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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제가 그 정도로 별로인가요.’
상심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똑같이 어른들에게 농락당한 입장이었음에도 그는 채윤의 기분을 생각해서 거듭 사과하고 풀 죽어서 돌아갔다. 그에게도 황당하고 불쾌한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였을 텐데.
‘저 되게 오래 기다렸어요.’
채윤은 벌떡 일어나 찌뿌듯한 팔을 뻗고 기지개를 켰다. 어슬렁어슬렁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자 빗방울이 튀어 들어왔다. 굵어진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통통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가 아직 빌라 입구에 서 있었다. 넋 나간 아까 모습 그대로 가로등 불빛 아래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고개를 떨구며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저 사람, 우산은 갖고 있었던가? 그의 머리카락이 찬 겨울비 속에서 젖어 가는 듯 보였다.
“저기요.”
채윤이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준서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제가 있는 3층 창문을 올려다보며 동그래진 그의 눈이 놀란 토끼 같았다. 비를 맞고 오들오들 떠는 토끼.
“잠깐만요.”
채윤은 현관으로 나가서 신발장을 뒤졌다. 짙은 파란색 우산이 온갖 화려한 무늬의 우산들 속에 홀로 점잖게 서 있는 걸 보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입구의 자동문이 열렸다. 준서는 아직도 눈이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우산 안 가져오셨어요?”
“예. 아까는 비가 안 왔거든요.”
고작 몇 초 비를 맞았다고 아까보다 창백해진 얼굴이었다.
다들 이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채윤은 선뜻 우산을 건네지 못하고 망설였다. 우산 하나 내어 줘 봤자 그걸 쓰고 혼자 돌아가는 그의 모습도 가엾을 것 같았다. 이 온순한 남자를 속인 식구들 대신 사과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이런 생각 위험하지 않나. 찰나였지만 토끼가 아니라 여우 같은 눈빛을 했던 사람인데. 아니, 그래도 할머니 친구 손자인데 문전박대는 좀 심하다. 하필이면 비도 오는 이런 날…….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실래요?”
어쨌든 어른들이 시켜서 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일은 채윤의 부모님 귀에도 들어가게 될 테고 서로 가깝게 지낼 집안이라고 하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추운데 밖에서 오래 기다리신 거 같아서요. 바로 앞에 커피숍이 있거든요.”
“……같이요?”
준서의 눈이 순식간에 초롱초롱 살아나는 것을 본 채윤은 속으로 아차 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우산 들어 주실래요?”
채윤은 무뚝뚝하게 우산을 내밀었다.

커피숍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걷는 것만으로도, 준서의 들뜬 기분이 채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했다. 신경이 쓰여 힐끔 쳐다보면 그도 채윤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속도 없는지. 대단하신 집안이라더니 차도 없을 건 뭔가.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지만 않았어도.
채윤은 오늘 처음 만난 준서가 성가시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날씨 탓인지 커피숍 안이 한산했다. 실내는 보송보송 훈훈했고 달콤한 보이스의 팝 음악이 적당한 볼륨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채윤이 차를 사 주겠다고 고르라 하자 준서의 얼굴은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해졌다. 그는 예의상으로도 사양하지 않고 열심히 메뉴를 골랐다.
가벼운 남자로다. 차 한 잔 사 준다고 아무한테나 방긋방긋 웃어 대고 마누라 골치 좀 썩이게 생겼다. 채윤은 쓸데없는 트집을 잡으며 신경을 다른 데로 돌렸다.
둘은 창가 옆 푹신한 소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동네의 야경 속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 보고 앉은 기분은 묘했다. 이 공간 안에 들인 사람은 어머니와 친척 언니 정도였다. 친구들을 집까지 데려온 적은 없어서.
“오래 기다리셨어요?”
채윤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뇨. 별로 안 기다렸습니다.”
“아깐 되게 오래 기다렸다고 하셨잖아요.”
채윤이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자 준서가 ‘예.’ 하고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실은 퇴근하시는 시간에 맞춰서 왔습니다.”
집 주소와 전화번호, 퇴근 시간, 그리고 또 뭘 이 남자에게 알려 줬을까? 채윤은 내일 집에 가면 정보 제공자를 색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밖에서 한 시간 반쯤 기다렸다는 소리다. 날씨도 안 좋으니 어디 들어가서 전화해도 됐을 것을. 얼굴은 뺀질뺀질하게 생겼으면서 요령도 없는 모양이다. 굳이 옹호해 주자면, 능숙하게 요령 피울 줄 아는 사람보다는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채윤은 벽을 쳐다보며 레몬차를 홀짝거렸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에서 퍼지는 상큼한 레몬 향을 맡으니 어쩐지 피로가 엷어지며 나른해졌다. 준서는 조용히 핫초코를 마셨다. 그가 신중한 눈빛으로 메뉴판을 살피고 어른스러운 중저음으로 주문했던 메뉴였다.
“전 저희 할머니가 연예계 분들과 계속 교류하시는 줄 몰랐거든요. 은퇴하시기 전에 큰 다툼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동료분과 사돈까지 맺기로 하셨다니 놀랐어요.”
