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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편의점 첫 근무가 끝이 났다. 첫 근무 중 시행착오도 다수 있었지만, 첫 근무치곤 무난했다.
편의점 일은 확실히 노가다보다 편한 일이다.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았고, 노가다를 하면 읽지 못할 책도 총 2권이나 읽을 수 있었다.
교대 시간 약 5분 전에 다음 교대 근무자가 왔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흔녀였다. 그녀는 선우를 물끄러미 봤다.
“처음 보네요?”
“예, 오늘 처음 근무했습니다.”
“처음이시니까 확인 작업 좀 빡세게 할게요.”
“예.”
흔녀는 확인 작업을 정말 빡세게 했다. 군대에서 조교하면 정말 잘할 것 같다.
모든 확인 작업을 마친 그녀는 인사했다.
“수고하셨어요.”
선우는 퇴근과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밤샌 탓에 조금 피곤했지만, 최현우 마술사와의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 늦으면 안 되는데.”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이 막혀 생각보다 더 걸렸다.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오히려 빨리 왔다. 바로 출발하길 천만다행이다.
카페에 들어간 선우는 카페 내부를 확인했다. CCTV의 위치, 사람들의 동선 등을 파악했다.
‘저 자리만 피하면 되네.’
카페 안에는 CCTV가 3개 있었다. 대부분은 현관과 계산대 등을 비추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CCTV 사각지대 자리를 찾았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선우는 그곳에 가 앉은 후 그가 오길 기다렸다.
그는 약 5분 후 모습을 드러냈다.
‘똑같네.’
그는 동영상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선우는 손을 들었다.
“여기요∼!”
그는 바로 알아챘다. 선우의 맞은편 자리로 왔다.
“반갑습니다. 최현우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이선우입니다.”
“커피부터 시키죠. 뭐 드시겠습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저는 카라멜 마키아또로 하죠. 달달한 게 당기는군요.”
“예, 카레말 마키아또, 잠시만 기다리세요.”
최현우가 커피를 샀다. 그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다음 선우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드세요.”
“예”
그는 두 개의 커피 중 하나를 집어 한 모금 마셨다. 선우 또한 커피를 집어 한 모금 마셨다. 그는 그러고는 힐끔 시간을 확인했다.
“제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장 2시간 후 행사가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마술은 준비해 오셨습니까?”
그는 매우 바쁜 모양이었다. 마술사라는 직종은 생각보다 더 돈벌이가 되는 모양이다.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먼저 와서 마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사실 선우가 하는 건 마법이라 준비랄 게 없다. 마법을 실행하는 선우와 마력집의 마력만 있으면 된다. 그럼에도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인 척을 해야 하니까. 최현우는 만족한 듯 웃었다.
“그럼, 지금 바로 보는 게 가능 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그럼, 바로 해주시겠어요.”
“예, 그러죠. 첫 번째 마술입니다.”
선우가 준비한 첫 번째 마술은 아이스 볼을 응용한 마술이었다. 라라에게 사정사정해서 오늘 새벽 편의점에서 겨우 완성했다.
선우는 첫 번째 마술을 최현우에게 선보였다. 최현우는 선우가 시연한 마술을 보곤 경악했다.
“이게 정말 마술입니까?”
“예, 마술입니다.”
“트릭을 알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영업 비밀입니다.”
선우는 그에게 두 번째 마술도 보여주었다. 공간이동 마법인 블링크를 이용한 마법, 아니 마술이었다.
“흡!”
선우가 불현 듯 사라졌다가 나타나자 최현우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가 실제로 본 건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니까.
그는 한참 후 정신을 차리더니 다짜고짜 말해왔다.
“당장 계약합시다.”
선우는 그와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워낙 획기적인 마술을 보여준 탓에 선우가 슈퍼 을이라는 입장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
내 이름은 김인성이다. 유명 얼짱 배우와 동명인이다. 김인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가 배우로서 뜬 이후부터 김인성은 미남의 표본 같은 이름이 되어버렸다. 못생긴 나 같은 놈에게 김인성이라는 이름은 과분한 호칭이요, 비교의 촉매제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린 거다. 그 때문에 대인기피증이 걸렸다. 사람을 만나기가 꺼려졌다. 난 그래서 늘 집에만 있었다.
