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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총관 1권(23화)
第七章 곤룡회, 광견의 코털을 건들다(5)


파파팟―
봉인된 다리가 풀려나자, 그는 아까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고삐 풀린 맹수마냥 사납게 날뛰었다.
그의 다리가 허공을 휘저을 때마다 날카로운 풍압이 일고, 달려들던 곤룡회의 조직원들은 여지없이 비명과 피를 뿌리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놈과 정면으로 맞붙지 마라. 어차피, 저놈의 다리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
모진국이 수하들을 뒤로 물렸다.
거리가 벌어지자, 마강혁의 공격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일시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임시방편, 시간이 흐를수록 마강혁의 오른 다리는 점점 감각이 사라져 갔다.
‘이제 남은 두 주먹뿐이네. 천호 녀석이라도 있었다면 남은 왼발이라도 어떻게 써 볼 텐데.’
마강혁은 이제 아예 감각조차 없는 오른 다리를 내려다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어릴 때부터 각법에만 매달린 터라, 그의 주먹 실력은 두 다리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크크크, 네놈의 발악도 이젠 끝이군. 이왕이면 마무리는 내가 직접하는 게 좋겠지.”
모진국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싸움 실력은 진자강에 비하면 턱없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주먹보다는 간교한 머리를 이용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얕잡아 볼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낙양을 주름잡는 대조직의 수장인데, 주먹질을 못해서야 어디 말이 되겠는가.
“이래 뵈도 젊을 때 철권이라 불리던 이 몸이다. 네놈의 몸뚱이가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겠지만, 이 주먹을 맞고 나면 꽤나 아플 거다.”
모진국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오른손에 철장갑을 끼웠다.
뾰족한 침이 손가락 마디마다 꽂혀 있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함을 발했다.
“개소리 그만하고 덤빌 거면 어서 덤벼. 너 같은 놈은 이 다리가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흥, 어디 이 철권을 맞고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모진국이 사납게 주먹을 내질렀다.
철권이란 말이 단순한 허풍은 아니었는지 내뻗는 주먹에서 강한 풍압이 일었다.
푸욱―
“크윽!”
마강혁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모진국의 주먹을 피하려 몸을 비틀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옆구리를 스쳐 맞은 것이다.
옷깃이 찢기고 그 사이로 붉은 핏물이 솟구쳤다.
“크하하― 잘난 체 하더니 꼴좋구나. 어디 네놈의 몸뚱아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보자.”
첫 번째 공격이 성공하자, 모진국은 신이 나서 주먹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때마다 마강혁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오른 다리가 죽어 버린 탓에 제대로 피할 수가 없었다.
마강혁의 몸은 점점 피를 물들어 갔다.

***


와아아―
한편 그 시각.
홍아루의 입구에서는 뒤늦게 달려온 자강파의 조직원들과 곤룡회 조직원들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홍아루 안으로 들어간 인원이 백 명이 넘었던 터라, 입구에 남아 있던 곤룡회 조직원은 대략 사백 명이 좀 못됐다.
그에 반해 황보용이 이끄는 자강파는 다 합쳐 봐야 삼백 명이다. 하지만, 달려드는 기세는 곤룡회에 비할 데 없이 사나웠다.
그들은 얼마 전에 진자강으로부터 특훈을 받았다. 그 특훈을 통해 그들은 새로운 전사로 거듭났다.
특히, 전에 황우파에 속해 있었던 이들은 그 특훈을 통해 자강파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게 됐다.
“한 놈도 걸어서 동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라! 자강파를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몸 속 깊이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줘라!”
선두에 선 황보용이 쌍권을 내지르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자강불패―”
“자강천하―”
“자강무적―”
마치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처럼 자강파의 조직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곤룡회 조직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압도적인 기세에 곤룡회 조직원들은 처음부터 기가 질려 버렸다.
크악크악―
여기저기서 곤룡회 조직원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적으론 그들이 다소나마 우세했지만, 초반 기세에서 밀려 버린 탓에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쭉 뒤로 밀려났다.
“입구를 뚫어라! 마 형님을 구해야 한다!”
황보용을 필두로 한 십객이 입구에 둘러쳐진 인의 장벽을 꿰뚫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들 대부분은 권법에 능한 고수들.
그들이 한꺼번에 주먹을 내지르자, 벽 한복판에 휑하니 구멍이 뚫렸다.



