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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의 용사였습니다 7화
해프닝(1)
선우는 욕실 쪽으로 간다. 옷은 세탁기 옆에 던져두고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샤워기의 물을 튼다. 물이 차갑다. 하지만 금방 따뜻해진다. 샤워를 하고 있으면 괜스레 잡념에 빠지게 된다.
그가 하는 잡념은 정해져 있다. 내일은 뭐 먹지, 모레면 또 학교 가야하는데 그냥 학교 부숴버릴까, 인구 이 석양충 새끼 하향 잘 먹었네, 송 여사님 상향 좀, 달달한 거 먹고 싶다, 이 돼지 년은 저런 거 처먹을 거면서 왜 자꾸 다이어트 한다고 찡찡 대는 걸까, 지금 기원이 이놈은 또 여자랑 놀고 있겠지, 부럽다… 같은 생각들이 자꾸만 스친다. 별거 아닌 것들뿐이다.
“버거 다 식겠다고! 빨리 나와! 뭔 샤워를 한 시간이나 해!”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난 건가. 선우는 한숨을 쉬며 샤워기를 끈다. 그리고 욕실의 문을 열면서 말한다.
“나 팬티 좀.”
“이거 성희롱이거든!”
“미친년. 빨리 팬티나 들고 와라. 거실까지 맨몸으로 나가는 거 보기 싫으면.”
선우는 울컥한 표정을 지으며 수건으로 몸을 닦았고, 선이는 선우의 방으로 가서 팬티를 가져와 선우에게 던지며 말한다.
“좀! 이런 거 배려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환계에서 볼 거 다 봤으면서 이제 와서 뭔 지랄이냐.”
“그때는 어렸잖아!”
“어리긴 무슨, 그때 나이가 몇 개였는데.”
선우는 투덜거리며 팬티를 입고 옆에 던져놓은 바지의 냄새를 킁킁 맡고는 ‘아직 괜찮네’라고 중얼거리며 입으려고 한다. 그러자 선이는 끔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우, 운동할 때 입던 거잖아!”
“아직 냄새 별로 안 나는데.”
“아, 진짜! 존나 더러워!”
슝!
선이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바지와 티를 던진다. 선우는 그것을 받아서 입으며 말한다.
“팬티 가져올 때 같이 가져왔으면 됐잖아.”
“벽돌 가져오기 전에 좀 닥쳐, 더러운 놈아.”
“저, 저, 오빠한테 말하는 싸가지 봐라.”
선우는 혀를 쯧쯧 차며 옷을 다 입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선이는 거실로 향한다. 거실에는 이미 버거 두 개와 치킨이 세팅되어 있다.
선이는 눈을 반짝이며 버거를 먹기 시작한다. 선우도 버거를 먹기 시작한다. 맛있다. 닭다리 살로 만든 버거다. 너무 맛있다.
“아, 오빠, 내일 우림 언니랑 옷 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선우는 감탄한다.
“드디어 옷이 몸에 안 맞게 된 거냐?”
선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답한다.
“이제 곧 여름이잖아! 옷 미리 사둬야지!”
“…….”
‘지금 4월 중순 아닌가?’
여름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은데 말이다. 선우는 버거를 한 입 더 먹고 우물우물 씹은 다음 삼키며 말한다.
“그럼 작년 옷은 벌써 못 입게 된 거냐?”
선우의 말에 선이는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보며 말한다.
“오빠, 옷은 매년 사는 거야.”
“그런… 거였나……?”
선우는 컬쳐 쇼크라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변했고, 선이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우림 언니는 오빠 같은 사람 데리고 어떻게 살까?”
“무슨 소리냐. 내가 왜 걔랑 살아?”
“오빠 같은 사람이 살아가려면 우림 언니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내가 뭐, 뭐가 꿀리는데?”
“오빠, 공부 잘해?”
“공부는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아.”
“오빠 고3 맞지?”
“그랬지, 아마도.”
“…….”
“버거 맛있네.”
선우는 다시 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고, 선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우림 언니 같은 사람을 만나야지. 오빠한테 쓸 만한 건 그 정도뿐이잖아.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 그리고 큰 꼬추, 마지막으로 우림 언니를 만났다는 운. 그게 오빠의 전부잖아.”