“인성아, 집에만 있지 말고 좀 나가서 친구 좀 만나라.”
“싫어.”
“인성아…….”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히키코모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히끼코모리는 무조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 오덕이 아니다. 애니매이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난 늘 집에 있었지만 오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일부러 더 책을 읽었다.
“침묵의 살인자라”
여러 장르 소설 중 특히 추리소설 위주로 읽었다. 삶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너무나 잘 맞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것들만 주로 읽다 보니 세상이 더 비관적으로 보였다. 한때 취미 삼아 즐겨보던 마술도 더 이상은 마술로써 보이지 않고 그저 사기로만 보였다.
그러다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흰색 유령 가면을 쓴 마술사가 마술을 하는 동영상이었다.
“신인인가? 그럼 털어줘야지.”
저 마술사의 트릭을 낱낱이 밝혀 주리라고 단단히 마음먹은 난 그 동영상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두 손을 걷어붙였다.
[지금부터 저는 세상의 물을 모두 얼릴 겁니다. 온 세상의 물을 꽁꽁 얼려 세상을 빙하처럼 차갑게 만들 겁니다.]
[에이, 거짓말!]
[예, 맞습니다. 사실 온 세상을 얼리는 건 거짓말입니다. 온 세상을 어떻게 얼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신도 아닌데요. 대신 이곳 주위에 존재하는 일부의 물을 얼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병으로 제 물만 얼리면 조작이라 그러실 겁니다. 마술이 아니라 사기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 소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물들을 전부를 얼리도록 하겠습니다. 꽝꽝 얼은 얼음물을 드시고 계신 분은 없으십니까?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물 드시고 싶으신 분은요? 원하시는 분들 지금 당장 앞으로 물병을 전달해 주세요.]
가면 쓴 마술사는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는 대중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하자 너도나도 앞쪽으로 물병을 내밀었다.
[여기요, 여기.]
어떤 사람은 물병이 아닌 커피를 내밀었다. 테이크아웃 해 마시던 커피였다. 마술사는 물병뿐만 아니라 그 커피 등도 전부 수거했다.
[이야, 벌써 여름인가요?]
마술사는 수거한 그것들을 테이블 위해 일렬로 놓았다. 동영상 속 테이블은 얇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특별한 장치가 장착 되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마술사는 올라와 있는 병들을 쭉 보다가 은색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저는 이곳의 물들을 단 3초 만에 전부 다 얼릴 겁니다. 그런데 제 마술에 문제가 되는 물건이 하나 보이네요. 여기 이 보온병. 이 보온병의 유리는 제 기를 방해합니다. 보온병의 안쪽 유리가 제 마술 때문에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보온병만 안 얼려드릴 순 없겠지요? 그래서 이 보온병은 따로 얼릴 겁니다. 맛보기로요.]
마술사는 잔뜩 약을 친 다음 보온병의 뚜껑을 열었다. 보온병에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걸 대중들에게 일일이 확인시켰다. 그리곤 뚜껑 부분에 손바닥을 댄 다음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마치 마법을 쓴 다는 듯 주문을 외우는 척 했다.
[얼려라∼ 얼려라∼]
주문 내용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그 때문에 웃는 사람들도 보인다. 마술사는 돌연 보온병을 뒤집었다.
[얍!]
[오!]
물병에선 물이 쏟아지지 않았다. 단 한 방울도 쏟아질 기미가 없었다. 마술사는 보온병의 주인에게 그 보온병을 건넸다. 보온병의 주인은 마술사로부터 보온병을 받았다.
[여기 있습니다. 보온병이라 녹는 건 한참 걸릴 겁니다.]
보온병의 물이 꽝꽝 얼은 것을 확인한 주인과 대중들은 크게 놀랐다.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뱉었다.
