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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이즈 네버 오버 4화
“일단 뭘 좀 먹을까.”
마음이 편해지니 배가 고팠다. 노아는 환한 얼굴로 부엌을 향해 뛰어갔다. 감기 한 번 걸려 볼 거라고 줄곧 굶고 있었던 터라 허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아직 모든 걱정과 답답함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에드워드의 갑작스러운 사랑타령에 피폐해진 정신을 회복시키는 일과, 어떡하면 그와 ‘잘’ 헤어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정신의 피폐함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가 돌아오면 자연 치유될 거고, 이별 역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차피 시간문제였다. 에드워드의 사랑 타령이 단순히 변덕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이렇게 낯간지러운 성격도 아니거니와 사랑꾼으로 살기엔 너무 바쁜 인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랑을 깨닫고 로맨티스트가 되었을 가능성도 1% 정도 있긴 했지만 글쎄……. 노아가 보기에 에드워드는 어떤 이유든 조만간 자신에게 질려 떠날 게 분명했다. 안 봐도 뻔했다. 뭐, 안 떠나면 떠나게 만들어 주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그동안 열심히 빼먹어야지♡”
노아는 방정맞게 웃으며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땄다.
“감기는 사랑의 힘으로 나은 것으로 해야겠어. 캬― 나 천잰데?”
‘감기야 걸려라’를 주문처럼 외워 대던 노아는 작전을 바꿔 이젠 다 나은 척하기로 했다. 에드워드가 그걸 믿어 줄진 모르겠지만 노아는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뭐 어떠랴. 날 사랑한다는데.
그는 허공에 맥주 캔을 높이 들어 올려 건배했다.
잘생긴 슈가대디, 에드워드 웰스를 위하여―
***
밤 10시. 센트럴 파크 근처의 고급 아파트에 꽃다발을 한 아름 든 미남자가 나타났다. 데이트하기엔 늦은 시간이었으나 밤은 아직 한창이니 그리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한데 남자는 연인에게 찾아가는 사람치곤 눈빛이 지나치게 살벌했다. 복도를 걷다가도 한 번씩 멈춰 서서 이를 빠득 가는 것이, 연인을 찾아가는 건지 원수를 찾아가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목표로 했던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서자 거짓말처럼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피워 올렸다. 사실 이쯤은 일도 아니었다. 평생 가식의 세계에서 살아온 에드워드 웰스에겐 말이다.
그는 달게 웃으며 자신보다 더한 가식 덩어리가 사는 곳의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벌컥 열리고 밝은 갈색머리의 미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노아였다.
“……에드워드.”
노아는 처량한 얼굴로 에드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슬픈 영화 속 이별을 앞둔 주인공처럼. 전날 카페테라스에서 술주정을 부리는 것을 보지 못했더라면, 에드워드도 혹할 만큼 가련한 표정이었다.
노아는 이 표정을 짓기 위해 30분 동안 거울을 보고 연습했다. 전화로 헤어지자고 방정을 떨어 놨으니 일단은 슬퍼 보여야 할 게 아닌가. 그리고 이 슬픔을 사랑의 재확인으로 바꿔 열심히 등쳐먹자. 노아는 다짐을 굳건히 하며 연기에 몰입했다. 그걸 아는 에드워드도 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달콤하게 눈웃음을 쳤다.
“보고 싶었어. 노아.”
“……당신이 나를 보고 싶었다고 해 주니까 꿈만 같네요. 너무 기뻐요.”
“난 언제나 네 생각뿐이라고 말했었잖아. ……자, 널 위해 꽃을 사 왔어.”
“장미네요. 참 예뻐요.”
영혼 없는 말투로 노아가 중얼거렸다. 그는 먹지도 못하는 꽃 같은 거 딱 질색이었다. 어느 꽃집인지 몰라 환불도 못하는 이딴 꽃을 대체 어디다 써먹으란 말인가. 자고로 선물이라는 건 되팔 수 있을 때 가치를 발휘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꽃은 아무 쓰잘머리 없었다. 크게 실망한 노아는 시든 꽃처럼 시들시들해져 고개를 푹 숙였다.
한편 에드워드는 노아의 반응 때문에 기분이 팍 나빠졌다. 도저히 일을 시간에 맞춰 끝낼 수가 없어 늦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멋을 부리고 온 차였다. 낭만적으로 보이려고 직접 꽃을 사기까지 했다.
그의 경험으로 보건데 이 정도면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과 사랑에 빠져야 했다. 하지만 노아는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에드워드는 오기가 치솟아 올랐다.
“기쁘다면서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는 건지 모르겠군. 내가 별로 반갑지 않은 모양이야.”
“아니에요, 에드워드. 내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그런데 장미뿐인가요?”
노아가 힐끗 에드워드의 뒤를 살폈다. 뭐 다른 선물 없냐는 눈치였다. 에드워드는 억지로 웃으며 노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아니. 내가 있잖아, 노아. 나 말고 또 뭐가 필요하지……?”
“……당신의 진실된 사랑이요.”
