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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의 용사였습니다 23화
수학여행(2)
“후후, 우리 쟈기, 춤도 출 줄 알았어요?”
“맞기 싫으면 적당히 해라.”
“네가 먼저 속였으면서 뻔뻔하기는.”
아린은 호호 웃으며 레모네이드를 쪽쪽 마신다. 그들의 앞에는 바게트 피자와 수제 감자튀김이 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작은 카페다. 번화가 한가운데 있지만 괜찮은 분위기다. 선우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린은 계속 호호 웃으며 말한다.
“평소에 아메리카노는 석탄 물이라고 하면서 여기 블랙커피는 잘 마시네?”
“우림이가 하도 마셔보라고 해서 마셨는데, 괜찮더라.”
“아∼ 그러셔요?”
아린은 레모네이드를 쪽쪽 마신 다음 감자튀김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말한다.
“나 여기 처음 오는데, 데리고 놀아주지?”
“여주인공님과 여신님이 붙을 건데 상관없어?”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냥 우리 둘만 놀면 안 돼?”
“그건 너랑 여주인공님이 합의 볼 이야기지.”
“음…….”
아린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방긋 웃으며 말한다.
“내 번호 판 거, 지금 써도 돼?”
“…….”
선우는 저게 뭔 소린가 깊게 고민했다가 이내 인구에게 그녀의 번호를 줬던 것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쉬며 폰을 꺼낸다. 그리고 인구에게 톡을 한다.
선우 : 미안한데, 쌤한테 나 행방불명됐다고 해주라.
인구 : 싀바, 님. 우리들 빼놓고 뭐 좋은 거 하러 감?
선우 : 아린이 번호 줬잖아.
인구 : 하.
인구 : 진챠.
인구 : 남자가 그런 거 가지고.
인구 : 목숨을 걸고 당신이 없다는 것을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선우는 한숨을 쉬고 이번에는 우림에게 톡을 한다.
선우 : 나 혼자 놀 거임.
우림 : ?
선우 : 해피한 개인 시간 보낼 테니까 괴롭히지 마라. 돼지 년도 잡아주고.
우림 : 아린이니?
선우 : 허 참, 난 개인적인 시간 보내면 안 되나?
우림 : 아린이니?
선우 : 아무튼 그렇게 알고.
우림 : 아린이니?
선우 : 뭘 원해.
우림 : 음… 우리 학교 내 친구들이랑 저녁에 거기 놀러가도 돼?
선우 : 맙소사.
선우는 이마를 짚었다가 인구에게 톡을 한다.
선우 : 야, 내가 기적처럼 서아 여고 여자들이랑 미팅의 장을 열면 어떻게 할 거임?
인구 : ?
인구 : ㅎ여님.
인구 : 형님.
인구 : 혹시 필요한 게 있습니까?
인구 : 오느른∼ 인구가∼ 쏜다!
인구 : 형님, 만약에라도 그런 기적을 행하신다면 제가 똥꼬 쇼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선우 : 미친놈, 톡 갑자기 개빠르네;
선우 : 일단 그렇게 알고.
선우 : 쌤 어떻게 설득할 건데?
인구 : 니가 그런 기적을 행한다는 확신을 보여주면
인구 : 내가 선생님들이 오늘 갑자기 사라지는 기적을 보여줌.
선우 : 진짜로?
인구 : ㅇㅇ
인구 : 믿어
인구 : 알빌립유. 유빌립미?
인구 : 그런데 형님, 여성분들의 미모가 어떠한지 아주 조금 궁금한데…….
선우는 다시 우림에게 톡을 한다.
선우 : 혹시
우림 : (사진)
빠르다.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 우림이 보낸 사진을 본 선우는 감탄하면서 그 사진을 그대로 인구에게 전송한다.
선우 : (사진)
인구 : ?
인구 : 와
인구 : 퍼킹, 하느님
인구 : 사랑해요. 선우님♥♥♥
인구 : 제가 선우님 예전부터 사랑했던 거 알죠?