[와, 진짜 얼었어. 그냥 살얼음도 아니고 꽝꽝!]
[진짜야? 진짜?]
마술사는 그들의 반응을 보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테이블 뒤에 섰다.
마술사는 바닥에 놓여 있는 커튼 같은 것을 집어 들었다.
[저는 이 가림막으로 테이블 위에 물병들을 잠시 가릴 겁니다. 단 3초! 3초 만에 이 가림막을 내려놓을 겁니다. 이곳에 물병을 제출하신 분들은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단 3초 만에 얼음물을 마실 수 있게 되셨으니까요. 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마술사는 한 번 더 약을 팔았다. 투우사처럼 겉은 검고 내부는 붉은 커튼을 현란하게 흔든다.
그는 커튼 안에 아무것도 없음을 대중들에게 확인시켰다. 대중들은 커튼 내부에 아무것도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곤 마술사는 주문을 외웠다.
[얼려라∼ 얼려라∼ 얼려라∼]
마술사는 다시 또 유치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다 돌연 커튼으로 테이블을 덮었다. 약속대로 그는 약 3초 후 커튼을 손에서 났다.
[짠~]
커튼이 스르륵 내려갔다. 중력 때문에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 물통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오∼∼!]
물통들이 전부 얼어 있었다. 물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물통들은 전부 그래 보였다. 어떻게 물을 단 3초 만에 얼릴 수 있을까. 저건 불가능한데.
마술사는 별것 아니라는 듯 테이블에서 떨어졌다.
[이것들 보이십니까? 지금 여기 있는 모든 물병의 물이 얼었습니다. 저기 저 플라스틱 컵 안의 커피도 얼었군요? 저는 더 이상 저기 있는 물병들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맨 오른쪽 물병의 주인 분!]
마술사가 호명하자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예!]
[물병 찾아가 주세요~]
한 사람씩 나와 물병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무리 속에는 남녀노소가 다 있었다. 마술사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물병을 손에 쥔 모두는 하나같이 신기하다는 얼굴이었다. 테이블 위에 물병들이 제 주인을 찾은 순간, 동영상이 끝이 났다. 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한 번 더 동영상을 봤다.
“와, 어떻게 이런 마술이 다 있냐?”
전체를 정상적인 속도로 다시 본 다음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돌려봤다. 추리소설 속 명탐정에 빙의된 것처럼 마술의 트릭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봐도 트릭을 찾을 수 없었다. 거의 네 시간을 꼬박 투자했지만 헛짓이었다.
난 조금 더 열정을 불사 지르려다 결국 포기했다.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선 포기가 꽤 빠른 편이다.
난 즉시 댓글을 살폈다. 나보다 뛰어난 능력자가 있길 바랐다.
로켓펀치 – 1주 전
= 저거 실화냐?
거지들 – 1주 전
= 실화충 극혐.
겨울에도 비는 내린다. ― 6일 전
= 저거 가능한 마술임?
뭉킁뭉클 – 6일 전
= 드라이아이스나 액체질소 같은 걸로 순간적으로 얼린 것 아닌가요?
겨울에도 비는 내린다. ― 6일 전
= 그것들로도 단 3초 만에는 저렇게 얼리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물과 그것들이 직접 닿은 것도 아니고, 용기라는 플라스틱이 중간이 있잖습니까. 거기다가 그것들 다 어디로 갔습니까? 제 눈엔 보이지 않는데요.
뭉킁뭉클 – 6일 전
= 확실히 그렇네요. 와∼ 마술의 신비.
대리기사 – 5일 전
= 트릭 찾는 거 난 포기. 도저히 모르겠음.
가만히싸봐 – 4일 전
= 나도 포기. 이건 정말 모르겠다.
안드로메다 – 3일 전
= 난 풀었음. 난 역시 천재임.
대리기사 – 3일 전
= 어떻게? 트릭이 뭔데?
안드로메다 – 3일 전
= 저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짠 거임.
