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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화천군은 강원도에 위치하고 있다. 강원도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산. 그 산이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산이 많은 만큼 사람 살기 적합한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자연을 파괴하며 먹고사는 사람이 적은 만큼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자연이 살아 있는 지역들 중 하나다.
그런 화천군 내 산속 깊은 곳에 민간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훈련장이 하나 존재한다. 주로 특전 병력들의 훈련과 각종 교육 쓰이던 비밀 훈련장이다. 그곳 공터에 군용 헬기 여러 대가 나타났다.
웅성웅성
군용 헬기가 지면에 착지할 때마다 다수의 사람들이 같이 내렸다. 대부분 군인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소수의 사람은 자유분방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곳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이곳에 왜 왔는지도 몰랐다.
공터의 인원이 딱 100명이 된 순간, 공터를 둘러싸고 있는 산 봉오리 뒤에서 다수의 치누크 헬기가 나타난다.
“하차!”
치누크는 공터 위에서 한동안 상주했다. 완전무장한 특전사들이 로프에 매달려 하강했다.
치누크에서 내린 병력은 총 100명이었다. 공터에서 대기 중이던 이들과 그 수가 똑같았다.
내린 병력들은 아주 조용히 먼저 온 100명의 인원들을 포위했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재들 움직이는 게 이상한데?”
일부 사람들은 특전 병력의 움직임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완전무장한 특전 병력들로부터 어느새 완전히 포위당하자 100명의 인원 중 한 남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는 매우 자유분방한 머리의 소유자 중 한 명으로 사회에 제법 높은 직위에 오른 남자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
특전 병력은 그 물음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리 약속한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특전 병력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덩달아 다른 이들도 소리친다. 같은 맥락의 말이 서로 다른 입에서 튀어 나왔다.
“당신들 뭐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때, 봉우리 뒤 산맥에서 또 다른 헬기가 나타난다. 특전사 무리의 지휘자, 소령 계급의 남자는 그 헬기를 보곤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일동∼ 차렷!!”
특전 병력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차려 자세를 취했다. 그들의 절도 있는 동작에 100명의 인원들은 일순 압도되어 입을 다문다.
공터를 배회하던 치누크 헬기는 나타난 또 다른 헬기에게 길을 내줄 요량인지 공터 밖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새롭게 나타난 헬기는 공터에 서서히 착지했다.
특전 병력의 최고 지휘자 유병수 소령, 그 뒤에서 대기 중이던 중위 계급의 남자는 빠르게 달려 헬기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헬기의 문이 열리자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관님, 내리시지요.”
“예, 여단장님”
첫 번째로 내린 사람은 군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가 쓴 헬멧에는 별이 하나 달려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내린 사람은 평범한 중년들이다. 그들은 근래에 신설된 국토안보부 차관과 1과 과장이다.
유병수 소령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별 한 개를 머리에 매단 군인의 앞에 섰다.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힘껏 소리쳤다.
“여단장님께― 경례!”
“충성!!”
특전 병력은 한 목소리로 경례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단결된 목소리가 공터와 산을 울린다. 덕분에 애꿎은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100인의 인원들은 한껏 몸을 움츠렸다.
그들의 정갈한 기세에 여단장은 흐뭇한 얼굴을 했다. 힘 있는 동작으로 경례를 받았다.
“충성! 위치로.”
“위치로!”
여단장의 지시에 따라 유병수 소령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100명의 인원들은 걱정과 두려움, 기대 등의 복잡한 눈을 하고 헬기에서 내린 셋을 본다. 여단장은 미리 들고 있던 확성기를 켜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는 9공수 특전 여단의 여단장, 조수혁입니다.”
여단장의 이름은 조수혁이다. 육사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남자다. 조수혁 여단장은 곧장 말했다.
“여러분은 아마도 이곳에 차출된 이유를 듣지 못했을 겁니다. 지시 혹은 명령에 따라 어딘가에 가셨을 테고, 그곳에서 헬기를 타고 이곳으로 오셨을 겁니다. 그에 대해 바로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앞으로 들으실 내용은 국가 기밀인 관계로 조치 없이 바로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먼저 보안 서약서를 작성해 주셔야합니다. 유병수 소령!”
조수혁 여단장은 유병수 소령을 호명했다. 유병수 소령은 전투용 군장이 아닌 행정 가방을 메고 있는 다섯 명의 특전 병력에게 눈짓한다.
