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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22화)
第七章 곤룡회, 광견의 코털을 건들다(4)


“죽여라!”
포위망을 좁혀 가던 곤룡회 조직원 중 하나가 기다란 칼을 들고 마강혁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 칼을 피하기 위해 마강혁은 자세를 흐트러뜨렸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곤룡회의 조직원들이 떼로 달려들었다.
“제길!”
마강혁은 할 수 없이 신형을 돌려 홍아루 안으로 피했다.
쪽수로 밀고 들어오는데 아무리 그라도 막아 낼 재간이 없었다.
크악크악―
그 사이 홍아루로 통하는 다른 문이 모두 뚫렸다.
필사적으로 문을 막던 자강파의 조직원들이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곤룡회에 당한 것이다.
‘대체 이 자식들은 아직까지 안 오고 뭐하는 거야? 이대로 가다간 전멸인데.’
홍아루의 위층으로 뛰어올라 가면서 마강혁은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아직까지도 길거리에는 곤룡회의 조직원들로 가득했다.

***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홍아루가 곤룡회의 습격을 받았대! 방금 전해 들은 소식인데, 강혁이 혼자 고전하고 있나 봐!”
“대형은?”
“몰라. 조직원들 중 아무도 대형의 위치를 모르고 있어.”
“하필이면 이럴 때… 지금 당장 애들 모아! 강혁이가 당하기 전에 어떻게든 홍아루에 도착해야 해!”
“응!”
뒤늦게 소식을 접한 주위연과 강천호는 사방에 흩어져 있던 조직원들을 한곳에 집결시켰다.
먼 구역에 있던 조직원들을 제하니 그 숫자가 대략 삼백이 조금 넘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소식을 듣고 다급히 달려온 황보용이 주위연을 보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주위연은 간략하게 강천호로부터 전해 들은 상황을 황보용에게 전달했다. 곤룡회란 이름에 황보용의 얼굴에 눈에 띄게 굳어졌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요. 하필이면 쳐들어온 상대가 곤룡회라니.”
황보용은 황우파를 이끌면서 곤룡회에 대한 악명을 많이 들었다. 낙양 바닥에서 활동하는 악질적인 주먹패는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길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황보 형은 곧장 조직원들을 이끌고 홍아루로 달려가세요. 황보 형이라면 홍아루로 가는 최단 거리를 알고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강혁이가 일을 당하기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주위연은 황보용에게 홍아루로 갈 것을 지시했다.
황보용은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라,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곧장 홍아루로 떠났다.
그의 뒤에는 황보관을 비롯한 십객이 바짝 따라붙었다.
“위연아, 난 뭐하냐?”
“넌 일단 다른 것 다 제쳐 두고 대형부터 찾아봐. 대형이 있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
“어디 있는 줄 알고 찾아?”
“한 시진 전쯤엔 대형이 풍운주가로 들어가는 걸 애들이 봤다고 했어. 일단 풍운주가부터 가 봐.”
주위연이 풍운주가를 언급했다.
그는 진자강의 움직임을 틈틈이 보고 받고 있었다. 다른 조직이 언제 불순한 마음을 먹고 진자강을 습격할지 모르기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둔 것이다.
‘제발 풍운주가에 있어야 할 텐데.’
주위연은 밖으로 급하게 뛰쳐나가는 강천호를 보며,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꺼억―
“아, 취한다.”
강천호가 풍운주가로 정신없이 뛰어갈 무렵, 진자강은 후아주에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길거리를 정처 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쾅―
앞도 안 보고 걷다가 진자강의 얼굴이 제대로 나무에 부딪혔다.
“뭐야, 너 나랑 한 판 해보자는 거야!”
진자강이 나무에 부딪힌 이마를 부여잡고, 정면에 마주선 나무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하지만 나무가 대답을 할 리 만무한 법.
진자강은 씩씩대며, 나무를 상대를 주먹질을 해댔다. 가볍게 내지르는 주먹이지만, 그때마다 나무 위에서 푸른 잎사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
“어, 여기 눈에 많이 익은데.”
정신 못 차리고 주먹을 휘두르던 진자강이 갑자기 두 눈을 부릅떴다.
떨어지는 낙엽 뒤로 보이는 정경.
그에겐 무척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왜 여기로 온 거야?”
진자강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의 동공에 비친 한산한 대로.
그곳은 그의 어두운 과거가 스며 있는 옛 시전 터였다.
십오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장이 열릴 때면 모여든 장사치와 손님들로 발을 내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큰 번성을 누렸다.
하지만 시전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난 후, 이곳은 철저히 버림받았다.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하루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겨우 잘 곳 없는 거렁뱅이들만이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곳은, 아직 그대로일까?’
진자강은 어두운 과거의 상념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밝은 기억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 속에는 작은 만두 가게와 얼굴이 유난히 흰 소녀가 있었다.

***


“젠장! 이젠 어디 가서 대형을 찾지!”
풍운주가에서 간발의 차이로 진자강의 종적을 놓쳐버린 강천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진자강이 갈 만한 곳이라고 해봐야, 풍운주가와 홍아루 정도뿐인데, 그 두 곳에 없으니 대체 어디로 갔을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갔을까? 대형이 갈만한 곳이 뭐 없을까?’
강천호는 나쁜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시간은 정처 없이 흐르고.
그러길 일각 여.
갑자기 강천호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방향은 옛 시전 터가 위치한 북황로였다.
‘그래, 기억났어. 예전에 대형하고 자주 시전에 가서 만두를 먹었었어. 별로 만두가 맛이 없어서 안 가려고 했는데, 대형이 억지로 여러 번 끌고 갔었지.’
흐릿한 기억 속에서 강천호는 용케 진자강과 똑같은 장면을 봤다.
돌아다니길 싫어하던 진자강이 유일하게 자주 찾아가던 곳이 바로 그 문제의 만두 가게였다.