대리기사 – 3일 전
= 개소리 사절. 저거 이대 앞에서 한 공연임.
그런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악명 높기로 소문난 한국의 네티즌들도 마술의 트릭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한 댓글을 보게 되었다.
나이스원 – 2일 전
= 근데 저 마술사, 어디 소속임? 어디 가면 저 마술사의 마술 볼 수 있음?
끼워팔기 – 2일 전
= 최현우 마술사랑 같은 소속인 걸로 앎. 1주일에 2번 랜덤으로 10분 간 공연한다고 함. 물론 걸즈데이 공연이 그가 하는 마술 공연보다 더 재미있음.
나이스원 – 2일 전
= 닉값 사절, 어쨌든 감사.
그는 최현우 마술사와 같은 소속이었다. 최현우 마술사?
으득.
‘하, 그 양아치랑 같은 소속이네.’
난 오래 전 최현우의 마술 트릭을 발견한 적이 있다. 세 개의 동영상 속 마술의 트릭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동영상들의 댓글에다 발견한 트릭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얼마 후 최현우 마술사로부터 쪽지도 받았다.
― 타인을 위해 마술의 비밀을 지켜주세요.
난 그 쪽지를 받은 이후 최현우 마술사의 동영상은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트릭을 찾을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저 마술사가 최현우 마술사와 같은 소속이란다.
난 자존심이 상했지만 최형우 마술사의 사이트로 오래간만에 들어갔다. 저 가면 마술사와의 공연 일정을 확인했다.
“에게…….”
가면 마술사는 1주일에 단 2번만 공연을 했다. 두 번 하는 공연도 딱 10분만 했다. 거기다 그는 제법 규모 있는 공연에만 참가했다. 돈 안 될 것 같은 공연에는 일절 참가하지 않았다.
난 그가 참가하는 공연 목록을 모두 살폈다. 내가 갈 수 있는 공연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마침 내가 갈 수 있는 공연을 찾았다. 난 정말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했다.
편의점 첫 근무가 끝이 났다. 첫 근무 중 시행착오도 다수 있었지만, 첫 근무치곤 무난했다.
편의점 일은 확실히 노가다보다 편한 일이다.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았고, 노가다를 하면 읽지 못할 책도 총 2권이나 읽을 수 있었다.
교대 시간 약 5분 전에 다음 교대 근무자가 왔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흔녀였다. 그녀는 선우를 물끄러미 봤다.
“처음 보네요?”
“예, 오늘 처음 근무했습니다.”
“처음이시니까 확인 작업 좀 빡세게 할게요.”
“예.”
흔녀는 확인 작업을 정말 빡세게 했다. 군대에서 조교하면 정말 잘할 것 같다.
모든 확인 작업을 마친 그녀는 인사했다.
“수고하셨어요.”
선우는 퇴근과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밤샌 탓에 조금 피곤했지만, 최현우 마술사와의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 늦으면 안 되는데.”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이 막혀 생각보다 더 걸렸다.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오히려 빨리 왔다. 바로 출발하길 천만다행이다.
카페에 들어간 선우는 카페 내부를 확인했다. CCTV의 위치, 사람들의 동선 등을 파악했다.
‘저 자리만 피하면 되네.’
카페 안에는 CCTV가 3개 있었다. 대부분은 현관과 계산대 등을 비추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CCTV 사각지대 자리를 찾았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선우는 그곳에 가 앉은 후 그가 오길 기다렸다.
그는 약 5분 후 모습을 드러냈다.
‘똑같네.’
그는 동영상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선우는 손을 들었다.
“여기요∼!”
그는 바로 알아챘다. 선우의 맞은편 자리로 왔다.
“반갑습니다. 최현우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이선우입니다.”
“커피부터 시키죠. 뭐 드시겠습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저는 카라멜 마키아또로 하죠. 달달한 게 당기는군요.”
“예, 카레말 마키아또, 잠시만 기다리세요.”
최현우가 커피를 샀다. 그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다음 선우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드세요.”
