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도진명가 1권(19화)
第五章 황정문(3)
“장 아저씨, 그 화산파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들을 혼내고 있던 장소우가 그건 알아서 뭐하냐는 눈빛으로 진명을 바라봤다.
“그냥 묻는 겁니다.”
“행여라도 찾아갈 생각은 말게. 자네도 용진관에서 무공을 배운 듯한데, 무관에서 배운 어쭙잖은 무공으로 어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세.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 간교한 심계가 더욱 무서운 사람들이야. 강호의 무인들은 범인들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권모술수에 능하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어. 그러니 행여라도 복수는 꿈꾸지 말게. 황 관주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일세.”
“알고 있습니다. 그저 관주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얼하는지 그게 궁금할 뿐입니다.”
“어디겠는가? 송도관에서 술이나 퍼마시며 자축하고 있겠지. 일주일간 머문다 했으니 삼 일이나 지나야 화산으로 돌아갈 것이네.”
장소우의 말을 들은 진명이 잠들어 있는 황정문을 바라봤다. 잠이 든 상태에서도 고통스러운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진명은 황정문의 가슴에 살짝 손을 올려놓고 내기를 불어 넣었다.
진명의 자연지기가 스며들자 황정문의 찌푸려져 있던 표정이 다소 풀리는 듯했다.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셨을까…….’
장소우를 통해 그날의 일을 전해 들은 자신도 그 억울함에 분기를 참기 힘든데, 직접 그 일을 겪은 관주는 어떠했을까.
제대로 거동조차 힘든 몸으로 거룡도를 찾았다는 건 죽음을 각오했다는 뜻이다.
평소 신의를 목숨처럼 여기고,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직한 성격을 지닌 양반인데, 하루아침에 주변 사람 모두에게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몰렸으니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진명은 잠들어 있는 황정문의 얼굴에서 그날의 비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에서 깨어나시면 모든 일이 원래대로 돌아가 있을 겁니다.’
진명의 눈에서 화산보다 뜨거운 불꽃이 일렁거렸다. 하지만 장소우나 장이철은 그런 진명의 뜨거운 눈빛을 보지 못했다.
‘권모술수? 간교한 심계? 난 머리가 나빠서 그런건 모른다. 내 앞에서 부릴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부려 봐라!’
진명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려고 그러는가?”
장소우는 혹시라도 진명이 송도관을 찾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돼 물었다.
“뒷간에 좀 가려고요.”
“아, 그런가. 난 또 자네가 송도관을 찾아가려 하는 줄 알고 걱정했지 뭔가? 뒷간은 문으로 나가서 왼쪽으로 쭉 돌아가면 있네.”
“알겠습니다.”
진명은 뒷간을 갔다 온다고 나온 후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대산촌에 있는 송도관이었다.
분노로 가득 찬 진명은 신법을 극성으로 전개했다.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진명의 몸 주위로 그의 분노만큼이나 뜨거운 자연지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第六章 복수(1)
장소우가 신기라도 있는 것일까?
진명이 송도관으로 향하는 그 시각 곽철기는 실제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엔 위 사숙님의 예상이 틀린 듯합니다.”
곽철기는 이십대의 위지평에게 사숙이라 부르고 있었다.
나이는 자신이 많지만, 위지평과 자신의 사부가 같은 항렬이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조사에 따르면 꽤나 강단이 있는 자라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지.”
“아니면 어떻습니까? 지난 이 년 동안 해결 못한 일을 위 사숙님이 나서시니 이리도 수월이 해결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네에게 인사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닐세. 본 파의 분파라 할 수 있는 송도관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한 손 거들었을 뿐이야.”
“하하. 의도야 어떻든 결과는 같지 않겠습니까.”
위지평과 곽철기가 용진관을 안주 삼아 술잔을 주고받는데, 중년 사내 염중성은 대화에 끼지 않은 채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사형. 요 며칠 안색이 좋지 않군요?”
곽철기와 술잔을 주고받던 위지평이 염중성을 보며 말했다.
염중성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비운 후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또 그 얘기십니까?”
