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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호협 1권(9화)
제三장 독고무흔과의 대결(2)


아들의 말을 들은 독고검성은 중원무림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중원 칠대종사들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세외이화(世外二火)라 불리는 고수들도 만만치 않았다. 세외 남림도천(南林滔天)의 천주 화륜노조(火輪老祖) 맹천상(孟薦祥)과 세외 북설련(北雪聯)의 련주 장화금조(掌火昑祖) 가사완(佳獅完)은 세외의 남북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동서로 뻗었다.
절강의 동쪽 보타문도 있었지만, 이들은 무림과 통 교류하지 않았다.
천하무림은 새외 남북 세력과 정사의 칠대 명문대파로 이뤄진 각축의 시대였다. 중원무림과 새외무림이 서로 막상막하여서 함부로 넘보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원무림에서 오래전, 거대한 혈겁을 일으킨 천마신교를 허문 뒤로 중원무림과 새외무림은 서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중원무림에선 천마신교의 혈겁이 끝나고 평화가 정착하기 위한 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중원무림의 일대종사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았다. 참정신궁의 연옥선 만이 불혹을 갓 넘긴 중년의 나이였다. 그 미모가 아직도 대단하여 천하제일미(天下第一美)라 불렸다.
새외의 고인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은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독고무흔이 이토록 원한다면 중원무림의 명현종사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 나았다.
“아무래도 중원무림의 종사들과 겨루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소자가 어느 고인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까?”
“사파의 삼절은 창법, 독수와 암기, 체대나 아대를 다루는 무공이 뛰어나지. 네 검술은 뛰어나지만 최고 상승에는 이르지 않아 곤란하겠어. 아무래도 정파의 칠현 중에 무당장문 도경진현은 검왕이라 이름이 났으니, 그와 겨루는 것이 네가 이룬 검법의 성취를 확인하는 좋은 상대일 것 같다.”
“저도 그것은 들었습니다. 청허 진인은 지금까지 지난 육 년 동안 숱한 강적과 겨뤄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검의 제왕이라 불리는 고인이 아닙니까?”
“나 역시 그가 이룬 독보적인 태극혜검(太極慧劍)의 경지에 백 초식하고도 십여 초식은 더 겨뤄서야 이길 수 있었지.”
“정말 대단한 고수군요!”
무당파의 장문진인이자 정파칠현의 도경진현으로 불리는 청허는 십여 년 전에도 절정고수로서 무림에 그 명망을 화려하게 드러냈다. 육 년 전, 무당의 최고 절기를 완성하여 당당한 정파칠현의 일맥을 차지했다. 그는 무려 이백사십 전 이백사십 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대단한 검학의 고수였다. 그가 패한 고수는 검신 독고검성과 천지괴협 장학선 뿐이었다.
본래 검신 독고검성이나 천지괴협 장학선은 천하제일신검, 천하제일도신으로 불리었기에, 결투가 아닌 단지 가르침을 구하는 형태의 비무였다.
무림 제일의 고인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지만, 마땅히 자신이 가진 모든 전력을 다해서 응수했다. 그를 이기는데 백십오 초식이나 걸릴 정도로 놀라운 진보를 거듭했다. 순청극기의 내공을 성취했으니 결코 만만한 고수가 아니었다.

<2>

호북성, 무당산(武當山).
도가의 명문으로 곤륜파와 함께 이름이 높은 무당. 곤륜파가 쇠락하여 지금은 무림에서의 지위가 낮은 편이 됐다.
도가의 오랜 문파인 곤륜과 함께 전통이 살아 있는 무당은 명문 정파로서 그 명성이 높았다.
당금 무당파의 장문진인 청허는 도경진현이라 물리는 정파의 명현이다. 검학이 높아 숱한 강적과 고수들을 물리치며 무당의 명망을 드높인 무인 중에 무인이다.

검신 독고검성이 풍릉곡을 떠나 아들 독고무흔과 함께 이곳에 당도했다.
무당파는 무림의 천하제일신검 독고검성이 들어오자 깍듯한 예의를 갖추었다.
무당산의 싱그러운 바람을 쏘이니, 가슴이 뚫리듯이 시원했다. 독고무흔은 기대가 커졌다.
“네 무공이 성장하여 벌써 일대종사에게 대련을 구하다니… 참으로 놀랍구나.”
“아버님께서 부족한 소자를 이끌어 주셨기에 오늘의 소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흡족했다. 설령 아들이 청허 진인에게 일 초 반식에 지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천하제일신검의 왕림에 청허 진인도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천지괴협 장학선과 함께 당금 중원무림의 최고 고인이었다. 한 시대에 중원무림에 두 영웅을 공존시키고, 좋은 적수로서 또 친구로서 함께한 그들의 의리는 무림을 감동시켰다.
두 사람의 영웅담은 무림에서 아무리 해도 모자랐다.
“독고 대선배께서 누추한 무당산까지 왕림하여 주시고… 소생이 참으로 영광입니다.”
“아니네. 청허 장문의 실력은 강호에 정평이 있으니, 언젠가는 본좌의 경지에 이를 것이 분명하이.”
“칭찬하여 주시니 후배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천지괴협 장학선은 영봉장의 장주이자, 난화곡주의 사부이고… 심지어는 남해파(南海派)의 태상장문이기도 했다. 중원무림에서 무공과 세력, 지위로서 장학선을 따를 자는 없었다. 정파에선 개방의 세력이 가장 크고 웅대하였는데, 장학선의 세력이 그에 버금갔다.
남해파 현 태상장문인 장학선은 현재는 강서 영봉장의 장주로 머물면서, 도관을 열어 많은 도손을 배출했다.
남해파의 현 장문인도 장학선의 도손이었다. 영봉장과 강서 지역 도관에 있는 무사들과 도손의 수가 삼천에 이르렀다. 게다가 난화곡주 흑표도 그의 문외 제자였고 의술로서 많은 사람들을 구명했으니… 무림일맥에서 그는 대단히 높은 명성과 지위를 갖고 있었다.
최근 칠팔 년 동안 모자란 어린아이와 씨름을 하느라 무림에서 별로 활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청허 진인조차도 감히 얼굴을 함부로 마주 대할 수 없는 천지괴협 장학선과 검신 독고검성과의 제자 양성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장학선의 제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림의 일대종사로서 말하기는 뭐했지만.
장학선의 기행 중에 가장 큰 기행임에는 틀림없었다.
“하하. 청허 장문의 눈치를 보니 아무래도 본좌와 천지괴협 사이의 대결을 염두한 것 같구려.”
“역시 일세고인은 보는 눈이 다르십니다. 천지괴협 대선배의 무공과 학식은 오직 독고대 선배만이 따를 수 있는 신의 경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일세고인이 어찌 모자란 아이와 씨름을 하며 세월을 죽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본좌도 그 친구의 속내를 몰라 답답하다네. 어디서 그런 황당한 아이를 제자라고 거둬, 수제자로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려. 다만, 오늘 내 양자에게 견식을 좀 넓혀 줬으면 고맙겠어.”
“대선배의 분부라면 후배가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청허 진인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천지괴협 장학선이 전형적인 명문 정파의 진정한 일세 대협이라면, 검신 독고검성은 명문 사파의 열혈 협객과 같았다.
사파에서도 정인군자가 나올 수 있는데, 검신 독고검성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일세 대협과 열혈 협객의 궁합은 참으로 절묘했다.

