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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의 용사였습니다 22화
수학여행(1)
“저, 그럼 저도 이만 애들한테 가볼게요.”
기원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다. 선우는 손을 흔들며 말한다.
“나중에 봐.”
“예, 형.”
“…….”
기원은 1학년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인구는 기원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를 보며 말한다.
“쟤랑 같이 있지 마.”
“왜.”
“느낌이 안 좋아.”
“무슨 느낌?”
“속이 시꺼먼 느낌임. 엄청 못된 짓 하는 녀석이 분명함.”
‘감이 좋네.’
확실히 기원이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
경준은 혀를 차며 말한다.
“뭔 헛소리냐.”
“내 감각은 틀린 적이 없음. 네가 토X타신지 가격 알아본 것도 맞췄잖아.”
“그, 그건 남자로서 당연한 건데 무슨.”
“그게 뭔데.”
“뭐긴 뭐야. 돈 내고 사랑의 교미하러 가는 곳이지.”
“미쳤다, 미쳤어.”
선우는 혀를 찬 다음 경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네가 갈 수는 있니?”
“여권 조사 안 한대. 내 얼굴이면 뚫을 수 있을 것 같고, 돈은… 엣헴! 내, 내가 무슨 소리를…….”
경준은 갑자기 얼굴을 붉혔고, 인구는 그의 등을 톡톡 쳐주며 말한다.
“경준 어빠… 그냥 나처럼 떡인지나 사는 게 어때? 그런 거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해봤냐? 안 해봤으면서 무슨…….”
“15분 일만 오천 엔. 그 돈이면 떡인지가 몇 권이냐.”
인구의 말에 경준은 당황하며 말한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잘.”
“설마 너도……?”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데 가냐.”
“…많지 않냐?”
경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인구는 선우를 보며 말한다.
“얘, 나 지구 그룹 아들램인 거 모르나?”
“나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몰랐거든?”
“캬! 이 몸의 서민 코스프레 능력이란… 믿기지 않을 정도구먼.”
인구는 자신의 이마를 톡 치며 감탄했고, 선우는 허허 웃으며 생각한다.
‘너 같은 놈이라서 지구 그룹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 아닐까.’
“이거 비밀인데, 나 사실 지구 그룹 회장 아들임.”
인구는 자랑스럽게 말했고, 경준은 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 드디어 갈 때 됐네.”
“진짜임!”
“응, 그래. 회장 아들 많이 해∼”
역시 믿지 않는다.
지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선우는 1층 플로어로 간다. 거기서 학생들이 모인다. 선우는 1층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옆을 보며 말한다.
“언제부터 기다린 건데?”
“어제부터.”
아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다. 여행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선우는 혀를 차며 말한다.
“우리 호텔 어딘지 알지?”
“물론이지.”
“학교 애들 있어서 지금은 이야기 제대로 못하니까 나중에 호텔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 보자. 먼저 가 있어.”
“알았어. 열차 터지겠네.”
“매년 있는 일인데, 뭐.”
“그럼 나중에 봐.”
“응.”
아린은 그렇게 말하며 바로 열차를 타는 곳으로 가버린다. 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 인구가 다가오며 말한다.
“님, 축지라도 씀? 뭔데 항상 이렇게 빨리 나오는 건데?”
“글쎄, 경준이는?”
“지문이 안 찍혀서 못 나오고 있음.”
“저런.”
“거 참, 매년 하는 건데 그냥 통과시켜주지. 너무하네.”
“매년이라고 해봐야 2년밖에 안 했는데 무슨.”
“그것도 그러네.”
한참 후에 경준이 온다. 경준은 핼쑥한 얼굴로 말한다.
“와, 진짜. 한 번 걸리면 끔찍하네.”
“피가 마르지?”
“진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네. 이대로 입국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X발 진짜, 후…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너 없으면 오늘 장기 자랑 못해서 내가 어떻게든 데려왔을 테니까 걱정 노노해.”
인구는 껄껄 웃었고, 선우는 질린다는 듯이 말한다.
“매년 하는 거 또 하냐?”
“매년이라고 해봐야 2년밖에 안 했는데, 무슨.”
