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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의 용사였습니다 16화
Oh my friend(4)
“…….”
“고작 평범한 치즈와 포도주로 우리에게 진실을 받아내겠다고? 꿈도 야무지네.”
카일루스는 침을 꿀꺽 삼켰고, 바알은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에 우림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그럼 이것들, 안 먹을 거야?”
“흥! 안 먹고 말지!”
바알은 큰소리쳤고 우림은 후후 웃으며 말한다.
“정말?”
“…….”
“나,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난 받을 거야! 무슨 진실? 말만 해!”
카일루스는 황급히 소리친다. 바알은 질겁하는 표정으로 카일루스를 보았고, 우림은 양손을 모으며 말한다.
“하늘의 신, 카일루스 님께 진실을 간청하며 제물을 바칩니다. 카일루스 님, 저에게 진실을 내려주시겠습니까?”
“물론! 근원이자 하늘, 판테온의 모든 신들을 다스리는 최고의 신 카일루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너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진실 무엇이든 간에 말해주겠다!”
“야! 이 미친!”
바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카일루스는 바알을 보며 소리친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뭘 어쩌게! 어차피 얘 우리 세계 지켜줬던 영웅이라고! 그리고 6년 만에 받는 제물이야. 우리에게 제물을 바칠 사람이 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
이제 그들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그들에게 제물을 바칠 사람은 이제 우림뿐이다. 바알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우림은 말한다.
“카일. 너도 나랑 동조할 때 왜 50퍼센트 정도만 동조됐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어?”
“물론이지. 그냥 딱 보면 알잖아.”
“너희들이 알았다는 것은 청경도 알았다는 거지?”
“뭐… 아마도.”
우림은 입술을 핥는다. 카일루스는 와인을 보며 초조한 표정을 짓는다.
“저… 어… 이제 먹어도 되지? 아니, 이미 제물로 바쳐진 거 맞지?”
“하나만 더, 선우는 어떻게 그걸 알아낸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가. 먹어도 돼.”
우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카일루스는 와인의 뚜껑을 따고 우아하게 잔에 와인을 부은 다음 치즈를 한 입 먹고 와인을 마신다. 너무도 행복한 표정이다. 바알은 침을 꿀꺽 삼킨다.
우림은 다시 냉장고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훈제 연어를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바알의 앞에 두며 말한다.
“대답하기 어려운 건 안 물어봐.”
“…들어는 볼게.”
우림은 새로운 와인을 꺼내며 말한다.
“우리들이 받은 힘, 다시 빼낼 수 있는 거야?”
“…불가능한 건 아니야.”
“그래?”
“하지만 위험해. 그런 걸 할 바에야 차라리 너희들이 힘을 더 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는 게 낫지.”
“만약에 그게 너무 오래 걸린다면?”
우림의 질문에 바알은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검게 빛나는 눈동자를 살짝 굴리며 말한다.
“적어도 우리는 얼마나 걸리든 간에 널 도와줄 거야.”
“고마워. 먹어도 돼.”
“으히익!”
바알은 바로 훈제 연어를 입에 넣고 와인을 병째로 마신다. 카일루스는 바알의 뒤통수를 후려쳤고, 우림은 새 와인을 꺼내 그들의 앞에 내놓으며 말한다.
“많이 먹어. 오랜만이니까. 뭐 시켜둘게. 내가 예전에 말한 것들 다 먹게 해줄게.”
“또, 또 뭐가 필요한 건데?”
바알은 움찔했고, 우림은 자신의 잔을 가져와 와인을 따르며 말한다.
“딱히 필요 없어. 그래, 누구 말마따나 재회를 기념하는 선물이라고 할까.”
“음… 넌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바알은 와인 병을 흔들며 말했고, 우림은 또 새로운 와인을 꺼내주며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변해.”
누구나 변한다. 누구든 말이다. 우림은 자신의 잔을 살짝 흔들며 말한다.
“그럼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를 반기며, 건배∼”
그녀의 몸은 이미 성인이다.
***
“역시 이 비는 바알이 내리게 한 거였네요.”
“응.”
어느새 기원이 선우의 방 의자에 앉아 있다. 선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다운받고 있다. 기원은 창문을 바라보며 말한다.
“한 명, 한 명 돌아오네요. 다음은 누굴까요?”
“누가 됐건 간에 아무 상관없잖아. 오면 오는 거지.”
“뭐 때문에 왔대요?”
