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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명가 1권(23화)
第七章 남궁세가(3)


남궁무성은 처음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세로 탈출한 선인들이 혼이 빠져나간 신체를 취하려 한다는 부분에 이르자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 너에게 그 같은 말을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네 부친의 몸속에 속세로 탈출한 선인 중 한 명이 들어간 것 같구나.”
남궁호의 모든 설명이 끝나자 다시금 방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한데 남궁무성의 눈에 진득한 살기가 피어났다.
지금 숙부가 한 말에 의하면 이미 돌아가신 부친의 몸속에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 조정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감히……!’
대남궁세가 전대 가주의 몸을 귀신 따위가 희롱하고 있다니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 남궁세가마저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선인의 정체가 누구인진 알 수 없지만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살기를 억누른 남궁무성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궁무성의 물음에 남궁호가 대답했다.
“일단 네 부친의 몸속에 선인이 들어간 게 확실한지부터 확인해야겠지.”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까?”
남궁무성의 물음에 남궁호는 대답대신 세 명의 노인들을 바라봤다.
태상노군에게 선물로 받은 나침반이 있으니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한데 문제는 현재 나침반이 사옥진의 위치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남궁웅의 몸속에 선인이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려면 사옥진에게 고정된 나침반을 풀어야 한다.
나침반은 속세로 달아난 육십여 명의 선인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선인의 위치만을 가리킨다. 이들 네 노인이 사옥진을 쫓게 된 것도 무릉도원에서 내려온 후 가장 먼저 나침반이 사옥진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한 번 선인의 위치를 포착하게 되면 고정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후에 다른 선인이 중간에 끼어들어도 혼선 없이 한 명의 선인만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이제껏 고정을 푼 일이 없었기에 삼 년간 쭉 사옥진의 위치로 고정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남궁웅은 세 노인들을 바라봤다.
지금 나침반의 고정을 풀게 되면, 남궁웅의 몸속에 선인이 들어갔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후에 다시 사옥진의 위치를 찾으려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옥진은 지난 삼 년간 추적했던 선인이다. 그뿐 아니라 도진명이란 청년도 쫓고 있는 선인이다.
그런 선인의 위치를 포기해야 되는 일이니 독단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 노인이 찬성하지 않는다면, 남궁세가의 일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일이 공교롭게 되었구만.”
동방모강이 턱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별수 있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지.”
북여학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일평을 바라보자 그는 대답 없이 품에서 나침반을 꺼내 남궁호에게 건넸다.
“모두들 고맙네!”
남궁호는 진정 친우들이 고마웠다. 지난 삼 년간의 고생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는 일을 흔쾌히 수락해 줬다.
나침반을 받은 남궁호가 남궁무성에게 말했다.
“이건 태상노군께 선물로 받은 나침반이다. 속세로 달아난 선인들의 위치를 추적할 때 사용하는 것이지.”
말과 함께 남궁호는 사옥진에게 고정되어 있던 나침반을 풀었다. 사옥진의 위치를 가리키던 나침반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새로운 선인의 위치를 가리켰다.
“이 긴 침은 대상의 방향, 두 번째 침은 거리 그리고 마지막 침이 동선을 가리킨다.”
설명을 들은 남궁무성이 하나씩 살펴보니 과연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과 거리가 세가와 일치했다.
“네 부친의 몸속에 선인이 들어갔음은 확인이 됐다. 한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남궁호가 남궁웅의 위치를 고정하며 말했다.
“네 부친, 아니, 그놈이 연무관을 출관하기 전이라면 큰문제가 아닌데, 이미 출관하고도 삼 개월이 지나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으니 큰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궁무성은 왜 부친이 살아 돌아오기 무섭게 연무관에 입관했으며, 출관 후 문파화를 꾀했는지 알게 되었다.