“…더러운 년.”
“왜?”
선우는 혐오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선이는 한숨을 쉬고 ‘그래… 원래 이런 년이지’라고 생각한 다음 말한다.
“그럭저럭 괜찮다니, 너보다 훨씬 괜찮은 정도거든? 아, 네가 흉측하니까 너보다 훨씬 괜찮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네.”
“오빠 눈은 옹이구멍이야? 이렇게 예쁜 애를 보고 어떻게 흉측하다고 말해?”
“그걸 네 입으로 말하니까 흉측하다고 말하는 거야. 돼지야.”
선우는 혀를 찬다. 그리고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한다.
“그러는 넌 머리가 얼마나 좋은데?”
“난 괜찮아. 능력이 사라지기 전에 마약 밀매로 한탕 크게 벌 거거든.”
선이는 당당하게 말했고, 선우는 쯧쯧 혀를 차며 말한다.
“네년도 꿀빨충이네. 꿀빨충끼리 어울리는 건 어떠냐?”
“기훈 오빠는 좀… 얼굴이 별로라서.”
선우는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기훈이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잘생긴 기원과는 달리 기훈은 평범한 얼굴이다.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그냥저냥 평범한 얼굴. 그런데 기원과 비교되니 그 평범한 얼굴이 못생긴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선이는 투덜거리듯이 말한다.
“그리고 기훈 오빠 지금 성격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예전에야 뭐, 그럭저럭 괜찮았긴 한데.”
“예전에는 뭐, 멋졌지.”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이는 픽 웃으며 말한다.
“멋진 것까지는 아닌데… 하긴, 허세 좋아하는 오빠가 보기엔 멋져 보일 수도 있겠다.”
“야, 그래도 막판에 멋졌잖아. 네가 묶어두고 나랑 걔가 펀치 딱 하고.”
선우는 주먹을 쥐고 휘두르는 시늉을 했고, 선이는 끌끌 웃으며 말한다.
“그때 팔 빠지는 줄 알았어.”
“괴물이었으니까, 루즈는. 진짜 너희들이 없으면 못 이겼을 거야.”
그때 누군가 그들의 말에 끼어든다. 선우와 선이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본다. 우현이다. 우현은 그들이 시킨 치킨을 먹고 있다. 쩝쩝거리면서 굉장히 맛있어 한다. 선우는 버거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언제 들어왔냐?”
“방금.”
“오빠 능력 거의 다 사라진 거 아니었어요?”
“쟤 능력은 아직 꽤 남아 있어. 쟤 능력이 많이 남아 있는 거 알면 기훈이가 또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것 같아서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뿐이야.”
선이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고, 선우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답한다. 그러고는 우현을 보며 말한다.
“왜? 무슨 일인데?”
“시간 내서 그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다 알아봤어.”
“어떤데?”
“생각보다는 큰 조직이야. 영향력도 꽤 되는 것 같고.”
우현은 닭다리를 든다. 갑자기 나타난 손이 우현의 손목을 잡는다. 우현은 선우를 보며 말한다.
“야, 내가 해주는 게 얼만데 다리도 양보 못하냐?”
“그게 선이 거라도 먹을 거냐?”
“어.”
“많이 먹어.”
“오, 오빠! 무슨 소리야!”
선이가 기겁하고, 우현은 닭다리를 뜯으며 말한다.
“환수라는 게 생각보다 내계에 많이 나타나고 있었어. 우리나라는 몰라도 다른 나라에는 꽤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해. 어니언 치즈였네, 난 핫 칠리가 좋은데.”
“우리나라에는 왜 안 나타나는데?”
“몰라. 우리가 있어서 그런가 봐.”
우현은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말한다.
“다른 나라에는 환계 대책 본부가 꽤 큰가 봐. 우리나라는 총기 소유도 금지되어 있고, 환수들이 나타나지도 않아서 꽤 작긴 한데 능력은 꽤 괜찮다고 하나 봐. 외국에 지원도 가고 그렇다고 해.”
“걔들, 정확히 뭘 하는데?”
“나타난 환수들의 처치 및 입힌 피해 복구.”