***


“크크크, 잠시나마 기대했던 내가 등신이지. 시전이 망했는데, 만두 가게라고 여기 남아 있겠어.”
기억의 그 장소.
만두 가게 앞에 선 진자강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가게는 많이 낡아 있었다.
십 년이란 세월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인지, 가게에 남은 거라곤 매캐한 곰팡이 냄새와 두껍게 쌓인 먼지뿐이었다.
“어디로 갔을까? 그때 그렇게 갑자기 헤어지게 될 줄 알았다면, 어디 사는지라도 물어 두는 거였는데.”

흐린 기억 속의 소녀.
그 소녀는 갓 피어난 백합처럼 얼굴이 희고 고왔다. 어린 눈이었지만, 소녀를 볼 때마다 진자강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소녀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나와 만두를 팔았다.
만두 맛은 별로였지만, 마음씨 착한 소녀는 거렁뱅이에 불과했던 진자강에게 매일같이 공짜 만두를 건네줬다.

“거지같은 동정은 필요 없어!”

진자강은 소녀가 만두를 건넬 때마다 버럭 화를 내며 만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비슷한 또래에게 동정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만두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보면서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그 뒤로 진자강은 매일같이 만두 가게에 와서 만두를 얻어 갔다.
처음에는 한두 개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개수는 수십 개를 헤아릴 정도로 많아졌다. 하지만 소녀는 늘어나는 만두 개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만두를 건넸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이제야 그 만두값 좀 갚아 보려고 했더니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진자강은 만두 가게 주변을 한참동안 서성였다.
혹시라도 그때의 소녀가 만두 가게를 찾아올까 싶은 한 가닥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각, 이각 그리고 한 시진이 지나도록 만두 가게 근처에 그 흔한 거렁뱅이조차 찾아들지 않았다.
실망감에 진자강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형!”
‘이 목소린 천혼데.’
진자강이 골목길 어귀로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어귀를 돌아 강천호가 진자강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대, 대형! 큰일 났어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강천호가 진자강 앞에 다급히 섰다.
“큰일이라니? 진정하고 천천히 얘기해 봐.”
“고, 곤룡회 놈들이 갑자기 북문 영역으로 치고 들어왔어요! 위연이 말로는 그 숫자가 오백을 훌쩍 넘는데요!”
강천호는 주위연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빠르게 진자강에게 전달했다. 말주변이 부족해서 군데군데 빼먹는 내용도 있었지만, 중요한 내용들은 하나도 빼먹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갑자기 돌았나? 선전포고도 없이 감히 경계를 넘어 들어와?”
진자강의 눈에서 진득한 살의가 뿜어졌다.
같은 구역 내에서의 싸움은 암묵적으로 기습이 허용이 되지만, 사대문을 경계로 하는 싸움에선 기습이 허용되지 않는 게 이 바닥의 전통이다.
한데, 곤룡회가 그 전통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황보 형이 급하게 모은 애들을 데리고 홍아루 쪽으로 이동했어요.”
“홍아루라면 강혁이가 맡고 있는 곳이잖아.”
“네. 근데 그쪽엔 조직원들이 별로 많지 않아서 아마 꽤나 위험한 상황일 거예요.”
“제길! 그 쥐새끼 같은 놈이 언젠가 이빨을 들어 낼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황당한 뒤통수를 칠 줄이야.”
진자강은 모진국을 떠올리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천호야, 지금 당장 홍아루로 간다. 그 모가 놈이 뭘 믿고 이런 짓거리를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거 곤룡회 오늘부로 낙양에서 지운다.”
“넷―”
두 사람은 홍아루를 향해 달렸다.
마음이 급했는지 진자강은 평소엔 쓰지 않던 군학보를 전개해 속도를 배가시켰다.
덕분에 그 뒤를 쫓아가는 강천호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헥헥거렸다.

***


“마강혁! 이제 네놈 혼자 남았다. 이쯤에서 쓸데없는 반항 그만두고 내 발 아래 무릎 꿇어라.”
홍아루의 최상층.
그곳에선 마강혁과 모진국이 첨예한 대치를 이루고 있었다.
마강혁의 주변에는 곤룡회의 조직원들이 피곤죽이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마강혁의 신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두 눈은 흐릿하게 풀려 있고, 신형을 붙잡고 서 있는 두 다리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빌어먹을! 다리가 굳어서 움직이질 않아. 다리를 못 쓰면 저 개새끼들의 공격을 막을 방도가 없는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보며, 마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억지로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눈앞에 있는 놈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달려든다면 더는 버티기 힘들 터였다.
“마강혁! 네놈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내 발 아래 무릎을 꿇기만 한다면 지금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시켜 주마.”
“미친 새끼! 내가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뒈지는 한이 있어도 너 같은 놈 밑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잡소리 집어 치우고 어서 덤비기나 해!”
“흥! 네놈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애들아, 저놈의 두 다리를 다시는 쓸 수 없도록 자근자근 밟아 줘라.”
모진국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수하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제길! 이대로 당할 순 없어!’
마강혁은 거리를 좁혀 오는 곤룡회의 조직원들을 보면서, 허리춤에 꽂혀 있던 단검을 들어 움직여지지 않는 오른 다리를 강하게 찔렀다.
푸욱―
칼날이 꽂힌 자리에서 핏물이 솟구치고 강렬한 통증이 마강혁의 뇌리를 뒤흔들었다.
뭉쳐 있던 근육이 일시적으로 풀렸다.
이런 식의 극단적인 방법은 차후에 다리를 전혀 쓸 수 없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마강혁에겐 다른 선택의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