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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명가 1권(20화)
第六章 복수(2)
“네놈들은 몇 초를 양보할 것이냐?”
진명이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위지평과 염중성이 화산파 진산제자라 곽철기보단 무공이 뛰어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연출할 정도로 격차가 심하지 않았다.
그런 곽철기가 눈 깜짝할 새 손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봤는데 어찌 대답할 수 있겠는가.
그런 그들을 향해 진명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그 한 번의 동작에 화들짝 놀라 위지평과 염중성이 다섯 발짝이나 뒤로 물러났다. 적의 일보에 다섯 보를 양보한 자신들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해졌다.
“다, 당신은 누구시오?”
위지평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심계가 깊고, 권모술수에 능하다더니 헛소문이었군. 말하지 않았나? 용진관에서 온 도진명이라고.”
위지평은 자신이 묻고도 어리석은 질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포로 머리가 굳었는지 그 잘 돌아가던 머리도 멈춰 선 느낌이었다.
“기대해. 넌 저놈처럼 간단히 끝나지 않아.”
말과 함께 진명이 신형을 움직였다.
마치 뇌전이 쏘아지듯 몸이 쭉 늘어나 순식간에 위지평 앞에 섰다.
절정에 이른 환뇌신법이었다.
위지평과 염중성은 진명이 어떤식으로 움직였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헉!”
위지평이 놀라 몸을 피하려는데 진명이 더 빨랐다.
위지평이 피할 새도 없이 그의 목줄기를 틀어쥐었다.
“컥!”
“그 더러운 혀를 계속 놀려 봐라.”
진명이 혀를 놀려 보라 했지만 위지평은 몸이 굳었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뿐 아니라 목이 조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네놈이 황 관주님께 했던 그대로 당해라.”
진명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위지평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퍽!
“크억!”
진명의 주먹이 가슴팍을 후려치기 무섭게 위지평이 검게 죽은 피를 토했다. 황정문에게 했던 내가중수법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진명은 나름대로 내기를 조절한 것인데, 단 한 번에 내부 장기가 상했는지 위지평은 피를 토했다.
“허약하기 짝이 없군. 아니지, 스스로 입술을 깨물었나? 정말 간교한 자로군.”
진명은 위지평이 황정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다시 한 번 가슴팍을 후려쳤다.
퍽!
울컥!
위지평은 좀 전보다 더 많은 피를 토했다.
“허! 간교한 술수가 들켰는데도 계속하겠단 말인가?”
그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가슴팍을 후려쳤다.
퍽! 퍽! 퍽! 퍽! 퍽! 퍽!
진명의 주먹질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됐다.
진명의 주먹질이 계속될수록 주변 사람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도저히 눈으로 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진명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주먹질을 계속했다.
마치 감정이란 것을 지니지 않은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연이은 주먹질에 위지평의 내부 장기는 상하다 못해 녹아 버릴 지경이었다.
“너무 허약해서 더 때리면 죽게 생겼군.”
진명은 이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제 내상을 입었으니 외상도 입어 봐야지!”
진명이 황정문의 몸에 난 상처들을 생각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무언가 단단한 것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진명의 주먹이 위지평의 안면부로 파고들었다. 코와 이가 한꺼번에 몽땅 부러져 튀어나왔다. 안면 골이 부러지는 바람에 뼈가 피부를 뚫고 튀어나와 순식간에 시뻘건 피로 붉게 물들었다.
단 일 권에 위지평의 얼굴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곽철기가 당하는 모습에 조용했던 주변이 눈 굴러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만큼 진명의 행동은 패도적이고 잔인했다.
그 모습에 송도관 제자뿐 아니라 화산파 진산제자라는 염중성까지 몸이 굳어 움직이질 못했다.
양 떼 무리에 나타난 한 마리 호랑이 같았다.
염중성은 사십이 넘은 나이인지라 강호를 종횡하며 숱한 적과 대치해 왔다. 한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사내와 같은 이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갓 스물이 넘어 보이는 나이에 장법의 최상승 경지에 있다는 격공장을 쓸 뿐 아니라, 성정 또한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물이 아직까지 강호에 알려지지 않았단 말인가?’
