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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의 용사였습니다 17화
Population(1)
그들의 대화에 경준은 혀를 차며 말한다.
“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한테 너무한 말 아니냐?”
“여자한테 한 말이면 너무한 말이고, 남자한테 하는 말이면 너무한 게 아닌 말이냐? 그거 남녀 차별임. 성차별론자야.”
“아니, 미친, 뭔 또라이 같은 논리야.”
경준은 당황했고, 인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무엇보다 그건 여자라는 종족으로 볼 수 없어. 여자가 그렇게 무섭고 난폭하며 폭력적일 리가 없어.”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선이는 남자들도 패고 다녀. 서아 여고 근처에 남자가 얼쩡거리지 않는 이유가 그년이 있기 때문이라니까.”
“선이가 그 선이였음?”
경준은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너 얼굴 봤잖아.”
“선이한테 맞으면 PTSD 걸려서 선이를 떠올리기도 두려워하거든. 그래서 선이 얼굴 기억하는 사람 없음. 이름이 같아서 동명이인인가 했는데 그 선이가 그 선이구나.”
경준은 경이롭다는 듯이 말한다. 전설과 조우한 사람의 기분은 이러한 것이구나, 라고 체험하는 중이다. 그때 종이 울린다.
띵. 딩. 띵. 띵.
종이 울리자마자 인구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 자러 가야겠다.”
“미친놈.”
“나보다 평균 등급 낮은 사람은 셔럽.”
“…….”
인구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엎드린다. 그리고 자면서 공부하는 인구보다 성적이 낮은 선우와 경준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세상은 어찌 이리 불공평하단 말인가.
“경준이, 내일 같이 짱깨 먹자.”
“응.”
“수고.”
“빠빠이.”
경준은 오늘도 보충과 야자를 하고 둘은 그냥 나간다. 선우는 기원에게 오늘은 같이 못 간다고 톡을 해둔 다음 말한다.
“저녁 뭐 먹으러 가는데?”
“레스또랑.”
“…뭐?”
“고오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슈퍼 고급 레스토랑. 네가 평생에 한 번 갈까 말까한 곳이야. 영광으로 알도록 하라, 개돼지여.”
인구는 어깨를 으쓱였고, 선우는 감탄하듯이 말한다.
“와아, 서민들 등골 빼먹은 돈으로 비싼 레스토랑 간다. 신난다.”
“후후, 좀 더 기뻐해도 좋다, 개…돼…….”
인구는 말하다가 학교의 후문을 보고는 말꼬리를 흐린다. 그리고 불쾌지수 MAX를 돌파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 시X 진짜 개X돼지 년이 왜 여기에 있어.”
“…….”
선우는 직감했다. 그가 했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후문에는 인구의 누나, 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인지의 차를 타고 가고 있다. 인구와 선우는 뒷자리에 앉아 있다. 인구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인지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고 있다.
“X같은 돼지 년이 뭔 낯짝으로 내 친구한테 얼굴을 내보이냐?”
“넌 네 누나한테 그런 말 하고 싶니?”
“누나 같은 소리하네, 돼지 같은 년이. 엄마랑 아빠가 왜 갑자기 나랑 선우까지 부르나 했더니, 네년이 꾸민 거였어? 뒤질래? 날 이용해? XX XXX X같은 XX년이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핸들 잡고 있는 거 나란 거 잊었어? 전봇대에 차 꼴아박는 거 보기 싫으면 좀 닥쳐, X만한 새끼야. XX새끼가 X나 시끄럽네.”
“다리 벌리고 다닌 게 자랑인가 XX년이. 순결 유지한 게 놀림거리라고 생각한 것부터 수준이 보인다, XX년.”
‘나랑 선이는 양호한 편이네.’
둘은 물론 속삭이고 있지만 꽤나 발달한 청력을 가진 선우에게는 다 들린다.
거의 천하제일 모욕 대회 같은 게 있다면 그곳에서의 입상은 가뿐할 정도의 대화에 선우는 감탄한다. 그와 선이의 말다툼은 정말로 양호한 편이었다. 오히려 수줍게 서로를 건드는 정도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인지와의 말싸움을 끝낸 인구는 그를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야, 셋 세고 차에서 뛰어내리자.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난 이미 낙법을 배워뒀거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도 난 멀쩡할 수 있어.”