“왜 이미 가진 것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군. 내 마음은 항상 널 향해 있어.”
“아, 에드워드…….”
둘은 수줍음이 아닌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혔다. 진짜 연인끼리도 힘들 이 닭살스러운 말들도 욕망과 오기에 불타는 두 인간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노아는 한 술 더 떠 갑자기 울듯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가 없네요. ……우린 헤어지기로 했잖아요.”
“노아.”
“난 여전히 당신이 너무 좋지만 힘들어요, 에드워드. 너무 괴롭고 불안해요. 당신은 진심이라고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요. ……3주 동안 전화 한 통 없었잖아요.”
“불안해할 필요 없어. 난 언제나 네게 돌아올 거야. 날 믿어 줘, 노아.”
“그건 너무 잔인한 희망고문이에요. 이렇게 항상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면 난…….”
노아는 뒷말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소리 내어 말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헤어지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려 했다는 걸 에드워드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의 속뜻은 대충 이러하리라.
헤어지고 싶지 않으면 내 불안을 달래 줄 뭔가를 내놓아라.
에드워드는 고개 숙인 노아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전 애인들처럼 대놓고 뭔가를 조르지 않아 그동안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 이 새끼 이거 제법 요물이었다. 넌지시 사탕 조르는 기술이 아주 수준급이었다.
에드워드는 그간 약속을 깨거나 늦어서 미안하다는 이유로 노아에게 선물해 준 것들을 떠올렸다. 대충 명품시계와 수트, 지갑, 그림과 어덜트 토이 정도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서인 수잔이 챙겨 준 것까지 합치면 더 되리라.
물론 그것들이 아까운 것은 아니었다. 에드워드에게 있어 그 정돈 너무 소소해서 트집 잡거나 기분 나빠할 거리도 못 됐다. 오히려 노아가 그 좋아하던 새카만 카드를 가지고 아직 스포츠카나 비밀클럽 회원권을 사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었다. 뭐, 이젠 그럴 방법이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에드워드는 당분간 노아에게 사탕을 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입만 열면 거짓말인 요 깜찍한 입엔 다른 걸 물려 줄 생각이다.
“노아, 날 밀어내려고 하지 마. ……나를 사랑하잖아.”
“에드워드…….”
“나에게 널 충분히 사랑할 기회를 줘. 내가 너를 좀 더 알 수 있도록, 네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줘, 노아. ……이젠 다신 널 혼자 기다리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노아는 자신의 생각이 표정에 드러날까 봐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에 힘을 줬다. 아무래도 에드워드가 여기 오기 전에 버터를 한 잔 들이켜고 온 것 같다. 하는 말마다 니글니글한 게 아주 좆같았다. 어제부터 계속 이러는 것으로 보아 일을 너무 한 탓에 머리가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 그 부작용으로 나한테 사랑을 느끼는 거고.
노아는 당혹스러웠지만 에드워드에게 휴식을 권하거나, 병원에 보내야겠다는 인도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마지막으로 한탕 털어먹고 안전이별 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덕분에 노아의 표정은 침울했지만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에드워드는 복잡한 심경으로 노아의 빛나는 그 두 눈을 바라보았다. 속이 너무 뻔해 괘씸하고 얄미운데, 반짝거리는 눈이 너무 예뻐 기가 막혔다.
그가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노아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에드워드?”
“널 내 눈에 담고 싶어서. 네가 이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거든.”
“이런 얼굴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주 귀엽다는 말이야.”
콱 씹어 삼키고 싶을 정도로. 에드워드는 속을 감추며 웃었다.
그 미소를 자신에게 홀라당 넘어온 얼간이의 것이라고 해석한 노아도 따라 웃었다. 사실 에드워드 같은 미남이 이렇게 생글생글 웃어 주니 기분이 퍽 좋았다. 노아는 역시 자신의 매력은 어쩔 수 없다며 속으로 으스댔다. 에휴, 넌 어쩌다 나한테 걸려선……. 불쌍하다, 불쌍해. 그래도 빼먹을 건 다 빼먹을 거지만. 노아는 속마음을 숨기고선 수줍은 척 에드워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런 말로 나를 놀리지 말아요.”
“난 언제나 진심이라니까. 그러니 헤어지겠다는 말 따윈 하지 마.”
“…….”
“키스해 줘, 노아. 날 사랑하잖아.”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 에드워드가 노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낮은 목소리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노아는 잠깐 수줍어서 머뭇거리는 척을 하다가 에드워드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곧바로 에드워드가 입을 맞춰 왔다. 보드라운 입술이 비벼지고, 말캉한 혀가 서로 섞여 들었다. 커다란 손이 노아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대로 섹스까지 이어질 것 같았다. 조금 귀찮은 기분이 들었지만 노아는 에드워드를 밀어내진 않았다. 어차피 슬슬 넘어가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동안 독수공방하느라 쌓인 것도 좀 있고 말이다.
“사랑해요, 에드워드.”
“……나도.”
공기보다 가벼운 욕심과 오기의 고백이 오고갔다.