선우 : 믿는다.
인구 : 제가 오늘 선생님들 아리마로 보냅니다.
인구 : 온천에 익사시켜드립니다.
‘미친놈.’
선우는 큭큭 웃으며 우림에게 할 수 있다고 톡을 보내고 말한다.
“다 됐어. 그런데 우림이 학교에서 애들 몇 명 우리 학교 쪽에 와서 놀다 갈 거라는데.”
“나 거기에 껴도 돼?”
“어…….”
선우는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아린은 호호 웃으며 말한다.
“괜찮을 거야.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마. 그냥 놀면 돼.”
“…아, 뭐, 그래. 괜찮겠지.”
‘어차피 수학여행마다 우림이랑 같이 저녁에 놀러 다니기도 했고, 그거 생각하면 이번에 이래도 괜찮겠지.’
선우는 속으로 계산을 했고, 아린은 수줍게 살짝 웃으며 말한다.
“기대된다. 이러니까 신혼여행 온 것 같아.”
“신혼여행은 무슨.”
선우는 투덜거렸고 아린은 빨대를 물고 생긋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좋아 보인다. 선우는 그녀를 흘끔 보았다가 고개를 돌린다. 귀엽다고 생각했다.
“음∼ 마이 브라더, 수치사할 준비는 되셨습니까?”
선이는 매우 행복한 표정이다. 지금은 오후 여섯 시 반. 장기 자랑을 30분 남긴 순간이다. 이 시각에 서아 여고의 파릇파릇한 여고생들이 도착했다. 선이가 엄선한 친구들과 우림이 엄선한 친구들이 도착했다.
‘내 오빠한테 패배감을 주게 하기 위해 중무장을 한 여전사들이 필요하다!’
‘후후, 중학교 3년 동안 갈고 닦은 내 메이껍 실력이 빛을 발할 시간이군.’
‘오빠라는 존재에게 패배감을 주는 것은 여동생이란 족쇄를 찬 여성들에게 주어진 의무와 같은 것!’
‘가자! 여신들이여! 서아 여고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자!’
“생각보다 괜찮은 상판들을 데리고 왔구나.”
선이도 온다고 했을 때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오라고 했다. 선이는 그에게 다가가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우리들의 야유를 피할 수 없을 것이야.”
“병원 하나 알아봐 둬라. 빠진 턱 끼우려면 병원에 가야 할 테니까.”
“음∼ 오라버니, 허세 한 번 지리게 부리시네. 죽으면 묘비에 수치사함, 이라고 반드시 새겨줄게.”
“오빠한테 심쿵사해서 죽으면 어떤 기분인지 나중에 천국 가는 길에 잠깐 지옥에 들러서 물어봐 줄게.”
한마디도 안 지고 싸운다. 그야말로 앙숙이다. 우림은 아린을 보며 말한다.
“잘 놀았어?”
“응, 정∼말 잘 놀았어. 교토 너∼무 좋더라. 차도 맛있었고, 말차가 엄청 쓰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다도 명인이 끓여주니까 괜찮더라. 화과자도 맛있었고.”
“선수 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은 말차에 말아먹었어?”
“혹시 농담이라고 한 거니? 미안, 수준이 너∼무 달라서 웃음이 안 나오네.”
“…….”
“그리고 그렇게 치면 넌 매년 선우랑 이렇게 놀았다는 거잖아. 양심 없어?”
“…뭐, 좋아. 알았어. 이번엔 뭐라고 안 할게.”
“당연한 걸 왜 네가 인심 쓰듯이 말해? 솔직히 이번 여행에서는 나랑 선우 둘이서 알콩달콩하게 놀아도 넌 말할 자격 없는 거 알아?”
“…아, 예, 죄송합니다.”