“평범한 사람들도 환수들을 처치할 수 있어?”
“상대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대. 그렇게 실용적이진 않지만 말이야. 그리고 웬만한 화기로는 못 없애도 대전차 바주카 같은 걸 쏴서 정통으로 맞으면 어느 정도 아파하긴 한대.”
우현은 새로운 닭다리를 들었고, 선우는 남은 버거를 입에 털어 넣고 우물우물 씹은 후 콜라를 마신 다음에 말한다.
“요약 좀 해봐.”
“그 녀석들, 또 올 거야. 다른 압박의 형태로. 그거 한 번으로 물러나기엔 영향력이 너무 커. 학교라든가, 너희 가족한테 압박을 넣을 수도 있어.”
“…….”
우현의 말에 선우는 선이를 본다. 선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고 선우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내 폰 좀.”
“아린이한테 전화하지 마. 거기 무너뜨리려고도 하지 마. 생각보다 중요한 곳이야. 그냥 무너뜨려선 안 돼.”
“그럼 가만히 있으라고?”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협력을 해야 해.”
“난 나보다 약한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그럼 넌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거잖아.”
“글쎄, 루즈 정도의 말은 들을 것 같은데.”
“걔도 네가 죽였잖아.”
“나라니, 우리지.”
우현은 뼈만 남은 닭다리를 내려놓고 물티슈로 손을 닦으며 말한다.
“네가 그렇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알아서 할게.”
“잘 부탁해∼”
“잘 먹었어.”
“응.”
우현은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하얀 고래의 입에 먹히며 사라진다. 고래는 우현만을 삼키고 사라진다. ‘백경(白鯨)’이다. 선이는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다리…….”
“취업 준비하느라 바쁠 녀석이 저렇게 뛰어주는데 다리 정도는 양보해야지.”
“우현 오빠가 우리들에 관한 자료 전부 없애주려는 걸까?”
“아니,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 거기에 확실하게 전부 없앨 수도 없을 거고. 우현이 그럴 만큼의 능력은 안 남았어.”
“그럼?”
선이의 질문에 선우는 닭 가슴살을 들며 말한다.
“대표로 자기가 거기에 협력을 하겠다는 거지. 그럭저럭의 능력들로 어떻게든.”
“고생이 많네.”
“예전부터 그랬잖아. 6년 전에도 그랬고.”
“역시 결혼하려면 우현 오빠 같은 사람이 좋겠지?”
“우현이는 안 돼. 저렇게 잘생기고 착한 애한테 너 같은 여자애를 어떻게 주냐.”
빠각!
선이는 벽돌을 소환해 선우의 머리에 날린다. 벽돌은 선우의 머리에 맞고 부서진다. 벽돌은 선우의 머리에 닿기 직전에 금빛에 닿아 사라진다. 선우는 이마를 긁으며 말한다.
“위험하잖아.”
“호홍, 오빠, 불멸자도 쓰네?”
선이가 비웃는 듯이 말하자 선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벽돌 다시 던져.”
“싫은데?”
“…….”
“오빠가 소녀야? 그런 거에 다 신경 쓰게.”
선이는 계속 비웃는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정색한다. 선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치킨을 뜯는다. 선우는 울컥하는 표정을 짓다가 선이를 따라 치킨을 먹는다.
선이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그래서 오빠, 내일 같이 갈 거지?”
선우는 물음표를 띄우며 말한다.
“옷 사러?”
“응.”
“내가 가서 뭐하게.”
“옷 사야지.”
“내가?”
“응.”
“…….”
“안 가면 엄마한테 오빠 여자 친구 생겼다고 말할 거야.”
“뭐가 문젠데?”
딱히 상관없지 않나 하고 선우는 생각했고, 선이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오빠 지갑에 뭐가 들어갈지 장담할 수 있어?”
“…….”
“엄마∼ 오빠 지갑에 이게 뭐야? 호호호, 난 순수해서 잘 모르겠는데, 새로 나온 비타민이야?”
“이거 진짜 개년이네.”
“와, 여동생한테 말하는 싸가지 봐.”
선이는 호호 웃었고, 선우는 고개를 젓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테러리스트와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는다.”
