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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의 용사였습니다 6화
And(5)
“너보다는 나이가 많을 건데.”
세민은 싸늘하게 답했고, 선우는 픽 웃은 다음 왼쪽 눈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며 말한다.
“나이가 많아서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오셨나?”
“오… 신기하네. 진짜 그걸 알아차릴 수 있다니.”
세민은 감탄하며 품에서 무전기를 꺼냈고, 선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혼자고 혼자가 아니고는 나한테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제압해!”
세민은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친다. 하지만 아무도 카페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자 세민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
“…….”
“……?”
세민은 무전기를 내려다보았고, 선우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허허 웃으며 말한다.
“이미 아무도 없어. 전부 쓰러졌다고. 평범한 인간들이 환계의 힘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은… 특수부대원…….”
“아니, 특수부대원이고 뭐고 간에 내 앞에선 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니까.”
선우는 귀를 후빈다. 세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무전기를 한 번 흔들었다가 툭툭 친 다음 소리치듯 말한다.
“돌입해. 돌입해!”
치익.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세민은 무전기를 멍하니 내려다보았고, 선우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말한다.
“목을 좀 더 졸라주면 납득할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세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다시 귀를 후비며 말한다.
“그리고 스물여덟에 본부장이라고? 대단하네. 그다지 실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갔냐?”
세민은 입술을 깨물었고 선이는 픽 웃으며 말한다.
“근데 스물여덟이면 내 나이 반도 안 되잖아.”
“뭐……?”
세민은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설명을 하듯이 말한다.
“6년 전 환계는 꽤 많이 망가져 있었거든. 이곳이랑 시간축도 안 맞았어. 우리가 없었던 그 3일이 정말 3일이라고 생각한 거야?”
선우는 물었고 세민은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린다. 선우는 손을 뻗으며 말한다.
“그리고 우리 애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 애들은 그런 거 싫어하거든. 남들의 비호, 우리는 지키는 역할이지. 용사거든”
선우는 무언가를 잡는다. 그의 손에 기훈이 잡혀 있다. 기훈은 기절한 상태였다.
세민은 당황하고, 선우는 기훈을 기원에게 넘기고 다시 허공을 잡는다. 그의 손에 우현이 잡혀 있다. 우현도 기절한 상태였다.
선우는 우현을 옆에 눕히고 다시 허공을 잡는다. 이번에는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수염을 다듬지 않은 꽤 피곤해 보이는 청년이 잡힌다. 얘가 건수다.
조금 마른 체격, 갈색 머리카락에 어찌 보면 포근한 인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느낌이다. 수염과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다듬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꽤 훈훈한 느낌이다.
선우는 건수를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아린을 잡는다. 아린은 자신을 잡은 선우의 손을 잡으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너무하네. 나부터 구해주지.”
“난 네가 잡혔다는 사실이 더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선우는 아린을 놓았고 아린은 옷을 털며 말한다.
“벌레 몇 마리 풀어놨어.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번식이 끝날 거야. 신호만 주면 그 정도 조직은 언제든지 괴멸시킬 수 있어.”
“…뭐?”
세민은 별 황당한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생긋 웃으며 손바닥을 내민다. 그녀의 손에 손가락만 한 개미 한 마리가 있다.
“이게 뭔지 알아? 총알 개미라고 불리는 녀석이야. 이 녀석한테 물리면 마치 총알에 맞은 듯한 고통이 24시간 동안이나 지속된다고 해. 이런 녀석들이 지금 네 본부에 한 시간에 수천 마리씩 만들어지고 있어. 재밌겠지? 고작 벌레 때문에 조직 하나가 괴멸된다는 거.”
“…….”
“힘이 많이 사라져서 거대 벌레들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평범한 벌레들로도 그런 조직쯤은 다 정리할 수 있어.”