염중성은 사십 평생 강호를 종횡하면서 도진명이란 이름을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겉으로 보이는 이십대의 나이는 절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이십대에 저런 무공을 지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서 염중성은 진명이 노화순청에 든 노고수이거나 정체를 숨기고 인피면구를 착용한 사파나 마교의 고수일 것이라 짐작했다.
진명은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염중성을 뒤로 하고 이번엔 위지평의 양팔을 꺾었다.
어디까지나 오늘 진명의 표적은 위지평이었다.
염중성이 뒤에서 무얼하든 이자만큼은 절대로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안면을 함몰시킬 때부턴 내기도 운용치 않았다.
내기를 운용해 치면 단번에 절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명은 그런 관용을 이자에게 베풀 생각이 없었다.
황 관주가 느꼈을 그 억울함, 분함 그리고 절망이란 감정을 이자에게 똑똑히 느끼도록 해 주고 싶었다.
안면이 함몰되고, 양팔이 꺾였는데도 위지평은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위지평의 정신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진명이 정신을 잃지 못하도록 내기를 조금씩 불어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위지평 자신이 황정문에게 했던 그것처럼. 그로 인해 내부 장기와 안면 그리고 양팔이 꺾인 고통을 맨 정신으로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정신 잃지 마. 이제 시작이니까.”
고저 없이 무감정하게 내뱉는 진명의 목소리에 위지평이 부르르 떨었다.
그런 위지평을 보며 진명이 지체 없이 두 번째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 진명의 주먹이 향한 곳은 위지평의 옆구리였다.
퍽!
이 한 번의 주먹질로 위지평의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졌다.
위지평의 눈이 부릅떠졌다.
“사… 알……!”
위지평이 살려달라고 소리쳤는데, 안면부가 함몰되는 바람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한데 용케 진명은 위지평의 그 같은 말을 알아들었다.
위지평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상대의 말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있나? 황 관주님이 이곳에 제자를 찾아왔다고 했을 때, 그때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잖은가? 아니지, 그 모두가 네놈이 꾸민 계략이었지. 그러니 닥치고 맞아라. 그날 네놈으로 인해 황 관주님이 느꼈을 분노와 억울함을 느껴 보란 말이다!”
다시 한 번 진명의 주먹이 위지평의 옆구리로 향했다.
퍽!
남은 한쪽 갈비뼈마저 모조리 부러져 나갔다.
이후 몸을 치료한다 해도 사람 구실은 하기 힘들 것이다.
“곽철기도 기어 다니는데, 네놈도 같은 놈이니 같은 꼴을 만들어 줘야 공평하겠지.”
이번엔 진명이 위지평의 다리를 노렸다.
한데 위지평의 다리 사이가 축축이 젖어 가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실금을 한 것이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겐 한없이 잔인하고 간교하던 자가, 자신보다 강한 상대가 나타나자 이다지도 무력하고 나약했다. 진명은 그런 위지평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그가 오히려 자신을 궁지로 몰 정도의 인물이라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만 멈춰 주십시오!”
염중성이 진명 앞으로 뛰어와 소리쳤다.
한데 진명은 그런 염중성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위지평을 패고 또 팰 뿐이었다.
빠각!
위지평의 오른쪽 무릎이 앞쪽으로 꺾이며 부러졌다. 그 바람에 정강이뼈가 살갗을 뚫고 나와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빠각!
다시 한 번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왼쪽 무릎마저 반대 방향으로 꺾여 부러졌다.
“대, 대협! 잠시만 멈춰 주십시오!”
이대로 두면 사제인 위지평이 죽을 판이라 염중성이 다급히 소리쳤다.
빡!
진명의 주먹이 염중성의 얼굴로 날아갔다.
염중성은 그 한 번의 주먹질로 이 장이나 날아가 구석에 처박혔다.
“정말 시끄러운 놈이군.”