“침대로 갈까.”
다시 에드워드가 속삭였다. 노아는 살짝 열이 오른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
셔츠가 바닥으로 던져지고 바지가 끄집어 내려졌다. 바지에 발이 걸린 노아가 휘청거리자 에드워드가 그를 붙잡았다. 그러나 노아는 곧바로 뒤로 밀쳐져 침대 위에 쓰러져야 했다.
전등 아래 노아의 희고 늘씬한 몸이 만찬처럼 펼쳐졌다. 에드워드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노아의 몸을 훑었다. 그는 갈증을 느꼈다. 지금껏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한동안 일에만 파고든 탓에 좀 쌓인 모양이었다. 아래쪽 허기가 말이다.
에드워드의 푸른 눈이 짙어졌다. 침대 위에 누워 가만히 보고만 있던 노아도 그의 갈증을 눈치채고 배시시 웃었다.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새빨간 혀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괘씸하고 예쁜 입에 물려 주고 싶은 것이 있었더랬다. 에드워드는 셔츠를 벗어 던지며 노아의 머리맡으로 걸어갔다.
“노아.”
낮은 목소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진 자명했다. 노아는 에드워드의 바지춤에 손을 가져갔다.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자 이미 불룩하게 부풀어 있는 그의 중심이 보였다. 에드워드가 멈춰 있는 노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것을 만지게 했다. 손바닥 아래로 홧홧한 열기가 올라왔다.
이것의 크기와 단단함, 굵기 같은 것들이 노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먹음직하긴 하지만 꽤나 버거운 물건이라는 사실도. 노아는 벌써부터 턱이 뻐근해져 오는 걸 느꼈다. 그렇지만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아니라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노아는 혀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에드워드의 시선을 느끼고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그는 천천히 에드워드의 페니스 위로 입술을 가져갔다. 아직 벗겨지지 않은 속옷 아래 에드워드의 것이 움찔움찔 크기를 키워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노아는 그걸 모른 척하며 혀로 선단 부분을 핥았다. 천천히, 느긋하게 혀가 핥고 지나가면 침 때문에 속옷 색깔이 짙어졌다. 에드워드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노아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의 뺨에 물건을 비볐다. 노아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야하게 웃었다.
“……언제까지 애태울 거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서요. 당신 건 너무 크고…… 굵어서.”
그렇게 립서비스를 하면서 노아는 에드워드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쯤 선 페니스가 툭 튀어나와 그의 뺨을 때렸다. 이것도 따지면 폭력 아닐까.
노아는 키득거리며 페니스를 잡아 물었다. 뭉툭한 귀두를 쪽 빨아들이면서 천천히 입 안으로 넣자 위에서 짧은 신음이 들려왔다. 에드워드의 것이었다. 노아는 그 소리에 대답하듯 조금 더 페니스를 삼켰다. 입 안에서 점점 크기를 키워 가는 페니스가 부담스럽고 역했지만 아직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츄릅, 츄릅―
물기 가득한 선정적인 소리가 침실 안을 채웠다. 노아는 작은 갈색머리통을 앞뒤로 열심히 움직였다. 이따금씩 그가 아이스바를 먹듯 에드워드의 것을 크게 빨아들이면, 입 안에 고인 침 때문에 큰 소리가 나곤했다. 그럴 때면 에드워드가 노아를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그 느긋한 손길은 곧 거칠게 변했다. 에드워드가 노아의 머리채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으흣, 읏……!”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페니스 때문에 숨이 턱 막혔다. 안 그래도 크기가 부담스러워 반만 넣고 빨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다 처박아 버리다니! 너무했다.
노아는 고개를 뒤로 빼려고 했으나 머리채를 붙잡은 에드워드의 손길에 막히고 말았다. 귀두가 그의 목구멍 안쪽을 찔렀다. 노아는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에드워드에게 힘들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의 눈엔 생리적인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그게 불쌍해서라도 허리 짓을 멈출 만도 하건만 에드워드는 그러지 않았다.
“괜찮아. 착하지……?”
입에 좆이 박혀 있는데 착하고 안 착하고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노아는 에드워드를 노려보았다. 제법 강렬한 눈빛이었으나 그는 웃기만 했다.
“괜히 더 돋구지 마, 노아.”
에드워드는 부드럽게 노아의 뺨을 매만졌다. 그 손길만큼 아래도 부드러우면 좋으련만 추삽질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곧 노아의 목구멍 안쪽에 뜨거운 것이 흩뿌려졌다. 노아가 기침을 하며 머릴 뒤로 빼자, 이번엔 에드워드도 그를 놓아주었다. 대신 양손이 붙잡히고 말았다.
“콜록, 콜록, 놔…… 콜록, 놔 줘요…!”
“미안, 힘들었어?”
노아는 구역질을 참으며 티슈를 찾아 고갤 돌렸다. 얼른 입 안에 있는 에드워드의 정액을 뱉어내고 싶었다. 마침 침대 옆 협탁 위에 티슈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에드워드가 그를 방했다. 에드워드는 노아의 턱을 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뱉지 마.”