“…난?”
“안고 뛰어줄게.”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어서 반박을 못하겠다. 선우는 진지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얼굴을 보며 말문이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됐어, 서민은 평생을 가도 못 사먹을 비싼 레스토랑 가는 알바 한다고 생각할게.”
“하… 이런 천사 같은 내 친구를 저런 방사능 폐기물보다 못한 년과 대화하게 해야 하다니. 내가 진짜 무슨 실책을 한 건지.”
인구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인지가 진짜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것 같다. 인지는 뒷좌석에 있는 그들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세게 이를 빠득 갈고 말한다.
“밥 여섯 시에 먹을 거라서 그전까지 잠깐 카페에 들를 거거든? 그 잠시 동안만 나랑 이야기해 주면 돼. 그러니까 너무 심각한 거라고 생각하진 말고.”
“뭐… 예.”
“그… 아린이었지? 걔한테는 좀… 이야기하지 말아주고.”
“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를 애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말하지는 않을게요.”
“으… 응.”
인지는 약간 당황하는 어조였고, 인구는 흘끔 그녀를 보았다가 선우의 귀에 대고 말한다.
“무슨 이야기할 건지 알겠어?”
“글쎄.”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상한 소리는 안 하게 막을 테니까. 혹시나 성희롱하면 그냥 바로 신고해서 감방에 보내버리자. 이참에 저년 호적에서 파버릴 구실을 만드는 거야.”
거의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진다. 과연 인구와 인지가 같이 살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인구야, 카드 줄게. 주문하고 와. 난 아메리카노.”
“안 어울리게 웬 아메리카노? 항상 처먹던 칼로리 가득 자바칩 프라페나 드시지?”
“그걸로 시키든가.”
생각보다 미지근한 반응이다. 인구는 그것이 불만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선우 너는.”
“나도 같은 걸로. 아니다, 난 쿠키 앤 크림 프라페로. 휘핑크림 빼고.”
“오케이.”
인구가 주문하러 카운터로 가자 인지는 바로 말한다.
“어제 비, 너희가 내리게 한 거지?”
“정확히 저희는 아니고, 저희 친구가 했다고 해야 하나.”
“동조 파동이라는 것으로 추정되는 강한 환력의 파동도 감지했어. 그렇다면 환계의 새로운 신 같은 존재가 온 거지?”
“그걸 제가 말해드려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말 한 번 잘했네. 밥 사는 건 엄마랑 아빠니까 누나가 얘한테 뭘 요구해선 안 되지!”
인구가 끼어든다. 인지는 혀를 내두르며 말한다.
“더럽게 빨리 주문하네. 눈치란 것도 없어?”
“누나랑 선우, 둘이 대화하게 내버려둘 바에야 눈치가 없고 말지.”
인구는 선우의 옆에 털썩 앉았고, 선우는 인구를 흘끔 본다. 인지는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손을 내민다. 인구는 카드를 그녀에게 넘겼고, 그녀는 카드를 지갑에 넣으며 말한다.
“어차피 너도 곧 알게 될 거니까 상관없겠지. 네 친구, 환계의 용사였어.”
“…….”
“…….”
인구와 선우는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다. 인구는 ‘이 미친년이 드디어 정신줄을 놨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선우는 ‘그런 거 말하려면 허락 맡고 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지는 둘의 반응에 ‘음∼’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환계란 우리들이 믿고 있는 환상 속의 존재가 실재하는 곳이야. 구미호, 불사조, 달걀귀신, 처녀 귀신, 환웅, 운사, 우사, 풍백, 황제, 사신수. 그런 수많은 환상 속의 존재들이 다 존재해. 그런 곳의 존재들이 이곳으로 넘어올 예정이야.”
“누나, 내가 아까 너무 심한 말을 했던 거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신 좀 차려. 아니면 일이 그렇게 힘들었어? 그냥 때려치우고 아빠한테 계열사 하나 달라고 하는 게 어때?”