“장기 자랑 때마다 했으니까 매년 세 번은 했거든? 오늘도 그거 하면 일곱 번이야.”
“할 때마다 반응 좋았잖아.”
“그거야… 그렇지.”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언제 왔는지 기원이 옆에서 말한다.
“형, 장기 자랑 때 뭐해요?”
“아, 깜짝야.”
인구는 움찔하고 놀랐고, 선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한다.
“그냥 별거 안 해. 단체로 춤춰.”
“예?”
인구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나랑 얘랑 경준이랑, 5반 범철이랑 찬우랑, 6반 상욱이랑 철준이랑, 7반 성환이랑 정구까지 합쳐서 아홉 명이 춤을 추지. 타임 이스 오버라고 들어봤냐?”
“선우 형이 그걸 춘다고요?”
“선우가 메인임. 넥 바디 아이솔레이션이랑 마지막에 손가락, 그거도 선우가 함.”
“그런 거 좀 말하지 마.”
선우는 퉁명스럽게 기원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한다.
“형, 왜 그거 말 안 했어요?”
“말할 필요 없으니까.”
“선우 넥 바디 그거 할 때 개쩜. 환호성 터져 나오고 확 그냥, 막 그냥 지림.”
“솔직히 옆에서 보면서도 그거 할 때 오줌 지리지.”
경준도 고개를 끄덕인다. 선우는 ‘허 참, 뭔 소리들을 하는 건지’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뺨이 약간 붉어져 있다. 인구와 경준은 실실 웃는다. 얘 부끄러워하는 거 보면 너무 웃긴단 말이지.
기원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폰을 꺼낸다. 선우는 움찔하며 말한다.
“야, 너…….”
토도도독!
“…….”
기원이 톡하는 거 사실 처음 본다. 기원은 그가 있으면 폰을 거의 안 꺼낸다. 그런데 톡이 빠른 이유가 있었다. 톡을 켜고 글을 치는데, 순간 빠른 재생이라도 한 줄 알았다. 엄청난 속도다. 막으려고 했는데 너무 빨라서 못 막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선이가 달려온다. 얼굴에 경련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푸흡! 푸흐흐흐흡! 어, 어빠. 뭐? 춤? 푸흐크흐흡! 추, 춤춘다고? 응?”
뒤이어 우림도 온다. 뛰어오진 않았지만 빠른 걸음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선우야, 뭐? 춤?”
“…….”
선우는 천천히 꺼진 폰을 꺼낸다. 그리고 천천히 유심을 갈아 끼운 다음 폰을 켜고 데이터를 켠다. 역시 톡이 와 있다.
우현 : 영상 찍어 놔라.
아린 : 우리 쟈기, 그런 거 왜 숨겼어?
우현 : 그냥 나도 거기 갈까.
아린 : 쟈기, 축제 때 아무것도 안 한다더니, 너무한 거 아냐?
빠른 속도로 글이 올라온다. 선우는 한숨을 쉬며 데이터를 끄고 선이를 보며 말한다.
“어차피 너희한테 보여줄 일 없거든. 신경 끄시지.”
“오빠, 춤 좀 추세요? 나도 위아래 잘 추는데, 흐.”
선이는 허리를 흔들며 비웃듯이 말하자 선우는 한숨을 쉬었고, 인구는 경준을 툭 친다. 그러면서 인구는 선우의 앞을 지나간다. 경준도 빠르게 선우의 뒤를 지나간다. 선우는 앞으로 나아가다가 갑자기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
선우가 천천히 움직이자마자 경준과 인구도 천천히 움직인다. 선우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갑자기 멈추고 몸을 앞으로 까딱까딱 움직이다가 다시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경준과 인구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이 움직인다. 그 다음 다시 천천히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춘다. 선우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맛보기다. 진짜는 오늘 일곱 시에 있을 장기 자랑에서 보여주마. 와라.”
경준과 인구는 멈추는 것을 그만두고 움직이며 말한다.
“캬, 우리 방금 개멋졌음. 인정?”
“어, 인정.”
“…….”
‘뭐 했는데?’
