제까지의 나약하고 한심했던 황호는 잊어. 내가 돌아온 이상, 황호의 그런 모습을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해.”
“대형, 이 녀석 상처를 봐요! 이대로 뒀다간 죽을 지도 몰라요.”
“겨우 그 정도에 죽는다면 어쩔 수 없지.”
“대, 대형!”
모두가 놀란 얼굴로 진자강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금 누가 봐도 황호의 상처는 극심했다. 다른 건 몰라도, 출혈이 너무 심했다.
당장 상처를 꿰매고 지혈을 하지 않는다면, 한 시진도 못가 죽고 말 것이다.
“내 입에서 똑같은 말 두 번 나오게 하지 마라! 천호, 당장 그 녀석 바닥에 내려놔!”
진자강이 서슬 파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기세에 눌린 강천호는 어쩔 수 없이 상처투성이의 황호를 길 위에 내려놨다.
끼잉끼잉―
황호가 애처로운 눈길로 강천호를 쳐다봤다.
진자강이 자리를 비운 동안, 황호는 강천호가 전담해서 돌봤다. 그런 탓에, 강천호에게 가지는 황호의 마음은 각별했다.
‘미안하다. 대형이 저리 나오는데, 나라고 별 수 있냐! 부디 명복을 비마.’
강천호는 애써 황호의 눈길을 외면했다.
“어쭈,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그래, 어디 간만에 똥개 훈련 좀 제대로 시켜 보자.”
휘익―
깨개갱―
황호가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느닷없이 진자강이 황호의 머리통을 향해 돌멩이를 걷어찬 것이다.
“맞아 죽기 싫으면 뛰어라! 중간에 멈추면 넌 내 손에 뒈진다! 어서 뛰어!”
진자강이 사납게 윽박지르며 황호를 집 쪽으로 몰았다.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황호는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록새록 황호의 머릿속엔 어렸을 때 잊고 지내던 진짜 주인의 기억이 떠올랐다.
타다닥 타다닥―
황호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어떻게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는지, 단숨에 황호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와아, 황호가 저렇게 빨랐었나?”
“그러게. 저 녀석 저런 모습 처음인데.”
“후후, 대형이 돌아왔잖냐. 녀석도 눈치가 있으니 알아서 기는 거겠지. 앞으로 황호 녀석이 어찌 변할지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걸.”
저 멀리 사라지는 황호의 뒷모습을 쫓으며, 자강삼룡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까?
황호에게 닥친 악몽이 조만간 그들도 덮칠 거란 걸.
깨개갱 깽깽깽 깨개갱 깽깽―
이른 아침부터 개소리가 요란하다.
“아, 아침부터 왜 이리 짖어 대는 거야?”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자강삼룡이 동시에 잠에서 깼다.
지난밤 거하게 술이 취했던 터라, 아직도 그들의 정신은 몽롱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싸늘한 겨울바람이 방 안으로 몰아치고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대, 대형.”
느닷없는 진자강의 출현에 자강삼룡이 황급히 침상에서 뛰어내렸다.
“오늘부터 특훈이다.”
“특훈이라뇨?”
모두의 얼굴에 당혹스런 빛이 떠올랐다.
황우파와의 전쟁이 끝난 게 바로 어제다. 이제 겨우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난데없이 특훈이라니.
“왜 특훈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
“…….”
“연이―”
“네에, 대형!”
“셋 중에서 네가 제일 똑똑하니까, 한 번 이유를 추론해 봐. 정확히 맞추면 넌 오늘 특훈에서 열외야.”
진자강의 눈빛이 주위연을 향했다.
주위연은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하면서도, 좋은 머리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대형은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일 사람이 아니야. 갑자기 특훈을 지시한 걸 보면,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뭔가가 그 싸움에서 있었던 걸 거야.’
주위연은 신풍전장에서 있었던 황우파와의 싸움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기억의 주는 그였지만, 강천호와 마강혁에 대한 기억도 틈틈이 튀어나왔다.
‘뭐지? 대체 뭐가 대형의 맘을 상하게 한 거지?’
몇 번이고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주위연은 마땅한 이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어때? 생각이 좀 났냐?”
진자강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대형! 그냥 특훈 받겠습니다.”