“뭔 악마가 나타났다나 뭐라나.”
“악마요?”
기원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한다.
“루즈 같은 게 또 나타날 리가 있냐. 그냥 별거 아닌 잡 악마 하나 나타난 거겠지. 청경이 이곳에 온 것도 모르던데. 딱 보니까 그거 핑계대고 여기에 놀러온 거라니까.”
“그래요?”
“적어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넘어온 건 아니야.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정도의 일이라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거지.”
“오, 그렇겠네요.”
기원은 납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영화를 재생하며 말한다.
“어차피 이제 우리 일 아니야. 쟤들이 뭘 어떻게 하든 간에 우리는 나서면 안 돼. 우리가 왜 또 걔들을 위해 싸워줘야 하는데?”
“전 애초에 싸워주지도 않았는데요.”
“닥쳐, 악당아.”
“하하.”
영화가 시작된다. 기원과 선우는 영화에 집중한다.
쾅!
“오빠!”
“후… 왜?”
선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선이를 본다. 선이는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치킨 사와.”
“…….”
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선이는 깜짝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빨리. 배고파.”
“기원아. 빨리 정신병원 번호 좀 불러봐. 너희 형 보낼 곳 알아봐 뒀지? 이 미친년도 보내야겠어.”
“하하하, 탈출하면 곤란하니까 관두죠.”
“병신 같은 년아, 처먹고 싶으면 네가 나가!”
선우는 선이를 보며 소리쳤고, 선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떻게 나가!”
“그럼 우리는?”
“알아서 하겠지!”
“윽! 흐어윽! 허윽!”
선우는 뒷목을 잡았고, 선이는 혀를 차며 말한다.
“뭐하고 살았으면 그 나이에 벌써 고혈압이야? 커피 작작 마시라고 했지?”
“덤벼라, X년아. 너랑은 오늘 끝을 봐야겠다.”
선우는 덤벼드는 자세를 취했고, 기원은 그를 뒤에서 안으며 말한다.
“진정해요, 형.”
“저 추악한 년은 혈연이기에 보호받고 있던 선을 넘었어. 이제 때가 됐다. 이 세상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저년을 내 손으로 처리하겠어.”
“잠깐만.”
그때 선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선우와 기원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고, 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치킨은 됐고, 아이스크림 사와. 아빠는 외계인 먹고 싶어.”
“…….”
“일상한 나라의 솜사탕도 먹고 싶어. 하프 갤런으로 사서 반은 아빠, 반은 일상한 달라고 해.”
선이의 말에 선우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한다.
“기원아, 놔.”
“좀만 더 안고 있으면 안 돼요?”
“뭐?”
“농담이에요.”
기원은 선우를 잡은 손을 놨고, 선우는 문을 닫으며 말한다.
“병먹금.”
“……?”
선우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고, 기원은 그의 옆에 앉으며 말한다.
“그게 뭐에요?”
“병신에게는 먹이를 금합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인터넷.”
선우는 그렇게 말하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둘은 곧 영화에 집중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선이가 들어온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말이다.
“텔레포트로 갔다 온 거냐?”
“안 들켜, 안 들켜.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누가 밖에 나온다고 그래? 나가면 정신병자지.”
“너는?”
“아이스크림 먹기 싫어?”
“영화 보기 싫냐?”
“…….”
“…….”
“쫌팽이.”
“돼지.”
“싸우지 말아요.”
결국 세 명은 나란히 영화를 본다. 선이는 쩝쩝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선우는 ‘쩝쩝대지 마라 이 돼지야’라고 말한다. 선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키보드에 흘리고, 선우는 선이의 뒤통수를 치며 ‘흘리지 말라고!’라고 소리친다. 선이는 염동력으로 키보드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치우며 ‘아, 거 좀 흘릴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이 키보드가 얼마짜린데!’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거야?’ ‘네 뇌는 장식이지?’라며 둘은 자꾸 말다툼을 한다.
기원은 옆에서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예의 그 사람 좋아 보이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영화에 집중하게 조용히 좀 하지.’
아무리 그래도 그와 그의 형이 이런 사이가 되는 것은 별로인 것 같다.
“아, 하나 더 사올까.”
“돼지 새끼.”
“하나뿐인 여동생한테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그래서 체지방률 몇 퍼? 한 30퍼?”
“쳇, 비겁하게 팩트를 가지고 싸우다니.”
선이는 이를 빠득 갈았고, 선우는 기겁하며 말한다.