第八章 광견 재림(1)


“슬슬 우리가 나설 때군.”
“이런 허접한 싸움판에 끼어야 하다니, 기분이 영 그렇군.”
“문주님의 명이니 별 수 있나. 일단, 저놈들부터 막고 보지. 다른 놈들보단 싸울 맛이 날 것 같으니.”
입구가 거의 다 뚫려갈 무렵, 갑자기 안쪽에서 날카로운 경풍이 몰아쳤다.
정신없이 곤룡회 조직원들을 밀어붙이던 황보용과 십객은 그 기세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저자들은 누구지? 저 뚜렷한 정광이나 양쪽 관자놀이에 튀어나와 있는 불룩한 태양혈을 봤을 때 절대 곤룡회의 조직원일 리가 없는데.’
황보용은 그들에게서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 숫자는 스물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살기는 그조차도 상당히 긴장하게 만들었다.
“모두 조심해라. 저자들 아무래도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강호인 같다. 특히 가운데에 있는 저 셋은 관이에 필적할 정도로 강한 실력을 지녔다.”
황보용이 전음으로 십객에게 주의를 줬다.
모르고 함부로 부딪혔다간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십객이라도 처참히 패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너희들 정체가 뭐냐?”
“후후, 그건 당신이 알 것 없어. 우린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니까.”
“이건 조직 간의 싸움이다. 강호인이 이런 싸움에 끼는 건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우린 도의 따위는 잘 몰라. 잡소리 집어 치우고 어서 붙기나 하지. 솔직히 우리도 이딴 개싸움판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그 말을 끝으로 정체 모를 적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권이었다.
펑펑펑―
주먹에서 상당한 내공이 느껴진다.
‘강하다. 숫자가 비슷하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인데, 숫자가 너무 부족해.’
주먹을 맞대면서 황보용은 짐작으로 가지고 있던 적들의 실력을 확신했다. 그리고 다급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예상대로 황보관을 제외한 나머지 십객은 모두 적들의 공격에 고전하고 있었다.
비슷한 실력의 적이 두 명씩 붙어서 공격을 해 대니 아무래도 불리한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 어딜 보시나? 당신 상대는 나야. 한 눈 팔면서 상대할 만큼 내가 만만해 보였나!”
부웅―
정면에서 무거운 주먹이 짓쳐 든다.
황보용은 황급히 몸을 틀어, 패황신권으로 그 주먹에 맞섰다.
펑―
두 개의 주먹이 격돌하며 강렬한 기파를 일으켰다.
‘패, 패황신권이 밀리다니.’
황보용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황보세가의 비전인 패황신권이 아니던가.
하지만 놀라기는 상대 쪽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럴 수가… 십성에 달하는 황룡권이 놈의 주먹에 막히다니. 본문에서 황룡권으로 나와 맞설 수 있는 이는 문주님 뿐인데.’
놀라는 사내, 그의 진짜 정체는 황룡문의 강사우였다.
그는 황룡문의 제일호법으로 문내에서 문주인 조만석 다음 가는 무위를 자랑했다.
더욱이 황룡권은 그의 비전무공이다.
황룡권만큼은 문주인 조만석보다 더 뛰어난 화후를 자랑하는 그인데, 그 황룡권이 일개 주먹패에게 막혔다. 당연히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놈들의 실력이 예상외다. 진자강이 오기 전에 놈들을 정리해라.”
시간을 끌면 불리한 것은 이쪽이다.
강사우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수하들에게 전력으로 공격할 것을 명했다.
황룡문의 무사들이 전력으로 싸움에 임하자, 싸움의 양상은 팽팽한 접전에서 순식간에 자강파의 열세로 바뀌었다.
황보용과 황보관은 끝까지 선전했지만, 나머지 십객이 모두 제압당하면서 그들마저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릴 이렇게 귀찮게 하다니. 그 대가는 치러야겠지.”