주위연이 답을 포기했다.
그러자 진자강은 시선을 마강혁과 강천호에게로 돌렸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물음을 던진 것이다.
“윽, 모르겠어요. 그냥 저도 위연이랑 같이 특훈 받을래요.”
강천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위연의 옆으로 갔다.
원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강천호다. 싫어하는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몸을 굴리는 게 그로선 더 나은 선택이었다.
‘크크크, 위연이 놈은 머리를 너무 굴려서 탈이고 천호 녀석은 머리를 너무 안 굴려서 탈이지. 이 문제의 답은 아주 간단해.’
홀로 남은 마강혁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둘이 포기한 답을 찾아낸 모양이다.
“대형, 이 문제의 답은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없어요.”
“호오, 자신감이 넘치는데. 좋아, 답이 뭔데?”
진자강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마강혁은 조금 뜸을 들인 뒤, 이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第五章 낙양쟁패의 서막(1)
“특훈의 이유는 하나. 바로, 대형이 일찍 일어났다는 거예요.”
‘아차!’
주위연의 얼굴에 낭패감이 스쳐 갔다.
마강혁의 답을 듣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은 것이다.
“크크크, 그놈의 눈치발은 여전하구나. 처음 약속대로 강혁이는 아침 특훈에서 열외다.”
마강혁의 답은 정확히 진자강이 가지고 있던 답과 일치했다.
남들이 들었을 땐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일지 모르나, 진자강은 일반인들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이다.
진자강은 절대자의 기질을 타고 났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그는 제멋대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진리요, 자신이 행하는 것이 곧 법이다.
나라에서 정한 국법이나 강호인들이 흔히 부르짖는 정의 따위는 그에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오늘 특훈만 해도 그렇다.
보통의 사람들 같으면 특훈을 할 때, 정신 수양이나 육체 단련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한다.
하지만, 그의 이유는 단순하다.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이 없고 심심하다는 거, 그게 전부다.
“와아, 강혁이 너 되게 똑똑하다. 어떻게 그런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맞출 수가 있냐!”
“자식아, 이게 다 평소의 독서 습관 탓 아니겠냐. 너도 무식하게 주먹질만 해 대지 말고, 틈나는 대로 책 좀 읽어.”
마강혁은 정답을 맞힌 것에 한 것 고무돼, 강천호에게 시답잖은 설교를 늘어놨다.
그의 독서는 지극히 한 분야에 편중돼 있다. 그 분야는 바로 춘서.
춘서는 남녀 간의 애정사를 뜨겁게 묘사한 글들로서, 뒷골목에서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주요 고객은 기녀들과 주먹패들이지만, 간혹 가다가 신분을 숨긴 고관대작의 자제들도 춘서를 찾곤 한다.
가격은 그 작가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 마강혁이 즐겨 읽는 <만두부인>의 경우 권당 은자 한 냥을 호가한다.
‘나도 찾지 못한 답을 혁이가 찾아내다니. 그동안 내가 헛공부를 했구나.’
마강혁이 강천호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동안, 주위연은 뼛속 깊이 스스로의 학문에 대해 반성했다.
주위연은 먹물파 주먹이다.
책이라면 경을 치는 다른 주먹들과 달리, 그는 하루도 품에서 책을 떼어 놓지 않았다.
물론, 마강혁이 읽는 춘서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책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연은 머리가 좋다.
그 좋은 머리 덕분에 자강파가 운영하는 사업체들은 하나같이 그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진자강이 빠져 있던 십 년 동안 자강파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위연, 강천호! 특훈 시작이다. 일단, 이것들부터 차라.”
잡담이 길어지자, 진자강이 중간에 말을 끊으며 강천호와 주위연에게 묵직한 주머니를 던졌다.
주머니 안에는 철환이 들어 있었다.
양쪽 손목과 양쪽 발목에 사이좋게 차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 무게가 족히 스무 근은 넘어 보였다.
“간만에 몸 좀 제대로 풀겠는데.”
강천호가 철환을 차면서 환하게 웃었다.
특훈이라고 했는데도 그의 얼굴에선 긴장된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주위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
그는 자강삼룡 중에서 가장 체력이 떨어졌다.