인구는 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선우는 침을 꿀꺽 삼킨다. 말하는 것 좀 봐… 어마어마한 새끼.
웅웅웅!
그때, 진동벨이 울린다. 인구는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않으며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로 간다. 선우는 인구를 흘끔 보았다가 인지를 보며 말한다.
“본부장처럼 목 졸리고 싶으세요? 왜 제가 용사였다는 거 멋대로 말하고 그러세요?”
“어차피 알려질 거였잖아.”
“뭘 알려져요. 알리지 않으려고 마음먹으면 알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거라고요.”
“아, 그래, 미안. 됐지?”
별로 미안하지 않은 것 같은 인지의 사과에 선우는 입술을 우물거린다. 그리고 움찔한다.
“어머∼ 이 언니,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
인지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하게 물든다. 인지의 옆에 누군가가 선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인지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댄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언니, 방금 뭐라고 했어요?”
“…….”
덜덜덜덜.
인지는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떨고 있다. 아린이다.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린이 나타났다. 인지는 뚝, 뚝 끊기는 게 보일 정도로 딱딱하게 고개를 돌려 아린을 본다. 아린은 아주 짧은 순간 경멸에 찬 표정을 지었다가 방긋 웃으며 말한다.
“언니, 말 못해요? 왜 대답을 안 해요?”
“아, 아, 아, 아느, 니. 그러, 그러니까…….”
“어머, 언니, 못 보던 사이에 장애라도 생겼나 봐. 머리라도 다치셨어요?”
아린은 독이 든 말들을 그녀의 귀에 속삭여 넣는다. 인지의 눈동자가 여러 개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떨리고 있다. 이제는 조금 딱하다. 선우는 아린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그만해.”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러니까 그만해.”
“아이참, 시시하게.”
아린은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앉는다. 선우는 그녀를 툭툭 치며 말한다.
“뭐야, 왜 여기 앉아.”
“저 여자 옆엔 앉기 싫어서.”
“좋은 말씀들 나누시는데 정말 죄송한데, 그쪽은 누구시고 저희 누나는 왜 저렇게 바람직한 상태시고, 제 자리는 어디로 간 거죠?”
그때 인구가 멍하니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다가 드디어 끼어든다. 인구는 그들의 앞에 쟁반을 내려놓고 아린을 본다. 아린은 손을 살짝 흔들고 생긋 웃으며 말한다.
“미안, 나 여기 앉아도 될까?”
“예, 마음대로 하세요.”
인구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인지의 옆에 앉는다. 떨고 있는 인지를 툭 쳐서 옆으로 밀고 자리에 앉은 다음 선우에게 눈빛으로 말한다.
‘누구냐, 이 예쁜 누나.’
‘동갑이야.’
‘리얼? 근데 누구냐니까?’
‘친구.’
“뭘 그리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어?”
아린은 선우에게 몸을 살짝 기대며 속삭인다. 인구의 눈에서 불똥이 튀고,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한다.
“너, 그냥 돌아가면 안 되냐.”
“우림이가 너 지키래.”
“우림이가?”
선우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아주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나 이런 거 잘하잖아.”
“…….”
“아, 언니∼ 나도 커피 마시고 싶은데∼”
아린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인지는 약간 손을 떨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인구를 보았다가 일어서며 말한다.
“무, 무, 무슨 커, 커피……?”
“음…….”
아린은 흘끔 커피들을 보고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쿠키 앤 크림 프라페요. 휘핑크림 빼고.”
“으, 응.”
인지는 카운터 쪽으로 갔고, 인구는 그런 인지를 흘끔 보았다가 선우와 아린을 보며 말한다.
“그래서, 뉘신지?”
아린은 은밀한 비밀을 숨긴 듯,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오랜 인연으로 이어진 사이랄까.”
“오랜 악연 아니냐.”
“호호, 선우 너도 참, 농담이 심하다니까.”
아린은 내숭을 떨듯 웃는다. 선우는 입맛을 다신다. 예쁜 건 부정할 수 없겠다.
