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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명가 1권(21화)
第六章 복수(3)


캉!
은광과 염중성에게로 향하던 진명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금속성이 울렸다.
진명이 은광이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오십 대의 노인이 노한 얼굴로 서 있었다.
“사, 사형!”
염중성이 노인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노인이 다급히 달려오며 물었다.
“그것이…….”
염중성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현 상황을 얘기하려면 자신들이 저지른 일까지 모두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감은 누구요?”
진명이 물었다.
노인은 코뼈가 부서지고 입이 찢어져 엉망이 된 사제의 얼굴을 보다가 이내 진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노부는 이 아이의 사형인 맹 모라 하네. 그런데 자네가 이렇게 만든 것인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젊은 친구가 말끝이 짧구만.”
말과 함께 노인은 염중성을 자신의 뒤로 물러서게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잔인한 짓을 한단 말인가?”
“잔인한 짓이라… 영감의 사제에게 직접 물어보시지.”
노인이 염중성을 돌아봤다.
염중성은 고개를 돌려 노인의 시선을 회피했다.
노인은 그 같은 모습에 자신의 사제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원래 이곳 송도관의 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될 문제였다.
화산파의 분파라 할 수 있는 송도관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본 파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준 것이다.
중간에 다른 일이 겹쳐 사제들을 먼저 보냈는데,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송도관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으나 이 정도로 끝내 주면 안 되겠는가?”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끝내 달라고?”
한숨을 쉰 진명이 노인을 지나쳐 염중성에게 다가갔다.
“어허, 이자가!”
노인이 재빨리 몸을 날려 염중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고했소. 모르는 일에 나서지 말라고.”
노인은 기가 막혔다.
겨우 스물이나 됐음직한 젊은이가 말투뿐만 아니라 태도 또한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자네는 나와 이 아이가…….”
“화산파란 말을 하고 싶은가?”
그나마 반존대를 하던 진명의 말이 완전히 하대로 바뀌었다.
“알고 있으면서 이런단 말인가?”
“정말 짜증나는 문파로군.”
말과 함께 진명의 주먹이 날아갔다.
챙!
노인이 재빨리 검을 들어 진명의 주먹을 막았다.
진명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노인의 실력은 이전에 상대했던 둘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진명이 주먹에 제대로 공력을 실지 않은 상태라 겨우 막아낸 것일 뿐이었다.
“젊은 친구 잠시만 기다려 보게. 뭔가 오해가 있는 듯싶으네.”
“오해?”
“내가 화산의 이름을 댄 것에 대한 오해를 말함이네. 나는 본 파를 팔아 이번 일을 수습할 생각이 없네. 그 정도로 막돼먹은 노친네는 아니란 말일세.”
“그건 영감 사정이고 내 알 바가 아냐. 난 저놈만 죽이면 되니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
“잠시만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보게. 들어 보고 아니라 싶으면 내 더 이상 나서지 않겠네.”
노인의 말에 진명이 할 말 있음 해 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내 알지 못하나 이곳 송도관과 관계가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네. 그뿐 아니라 원래 이곳 송도관에 대한 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일세. 그러니 어떤가? 문제가 있다면 나와 대화를 통해 풀어 보는 게.”
진명은 노인과 대화로 풀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데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을 바꿨다.
곽철기와 위지평을 상대하는 동안 끔찍한 비명이 지속되면서, 주변 마을 사람들이 상당수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송도관을 찾은 가장 큰 목적은 황정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함이다. 그러니 그 억울함을 푼 뒤 이들을 죽여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영감 사제가 용진관 관주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밝힌다면 영감과 대화를 고려해 보지.”
진명의 말에 노인이 염중성을 바라봤다.
“저지른 죄가 있다면 소상히 밝히고 그 죗값을 받도록 하거라.”
노인의 말에 염중성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허! 뭐하느냐? 어서 말하지 않고?”
노인과 염중성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 그것이…….”
염중성은 떠듬거리며 자신들이 사 일 전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염중성의 말이 계속 될수록 마을 사람들과 노인의 표정이 굳어 갔다.
“저, 저런 나쁜…….”
“어떻게 화산파에서 그런 짓을…….”
주변에서 듣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런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던 진명이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관주님…….’
황정문의 억울함은 일부분 풀었다.
하지만 억울함을 풀었다고 이들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제 진상을 알았으니 비켜서시오.”
그나마 노인의 등장으로 황정문의 억울함을 일부나마 풀었던 터라 진명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하려는가?”
노인이 풀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죽여야지.”
진명의 대답은 너무도 단순하고 명료했다.
“으음…….”
의외의 대답인지라 노인은 침음성을 삼켰다.
“소협, 내 얼굴을 봐서라도 이쯤에서 끝내 줄 수 없겠는가?”
“내가 영감을 언제 봤다고 봐 준단 말이요?”
진명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럼 소협의 이름이라도 알 수 있겠는가?”
노인이 물었다.
“내 이름을 알아뒀다가 나중에 손을 쓸 생각이오?”
진명이 묻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묻는 것이오?”
“소협의 지인이 억울함을 당한 것은 충분히 알겠네. 하지만 그것 관 별개로 내 사제 둘을 폐인으로 만든 사람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답 속에 은근히 사제들을 죽이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진명은 죽인다 했는데, 노인은 폐인이라 말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겉으론 손을 쓰지 않겠다 말하고 있지만 다시 찾아오겠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진명은 노인의 말장난을 모두 알아들었다.
그래서 대답했다.
“내 이름은 도진명이오. 길게 돌아갈 필요 없이 지금 덤비시오.”
진명은 노인이 가증스럽다 생각했다.
자신의 사제에게 죄를 지었으면 소상히 밝혀라 했을 때 이 정도의 일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웬만한 일은 화산이란 이름 아래 충분히 묻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물었을 것이다. 한데 내용을 듣고 보니 화산이란 이름에 먹칠을 할 정도로 치졸한 짓을 벌였다.
그렇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손을 쓸 수가 없어, 후에 복수를 하러 오겠다는 말이었다.
“소협이 어느 정도의 무공을 익혔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제들과 나를 같은 실력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네.”
“화산파는 원래부터 입으로 싸우나?”
진명의 말에 노인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소협,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아닌가?”
노인의 말에 진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얼마 전 들은 말이 있지.”
노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봤다.
“화산파의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했다지. 강호는 강자가 곧 법이자 진리이다.”
위지평이 황정문에게 한 말이다.
“소협이 그 정도로 강하다는 말인가?”
진명이 고개를 저었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영감보단 강하다는 말이요.”
진명은 노인과 한 번 부딪힌 후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좋네. 자네가 손을 섞어 보자니 내 사양치 않겠네.”
끝까지 복수심에 싸우는 것은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 강호에서 명문대파라 불리는 자들의 자존심인 듯했다.
노인 또한 위지평, 염중성과 다르지 않았다.
진명은 이들에게 화산이란 이름으로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 시작하겠네!”
말과 함께 노인이 검을 뽑아 들고 달려왔다.
쉬쉬쉬쉿!
화산이 자랑하는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이었다.
그런 노인의 이십사수매화검법에 맞아 진명은 손바닥을 곧게 펴 천천히 들었다.
“사형, 조심하세요! 놈은 격공장을 씁니다!”
진명의 모습을 보고 염중성이 소리쳤다.
“오너라!”
노인이 진명에게 외쳤다.
진명은 그런 노인을 향해 가볍게 나천장을 발출했다.
파아앙!
진명의 손바닥에서 발출된 나천장은 노인이 펼친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너무도 간단히 뚫고 가슴에 틀어가 박혔다.
쾅!
노인은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진명의 단 일장에 가슴이 격중돼 삼 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너무도 싱거운 승부였다.
진명이 내력을 조절해 다행히 목숨은 잃지 않았으나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사실 노인은 화산파의 매화검수로 강호상에서도 꽤나 유명한 검객이었다. 그런 검객이 무명이나 다름없는 진명의 일장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놀랐지만 그보다 노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염중성과 위지평이 더 놀랐다.
“이제 하던 일을 마저 끝내야지.”
진명이 씨익 웃으며 염중성에게 걸어갔다.
진명의 잔인한 미소에 염중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지옥의 악귀를 마주대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공포로 인해 이성이 마비된 염중성은 연신 뒷걸음치며 공포에 질린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날 화산파 제자 세 명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고 한 명이 폐인이 되었다.
갓 스물이 되었음직한 젊은 무인 한 명에게 화산파 제자 세 명이 죽고 노강호 한 명이 폐인이 된 사건은 순식간에 강호로 퍼져 나갔다. 한데 이 소문 속에 괴이한 소문에 섞여 있었다.
화산파를 상대했던 청년이 단 일수에 송도관 건물 전체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모두들 말도 안 된다며 믿지 않았는데, 증언하는 마을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닌지라 거짓이라 속단할 수만도 없었다.
한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강호의 모든 이들이 이 소문 속의 청년과 마주하게 되었다.