물론 일반적인 기준에선 그의 체력도 괴물급이었지만, 다른 두 사람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자, 가볍게 몸 풀기부터 들어간다.”
두 사람이 철환을 모두 착용하자, 진자강이 기다렸다는 듯 특훈을 시작했다.
처음은 가벼운 달리기.
연무장 외곽을 스무 바퀴 정도 도는 것인데, 둘 모두 어렵지 않게 돌았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몸풀기에 불과했고 진짜 특훈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한 손가락 팔굽혀펴기.
한 팔 물구나무서기.
철환 네 개 한쪽 손목에 차고 정권 지르기.
철한 네 개 한쪽 발목에 차고 발차기.
…….
“헉헉헉―”
격한 숨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진다.
특훈을 자신했던 강천호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사라지고, 굵은 땀방울이 온몸을 적셨다.
적당히 중간에 쉬어줄 만도 한데, 진자강은 적당히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독하게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第四章 반격(4)
“이런 니미럴! 자강파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는 놈이 그런 황당한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고. 너희들은 그걸 보고만 있었던 거야?”
“그게 몇 번이고 말려 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말을 들어 먹어야지요.”
마강혁은 황호를 데리고 있으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을 진자강에게 소상히 얘기했다.
“끄응. 저놈은 대체 누굴 닮은 거야? 제 어미는 태생이 그러해도 제법 기품이 넘쳤었는데.”
진자강은 이마를 감싸 쥐며 한심하단 눈빛으로 황호를 바라봤다.
황호의 어미인 누렁이는 똥개였지만, 풍월로 내에서 인기 만점의 암컷이었다.
똥빛보다는 금빛에 가까운 털에, 날렵하게 쭉 뻗은 다리와 엉덩이. 누렁이가 한 번 풍월로에 떴다 하면, 풍월로 전체가 크게 들썩였다. 누렁이를 보기 위해 대로로 달려 나온 개들로 견산견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놈의 씨가 문제인가?’
진자강은 황호의 아비를 떠올렸다.
그가 기억하기로 누렁이와 배를 맞춘 녀석은 늑대였다.
온몸이 새하얀 털로 뒤덮인 설랑이었는데, 덩치가 웬만한 송아지보다 더 컸다.
‘그놈, 늑대 주제에 눈빛이 꽤나 건방졌었지.’
진자강이 설랑과 눈이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늑대 주제에 설랑은 진자강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도 고개를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그 모습에 너무 열이 받아 한바탕 하려고 했는데, 설랑의 주인 때문에 그것이 무산됐다.
설랑의 주인은 무사였다.
그것도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삼류무사가 아니라, 진짜 무사였다.
웬만한 무사 앞에선 기가 죽지 않는 진자강인데 그 주인 앞에선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위축됐다.
“젠장! 그때를 떠올리니까 괜히 열불이 나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놈이었는데.”
진자강은 그때 만났던 설랑의 주인을 떠올리며 갑자기 전의를 뜨겁게 불태웠다.
당시엔 일개 어린 주먹패에 불과했기에 고개를 숙였지만, 진짜 힘을 가지게 된 지금은 달랐다. 언제라도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만 한다면, 그때의 굴욕을 되갚아줄 수 있을 터였다.
“천호!”
“네, 대형!”
“그 녀석 바닥에 내려놔.”
“그게 무슨?”
“이제까지의 나약하고 한심했던 황호는 잊어. 내가 돌아온 이상, 황호의 그런 모습을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해.”
“대형, 이 녀석 상처를 봐요! 이대로 뒀다간 죽을 지도 몰라요.”
“겨우 그 정도에 죽는다면 어쩔 수 없지.”
“대, 대형!”
모두가 놀란 얼굴로 진자강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금 누가 봐도 황호의 상처는 극심했다. 다른 건 몰라도, 출혈이 너무 심했다.
당장 상처를 꿰매고 지혈을 하지 않는다면, 한 시진도 못가 죽고 말 것이다.
“내 입에서 똑같은 말 두 번 나오게 하지 마라! 천호, 당장 그 녀석 바닥에 내려놔!”
진자강이 서슬 파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기세에 눌린 강천호는 어쩔 수 없이 상처투성이의 황호를 길 위에 내려놨다.