다섯 명의 특전 병력은 가방에서 서류와 볼펜을 꺼내 100명의 인원들에게 모두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보안 서약서]
1, 오늘 들은 국가 기밀은 절대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2, 소지하고 있는 통신 장비로 국가 기밀을 녹음 또는 녹화하지 않겠습니다.
…….
…….
10, 상기 사항을 숙지하고 이를 성실이 준수할 것에 동의하며, 서약서의 보안 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서류는 조수혁 여단장의 말대로 보안 서약서였다. 서약을 어긴 대가는 ‘징역’이라는 무서운 형벌이었다.
보안 서약서를 받아 든 100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 조수혁 여단장에게 큰 목소리로 소리쳐 물었다.
“보안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조수혁 여단장은 그를 본다. 다시 확성기에 입을 가져갔다.
“즉시 이곳에서 떠나셔야 합니다.”
“그럼 이곳에 온 연유를 들을 수 없는 겁니까?”
“이곳에선 들으실 수 없습니다.”
“이곳에선… 이라 하심은 혹시, 다른 곳에서 들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이곳에 차출된 여러분이라면 1년 후에는 아마도 보안 서약서 없이 듣게 되실 겁니다.”
조수혁 여단장은 일부러 여지를 주었다. 이곳에서 들게 될 기밀은 절대 사회에 발설 되선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수혁 여단장의 말에 흔들린 일부의 사람들이 보안 서약서 작성을 거부했다.
“전 작성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유분방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조수혁 여단장은 그 인원들을 보다 지시했다.
“유병수 소령, 보안서약서 미작성 인원들 헬기장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김찬위 대위!”
유병수 소령은 조수혁 여단장에게 지시를 받자마자 부하 장교에게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김찬위 대위는 보안서약서 미작성 인원들을 따로 추린 다음 헬기장으로 이동한다.
보안서약서 미작성 인원은 총 8명이었다. 그들을 제외하고 이곳에 남은 인원은 총 92명이었다.
그들이 모두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조수혁 여단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남아 계신 여러분은 서약서를 작성하셨기 때문에 기밀을 들으실 자격이 생기셨습니다.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조수혁 여단장이 먼저 앞서 걸었다. 같이 헬기에서 내린 나머지 둘도 조수혁 여단장을 따라 이동한다.
“한 명씩 붙어!”
특전사 한 명, 일반인 한 명씩 짝을 지어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어떤 문을 통해 지하로 들어갔고, 곧 지하 깊숙한 곳에 건설되어 있는 200석 규모의 시청각실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92명의 일반인이 자리에 착석했다. 특전 병력은 일부만 남고 밖으로 나갔다.
여태까지 인솔했던 조수혁 여단장 대신 뒤에 빠져 있던 국토안보부 차관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신설된 국토안보부 차관 홍사혁입니다. 여러분은 서약서를 작성하셨기 때문에 국가 기밀을 열람하실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에 앞서 VTR을 시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장님 준비되었습니까?”
“예, 준비되었습니다.”
시청각실의 불이 꺼지고 정면 스크린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영상의 내용은 외계인, 그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시청각실에 있던 모든 인원은 점점 영상에 빠져들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외하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외계인, 그들은 실존합니다. 저 넓은 우주에 우리 인간만 살고 있다? 매우 멍청한 생각이죠.]
[외계인이 사는 걸 알고 있지만, 저희는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류는 지금도 충분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니까요.]
[우주에서 저희 인류는 매우 하찮은 존재입니다. 제 스스로의 힘으로 제 행성도 지킬 수 없는 종족이죠.]

그렇게 1시간가량 영상이 나왔다. 이를 시청한 이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다. 영상은 너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허황된 꿈만 같다.
홍사혁 차관은 영상이 종료됨과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조금 전 동영상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우주 밖에는 수많은 지성체가 존재합니다. 저희 인간과 닮은 종족도 있고, 저희 인간과 전혀 다른 생김새의 종족도 존재합니다.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성향 및 발전 상태 등도 각기 다릅니다. 어떤 종족은 저희 인간보다 월등한 과학 문명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종족은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종족도 저희와 같지 않다는 말입니다.”
“…….”
