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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호협 1권(16화)
제四장 청보, 천목산으로 가다(3)


<3>

출렁출렁.
바닷물이 요동을 치며 올라왔다. 파도가 거센데다 바람이 너무 거칠었다. 물살은 어찌나 강한지 휩쓸고 가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위압적인 절벽을 치고 드는 물줄기의 폭음은 귀청마저 떨리게 했다.
촤촤촤.
장학선은 해광림에서 이백 리 떨어진 심해연(深海演)으로 왔다. 지난 몇 달간 단청보는 비도섬류를 하루에 수천 번씩 연습했다. 내공은 그만큼 정심해지고 무학의 깊이는 반복 속에서 변화정수를 깨우쳤다. 장학선은 청보를 재울 때도 만년옥침상에서 재웠다.

확인할 차례였다. 강호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일류고수나 절정고수보다 더 무섭고, 무시무시한 심해연의 파도와 싸우게 했다. 이 심해연의 파도는 그 위력이 무신지경의 고수에 버금갔기 때문이다. 단청보의 가능성을 더욱 깊게 다지는 일이다.
“청보야, 이곳에서 네가 비도섬류의 도법으로 저 물살을 견뎌보도록 하려무나.”
“네, 사부님.”
지난 몇 달 사이 단청보의 무공은 더욱 깊어지고, 동풍의 병세는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호전됐다. 발작의 횟수도 부쩍 줄어들었다. 칠 일에 한 번 정도 발작하는 수준이었다. 매일 그러던 것에서 칠 일로 늘었으니 참으로 많이 발전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단청보는 더는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절진에서도 견뎌냈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장학선은 그런 단청보에게 무공의 요지를 가르쳤다.
“예전엔 내가 일일이 행동으로 보여 주고 반복하여 알려 줬다만, 이제부턴 네가 요지를 갖고 활용을 해야 한다. 저 바위는 물살이 가장 강하게 들이치는 곳이다. 저곳을 보면 평평한 공간이 드러나지?”
“네, 사부님.”
“이 무공의 수련법은 삼 단계로 나뉜다. 일 단계는 백 초식 동안 물살을 쳐 내면서 네가 서 있는 그곳에서 버티는 것이고, 이 단계는 삼백 초식 동안 물살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뒤로 쓸려 간 물살을 도법이나 철장공의 수법으로 끌어서 밀려오는 물살을 쳐서 상쇄시키는 것이다. 숙지했느냐?”
“네, 사부님.”
“그 방법과 변화는 이 사부가 직접 행동으로 시범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팔 년간 사부는 너에게 많은 것을 반복적으로 가르쳤다. 이제는 하나의 요지를 갖고, 모든 것을 활용해서 터득해야 할 차례다. 삼 단계는 네가 버티고 있는 곳으로 다시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물살과 싸워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리되면 바다로 물선이 그려져 쪼개지거나 갈라지는 것 같은 형상이 물에 나타날 것이다. 네가 그 형상을 구백 초식 동안 계속 유지하면 이 수련은 끝나는 것이다. 낙영일섬도는 삼 단계에 돌입할 때부터 수련하면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언제 한 단계씩 올라가면 되죠?”
“일 단계의 기본을 백 초식씩 연습하다가 버티는 초식 수를 늘려 삼백 초식을 몇 달간 유지했다면 너의 내공과 외공은 고루 깊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단계로 올라가면 된다. 또 이 단계를 일 단계와 같이 올려가며 구백 초식을 몇 달간 유지했다면, 너의 내공과 외공은 이미 순청극기에 도달한 것이다. 그럼 삼 단계를 통해 연습하면 된다. 넌 이것을 가지고 수련해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저 심해연은 무림의 일대종사들도 모르는 신무자연관(神武自然觀)이다. 사람의 무공이 아무리 깊어도 자연의 조화를 따를 수 없단다. 심해연의 위력은 능히 무신지경의 고수에 해당하니, 저보다 더 좋은 수련장이 없을 것이야.”
단청보는 금월도를 들고 파도가 몰아치는 심해연의 바위 위에 올라섰다. 평평한 공간은 네다섯 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강한 밀물의 때가 되어 파도가 몰아치면 물살에 휩쓸리게 되어 있었다. 물살은 삽시간에 격렬한 굉음을 일으키며 용솟음쳤다.