강사우가 바닥에 널브러진 황보용과 십객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오른 주먹을 가볍게 틀어쥐었다.
“서, 설마 단전을 부수려는 것이냐?”
“크크크, 눈치가 빠르군.”
“그럴 거면 차라리 죽여라.”
“그럼 안 돼지. 우리가 받은 명령은 그저 너희들을 막는 것뿐이었어. 너희들을 죽이는 역할은 우리가 아니라 저 녀석들이 해야 할 몫이지.”
강사우가 홍아루 안쪽에서 대기 중이던 곤룡회의 조직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마디로 제 손을 더럽히기 싫다는 의미였다.
“놈들의 단전을 모두 부셔라.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놈들의 무공을 폐해야 한다.”
강사우가 황보용 쪽으로 다가가며 주먹에 한껏 내력을 불어 넣었다.
황보용은 이를 악물며 신형을 일으켰지만, 내상으로 엉망이 된 기혈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이대로 끝장인가…….’
황보용의 얼굴이 진한 절망감으로 검게 물들었다.
어떻게 익힌 무공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잃어야 한다는 게 너무도 억울하고 분통했다.
“산산이 부셔 주마!”
강사우가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주먹을 위로 치켜들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그런데 바로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강사우의 손목 쪽으로 검은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이 씹새야, 그 주먹 안 내려!”
‘뭐야!’
강사우는 손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살기에 놀라 황급히 손목을 옆으로 틀었다.
간발의 차이로 그 빛줄기는 강사우의 옆을 스쳐 지나가 홍아루의 문에 꽂혔다.
‘서, 설마 적엽비도!’
강사우의 두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놀랍게도 홍아루의 문에 박힌 건 검은 빛이 감도는 잎사귀였다.
적엽비도는 잎에 내공을 흘려보내,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비기다. 내공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중천의 고수만이 가능한 기술로, 자신이 모시는 황룡문주조차 적엽비도는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크악크악―
강사우가 적엽비도에 놀라고 있을 때, 뭉쳐 있던 곤룡회의 조직원들이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그 한복판에는 잔뜩 독기를 머금은 진자강이 있었다.
‘괴, 괴물.’
강사우는 진자강을 오늘 처음 봤다.
그 악명(?)이야 수하들을 통해서 제법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천호야, 나머지 정리해.”
대열을 완전히 무너뜨린 진자강이 강천호에게 뒤를 맡기며 강사우쪽으로 몸을 날렸다.
강사우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한 번 지목한 먹이를 그냥 놓아줄 리 없는 진자강이다.
“이 새끼가 어딜 토끼려고 그래!”
군학보를 전개한 진자강의 신형이 순식간에 강사우의 뒤를 잡았다.
뒤를 잡은 진자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군학보에 이어 흑암뢰를 전개했다.
빠각―
“크아악―”
강사우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진자강의 주먹이 섬전처럼 뻗어가 그의 등뼈를 정확히 강타한 것이다.
흑암뢰에 정통으로 맞은 강사우의 등뼈는 산산이 부서졌다.
부서진 뼛조각은 안쪽의 살점을 찢고 들어가 참을 수 없는 통증을 유발시켰다.
“이 새끼야, 겨우 이 정도로 울면 곤란하지.”
진자강은 등뼈를 부순 것에 만족할 수 없는지, 강사우의 머리채를 사납게 잡아챘다.
등뼈가 부서진 탓에 몸 전체에 마비가 온 강사우는 진자강에게 질질 끌려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