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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16화)
第五章 낙양쟁패의 서막(4)


“황룡문이 왜 우리쪽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거요?”
“본문의 소주께서 놈에게 당하셨소.”
“그게 무슨?”
조치우가 진자강에 쥐어 터진 사건은 철저히 은폐되어 있었다. 소문이 퍼지면 황룡문에 망신이 될 것이 훤하기에 조만석이 진송으로 하여금 소문을 차단토록 한 것이다.
진송은 사정을 모르는 그에게 일전에 조치우가 진자강에게 당했던 일들을 소상히 밝혔다.
“오호, 그런 일이 있었구려.”
“네. 그 일로 문주님께서 많이 심기가 불편하십니다.”
‘크크크, 불편할 만도 하겠지.’
“난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소. 하니, 황룡문이 본회에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말해 보시오.”
“진자강을 제거해 주십시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송이 답했다.
이미 답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모진국은 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 뒤, 모진국이 입을 열었다.
“제안은 고맙지만, 거절하겠소.”
모진국의 답은 뜻밖이었다.
이에 진송도 꽤나 당황한 듯 급하게 말을 이었다.
“모 회장님, 성급한 결정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오. 내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자강파는 큰 피를 보지 않고 황우파를 흡수했소. 황우파의 전력은 본회의 전력에 육박하는 바, 그 전력이 고스란히 자강파에 흡수됐다고 하면 이번 싸움은 우리에게 결코 득이 될 수 없소.”
모진국은 진송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자신의 뜻을 강경하게 전했다.
‘이 여우같은 놈. 이 싸움에서 제 놈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속셈이겠지?’
진송은 모진국의 속내를 훤히 꿰뚫었다.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모진국은 지극히 계산적인 놈이었다. 득보다 실이 큰 싸움은 절대하지 않고, 아무리 눈앞에 먹음직스런 먹이가 놓여 있어도 쉽사리 달려들지 않았다.
“모 회장님! 한 번만 더 생각을 재고해 주시지요. 본문의 문주님께서 회장님이 결단을 내리기만 하시면, 본문의 정예들을 은밀히 파견해 주신다 약조하셨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물론입니다.”
“음… 황룡문에서 도와준다면 승산이 많이 올라가기는 할 텐데, 총관의 말만 믿고 움직이기엔 위험부담이 크오.”
‘이 인간이 정말―’
진송의 눈 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자신은 대황룡문의 총관이다.
아무리 곤룡회가 낙양 뒷골목에선 큰 힘을 발휘한다 해도, 황룡문에는 결코 미치지 못했다.
‘으드득! 참자, 참아. 괜히 여기서 성질냈다가 일이 틀어지면 골치 아파진다. 문주 성격에 날 생으로 잡아먹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진송은 성질 더러운 문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애써 들끓는 심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하면 뭘 원하십니까?”
“방금 한 말을 문서로 남겨 주시오.”
“굳이 그렇게까지…….”
“뭐든지 확실한 게 좋은 법이오.”
“음… 좋습니다. 회장님이 그토록 원하시는 일이니, 이 자리에서 바로 작성을 해 드리지요.”
결국, 진송은 모진국의 요구대로 황룡문의 지원을 약속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모진국은 약정서의 효력을 더하기 위해, 문서 작성이 끝나자 잽싸게 진송의 지장까지 받아 냈다.
“하하하, 대황룡문과 손을 잡게 되다니 이거 정말 영광이오. 앞으로 잘해 봅시다.”
원하던 물건을 얻자 모진국의 태도가 확 돌변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종일관 까칠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근감을 표했다.
‘빌어먹을 놈.’
진송은 속으로 욕을 해 댔지만, 그의 얼굴은 속내와 다르게 환한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