해프닝(1)
선우는 욕실 쪽으로 간다. 옷은 세탁기 옆에 던져두고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샤워기의 물을 튼다. 물이 차갑다. 하지만 금방 따뜻해진다. 샤워를 하고 있으면 괜스레 잡념에 빠지게 된다.
그가 하는 잡념은 정해져 있다. 내일은 뭐 먹지, 모레면 또 학교 가야하는데 그냥 학교 부숴버릴까, 인구 이 석양충 새끼 하향 잘 먹었네, 송 여사님 상향 좀, 달달한 거 먹고 싶다, 이 돼지 년은 저런 거 처먹을 거면서 왜 자꾸 다이어트 한다고 찡찡 대는 걸까, 지금 기원이 이놈은 또 여자랑 놀고 있겠지, 부럽다… 같은 생각들이 자꾸만 스친다. 별거 아닌 것들뿐이다.
“버거 다 식겠다고! 빨리 나와! 뭔 샤워를 한 시간이나 해!”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난 건가. 선우는 한숨을 쉬며 샤워기를 끈다. 그리고 욕실의 문을 열면서 말한다.
“나 팬티 좀.”
“이거 성희롱이거든!”
“미친년. 빨리 팬티나 들고 와라. 거실까지 맨몸으로 나가는 거 보기 싫으면.”
선우는 울컥한 표정을 지으며 수건으로 몸을 닦았고, 선이는 선우의 방으로 가서 팬티를 가져와 선우에게 던지며 말한다.
“좀! 이런 거 배려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환계에서 볼 거 다 봤으면서 이제 와서 뭔 지랄이냐.”
“그때는 어렸잖아!”
“어리긴 무슨, 그때 나이가 몇 개였는데.”
선우는 투덜거리며 팬티를 입고 옆에 던져놓은 바지의 냄새를 킁킁 맡고는 ‘아직 괜찮네’라고 중얼거리며 입으려고 한다. 그러자 선이는 끔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우, 운동할 때 입던 거잖아!”
“아직 냄새 별로 안 나는데.”
“아, 진짜! 존나 더러워!”
슝!
선이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바지와 티를 던진다. 선우는 그것을 받아서 입으며 말한다.
“팬티 가져올 때 같이 가져왔으면 됐잖아.”
“벽돌 가져오기 전에 좀 닥쳐, 더러운 놈아.”
“저, 저, 오빠한테 말하는 싸가지 봐라.”
선우는 혀를 쯧쯧 차며 옷을 다 입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선이는 거실로 향한다. 거실에는 이미 버거 두 개와 치킨이 세팅되어 있다.
선이는 눈을 반짝이며 버거를 먹기 시작한다. 선우도 버거를 먹기 시작한다. 맛있다. 닭다리 살로 만든 버거다. 너무 맛있다.
“아, 오빠, 내일 우림 언니랑 옷 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선우는 감탄한다.
“드디어 옷이 몸에 안 맞게 된 거냐?”
선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답한다.
“이제 곧 여름이잖아! 옷 미리 사둬야지!”
“…….”
‘지금 4월 중순 아닌가?’
여름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은데 말이다. 선우는 버거를 한 입 더 먹고 우물우물 씹은 다음 삼키며 말한다.
“그럼 작년 옷은 벌써 못 입게 된 거냐?”
선우의 말에 선이는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보며 말한다.
“오빠, 옷은 매년 사는 거야.”
“그런… 거였나……?”
선우는 컬쳐 쇼크라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변했고, 선이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우림 언니는 오빠 같은 사람 데리고 어떻게 살까?”
“무슨 소리냐. 내가 왜 걔랑 살아?”
“오빠 같은 사람이 살아가려면 우림 언니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야지.”
“내가 뭐, 뭐가 꿀리는데?”
“오빠, 공부 잘해?”
“공부는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아.”
“오빠 고3 맞지?”
“그랬지, 아마도.”
“…….”
“버거 맛있네.”
선우는 다시 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고, 선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우림 언니 같은 사람을 만나야지. 오빠한테 쓸 만한 건 그 정도뿐이잖아.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 그리고 큰 꼬추, 마지막으로 우림 언니를 만났다는 운. 그게 오빠의 전부잖아.”