Population(1)
그들의 대화에 경준은 혀를 차며 말한다.
“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한테 너무한 말 아니냐?”
“여자한테 한 말이면 너무한 말이고, 남자한테 하는 말이면 너무한 게 아닌 말이냐? 그거 남녀 차별임. 성차별론자야.”
“아니, 미친, 뭔 또라이 같은 논리야.”
경준은 당황했고, 인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무엇보다 그건 여자라는 종족으로 볼 수 없어. 여자가 그렇게 무섭고 난폭하며 폭력적일 리가 없어.”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선이는 남자들도 패고 다녀. 서아 여고 근처에 남자가 얼쩡거리지 않는 이유가 그년이 있기 때문이라니까.”
“선이가 그 선이였음?”
경준은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너 얼굴 봤잖아.”
“선이한테 맞으면 PTSD 걸려서 선이를 떠올리기도 두려워하거든. 그래서 선이 얼굴 기억하는 사람 없음. 이름이 같아서 동명이인인가 했는데 그 선이가 그 선이구나.”
경준은 경이롭다는 듯이 말한다. 전설과 조우한 사람의 기분은 이러한 것이구나, 라고 체험하는 중이다. 그때 종이 울린다.
띵. 딩. 띵. 띵.
종이 울리자마자 인구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 자러 가야겠다.”
“미친놈.”
“나보다 평균 등급 낮은 사람은 셔럽.”
“…….”
인구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엎드린다. 그리고 자면서 공부하는 인구보다 성적이 낮은 선우와 경준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세상은 어찌 이리 불공평하단 말인가.
“경준이, 내일 같이 짱깨 먹자.”
“응.”
“수고.”
“빠빠이.”
경준은 오늘도 보충과 야자를 하고 둘은 그냥 나간다. 선우는 기원에게 오늘은 같이 못 간다고 톡을 해둔 다음 말한다.
“저녁 뭐 먹으러 가는데?”
“레스또랑.”
“…뭐?”
“고오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슈퍼 고급 레스토랑. 네가 평생에 한 번 갈까 말까한 곳이야. 영광으로 알도록 하라, 개돼지여.”
인구는 어깨를 으쓱였고, 선우는 감탄하듯이 말한다.
“와아, 서민들 등골 빼먹은 돈으로 비싼 레스토랑 간다. 신난다.”
“후후, 좀 더 기뻐해도 좋다, 개…돼…….”
인구는 말하다가 학교의 후문을 보고는 말꼬리를 흐린다. 그리고 불쾌지수 MAX를 돌파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 시X 진짜 개X돼지 년이 왜 여기에 있어.”
“…….”
선우는 직감했다. 그가 했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후문에는 인구의 누나, 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인지의 차를 타고 가고 있다. 인구와 선우는 뒷자리에 앉아 있다. 인구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인지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고 있다.
“X같은 돼지 년이 뭔 낯짝으로 내 친구한테 얼굴을 내보이냐?”
“넌 네 누나한테 그런 말 하고 싶니?”
“누나 같은 소리하네, 돼지 같은 년이. 엄마랑 아빠가 왜 갑자기 나랑 선우까지 부르나 했더니, 네년이 꾸민 거였어? 뒤질래? 날 이용해? XX XXX X같은 XX년이 사람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핸들 잡고 있는 거 나란 거 잊었어? 전봇대에 차 꼴아박는 거 보기 싫으면 좀 닥쳐, X만한 새끼야. XX새끼가 X나 시끄럽네.”
“다리 벌리고 다닌 게 자랑인가 XX년이. 순결 유지한 게 놀림거리라고 생각한 것부터 수준이 보인다, XX년.”
‘나랑 선이는 양호한 편이네.’
둘은 물론 속삭이고 있지만 꽤나 발달한 청력을 가진 선우에게는 다 들린다.
거의 천하제일 모욕 대회 같은 게 있다면 그곳에서의 입상은 가뿐할 정도의 대화에 선우는 감탄한다. 그와 선이의 말다툼은 정말로 양호한 편이었다. 오히려 수줍게 서로를 건드는 정도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인지와의 말싸움을 끝낸 인구는 그를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야, 셋 세고 차에서 뛰어내리자.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난 이미 낙법을 배워뒀거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도 난 멀쩡할 수 있어.”