“헉헉헉―”
“이거 동작 봐라. 빠릿빠릿 못 움직이나!”
이른 아침부터 집안이 소란스럽다.
소란의 근원지는 앞마당.
앞마당에선 한참 특훈이 진행 중이었다. 내기에서 진 대가로, 진자강의 진두지휘 아래 자강삼룡이 모두 특훈에 참여하고 있었다.
“대, 대형!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죽을 판입니다.”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죽는다는 소리 나오지! 횟수를 두 배로 올린다.”
“대형―”
자강삼룡이 다급히 진자강을 불렀다.
그들의 얼굴색은 그야말로 파리함 그 자체였다.
특훈의 명목으로 시작된 훈련은 이른 새벽부터 이뤄졌다. 평소 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그들은 눈꼽을 뗄 여유도 없이 바로 땅 위를 굴러야 했다.
훈련 내용은 단순했다. 팔과 다리의 근력을 기르는 운동 위주로 진행됐는데, 처음엔 세 명 다 수월하게 훈련을 해냈다.
하지만 단순한 훈련이라고 무시할 게 못됐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저도 모르게 입안이 타고 팔과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잠시 숨을 돌릴 여유라도 주어진다면 어떻게 버텨 볼 텐데, 진자강의 특훈엔 휴식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으… 대형이 없을 때가 좋았는데.’
‘배고파 죽을 것 같아.’
‘오늘은 첫 훈련이라 몸이 고된 거야. 내일은 몸이 적응할 테니 조금만 참자.’
세 사람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길 한참여, 마침내 진자강의 입에서 훈련 종료라는 반가운 말이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듣기 무섭게 세 사람은 제자리에 쓰러졌다.
말할 기운도 없고, 숨을 쉬는 것조차도 버겁기 그지없었다.
“다들 못 본 사이에 체력이 많이 약해졌는걸. 겨우 두 시진 훈련한 것 가지고 이렇게 녹초가 되면 어떡해? 진짜 특훈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이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은데, 진짜 특훈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니.
“대, 대형! 시간도 많은데 그 특훈이라는 거 좀 천천히 하면 안 됩니까? 과유불가라고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마강혁이 되도 않는 문자를 써 가며 진자강을 설득했다.
진짜 이런 식으로 훈련을 받다가는 하루도 제 명에 살지 못할 것 같았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너처럼 꾀부리는 걸 좋아하는 놈들이 만든 변명에 불과해. 우리 인간의 몸은 쇠와 같아. 쇠를 망치로 열 번, 백 번, 천 번 이상 두들기면 바위라도 단숨에 잘라 버릴 수 있는 명검이 되는 것처럼, 너희들의 몸도 굴리고 또 굴리면 지금보다 더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져.”
‘니미, 난 지금 이 몸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데.’
‘대형의 말재간이 예전보다 더 능숙해졌어. 이러면 반박할 말이 찾기도 힘든데.’
‘훈련이고 뭐고 일단 밥부터.’
진자강의 말에 세 사람은 제각각의 표정을 보였다.
그 표정 속에는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후후, 자식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변했네. 강혁이 투덜대는 거나, 위연이 진지한 척하는 거나, 천호 밥 밝히는 거나. 다 그때랑 똑같아.’
진자강은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지나간 과거를 추억했다.
십 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 버렸지만 그의 뇌리에는 어릴 때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멍멍 멍멍―
상념에 젖어 있는 사이, 황호가 요란하게 식사 시간을 알렸다.
순간 세 사람의 눈동자가 동시에 황호를 향했다.
‘이게 다 저 웬수같은 황호 때문이야.’
세 쌍의 눈동자에 일제히 살기가 어렸다.
황호는 본능적으로 그 살기를 읽었는지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사방을 경계했다.



