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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명가 1권(12화)
第四章 수련(1)


사옥진과의 혈투로 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네 노인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강호대무전을 구경 왔던 행인이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목숨을 구명한 노인들은 석 달을 누워 있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부상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노인들의 얼굴표정이 나아지질 않았다.
“이를 어쩐단 말이냐…….”
서일평이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일평의 한숨에 남은 세 노인도 덩달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옥진을 다시 쫓을 수도, 다른 선인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린놈이 사옥진의 부하였을 줄이야!”
북여학은 쓰러진 자신을 걷어차고 사옥진을 구해 달아난 진명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그놈이 나침반과 선인명부를 들고 달아났으니 이제 어쩐단 말이냐!”
진명이 서일평의 등짐을 훔쳐 달아난 터라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는데 북여학이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다시 한 번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수밖에!”
북여학의 말에 세 노인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봤다.
“보긴 뭘 보냐? 한 번 간 곳 두 번이라고 못 가랴?”
느닷없이 무릉도원으로 다시 가자고 하니, 제정신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뿐 아니라 사옥진은 태상노군이나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다시 한 번 무릉도원으로 올라가 이 같은 사실을 태상노군에게 고한 후. 이 일에서 빠지던가, 더 강한 선물을 내놓으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사옥진을 제외하고도 육십여 명에 이르는 선인들이 속세에 내려와 있는데, 현 상태론 도저히 육십 명 모두를 잡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생각이 그렇게 진행되자 당장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가야, 참 좋은 생각을 해냈구나.”
서일평의 칭찬에 북여학은 우쭐해졌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가 신강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백도를 다시 만들어 무릉도원으로 가려면 적명석이 필요했다. 그리고 신강에 있는 적명석을 구해 올 사람은 이들 중 북여학밖에 없었다.
서일평의 말에 북여학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하지만 마땅히 거절할 말이 없었다.
신강 지역의 적명석을 구해 올 사람이 자신밖에 없는 데다가, 무릉도원으로 다시 가자는 제안 또한 자신이 했기 때문이다.
북여학은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꼼짝 없이 신강으로 가게 됐다.

***

진명이 무이건천심공을 익힌 지 사 일이 지났다.
드디어 단전에 내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 것처럼 기뻤지만 맘껏 기뻐할 수가 없었다.
첫날 약을 먹고 잠이 든 사옥진이 여태 깨어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살펴보면, 첫날보다 혈색이 좋아지고, 숨결도 고른지라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그뿐 아니라 첫날 사옥진을 눕혔을 땐 몰랐는데, 제단처럼 생긴 바위가 강한 열기를 품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이 바위가 내상을 치료하는데 무언가 효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그동안 물도 음식도 먹지 못해 혹 굶어 죽진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니 자신의 능력으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혈색도 정상이고 숨소리도 고르고 하니 당분간은 큰 문제없겠지.”
진명은 사옥진이 내상을 치료하느라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하고, 수련하던 무이건천심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 익혀 보는 내공심법이었지만, 지난 구 년간 운기토납법을 수련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수련할 수 있었다.
운기토납법과 내공심법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 기본은 같았기 때문이다.

십여 일이 더 지났다.
드디어 무이건천심공이 일성에 이르렀다.
처음 심공을 익히고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직 일성에 지나지 않아 자전축공에 들진 못했지만, 대주천을 한 번 하고 나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상쾌함을 느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진명을 걱정시켰던 사옥진도 이틀 전에 정신을 차렸다.
진명은 그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가 깨어나기 무섭게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사라지기 전 벽곡단을 비롯한 몇 가지 물품들을 챙겨간 걸 보면 협곡 안 어딘가에서 수련이라도 할 모양이었다.
진명은 그에게 궁금한 것도 많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홀연히 사라져 버려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홀로 수련할 수밖에 없었다.