에드워드의 손가락이 노아의 입술을 문질렀다. 그는 입가에 묻어 있는 자신의 정액을 다시 노아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노아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삼켜.”
“……에드워드.”
“네가 내 걸 삼키는 게 보고 싶어. 응…?”
이 새끼, 3주 동안 안 보이더니 변태가 되어 돌아왔구나…….
노아는 속으로 온갖 욕을 해 댔다. 비리고 역한 남의 정액 따위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너무 강경했다. 웃고는 있지만 눈이 또라이같이 빛났다. ‘이걸 안 먹으면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한마디로 좆 됐다. 노아는 자꾸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바로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춘 뒤, 입 안에 있는 것을 삼켰다.
고요한 가운데 ‘꿀꺽’ 하는 소리가 작게 퍼져 나갔다. 정말 먹기 싫었던 모양인지, 노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에드워드는 그 표정을 보고도 흡족하게 웃었다. 자신의 것을 상대에게 먹이고 좋아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이제부턴 매번 챙겨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아가 싫어하니까 더욱더.
“네가 날 사랑한다면 먹어 줄 줄 알았어.”
“하. 하. 이런 걸로 사랑을 시험하다니, 이상해요. 에드워드.”
“역시 이상한가? 하지만 내내 너랑 뒹구는 상상만 했거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이 쌓이더라고.”
“하, 하고 싶은 거요……?”
“그래. 이것저것.”
“이것저것……?”
노아는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저것이라니. 구체적이지 않아 더 불길했다. 온갖 잡다한 체위와 변태적 플레이들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그리고 그 불길함을 증명하듯 에드워드가 노아를 서서히 뒤로 눕히기 시작했다.
“에, 에드워드……?”
매트리스가 작게 출렁였다. 그 진동을 따라 노아의 마음도 철렁거렸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노아의 위로 올라탔다. 그는 살벌하게 웃으며 노아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괜찮아. 부드럽게 잘 할게. 날 믿지?”
“그, 그야 믿기야 믿지만……. 에드워드! 호, 혹시 약 하고 온 거 아니죠?”
“그럴 리가.”
에드워드의 푸른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단지 널 사랑해서 이러는 것뿐이야.”
……그런 거치곤 너무 살벌한데. 노아는 진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섹스를 무서워한 적이 없었건만 이번엔 좀 겁이 났다. 한 번 사정하고도 서 있는 에드워드의 거시길 보자 더 그랬다.
“……밝히긴.”
에드워드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노아의 시선을 눈치 채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노아가 그런 게 아니라고 항변하려는 찰나, 에드워드에 의해 입이 막히고 말았다. 억울하고 무서운 섹스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노아는 밤새도록 에드워드와 ‘이것저것’을 같이 했다.
‘너는 날 사랑하잖아’라는 말을 협박처럼 들으면서.
***
하워드 피셔는 브로드웨이에서 제법 유명한 작곡가였다. 그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음악에도 종종 참여하곤 했다. 동시에 대학 강의도 나가곤 했는데, 노아는 하워드의 대학 제자였다.
그것을 인연으로 노아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하워드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작업실인 스튜디오의 온갖 잡일과 심부름이 그가 맡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하워드는 작업 중인 뮤지컬 곡이나 광고 음악을 과제를 내듯 노아에게 시키곤 했다. 잘만 만들어 오면 자기 것 대신 사용하겠다는 미끼를 걸고 말이다.
그러나 노아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작곡한 곡을 하워드의 것 대신 사용하지 못했다. 하워드를 만족시킬 만한 결과물을 가지고 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았다. 노아의 악보를 보고 있는 하워드의 표정이 심히 좋지 못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더 끔찍한 걸 가지고 왔군.”
“…….”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엉성해. 빌어먹을, 이 유치한 노래의 어디에 도박꾼의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거야?! 너 저번에 나한테 뭐라고 했어?! 라스베이거스에라도 가서 직접 보고! 겪고! 제대로 된 걸 만들어 온다고 했어, 안 했어?!”
“……하긴 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뭐?! 어쩌다 보니 대충하게 됐다 이건가?!”
노아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갤 푹 숙였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보고 하워드가 끔찍하고 유치하다느니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진짜 대충 수정해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똑바로 곡을 만들어 볼 거라고 라스베이거스에까지 갔었는데……. 하워드한테 깨진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고 흥청망청 취해 버리는 바람에 모두 망쳐 버리고 말았다. 술 때문에 쓸데없는 말을 뱉어 버리고, 거짓말을 하고, 급하게 맨해튼으로 돌아와 복수 당할까 봐 벌벌 떠는 일로 시간을 다 써버린 것이다.
게다가 에드워드 그놈이랑 새벽까지 뒹군 탓에 노아는 오늘 아침 눈을 뜨지도 못할 뻔했다. 그래도 곡을 써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득바득 일어나 수정을 완료해왔건만, 역시나 대충 한 게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 최악이다.