아린의 웃음에 살벌함이 깃든다. 세민은 목이 마른지 침을 삼킨다. 선우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 그 소꿉장난 같은 조직 놀이로 우리들에게 손을 대려 하지 마. 다쳐.”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다. 그러니까 이 손을 좀 치워줬으면 좋겠는데.”
선우의 손은 아직도 세민을 잡고 있다. 선우는 말한다.
“약속해. 이딴 병신 같은 짓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와서 말해.”
“하지 않겠다면?”
우득!
“켁! 켁! 하, 할게! 한다고!”
세민이 거칠게 말한 순간 손이 그의 목을 조른다. 세민은 다급히 긍정했고, 그러자 손은 사라진다. 선우는 손을 까딱거리며 말한다.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
세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페에서 나갔고, 선우는 건수를 흔들며 말한다.
“이 아저씨, 얼굴에 수염 난 것 좀 봐. 도대체 며칠을 안 씻은 거야? 윽, 땀 냄새.”
“그런데 참 한국에 인재가 없나 봐. 그런 사람도 어떤 기관의 장이 될 수 있다니.”
우림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고 선이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아빠가 높은 분인가 보죠. 금수저, 금수저.”
“그런가.”
이 나라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
“…….”
“아저씨!”
“아직… 아저씨… 아니야……!”
건수가 힘겹게 눈을 뜬다. 선우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저씨, 도대체 며칠 동안 밤을 샌 거야?”
“기억 안… 어? 나, 나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건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는 처음 보는 카페였다. 건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가자 선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환계관련재앙대책본부라는 곳에서 형의 안위를 너무 걱정해서 잠시 기절시켜서 보호하고 있었대.”
“…어, 얼마나?”
“나도 잘 모르겠는데.”
건수는 폰을 본다. 그리고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리포트… 써야… 하는데…….”
“만날 리포트, 리포트. 사실은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매일 리포트가 생겨나.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건수는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진지할 순 없을 듯한 표정을 짓는다. 건수의 진지한 표정에 선우는 선이를 보며 말한다.
“그럼 보내줘.”
“건수 오빠, 어디에 보내주면 돼요? 나 천성대 내부 지리는 잘 모르는데.”
“하, 학생회관 몰라? 그… 길 따라 올라가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거기!”
건수는 절박한 표정을 지었고, 선이는 ‘음……’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말한다.
“대강 알 것 같아요. 그런데 땅에 처박혀도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응!”
슝!
그렇게 건수는 사라졌고, 선이는 머리를 매만지며 말한다.
“손맛이 땅에 처박힌 것 같지는 않네.”
선우는 우현과 기훈을 툭툭 치며 말한다.
“이것들 왜 안 일어나? 아린아, 아까 그 총알 개민가 뭔가 하는 거 좀 줘봐.”
아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자기, 농담하는 거지? 내가 괜히 그것들로 거기 없애겠다고 한 거 아니야. 그거 맞으면 진짜 퉁퉁 붓고 많이 아파. 죽을 수도 있어. 보통 사람은 기절해! 게다가 내가 만든 거잖아. 원본보다 조금 세게 만들어졌어.”
선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얘들 몸이 얼마나 튼튼한데 그거 가지고 엄살 부리겠냐.”
“우와…….”
아린은 감탄하며 총알 개미를 선우에게 내밀었고, 선우는 다른 손을 소환해 총알 개미의 목을 잡고 기훈에게 내민다. 총알 개미는 곧 기훈의 손목을 깨문다.
“…….”
“…….”
“거봐, 아무렇지도 않잖아.”
“아아아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기훈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선우는 총알 개미를 빠직 부순 다음 옆으로 치우며 말한다.
“어, 왜, 왜 그래, 기훈아.”
“으으으… 으으으… 아으으…….”
기훈은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표정을 짓 있었고, 선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기훈아, 괜찮아? 환계관련재앙대책본부라는 녀석들이 널 납치했었어. 손목은 왜 그래? 혹시 납치당할 때 다친 거야?”
“으으으… 어으으…….”
