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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호협 1권(12화)
제三장 독고무흔과의 대결(5)
수르르륵.
발이 질질 끌리며 독고무흔에게 끌려들어 갔다.
장학선은 단청보를 훈련시키면서 흡인결(吸引訣)은 생각하지 않았다.
단청보가 흡인결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 족적(足跡)을 그리며 일 장이나 끌려들어 갔다.
독고무흔은 단청보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쌍장을 가했다.
퍽! 퍽!
연거푸 네다섯 합을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심하게 아려 오는 느낌은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단 아프지 않았다.
그의 이상한 무공에 사정없이 균형이 흔들린 단청보는 거듭해서 대여섯 합을 또 두들겨 맞았다. 몸이 반 장이나 밀려나며 신발이 뜯어질 정도였다.
지이익.
옷이 찢겨 나갔다. 단청보는 전혀 새로운 방식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몸을 뒤로 빼고, 옆으로 피하려고 하면 독고무흔에게 말려들었다. 그래서 또 두들겨 맞았다.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였다.
“돈다. 실시!”
갑자기 단청보가 괴성을 지르며 반원을 그리며 몸을 돌렸다가 양 주먹으로 힘껏 밀어 쳤다.
순간적으로 독고무흔은 두세 걸음을 밀려났다. 강권(剛拳)으로 인해 생긴 반탄력에 밀린 것이다. 단청보의 내공이 독고무흔과 비슷했다면 독고무흔은 여덟 보 이상 밀렸을 것이다.
후웅!
틱.
단청보는 진에서 철봉이나 석벽을 반원을 그려서 밀어 치고, 강권을 가하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예상치 못한 무공에 기선을 제압당했지만 그런 실패에 익숙해져 개의치 않았다.
독고무흔은 대체 단청보가 어떻게 수련했기에 이렇듯 기상천외한 변화를 갖고 있는지 불가사의했다.
일순간, 그의 매서운 주먹이 명치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퍽! 퍽! 퍽!
단청보는 방금 전에 맞은 것에 대한 복수를 하듯이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완력이 워낙 드세어 독고무흔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아주 심한 뒤틀림의 소리가 들렸다.
‘끄드득!’
독고무흔은 단청보보단 내공이 우위에 있었다. 때문에 단청보의 철장공의 권격은 잘나가다가 이상한 반탄력에 튕겨졌다. 마치 처음에 독고무흔을 밀어치던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텅! 텅!
때리면 주먹이 도로 뒤로 물러나고 몸도 일이 보씩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마치 진에서 나오는 강한 바람과 같았다.
단청보는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 다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에서 바람을 무식하게 뚫고 나가려다 다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독고무흔이 단청보에게 두들겨 맞았다. 독고무흔은 서둘러서 뒤꿈치를 차서 도약한 후 뒤로 피하려고 했다. 단청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덜미를 잡았다.
“박지나바!”
동굴에서 박쥐를 잡던 것을 생각하며 매섭게 후려잡은 것이다.
독고검성은 놀라웠다. 서로가 일진일퇴를 주고받으며 아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독고무흔의 몸은 허공을 몇 바퀴 회전하더니 자신의 목이 단청보의 손에 붙들렸다.
‘이런!’
점점 더 성질이 났다. 아무리 떼어 내려고 해도 단청보가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완력이 이렇게 드센지 이건 흡사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에 걸린 느낌이다.
단청보가 동굴에서 박쥐 잡는 연습을 많이 하고, 진속에서 흙 포대나 무기를 하도 많이 잡다 보니 터득한 금나수법이었다.
이 무공은 본시 철장공의 철금수이나 본인은 정작 모르고 있었다.
퍽! 퍽! 퍽!
독고무흔은 오히려 단청보에게 걷잡을 수 없이 밀렸다. 다시 삼십여 합 이상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단청보는 독고무흔이 이상한 반탄력으로 방어하지 않는 머리 부분을 찾아냈다. 그는 매서운 속도로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 때렸다.
팍!
까드득!
독고무흔은 순간 눈앞이 ‘횅’하니 돌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흔들렸다.
탄막현세(彈幕現勢).
단청보에게서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이었다. 몸을 활처럼 휘었다가 튕겼다.