“…더러운 년.”
“왜?”
선우는 혐오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선이는 한숨을 쉬고 ‘그래… 원래 이런 년이지’라고 생각한 다음 말한다.
“그럭저럭 괜찮다니, 너보다 훨씬 괜찮은 정도거든? 아, 네가 흉측하니까 너보다 훨씬 괜찮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네.”
“오빠 눈은 옹이구멍이야? 이렇게 예쁜 애를 보고 어떻게 흉측하다고 말해?”
“그걸 네 입으로 말하니까 흉측하다고 말하는 거야. 돼지야.”
선우는 혀를 찬다. 그리고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한다.
“그러는 넌 머리가 얼마나 좋은데?”
“난 괜찮아. 능력이 사라지기 전에 마약 밀매로 한탕 크게 벌 거거든.”
선이는 당당하게 말했고, 선우는 쯧쯧 혀를 차며 말한다.
“네년도 꿀빨충이네. 꿀빨충끼리 어울리는 건 어떠냐?”
“기훈 오빠는 좀… 얼굴이 별로라서.”
선우는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기훈이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잘생긴 기원과는 달리 기훈은 평범한 얼굴이다.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그냥저냥 평범한 얼굴. 그런데 기원과 비교되니 그 평범한 얼굴이 못생긴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선이는 투덜거리듯이 말한다.
“그리고 기훈 오빠 지금 성격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예전에야 뭐, 그럭저럭 괜찮았긴 한데.”
“예전에는 뭐, 멋졌지.”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이는 픽 웃으며 말한다.
“멋진 것까지는 아닌데… 하긴, 허세 좋아하는 오빠가 보기엔 멋져 보일 수도 있겠다.”
“야, 그래도 막판에 멋졌잖아. 네가 묶어두고 나랑 걔가 펀치 딱 하고.”
선우는 주먹을 쥐고 휘두르는 시늉을 했고, 선이는 끌끌 웃으며 말한다.
“그때 팔 빠지는 줄 알았어.”
“괴물이었으니까, 루즈는. 진짜 너희들이 없으면 못 이겼을 거야.”
그때 누군가 그들의 말에 끼어든다. 선우와 선이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본다. 우현이다. 우현은 그들이 시킨 치킨을 먹고 있다. 쩝쩝거리면서 굉장히 맛있어 한다. 선우는 버거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언제 들어왔냐?”
“방금.”
“오빠 능력 거의 다 사라진 거 아니었어요?”
“쟤 능력은 아직 꽤 남아 있어. 쟤 능력이 많이 남아 있는 거 알면 기훈이가 또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것 같아서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뿐이야.”
선이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고, 선우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답한다. 그러고는 우현을 보며 말한다.
“왜? 무슨 일인데?”
“시간 내서 그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다 알아봤어.”
“어떤데?”
“생각보다는 큰 조직이야. 영향력도 꽤 되는 것 같고.”
우현은 닭다리를 든다. 갑자기 나타난 손이 우현의 손목을 잡는다. 우현은 선우를 보며 말한다.
“야, 내가 해주는 게 얼만데 다리도 양보 못하냐?”
“그게 선이 거라도 먹을 거냐?”
“어.”
“많이 먹어.”
“오, 오빠! 무슨 소리야!”
선이가 기겁하고, 우현은 닭다리를 뜯으며 말한다.
“환수라는 게 생각보다 내계에 많이 나타나고 있었어. 우리나라는 몰라도 다른 나라에는 꽤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해. 어니언 치즈였네, 난 핫 칠리가 좋은데.”
“우리나라에는 왜 안 나타나는데?”
“몰라. 우리가 있어서 그런가 봐.”
우현은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말한다.
“다른 나라에는 환계 대책 본부가 꽤 큰가 봐. 우리나라는 총기 소유도 금지되어 있고, 환수들이 나타나지도 않아서 꽤 작긴 한데 능력은 꽤 괜찮다고 하나 봐. 외국에 지원도 가고 그렇다고 해.”
“걔들, 정확히 뭘 하는데?”
“나타난 환수들의 처치 및 입힌 피해 복구.”