우림은 입술을 씰룩거린다. 솔직히 이번엔 할 말이 없다. 지난 5년간 아린이 수학여행과 수련회 때 같은 곳에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를 썼던가. 들켰을 때 아린이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을 선우가 막아줘서 이렇게 선수 치지 않기로 약속까지 한 거였다.
우림은 할 말이 없다.
“아, 아, 아린이가 왜 여기에……!”
아린이의 등장에 인구는 당황했고, 선우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멋진 모습 한 번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친구여!”
인구는 감동 먹은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생긋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이번엔 센터 네가 하는 게 어때?”
“아, 고멘. 소레와 조또… 무리.”
“…….”
“중간에 넥 바디는 그렇다 쳐도 마지막에 손가락,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난 그거 아직도 반도 못 외웠어.”
“그건 네가 멍청한 거고, 멍청한 새끼야.”
“인정. 그런데 그 멍청한 놈보다 등급 낮은 분은 대체 누구? 아!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구나! 나의 실수! 아하하!”
인구는 이마를 탁 치며 웃었고, 선우는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목젖을 친다. 인구는 ‘켁’ 하며 쓰러진다.
선우는 대기실로 향하며 말한다.
“가자, 얘들아. 서아 여고의 망나니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다.”
“야, 그런데 서아 여고 애들 예쁘다.”
“그러게.”
“이참에 멋진 춤사위 한 번 보여주고 번호 따, 멍청이들아.”
“가자, 어빠 소리 한 번 들어봐야지.”
그들이 출동한다.
그것은 전설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정말로 시간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하듯,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절도 있고 매끄러웠다. 그들의 몸은 유연하며 탄력적이었고, 그들의 몸에 대한 컨트롤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최고의 육체와 최고의 정신이 만난 듯한 완벽한 움직임.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시선, 감정, 리듬,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완벽하게 컨트롤되는 듯하다.
분명히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두 눈을 믿을 수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이 현실이라고 믿기엔 너무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순간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소름이 돋았지만, 마지막에는 정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강하게 소름이 돋았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손짓. 분명히 정해진 동작이지만 정해진 동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그것은 아름다웠다.
“…….”
모든 것이 끝난 후, 홀은 조용했다. 노래처럼 시간이 멈춘 듯 숨 쉬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진짜로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3학년들은 몇 번을 보는 건데 아직도 끝나자마자 박수갈채 안 보냅니까?”
아주 잠깐 멈춰 있던 사회자 학생이 한마디 하자 마법이 풀린 듯, 순식간에 환호성이 퍼져 나간다.
“우오오오오오!”
“최고다! 39회!”
“선배! 멋져요!”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었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홀을 가득 채운다. 선우를 비롯한 댄서들은 숨을 헐떡이고 있다. 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심장이 뜨겁게 달궈졌다.
그래, 이 환호성을 듣기 위해 4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을 그렇게 혹사했던 것이다. 이것으로 만족한다. 행복하다.
“39회는 무슨 소리야?”
“우리 학년이 우리 학교에 39번째로 입학했다고.”
“아…….”
“할 말은 그게 끝이냐, 동생.”
선우는 히죽히죽 웃고 있고 선이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 다음 박수를 치며 말한다.
“내가 졌어. 졌습니다, 완죤 패배입니다. 반론을 할 여지가 없이 패배입니다. 오라버님 딴스 실력이 그렇게 출중하실 줄은 정말로 예상 못했습니다. 저의 하잘 것 없는 위아래 춤으로 감히 오라버님 춤을 비하한 것에 대해 깊이 사죄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오라버님 계시는 방향으로 세 번씩 절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구나.”
선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우림은 놀랍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 거 언제 연습했어?”
“1학년 때부터 조금씩 연습했지.”
“넌 그렇다 치고, 나머지 애들은 왜 그렇게 잘해?”
“다들 제대로 연습했으니까.”
“춤만 10년은 춘 애들이나 보일 법한 춤 실력이던데.”
“오빠, 능력 쓴 거 아니야?”
“헛소리할래?”
