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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18화)
第六章 과거의 인연(3)


“이번 특훈의 목적은 단순히 힘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었다. 난 이번 특훈을 통해 새로 합류한 황우파 조직원들을 진짜 우리 식구로 만들 작정이었다.”
“음… 그렇게 깊은 뜻이.”
특훈 참가자들은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진자강의 말에 한껏 고무됐다.
진자강의 말대로 특훈을 같이하면서 진짜 한 식구가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특훈의 성과를 몸소 체험하는 일이다.”
“그게 무슨?”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진자강의 입으로 집중됐다.
“죽여.”
“…….”
“멀뚱히 너희들 쳐다보고 있는 저 새끼들 반쯤 죽여 놓으라고.”
살기등등한 진자강의 목소리가 만우림에 울려 퍼졌다.
“크크크, 그 말 오랫동안 기다렸수. 얘들아, 가자!”
느닷없는 명령에 조직원들이 당황해하는 사이, 자강삼룡 중 마강혁이 가장 먼저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특훈 열외자들이 모인 곳.
와아아―
그가 움직이자, 망설이고 있던 특훈 참가자들이 일제히 열외자들 쪽으로 달렸다.
“마, 막아. 숫자는 우리가 더 많아.”
특훈 열외를 주장했던 조직원이 주변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실제로 그들의 숫자가 더 많았기에 열외자들은 도망치지 않고 특훈 참가자들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다.
퍼퍽 퍽퍽―
사방에서 주먹과 발이 난무했다.
열흘 동안 특훈을 하면서도 독을 품을 대로 품었던 참가자들의 공격은 무섭도록 사납고 매서웠다.
크악크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명을 질러 대는 대다수는 특훈에 참여하지 않은 조직원들이었다.
바로 전날까지 특훈에 임한 터라, 몸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할 것인데 신기하게도 특훈 참가자들은 전보다 더 경쾌하게 몸을 움직였다.
“너 이 새끼, 주둥이를 잘도 놀려 댔겠다! 어디 그 주둥이만큼 싸움 실력도 대단한지 보자!”
문제의 조직원을 향해 마강혁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다가갔다. 이미 주변은 모두 정리가 된 상태. 이제 남은 건 그뿐이었다.
“오, 오지 마!”
공포에 질린 조직원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입을 놀릴 때만 해도 제법 배포가 있어 뵀는데, 막상 궁지에 몰리자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겨우 이딴 자식이 대형한테 개겼던 거야.’
마강혁은 그 모습에 맥이 탁 풀렸다.
그래도 주먹질은 해 보고 포기할 줄 알았는데, 이건 비루먹은 개새끼도 아니고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대형! 이런 놈은 주먹도 아까워요! 그냥 보내죠!”
마강혁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뒷골목 생활을 꽤나 오랫동안 했는데, 주먹이 아깝게 느껴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주먹이 아까우면 다른 걸 써야지. 황호!”
진자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황호를 불렀다.
크릉―
수풀 속에서 황호가 튀어나왔다.
그간 몸 안에 숨겨져 있던 야생성이 모두 깨어난 것인지, 황호의 입 주변엔 뭔가를 잡아먹은 듯한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도망칠 시간을 주겠다. 열을 셀 때까지 우리 눈앞에서 꺼져라! 하나―”
진자강이 또다시 숫자를 새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 있던 조직원은 진자강이 입을 열기 무섭게 뒤돌아 미친 듯이 달음박질을 쳤다.
도망칠 힘은 차고 넘쳤는지,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아직 열이 되려면 다섯을 더 세야 하는 상황, 하지만, 진자강은 열을 기다리지 않았다.
“황호, 가라!”
아우우우―
황호가 긴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누가 설랑의 핏줄 아니랄까봐, 황호는 순식간에 도망친 조직원의 꼬리를 붙잡았다.
크아아악―
숲 속에서 날카로운 비명성이 터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조직원들의 얼굴에 진한 공포가 어렸다.
