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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17화)
第六章 과거의 인연(2)


“대형이 없는 십 년 동안 저희 나름대로 애들 강하게 키웠습니다. 이 정도 특훈에 겁을 집어먹을 거였으면 진즉에 자강파란 이름을 버리고 다른 조직으로 도망쳤을 겁니다.”
마강혁은 수려한 말발을 자랑하며 진자강의 정신을 쏙 빼놨다.
‘어떡한다? 그냥 녀석 말대로 해볼까!’
진자강은 잠시 고민했다.
마강혁의 말대로 특훈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특훈을 통해 조직원들이 강해지면, 자강파 전체의 전력이 올라가는 일이니 나쁠 게 전혀 없다.
더욱이 이번 특훈을 떠올릴 때, 일반 조직원들에 대한 특훈도 내심 고려하고 있던 차였다.
‘잠깐, 그것보다 이 특훈, 황우파 놈들하고 같이하면 어떨까?’
진자강의 뇌리에 불현듯 황보용의 얼굴이 스쳐 갔다.
며칠 전 전면전으로 자강파는 황우파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하지만 덩치가 자강파보다 훨씬 컸던 황우파는 흡수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황보용과 십객이 재빨리 나서 그 잡음들을 제거하기는 했지만, 워낙에 덩치가 있다 보니 그게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아무리 평소에 원수처럼 지내는 새끼들도 한곳에 모아두고 줄기차게 갈궈 대면 천하에 다시없을 친구 사이가 되지. 그 방법을 사용하면 잡음 많은 황우파 놈들을 우리 조직에 완전히 융합시킬 수 있어.’
진자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뜻하지 않게 골치를 썩이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강혁아, 좋은 제안이다. 네 말대로 다른 식구들도 우리 훈련에 참가시킨다.”
“하하하, 대형! 탁월한 선택입니다.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당장에 애들 부르죠.”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마강혁이 진자강을 바라본다.
“뭐 나쁠 거 없지. 근데 그 인원이 다 훈련에 참여하려면 여기선 좀 힘들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우리 애들 훈련받기엔 넉넉한데요?”
마강혁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너 우리 애들 숫자가 다 해서 얼만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그거야 당연하죠. 제가 아무리 덜렁대는 것 같아도, 그 정도의 기본은 숙지하고 있다구요.”
진자강의 지적에 마강혁은 자강파의 인원 구성을 세세하게 밝혔다.
괜한 자신감은 아니었는지, 자강파에서 관리하고 있는 구역과 그 해당하는 조직원들의 명단이 그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현재 자강파의 전체 인원은 백이십오 명이다.
그중에서 실질적으로 싸움을 담당하는 인원이 절반 정도 되고, 그 나머지 인원은 자강파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사업체들을 관리한다.
“황우파 쪽 인원은 얼마나 되지?”
“단순 머릿수만 따지면 우리 애들보다 세 배 정도 많아요. 실력은 우리 애들이 월등하죠.”
‘조직의 불협화음을 줄이려면 밑의 애들이 하나가 돼야 해. 하나가 되는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생고생이 최고지.’
진자강의 얼굴에 스산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본 마강혁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강혁아! 지금 당장 우리 애들하고 새로 합류한 황우파 애들 만우림으로 모두 집합시켜.”
“갑자기 왜 만우림을?”
마강혁의 얼굴에 강한 의문이 떠올랐다.
만우림은 낙양 북부에 위치한 숲이다. 인적이 상당히 드문 곳으로, 사시사철 비가 자주 오는 곳으로 유명했다.
“가 보면 알아. 일단 최소 인원만 남겨두고 모두 만우림으로 데려와.”
진자강은 자세한 설명을 해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만우림만을 강조했다.
‘이거 어째 불안한데.’
마강혁의 가슴속에선 점점 불안감이 커져 갔다.
만우림.
잘은 모르지만, 진자강이 그곳을 훈련 장소로 정했다면 결코 평범한 곳은 아닐 것이다.