第七章 남궁세가(1)


송도관을 떠난 진명은 용진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이 용진관에 머물게 되면, 화산파에서 용진관을 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화산파가 두려운 건 아니다.
황정문과 고향 친구들이 싸움에 휘말려 다치길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 영감이 내말을 알아들었다면 일은 여기서 마무리되겠지.’
진명은 매화검수 노인을 일부러 살려 보냈다.
그는 송도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용진관에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주변에서 지켜봤던 주민도 수십 명.
용진관과 얽힐수록 화산파의 명성만 깎일 뿐이다.
화산파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자신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진명은 그것이면 족했다.
자신은 상대가 누구이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좋았다.
진명은 송도관을 나선 후 바로 합비에 있는 서가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빨리 서가장으로 향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고향을 들른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옥진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지금쯤 노인네들이 사옥진의 행방을 찾아 놓았겠지.’
진명은 노인들이 사옥진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나침반을 지닌 걸 상기하며 경공을 펼쳐 달렸다.

***

화산파에 난리가 났다.
대산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송도관 일을 처리하러 보낸 제자 셋 중 둘이 죽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곳의 속가제자였던 곽철기까지 죽었다니 도합 세 명의 제자가 하루아침에 죽음을 맞은 것이다.
대관절 어떤 문파와 충돌했기에 하루아침에 진산제자 둘과 속가제가 한 명이 죽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화산파 장문인(掌門人)인 현천 진인(玄天眞人) 종무상이 노한 얼굴로 물었다.
“그것이…….”
장문인의 노한 물음에 혼자 살아 돌아 온 매화검수 맹이섭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뭐하는가? 장문인께서 묻지 않는가?”
맹이섭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옆에서 지켜보던 장로들이 다그쳤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한단 말인가…….’
맹이섭은 자신이 본 것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염중성에게 들었던 이야기까지 모두 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허! 이 사람이!”
또 다른 장로의 호통이 이어지자 맹이섭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제자가 송도관에 당도했을 땐 이미 곽 사질과 위 사제의 생명이 경각에 달해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소상히 이야기해 보거라.”
“그러니까… 제자가 송도관에 들르기 전 용봉사에 일이 있어 두 사제를 먼저 보냈습니다. 일을 마치고 송도관에 도착해 보니 이미 어떤 사내와 사제들 간에 시비가 붙어 싸움이 한창이던 순간이었습니다.”
맹이섭은 송도관의 이야기는 최대한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자신이 도착한 순간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