“예”
그는 두 개의 커피 중 하나를 집어 한 모금 마셨다. 선우 또한 커피를 집어 한 모금 마셨다. 그는 그러고는 힐끔 시간을 확인했다.
“제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장 2시간 후 행사가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마술은 준비해 오셨습니까?”
그는 매우 바쁜 모양이었다. 마술사라는 직종은 생각보다 더 돈벌이가 되는 모양이다.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먼저 와서 마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사실 선우가 하는 건 마법이라 준비랄 게 없다. 마법을 실행하는 선우와 마력집의 마력만 있으면 된다. 그럼에도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인 척을 해야 하니까. 최현우는 만족한 듯 웃었다.
“그럼, 지금 바로 보는 게 가능 할까요”
“예, 가능합니다.”
“그럼, 바로 해주시겠어요.”
“예, 그러죠. 첫 번째 마술입니다.”
선우가 준비한 첫 번째 마술은 아이스 볼을 응용한 마술이었다. 라라에게 사정사정해서 오늘 새벽 편의점에서 겨우 완성했다.
선우는 첫 번째 마술을 최현우에게 선보였다. 최현우는 선우가 시연한 마술을 보곤 경악했다.
“이게 정말 마술입니까?”
“예, 마술입니다.”
“트릭을 알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영업 비밀입니다.”
선우는 그에게 두 번째 마술도 보여주었다. 공간이동 마법인 블링크를 이용한 마법, 아니 마술이었다.
“흡!”
선우가 불현 듯 사라졌다가 나타나자 최현우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가 실제로 본 건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니까.
그는 한참 후 정신을 차리더니 다짜고짜 말해왔다.
“당장 계약합시다.”
선우는 그와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워낙 획기적인 마술을 보여준 탓에 선우가 슈퍼 을이라는 입장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은 김인성이다. 유명 얼짱 배우와 동명인이다. 김인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가 배우로서 뜬 이후부터 김인성은 미남의 표본 같은 이름이 되어버렸다. 못생긴 나 같은 놈에게 김인성이라는 이름은 과분한 호칭이요, 비교의 촉매제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린 거다. 그 때문에 대인기피증이 걸렸다. 사람을 만나기가 꺼려졌다. 난 그래서 늘 집에만 있었다.
“인성아, 집에만 있지 말고 좀 나가서 친구 좀 만나라.”
“싫어.”
“인성아…….”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히키코모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히끼코모리는 무조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 오덕이 아니다. 애니매이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난 늘 집에 있었지만 오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일부러 더 책을 읽었다.
“침묵의 살인자라”
여러 장르 소설 중 특히 추리소설 위주로 읽었다. 삶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너무나 잘 맞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것들만 주로 읽다 보니 세상이 더 비관적으로 보였다. 한때 취미 삼아 즐겨보던 마술도 더 이상은 마술로써 보이지 않고 그저 사기로만 보였다.
그러다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흰색 유령 가면을 쓴 마술사가 마술을 하는 동영상이었다.
“신인인가? 그럼 털어줘야지.”
저 마술사의 트릭을 낱낱이 밝혀 주리라고 단단히 마음먹은 난 그 동영상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두 손을 걷어붙였다.
[지금부터 저는 세상의 물을 모두 얼릴 겁니다. 온 세상의 물을 꽁꽁 얼려 세상을 빙하처럼 차갑게 만들 겁니다.]
[에이, 거짓말!]
[예, 맞습니다. 사실 온 세상을 얼리는 건 거짓말입니다. 온 세상을 어떻게 얼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신도 아닌데요. 대신 이곳 주위에 존재하는 일부의 물을 얼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병으로 제 물만 얼리면 조작이라 그러실 겁니다. 마술이 아니라 사기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 소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물들을 전부를 얼리도록 하겠습니다. 꽝꽝 얼은 얼음물을 드시고 계신 분은 없으십니까?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물 드시고 싶으신 분은요? 원하시는 분들 지금 당장 앞으로 물병을 전달해 주세요.]