第六章 과거의 인연(1)


“이야, 여기가 진짜 단목세가가 있던 자리가 맞는 거야?”
이른 아침.
평소보다 잠이 일찍 깬 진자강은 운동 삼아 단목세가가 자리하고 있던 통천로를 찾았다.
통천로는 단목세가가 건재할 당시만 해도, 낙양 제일의 관도였다. 통천로는 세가를 찾아오는 무인들로 항시 붐볐고, 그 무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치들도 끊임없이 통천로를 찾았다.
하지만 단목세가가 혈겁에 휘말리면서 통천로의 옛 명성을 완전히 잃었다.
피로 물든 통천로를 사람들은 일부러 돌아서 지나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인적이 뚝 끊겼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군.”
흉물스런 잔해만 남아 있는 단목세가의 터를 보며, 진자강은 발걸음을 옮겼다.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진자강은 이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단목세가의 터는 넓었다.
한참을 걸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넓디넓은 땅에 새로 건물을 세우려면 돈 장난 아니게 들겠는데. 자강파가 벌어들이는 수입으론 어림도 없겠어.”
진자강은 끝도 없이 펼쳐진 주변의 터를 보며 혼잣말로 읊조렸다.
그는 내심 단목승의 유언이 맘에 걸렸다.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평소엔 조직 일에만 몰두했지만, 이렇게 가끔씩 신경이 쓰였다.
특히, 말로만 들었던 단목세가의 몰락을 보고 있자니 맘이 많이 착잡했다.
“단목 영감! 당장은 영감 소원을 들어주긴 힘들 것 같아. 내가 돈은 좀 버는 편인데, 영감의 가문을 재건하는 건 솔직히 버거울 것 같거든. 나중에 동문, 서문, 남문까지 모두 이 손아귀에 넣게 되면 그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게.”
진자강은 후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단목세가의 터를 떠나 가는 그의 등 뒤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떠올랐다.

***


즐거운(?) 아침 식사 시간.
어제의 고된 훈련으로 눈 밑이 검게 가라앉은 세 사람이 식당에 모습을 비쳤다.
“어서들 와라.”
먼저 식사를 하고 있던 진자강이 그들을 반겼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진자강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토, 통돼지다!”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진자강 앞에 놓여 있던 통돼지 구이에 꽂혔다. 어제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서인지 지난밤에 배고픔으로 잠을 설쳐야 했던 그들이다.
“잘 먹겠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사람이 동시에 통돼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침없는 그들의 손길에 통돼지의 살점이 거칠게 찢겨 나갔다.
우적우적―
게걸스럽게도 먹어 댄다.
손에 기름이 묻고, 탁자 위에 살 부스러기가 어지럽게 널렸지만 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돼지 한 마리가 식탁에서 사라졌다.
제법 큰 덩치를 자랑하는 통돼지였는데, 특훈으로 독이 올라 있는 그들의 식욕은 감당이 불가능했다.
꺼억―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다리 하나만 더 뜯었으면 좋겠는데.”
통돼지를 시원하게 뱃속으로 처리한 세 사람이 부풀어 오른 배를 가볍게 두드리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땀 흘린 뒤에 먹는 밥이 진미라고 하더니, 그 옛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대형! 이 좋은 훈련을 꼭 우리만 받아야 하는 겁니까?”
마강혁이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강해지는 거라면 저희뿐만 아니라 자강파 식구 모두가 꿈꾸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 특훈이라는 거, 우리 애들도 같이 받았으면 하는데요.”
‘저 녀석, 또 잔머리 굴리기 시작하는군.’
진자강은 마강혁의 꼼수를 단박에 알아챘다.
마강혁은 몸이 고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싸움을 할 때도 그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의 급소를 노렸다. 단순하고 거칠게 싸우는 강천호와는 그야말로 정반대의 성향이었다.
그런 성향 탓에 마강혁은 이번 특훈이 정말 지옥처럼 느껴졌다. 달랑 셋이서 받는 훈련이다 보니 요령을 피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야말로 그에겐 진퇴유곡의 시간이었다.
“인마, 이번 특훈은 너희들이 아니면 감당하기 버거운 강도야.”
진자강은 마강혁의 속내를 아는지라 단박에 그의 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쉬이 물러날 마강혁이 아니다.
“대형, 아까 대형 입으로 분명히 쇠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강해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야…….”
마강혁의 반문에 진자강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분위기가 자기 쪽으로 넘어오자 마강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다음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