커! 커! 커!
휘리리리링.
단청보는 금월도를 매섭게 휘둘렀다. 해수동의 절진에서 몇 달 동안 수련한 비도섬류의 도법이다.
물살은 전과는 다르게 그 공간이 한 번에 들어차고, 베어도 끝이 없었다.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 힘과 파괴력이 지대했다. 먼저 몸을 앞으로 밀어 물살을 빠른 속도로 후려쳤다.
샤샤샥.
물은 아무리 잘라도 모양이 변할 수 없었다. 예리한 칼날의 섬광을 머금고 물살을 무섭게 잘랐다. 아주 빠른 속도로 잘라내며 앞으로 나갔다. 몸의 균형을 좌우의 괘를 밟아 지켜 나갔다. 비도섬류의 제이초식 비섬광류(飛剡洸瀏)로 상대했다. 사상쾌도에서 배운 방식대로 매서운 속도로 빠르게 휘두르며 금월도에서 펼쳐지는 강한 예기(銳氣)로 물살을 흩었다.
주르르륵.
거센 물살이 밀려닥쳐 몸이 밀렸다. 몸을 틀어 같은 초식을 다르게 활용했다. 맹렬한 빗금을 치며 물살을 쳤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후려쳐도 물살의 거센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몸은 뒤로 걷잡을 수 없이 밀렸다. 단청보는 잠영비공술의 회전력을 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금월도를 휘둘렀다.
솨아. 솨아.
비섬광류의 다른 활용법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오십 초식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거듭되는 물살에 단청보는 견디지 못했다. 이러다간 물살에 완전히 휩쓸려 나가고 말 것이다. 그는 몸을 날려 장학선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장학선은 미소를 지었다.
“집착하지 않는 그 자세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은 네가 스스로 판단해서, 방침을 세우고 방침에 따른 전략과 전술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앞으로 제 능력에서 너무 벅찬 것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해치우려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다. 너무 벅찬 것은 한꺼번에 할 수 없는 것이 다반사. 무리하면 너만 크게 다치고 말아. 역량을 초과하는 일을 무리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야. 역량을 초과하는 일이거든, 역량을 쌓아서 시도해야 옳은 것.”
단청보는 사부의 말을 듣고는 운기조식을 했다.
연음신공의 운기조식법과 구결, 요체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어 모두 알고 있었다.
장학선은 연음신공의 갈래에서 나온 혼원기공, 청양진기, 원양신공의 구결, 요체도 모두 외우게 했다.
혼원기공은 미수공의 단계에 있는 이삼류 무사들이 진일원기의 내공을 쌓기 위한 것이며, 청양진기와 원양신공 순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얍!”
다시 뛰어들었다. 거센 물살을 상대로 이번에도 오십 초식을 버텼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거듭해서 시도했다. 그리고 단 일 초식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도경어도(刀勁禦掉)의 초식을 쓰기도 했다.
아무리 변화하고 별별 짓을 다하여도 오십 초식밖에는 버티지 못했다. 단청보는 문제의 근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
“청보야.”
“예, 사부님.”
“네가 왜 거듭 시도하는데도 오십 초식밖에 버틸 수 없을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 답은 난 알고 있단다. 하지만 너에게 그걸 가르치는 순간 넌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답을 네 스스로 찾아내 보거라.”
단청보는 답을 구하기 위해 물살에 또 뛰어들었다. 이번엔 새로운 초식을 변화시켜서 사용했다.
비금섬류참(批襟剡瀏斬)이었다. 물살을 일 장에 걸쳐 가르며 매섭게 후려쳤다. 하지만 오십 초식밖에 견디지 못했다.
자섬비류(刺閃庇瀏)의 초식으로 막을 만들어 밀어붙이고 여러 가지 변화를 탔다. 이쪽으로도 틀어 보고 저쪽으로도 틀어 봤다. 그럼에도 오십 초식밖에 견디지 못했다.