“일단 뭘 좀 먹을까.”
마음이 편해지니 배가 고팠다. 노아는 환한 얼굴로 부엌을 향해 뛰어갔다. 감기 한 번 걸려 볼 거라고 줄곧 굶고 있었던 터라 허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아직 모든 걱정과 답답함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에드워드의 갑작스러운 사랑타령에 피폐해진 정신을 회복시키는 일과, 어떡하면 그와 ‘잘’ 헤어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정신의 피폐함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가 돌아오면 자연 치유될 거고, 이별 역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차피 시간문제였다. 에드워드의 사랑 타령이 단순히 변덕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이렇게 낯간지러운 성격도 아니거니와 사랑꾼으로 살기엔 너무 바쁜 인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랑을 깨닫고 로맨티스트가 되었을 가능성도 1% 정도 있긴 했지만 글쎄……. 노아가 보기에 에드워드는 어떤 이유든 조만간 자신에게 질려 떠날 게 분명했다. 안 봐도 뻔했다. 뭐, 안 떠나면 떠나게 만들어 주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그동안 열심히 빼먹어야지♡”
노아는 방정맞게 웃으며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 땄다.
“감기는 사랑의 힘으로 나은 것으로 해야겠어. 캬― 나 천잰데?”
‘감기야 걸려라’를 주문처럼 외워 대던 노아는 작전을 바꿔 이젠 다 나은 척하기로 했다. 에드워드가 그걸 믿어 줄진 모르겠지만 노아는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뭐 어떠랴. 날 사랑한다는데.
그는 허공에 맥주 캔을 높이 들어 올려 건배했다.
잘생긴 슈가대디, 에드워드 웰스를 위하여―
***
밤 10시. 센트럴 파크 근처의 고급 아파트에 꽃다발을 한 아름 든 미남자가 나타났다. 데이트하기엔 늦은 시간이었으나 밤은 아직 한창이니 그리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한데 남자는 연인에게 찾아가는 사람치곤 눈빛이 지나치게 살벌했다. 복도를 걷다가도 한 번씩 멈춰 서서 이를 빠득 가는 것이, 연인을 찾아가는 건지 원수를 찾아가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목표로 했던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서자 거짓말처럼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피워 올렸다. 사실 이쯤은 일도 아니었다. 평생 가식의 세계에서 살아온 에드워드 웰스에겐 말이다.
그는 달게 웃으며 자신보다 더한 가식 덩어리가 사는 곳의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벌컥 열리고 밝은 갈색머리의 미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노아였다.
“……에드워드.”
노아는 처량한 얼굴로 에드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슬픈 영화 속 이별을 앞둔 주인공처럼. 전날 카페테라스에서 술주정을 부리는 것을 보지 못했더라면, 에드워드도 혹할 만큼 가련한 표정이었다.
노아는 이 표정을 짓기 위해 30분 동안 거울을 보고 연습했다. 전화로 헤어지자고 방정을 떨어 놨으니 일단은 슬퍼 보여야 할 게 아닌가. 그리고 이 슬픔을 사랑의 재확인으로 바꿔 열심히 등쳐먹자. 노아는 다짐을 굳건히 하며 연기에 몰입했다. 그걸 아는 에드워드도 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달콤하게 눈웃음을 쳤다.
“보고 싶었어. 노아.”
“……당신이 나를 보고 싶었다고 해 주니까 꿈만 같네요. 너무 기뻐요.”
“난 언제나 네 생각뿐이라고 말했었잖아. ……자, 널 위해 꽃을 사 왔어.”
“장미네요. 참 예뻐요.”
영혼 없는 말투로 노아가 중얼거렸다. 그는 먹지도 못하는 꽃 같은 거 딱 질색이었다. 어느 꽃집인지 몰라 환불도 못하는 이딴 꽃을 대체 어디다 써먹으란 말인가. 자고로 선물이라는 건 되팔 수 있을 때 가치를 발휘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꽃은 아무 쓰잘머리 없었다. 크게 실망한 노아는 시든 꽃처럼 시들시들해져 고개를 푹 숙였다.
한편 에드워드는 노아의 반응 때문에 기분이 팍 나빠졌다. 도저히 일을 시간에 맞춰 끝낼 수가 없어 늦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멋을 부리고 온 차였다. 낭만적으로 보이려고 직접 꽃을 사기까지 했다.
그의 경험으로 보건데 이 정도면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과 사랑에 빠져야 했다. 하지만 노아는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에드워드는 오기가 치솟아 올랐다.
“기쁘다면서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는 건지 모르겠군. 내가 별로 반갑지 않은 모양이야.”
“아니에요, 에드워드. 내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그런데 장미뿐인가요?”
노아가 힐끗 에드워드의 뒤를 살폈다. 뭐 다른 선물 없냐는 눈치였다. 에드워드는 억지로 웃으며 노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아니. 내가 있잖아, 노아. 나 말고 또 뭐가 필요하지……?”
“……당신의 진실된 사랑이요.”