남궁웅의 행세를 하려면 남궁세가의 무공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몸을 차지하기 무섭게 연무관에 입관해 무공을 익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경우를 대비해 외부의 세력을 유입해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 문파화란 되지도 않는 명분을 갖다 붙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마침 놈이 외부 인사를 초빙하러 자리를 비운 상태이니 지금이 놈을 칠 절호의 기회입니다.”
남궁무성이 그동안 분열되는 세가를 보면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상대가 부친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상대가 부친이 아닌 부친의 몸을 차지한 선인임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었다.
“잠깐, 자네 지금 뭐라고 했는가?”
갑자기 서일평이 남궁무성에게 물었다.
“네? 무엇을 말입니까?”
“방금 전 자네 부친이 외부의 인사를 초빙하러 나갔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습니다…….”
대답하던 남궁무성과 네 노인이 동시에 나침반을 바라봤다.
“나침반이 남궁세가를 가리키고 있잖은가!”
북여학이 나침반의 바늘을 보고 소리쳤다.
모두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남궁웅이 외부 인사를 초빙하러 간 상황이니 나침반은 그가 출타한 지역을 가리키고 있어야 했다.
“자네 부친이 출타 중인 게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 분명히 확인하고 왔습니다. 돌아오려면 적어도 하루는 걸릴 겁니다.”
“그런데 왜 나침반이 남궁세가를 가리키고 있단 말인가?”
잠시 나침반을 바라보던 서일평이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소리쳤다.
“설마! 그자 외 다른 선인이 남궁세가에 더 있단 말인가!”
모두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그놈이 그동안 속세로 달아난 선인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몇 명의 선인이 남궁세가에 들어와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상황이 급하게 되었다.”
남궁호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재 세가에 몇 명의 선인이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세가를 차지한 놈이 직접 마중을 나갈 정도면 분명 이번에도 선인 중 한 명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최소 세 명의 선인이 세가에 모여들게 된단 말이니 시간을 끌수록 놈들을 상대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남궁호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일단 세가에 몇 명의 선인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세.”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져 있는 가운데 서일평이 말했다.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동방모강이 물었다.
“아직 놈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네. 하니 경솔히 행동하지만 않으면 한동안은 깨닫지 못할 걸세. 그러니 남궁가주가 이 나침반을 들고 세가로 돌아가 고정을 푼 상태로 세가 안을 돌아다니며 몇 명의 선인이 세가에 잠입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일세.”
“음… 나침반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걸로 자신들을 찾는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겠지. 고정이 풀린 상태면 가장 가까이 있는 선인을 가리키니 몇 명이 잠입해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겠군.”
남궁호의 대답에 서일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무성을 바라봤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인의 수를 파악하면서 세가인들에게 미리 일러 두게. 우리가 놈을 칠 때, 놈이 끌어들인 세력도 이참에 함께 처리해야 할 것이니 말일세.”
“놈의 세력도 함께 말입니까?”
“그렇네. 놈의 세력도 이참에 걸러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긴 합니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놈이 출타할 때 백호대(白虎隊)와 청룡대(靑龍隊)가 현재 무림맹에 파견 나가 있는 상태입니다.”
남궁무성의 말에 한동안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청룡대와 백호대의 무인은 남궁세가 인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참. 안 좋은 시기에 좋지 않은 상황이 되었네.”
서일평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현재 세가에 남아 있는 무인수가 많지 않습니다. 놈이 끌어들인 세력을 동시에 치려면 버거운 감이 있습니다.”
“놈이 끌어들인 세력을 칠 무인들을 빼면 어느 정도나 여유가 되는가?”
“놈의 세력을 칠 무인들을 최대한 줄인다 해도 오십 명 안팎일 것입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선인을 상대하는데 오십 명이란 인원은 너무 적었다. 게다가 선인의 수가 한 명 이상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뒤로 미룰 수도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선인의 수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서일평은 고심하기 시작했다.
적은 인원으로 극강의 고수들을 상대해야 했다. 한동안 고심에 빠져 있던 서일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세.”