“지, 진짜 30퍼센트냐.”
“…아, 아, 아니거든!”
‘아니, 아닌가.’
기원은 다시 선우와 선이를 본다. 둘 다 뿌루퉁한 얼굴이다. 기원은 풉 웃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분이라도 칠한 것 같은 창백한 얼굴, 보라색 입술, 보라색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 검은 코트, 검은 중절모자, 장발.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악마 ‘폴’, 새롭게 나타난 환계의 적이다. 갑자기 나타나 엄청난 속도로 세력을 불려가고 있다. 선우는 꽤나 별거 아닐 것처럼 말했지만 폴의 세력은 그렇게 작지도 않고,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도 아니다.
루즈 때처럼 환계의 강자들이 힘을 합쳐서 지금 제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상대하기 꽤 귀찮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환계에 이런 트러블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일은 유희 거리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자기 자신이 죽어도 마찬가지겠지.
‘정말 지긋지긋한 곳이군.’
폴은 입을 비튼다. 그리고 천천히 게이트를 연다.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신이라는 것들과 이 세계를 지킨 ‘용사’라는 것들을 없애기 위해선 꼭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을 준비하러 간다.
폴은 게이트를 통과한다.
월요일을 쉬고 화요일에 등교하니 더 죽을 맛이다. 그냥 영원히 쉬고 싶다. 죽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헤이 맨.”
“왓.”
“오늘 저녁, Me랑 Rice… Eating together?”
“개 쓰레기 콩글리쉬 극혐.”
선우는 끔찍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인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네 수준에 맞춰서 이해하기 쉽게 말해준 거야. 영어 1등급인 내가 영어를 못할 리가 없잖아?”
“방금 그 말 영어로 해봐.”
“와떠뻑.”
인구는 씩 웃었고, 선우는 픽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저녁은 왜? 짱깨 먹게?”
“아니, 엄마랑 아빠가 너랑 같이 밥 먹고 싶대.”
“……?”
“나도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유감스럽게도 아마 이른 나이에 치매가 오신 것 같아. 그러게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 말이야.”
인구는 혀를 차며 ‘조기 치매가 유행이니까 너희도 조심해’라고 옆에 있는 경준을 툭 친다. 경준은 문제집을 톡톡 치며 말한다.
“난 이렇게 문제 열심히 풀고 있거든? 치매 같은 거 안 걸릴 거야.”
“시험을 칠 때면 언제나 치매에 걸리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인구가 비웃듯이 말하자 경준은 눈알을 굴리며 말한다.
“에… 그것은… 제가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는 노오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잉? 치매는 노력을 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까?”
인구는 세기의 대 발견을 한 기적의 과학자라도 된 듯한 표정을 지었고, 경준은 끌끌 웃으며 말한다.
“노오력을 하면 우주가 도와줘서 치매에 걸리지 않게 됩니다. 치매에 걸리는 건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캬, 이거 완전 노벨 의학상 탈 수준의 발언 아니냐?”
“노벨 의학상은 몰라도 마티즈는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흐어윽.”
‘잘 노네.’
선우는 천천히 폰을 꺼낸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폰을 두드린다.
선우 : 그년.
띠링.
기원 : 누구요?
엄청난 속도의 답장이 온다. 여러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다.
선우 : 그때 아린이가 협박한.
기원 : 아, 인지 누나요?
선우 : 그래. 걔가 뭐라고 하지 않았냐.
기원 : 무슨 말요?
선우 : 아니, 오늘 저녁 같이 밥 먹자고 해봐.
기원 : ? 형이랑요?
선우 : 아니, 너랑.
기원 : 예.
3분을 넘기지 않고 답장이 온다.
기원 : 약속 있다는데요.
선우 : 오케이, 땡큐.
선우는 그대로 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말한다.
“야, 혹시 너희 누나랑 같이 밥 먹는 건 아니겠지?”
“그 더러운 년 이야기가 왜 나와?”
인구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진다. 선우는 혀를 차며 말한다.
“아니, 뭘 했는데 더러운 년이야?”
“방과 인성이 더러움.”
“…여자는 다 그런 건가.”
선우는 감탄한다. 인구는 반갑다는 듯이 말한다.
“선이도 그래? 방 더러움?”
“돼지우리지.”
“선이는 그럴 수도 있지.”
“…….”
선우는 코를 긁는다. 그래, 아무리 인구라도 친구의 여동생한테 더럽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Oh my friend(4)
“…….”