기훈은 말을 못하겠다는 듯이 앓는 소리만 낸다. 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 어떡하지… 우현이도 아직 기절해 있는데… 얼음이라도 가지고 와줄까?”
선이는 눈을 파르르 떨며 말한다.
“와, 진짜 더럽다.”
“그러게.”
다른 사람들 모두 그것에 수긍했다.
***
“푸시딘이라도 발라줄까?”
“…지, 징그럽게 왜 갑자기 착한 척인데?”
겨우 발작을 멈춘 기훈은 손목을 잡고 있었다. 선우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고, 기훈은 이제 슬슬 무섭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선우는 쓰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내가 그런 말을 한 것 때문에 네가 잡혀간 것 같아서… 뭔가 좀… 그러니까 마음이 불편했다고 해야 하나, 그랬거든.”
“허, 헛소리하지 마!”
기훈은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울컥했다가 고개를 돌리며 거칠게 말한다. 그러고는 고개를 약간 숙였다가 선우를 보며 말한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네 말이… 그…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건 알고 있고… 아니 그러니까… 아씨, 진짜, 미안!”
기훈은 고개를 푹 숙였고, 선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됐어, 친구 사이에 미안은 무슨, 아, 진짜. 방금 네 기분 알겠네. 더럽게 징그러워.”
“…시끄러워.”
기훈은 고개를 들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고, 선우도 마주 훈훈한 미소를 짓는다.
“우와, 진짜, 아니, 진짜.”
선이는 말이 안 나온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우림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됐어. 내버려 둬. 본인이 좋다면 된 거야.”
그때 몽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기원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헛, 선우 형의 너무 멋진 모습에 약간 지린 것 같아요.”
“…너희 동생 좀 어떻게 해라. 형 친구한테까지 손대려고 한다.”
“저거 내 동생 아님.”
기훈은 혈연관계를 부정했고, 기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형이 아까 선우 형을 못 봐서 그래. 무슨 본부의 본부장을 상대로 그냥 막… 아무튼 멋졌어.”
기원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식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말한다.
“그런데 저 녀석들, 10년이나 환계 연구했다던데 도대체 뭘 연구했다는 걸까?”
“그다지 쓸데 있는 연구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림은 후후 웃으며 커피를 마신다. 걱정에 비해 상대가 그다지 무섭지 않다.
***
“후… 후…….”
선우는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고 한 번쯤 해보고 싶었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니까 몸을 풀어야 하기도 해서 한 번 해보는 것이다. 계속 하니까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난다.
똑똑!
“후… 들어와.”
노크 소리가 들리자 선우는 똑바로 일어서면서 문을 본다. 선이는 들어오면서 인상을 확 찌푸린다.
“아, 땀 냄새. 더러워.”
“너도 이런 거 해야지 살 뺄 수 있을 텐데.”
“엄마, 아빠 오늘도 안 들어온대.”
“여전히 신혼이시네.”
“일이 바쁜 거지.”
“알아. 저녁은?”
“모르겠어. 치킨 시켜 먹을까?”
“이제 솔직히 내가 뭐라고 할지 너도 알고 있지?”
“맛있게 먹으면 살 안 쪄!”
애처롭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선우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폰을 가져오며 말한다.
“그래. 어디 치킨 먹을 건데?”
“역시 버거랑 치킨이 같이 오는 세트가 좋겠지? 치킨엔 어니언 치즈 맛 가루도…….”
“…….”
선우는 선이의 얼굴을 보았고, 선이는 그의 눈을 보며 살벌하게 말한다.
“눈 깔아.”
선우는 슥 눈을 내리깔고 전화를 했다.
“예, 여기 시리대로 27번 길 7―5거든요. 세트 1번에 치킨에 어니언 치즈 가루 추가해서 보내주세요. 예, 카드 계산이에요. 예.”
선우는 폰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그럼 나 샤워하고 있을게. 아빠 카드 받아놨지?”
“응.”
“나 늦게 나오면 계산해 둬.”