단청보는 나왔다. 시각이 지나 물살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쥐어짰다. 어째서 오십 초식밖에 버틸 수가 없는 것일까? 장학선은 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묵묵히 물고기를 구웠다. 단청보도 사부에게 답을 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오십 초식만 견딘다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어. 하나는 내공이 약해서 오래 버틸 수 없다든지. 두 번째는 초식 하나의 변화식에만 얽매여 있다든지. 그렇다면 여러 초식을 함께 변화시켜 응용할 수 있어야 해.’
생각을 정리한 청보는 사부가 주는 물고기를 먹으면서 골똘하게 생각해 봤다. 장학선은 말없이 단청보를 지켜봤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단청보가 물었다.
“사부님,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무엇이냐?”
“제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단시일 내에는 저 물살을 상대로 백 초식을 버틸 수 없죠?”
“그래, 잘 보았다.”
“그러면요, 지금 제가 갖고 내공의 한계로 얼마나 버틸 수 있어요?”
“칠십 초식까지 가능하다.”
“그러니까 제가 이십 초식을 더 버틸 수 있는데 뭔가 부족해서 이십 초식을 더 버티지 못하는 것이고, 빠져나오고 나면 내공이 고갈되어 운기조식하고 있었군요.”
“관건은 그 이십 초식을 네가 어떻게 더 버틸 수 있느냐를 찾아내면 되겠구나.”
단청보는 내공의 문제라기보단, 무공 응용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가 맞는 것이다.
하나의 초식에서 나타나는 변화에만 의지해 이기려다 보니까 맥만 빠지고 있었다.
그날은 남은 시간 진법에서 수련하고는 만년옥침상에서 내공을 수련하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또다시 물살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자 도전했다.
이번엔 무리하지 않고 하나의 초식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변화를 갖고 버텼지만 삼십 초식밖에 견디지 못했다.
내공을 무리하게 소모시키지 않고 하나의 초식으로 나오는 변화와 위력으론 버틸 수 있는 초수가 삼십 초식으로 반감되었다.
단청보는 그렇다면 여러 가지 특성을 갖고 있는 초식을 한꺼번에 합쳐서 응용해야 한다는 것에 도달했다.
장학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방도를 찾았군. 한번에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실패와 시도로서 연구하면 찾아낼 수 있겠지. 비도섬류에는 특성이 다른 초식 네 가지가 있는데, 그 모두를 연달아서 활용하면 칠십 초식은 견딜 터.’
내공의 수준으로 보아 백 초식은 무리지만, 응용을 잘하면 내공을 고갈시키지 않고도 칠십 초식을 견딜 수 있었다.
단청보는 다시 뛰어들었다. 비도섬류의 네 가지 초식을 모두 사용했다. 심지어 허리춤에 차고 있던 패도도 함께 사용했다. 이번엔 오십사 초식을 버텼다.
네 초식을 더 버틸 수 있었다. 여러 초식을 사용해 대적하는 것은 획기적이었지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매우 서툴렀다. 오히려 다음에 시도할 때는 사십 초식밖에 못 버텼다.
해법은 찾았지만 더욱 퇴보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뭔가 조화가 맞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학선은 조언을 해 줬다.
“무공을 수련하다 보면 때로 전보다 퇴보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에 얽매여 무리하면 주화입마가 일어나지. 퇴보하는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은 네 몸이 쉬어야 한다는 전조 증상이다. 숨소리를 느껴 보거라.”
“아, 거칠어요.”
“그래. 그런데도 계속하면 오히려 퇴보하게 되고, 거기서 더 무리하면 주화입마에 빠지는 것이다.”
“네, 사부님.”
단청보는 즉각 파도와 싸우는 것을 중단하고, 만년옥침상에서 운공요상을 하며 호흡을 다졌다. 동시에 우황청심환을 먹고 병의 기운을 다스렸다.
단청보는 파도에서 싸우기 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련을 했다. 며칠 후 호흡이 안정되고 몸이 날쌔게 움직이자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오십팔 초식을 버텼다. 두 번째는 오십구 초식을 버텼다. 그런데 열 번을 시도해도 같은 초식만 되풀이해서 버텼다. 무공 속에 담긴 변화를 전부 익히지 못했다는 뜻이다.
초식을 연결하여 하나로 통합해서 쓰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다시 보름이 지나서야 단청보는 칠십 초식을 견뎠다.
비도섬류의 초식을 하나로 통합하여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었다.