“고작 평범한 치즈와 포도주로 우리에게 진실을 받아내겠다고? 꿈도 야무지네.”
카일루스는 침을 꿀꺽 삼켰고, 바알은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에 우림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그럼 이것들, 안 먹을 거야?”
“흥! 안 먹고 말지!”
바알은 큰소리쳤고 우림은 후후 웃으며 말한다.
“정말?”
“…….”
“나,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난 받을 거야! 무슨 진실? 말만 해!”
카일루스는 황급히 소리친다. 바알은 질겁하는 표정으로 카일루스를 보았고, 우림은 양손을 모으며 말한다.
“하늘의 신, 카일루스 님께 진실을 간청하며 제물을 바칩니다. 카일루스 님, 저에게 진실을 내려주시겠습니까?”
“물론! 근원이자 하늘, 판테온의 모든 신들을 다스리는 최고의 신 카일루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너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진실 무엇이든 간에 말해주겠다!”
“야! 이 미친!”
바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카일루스는 바알을 보며 소리친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뭘 어쩌게! 어차피 얘 우리 세계 지켜줬던 영웅이라고! 그리고 6년 만에 받는 제물이야. 우리에게 제물을 바칠 사람이 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
이제 그들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그들에게 제물을 바칠 사람은 이제 우림뿐이다. 바알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우림은 말한다.
“카일. 너도 나랑 동조할 때 왜 50퍼센트 정도만 동조됐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어?”
“물론이지. 그냥 딱 보면 알잖아.”
“너희들이 알았다는 것은 청경도 알았다는 거지?”
“뭐… 아마도.”
우림은 입술을 핥는다. 카일루스는 와인을 보며 초조한 표정을 짓는다.
“저… 어… 이제 먹어도 되지? 아니, 이미 제물로 바쳐진 거 맞지?”
“하나만 더, 선우는 어떻게 그걸 알아낸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가. 먹어도 돼.”
우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카일루스는 와인의 뚜껑을 따고 우아하게 잔에 와인을 부은 다음 치즈를 한 입 먹고 와인을 마신다. 너무도 행복한 표정이다. 바알은 침을 꿀꺽 삼킨다.
우림은 다시 냉장고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훈제 연어를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바알의 앞에 두며 말한다.
“대답하기 어려운 건 안 물어봐.”
“…들어는 볼게.”
우림은 새로운 와인을 꺼내며 말한다.
“우리들이 받은 힘, 다시 빼낼 수 있는 거야?”
“…불가능한 건 아니야.”
“그래?”
“하지만 위험해. 그런 걸 할 바에야 차라리 너희들이 힘을 더 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는 게 낫지.”
“만약에 그게 너무 오래 걸린다면?”
우림의 질문에 바알은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검게 빛나는 눈동자를 살짝 굴리며 말한다.
“적어도 우리는 얼마나 걸리든 간에 널 도와줄 거야.”
“고마워. 먹어도 돼.”
“으히익!”
바알은 바로 훈제 연어를 입에 넣고 와인을 병째로 마신다. 카일루스는 바알의 뒤통수를 후려쳤고, 우림은 새 와인을 꺼내 그들의 앞에 내놓으며 말한다.
“많이 먹어. 오랜만이니까. 뭐 시켜둘게. 내가 예전에 말한 것들 다 먹게 해줄게.”
“또, 또 뭐가 필요한 건데?”
바알은 움찔했고, 우림은 자신의 잔을 가져와 와인을 따르며 말한다.
“딱히 필요 없어. 그래, 누구 말마따나 재회를 기념하는 선물이라고 할까.”
“음… 넌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바알은 와인 병을 흔들며 말했고, 우림은 또 새로운 와인을 꺼내주며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변해.”
누구나 변한다. 누구든 말이다. 우림은 자신의 잔을 살짝 흔들며 말한다.
“그럼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를 반기며, 건배∼”
그녀의 몸은 이미 성인이다.
“역시 이 비는 바알이 내리게 한 거였네요.”
“응.”
어느새 기원이 선우의 방 의자에 앉아 있다. 선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다운받고 있다. 기원은 창문을 바라보며 말한다.
“한 명, 한 명 돌아오네요. 다음은 누굴까요?”
“누가 됐건 간에 아무 상관없잖아. 오면 오는 거지.”
“뭐 때문에 왔대요?”
“뭔 악마가 나타났다나 뭐라나.”