“…난?”
“안고 뛰어줄게.”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어서 반박을 못하겠다. 선우는 진지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얼굴을 보며 말문이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됐어, 서민은 평생을 가도 못 사먹을 비싼 레스토랑 가는 알바 한다고 생각할게.”
“하… 이런 천사 같은 내 친구를 저런 방사능 폐기물보다 못한 년과 대화하게 해야 하다니. 내가 진짜 무슨 실책을 한 건지.”
인구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인지가 진짜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것 같다. 인지는 뒷좌석에 있는 그들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세게 이를 빠득 갈고 말한다.
“밥 여섯 시에 먹을 거라서 그전까지 잠깐 카페에 들를 거거든? 그 잠시 동안만 나랑 이야기해 주면 돼. 그러니까 너무 심각한 거라고 생각하진 말고.”
“뭐… 예.”
“그… 아린이었지? 걔한테는 좀… 이야기하지 말아주고.”
“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를 애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말하지는 않을게요.”
“으… 응.”
인지는 약간 당황하는 어조였고, 인구는 흘끔 그녀를 보았다가 선우의 귀에 대고 말한다.
“무슨 이야기할 건지 알겠어?”
“글쎄.”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상한 소리는 안 하게 막을 테니까. 혹시나 성희롱하면 그냥 바로 신고해서 감방에 보내버리자. 이참에 저년 호적에서 파버릴 구실을 만드는 거야.”
거의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진다. 과연 인구와 인지가 같이 살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인구야, 카드 줄게. 주문하고 와. 난 아메리카노.”
“안 어울리게 웬 아메리카노? 항상 처먹던 칼로리 가득 자바칩 프라페나 드시지?”
“그걸로 시키든가.”
생각보다 미지근한 반응이다. 인구는 그것이 불만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선우 너는.”
“나도 같은 걸로. 아니다, 난 쿠키 앤 크림 프라페로. 휘핑크림 빼고.”
“오케이.”
인구가 주문하러 카운터로 가자 인지는 바로 말한다.
“어제 비, 너희가 내리게 한 거지?”
“정확히 저희는 아니고, 저희 친구가 했다고 해야 하나.”
“동조 파동이라는 것으로 추정되는 강한 환력의 파동도 감지했어. 그렇다면 환계의 새로운 신 같은 존재가 온 거지?”
“그걸 제가 말해드려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말 한 번 잘했네. 밥 사는 건 엄마랑 아빠니까 누나가 얘한테 뭘 요구해선 안 되지!”
인구가 끼어든다. 인지는 혀를 내두르며 말한다.
“더럽게 빨리 주문하네. 눈치란 것도 없어?”
“누나랑 선우, 둘이 대화하게 내버려둘 바에야 눈치가 없고 말지.”
인구는 선우의 옆에 털썩 앉았고, 선우는 인구를 흘끔 본다. 인지는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손을 내민다. 인구는 카드를 그녀에게 넘겼고, 그녀는 카드를 지갑에 넣으며 말한다.
“어차피 너도 곧 알게 될 거니까 상관없겠지. 네 친구, 환계의 용사였어.”
“…….”
“…….”
인구와 선우는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다. 인구는 ‘이 미친년이 드디어 정신줄을 놨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선우는 ‘그런 거 말하려면 허락 맡고 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지는 둘의 반응에 ‘음∼’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환계란 우리들이 믿고 있는 환상 속의 존재가 실재하는 곳이야. 구미호, 불사조, 달걀귀신, 처녀 귀신, 환웅, 운사, 우사, 풍백, 황제, 사신수. 그런 수많은 환상 속의 존재들이 다 존재해. 그런 곳의 존재들이 이곳으로 넘어올 예정이야.”
“누나, 내가 아까 너무 심한 말을 했던 거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신 좀 차려. 아니면 일이 그렇게 힘들었어? 그냥 때려치우고 아빠한테 계열사 하나 달라고 하는 게 어때?”