다음에는 철장공으로 칠십 초식을 버티는 훈련을 했다. 역시 보름 가까이 실패해서야 비로소 칠십 초식을 버티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에는 한 번은 철장공으로, 한 번은 비도섬류로 버티는 훈련을 했다.
서로 다른 무공을 한 번씩 해서 성공시키려니 쉽지 않았다. 이번엔 거의 한 달이 넘겨 걸렸다.
한 달이 지나자 한 번은 비도섬류로, 또 한 번은 철장공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두 무공의 깊이가 함께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4>

저벅저벅.
둔탁하면서도 묵직한 걸음 소리가 단청보의 귀에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언제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단청보를 보자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때보다 많이 정진했구나.”
“감사합니다.”
단청보는 머쓱했지만 짧게 대답했다.
독고검성은 열심히 정진하는 단청보의 모습을 보자 뿌듯했다. 양자로 거둔 독고무흔은 거듭되는 반복적인 수련과 다음 단계로의 진전이 없자 불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장학선의 시선에 독고검성과 독고무흔이 들어왔다.
“하하! 갑자기 여기엔 무슨 일이신가?”
“자네 제자가 얼마나 성취를 이루었는지 봐야지 않겠는가. 그에 앞서 따져야 할 일도 있으이.”
“자네 양자와 내 제자가 서로 비무하기에 앞서 따질 일이 있다? 그래, 들어오게.”
장학선은 무언가 눈치를 챘다. 그는 단청보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청보야, 넌 가서 쉬도록 하여라.”
“네, 사부님.”
단청보는 사부가 시키는 대로 처소로 들어가 쉬었다. 독고검성도 양자인 독고무흔을 물렸다.
“무흔이 너는 검술이나 더 연마하여라.”
“예…….”
벌레 씹은 얼굴로 대답했다. 단청보를 보자 이번엔 반드시 이겨 절세무학을 전수받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독고무흔의 매서운 기세를 봤지만 장학선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독고검성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의 얼굴에 노기가 적지 않게 가득했다.
“안으로 들게.”
“그러지.”
냉랭한 기류.
적막감이 감돌았다. 장학선은 독고검성의 눈치를 읽고 있었고, 독고검성도 장학선의 눈빛을 읽고 있었다. 서로가 통하는 친구가 아니던가.
“청보의 신변에 대해 자네는 알고 있었지?”
“나도 바로 알지는 못했다네. 몇 가지 유품은 챙겼네만. 신분을 확실하게 안 것은 난화곡으로 아이를 데려가면서였어. 그때서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
“그렇군. 자네도 처음부터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것 같진 않았으니까. 하면, 그 아이의 주변에 있는 그 일을 어찌할 것인가? 있을 수 없는 패륜임에도 방치할 것인가?”
독고검성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도 사파의 맹주를 역임했고, 그를 따르는 심복들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었다.
“난 처음부터 모자란 제자를 찾고 있었어. 청보의 신변을 확실하게 안 것은 제자로 거두고 나서 몇 년이나 지나서였네.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불쌍할 줄은 몰랐지. 아픈 만큼 더 정이 간다고, 내게 너무나 아픈 제자였지.”
“알면서 그 일을 덮었는가? 자네도 탐걸(探傑) 조행안(趙幸安)을 알고 있지?”
“내가 흑표에게 들었듯이 자네 역시 탐걸에게 들었군.”
탐걸 조행안.
무림제일의 지낭(智囊:정보통)이다. 신출귀몰하게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는 기가 막힌 인물. 그에게서 단청보의 신변에 대해 들었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현 무림에서 재밌는 속담이 있었다. ‘귀신은 속일지언정 탐걸은 못 속인다.’라고. 현 무림에 대한 백 년치의 정보를 갖고 있는 지낭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당장 할 수 없다면 기한을 정하고 반드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져왔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얻지 못한 정보가 있었다. 요새 무림에 있어 성가신 존재로 군림하는 초살검계였다.
조행안은 유일하게 존경하여 따르는 무인이 두 명이 있었다. 검신 독고검성과 천지괴협 장학선이다. 그가 얻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의뢰금를 받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행안이 알고 있다면 언젠가 무림을 흔드는 큰 사건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워낙 중대하여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다. 단청보의 주변에는 쉽지 않은 문제가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