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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호협 1권(19화)
제五장 삼일대련(三日對鍊)(3)


다음 날.
첫날에는 서로 병기를 갖고 대결했다. 둘째 날은 병기를 빼고 권각술로 겨루는 것으로 했다. 단청보는 철장공으로 독고무흔은 소혼장법으로 상대했다.
장학선은 자신이 있었지만, 독고검성은 별로 자신이 없었다. 아들의 권각술은 강호의 일류고수, 절정고수들과 대결하여 많이 밀렸기 때문이다.
삼 년 전에도 단청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때는 쉽게 이길 줄 알고, 덤볐다가 일이 엉클어졌던 탓도 있었다. 청보와 같이 완벽에 가깝게 정련한 고수와는 하늘과 땅 차이일 것.
“이번엔 서로 권각술을 겨뤄 본다.”
독고무흔은 전에도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 권각술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권각술은 단청보의 맹렬한 선공으로 시작됐다.
팍! 팍!
“이얍!”
독고무흔은 큰 기합 소리를 내며 단청보의 몸을 내공의 강기로 삼 보를 밀어냈다.
단청보는 그것을 도약물로 삼았다. 파도와 싸우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철장공의 철화유격과 쌍장철산의 초식을 전개해 압박했다.
독고무흔은 소혼장법의 장력으로 단청보의 주먹을 막으려고 했다.
역부족이다. 점점 더 밀리기만 했다. 몸까지 재빠르고, 보법과 경신술이 입신의 수준 이다 보니 검을 겨룰 때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게 차이가 났다.
팔십 합을 붙었지만 갈수록 밀렸다. 이젠 단청보의 공격을 피하는 상황이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지만 그때처럼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몸은 거듭 뒤로 밀렸다. 장력에 내공을 가하여 밀어붙이면 영락없이 피했다. 아니면, 도약하여 오히려 역공을 가해 왔다.
단청보는 독고무흔의 소혼장법은 독고검법보다 훨씬 뒤쳐져, 확실하게 익히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변화가 평범하고 내공만 무조건 가해서 밀어 버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초식을 부드럽게 사용했다. 내공이 앞선다고 하지만 격차는 한 치의 차이밖에 나지 않을 뿐이다.
파도와 싸우고, 버티면서 내공이 많이 향상된 것 같다.
백 합을 더 회전하자 독고무흔은 뼈가 뒤틀리고,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흡인결을 바탕으로 하는 천력혼사도 먹히지 않았다. 그런 무공을 경험한 단청보는 추운지철의 철장공 지력을 격출했다.
이윽고 내관혈(內關穴)을 찔러, 더 이상 장력에 내공을 불어넣지 못하게 했다.
픽! 픽!
독고무흔은 마치 검으로 찌르는 것처럼, 단청보의 강철 같은 손가락에 내관혈을 찔리자 고통이 심했다. 굳건하게 참아 냈지만 단청보는 다리로 양구혈(梁丘穴)과 허벅지를 걸었다.
독고무흔은 힘으로 억지로 버티려고 했고, 내공을 가해서 밀어보려고 했다. 모두 흩어졌다. 파도 속에서 철장공을 맹렬하게 수련했으니 내공을 가하면 그냥 피해 버렸다.
그럴수록 더 공력이 고갈되고, 맥이 빠지는 쪽은 돼먹지 않는 반항을 하는 쪽이었다.
“타앗!”
독고무흔은 털썩 주저앉았다. 이 년 전에도 단청보의 철장공과 박투술에 아주 혼이 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하게 제압되다시피 했던 것이다.
검술로 단청보의 경신술과 보법을 많이 피하고, 강력하게 제어했다. 그렇다 보니 매우 팽팽한 편이었으나, 장권무예는 일방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는 지난번과 다르게 그를 두들겨 패지 않았다.
“형님이 지셨습니다.”
“…….”
이건 정말 망신이다. 천하무림에 비무대를 갖춰 놓고, 싸운 것이라면 정말이지 거대한 망신일 것이다.
지금 단청보는 천하우두, 우두미종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를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패하면 완전히 개망신인 상황에서 완전히 죽을 쓰는 표정으로 억지스럽게 말했다.
“자네가 이겼네. 장권무예는 자넬 따르기 힘들겠어.”
천지괴협 장학선의 눈에는 그의 겉과 속이 다름이 들어왔다. 미간이 찌푸려지면서도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속마음이 어떻든 패배는 인정했고, 행동으로 두드러지는 잘못은 없었다.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대련에서 병기무예와 장권무예에서 청보가 이겼구먼. 이제 우두미종이란 딱지를 뗄만 하겠어.”
“그러하이. 이런 상승 고수를 우두미종이라고 부르다니 진가를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처사지. 이렇듯 크게 성장했으니, 놀랍네.”