“악마요?”
기원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한다.
“루즈 같은 게 또 나타날 리가 있냐. 그냥 별거 아닌 잡 악마 하나 나타난 거겠지. 청경이 이곳에 온 것도 모르던데. 딱 보니까 그거 핑계대고 여기에 놀러온 거라니까.”
“그래요?”
“적어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넘어온 건 아니야.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정도의 일이라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거지.”
“오, 그렇겠네요.”
기원은 납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영화를 재생하며 말한다.
“어차피 이제 우리 일 아니야. 쟤들이 뭘 어떻게 하든 간에 우리는 나서면 안 돼. 우리가 왜 또 걔들을 위해 싸워줘야 하는데?”
“전 애초에 싸워주지도 않았는데요.”
“닥쳐, 악당아.”
“하하.”
영화가 시작된다. 기원과 선우는 영화에 집중한다.
쾅!
“오빠!”
“후… 왜?”
선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선이를 본다. 선이는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치킨 사와.”
“…….”
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선이는 깜짝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빨리. 배고파.”
“기원아. 빨리 정신병원 번호 좀 불러봐. 너희 형 보낼 곳 알아봐 뒀지? 이 미친년도 보내야겠어.”
“하하하, 탈출하면 곤란하니까 관두죠.”
“병신 같은 년아, 처먹고 싶으면 네가 나가!”
선우는 선이를 보며 소리쳤고, 선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떻게 나가!”
“그럼 우리는?”
“알아서 하겠지!”
“윽! 흐어윽! 허윽!”
선우는 뒷목을 잡았고, 선이는 혀를 차며 말한다.
“뭐하고 살았으면 그 나이에 벌써 고혈압이야? 커피 작작 마시라고 했지?”
“덤벼라, X년아. 너랑은 오늘 끝을 봐야겠다.”
선우는 덤벼드는 자세를 취했고, 기원은 그를 뒤에서 안으며 말한다.
“진정해요, 형.”
“저 추악한 년은 혈연이기에 보호받고 있던 선을 넘었어. 이제 때가 됐다. 이 세상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저년을 내 손으로 처리하겠어.”
“잠깐만.”
그때 선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선우와 기원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고, 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치킨은 됐고, 아이스크림 사와. 아빠는 외계인 먹고 싶어.”
“…….”
“일상한 나라의 솜사탕도 먹고 싶어. 하프 갤런으로 사서 반은 아빠, 반은 일상한 달라고 해.”
선이의 말에 선우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한다.
“기원아, 놔.”
“좀만 더 안고 있으면 안 돼요?”
“뭐?”
“농담이에요.”
기원은 선우를 잡은 손을 놨고, 선우는 문을 닫으며 말한다.
“병먹금.”
“……?”
선우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고, 기원은 그의 옆에 앉으며 말한다.
“그게 뭐에요?”
“병신에게는 먹이를 금합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인터넷.”
선우는 그렇게 말하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둘은 곧 영화에 집중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선이가 들어온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말이다.
“텔레포트로 갔다 온 거냐?”
“안 들켜, 안 들켜.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누가 밖에 나온다고 그래? 나가면 정신병자지.”
“너는?”
“아이스크림 먹기 싫어?”
“영화 보기 싫냐?”
“…….”
“…….”
“쫌팽이.”
“돼지.”
“싸우지 말아요.”
결국 세 명은 나란히 영화를 본다. 선이는 쩝쩝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선우는 ‘쩝쩝대지 마라 이 돼지야’라고 말한다. 선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키보드에 흘리고, 선우는 선이의 뒤통수를 치며 ‘흘리지 말라고!’라고 소리친다. 선이는 염동력으로 키보드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치우며 ‘아, 거 좀 흘릴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이 키보드가 얼마짜린데!’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거야?’ ‘네 뇌는 장식이지?’라며 둘은 자꾸 말다툼을 한다.
기원은 옆에서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예의 그 사람 좋아 보이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영화에 집중하게 조용히 좀 하지.’
아무리 그래도 그와 그의 형이 이런 사이가 되는 것은 별로인 것 같다.
“아, 하나 더 사올까.”
“돼지 새끼.”
“하나뿐인 여동생한테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그래서 체지방률 몇 퍼? 한 30퍼?”
“쳇, 비겁하게 팩트를 가지고 싸우다니.”
선이는 이를 빠득 갈았고, 선우는 기겁하며 말한다.