단청보는 독고무흔의 강한 탄력에 밀려났다. 어쩔 수 없이 그를 놔 주고 몸을 뒤로 밀었다.
독고무흔은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가 땅에 박고 튕겼다. 처음 기선을 잡을 때 효과를 본 천력혼사(踐歷魂瀉)를 다시 격출했다.
단청보는 전력을 다해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고 발을 땅에 박고 버티려고 했다. 그 또한 소용이 없었다. 다시 끌려들어 갔다.
“이얍!”
독고무흔은 매서운 고함과 같은 기합 소리를 일으켰다. 사정없이 단청보를 두들겨 팼다. 이번엔 발로 걷어차고 전력을 다한 장력을 가했다.
단청보는 일고여덟 합을 맞았지만 이번엔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좌우로 반원을 그리며 틀어 버린 후 한 손은 주먹, 다른 한 손은 손바닥으로 밀쳤냈다. 양 주먹으로 협공하던 것과는 달랐다.
독고무흔은 일시에 두세 걸음이 밀려났다.
단청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것도 진 속에서 움직이던 흙 포대와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개하고 있는 것이 철장공의 쌍장철산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
‘보여! 보여! 다 보여!’
단청보의 눈에는 독고무흔의 행동과 급소가 전부 다 보였다.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팔에서는 엷은 반원이 그려지고, 그의 장력을 피해 복부를 후려쳤다.
독고무흔은 경공을 전개하며 날아가다 복부를 맞자 적지 않게 괴로웠다.
단청보를 능가하는 내공이 있지 않았다면 몸 안의 장이 파열되었을 것이다.
이번의 권격은 진정한 위력의 강권(剛拳)이다. 탄막현세와 천력혼사가 완벽하게 깨져 버렸다.
어디서 나타난 천하기 이를 데 없는 우두미종 따위의 맨손 격투술에 제대로 깨지고 있었다. 독고무흔은 단청보에게 심한 적개심이 들고 있었다. 무시했던 얼뜨기가 자신의 턱밑까지 위협하며 몰아붙였다. 지금까지 많은 일류고수와 초식을 대결했지만 이런 적이 없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 이런 잡종에게!’
독고무흔은 자신도 모르게 성질을 났다. 반대로 독고검성은 단청보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몇몇의 움직임이나 보법, 경공술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 거의 태반이다.
등봉조극의 최고 경지에 있는 독고검성의 눈으로 봐도 그랬다.
단청보의 보법은 그 흐름과 변화를 예측하고 잡아낼 수 없는 것이 반이나 됐다. 경이로울 지경이다. 독고검성의 눈이 즐겁기까지 했다. 이런 입신 수준의 보법과 경신술. 나아가 환상적인 철장공이라니…….
“와! 세상에 저럴 수가! 보법과 경신술은 가히 입신의 수준이야. 입신의 수준! 나조차도 잡아낼 수 없는 변화가 태반이 넘어. 동괘(東卦)에서 상하괘(上下卦)를 밟았다가 삽시간이 중하괘(中下卦)를 밟으면서 회전력을 살살 타다니!”
“자네가 정확히 봤네. 청보의 보법과 경신술은 입신의 수준이지. 내공이 보다 더 충실하게 받쳐 주지 않아서 문제이지만, 자네 아들의 소혼장법을 무력화시킨 것은 뜻밖이구먼. 하나 내공에서 밀리니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
“저 아이가 어찌 저렇게 복잡하고도 오묘한 경공술과 보법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놀랐네. 게다가 소혼장법을 완벽히 깨뜨리는 절묘한 철장공이라니! 탄복했으이.”
“하하! 그런 소리 말게나. 청보 자신은 자기가 펼치는 경공술과 보법이 입신의 수준인 것도 모르고, 자네가 말한 요결대로 움직이는 것이 맞는지도 전혀 모른다네.”
“뭐라고? 그러니까 요결을 하나도 모른단 말인가?”
“청보의 지능이 모자라다는 건 자네도 알지 않나? 지금도 그런 복잡한 말을 알아먹지 못하는데 몇 년 전에는 더했어. 요결이나 초식, 구결은 저 아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네. 저 보법의 요결은 동괘회추(東卦會推), 상하괘의친벽요(上下掛衣進壁搖), 중하괘요상박동(中下卦拗相搏東), 응의요수비견괘주(應依邀水飛堅卦周)일세. 하나 저 아이는 저 요결을 하나도 모르면서 완벽하게 시행하고 있지. 더 나아가 그걸 제 뜻대로 응용하고 있는 단계야.”