채윤은 준서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찻잔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그가 마냥 얌전하고 고분고분하니까 괜히 뭐라도 떠들게 됐다.
“아마 그 다투셨던 상대가 저희 외할머니일걸요. 재작년에 우연히 만나서 화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강혜선이라고 이름 들어 보셨습니까?”
“아……. 존함은 들어 봤어요.”
강혜선이라니. 알다마다. 채윤은 ‘나이도 한참 어린 게 사사건건 오만방자했다.’는 할머니의 평가를 떠올리며 표정을 관리했다.
“근데 두 분이 최근에 만나신 줄은 몰랐네요. 옛날에 같이 영화도 찍으시고 자주 비교되셨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은 나요.”
“지독한 라이벌이셨다던데요. 저희 외할머니도 김순애 선생님에 대한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옛날에 사귀던 남자를 뺏긴 적도 있다고 욕 되게 많이 하셨어요.”
“정말요?”
채윤은 생각지도 못한 할머니의 과거를 듣고 실소를 터뜨렸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요. 저희 할머니가 워낙 내성적인 분이셔서 당하고만 사신 줄 알았더니, 저한테는 숨겨 둔 과거가 있으셨나 보네요.”
남의 남자 친구를 뺏다니, 김순애 선생님 그런 분이셨구나. 채윤은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아마 준서 씨네 할아버님보다 좋은 남자분은 아니셨을 거예요. 저희 할머니 남자 보는 눈 없으시거든요.”
“사실은 그것도 들었습니다.”
준서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난처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며 입꼬리를 올리는 그의 모습에 채윤은 잠시 시선을 뺏겼다.
이럴 때가 아닌데. 별소리를 다 하고 있다. 그새 아까의 다짐은 잊고 친구들과 있을 때처럼 말이 많아졌다.
“두 분이 화해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준서는 진심으로 기쁘게 여기는 듯 말했다.
“……네, 그렇죠.”
그의 말투, 목소리, 손짓, 표정 따위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도 거리낌이 들지 않았다.
만약 그와 평범하게 이웃으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까? 아니면, 그때야말로 경계할 새도 없이 홀딱 넘어갔을까.
채윤은 금방 차를 다 마셔 버렸지만, 레몬을 조각내서 우물거리며 뭉그적거렸다. 잠시 대화가 끊겼고 피로로 몸이 노곤했는데도 빨리 일어나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준서도 소파 깊숙이 앉아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머그잔 밑바닥에 가라앉은 초콜릿이 아까운 듯 티스푼으로 공들여 저으면서.
머그잔을 쥔 손도 참 단정하다. 손가락은 길쭉했고 손톱 끝까지 깔끔했다.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이 잔에 닿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뭔가 간질간질해지는 느낌도 들고…….
채윤은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남들 다 잘생겼다는 연예인을 봐도 감흥을 못 느끼고 살았는데, 이런 쪽이 자신의 취향이었나. 수컷 냄새 풍기는 크고 굵은 선에 어울리지 않는 보들보들한 피부를 가졌고 애처럼 헤프게 눈웃음 짓는 남자.
“그런데 이런 시간에 내려가시려고요?”
채윤이 살짝 헛기침하며 물었다.
“아.”
준서가 빨려 들어갈 기세로 들여다보던 잔을 내려놓으며 제 입술을 살짝 핥았다.
“아닙니다. 아까 어머니한테서 내일 채윤 씨랑 같이 집에 오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주소랑 전화번호를 알게 되니…… 너무 보고 싶어져서요.”
채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물론 저는 채윤 씨를 댁에 내려 드리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뭘 마음에 담아 두시는 성격은 아니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채윤 씨 뜻도 이해했고요.”
준서가 채윤의 눈치를 보며 머그잔을 매만졌다.
채윤은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다. 자신의 말을 이해했다면서 모친의 성격에 대해 변명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깐깐한 이웃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건지.
“기차표는 예매하셨습니까?”
준서가 화제를 바꾸었다.
“네.”
채윤은 짧게 대답하며 슬슬 뭐라고 얘기하고 집에 돌아갈지를 생각했다.
“다행이네요. 기차가 낫겠죠. 도로는 많이 밀릴 테니까요.”
그는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개운하지 않은 표정을 했다. 그의 작은 한숨을 뒤따르듯 채윤도 한숨을 쉬었다. 사실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충 대답했을 뿐이지, 채윤은 버스를 타야 했고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멀미가 날 것 같았다.
말투를 보아하니 그도 기차를 예매하지 못한 모양인데 이러다 터미널에서 마주치는 건 아니겠지. 채윤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스푼을 내려놓았다.
“그만 일어날까요? 늦었네요.”
“예.”
준서가 아쉬움 짙은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찻잔을 정리하는 일에 손댈 때에는 동작이 빨랐지만, 그것들을 반납하고 커피숍 밖으로 나가기까지는 달팽이처럼 동작이 느렸다.
빗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가 그쳤는지, 유리벽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있어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온통 까만 어둠뿐.
저 남자랑 왜 이렇게 오래 있었을까.