“왜 이미 가진 것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군. 내 마음은 항상 널 향해 있어.”
“아, 에드워드…….”
둘은 수줍음이 아닌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혔다. 진짜 연인끼리도 힘들 이 닭살스러운 말들도 욕망과 오기에 불타는 두 인간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노아는 한 술 더 떠 갑자기 울듯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가 없네요. ……우린 헤어지기로 했잖아요.”
“노아.”
“난 여전히 당신이 너무 좋지만 힘들어요, 에드워드. 너무 괴롭고 불안해요. 당신은 진심이라고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요. ……3주 동안 전화 한 통 없었잖아요.”
“불안해할 필요 없어. 난 언제나 네게 돌아올 거야. 날 믿어 줘, 노아.”
“그건 너무 잔인한 희망고문이에요. 이렇게 항상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면 난…….”
노아는 뒷말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소리 내어 말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헤어지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려 했다는 걸 에드워드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의 속뜻은 대충 이러하리라.
헤어지고 싶지 않으면 내 불안을 달래 줄 뭔가를 내놓아라.
에드워드는 고개 숙인 노아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전 애인들처럼 대놓고 뭔가를 조르지 않아 그동안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 이 새끼 이거 제법 요물이었다. 넌지시 사탕 조르는 기술이 아주 수준급이었다.
에드워드는 그간 약속을 깨거나 늦어서 미안하다는 이유로 노아에게 선물해 준 것들을 떠올렸다. 대충 명품시계와 수트, 지갑, 그림과 어덜트 토이 정도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서인 수잔이 챙겨 준 것까지 합치면 더 되리라.
물론 그것들이 아까운 것은 아니었다. 에드워드에게 있어 그 정돈 너무 소소해서 트집 잡거나 기분 나빠할 거리도 못 됐다. 오히려 노아가 그 좋아하던 새카만 카드를 가지고 아직 스포츠카나 비밀클럽 회원권을 사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었다. 뭐, 이젠 그럴 방법이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에드워드는 당분간 노아에게 사탕을 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입만 열면 거짓말인 요 깜찍한 입엔 다른 걸 물려 줄 생각이다.
“노아, 날 밀어내려고 하지 마. ……나를 사랑하잖아.”
“에드워드…….”
“나에게 널 충분히 사랑할 기회를 줘. 내가 너를 좀 더 알 수 있도록, 네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줘, 노아. ……이젠 다신 널 혼자 기다리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노아는 자신의 생각이 표정에 드러날까 봐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에 힘을 줬다. 아무래도 에드워드가 여기 오기 전에 버터를 한 잔 들이켜고 온 것 같다. 하는 말마다 니글니글한 게 아주 좆같았다. 어제부터 계속 이러는 것으로 보아 일을 너무 한 탓에 머리가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 그 부작용으로 나한테 사랑을 느끼는 거고.
노아는 당혹스러웠지만 에드워드에게 휴식을 권하거나, 병원에 보내야겠다는 인도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마지막으로 한탕 털어먹고 안전이별 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덕분에 노아의 표정은 침울했지만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에드워드는 복잡한 심경으로 노아의 빛나는 그 두 눈을 바라보았다. 속이 너무 뻔해 괘씸하고 얄미운데, 반짝거리는 눈이 너무 예뻐 기가 막혔다.
그가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노아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에드워드?”
“널 내 눈에 담고 싶어서. 네가 이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거든.”
“이런 얼굴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주 귀엽다는 말이야.”
콱 씹어 삼키고 싶을 정도로. 에드워드는 속을 감추며 웃었다.
그 미소를 자신에게 홀라당 넘어온 얼간이의 것이라고 해석한 노아도 따라 웃었다. 사실 에드워드 같은 미남이 이렇게 생글생글 웃어 주니 기분이 퍽 좋았다. 노아는 역시 자신의 매력은 어쩔 수 없다며 속으로 으스댔다. 에휴, 넌 어쩌다 나한테 걸려선……. 불쌍하다, 불쌍해. 그래도 빼먹을 건 다 빼먹을 거지만. 노아는 속마음을 숨기고선 수줍은 척 에드워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런 말로 나를 놀리지 말아요.”
“난 언제나 진심이라니까. 그러니 헤어지겠다는 말 따윈 하지 마.”
“…….”
“키스해 줘, 노아. 날 사랑하잖아.”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 에드워드가 노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낮은 목소리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노아는 잠깐 수줍어서 머뭇거리는 척을 하다가 에드워드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곧바로 에드워드가 입을 맞춰 왔다. 보드라운 입술이 비벼지고, 말캉한 혀가 서로 섞여 들었다. 커다란 손이 노아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대로 섹스까지 이어질 것 같았다. 조금 귀찮은 기분이 들었지만 노아는 에드워드를 밀어내진 않았다. 어차피 슬슬 넘어가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동안 독수공방하느라 쌓인 것도 좀 있고 말이다.
“사랑해요, 에드워드.”
“……나도.”
공기보다 가벼운 욕심과 오기의 고백이 오고갔다.