“그런데 이런 우주 종족들이 현재 두 부류로 나누어 싸우고 있습니다. 잘그족이 주축이 된 과학 문명 연합과 큐레시어족이 주축이 된 이능력 연합입니다. 그러나 저희 인류는 과학 문명 연합도 아니고, 이능력 연합도 아닙니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
“유럽에 있는 스위스처럼 강하기에 중립이 되었던 게 아니라 100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눈에 비친 지구는 원시행성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희는 그들 눈높이 최저치에 도달해 있는 상태입니다.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
“하여 저희 인류는 두 연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어느 연합에 들어가야 저희 인류가 번영할 수 있을까 알아보고 또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매우 안타까운 결론을 얻었습니다. 두 연합, 그 어디에도 인류의 번영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
“잘그족이 주축이 된 과학 문명 연합에 들어갈 경우 우리 인류는 자유를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그들의 개돼지가 되어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합니다. 일본의 마루타, 731부대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저질렀던 만행보다 더한 만행을 그들은 우리 인류 전체에게 저지를 겁니다. 이미 복속된 수많은 행성에서 그래왔습니다.”
“…….”
“그렇다고 큐레시어족이 주축이 된 이능력 연합에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자유 때문에 이능력 연합에 들어갈 경우 과학 문명 연합의 제한 없는 공격을 받게 되는데, 우리 인류는 이를 끝까지 막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사혁 차관은 여기까지 말하고 숨을 골랐다. 다 설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때, 92명이 사람들 중 한 명이 급히 손을 들었다. 홍사혁 차관은 이어서 말하려다 말고 그 한 명을 봤다.
“질문 있으십니까?”
“예.”
“질문 시간은 나중에 있습니다만… 뭐, 말씀해 보세요.”
“이능력 연합은 이능력 연합에 들어온 신규 종족을 보호해 주지 않는 겁니까? 어쨌든 연합이잖습니까?”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매우 시기적절한 질문이고요. 그 질문의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그 질문의 답은 ‘보호는 해준다’입니다.”
“예?”
“정확하게는 보호해 주려고 노력하는데, 결국은 보호해 주지 못합니다.”
“…….”
“우주는 두 부류로 나뉘어져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미 승자는 나온 상태입니다. 그게 바로 과학 문명 연합의 잘그족입니다.”
“…….”
“큐레시어족의 이능력 연합은 잘그족의 과학 문명 연합과 세가 비등했던 약 1,000년 전,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능력 연합에 가입한 신규 종족을 본국의 사정 때문에 제대로 보호해 주지 않은 겁니다. 그 일로 인해 이능력 연합에 신규 가입한 3개의 종족이 멸망당했습니다. 단 하나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당연하게도 신규 종족들은 멸망을 피하기 위해 잘그족이 주축이 된 과학 문명 연합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개돼지의 삶을 받아들인 겁니다.”
“…….”
“뒤늦게 자신들의 실책을 깨달은 이능력 연합은 연합에 신규 가입한 종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력을 다해 신규 가입 종족을 보호했습니다. 과학 문명 연합 또한 그런 신규 종족을 전력을 다해 공격했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 승리의 길이 그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능력 연합에 가입한 신규 종족은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전부 멸망당했습니다. 과학 문명 연합에 합류한 신규 종족들은 어쨌든 살아남았습니다.”
“…….”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5:5 비등했던 전력이 6:4가 되어버린 겁니다.”
“…….”
“하여 저희는 이도저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과학 문명 연합에 들어가면 인류는 개돼지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하고, 이능력 연합에 들어가면 그대로 멸망이기 때문입니다.”
“…….”
“그러다 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확률은 낮지만, 자유를 지키고 인류의 명맥을 유지할 방법입니다. 그건 바로 중립 종족이 되는 겁니다.”
“…….”
“우주에는 두 개의 세력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단 1%에 불과하지만, 중립 세력도 존재합니다. 이 1%의 중립 세력은 소수지만, 엄청나게 강력합니다. 현재의 6:4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덕분에 새로운 선택지가 50년 전에 생겨났습니다. 두 연합 중 하나에 가입하는 것 외에 중립 종족 선언이라는 선택지가 생겨난 겁니다,”
“…….”
“중립을 선언하고 중립 종족이 되기 위해선 과학 문명 연합과 이능력 연합의 단계적 공격을 20년간 막아내야만 합니다. 가장 먼저 중립 종족이 된 헬파이어 종족을 비롯한 중립 종족들이 과학 문명 연합, 이능력 연합과 협상하여 끌어낸 조건입니다.”
“…….”