“평범한 사람들도 환수들을 처치할 수 있어?”
“상대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대. 그렇게 실용적이진 않지만 말이야. 그리고 웬만한 화기로는 못 없애도 대전차 바주카 같은 걸 쏴서 정통으로 맞으면 어느 정도 아파하긴 한대.”
우현은 새로운 닭다리를 들었고, 선우는 남은 버거를 입에 털어 넣고 우물우물 씹은 후 콜라를 마신 다음에 말한다.
“요약 좀 해봐.”
“그 녀석들, 또 올 거야. 다른 압박의 형태로. 그거 한 번으로 물러나기엔 영향력이 너무 커. 학교라든가, 너희 가족한테 압박을 넣을 수도 있어.”
“…….”
우현의 말에 선우는 선이를 본다. 선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고 선우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내 폰 좀.”
“아린이한테 전화하지 마. 거기 무너뜨리려고도 하지 마. 생각보다 중요한 곳이야. 그냥 무너뜨려선 안 돼.”
“그럼 가만히 있으라고?”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협력을 해야 해.”
“난 나보다 약한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그럼 넌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거잖아.”
“글쎄, 루즈 정도의 말은 들을 것 같은데.”
“걔도 네가 죽였잖아.”
“나라니, 우리지.”
우현은 뼈만 남은 닭다리를 내려놓고 물티슈로 손을 닦으며 말한다.
“네가 그렇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알아서 할게.”
“잘 부탁해∼”
“잘 먹었어.”
“응.”
우현은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하얀 고래의 입에 먹히며 사라진다. 고래는 우현만을 삼키고 사라진다. ‘백경(白鯨)’이다. 선이는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다리…….”
“취업 준비하느라 바쁠 녀석이 저렇게 뛰어주는데 다리 정도는 양보해야지.”
“우현 오빠가 우리들에 관한 자료 전부 없애주려는 걸까?”
“아니,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 거기에 확실하게 전부 없앨 수도 없을 거고. 우현이 그럴 만큼의 능력은 안 남았어.”
“그럼?”
선이의 질문에 선우는 닭 가슴살을 들며 말한다.
“대표로 자기가 거기에 협력을 하겠다는 거지. 그럭저럭의 능력들로 어떻게든.”
“고생이 많네.”
“예전부터 그랬잖아. 6년 전에도 그랬고.”
“역시 결혼하려면 우현 오빠 같은 사람이 좋겠지?”
“우현이는 안 돼. 저렇게 잘생기고 착한 애한테 너 같은 여자애를 어떻게 주냐.”
빠각!
선이는 벽돌을 소환해 선우의 머리에 날린다. 벽돌은 선우의 머리에 맞고 부서진다. 벽돌은 선우의 머리에 닿기 직전에 금빛에 닿아 사라진다. 선우는 이마를 긁으며 말한다.
“위험하잖아.”
“호홍, 오빠, 불멸자도 쓰네?”
선이가 비웃는 듯이 말하자 선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벽돌 다시 던져.”
“싫은데?”
“…….”
“오빠가 소녀야? 그런 거에 다 신경 쓰게.”
선이는 계속 비웃는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정색한다. 선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치킨을 뜯는다. 선우는 울컥하는 표정을 짓다가 선이를 따라 치킨을 먹는다.
선이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그래서 오빠, 내일 같이 갈 거지?”
선우는 물음표를 띄우며 말한다.
“옷 사러?”
“응.”
“내가 가서 뭐하게.”
“옷 사야지.”
“내가?”
“응.”
“…….”
“안 가면 엄마한테 오빠 여자 친구 생겼다고 말할 거야.”
“뭐가 문젠데?”
딱히 상관없지 않나 하고 선우는 생각했고, 선이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오빠 지갑에 뭐가 들어갈지 장담할 수 있어?”
“…….”
“엄마∼ 오빠 지갑에 이게 뭐야? 호호호, 난 순수해서 잘 모르겠는데, 새로 나온 비타민이야?”
“이거 진짜 개년이네.”
“와, 여동생한테 말하는 싸가지 봐.”
선이는 호호 웃었고, 선우는 고개를 젓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테러리스트와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