서일평이 고심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을 설명했다.
“지금은 그 수밖에 없겠구만.”
과연 서일평이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인들을 상대할 묘책을 생각해 냈다.
서일평의 묘책을 듣고 조금 표정이 밝아진 남궁무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바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남궁무성은 선인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서둘러 남궁세가로 떠났다.

새벽녘 남궁무성은 이남일녀를 데리고 서가장으로 돌아왔다. 남궁무성의 두 아들인 남궁정과 남궁영 그리고 막내딸인 남궁소혜였다.
“숙부님, 선인들의 수를 파악해 왔습니다.”
남궁무성은 서가장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자신이 파악해 온 바를 이야기했다.
“현재 세가에 두 명의 선인이 숨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두 명이라…….”
한 명이길 바랐지만 남궁세가에 들어와 있는 선인의 수는 안타깝게도 두 명이었다. 그나마 더 많은 수의 선인이 모여들기 전에 알아낸 게 다행이라 해야 했다.
“다행히 두 놈이 청룡각과 화정각에 따로 거처를 잡고 있어 노사가 생각한 묘책에 딱 맞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일세.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명이 서로 떨어져 있다니 한판 승부를 벌여 볼 만할 것 같네. 출타한 놈이 돌아와 넷으로 늘어나면 상대하기 힘들어질 것이니 속히 놈들을 쳐야 할 것일세. 우리가 놈들을 칠 때까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은밀히 일을 진행해야 할 것이네.”
“그렇잖아도 정이단(正理團)이 청룡각 주변에 대기 중에 있습니다.”
“알겠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세.”
일행은 서둘러 남궁세가로 향했다.


第八章 양적산(1)


일행은 두 개의 공격조를 구성했다.
동서남북 네 노인과 남궁무성의 두 아들이 화정각에 머물고 있는 선인을 공격하고, 남궁무성과 남궁소혜 그리고 정이단이 청룡각에 머물고 있는 선인을 공격하기로 했다.
남궁무성의 두 아들인 남궁정과 남궁영은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의 고수들이라 네 노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첫째인 남궁정은 남궁세가의 소가주로, 남궁세가 무공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제왕검형(帝王劍形)을 익히고 있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제왕검형을 제외하고도 무력으로만 따진다면 네 노인 중 가장 강한 동방모강과 견줄 정도였다.
둘째인 남궁정은 남궁세가의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는 진무단(眞武團)의 단주였다.
공격조가 행동을 개시하면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남궁웅이 끌어들인 세력을 치고, 오십 명의 인원으로 연무장에 대창궁무애검진(大蒼穹無涯劍陣)을 펼칠 예정이다.
두 공격조는 객실에 머물고 있는 선인을 유인해 대창궁무애검진이 펼쳐져 있는 연무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했다. 적은 인원으로 절정의 고수를 상대하기엔 진법만큼 좋은 게 없었다.
서일평의 지시에 따라 일행은 각각 청룡각과 화정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이 틀어지지 않으려면 최대한 은밀히 잠입해야 했다.
그래서 은신과 잠행에 능한 북여학이 일행을 이끌었다.
모두가 잠들 새벽이라 화정각 내부는 조용했다.
“이곳이네. 놈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잠에 빠져 있는 듯하네.”
북여학이 선인이 머물고 있는 객실 앞에서 일행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셋을 센 후 시작하세.”
“하나… 둘… 셋!”
속으로 셋을 셈과 동시에 일행은 객실로 뛰어들었다.
와장창! 콰창!
문이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여섯 명의 인영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없다!”
한데 놈이 자고 있어야 할 침실에 아무도 없었다.
“위!”
그때 북여학이 소리쳤다.
콰콰콰콰쾅!
천정에서 쏘아진 지풍에 놀란 일행이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웬 놈들이냐!”
허공에서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어둠을 가르고 한줄기 지풍이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