염중성은 위지평이 황정문에게 했던 일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염중성도 화산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화산의 제자가 할 만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고작 시골 무관의 관주를 상대로 너무 치졸한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고지식한 자가 사라짐으로 인해 이곳 주민들도 본 파의 무공을 익힐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하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심기를 어지럽히지 마십시오.”
곽철기가 염중성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염중성이 곽철기에게 받은 술을 막 들이키려 할 때였다.
쿠당탕탕!
“아악!”
이 늦은 시간에 밖이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냐!”
곽철기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어 보니 무공 사부 두 명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주변에 제자들이 잔뜩 겁에 질려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처음 보는 사내가 한명 서 있었다.
“당신이 이곳 관주인 곽철기인가?”
곽철기를 찾는 사내는 마치 구걸이라도 하러온 사람처럼 행색이 남루했다.
“누구시오? 혹, 개방에서 오셨소?”
곽철기는 자신을 찾아온 사내의 행색이 워낙 초라했던 터라 개방의 거지라 생각했다.
“용진관에서 온 도진명이다.”
“용진관?”
용진관에서 왔다는 소리에 곽철기는 고개를 돌려 위지평을 바라봤다. 그렇잖아도 황정문이 곧 찾아올 것이라고 위지평이 몇 시진 전 말했었기 때문이다.
“황정문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놈이 왔군.”
위지평이 곽철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너는 용진관의 제자더냐?”
“그렇다.”
“황정문을 대신해 온 것이냐?”
“그 더러운 입에 함부로 올려질 이름이 아니다!”
진명은 위지평의 입에서 황정문의 이름을 나오자, 그 입을 찢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천성은 순박하고 여려 평소엔 온순하지만, 일단 화가 나며 사옥진과 같이 잔인한 성격으로 변했다. 인격이 형성될 사춘기를 그와 함께 보낸 것이 이유였다.
그렇다 보니 나오는 말도 거칠기 짝이 없었다.
“푸하하하! 어린놈이 제법 기개가 있구나!”
위지평은 이제 갓 스물이나 되었을 법한 진명이 화산파의 진산제자인 자신을 상대로 이렇듯 당당히 말하니 꽤나 배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어디까지나 그뿐이었다. 자신은 어린애의 만용을 받아넘겨 줄 정도로 너그러운 성격이 아니었다.
기개가 있다며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용진관에서 제법 무공을 익혀 이곳 무공 사부 둘을 쓰러뜨렸다고 기고만장하나 본데, 어린놈이라 해도 주제를 모르면 그에 합당하는 벌을 받아야지.”
위지평이 출수하려는데 곽철기가 앞으로 나섰다.
“사숙, 이런 어린놈을 친히 상대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런 놈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생각해 보니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삼 년만인가? 오랜만에 곽 사질의 무공을 구경할 수 있겠군. 어디 간만에 솜씨 한 번 보여 주시게. 상대가 누구든 도전하는 자에겐 최선을 다하는 게 화산의 정신임을 잊지 말게.”
“그 정도는 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다만 두 분 사숙의 눈을 어지럽히지 않을지가 걱정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곽철기는 자신의 무공에 꽤나 자신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이제 약관이 지나 보이는 애송이쯤은 한 손으로 상대해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용진관 관주조차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하거늘 하물며 그 제자는 오죽할까.
“도진명이라 했느냐, 뭐하느냐? 복수를 하러 왔으면 복수를 해야 할 것이 아니냐? 내 선배된 도리로 삼초를 양보해 줄 테니 어디 지닌 바 재주를 마음껏 펼쳐 보거라.”
곽철기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진명이 피식 웃었다.
“정말 삼초를 양보해도 되겠나?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크하하하! 어린놈이 말하는 싸가지가 제 사부를 닮았구나. 잔말 말고 오너라!”
“그래.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도록 하지.”
진명이 천천히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손바닥을 곧게 폈다.
곽철기는 삼초를 양보했으니 진명이 흥분해 달려들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오히려 멀거니 서서 손바닥을 펼친 채 한쪽 팔을 들어 올렸을 뿐이다.
“좀 전의 기세는 어디 가고 그렇게 얼어붙어 있느냐! 삼초를 양보한다지 않느냐? 그러니 겁먹지 말고 어서 덤벼 보거라!”