한 시진 후.
인적 드문 만우림에 사백이 넘는 대인원이 모였다.
마강혁은 진자강의 지시대로 조직에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모두 이곳으로 데려왔다.
만우림은 그 이름에 걸맞게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굵은 비는 아니었지만, 스산한 날씨에서 비가 내리자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짙어졌다.
“모두 주목!”
진자강의 목소리가 만우림을 울렸다.
조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의 얼굴로 향했다.
“오늘부터 열흘짜리 특훈을 실시한다. 이 특훈의 목적은 일치단결이다. 흩어지고 죽고 뭉치면 산다.”
웅성웅성―
진자강이 느닷없는 특훈을 선언하자, 조직원들 사이에서 큰 동요가 일었다.
기존의 자강파 조직원들은 진자강의 성격을 어느 정도 들었던 터라 대충 이해를 했지만, 전 황우파 조직원들은 쉬이 납득을 하지 못했다.
“두목님, 꼭 특훈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용감무쌍한 조직원 하나가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그 조직원은 전날 있었던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직원이었다.
“특훈에 예외는 없다.”
“저희는 싸움꾼이지 무인이 아닙니다. 굳이 일부러 훈련까지 해 가며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까?”
“아니, 저 새끼가―”
조직원의 당돌한 말투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천호와 마강혁이 한껏 발끈했다.
진자강은 자강파의 두목이자, 대형이다.
그의 말은 그들에게 있어 법이요, 진리였다.
한데 그런 진자강의 말에 일개 조직원 따위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크크크, 네 녀석은 강해지는 게 싫다는 거냐?”
“아닙니다. 저도 강해지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압적인 훈련이 저를 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조직원은 끝까지 진자강의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간이 부어서 그런 건지, 아직까지 진자강의 명성(?)을 모르는 건지 둘 사이의 대화가 계속 길어졌다.
“저 새끼, 저대로 그냥 두고 봐야 하냐? 저러다 대형 꼭지 돌아 버리면 감당 불가잖아.”
“맞아. 어서 저 새끼 입을 막아야 해.”
자강삼룡은 불안한 시선으로 진자강과 문제의 조직원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직까지는 진자강의 표정이 크게 변화가 없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라도 진자강이 이성을 잃어버리면 여기 있는 사백 명 전체가 모두 묵사발이 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저 빌어먹을 조직원을 막아야 했다.
“대형! 뭣 모르는 애새끼가 지껄이는 헛소립니다. 그냥 신경 끄시고, 바로 훈련 들어가죠.”
보다 못한 마강혁이 전면에 나섰다.
그런데 그가 나서자 평온하던 진자강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야차의 그것처럼 변했다.
‘니미, 늦은 건가?’
진자강과 눈이 마주친 마강혁은 아차 싶었다.
나름 빠르게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진자강의 저 표정은 이미 반 이상 눈이 뒤집힌 상황을 의미했다.
“모두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라. 내 훈련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 놈들은 모두 저쪽으로 모여라. 싫다는 놈들을 억지로 붙들고 훈련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웅성웅성―
진자강의 폭탄선언에 만우림이 크게 술렁였다.
훈련을 받기 싫으면 빠지라는 그의 말은 조직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열을 세겠다. 훈련에 빠지고 싶은 놈들은 저 새끼 뒤로 가서 서라.”
진자강이 당돌한 조직원을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으며 소리쳤다. 조직원은 순간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
“하나, 둘…….”
숫자가 호명됐다.
조직원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도 선뜻 먼저 움직이지를 못했다.
하지만 호명되는 숫자가 열에 가까워지면서 조직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타다닥―
“열!”
진자강의 말이 멈췄다.
놀랍게도 전체 사백 명 중 절반 정도가 진자강이 지목했던 조직원의 뒤편으로 가서 섰다.
“저 새끼들이 기합이 단단히 빠졌는데.”
“저런 놈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자강삼룡의 눈매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진자강이 훈련에 빠지라고 했다고 진짜 훈련에 빠질 생각을 하다니.