선이는 그렇게 물으려고 마음먹었으나 갑자기 다가오는 다른 학생들 때문에 말하지 못한다.
“뭔데, 여기서 연습하냐?”
“노래 틀어?”
“뉴투브 백만 뷰 각임?”
“훼북 스타 고고.”
앞서 말한 멤버들이 모이고 있다. 선우는 손을 들며 말한다.
“워워, 오늘 저녁을 위해서 힘을 아껴놓도록. 우리는 오늘 저녁, 전설을 보여줄 것이다.”
“오오.”
“오케이, 오케이.”
“마! 어젯밤에 연습은 해뒀나!”
“당연한 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다.”
‘X랄들을 하네.’
“언니, 가요.”
“어? 으응.”
선이는 혀를 차며 조용히 우림과 함께 뒤로 빠진다. 그래, 오늘 저녁을 기대해 주겠다. 선우는 선이와 우림이 사라지자 입술을 비쭉이며 말한다.
“X년, 턱이 빠지게 해주마.”
“…진심임?”
인구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그를 보며 똑같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혀를 차며 그의 명치를 친다.
퍽!
“어흑!”
“자살 좀.”
“내가 뭐?”
“네 양심에게 물어봐라.”
인구는 아파하면서도 실실 웃으며 ‘이해하는 네가 좋아’라고 중얼거리고, 경준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얘는 그래도 순수하네.
난바 역에서 내려 지구 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호텔로 향한다.
1학년 때엔 캐리어를 각자 들고 열차에 탔는데, 그랬더니 서 있을 자리도 없게 되어서 그때 돌아갈 때부터 캐리어는 따로 택배로 옮겼다. 그때는 그냥 학교의 운영에 갈채를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인구가 짜증나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
역에서 나오자 인구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한다.
“음∼ 일본 스멜∼”
“난 여기 오면 항상 화장실이 가고 싶더라. 화장실이 너무 좋아.”
“리얼.”
“쌤∼ 3학년들은 어차피 호텔로 가는 법 다 아는데 그냥 지금부터 자유 시간하면 안 돼요?”
“그러다가 길 잃으면 다 교사 책임이니까 조용히 그냥 가자.”
“아∼ 쌤∼”
어차피 체크인하고 두 시간은 자유 시간인데 다들 안달이 났다. 올 때마다 이런다. 그래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이런 게 설레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뭐부터 할까? 파친코 갈래?”
“나 그거 안 갈 거라니까.”
선우는 대표로 방의 열쇠를 받으며 말한다. 인구는 바깥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럼 떡인지 사러 바로 갈까?”
선우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말한다.
“너나 사라, 미친놈아.”
“미친놈이라니, 말이 심하네. 남자가 그런 거 살 수도 있지.”
인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말한다.
“네가 사는 건 이상한 거잖아, 또라이야.”
“취향이거든요. 존중해 주시죠.”
경준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한다.
“아무리 취향이라도 난 네가 그런 거 사면 조금 무서워.”
“나도 눈이 있지, 너 같은 놈은 안 노리거든요?”
‘내 주변엔 왜 이런 녀석들이 존재하는 건지.’
선우는 한숨을 쉰다. 언제 뒤를 노릴지 모르는 암살자 기원과 아동 성범죄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녀석 하나라니. 끔찍하다.
“나 잠깐 혼자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좀.”
“또 어디.”
“그냥 아는 사람 만나러.”
“네가 여기에 아는 사람도 있어?”
“있을 수도 있지.”
“우리도 가도 됨?”
“꺼져.”
선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호텔의 문을 열고 키를 인구에게 넘기며 말한다.
“짐 부탁할게.”
“안에 뭐 있는지 봐도 됨?”
“그러든가.”
선우는 그대로 방을 나가고 인구는 경준을 보며 말한다.
“따라갈까?”
“좀. 그것보다 타코야끼 사러 가자. 그거 먹고 싶었어.”
“아, 나도 갑자기 먹고 싶네. 짐만 옮기고 가자.”
“응.”
인구와 경준은 방에서 대기하며 잡담을 하다가 시간이 되자 1층으로 내려가서 짐을 가져온 다음 타코야끼를 사러 갔다. 역시 맛있다.