“응.”
And(5)
“너보다는 나이가 많을 건데.”
세민은 싸늘하게 답했고, 선우는 픽 웃은 다음 왼쪽 눈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며 말한다.
“나이가 많아서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오셨나?”
“오… 신기하네. 진짜 그걸 알아차릴 수 있다니.”
세민은 감탄하며 품에서 무전기를 꺼냈고, 선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혼자고 혼자가 아니고는 나한테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제압해!”
세민은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친다. 하지만 아무도 카페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자 세민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
“…….”
“……?”
세민은 무전기를 내려다보았고, 선우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허허 웃으며 말한다.
“이미 아무도 없어. 전부 쓰러졌다고. 평범한 인간들이 환계의 힘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은… 특수부대원…….”
“아니, 특수부대원이고 뭐고 간에 내 앞에선 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니까.”
선우는 귀를 후빈다. 세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무전기를 한 번 흔들었다가 툭툭 친 다음 소리치듯 말한다.
“돌입해. 돌입해!”
치익.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세민은 무전기를 멍하니 내려다보았고, 선우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말한다.
“목을 좀 더 졸라주면 납득할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세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다시 귀를 후비며 말한다.
“그리고 스물여덟에 본부장이라고? 대단하네. 그다지 실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갔냐?”
세민은 입술을 깨물었고 선이는 픽 웃으며 말한다.
“근데 스물여덟이면 내 나이 반도 안 되잖아.”
“뭐……?”
세민은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설명을 하듯이 말한다.
“6년 전 환계는 꽤 많이 망가져 있었거든. 이곳이랑 시간축도 안 맞았어. 우리가 없었던 그 3일이 정말 3일이라고 생각한 거야?”
선우는 물었고 세민은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린다. 선우는 손을 뻗으며 말한다.
“그리고 우리 애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 애들은 그런 거 싫어하거든. 남들의 비호, 우리는 지키는 역할이지. 용사거든”
선우는 무언가를 잡는다. 그의 손에 기훈이 잡혀 있다. 기훈은 기절한 상태였다.
세민은 당황하고, 선우는 기훈을 기원에게 넘기고 다시 허공을 잡는다. 그의 손에 우현이 잡혀 있다. 우현도 기절한 상태였다.
선우는 우현을 옆에 눕히고 다시 허공을 잡는다. 이번에는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수염을 다듬지 않은 꽤 피곤해 보이는 청년이 잡힌다. 얘가 건수다.
조금 마른 체격, 갈색 머리카락에 어찌 보면 포근한 인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느낌이다. 수염과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다듬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꽤 훈훈한 느낌이다.
선우는 건수를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아린을 잡는다. 아린은 자신을 잡은 선우의 손을 잡으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너무하네. 나부터 구해주지.”
“난 네가 잡혔다는 사실이 더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선우는 아린을 놓았고 아린은 옷을 털며 말한다.
“벌레 몇 마리 풀어놨어.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번식이 끝날 거야. 신호만 주면 그 정도 조직은 언제든지 괴멸시킬 수 있어.”
“…뭐?”
세민은 별 황당한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생긋 웃으며 손바닥을 내민다. 그녀의 손에 손가락만 한 개미 한 마리가 있다.
“이게 뭔지 알아? 총알 개미라고 불리는 녀석이야. 이 녀석한테 물리면 마치 총알에 맞은 듯한 고통이 24시간 동안이나 지속된다고 해. 이런 녀석들이 지금 네 본부에 한 시간에 수천 마리씩 만들어지고 있어. 재밌겠지? 고작 벌레 때문에 조직 하나가 괴멸된다는 거.”
“…….”
“힘이 많이 사라져서 거대 벌레들은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평범한 벌레들로도 그런 조직쯤은 다 정리할 수 있어.”