선우는 그때 당시를 회상하듯 아련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이거 처음 나왔을 때 이거에 좀 세게 치였거든. 선이 너 안 볼 때랑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이거 연습했는데, 그걸 인구한테 들켰어. 알다시피 몸이 좀 좋은 편이라 남들보다는 훨씬 빨리 이 춤에 숙달됐고, 인구한테 들켰을 때는 꽤 멋지게 췄었거든. 그거에 인구랑 다른 애들도 반해서 다 같이 연습하게 됐지.”
“아니, 그거랑 10년은 춘 애들이나 보일 법한 춤 실력이랑 무슨 상관인데.”
“처음엔 그럭저럭 잘 춘다는 정도였는데 그거 본 선생님들이 그거 연습하는 거면 야자 빼도 된다고 해서 애들 다 야자 빼고 동아리까지 만들어서 춤 연습했거든. 난 몰랐는데 방학 때마다 모여서 연습했다더라. 난 더 잘해지면 맞추기 힘들다면서 일부러 뺐고.”
“왕따 당했네.”
“귓구멍에 순대 박았냐.”
“더 잘해지면 맞추기 힘들다는 거 핑계임. 그냥 오빠가 싫어서 그래.”
선우는 선이의 목을 졸랐고, 선이는 켁켁거린다. 그때, 그들이 있는 방으로 수건을 든 인구가 들어온다.
“누가 카메라로 우리 영상 예쁘게 찍어줬더라. 드디어 우리들의 비원이 이루어진 거임.”
“비원이 뭔데?”
“꼭 이루고자 하는 비장한 염원이나 소원. 문과라면서 국어 공부도 안 함?”
“아니, 미친놈아, 우리들의 비원이 뭐였는데?”
선우는 선이의 목을 놨고, 인구는 수건으로 목을 닦으며 말한다.
“애들 연습하게 된 동기 있잖아. 전설의 레전드 만들자고.”
“뭔 소리냐.”
선우는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수학여행(2)
“후후, 우리 쟈기, 춤도 출 줄 알았어요?”
“맞기 싫으면 적당히 해라.”
“네가 먼저 속였으면서 뻔뻔하기는.”
아린은 호호 웃으며 레모네이드를 쪽쪽 마신다. 그들의 앞에는 바게트 피자와 수제 감자튀김이 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작은 카페다. 번화가 한가운데 있지만 괜찮은 분위기다. 선우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린은 계속 호호 웃으며 말한다.
“평소에 아메리카노는 석탄 물이라고 하면서 여기 블랙커피는 잘 마시네?”
“우림이가 하도 마셔보라고 해서 마셨는데, 괜찮더라.”
“아∼ 그러셔요?”
아린은 레모네이드를 쪽쪽 마신 다음 감자튀김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말한다.
“나 여기 처음 오는데, 데리고 놀아주지?”
“여주인공님과 여신님이 붙을 건데 상관없어?”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냥 우리 둘만 놀면 안 돼?”
“그건 너랑 여주인공님이 합의 볼 이야기지.”
“음…….”
아린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방긋 웃으며 말한다.
“내 번호 판 거, 지금 써도 돼?”
“…….”
선우는 저게 뭔 소린가 깊게 고민했다가 이내 인구에게 그녀의 번호를 줬던 것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쉬며 폰을 꺼낸다. 그리고 인구에게 톡을 한다.
선우 : 미안한데, 쌤한테 나 행방불명됐다고 해주라.
인구 : 싀바, 님. 우리들 빼놓고 뭐 좋은 거 하러 감?
선우 : 아린이 번호 줬잖아.
인구 : 하.
인구 : 진챠.
인구 : 남자가 그런 거 가지고.
인구 : 목숨을 걸고 당신이 없다는 것을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선우는 한숨을 쉬고 이번에는 우림에게 톡을 한다.
선우 : 나 혼자 놀 거임.
우림 : ?