수학여행(1)
“저, 그럼 저도 이만 애들한테 가볼게요.”
기원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다. 선우는 손을 흔들며 말한다.
“나중에 봐.”
“예, 형.”
“…….”
기원은 1학년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인구는 기원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를 보며 말한다.
“쟤랑 같이 있지 마.”
“왜.”
“느낌이 안 좋아.”
“무슨 느낌?”
“속이 시꺼먼 느낌임. 엄청 못된 짓 하는 녀석이 분명함.”
‘감이 좋네.’
확실히 기원이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
경준은 혀를 차며 말한다.
“뭔 헛소리냐.”
“내 감각은 틀린 적이 없음. 네가 토X타신지 가격 알아본 것도 맞췄잖아.”
“그, 그건 남자로서 당연한 건데 무슨.”
“그게 뭔데.”
“뭐긴 뭐야. 돈 내고 사랑의 교미하러 가는 곳이지.”
“미쳤다, 미쳤어.”
선우는 혀를 찬 다음 경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네가 갈 수는 있니?”
“여권 조사 안 한대. 내 얼굴이면 뚫을 수 있을 것 같고, 돈은… 엣헴! 내, 내가 무슨 소리를…….”
경준은 갑자기 얼굴을 붉혔고, 인구는 그의 등을 톡톡 쳐주며 말한다.
“경준 어빠… 그냥 나처럼 떡인지나 사는 게 어때? 그런 거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해봤냐? 안 해봤으면서 무슨…….”
“15분 일만 오천 엔. 그 돈이면 떡인지가 몇 권이냐.”
인구의 말에 경준은 당황하며 말한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잘.”
“설마 너도……?”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데 가냐.”
“…많지 않냐?”
경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인구는 선우를 보며 말한다.
“얘, 나 지구 그룹 아들램인 거 모르나?”
“나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몰랐거든?”
“캬! 이 몸의 서민 코스프레 능력이란… 믿기지 않을 정도구먼.”
인구는 자신의 이마를 톡 치며 감탄했고, 선우는 허허 웃으며 생각한다.
‘너 같은 놈이라서 지구 그룹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 아닐까.’
“이거 비밀인데, 나 사실 지구 그룹 회장 아들임.”
인구는 자랑스럽게 말했고, 경준은 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 드디어 갈 때 됐네.”
“진짜임!”
“응, 그래. 회장 아들 많이 해∼”
역시 믿지 않는다.
지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선우는 1층 플로어로 간다. 거기서 학생들이 모인다. 선우는 1층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옆을 보며 말한다.
“언제부터 기다린 건데?”
“어제부터.”
아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다. 여행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선우는 혀를 차며 말한다.
“우리 호텔 어딘지 알지?”
“물론이지.”
“학교 애들 있어서 지금은 이야기 제대로 못하니까 나중에 호텔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 보자. 먼저 가 있어.”
“알았어. 열차 터지겠네.”
“매년 있는 일인데, 뭐.”
“그럼 나중에 봐.”
“응.”
아린은 그렇게 말하며 바로 열차를 타는 곳으로 가버린다. 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 인구가 다가오며 말한다.
“님, 축지라도 씀? 뭔데 항상 이렇게 빨리 나오는 건데?”
“글쎄, 경준이는?”
“지문이 안 찍혀서 못 나오고 있음.”
“저런.”
“거 참, 매년 하는 건데 그냥 통과시켜주지. 너무하네.”
“매년이라고 해봐야 2년밖에 안 했는데 무슨.”
“그것도 그러네.”
한참 후에 경준이 온다. 경준은 핼쑥한 얼굴로 말한다.
“와, 진짜. 한 번 걸리면 끔찍하네.”
“피가 마르지?”
“진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네. 이대로 입국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X발 진짜, 후…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너 없으면 오늘 장기 자랑 못해서 내가 어떻게든 데려왔을 테니까 걱정 노노해.”
인구는 껄껄 웃었고, 선우는 질린다는 듯이 말한다.
“매년 하는 거 또 하냐?”
“매년이라고 해봐야 2년밖에 안 했는데, 무슨.”