채윤은 먼저 문을 열고 나가 커피숍 앞에 멈춰 섰다. 싸늘한 기운에 어깨가 움츠려졌다.
“우산은 가지셔도 돼요. 잠깐 그친 것 같으니까 저는 그냥 들어갈게요.”
“왜요? 같이 가요, 채윤 씨.”
“아뇨. 전 바로 근처라 괜찮아요. 지하철역 저쪽인 거 아시죠? 거기 택시도 잘 잡혀요.”
준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 차를 채윤 씨네 집 앞에 세워 놨는데요.”
“……차요?”
“예. 거기 교회 주차장이 개방되어 있어서요.”
채윤은 순간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짐을 차에다 실어 놓자’느니 어쩌느니 했었던가. 자신은 그걸 흘려듣고 착각을 해서 여기까지 온 건가.
“같이 가요, 채윤 씨. 저 데리고 가요. 컴컴하잖아요.”
준서는 오해받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입가를 실룩였다. 그가 채윤의 어깨를 가볍게 잡으며 방향을 틀게 했다. 채윤은 홀린 듯 그를 따라 걸었다.
빌라 앞에 도착해 준서가 자동차 키를 꺼내 누르자 맞은편 교회 주차장 안에서 삑, 소리와 함께 반짝 불이 빛났다. 엠블럼이 매우 낯익은 실버 메탈릭 컬러의 외제 차.
“차 사 주셔서 잘 마셨습니다, 채윤 씨. 푹 쉬세요.”
그의 목소리에 은근한 어리광이 묻어났다.
“아, 네…….”
네. 이렇게 좋은 차를 가지신 분인 줄도 모르고 제가 차를 사 드렸군요. 채윤은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에 귀까지 화끈거렸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우산은 다음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준서가 다짐하듯 작게 덧붙였다. 그러나 입구 비밀번호를 다 누른 채윤은 준서의 나직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피곤한 다리를 끌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새벽 4시.
채윤은 온몸에 느껴지는 근육통에 잠에서 깼다. 종아리며 어깨며 허리까지 욱신거렸다. 하이힐 신고 쇼핑 한번 했다고 이 모양이다. 평소 운동을 좀 했으면 덜했으련만, 하루 열두 시간씩 의자에만 앉아 있으니 별수 없다. 운동 부족은 위험 수준이었고 피로도 쌓일 만큼 쌓였으니 조만간 폭발할지도.
잠이라도 잘 자야 한다. 아직 두 시간은 더 잘 수 있다. 두 시간만 더…….
새벽 6시 50분.
채윤은 졸린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6시 50분……? 설마 하고 탁상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시계는 틀리지 않았다. 15분 뒤인 7시 5분에 예매해 둔 버스가 출발할 예정이었고, 집에서 터미널까지는 평소에도 30분은 걸린다.
“엄마아.”
버스를 놓쳤다. 평소 알람 없이도 약속 시간에 딱딱 맞춰 깨어나는 자신이. 직장 생활 3년 동안 지각 한 번 한 적 없는 자신이.
“나는 미쳤어…….”
채윤은 넋이 나가서 천장을 보고 중얼거렸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집에 가기 싫다고 되뇐 탓이 틀림없었다. 그땐 너무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았다. 까짓 거 늦으면 말지 싶었다. 어제 준서와의 일과 고향으로 내려가 맞이하게 될 일이 생각보다 정신력에 타격을 준 듯했다.
마지막 남은 귀한 표였는데 큰일이다. 비록 맨 뒷좌석 한가운데 자리였지만. 이제 무작정 터미널로 가서 빈자리가 생기는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끄응차.”
채윤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세수하고 옷 입고 화장을 시작하는 데까지 40여 분이 걸렸다. 빨리 준비하고 나서자는 마음과 달리 몸은 굼떴다. 평소 잘 하지도 않는 마스카라에까지 정성을 들이며 시간을 끌었다.
그때 문자가 울렸다.
[아직 차 안 탔니? 몇 시에 도착해?]
어머니. 게으름뱅이 남편과 30년을 살아온 어머니. 게으름을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어머니.
새해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일이 생겼다. 채윤은 답도 미루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화가 울렸다. 채윤은 계속 무시하고 가방을 챙겼다.
세 번째는 다시 문자.
[전채윤. 자는 거 아니지?]
차게 식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겨우 몇 초가 지나서 또 문자가 울렸다.
채윤은 할 수 없이 답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잘 잤어요? 준서입니다.]
놀라서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지금쯤 일어나셨겠죠? 제가 어제 경황이 없어서 묻지 못했습니다만, 채윤 씨는 몇 시 차를 타십니까? 역까지라도 데려다 드리고 싶습니다. 짐이 많잖아요.]
이렇게 태연하게 연락해 올 줄은.
채윤은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제 결혼할 생각 없다고 말했을 때 그도 이해했다더니 이건 무슨 뜻일까?
‘머리로만 잘 이해했다는 거야, 뭐야.’
그러나 한편으로는 준서의 문자가 하늘에서 내려 준 동아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속물적이고 염치없다는 자조 속에서도 차를 얻어 타고 편하게 가고 싶다는 유혹은 대단히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