선우 : 해피한 개인 시간 보낼 테니까 괴롭히지 마라. 돼지 년도 잡아주고.
우림 : 아린이니?
선우 : 허 참, 난 개인적인 시간 보내면 안 되나?
우림 : 아린이니?
선우 : 아무튼 그렇게 알고.
우림 : 아린이니?
선우 : 뭘 원해.
우림 : 음… 우리 학교 내 친구들이랑 저녁에 거기 놀러가도 돼?
선우 : 맙소사.
선우는 이마를 짚었다가 인구에게 톡을 한다.
선우 : 야, 내가 기적처럼 서아 여고 여자들이랑 미팅의 장을 열면 어떻게 할 거임?
인구 : ?
인구 : ㅎ여님.
인구 : 형님.
인구 : 혹시 필요한 게 있습니까?
인구 : 오느른∼ 인구가∼ 쏜다!
인구 : 형님, 만약에라도 그런 기적을 행하신다면 제가 똥꼬 쇼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선우 : 미친놈, 톡 갑자기 개빠르네;
선우 : 일단 그렇게 알고.
선우 : 쌤 어떻게 설득할 건데?
인구 : 니가 그런 기적을 행한다는 확신을 보여주면
인구 : 내가 선생님들이 오늘 갑자기 사라지는 기적을 보여줌.
선우 : 진짜로?
인구 : ㅇㅇ
인구 : 믿어
인구 : 알빌립유. 유빌립미?
인구 : 그런데 형님, 여성분들의 미모가 어떠한지 아주 조금 궁금한데…….
선우는 다시 우림에게 톡을 한다.
선우 : 혹시
우림 : (사진)
빠르다.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 우림이 보낸 사진을 본 선우는 감탄하면서 그 사진을 그대로 인구에게 전송한다.
선우 : (사진)
인구 : ?
인구 : 와
인구 : 퍼킹, 하느님
인구 : 사랑해요. 선우님♥♥♥
인구 : 제가 선우님 예전부터 사랑했던 거 알죠?
선우 : 믿는다.
인구 : 제가 오늘 선생님들 아리마로 보냅니다.
인구 : 온천에 익사시켜드립니다.
‘미친놈.’
선우는 큭큭 웃으며 우림에게 할 수 있다고 톡을 보내고 말한다.
“다 됐어. 그런데 우림이 학교에서 애들 몇 명 우리 학교 쪽에 와서 놀다 갈 거라는데.”
“나 거기에 껴도 돼?”
“어…….”
선우는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아린은 호호 웃으며 말한다.
“괜찮을 거야.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마. 그냥 놀면 돼.”
“…아, 뭐, 그래. 괜찮겠지.”
‘어차피 수학여행마다 우림이랑 같이 저녁에 놀러 다니기도 했고, 그거 생각하면 이번에 이래도 괜찮겠지.’
선우는 속으로 계산을 했고, 아린은 수줍게 살짝 웃으며 말한다.
“기대된다. 이러니까 신혼여행 온 것 같아.”
“신혼여행은 무슨.”
선우는 투덜거렸고 아린은 빨대를 물고 생긋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좋아 보인다. 선우는 그녀를 흘끔 보았다가 고개를 돌린다. 귀엽다고 생각했다.
“음∼ 마이 브라더, 수치사할 준비는 되셨습니까?”
선이는 매우 행복한 표정이다. 지금은 오후 여섯 시 반. 장기 자랑을 30분 남긴 순간이다. 이 시각에 서아 여고의 파릇파릇한 여고생들이 도착했다. 선이가 엄선한 친구들과 우림이 엄선한 친구들이 도착했다.
‘내 오빠한테 패배감을 주게 하기 위해 중무장을 한 여전사들이 필요하다!’
‘후후, 중학교 3년 동안 갈고 닦은 내 메이껍 실력이 빛을 발할 시간이군.’