인구는 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선우는 침을 꿀꺽 삼킨다. 말하는 것 좀 봐… 어마어마한 새끼.
웅웅웅!
그때, 진동벨이 울린다. 인구는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않으며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로 간다. 선우는 인구를 흘끔 보았다가 인지를 보며 말한다.
“본부장처럼 목 졸리고 싶으세요? 왜 제가 용사였다는 거 멋대로 말하고 그러세요?”
“어차피 알려질 거였잖아.”
“뭘 알려져요. 알리지 않으려고 마음먹으면 알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거라고요.”
“아, 그래, 미안. 됐지?”
별로 미안하지 않은 것 같은 인지의 사과에 선우는 입술을 우물거린다. 그리고 움찔한다.
“어머∼ 이 언니,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
인지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하게 물든다. 인지의 옆에 누군가가 선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인지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댄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언니, 방금 뭐라고 했어요?”
“…….”
덜덜덜덜.
인지는 눈에 보일 정도로 덜덜 떨고 있다. 아린이다.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린이 나타났다. 인지는 뚝, 뚝 끊기는 게 보일 정도로 딱딱하게 고개를 돌려 아린을 본다. 아린은 아주 짧은 순간 경멸에 찬 표정을 지었다가 방긋 웃으며 말한다.
“언니, 말 못해요? 왜 대답을 안 해요?”
“아, 아, 아, 아느, 니. 그러, 그러니까…….”
“어머, 언니, 못 보던 사이에 장애라도 생겼나 봐. 머리라도 다치셨어요?”
아린은 독이 든 말들을 그녀의 귀에 속삭여 넣는다. 인지의 눈동자가 여러 개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떨리고 있다. 이제는 조금 딱하다. 선우는 아린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그만해.”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러니까 그만해.”
“아이참, 시시하게.”
아린은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앉는다. 선우는 그녀를 툭툭 치며 말한다.
“뭐야, 왜 여기 앉아.”
“저 여자 옆엔 앉기 싫어서.”
“좋은 말씀들 나누시는데 정말 죄송한데, 그쪽은 누구시고 저희 누나는 왜 저렇게 바람직한 상태시고, 제 자리는 어디로 간 거죠?”
그때 인구가 멍하니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다가 드디어 끼어든다. 인구는 그들의 앞에 쟁반을 내려놓고 아린을 본다. 아린은 손을 살짝 흔들고 생긋 웃으며 말한다.
“미안, 나 여기 앉아도 될까?”
“예, 마음대로 하세요.”
인구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인지의 옆에 앉는다. 떨고 있는 인지를 툭 쳐서 옆으로 밀고 자리에 앉은 다음 선우에게 눈빛으로 말한다.
‘누구냐, 이 예쁜 누나.’
‘동갑이야.’
‘리얼? 근데 누구냐니까?’
‘친구.’
“뭘 그리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어?”
아린은 선우에게 몸을 살짝 기대며 속삭인다. 인구의 눈에서 불똥이 튀고,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한다.
“너, 그냥 돌아가면 안 되냐.”
“우림이가 너 지키래.”
“우림이가?”
선우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고, 아린은 아주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나 이런 거 잘하잖아.”
“…….”
“아, 언니∼ 나도 커피 마시고 싶은데∼”
아린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인지는 약간 손을 떨며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인구를 보았다가 일어서며 말한다.
“무, 무, 무슨 커, 커피……?”
“음…….”
아린은 흘끔 커피들을 보고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쿠키 앤 크림 프라페요. 휘핑크림 빼고.”
“으, 응.”
인지는 카운터 쪽으로 갔고, 인구는 그런 인지를 흘끔 보았다가 선우와 아린을 보며 말한다.
“그래서, 뉘신지?”
아린은 은밀한 비밀을 숨긴 듯,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오랜 인연으로 이어진 사이랄까.”
“오랜 악연 아니냐.”
“호호, 선우 너도 참, 농담이 심하다니까.”
아린은 내숭을 떨듯 웃는다. 선우는 입맛을 다신다. 예쁜 건 부정할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