끼잉끼잉―
황호가 애처로운 눈길로 강천호를 쳐다봤다.
진자강이 자리를 비운 동안, 황호는 강천호가 전담해서 돌봤다. 그런 탓에, 강천호에게 가지는 황호의 마음은 각별했다.
‘미안하다. 대형이 저리 나오는데, 나라고 별 수 있냐! 부디 명복을 비마.’
강천호는 애써 황호의 눈길을 외면했다.
“어쭈,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그래, 어디 간만에 똥개 훈련 좀 제대로 시켜 보자.”
휘익―
깨개갱―
황호가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느닷없이 진자강이 황호의 머리통을 향해 돌멩이를 걷어찬 것이다.
“맞아 죽기 싫으면 뛰어라! 중간에 멈추면 넌 내 손에 뒈진다! 어서 뛰어!”
진자강이 사납게 윽박지르며 황호를 집 쪽으로 몰았다.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황호는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록새록 황호의 머릿속엔 어렸을 때 잊고 지내던 진짜 주인의 기억이 떠올랐다.
타다닥 타다닥―
황호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어떻게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는지, 단숨에 황호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와아, 황호가 저렇게 빨랐었나?”
“그러게. 저 녀석 저런 모습 처음인데.”
“후후, 대형이 돌아왔잖냐. 녀석도 눈치가 있으니 알아서 기는 거겠지. 앞으로 황호 녀석이 어찌 변할지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걸.”
저 멀리 사라지는 황호의 뒷모습을 쫓으며, 자강삼룡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까?
황호에게 닥친 악몽이 조만간 그들도 덮칠 거란 걸.
깨개갱 깽깽깽 깨개갱 깽깽―
이른 아침부터 개소리가 요란하다.
“아, 아침부터 왜 이리 짖어 대는 거야?”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자강삼룡이 동시에 잠에서 깼다.
지난밤 거하게 술이 취했던 터라, 아직도 그들의 정신은 몽롱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싸늘한 겨울바람이 방 안으로 몰아치고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대, 대형.”
느닷없는 진자강의 출현에 자강삼룡이 황급히 침상에서 뛰어내렸다.
“오늘부터 특훈이다.”
“특훈이라뇨?”
모두의 얼굴에 당혹스런 빛이 떠올랐다.
황우파와의 전쟁이 끝난 게 바로 어제다. 이제 겨우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난데없이 특훈이라니.
“왜 특훈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
“…….”
“연이―”
“네에, 대형!”
“셋 중에서 네가 제일 똑똑하니까, 한 번 이유를 추론해 봐. 정확히 맞추면 넌 오늘 특훈에서 열외야.”
진자강의 눈빛이 주위연을 향했다.
주위연은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하면서도, 좋은 머리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대형은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일 사람이 아니야. 갑자기 특훈을 지시한 걸 보면,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뭔가가 그 싸움에서 있었던 걸 거야.’
주위연은 신풍전장에서 있었던 황우파와의 싸움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기억의 주는 그였지만, 강천호와 마강혁에 대한 기억도 틈틈이 튀어나왔다.
‘뭐지? 대체 뭐가 대형의 맘을 상하게 한 거지?’
몇 번이고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주위연은 마땅한 이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어때? 생각이 좀 났냐?”
진자강이 물었다.
“죄송합니다. 대형! 그냥 특훈 받겠습니다.”
주위연이 답을 포기했다.
그러자 진자강은 시선을 마강혁과 강천호에게로 돌렸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물음을 던진 것이다.
“윽, 모르겠어요. 그냥 저도 위연이랑 같이 특훈 받을래요.”
강천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위연의 옆으로 갔다.
원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강천호다. 싫어하는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몸을 굴리는 게 그로선 더 나은 선택이었다.
‘크크크, 위연이 놈은 머리를 너무 굴려서 탈이고 천호 녀석은 머리를 너무 안 굴려서 탈이지. 이 문제의 답은 아주 간단해.’
홀로 남은 마강혁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둘이 포기한 답을 찾아낸 모양이다.
“대형, 이 문제의 답은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없어요.”
“호오, 자신감이 넘치는데. 좋아, 답이 뭔데?”