“장기 자랑 때마다 했으니까 매년 세 번은 했거든? 오늘도 그거 하면 일곱 번이야.”
“할 때마다 반응 좋았잖아.”
“그거야… 그렇지.”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언제 왔는지 기원이 옆에서 말한다.
“형, 장기 자랑 때 뭐해요?”
“아, 깜짝야.”
인구는 움찔하고 놀랐고, 선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한다.
“그냥 별거 안 해. 단체로 춤춰.”
“예?”
인구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나랑 얘랑 경준이랑, 5반 범철이랑 찬우랑, 6반 상욱이랑 철준이랑, 7반 성환이랑 정구까지 합쳐서 아홉 명이 춤을 추지. 타임 이스 오버라고 들어봤냐?”
“선우 형이 그걸 춘다고요?”
“선우가 메인임. 넥 바디 아이솔레이션이랑 마지막에 손가락, 그거도 선우가 함.”
“그런 거 좀 말하지 마.”
선우는 퉁명스럽게 기원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한다.
“형, 왜 그거 말 안 했어요?”
“말할 필요 없으니까.”
“선우 넥 바디 그거 할 때 개쩜. 환호성 터져 나오고 확 그냥, 막 그냥 지림.”
“솔직히 옆에서 보면서도 그거 할 때 오줌 지리지.”
경준도 고개를 끄덕인다. 선우는 ‘허 참, 뭔 소리들을 하는 건지’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뺨이 약간 붉어져 있다. 인구와 경준은 실실 웃는다. 얘 부끄러워하는 거 보면 너무 웃긴단 말이지.
기원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폰을 꺼낸다. 선우는 움찔하며 말한다.
“야, 너…….”
토도도독!
“…….”
기원이 톡하는 거 사실 처음 본다. 기원은 그가 있으면 폰을 거의 안 꺼낸다. 그런데 톡이 빠른 이유가 있었다. 톡을 켜고 글을 치는데, 순간 빠른 재생이라도 한 줄 알았다. 엄청난 속도다. 막으려고 했는데 너무 빨라서 못 막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선이가 달려온다. 얼굴에 경련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푸흡! 푸흐흐흐흡! 어, 어빠. 뭐? 춤? 푸흐크흐흡! 추, 춤춘다고? 응?”
뒤이어 우림도 온다. 뛰어오진 않았지만 빠른 걸음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선우야, 뭐? 춤?”
“…….”
선우는 천천히 꺼진 폰을 꺼낸다. 그리고 천천히 유심을 갈아 끼운 다음 폰을 켜고 데이터를 켠다. 역시 톡이 와 있다.
우현 : 영상 찍어 놔라.
아린 : 우리 쟈기, 그런 거 왜 숨겼어?
우현 : 그냥 나도 거기 갈까.
아린 : 쟈기, 축제 때 아무것도 안 한다더니, 너무한 거 아냐?
빠른 속도로 글이 올라온다. 선우는 한숨을 쉬며 데이터를 끄고 선이를 보며 말한다.
“어차피 너희한테 보여줄 일 없거든. 신경 끄시지.”
“오빠, 춤 좀 추세요? 나도 위아래 잘 추는데, 흐.”
선이는 허리를 흔들며 비웃듯이 말하자 선우는 한숨을 쉬었고, 인구는 경준을 툭 친다. 그러면서 인구는 선우의 앞을 지나간다. 경준도 빠르게 선우의 뒤를 지나간다. 선우는 앞으로 나아가다가 갑자기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
선우가 천천히 움직이자마자 경준과 인구도 천천히 움직인다. 선우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갑자기 멈추고 몸을 앞으로 까딱까딱 움직이다가 다시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경준과 인구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이 움직인다. 그 다음 다시 천천히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춘다. 선우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맛보기다. 진짜는 오늘 일곱 시에 있을 장기 자랑에서 보여주마. 와라.”
경준과 인구는 멈추는 것을 그만두고 움직이며 말한다.
“캬, 우리 방금 개멋졌음. 인정?”
“어, 인정.”
“…….”
‘뭐 했는데?’
선이는 그렇게 물으려고 마음먹었으나 갑자기 다가오는 다른 학생들 때문에 말하지 못한다.