“뭐, 뭐라고? 모르는 것을 완벽하게 응용한다고?”
눈이 의심스러웠다. 눈을 씻고 독고검성은 자세히 보았다. 보면 볼수록 독고무흔이 점점 더 수세에 몰렸다. 처음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독고무흔은 단청보의 보법과 경신법을 제어할 길을 찾지 못했다. 흡인결로 잠시 위축시켰지만, 너무나도 변화무쌍해 거듭 역전을 허용했다.
장학선이 말한 요결을 듣자 천재적인 머리를 굴려 움직이는 방향을 공격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대결은 어느 정도 대등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단청보는 그 요결을 이미 뛰어넘는 응용의 단계에 있었다.
독고무흔은 단청보를 밀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이런 빌어먹을! 이 곰팡이 같은 놈에게 내가 당하다니!’
또다시 두들겨 맞았다. 완전히 낭패였다. 절용상기에 달하는 호체내공이 없었다면 벌써 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파열되었을 것이다.
잠시 우위를 차지하면 이내 역전을 당했다. 더욱이 단청보의 거듭되는 장권무예의 초식을 제대로 깨뜨리지 못했다. 강한 내공으로 버틸 뿐이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잡종에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장력을 강하게 가해도 허공에 내지르는 격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났다. 분노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켜 갔다.
그 순간 소혼장법을 포기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더는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이 잡종에게 이렇게까지 역전을 허용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도격검세(荑掉擊劍勢).
검병에 내공을 가해 흔들었다.
독고검성은 깜짝 놀랐다. 저건 매우 강한 살초였다. 고함을 질렀다.
“당장 멈추지 못할까!”
<6>
이성이 마비된 독고무흔에게 검신의 고함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력을 다하는 매서운 일격의 검기(劍氣)가 단청보를 덮쳤다.
단청보는 내공이 독고무흔에게 밀려 검기에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워낙에 빠른 쾌검이라 단청보는 대응할 방법도 시간도 없었다.
일순간의 검광(劍光)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찌익!
팡!
독고무흔의 일격의 검기.
장검은 매섭게 구겨졌다. 단청보의 뒤에서 천지괴협이 장력으로 밀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다급하자 장학선은 연음신도장 제사장 벽공노도(霹空怒濤)의 장력을 가했다.
단청보는 독고무흔의 일격의 검기와 천지괴협의 장력 사이에서 서로 상쇄된 탓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그러나 옷이 반 이상 찢어지면서 검기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욱!”
짧은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독고검성이 어깨를 잡아 독고무흔을 끄집어냈다.
독고무흔은 거듭해서 역전을 허용했다. 그 바람에 단청보에 대한 적개심이 도를 넘게 된 것이다. 어디서 저런 저질에게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는 것인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분기가 지나가자 적지 않게 당황했다.
독고검성은 독고무흔의 뺨을 매섭게 후려쳤다.
철썩!
화가 단단히 난 독고검성은 매섭게 꾸짖었다.
“내 분명 멈추라고 하였는데도 살초를 전개하다니 너는 저 아이보다 자질과 재능이 수십 배는 더 뛰어나다! 그럼에도 네가 저 아이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 네 노력과 정진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냐? 어째서 저 아이를 탓한단 말이냐? 이 못된 놈!”
“…….”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침을 꿀꺽 삼키며 움츠러들었다.
장학선은 단청보의 몸으로 들어온 검기를 걷어 냈다. 독고검성도 단청보의 맥을 짚었다.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기절을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장학선은 독고무흔을 보는 시선이 더욱 나빠졌지만 독고검성이 충분히 꾸짖었으니 더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제때에 장력으로 밀었기에 중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있었네. 부상은 비교적 경미한 편이니 며칠 운공요상하고 잘 달래면 되니 염려 말게.”
장학선은 그것으로 다행으로 여겼다. 일격의 검기를 제대로 맞을 찰나였기에, 자칫했으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목숨을 잃지 않으면 지금까지 어렵게 쌓은 무공을 잃고 더 심한 폐인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찔했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