“침대로 갈까.”
다시 에드워드가 속삭였다. 노아는 살짝 열이 오른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
셔츠가 바닥으로 던져지고 바지가 끄집어 내려졌다. 바지에 발이 걸린 노아가 휘청거리자 에드워드가 그를 붙잡았다. 그러나 노아는 곧바로 뒤로 밀쳐져 침대 위에 쓰러져야 했다.
전등 아래 노아의 희고 늘씬한 몸이 만찬처럼 펼쳐졌다. 에드워드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노아의 몸을 훑었다. 그는 갈증을 느꼈다. 지금껏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한동안 일에만 파고든 탓에 좀 쌓인 모양이었다. 아래쪽 허기가 말이다.
에드워드의 푸른 눈이 짙어졌다. 침대 위에 누워 가만히 보고만 있던 노아도 그의 갈증을 눈치채고 배시시 웃었다.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새빨간 혀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괘씸하고 예쁜 입에 물려 주고 싶은 것이 있었더랬다. 에드워드는 셔츠를 벗어 던지며 노아의 머리맡으로 걸어갔다.
“노아.”
낮은 목소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진 자명했다. 노아는 에드워드의 바지춤에 손을 가져갔다.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자 이미 불룩하게 부풀어 있는 그의 중심이 보였다. 에드워드가 멈춰 있는 노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것을 만지게 했다. 손바닥 아래로 홧홧한 열기가 올라왔다.
이것의 크기와 단단함, 굵기 같은 것들이 노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먹음직하긴 하지만 꽤나 버거운 물건이라는 사실도. 노아는 벌써부터 턱이 뻐근해져 오는 걸 느꼈다. 그렇지만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아니라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노아는 혀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에드워드의 시선을 느끼고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그는 천천히 에드워드의 페니스 위로 입술을 가져갔다. 아직 벗겨지지 않은 속옷 아래 에드워드의 것이 움찔움찔 크기를 키워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노아는 그걸 모른 척하며 혀로 선단 부분을 핥았다. 천천히, 느긋하게 혀가 핥고 지나가면 침 때문에 속옷 색깔이 짙어졌다. 에드워드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노아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의 뺨에 물건을 비볐다. 노아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야하게 웃었다.
“……언제까지 애태울 거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서요. 당신 건 너무 크고…… 굵어서.”
그렇게 립서비스를 하면서 노아는 에드워드의 속옷을 끌어내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쯤 선 페니스가 툭 튀어나와 그의 뺨을 때렸다. 이것도 따지면 폭력 아닐까.
노아는 키득거리며 페니스를 잡아 물었다. 뭉툭한 귀두를 쪽 빨아들이면서 천천히 입 안으로 넣자 위에서 짧은 신음이 들려왔다. 에드워드의 것이었다. 노아는 그 소리에 대답하듯 조금 더 페니스를 삼켰다. 입 안에서 점점 크기를 키워 가는 페니스가 부담스럽고 역했지만 아직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츄릅, 츄릅―
물기 가득한 선정적인 소리가 침실 안을 채웠다. 노아는 작은 갈색머리통을 앞뒤로 열심히 움직였다. 이따금씩 그가 아이스바를 먹듯 에드워드의 것을 크게 빨아들이면, 입 안에 고인 침 때문에 큰 소리가 나곤했다. 그럴 때면 에드워드가 노아를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그 느긋한 손길은 곧 거칠게 변했다. 에드워드가 노아의 머리채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으흣, 읏……!”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페니스 때문에 숨이 턱 막혔다. 안 그래도 크기가 부담스러워 반만 넣고 빨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다 처박아 버리다니! 너무했다.
노아는 고개를 뒤로 빼려고 했으나 머리채를 붙잡은 에드워드의 손길에 막히고 말았다. 귀두가 그의 목구멍 안쪽을 찔렀다. 노아는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에드워드에게 힘들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의 눈엔 생리적인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그게 불쌍해서라도 허리 짓을 멈출 만도 하건만 에드워드는 그러지 않았다.
“괜찮아. 착하지……?”
입에 좆이 박혀 있는데 착하고 안 착하고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노아는 에드워드를 노려보았다. 제법 강렬한 눈빛이었으나 그는 웃기만 했다.
“괜히 더 돋구지 마, 노아.”
에드워드는 부드럽게 노아의 뺨을 매만졌다. 그 손길만큼 아래도 부드러우면 좋으련만 추삽질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곧 노아의 목구멍 안쪽에 뜨거운 것이 흩뿌려졌다. 노아가 기침을 하며 머릴 뒤로 빼자, 이번엔 에드워드도 그를 놓아주었다. 대신 양손이 붙잡히고 말았다.
“콜록, 콜록, 놔…… 콜록, 놔 줘요…!”
“미안, 힘들었어?”
노아는 구역질을 참으며 티슈를 찾아 고갤 돌렸다. 얼른 입 안에 있는 에드워드의 정액을 뱉어내고 싶었다. 마침 침대 옆 협탁 위에 티슈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에드워드가 그를 방했다. 에드워드는 노아의 턱을 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뱉지 마.”