“뭔데, 여기서 연습하냐?”
“노래 틀어?”
“뉴투브 백만 뷰 각임?”
“훼북 스타 고고.”
앞서 말한 멤버들이 모이고 있다. 선우는 손을 들며 말한다.
“워워, 오늘 저녁을 위해서 힘을 아껴놓도록. 우리는 오늘 저녁, 전설을 보여줄 것이다.”
“오오.”
“오케이, 오케이.”
“마! 어젯밤에 연습은 해뒀나!”
“당연한 것은 말하는 것이 아니다.”
‘X랄들을 하네.’
“언니, 가요.”
“어? 으응.”
선이는 혀를 차며 조용히 우림과 함께 뒤로 빠진다. 그래, 오늘 저녁을 기대해 주겠다. 선우는 선이와 우림이 사라지자 입술을 비쭉이며 말한다.
“X년, 턱이 빠지게 해주마.”
“…진심임?”
인구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그를 보며 똑같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혀를 차며 그의 명치를 친다.
퍽!
“어흑!”
“자살 좀.”
“내가 뭐?”
“네 양심에게 물어봐라.”
인구는 아파하면서도 실실 웃으며 ‘이해하는 네가 좋아’라고 중얼거리고, 경준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얘는 그래도 순수하네.
난바 역에서 내려 지구 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호텔로 향한다.
1학년 때엔 캐리어를 각자 들고 열차에 탔는데, 그랬더니 서 있을 자리도 없게 되어서 그때 돌아갈 때부터 캐리어는 따로 택배로 옮겼다. 그때는 그냥 학교의 운영에 갈채를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인구가 짜증나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
역에서 나오자 인구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한다.
“음∼ 일본 스멜∼”
“난 여기 오면 항상 화장실이 가고 싶더라. 화장실이 너무 좋아.”
“리얼.”
“쌤∼ 3학년들은 어차피 호텔로 가는 법 다 아는데 그냥 지금부터 자유 시간하면 안 돼요?”
“그러다가 길 잃으면 다 교사 책임이니까 조용히 그냥 가자.”
“아∼ 쌤∼”
어차피 체크인하고 두 시간은 자유 시간인데 다들 안달이 났다. 올 때마다 이런다. 그래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이런 게 설레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뭐부터 할까? 파친코 갈래?”
“나 그거 안 갈 거라니까.”
선우는 대표로 방의 열쇠를 받으며 말한다. 인구는 바깥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럼 떡인지 사러 바로 갈까?”
선우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말한다.
“너나 사라, 미친놈아.”
“미친놈이라니, 말이 심하네. 남자가 그런 거 살 수도 있지.”
인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말한다.
“네가 사는 건 이상한 거잖아, 또라이야.”
“취향이거든요. 존중해 주시죠.”
경준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한다.
“아무리 취향이라도 난 네가 그런 거 사면 조금 무서워.”
“나도 눈이 있지, 너 같은 놈은 안 노리거든요?”
‘내 주변엔 왜 이런 녀석들이 존재하는 건지.’
선우는 한숨을 쉰다. 언제 뒤를 노릴지 모르는 암살자 기원과 아동 성범죄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녀석 하나라니. 끔찍하다.
“나 잠깐 혼자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좀.”
“또 어디.”
“그냥 아는 사람 만나러.”
“네가 여기에 아는 사람도 있어?”
“있을 수도 있지.”
“우리도 가도 됨?”
“꺼져.”
선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호텔의 문을 열고 키를 인구에게 넘기며 말한다.
“짐 부탁할게.”
“안에 뭐 있는지 봐도 됨?”
“그러든가.”
선우는 그대로 방을 나가고 인구는 경준을 보며 말한다.
“따라갈까?”
“좀. 그것보다 타코야끼 사러 가자. 그거 먹고 싶었어.”
“아, 나도 갑자기 먹고 싶네. 짐만 옮기고 가자.”
“응.”
인구와 경준은 방에서 대기하며 잡담을 하다가 시간이 되자 1층으로 내려가서 짐을 가져온 다음 타코야끼를 사러 갔다. 역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