아린의 웃음에 살벌함이 깃든다. 세민은 목이 마른지 침을 삼킨다. 선우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 그 소꿉장난 같은 조직 놀이로 우리들에게 손을 대려 하지 마. 다쳐.”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다. 그러니까 이 손을 좀 치워줬으면 좋겠는데.”
선우의 손은 아직도 세민을 잡고 있다. 선우는 말한다.
“약속해. 이딴 병신 같은 짓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와서 말해.”
“하지 않겠다면?”
우득!
“켁! 켁! 하, 할게! 한다고!”
세민이 거칠게 말한 순간 손이 그의 목을 조른다. 세민은 다급히 긍정했고, 그러자 손은 사라진다. 선우는 손을 까딱거리며 말한다.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
세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페에서 나갔고, 선우는 건수를 흔들며 말한다.
“이 아저씨, 얼굴에 수염 난 것 좀 봐. 도대체 며칠을 안 씻은 거야? 윽, 땀 냄새.”
“그런데 참 한국에 인재가 없나 봐. 그런 사람도 어떤 기관의 장이 될 수 있다니.”
우림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고 선이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아빠가 높은 분인가 보죠. 금수저, 금수저.”
“그런가.”
이 나라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
“…….”
“아저씨!”
“아직… 아저씨… 아니야……!”
건수가 힘겹게 눈을 뜬다. 선우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저씨, 도대체 며칠 동안 밤을 샌 거야?”
“기억 안… 어? 나, 나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건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는 처음 보는 카페였다. 건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가자 선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환계관련재앙대책본부라는 곳에서 형의 안위를 너무 걱정해서 잠시 기절시켜서 보호하고 있었대.”
“…어, 얼마나?”
“나도 잘 모르겠는데.”
건수는 폰을 본다. 그리고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리포트… 써야… 하는데…….”
“만날 리포트, 리포트. 사실은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매일 리포트가 생겨나.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건수는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진지할 순 없을 듯한 표정을 짓는다. 건수의 진지한 표정에 선우는 선이를 보며 말한다.
“그럼 보내줘.”
“건수 오빠, 어디에 보내주면 돼요? 나 천성대 내부 지리는 잘 모르는데.”
“하, 학생회관 몰라? 그… 길 따라 올라가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거기!”
건수는 절박한 표정을 지었고, 선이는 ‘음……’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말한다.
“대강 알 것 같아요. 그런데 땅에 처박혀도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응!”
슝!
그렇게 건수는 사라졌고, 선이는 머리를 매만지며 말한다.
“손맛이 땅에 처박힌 것 같지는 않네.”
선우는 우현과 기훈을 툭툭 치며 말한다.
“이것들 왜 안 일어나? 아린아, 아까 그 총알 개민가 뭔가 하는 거 좀 줘봐.”
아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자기, 농담하는 거지? 내가 괜히 그것들로 거기 없애겠다고 한 거 아니야. 그거 맞으면 진짜 퉁퉁 붓고 많이 아파. 죽을 수도 있어. 보통 사람은 기절해! 게다가 내가 만든 거잖아. 원본보다 조금 세게 만들어졌어.”
선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얘들 몸이 얼마나 튼튼한데 그거 가지고 엄살 부리겠냐.”
“우와…….”
아린은 감탄하며 총알 개미를 선우에게 내밀었고, 선우는 다른 손을 소환해 총알 개미의 목을 잡고 기훈에게 내민다. 총알 개미는 곧 기훈의 손목을 깨문다.
“…….”
“…….”
“거봐, 아무렇지도 않잖아.”
“아아아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기훈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선우는 총알 개미를 빠직 부순 다음 옆으로 치우며 말한다.
“어, 왜, 왜 그래, 기훈아.”
“으으으… 으으으… 아으으…….”
기훈은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표정을 짓 있었고, 선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기훈아, 괜찮아? 환계관련재앙대책본부라는 녀석들이 널 납치했었어. 손목은 왜 그래? 혹시 납치당할 때 다친 거야?”
“으으으… 어으으…….”