청허 진인은 독고무흔을 응시했다.
“무림의 신진후학 중에 소검신의 검술이 최고라고 들었네. 소협의 무공을 견식하게 해 주니, 본장문이 감사하네.”
“무림의 큰 어른께 가르침을 받게 되어 소생이 기쁩니다.
검을 뽑자 햇빛에 반사되는 검(劍)은 예리한 빛을 뿜어냈다.
스르릉.
독고무흔도 검을 뽑아 들며 신랄한 눈빛으로 청허 진인을 쏘아보며 기선을 제압하고자 했다.
청허 진인에게서 태산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예리한 눈빛은 태산과 같은 청허 진인의 진중함에 비교할 수 없었다.
독고비검세(獨孤飛劍勢).
검을 매섭게 돌리며, 검을 슬쩍 허공에 띄웠다. 상승의 이기어검은 아니지만 제법 준수한 이기어검의 비검세를 펼치고 있었다.
청허 진인은 가만히 있었다. 몸을 날리는 독고무흔. 검병을 잡고, 검이 땅에 닿으면서 반쯤 휘어졌다.
탄검세(彈劍勢).
두 검법이 펼쳐지자 독고검성의 훌륭한 독고검법을 잘 이어 받았음을 느꼈다. 참으로 화려하고도, 멋있는 검초였다.
청허 진인은 검을 앞으로 뻗었다. 휘어진 검면을 검으로 붙잡아 틀었다. 독고무흔은 균형이 흔들리고, 장력을 가해 검을 날렸다.
챙!
단 일격에 빗금을 치듯이 날리는 청허 진인의 검술에 나가떨어졌다. 독고무흔의 목에 청허 진인의 검이 이토록 빨리 닿을 줄 몰랐다. 그것도 급소를 잡힌 것이다. 독고무흔은 충격적인 상황에 잠시 멍해졌다.
‘이럴 수가!’
양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검술은 천하의 일대종사와 겨루기엔 너무 부족했다.
청허 진인은 검을 거두었다.
척!
독고검성이 웃으면서 아들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
“장문진인께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지.”
“예, 아버님.”
독고무흔은 정신을 차리고 포권으로 무당장문 청허 진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손속에 인정을 두시어 감사드립니다.”
“자네의 탄검수법과 어검술은 같은 단계의 고수들이 당해낼 수 없는 탁월한 무예였네.”
“장문진인께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해 보게.”
“무슨 검법으로 제 검식을 이토록 무력화시킨 것입니까?”
“탄검수법과 어검술이 상승에 이르지 못하면, 그 아래에서 취할 수 있는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네. 자네는 너무 몸동작이 현란했어. 검면을 노출시키고 하괘와 목의 급소를 다 보이게 하니, 아주 평범한 검술로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 자네를 제압한 검법은 그 명칭도 없는 평범한 검술이라네.”
“……!”
아버지의 독고검법의 검초가 이름도 없는 평범한 검술에 지다니, 독고무흔은 큰 충격을 받았다. 몸이 덜덜 떨렸다. 천하의 일대종사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그가 깨우친 무학의 비전을 따르려면,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던 것이다.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게.”
“고맙습니다.”
청허 진인은 독고검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선배님의 양자는 과연 무학의 기재군요. 앞으로 몇 년 만 더 연마하면, 제가 수백 초식은 상대해야 할 정도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아들을 칭찬하여 주니 고맙소. 무공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하나, 상승 무학을 깊이 깨우치지 못했으니 아직은 많이 부족했을 것이오.”
“무엇보다 검면을 쉽게 노출시킨 것이 큰 흠이었습니다. 태극혜검은 신병이기의 검을 상대하기 위해, 예기가 강하지 않은 검면을 트는 원괘(圓卦)의 검술. 또 이정제동, 이유제강의 검술입니다. 해서 검면을 쉽게 노출시킨 것이 패인이겠지요.”
“과연 정확하구려.”
독고검성과 청허 진인의 대화를 들은 독고무흔은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가를 간파했다. 몇 년 이름을 좀 날렸다고 깊은 상승 무학을 깨우친 청허 진인의 적수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