이건 도저히 자강파 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쪽에 선 놈들은 모두 훈련 열외다. 지금 당장 외곽으로 빠져라.”
“대형, 진짜 훈련 안 시키실 겁니까?”
“내가 언제 한 입 가지고 두 말하는 거 봤냐!”
“그래도…….”
“됐어. 훈련받기 싫은 놈들 억지로 시켜 봐야 역효과만 날 뿐이야.”
진자강은 처음 자신이 약속했던 대로, 특훈을 원하지 않는 조직원들을 모두 훈련에서 제외시켰다.
남은 이백 명만이 그가 실시하는 훈련에 참여했다.
그렇다고 훈련에 열외된 이백 명이 집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진자강이 그들을 고스란히 만우림에 붙잡아 둔 것이다.
특훈은 예상대로 아주 빡세게 진행됐다.
열외자들 때문에 열 받은 것인지 몰라도, 특훈의 강도는 자강삼룡이 받을 때보다 오히려 더 올라갔다.
덕분에 특훈 참가자들은 훈련 첫날에 모두 바닥에 드러누웠다.
“주, 죽을 것 같아. 다리고 팔이고 온전한 데가 한 군데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눈 딱 감고 훈련 빠질걸 그랬어.”
“그러게. 어떻게 앞으로 이 지독한 훈련을 구 일 동안 받지!”
만우림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중에는 특훈을 선택한 데에 대한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가 상당히 컸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 불만의 목소리는 전황우파 조직원들의 입에서만 흘러나올 뿐, 자강파의 기존 조직원들은 전혀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힘들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건 전혀 아니다.
자강파의 기존 조직원들은 특훈을 받을 때, 자강삼룡의 살벌한 눈빛 때문에 전황우파 조직원들보다 더 빡세게 훈련에 임해야 했다.
“오늘 특훈은 이것으로 종료다. 열흘간의 특훈이 끝날 때까지 너희들은 모두 이곳에서 먹고 잔다.”
“저희들은 어떡합니까?”
그 당돌한 조직원이 묻는다.
진자강이 그쪽을 돌아보며 간결하게 답했다.
“너희도 예외는 없다.”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자강파는 한 가족이다. 가족이 힘들어 하는데 네놈은 매정하게 가족의 곁을 떠날 셈이냐?”
“그, 그건…….”
“잔말 말고 특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진자강은 더 이상 그 조직원과 말을 섞지 않았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 나름대로 많이 열이 받아 있는 상태였다.
“대형, 저 새끼들 그냥 두실 겁니까?”
진자강이 천막으로 걸어오자, 잔뜩 열이 받아 있던 마강혁이 다짜고짜 훈련에 열외한 조직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처음 단체 훈련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그는 미처 이런 사태를 예상치도 원하지도 않았다.
“내버려 둬.”
“대형,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저 정신 나간 새끼들 두들겨 패서라도 제정신 찾게 해 줄랍니다.”
“그럴 것 없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게 무슨?”
“자세한 건 열흘 뒤에 알게 돼. 그때까진 아무 소리 말고 있어.”
진자강은 그 말을 끝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특훈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진행됐다.
날씨가 좋아도 모자랄 판에 만우림은 그 명성답게 연일 굵은 비를 뿌려 대며 특훈을 받는 조직원들을 괴롭혔다.
게다가 특훈의 강도는 날이 거듭될수록 강해졌다.
훈련 도중에 기절하는 이도 속출했지만, 진자강은 특훈을 강행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열흘이 지나갔다.
와아아―
특훈이 끝나자, 훈련에 참여했던 조직원들은 서로 간에 얼싸안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처음엔 자강파는 자강파 대로, 황우파는 황우파 대로 뭉쳤었는데 특훈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있었다.
물론, 훈련에 빠졌던 조직원들은 예외였다.
“열흘 동안 모두 수고 많았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따라와 줄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진자강이 전면에 서서 특훈을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그가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특훈 참가자들의 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