가면 쓴 마술사는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는 대중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하자 너도나도 앞쪽으로 물병을 내밀었다.
[여기요, 여기.]
어떤 사람은 물병이 아닌 커피를 내밀었다. 테이크아웃 해 마시던 커피였다. 마술사는 물병뿐만 아니라 그 커피 등도 전부 수거했다.
[이야, 벌써 여름인가요?]
마술사는 수거한 그것들을 테이블 위해 일렬로 놓았다. 동영상 속 테이블은 얇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특별한 장치가 장착 되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마술사는 올라와 있는 병들을 쭉 보다가 은색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저는 이곳의 물들을 단 3초 만에 전부 다 얼릴 겁니다. 그런데 제 마술에 문제가 되는 물건이 하나 보이네요. 여기 이 보온병. 이 보온병의 유리는 제 기를 방해합니다. 보온병의 안쪽 유리가 제 마술 때문에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보온병만 안 얼려드릴 순 없겠지요? 그래서 이 보온병은 따로 얼릴 겁니다. 맛보기로요.]
마술사는 잔뜩 약을 친 다음 보온병의 뚜껑을 열었다. 보온병에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걸 대중들에게 일일이 확인시켰다. 그리곤 뚜껑 부분에 손바닥을 댄 다음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마치 마법을 쓴 다는 듯 주문을 외우는 척 했다.
[얼려라∼ 얼려라∼]
주문 내용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그 때문에 웃는 사람들도 보인다. 마술사는 돌연 보온병을 뒤집었다.
[얍!]
[오!]
물병에선 물이 쏟아지지 않았다. 단 한 방울도 쏟아질 기미가 없었다. 마술사는 보온병의 주인에게 그 보온병을 건넸다. 보온병의 주인은 마술사로부터 보온병을 받았다.
[여기 있습니다. 보온병이라 녹는 건 한참 걸릴 겁니다.]
보온병의 물이 꽝꽝 얼은 것을 확인한 주인과 대중들은 크게 놀랐다.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뱉었다.
[와, 진짜 얼었어. 그냥 살얼음도 아니고 꽝꽝!]
[진짜야? 진짜?]
마술사는 그들의 반응을 보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테이블 뒤에 섰다.
마술사는 바닥에 놓여 있는 커튼 같은 것을 집어 들었다.
[저는 이 가림막으로 테이블 위에 물병들을 잠시 가릴 겁니다. 단 3초! 3초 만에 이 가림막을 내려놓을 겁니다. 이곳에 물병을 제출하신 분들은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단 3초 만에 얼음물을 마실 수 있게 되셨으니까요. 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마술사는 한 번 더 약을 팔았다. 투우사처럼 겉은 검고 내부는 붉은 커튼을 현란하게 흔든다.
그는 커튼 안에 아무것도 없음을 대중들에게 확인시켰다. 대중들은 커튼 내부에 아무것도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곤 마술사는 주문을 외웠다.
[얼려라∼ 얼려라∼ 얼려라∼]
마술사는 다시 또 유치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다 돌연 커튼으로 테이블을 덮었다. 약속대로 그는 약 3초 후 커튼을 손에서 났다.
[짠~]
커튼이 스르륵 내려갔다. 중력 때문에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 물통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오∼∼!]
물통들이 전부 얼어 있었다. 물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물통들은 전부 그래 보였다. 어떻게 물을 단 3초 만에 얼릴 수 있을까. 저건 불가능한데.
마술사는 별것 아니라는 듯 테이블에서 떨어졌다.
[이것들 보이십니까? 지금 여기 있는 모든 물병의 물이 얼었습니다. 저기 저 플라스틱 컵 안의 커피도 얼었군요? 저는 더 이상 저기 있는 물병들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맨 오른쪽 물병의 주인 분!]
마술사가 호명하자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예!]