곽철기는 막상 자신이 삼초를 양보한다고 하자 진명이 겁을 먹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곽철기를 보고 진명이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파아앙!
순간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컥!”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곽철기가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와 동시에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끄악!”
뒤에서 여유롭게 지켜보던 위지평과 염중성은 영문을 몰랐다. 진명이란 사내는 멀리서 한쪽 팔을 들고 서 있을 뿐인데 왜 혼자 비명을 지르며 자빠진단 말인가.
한데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던 곽철기가 고통에 겨워 몸을 뒤집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양쪽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여 덜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진명이 나천장으로 허공을 격해 그의 양쪽 무릎 뼈만을 박살내 버린 것이다.
위지평이 황정문에게 했듯 자신 또한 내가중수법으로 외상없이 무릎 뼈만을 부숴 놓았다.
수십 년간 무공을 익힌 무인이 고작 무릎 뼈가 부서졌다고 저렇게 바닥을 구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고통에 겨워 바닥을 구르는 이유는 진명이 무이건천심공의 기운으로 나천장을 발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쓰레기들에겐 원우진공의 자연지기는 사치였다.
무이건천심공은 타 기운에 반발력이 강해 몸속으로 파고들면 단전을 직접 공격한다. 그렇다 보니 내기에 격중당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겨, 격공장!”
진명이 펼친 장법에 위지평이 놀라 소리쳤다.
격공장이란 상대와 거리를 둔 상태에서 내력을 발출해 목표 지점에서 폭발시키는 장법을 말한다.
격공장을 펼치려면 최소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고, 목표한 지점까지 기운을 유도해 폭발시킬 수 있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격공장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최상승의 무공을 배운 절정의 고수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할 수 있었다.
한데 이제 갓 스물이나 되었음직한 진명이 그런 격공장을 펼쳤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한데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진명이 발출한 나천장은 그런 격공장을 아득히 뛰어넘는 장법이란 걸 말이다.
위지평과 염중성이 그러한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한 채 놀라고 있는데 진명이 말했다.
“엄살 부리지마. 아직 이초 남았으니까.”
진명의 손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파아앙.
또다시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날아갔다.
이번엔 위지평과 염중성도 허공을 가르는 거대한 기운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끄아악!”
양쪽 무릎을 붙잡은 채 바닥을 기던 곽철기의 양쪽 팔이 덜렁거리더니 힘없이 축 늘어졌다.
이번엔 양쪽 어깨뼈를 박살 낸 것이다.
곽철기는 양팔과 양다리가 축 늘어진 채 비명을 지르며 몸통으로만 꿈틀대고 있었다.
“으어… 으어어…….”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반쯤 정신을 잃어 입에서 하얀 거품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끔찍한 고통은 그런 정신 속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과연 송도관은 대단하군. 삼초씩이나 양보해 주고 말이야. 이제 마지막 삼초다.”
진명이 막 삼초째 공격을 하려는 순간 위지평과 염중성이 검을 뽑아 들고 동시에 몸을 날렸다.
“이놈!”
“멈춰라!”
하지만 진명이 한 발 빨랐다.
“양팔과 양쪽 다리를 평생 쓰지 못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무공도 필요 없겠지.”
진명의 마지막 나천장은 곽철기의 단전 속으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송도관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어찌나 고통에 겨운 비명이었는지, 듣고 있는 사람의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소리에 잠에 빠져 있던 주변 마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깨었을 정도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송도관 무공 사부들과 제자들은 너무도 끔찍한 모습과 비명 소리에 다리를 떨다 주저앉기까지 했다.
진명은 단전을 파괴한 후 위지평과 염중성의 공격을 피해 곽철기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껏 남을 괴롭히며 살았으니, 이제부턴 평생 앉은뱅이로 살며 그들을 올려다보거라.”
말과 함께 진명이 곽철기의 늘어진 몸을 발로 차 버렸다.
퍽 소리와 함께 곽철기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구석에 가서 처박혔다. 마치 쓰레기를 치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곽철기를 한쪽으로 치운 진명이 위지평과 염중성을 돌아봤다.
진명의 눈빛을 받은 위지평과 염중성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등줄기가 축축이 젖어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