에드워드의 손가락이 노아의 입술을 문질렀다. 그는 입가에 묻어 있는 자신의 정액을 다시 노아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노아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삼켜.”
“……에드워드.”
“네가 내 걸 삼키는 게 보고 싶어. 응…?”
이 새끼, 3주 동안 안 보이더니 변태가 되어 돌아왔구나…….
노아는 속으로 온갖 욕을 해 댔다. 비리고 역한 남의 정액 따위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너무 강경했다. 웃고는 있지만 눈이 또라이같이 빛났다. ‘이걸 안 먹으면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한마디로 좆 됐다. 노아는 자꾸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바로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춘 뒤, 입 안에 있는 것을 삼켰다.
고요한 가운데 ‘꿀꺽’ 하는 소리가 작게 퍼져 나갔다. 정말 먹기 싫었던 모양인지, 노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에드워드는 그 표정을 보고도 흡족하게 웃었다. 자신의 것을 상대에게 먹이고 좋아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이제부턴 매번 챙겨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아가 싫어하니까 더욱더.
“네가 날 사랑한다면 먹어 줄 줄 알았어.”
“하. 하. 이런 걸로 사랑을 시험하다니, 이상해요. 에드워드.”
“역시 이상한가? 하지만 내내 너랑 뒹구는 상상만 했거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이 쌓이더라고.”
“하, 하고 싶은 거요……?”
“그래. 이것저것.”
“이것저것……?”
노아는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저것이라니. 구체적이지 않아 더 불길했다. 온갖 잡다한 체위와 변태적 플레이들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그리고 그 불길함을 증명하듯 에드워드가 노아를 서서히 뒤로 눕히기 시작했다.
“에, 에드워드……?”
매트리스가 작게 출렁였다. 그 진동을 따라 노아의 마음도 철렁거렸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노아의 위로 올라탔다. 그는 살벌하게 웃으며 노아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괜찮아. 부드럽게 잘 할게. 날 믿지?”
“그, 그야 믿기야 믿지만……. 에드워드! 호, 혹시 약 하고 온 거 아니죠?”
“그럴 리가.”
에드워드의 푸른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단지 널 사랑해서 이러는 것뿐이야.”
……그런 거치곤 너무 살벌한데. 노아는 진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섹스를 무서워한 적이 없었건만 이번엔 좀 겁이 났다. 한 번 사정하고도 서 있는 에드워드의 거시길 보자 더 그랬다.
“……밝히긴.”
에드워드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노아의 시선을 눈치 채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노아가 그런 게 아니라고 항변하려는 찰나, 에드워드에 의해 입이 막히고 말았다. 억울하고 무서운 섹스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노아는 밤새도록 에드워드와 ‘이것저것’을 같이 했다.
‘너는 날 사랑하잖아’라는 말을 협박처럼 들으면서.
***
하워드 피셔는 브로드웨이에서 제법 유명한 작곡가였다. 그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음악에도 종종 참여하곤 했다. 동시에 대학 강의도 나가곤 했는데, 노아는 하워드의 대학 제자였다.
그것을 인연으로 노아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하워드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작업실인 스튜디오의 온갖 잡일과 심부름이 그가 맡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하워드는 작업 중인 뮤지컬 곡이나 광고 음악을 과제를 내듯 노아에게 시키곤 했다. 잘만 만들어 오면 자기 것 대신 사용하겠다는 미끼를 걸고 말이다.
그러나 노아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작곡한 곡을 하워드의 것 대신 사용하지 못했다. 하워드를 만족시킬 만한 결과물을 가지고 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았다. 노아의 악보를 보고 있는 하워드의 표정이 심히 좋지 못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더 끔찍한 걸 가지고 왔군.”
“…….”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엉성해. 빌어먹을, 이 유치한 노래의 어디에 도박꾼의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거야?! 너 저번에 나한테 뭐라고 했어?! 라스베이거스에라도 가서 직접 보고! 겪고! 제대로 된 걸 만들어 온다고 했어, 안 했어?!”
“……하긴 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뭐?! 어쩌다 보니 대충하게 됐다 이건가?!”
노아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갤 푹 숙였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보고 하워드가 끔찍하고 유치하다느니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진짜 대충 수정해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똑바로 곡을 만들어 볼 거라고 라스베이거스에까지 갔었는데……. 하워드한테 깨진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고 흥청망청 취해 버리는 바람에 모두 망쳐 버리고 말았다. 술 때문에 쓸데없는 말을 뱉어 버리고, 거짓말을 하고, 급하게 맨해튼으로 돌아와 복수 당할까 봐 벌벌 떠는 일로 시간을 다 써버린 것이다.
게다가 에드워드 그놈이랑 새벽까지 뒹군 탓에 노아는 오늘 아침 눈을 뜨지도 못할 뻔했다. 그래도 곡을 써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득바득 일어나 수정을 완료해왔건만, 역시나 대충 한 게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