주먹 한 방으로 염중성을 날려 보낸 진명이 두 다리가 부러져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위지평을 바닥으로 팽개쳤다.
바닥으로 쓰러진 위지평의 얼굴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억울한가?”
진명이 위지평에게 물었다.
“으어어…….”
입이 망가져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위지평은 다급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억울하지 않은가?”
위지평이 빠르게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하지 않다? 그럼 억울할 때까지 맞아라.”
위지평의 얼굴이 사색이 되다 못해 하얗게 질렸다.
진명의 발이 위지평의 허벅지를 밟았다.
콰직!
“끄아아아악!”
허벅지 뼈가 산산조각 나며 위지평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진명은 허벅지를 밟은 상태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어… 억… 굴……! 제… 바알!”
비명을 지르던 위지평이 다급히 말했다.
“억울하다고?”
위지평이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댓가를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그럼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인생이 망가지고, 폐인이 된 황 관주님은?”
진명의 물음에 위지평은 공포에 질려 있을 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걸 알 때까지 맞아라.”
진명의 발이 또다시 허벅지를 밟았다.
콰지직!
“끄아아아악!”
“소리 내지 마.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안면부와 갈비뼈가 완전히 부서지고, 양다리와 허벅지까지 산산조각 났다. 그런데도 진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위지평은 그러한 진명의 말에 죽음을 넘어선 공포를 느꼈다. 그뿐 아니라 눈앞의 사내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인물임도 알게 되었다. 온몸이 푸들거리며 떨려 왔다.
공포로 물든 자신의 몸은 이미 의지를 벗어나 있었다.
태어나서 이런 공포를 느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당장 죽여 달라 매달리고 싶을 정도였다.
“대협! 살려 주십시오! 제발, 그놈을 살려 주십시오!”
구석으로 날아갔던 염중성이 어느새 달려와 사정했다.
진명의 주먹에 코가 부러졌는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왜 그래야 하지?”
진명의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던 염중성이 말했다.
“저희는 화산파의 제자들입니다!”
염중성의 대답에 진명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그런데?”
“그게…….”
염중성은 자신들이 화산파의 제자임을 진명이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용진관의 제자라 했던 진명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용진관의 관주인 황정문은 삼류를 겨우 벗어난 수준의 무인이었다. 그런 스승 밑에 이런 제자가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염중성은 황정문이 억울함에 전 재산을 털어 사파의 고수를 초빙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화산파의 제자임을 당당히 밝혔다.
아무리 사파의 고수라 해도 일개 마을 무관의 일로 화산파와 척을 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한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진명의 반응은 너무도 냉랭했다.
“고작 마을 무관의 일로 화산과 척을 지려 하십니까?”
“고작 마을 무관?”
“그렇습니다. 황정문에게 얼마를 받고…….”
염중성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진명이 암전수로 염중성의 입을 찢어 버렸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악!”
“분명히 말했다. 그 더러운 입에 올려질 이름이 아니라고.”
염중성은 찢어진 입을 붙잡은 채 연신 뒷걸음질 쳤다.
“지, 진정… 화산과… 척을 지겠다는… 말이요?”
염중성은 찢어진 입으로도 용케 할 말을 내뱉었다.
“네놈이 하는 말이 정말 우습구나. 시골 마을에서 무관을 하는 사람은 네놈들 마음대로 인생을 망쳐 놓더니, 너희는 화산파의 제자라 용서를 해 줘야 한다는 말이냐?”
“그게… 아니라… 이깟 일로 화산과 척을 지는 건…….”
“이깟 일이라… 그렇지 이깟 일이지. 네놈들 하나둘쯤 죽어도 강호에서 보면 별일도 아니지. 그러니 오늘 네놈들은 나에게 죽어 줘야겠다.”
진명은 이들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살아남을 자격이 없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자신들이 무얼 잘못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죽어라. 죽어서 염라대왕을 만나거든 왜 자신이 죽었는지 물어보거라.”
진명의 신형이 염중성을 향해 쇄도해 갔다.
“멈춰라!”
그 순간 허공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며 은광이 쏘아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