사옥진이 사라지고 넉 달이 지났다.
그동안 사옥진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진명은 그가 어디서 죽거나, 혼자 이곳을 빠져나간 게 아닌가 걱정했다.
한 번은 날을 잡고 그를 찾기 위해 협곡 이곳저곳을 찾아봤지만 끝내 그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진명은 사옥진을 찾는 걸 포기하고 다시 무공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 즈음 진명의 성취는 무이건천심공 이성을 지나 삼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성에서 이성까진 두 달이면 충분했는데, 이성에 이른 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이성에서 답보 상태로 지낸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원우진공을 익히려면 필히 삼성에 들어 자전축공을 이뤄야 하는데,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답답함이 쌓여 갔다.
스승이나 조언자 없이 서책만으로 수련을 하려니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진명은 그 이유를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간 고민을 했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던 어느날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너무 심법에만 몰두를 했구나!”
진명의 진전이 느렸던 이유는 심법 한 가지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무공은 심법만 익힌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에 맞는 무공도 함께 익혀야 하는 것이다.
보통 무공이라 함은 초식과 심법을 통 틀어 이르는 말인데, 진명은 주야장천 심법 한 가지에만 매달려 있었으니 답보 상태가 지속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검법이나 도법… 아니, 하다못해 제대로 된 권각술이라도 하나 익혀야 할 텐데.”
진명은 자신이 서고의 책들을 아직 다 살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무이건천심공과 원우진공이 남아 있으니, 어쩌면 연사학 태사부님의 다른 무공들도 남아 있을지 몰라.”
진명은 어느새 연사학을 태사부로 여기고 있었다.
진명은 그날 하루 날을 잡아 서고의 책들을 모조리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나절을 책과 씨름하다 한 권의 서책을 찾아냈다.
“이거다!”
진명이 찾아낸 서책을 들고 소리쳤다.
환뇌신법(幻雷身法).
보법과 경신법을 다룬 신법서였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서고를 뒤져 보니 과연 연사학이 남긴 다른 무공서가 있었던 것이다.
책을 펼쳐 내용을 살폈다. 어려운 문장은 전혀 없었다.
이 협곡에 그들 사제지간 외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구태여 어려운 말로 남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진명은 신이 나서 다른 무공서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신법이 나왔으니 검법이나 도법이 나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서고를 뒤져 총 네 권의 무공서를 찾아냈다.
“화정도법, 나천장, 암전수 그리고 환뇌신법.”
이렇게 네 가지 무공서를 찾고 보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 무공서들은 모두 연사학이 만든 무공으로 무이건천심공에 가장 적합한 무공서들이었다.
진명은 자신이 찾아낸 무공서들이 모두 사옥진의 성명절기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진명이 서고를 제 맘대로 드나들며 무공을 익히고 있을 때, 사옥진은 협곡에서 가장 내기가 충만한 지역을 찾아, 자신의 금이 간 단전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서고에 이천 권에 달하는 무공서들이 비치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진명이 그걸 익히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연사학이 남긴 무공들은 무이건천심공을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고, 다른 무공서들은 자신도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문장으로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네 가지 무공과 심법을 함께 익히자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무이건천심공의 성취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막혀 있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두 달이 더 지나 마침내 무이건천심공 삼성에 이르렀다.
진명이 협곡에 들어선 후 육 개월이 지나 칠 개월째로 접어들던 시점이었다.
과연 원우진서에 적혀 있던 내용대로 삼성에 이르자, 단전에 축기된 기운이 스스로 혈도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전축공에 든 것이다.
자전축공에 들어 별도의 운기행공이 필요치 않게 되자, 그만큼 다른 무공을 익히는데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있게 됐다. 그뿐이 아니었다.
“드디어 원우진공을 익힐 수 있게 됐구나!”
무이건천심공 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는데, 그보다 더 뛰어난 원우진공을 익힐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진명은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원우진서를 보자 세상 전부를 가진 기분이 들었다.
무이건천심공을 익히며 이 심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스스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명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원우진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진명이 원우진공을 수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옥진은 금이 간 단전을 완전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다.
스승이 남긴 영약들의 도움도 컸지만 그보다 이곳의 풍부한 자연지기와 음기를 머금고 있는 계곡물의 도움이 더 컸다.
특히 계곡물이 머금고 있는 자연음기는 불안정한 심신을 빠른 속도로 안정시킬 뿐 아니라 주화입마의 위험 또한 확연히 줄여 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기에 부상을 입은 몸으로 그렇게 기를 쓰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단전을 모두 회복한 사옥진은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이곳을 떠나기 전 먼저 할 일이 있지.”
회복된 단전을 확인한 사옥진이 서고가 있는 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옥진은 이곳 지천곡을 떠나기 전 진명을 죽일 생각이었다. 이곳은 절대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명을 없애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단전에 금이 가 무공을 펼칠 수 없는 상태라 유보하고 있었다.
사옥진은 의심이 많고 남을 절대 믿지 않는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단전을 회복하는 동안에도 진명의 눈을 피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단전을 회복하는 동안 진명이 서고를 드나듬을 알면서도 섣불리 손을 쓰지 않았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완전치 않은 몸으로 무리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단전이 회복돼 무공을 되찾았으니 이곳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진명을 더 이상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이제 막 단전을 회복해 최상의 몸 상태는 아니지만, 삼류에도 미치지 않는 진명 정도는 단 일초식이면 죽일 자신이 있었다.
사옥진은 진명이 머물고 있는 서고 방향으로 빠르게 신법을 전개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