[물병 찾아가 주세요~]
한 사람씩 나와 물병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무리 속에는 남녀노소가 다 있었다. 마술사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물병을 손에 쥔 모두는 하나같이 신기하다는 얼굴이었다. 테이블 위에 물병들이 제 주인을 찾은 순간, 동영상이 끝이 났다. 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한 번 더 동영상을 봤다.
“와, 어떻게 이런 마술이 다 있냐?”
전체를 정상적인 속도로 다시 본 다음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돌려봤다. 추리소설 속 명탐정에 빙의된 것처럼 마술의 트릭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봐도 트릭을 찾을 수 없었다. 거의 네 시간을 꼬박 투자했지만 헛짓이었다.
난 조금 더 열정을 불사 지르려다 결국 포기했다.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선 포기가 꽤 빠른 편이다.
난 즉시 댓글을 살폈다. 나보다 뛰어난 능력자가 있길 바랐다.
로켓펀치 – 1주 전
= 저거 실화냐?
거지들 – 1주 전
= 실화충 극혐.
겨울에도 비는 내린다. ― 6일 전
= 저거 가능한 마술임?
뭉킁뭉클 – 6일 전
= 드라이아이스나 액체질소 같은 걸로 순간적으로 얼린 것 아닌가요?
겨울에도 비는 내린다. ― 6일 전
= 그것들로도 단 3초 만에는 저렇게 얼리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물과 그것들이 직접 닿은 것도 아니고, 용기라는 플라스틱이 중간이 있잖습니까. 거기다가 그것들 다 어디로 갔습니까? 제 눈엔 보이지 않는데요.
뭉킁뭉클 – 6일 전
= 확실히 그렇네요. 와∼ 마술의 신비.
대리기사 – 5일 전
= 트릭 찾는 거 난 포기. 도저히 모르겠음.
가만히싸봐 – 4일 전
= 나도 포기. 이건 정말 모르겠다.
안드로메다 – 3일 전
= 난 풀었음. 난 역시 천재임.
대리기사 – 3일 전
= 어떻게? 트릭이 뭔데?
안드로메다 – 3일 전
= 저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짠 거임.
대리기사 – 3일 전
= 개소리 사절. 저거 이대 앞에서 한 공연임.
그런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악명 높기로 소문난 한국의 네티즌들도 마술의 트릭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한 댓글을 보게 되었다.
나이스원 – 2일 전
= 근데 저 마술사, 어디 소속임? 어디 가면 저 마술사의 마술 볼 수 있음?
끼워팔기 – 2일 전
= 최현우 마술사랑 같은 소속인 걸로 앎. 1주일에 2번 랜덤으로 10분 간 공연한다고 함. 물론 걸즈데이 공연이 그가 하는 마술 공연보다 더 재미있음.
나이스원 – 2일 전
= 닉값 사절, 어쨌든 감사.
그는 최현우 마술사와 같은 소속이었다. 최현우 마술사?
으득.
‘하, 그 양아치랑 같은 소속이네.’
난 오래 전 최현우의 마술 트릭을 발견한 적이 있다. 세 개의 동영상 속 마술의 트릭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동영상들의 댓글에다 발견한 트릭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얼마 후 최현우 마술사로부터 쪽지도 받았다.
― 타인을 위해 마술의 비밀을 지켜주세요.
난 그 쪽지를 받은 이후 최현우 마술사의 동영상은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트릭을 찾을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저 마술사가 최현우 마술사와 같은 소속이란다.
난 자존심이 상했지만 최형우 마술사의 사이트로 오래간만에 들어갔다. 저 가면 마술사와의 공연 일정을 확인했다.
“에게…….”
가면 마술사는 1주일에 단 2번만 공연을 했다. 두 번 하는 공연도 딱 10분만 했다. 거기다 그는 제법 규모 있는 공연에만 참가했다. 돈 안 될 것 같은 공연에는 일절 참가하지 않았다.
난 그가 참가하는 공연 목록을 모두 살폈다. 내가 갈 수 있는 공연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마침 내가 갈 수 있는 공연을 찾았다. 난 정말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