‘오빠라는 존재에게 패배감을 주는 것은 여동생이란 족쇄를 찬 여성들에게 주어진 의무와 같은 것!’
‘가자! 여신들이여! 서아 여고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자!’
“생각보다 괜찮은 상판들을 데리고 왔구나.”
선이도 온다고 했을 때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오라고 했다. 선이는 그에게 다가가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우리들의 야유를 피할 수 없을 것이야.”
“병원 하나 알아봐 둬라. 빠진 턱 끼우려면 병원에 가야 할 테니까.”
“음∼ 오라버니, 허세 한 번 지리게 부리시네. 죽으면 묘비에 수치사함, 이라고 반드시 새겨줄게.”
“오빠한테 심쿵사해서 죽으면 어떤 기분인지 나중에 천국 가는 길에 잠깐 지옥에 들러서 물어봐 줄게.”
한마디도 안 지고 싸운다. 그야말로 앙숙이다. 우림은 아린을 보며 말한다.
“잘 놀았어?”
“응, 정∼말 잘 놀았어. 교토 너∼무 좋더라. 차도 맛있었고, 말차가 엄청 쓰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다도 명인이 끓여주니까 괜찮더라. 화과자도 맛있었고.”
“선수 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은 말차에 말아먹었어?”
“혹시 농담이라고 한 거니? 미안, 수준이 너∼무 달라서 웃음이 안 나오네.”
“…….”
“그리고 그렇게 치면 넌 매년 선우랑 이렇게 놀았다는 거잖아. 양심 없어?”
“…뭐, 좋아. 알았어. 이번엔 뭐라고 안 할게.”
“당연한 걸 왜 네가 인심 쓰듯이 말해? 솔직히 이번 여행에서는 나랑 선우 둘이서 알콩달콩하게 놀아도 넌 말할 자격 없는 거 알아?”
“…아, 예, 죄송합니다.”
우림은 입술을 씰룩거린다. 솔직히 이번엔 할 말이 없다. 지난 5년간 아린이 수학여행과 수련회 때 같은 곳에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를 썼던가. 들켰을 때 아린이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을 선우가 막아줘서 이렇게 선수 치지 않기로 약속까지 한 거였다.
우림은 할 말이 없다.
“아, 아, 아린이가 왜 여기에……!”
아린이의 등장에 인구는 당황했고, 선우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멋진 모습 한 번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친구여!”
인구는 감동 먹은 표정을 지었고, 선우는 생긋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이번엔 센터 네가 하는 게 어때?”
“아, 고멘. 소레와 조또… 무리.”
“…….”
“중간에 넥 바디는 그렇다 쳐도 마지막에 손가락,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난 그거 아직도 반도 못 외웠어.”
“그건 네가 멍청한 거고, 멍청한 새끼야.”
“인정. 그런데 그 멍청한 놈보다 등급 낮은 분은 대체 누구? 아!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구나! 나의 실수! 아하하!”
인구는 이마를 탁 치며 웃었고, 선우는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목젖을 친다. 인구는 ‘켁’ 하며 쓰러진다.
선우는 대기실로 향하며 말한다.
“가자, 얘들아. 서아 여고의 망나니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다.”
“야, 그런데 서아 여고 애들 예쁘다.”
“그러게.”
“이참에 멋진 춤사위 한 번 보여주고 번호 따, 멍청이들아.”
“가자, 어빠 소리 한 번 들어봐야지.”
그들이 출동한다.
그것은 전설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정말로 시간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하듯,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절도 있고 매끄러웠다. 그들의 몸은 유연하며 탄력적이었고, 그들의 몸에 대한 컨트롤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최고의 육체와 최고의 정신이 만난 듯한 완벽한 움직임.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시선, 감정, 리듬,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완벽하게 컨트롤되는 듯하다.
분명히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두 눈을 믿을 수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이 현실이라고 믿기엔 너무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순간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소름이 돋았지만, 마지막에는 정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강하게 소름이 돋았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손짓. 분명히 정해진 동작이지만 정해진 동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그것은 아름다웠다.