“이제 볼 일 끝났으니, 그만 철수한다. 훈련 열외한 놈들은 이곳에 남든 우릴 따라오든 마음대로 해라. 단, 돌아오는 놈은 열흘의 특훈보다 더 힘든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진자강은 섬뜩한 경고를 남긴 채 발길을 돌렸다.
그가 움직이자 특훈에 참여했던 조직원들이 빠르게 그의 뒤에 붙었다.
그 날 이후, 자강파는 황우파와 완전한 하나가 됐다.
그간에 조직원들 사이에 존재하던 거리감은 완전히 하나가 됐고 전체적인 숫자는 줄었지만, 그 힘은 오히려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똑똑똑―
“대형, 위연입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주위연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선 진자강이 한가한 오후의 여유를 즐기며 술 한잔을 즐기고 있었다.
대조직의 수장쯤 되면, 이제는 술 대신 차를 마실 법도 한데 진자강은 여전히 술만 찾았다.
“위연아, 너도 한잔할래?”
발그레 익은 얼굴로 진자강이 주위연에게 술을 권했다.
얼마나 마셔 댔는지 입을 열 때마다 진한 주향이 주위연의 코를 크게 자극했다.
“대형, 술을 나중에 마시고 일단 보고를 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보고라니? 뭔데?”
빈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우며 진자강이 건성으로 물었다.
“최근에 곤룡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곤룡회라면, 동문의 조직이잖아?”
“네, 맞습니다. 한데 그 곤룡회가 최근 들어 저희 영역에 자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셉니다.”
“그 새끼들이 왜 우리 구역에서 알짱거리는 거야? 설마 우리랑 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거야?”
진자강의 두 눈에 순간적으로 광기가 떠올랐다.
“제 짐작으론 반반입니다. 곤룡회는 동문을 장악한 이래 꾸준히 세를 불려 왔습니다. 단순 규모로 따지면 오히려 저희 조직보다 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곤룡회 두목이 누구지?”
“모진국입니다.”
“아, 생각난다. 제 주제도 모르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설치던 그 쥐새끼!”
진자강은 이름을 듣고, 단번에 모진국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를 만난 건 십 년도 전의 일이지만, 생김새가 워낙에 특이했던지라 아직도 그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우리 구역에서 얼쩡거리는 곤룡회 놈들 다 쓸어 버릴까요?”
주위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내버려 둬. 놈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기꺼이 받아줘야지.”
“이제 동문 쪽도 접수하실 마음을 먹으신 겁니까?”
“응. 이 정도면 꽤 오래 쉬었잖아. 맹수가 오랫동안 사냥을 하지 않으면 발톱이 약해지는 법이야. 슬슬 움직일 때가 됐어.”
“그럼 적당한 미끼를 던져 놓겠습니다. 전쟁을 시작하더라도 명분은 저희 쪽에서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몸이 더 근질근질해지기 전에 놈들이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데.”
진자강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 모습은 재미난 장난거리를 떠올리는 악동의 표정과 꼭 닮아 있었다.

***


풍운주가.
낙양의 동문과 북문의 경계에 위치한 낙양의 명물이다.
이곳에선 중원 각지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을 맛볼 수 있다.
넓은 중원의 땅만큼이나 이곳에서 취급되는 술의 종류는 수백 가지를 아우를 정도다.
현재, 풍운주가는 자강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풍운주가의 주인은 오래 전부터 자강파와 인연이 깊은 자다.
기동혁.
과거 북문 일대를 호령했던 적운파의 마지막 두목이다.
적운파는 십 년 전까지 독룡파와 더불어 북문의 뒷골목을 휘어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목인 기동혁이 주가를 차리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 조직이 자연스레 와해됐다. 만약, 적운파가 해체되지 않았다면 자강파가 이토록 쉽게 북문을 장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동혁은 진자강이 처음 뒷골목에 발을 들여놨을 때, 그를 거둬줬던 은인이다.
물론 은인이라는 의미는 지극히 기동혁 개인의 입장이다.
진자강은 아직도 그를 주귀라 씹어 댄다.
기동혁은 술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중독을 자랑한다.
한시라도 몸에서 술을 떼어 놓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할 정도다.