기훈은 말을 못하겠다는 듯이 앓는 소리만 낸다. 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 어떡하지… 우현이도 아직 기절해 있는데… 얼음이라도 가지고 와줄까?”
선이는 눈을 파르르 떨며 말한다.
“와, 진짜 더럽다.”
“그러게.”
다른 사람들 모두 그것에 수긍했다.
“푸시딘이라도 발라줄까?”
“…지, 징그럽게 왜 갑자기 착한 척인데?”
겨우 발작을 멈춘 기훈은 손목을 잡고 있었다. 선우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고, 기훈은 이제 슬슬 무섭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선우는 쓰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내가 그런 말을 한 것 때문에 네가 잡혀간 것 같아서… 뭔가 좀… 그러니까 마음이 불편했다고 해야 하나, 그랬거든.”
“허, 헛소리하지 마!”
기훈은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울컥했다가 고개를 돌리며 거칠게 말한다. 그러고는 고개를 약간 숙였다가 선우를 보며 말한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네 말이… 그…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건 알고 있고… 아니 그러니까… 아씨, 진짜, 미안!”
기훈은 고개를 푹 숙였고, 선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됐어, 친구 사이에 미안은 무슨, 아, 진짜. 방금 네 기분 알겠네. 더럽게 징그러워.”
“…시끄러워.”
기훈은 고개를 들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고, 선우도 마주 훈훈한 미소를 짓는다.
“우와, 진짜, 아니, 진짜.”
선이는 말이 안 나온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우림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됐어. 내버려 둬. 본인이 좋다면 된 거야.”
그때 몽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기원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헛, 선우 형의 너무 멋진 모습에 약간 지린 것 같아요.”
“…너희 동생 좀 어떻게 해라. 형 친구한테까지 손대려고 한다.”
“저거 내 동생 아님.”
기훈은 혈연관계를 부정했고, 기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형이 아까 선우 형을 못 봐서 그래. 무슨 본부의 본부장을 상대로 그냥 막… 아무튼 멋졌어.”
기원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식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말한다.
“그런데 저 녀석들, 10년이나 환계 연구했다던데 도대체 뭘 연구했다는 걸까?”
“그다지 쓸데 있는 연구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림은 후후 웃으며 커피를 마신다. 걱정에 비해 상대가 그다지 무섭지 않다.
“후… 후…….”
선우는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고 한 번쯤 해보고 싶었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니까 몸을 풀어야 하기도 해서 한 번 해보는 것이다. 계속 하니까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난다.
똑똑!
“후… 들어와.”
노크 소리가 들리자 선우는 똑바로 일어서면서 문을 본다. 선이는 들어오면서 인상을 확 찌푸린다.
“아, 땀 냄새. 더러워.”
“너도 이런 거 해야지 살 뺄 수 있을 텐데.”
“엄마, 아빠 오늘도 안 들어온대.”
“여전히 신혼이시네.”
“일이 바쁜 거지.”
“알아. 저녁은?”
“모르겠어. 치킨 시켜 먹을까?”
“이제 솔직히 내가 뭐라고 할지 너도 알고 있지?”
“맛있게 먹으면 살 안 쪄!”
애처롭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선우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폰을 가져오며 말한다.
“그래. 어디 치킨 먹을 건데?”
“역시 버거랑 치킨이 같이 오는 세트가 좋겠지? 치킨엔 어니언 치즈 맛 가루도…….”
“…….”
선우는 선이의 얼굴을 보았고, 선이는 그의 눈을 보며 살벌하게 말한다.
“눈 깔아.”
선우는 슥 눈을 내리깔고 전화를 했다.
“예, 여기 시리대로 27번 길 7―5거든요. 세트 1번에 치킨에 어니언 치즈 가루 추가해서 보내주세요. 예, 카드 계산이에요. 예.”
선우는 폰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그럼 나 샤워하고 있을게. 아빠 카드 받아놨지?”
“응.”
“나 늦게 나오면 계산해 둬.”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