“…….”
모든 것이 끝난 후, 홀은 조용했다. 노래처럼 시간이 멈춘 듯 숨 쉬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진짜로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3학년들은 몇 번을 보는 건데 아직도 끝나자마자 박수갈채 안 보냅니까?”
아주 잠깐 멈춰 있던 사회자 학생이 한마디 하자 마법이 풀린 듯, 순식간에 환호성이 퍼져 나간다.
“우오오오오오!”
“최고다! 39회!”
“선배! 멋져요!”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었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홀을 가득 채운다. 선우를 비롯한 댄서들은 숨을 헐떡이고 있다. 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심장이 뜨겁게 달궈졌다.
그래, 이 환호성을 듣기 위해 4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을 그렇게 혹사했던 것이다. 이것으로 만족한다. 행복하다.
“39회는 무슨 소리야?”
“우리 학년이 우리 학교에 39번째로 입학했다고.”
“아…….”
“할 말은 그게 끝이냐, 동생.”
선우는 히죽히죽 웃고 있고 선이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 다음 박수를 치며 말한다.
“내가 졌어. 졌습니다, 완죤 패배입니다. 반론을 할 여지가 없이 패배입니다. 오라버님 딴스 실력이 그렇게 출중하실 줄은 정말로 예상 못했습니다. 저의 하잘 것 없는 위아래 춤으로 감히 오라버님 춤을 비하한 것에 대해 깊이 사죄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오라버님 계시는 방향으로 세 번씩 절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구나.”
선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우림은 놀랍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 거 언제 연습했어?”
“1학년 때부터 조금씩 연습했지.”
“넌 그렇다 치고, 나머지 애들은 왜 그렇게 잘해?”
“다들 제대로 연습했으니까.”
“춤만 10년은 춘 애들이나 보일 법한 춤 실력이던데.”
“오빠, 능력 쓴 거 아니야?”
“헛소리할래?”
선우는 그때 당시를 회상하듯 아련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이거 처음 나왔을 때 이거에 좀 세게 치였거든. 선이 너 안 볼 때랑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이거 연습했는데, 그걸 인구한테 들켰어. 알다시피 몸이 좀 좋은 편이라 남들보다는 훨씬 빨리 이 춤에 숙달됐고, 인구한테 들켰을 때는 꽤 멋지게 췄었거든. 그거에 인구랑 다른 애들도 반해서 다 같이 연습하게 됐지.”
“아니, 그거랑 10년은 춘 애들이나 보일 법한 춤 실력이랑 무슨 상관인데.”
“처음엔 그럭저럭 잘 춘다는 정도였는데 그거 본 선생님들이 그거 연습하는 거면 야자 빼도 된다고 해서 애들 다 야자 빼고 동아리까지 만들어서 춤 연습했거든. 난 몰랐는데 방학 때마다 모여서 연습했다더라. 난 더 잘해지면 맞추기 힘들다면서 일부러 뺐고.”
“왕따 당했네.”
“귓구멍에 순대 박았냐.”
“더 잘해지면 맞추기 힘들다는 거 핑계임. 그냥 오빠가 싫어서 그래.”
선우는 선이의 목을 졸랐고, 선이는 켁켁거린다. 그때, 그들이 있는 방으로 수건을 든 인구가 들어온다.
“누가 카메라로 우리 영상 예쁘게 찍어줬더라. 드디어 우리들의 비원이 이루어진 거임.”
“비원이 뭔데?”
“꼭 이루고자 하는 비장한 염원이나 소원. 문과라면서 국어 공부도 안 함?”
“아니, 미친놈아, 우리들의 비원이 뭐였는데?”
선우는 선이의 목을 놨고, 인구는 수건으로 목을 닦으며 말한다.
“애들 연습하게 된 동기 있잖아. 전설의 레전드 만들자고.”
“뭔 소리냐.”
선우는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