“지, 진짜 30퍼센트냐.”
“…아, 아, 아니거든!”
‘아니, 아닌가.’
기원은 다시 선우와 선이를 본다. 둘 다 뿌루퉁한 얼굴이다. 기원은 풉 웃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분이라도 칠한 것 같은 창백한 얼굴, 보라색 입술, 보라색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 검은 코트, 검은 중절모자, 장발.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악마 ‘폴’, 새롭게 나타난 환계의 적이다. 갑자기 나타나 엄청난 속도로 세력을 불려가고 있다. 선우는 꽤나 별거 아닐 것처럼 말했지만 폴의 세력은 그렇게 작지도 않고,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도 아니다.
루즈 때처럼 환계의 강자들이 힘을 합쳐서 지금 제압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상대하기 꽤 귀찮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환계에 이런 트러블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일은 유희 거리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자기 자신이 죽어도 마찬가지겠지.
‘정말 지긋지긋한 곳이군.’
폴은 입을 비튼다. 그리고 천천히 게이트를 연다.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신이라는 것들과 이 세계를 지킨 ‘용사’라는 것들을 없애기 위해선 꼭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을 준비하러 간다.
폴은 게이트를 통과한다.
월요일을 쉬고 화요일에 등교하니 더 죽을 맛이다. 그냥 영원히 쉬고 싶다. 죽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헤이 맨.”
“왓.”
“오늘 저녁, Me랑 Rice… Eating together?”
“개 쓰레기 콩글리쉬 극혐.”
선우는 끔찍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인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네 수준에 맞춰서 이해하기 쉽게 말해준 거야. 영어 1등급인 내가 영어를 못할 리가 없잖아?”
“방금 그 말 영어로 해봐.”
“와떠뻑.”
인구는 씩 웃었고, 선우는 픽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저녁은 왜? 짱깨 먹게?”
“아니, 엄마랑 아빠가 너랑 같이 밥 먹고 싶대.”
“……?”
“나도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유감스럽게도 아마 이른 나이에 치매가 오신 것 같아. 그러게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 말이야.”
인구는 혀를 차며 ‘조기 치매가 유행이니까 너희도 조심해’라고 옆에 있는 경준을 툭 친다. 경준은 문제집을 톡톡 치며 말한다.
“난 이렇게 문제 열심히 풀고 있거든? 치매 같은 거 안 걸릴 거야.”
“시험을 칠 때면 언제나 치매에 걸리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인구가 비웃듯이 말하자 경준은 눈알을 굴리며 말한다.
“에… 그것은… 제가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는 노오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잉? 치매는 노력을 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까?”
인구는 세기의 대 발견을 한 기적의 과학자라도 된 듯한 표정을 지었고, 경준은 끌끌 웃으며 말한다.
“노오력을 하면 우주가 도와줘서 치매에 걸리지 않게 됩니다. 치매에 걸리는 건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캬, 이거 완전 노벨 의학상 탈 수준의 발언 아니냐?”
“노벨 의학상은 몰라도 마티즈는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흐어윽.”
‘잘 노네.’
선우는 천천히 폰을 꺼낸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폰을 두드린다.
선우 : 그년.
띠링.
기원 : 누구요?
엄청난 속도의 답장이 온다. 여러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다.
선우 : 그때 아린이가 협박한.
기원 : 아, 인지 누나요?
선우 : 그래. 걔가 뭐라고 하지 않았냐.
기원 : 무슨 말요?
선우 : 아니, 오늘 저녁 같이 밥 먹자고 해봐.
기원 : ? 형이랑요?
선우 : 아니, 너랑.
기원 : 예.
3분을 넘기지 않고 답장이 온다.
기원 : 약속 있다는데요.
선우 : 오케이, 땡큐.
선우는 그대로 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말한다.
“야, 혹시 너희 누나랑 같이 밥 먹는 건 아니겠지?”
“그 더러운 년 이야기가 왜 나와?”
인구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진다. 선우는 혀를 차며 말한다.
“아니, 뭘 했는데 더러운 년이야?”
“방과 인성이 더러움.”
“…여자는 다 그런 건가.”
선우는 감탄한다. 인구는 반갑다는 듯이 말한다.
“선이도 그래? 방 더러움?”
“돼지우리지.”
“선이는 그럴 수도 있지.”
“…….”
선우는 코를 긁는다. 그래, 아무리 인구라도 친구의 여동생한테 더럽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