“20년 간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멸망하지 않는다면 중립 종족이라는 지휘가 주어지게 됩니다. 그 중립 종족이 되면 200년간의 자유를 보장받습니다. 반대로 끝내 막아내지 못하면 그대로 멸망하게 되는 겁니다. 선택에 따른 대가지요.”
“…….”
“여기까지 듣고 궁금하신 게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홍사혁 차관의 말에 92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 손을 든다. 홍사혁 차관은 그를 지명했다.
“예, 좌측에 앉으신 분, 말씀하세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했다.
“중립 행성이라는 지위를 얻을 수 있기는 한 겁니까? 20년이나 두 연합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면서요?”
“물론 중립 행성이 못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공격을 못 막아내고 멸망할 확률이 중립 종족이 될 확률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사실 50여 년간 약 30개 우주 종족이 중립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20년간 두 연합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중립 종족 자격을 얻고 200년간의 자유를 보장받은 종족은 단 세 개 종족에 불과합니다. 확률로 따지면 약 10%정도 되겠네요.”
“…….”
“그러나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
“두 연합은 단계적으로 공격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부수면 애초부터 중립 종족이 탄생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 조약에 의거하여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공격해 오지 못합니다. 거기다 세 번째 중립 종족 자격을 얻은 테라칸 종족이 저희 인류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저들을 대적할 전사를 만드는 기술을 우리 인류에게 양도했으며, 그 전사를 무장시킬 기술도 저희 인류에게 양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인류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물음을 해결한 남자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또 다른 이가 손을 든다. 그는 홍상혁 차관 바로 앞에 앉아 있다. 홍사혁 차관은 그를 지명했다.
“예, 말씀하세요.”
그는 일어나자마자 말했다.
“듣다보니 궁금한 게 있어 질문합니다. 말씀하신 것들 중에 우주 조약이란 것도 말씀하셨는데, 우주 조약이라는 것 지켜지기는 하는 겁니까? 결국엔 완전한 승자가 나오면 폐기될 조약들 아닙니까?”
“맞습니다. 완전한 승자가 나오면 우주 조약은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20년간의 단계적 공격? 200년간의 자유? 물거품 되겠지요. 그러나 우주 조약이 폐기되는 건 최소 몇 천 년 후의 일일 겁니다.”
“…….”
“그들이 5:5 세력 비를 6:4로 만드는데 근 천년이 걸렸습니다. 그들이 완전히 승리하는데 못해도 천년은 더 걸릴 겁니다. 거기다 중립 종족들이 그들을 방관하지 않을 겁니다. 완전한 승자가 나오는 순간은 바로 중립 종족도 멸망하는 날이니까요.”
“…….”
“여담이지만, 중립 종족 선언도 그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현 세력 비율을 고착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쓰이고 있는 게 바로 중립 종족 선언인 거죠. 또 질문하실 분 있으십니까?”
이번엔 맨 뒤쪽에 앉은 남자가 손을 든다. 홍사혁 차관은 그를 지명했다.
“예, 말씀하세요.”
그도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립 종족 선언은 결국 현 상황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방금 말씀하셨습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럴 거면 영구적으로 하지, 왜 200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겁니까?”
“영구적이라는 기간은 잘그족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잘그족 입장에서 중립 종족은 눈에 가시거든요. 없애고는 싶지만 함부로 없앨 수 없는, 그러나 꼭 없애야만 하는. 더 질문하실 분 있습니까?”
이번엔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물을 게 없어서라기보다는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
홍사혁 차관은 다시 설명하려 했다. 그때, 한 사람이 뒤늦게 손을 들었다. 홍사혁 차관은 그를 호명했다.
“맨 뒤쪽에 앉아계신 분, 예, 말씀하세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짧은 머리에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그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저는 77연대 1대대 2중대장 이한솔 대위입니다. 저는 사단장님의 명령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제가 군인이어서인지 몰라도 기밀이라는 말에 꼭 듣고 싶어 보안 서약서도 작성하였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이걸 왜 제가 듣고 있나 싶습니다. 이런 엄청난 일을 저 같은 말단 대위에게 가르쳐 주시는 이유가… 도무지 짐작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한솔 대위의 물음에 홍사혁 차관은 쓰게 웃는다. 그러고 나서 대답했다.
“하하하, 성미가 매우 급하신 분이시군요. 이번 질문 타임이 끝나고 바로 설명해 드리려 했는데요. 그럼, 간단하게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앞서 말했던 전사! 그 후보자들입니다. 인류의 생존이라는 사명을 가진 특이 인자를 지닌 분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