“캬아, 술맛 좋다. 이놈의 술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이야.”
“주인어른, 팔 술도 얼마 없는데 그렇게 마셔 대시면 어떡합니까? 금존청이랑 설백주는 재고가 얼마 없어서 당장에라도 다른 주가에서 술을 빌려 와야 할 판입니다.”
“이놈아! 술은 마셔야 그 진짜 가치를 발하는 법이야! 쓸데없는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장사나 해!”
건장한 체구의 중년사내가 진한 주향을 풍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주인어른,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해서는 주가가 문을 닫게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술을 좀 줄이십시오.”
신경질적인 기동혁의 반응에도 영호강은 끈질기게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는 풍운주가의 실질적인 관리자다.
주가의 모든 일이 그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과거의 그의 직업은 기동혁과 같은 주먹패였다. 지금의 청수한 모습을 보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십 년 전엔 기동혁과 더불어 적운쌍웅이라 불릴 정도로 그 주먹이 매서웠다.
“아, 그만!”
“주인어른!”
“됐어. 거기서 한마디만 더하면 그 입, 이 주먹으로 뭉개 버릴 거다.”
기동혁이 영호강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껏 살기를 끌어 올렸다. 순간이지만, 과거의 미친 소라 불리던 그때의 살기가 재현됐다.
“두목!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겁니까?”
고운 말만 나오던 영호강의 입에서 갑자기 과거의 말투가 튀어나왔다.
“너, 갑자기 무섭게 왜 그러냐?”
영호강의 강경한 반응에 기동혁이 흠칫했다.
얌전한 놈이 한 번 화나면 더 무서운 법.
“저 두목이 화려하게 현역에서 은퇴할 때, 그 모습에 반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두목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인마, 내가 어때서?”
“매일같이 술에 쩔어서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럴 거면 지금이라도 현역으로 복귀하십시오.”
“이 나이에 무슨…….”
“밤마다 벽에 대고 주먹질 해 대는 거 알고 있습니다. 마침 자강이도 돌아왔다는데, 자강이 밑으로 들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너, 이 자식!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자강파로 들어가라는 영호강의 말에 기동혁이 한껏 발끈해 언성을 높였다.
“두목, 옛날의 자강이가 아닙니다. 매일같이 술 드시느라 못 들으셨겠지만, 자강이 녀석 낙양으로 돌아오자마자 북문의 조직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정리라니? 설마 녀석이 황우파를 먹은 거야?”
기동혁의 두 눈이 놀란 토끼눈처럼 커졌다.
매일같이 술에 절어 있으면서도 그의 귀는 항상 뒷골목을 향해 열려 있었다.
“네. 자강이 녀석! 돌아오자마자 황우파를 꿀꺽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강이 손에 황룡문주의 얼간이 아들도 당했다고 하더군요.”
“크크크, 황우파에 이어 황룡문까지. 역시 자강이 놈다워. 조용하던 낙양이 또 한 번 시끄러워지겠는걸.”
기동혁의 얼굴에 나이에 걸맞지 않는 장난기가 떠올랐다.
와장창―
“뭐야?”
한참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들려온 소음이 그 기억들을 산산히 쪼갰다.
기동혁은 성난 표정으로 영호강을 바라봤다. 영호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리나케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대체 어떤 새끼들이 아침부터 이 난리를 피우는 거야?”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층을 향했다.
“이 새끼들이 장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왜 가짜 용사춘을 파는 거야?”
“손님, 그것은 진짜 용사춘이 맞습니다.”
“이게 진짜 용사춘이라고? 네놈도 입이 있으면 한 번 마셔 봐!”
건장한 체구의 청년이 점소이의 턱을 붙잡고 억지로 입을 벌려 그 안에 술을 들이부었다.
청년이 든 술병은 풍운주가가 자랑하는 삼대 술 중 하나인 용사춘이었다.
용사춘은 산중 깊숙한 곳에서 자라는 복분자만을 이용해 만드는 술인데, 술 빛이 곱고 맛이 달큼해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서 최근엔 술을 가까이하지 않는 여자 손님들이 급증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