진자강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마강혁은 조금 뜸을 들인 뒤, 이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第五章 낙양쟁패의 서막(1)
“특훈의 이유는 하나. 바로, 대형이 일찍 일어났다는 거예요.”
‘아차!’
주위연의 얼굴에 낭패감이 스쳐 갔다.
마강혁의 답을 듣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은 것이다.
“크크크, 그놈의 눈치발은 여전하구나. 처음 약속대로 강혁이는 아침 특훈에서 열외다.”
마강혁의 답은 정확히 진자강이 가지고 있던 답과 일치했다.
남들이 들었을 땐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일지 모르나, 진자강은 일반인들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이다.
진자강은 절대자의 기질을 타고 났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그는 제멋대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진리요, 자신이 행하는 것이 곧 법이다.
나라에서 정한 국법이나 강호인들이 흔히 부르짖는 정의 따위는 그에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오늘 특훈만 해도 그렇다.
보통의 사람들 같으면 특훈을 할 때, 정신 수양이나 육체 단련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한다.
하지만, 그의 이유는 단순하다.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이 없고 심심하다는 거, 그게 전부다.
“와아, 강혁이 너 되게 똑똑하다. 어떻게 그런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맞출 수가 있냐!”
“자식아, 이게 다 평소의 독서 습관 탓 아니겠냐. 너도 무식하게 주먹질만 해 대지 말고, 틈나는 대로 책 좀 읽어.”
마강혁은 정답을 맞힌 것에 한 것 고무돼, 강천호에게 시답잖은 설교를 늘어놨다.
그의 독서는 지극히 한 분야에 편중돼 있다. 그 분야는 바로 춘서.
춘서는 남녀 간의 애정사를 뜨겁게 묘사한 글들로서, 뒷골목에서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주요 고객은 기녀들과 주먹패들이지만, 간혹 가다가 신분을 숨긴 고관대작의 자제들도 춘서를 찾곤 한다.
가격은 그 작가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 마강혁이 즐겨 읽는 <만두부인>의 경우 권당 은자 한 냥을 호가한다.
‘나도 찾지 못한 답을 혁이가 찾아내다니. 그동안 내가 헛공부를 했구나.’
마강혁이 강천호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동안, 주위연은 뼛속 깊이 스스로의 학문에 대해 반성했다.
주위연은 먹물파 주먹이다.
책이라면 경을 치는 다른 주먹들과 달리, 그는 하루도 품에서 책을 떼어 놓지 않았다.
물론, 마강혁이 읽는 춘서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책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연은 머리가 좋다.
그 좋은 머리 덕분에 자강파가 운영하는 사업체들은 하나같이 그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진자강이 빠져 있던 십 년 동안 자강파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위연, 강천호! 특훈 시작이다. 일단, 이것들부터 차라.”
잡담이 길어지자, 진자강이 중간에 말을 끊으며 강천호와 주위연에게 묵직한 주머니를 던졌다.
주머니 안에는 철환이 들어 있었다.
양쪽 손목과 양쪽 발목에 사이좋게 차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 무게가 족히 스무 근은 넘어 보였다.
“간만에 몸 좀 제대로 풀겠는데.”
강천호가 철환을 차면서 환하게 웃었다.
특훈이라고 했는데도 그의 얼굴에선 긴장된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주위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
그는 자강삼룡 중에서 가장 체력이 떨어졌다.
물론 일반적인 기준에선 그의 체력도 괴물급이었지만, 다른 두 사람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자, 가볍게 몸 풀기부터 들어간다.”
두 사람이 철환을 모두 착용하자, 진자강이 기다렸다는 듯 특훈을 시작했다.
처음은 가벼운 달리기.
연무장 외곽을 스무 바퀴 정도 도는 것인데, 둘 모두 어렵지 않게 돌았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몸풀기에 불과했고 진짜 특훈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한 손가락 팔굽혀펴기.
한 팔 물구나무서기.
철환 네 개 한쪽 손목에 차고 정권 지르기.
철한 네 개 한쪽 발목에 차고 발차기.
…….
“헉헉헉―”
격한 숨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진다.
특훈을 자신했던 강천호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사라지고, 굵은 땀방울이 온몸을 적셨다.
적당히 중간에 쉬어줄 만도 한데, 진자강은 적당히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독하게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