독고검성은 진정으로 탄복했다. 칠 년 전의 그 돼지가 이제는 강고한 상승 고수가 되어 있었다. 무림은 그것도 모르고, 단청보를 우두미종이라 놀리고 있었다. 사람이란, 어느 하나의 단면만 있지 않거늘 그들의 고정관념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3>

그날은 쉬었다. 두 번이나 패하자 독고무흔도 단청보에 대한 극심한 적개심은 더더욱 깊어졌다.
내가 저런 바보에게 처참하게 패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만큼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였던 것일까. 심사는 괴로웠다. 당장이라도 그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무공으로 어려우면 계략을 써도 될 일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타당하지 않았다.
그는 밤이 되자 단청보의 처소에 들었다.
“청보.”
“예, 형님…….”
“자네에게 성질이 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이겠지. 하지만 노력 정진의 열정과 의지는 탄복했어. 볼품없는 바보도 노력 정진과 열정의 의지를 끝까지 펼친다면 의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무공에 대한 자질은 내가 자네보다 낫지만 노력정진과 불굴의 열정은 내가 모자랐어.”
“전 형님처럼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랬군.”
단청보가 전에는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했지만, 이젠 말문이 시원하게 트여 있었다. 독고무흔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은 간단한 계략에도 쉽게 걸려들겠어. 조금만 잘해 주어 친해진다면 아무도 없을 때 제거할 수 있으니 말이야. 흐흐.’
일단은 단청보에게 적개심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았다. 적당하게 달랠 필요가 있었다. 자기와 어느 정도 친해진다 싶을 때, 제거하면 참으로 간단한 일이니 말이다.
“청보. 자네에게 의외의 매력이 있음을 알았어. 세상은 자넬 하찮게 보고 있지만, 자네의 노력 정진과 불굴의 열정만은 천하제일이라 칭찬하고 싶군. 거짓이 아니야. 그것이 적이라고 하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네.”
“고맙습니다, 형님.”
“고마워할 것은 없어. 인정할 것은 인정한 것뿐이니. 하나 자넨 마음이 너무 여려서 별것도 아닌 암수에 쉽게 당할 수 있겠어. 무림에선 암수나 계략도 실력임을 알아 두게. 무림에서 자네보다 오랜 세월을 경험한 사람의 조언일세.”
독고무흔도 사부와 같은 말을 했다. 암수나 계략도 실력이라니……. 사부는 심모원려의 경륜에 도달하라고 했다. 암수나 계략에 잘못 말려들면 천하제일의 고수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 무림이다.
독고무흔은 비교적 가볍게 단청보의 처소를 나갔다.
“무림에서는… 암수나 계략도 실력이었다니.”
세상이 조금은 두렵다. 지금도 우두미종이라 손가락질을 하는데… 무공과는 다르게 말로서 듣는 무림에 실체에 대해선 갸우뚱했다.
단청보는 돌아서는 독고무흔의 모습을 보았다.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다.
‘앞에서는 온기가 있는 척하다가 뒤로 가니 싸늘하네. 내게 한 말은 전혀 정이 서려 있지 않았어.’
천지괴협은 제자 단청보와 독고무흔의 모습을 보았다.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음…….’
엷은 신음을 내며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다음 날.
검신 독고검성과 독고무흔은 마지막 대련을 준비했다. 이것은 단청보가 결코 이길 수 없는 대련이기도 했다.
“이보게. 이틀 동안 병기무예와 장권무예를 겨뤘네. 마지막은 글로 겨루는 것이 어떻겠는가?”
“글이라… 내 제자가 사서삼경을 알고는 있지만, 학문이 아주 깊지 않고 글을 깊이 배운 적이 없다네.”
“무흔이는 필법(筆法)을 익혀 글솜씨가 아주 제법이지.”
“이건 청보가 지겠구먼.”
천지괴협은 그동안 무공수련에 훨씬 더 많은 무게를 두다 보니 단청보의 학문은 사서삼경을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함을 알았다. 완벽하게 외우고 응용하기보단 읽고 뜻풀이를 할 수 있는 정도였고, 글을 보고 읽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필법도 한 번 대련할 필요를 느낀 장학선이 말했다.
“청보야, 필법을 한 번 대련해 보겠느냐?”
“네, 사부님.”
독고검성은 아들의 학문이 매우 비범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서오경을 달통했을 뿐만 아니라, 붓글씨에도 재능이 있었다. 필법 시문에 있어서는 독고무흔이 압도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장학선은 승부를 떠나, 제자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필법을 겨루려면 시문이 있어야 하는데… 무엇으로 할 텐가?”
“자네 제자가 사서삼경을 읽고, 뜻을 풀이할 수 있다면 시경의 시문으로 필법 대련을 해 보지.”
“그렇게 하게나.”
독고무흔은 붓을 들었다. 먹물을 잔뜩 머금은 붓은 기세가 대단했다. 태산과 같은 장엄함이 펼쳐지고 있었다. 큰 나무판자에 시문을 적었다.
학명(鶴鳴).
단청보의 눈에도 멋있게 쓴 글씨가 눈에 들었다.
자신이 봐도 참으로 잘 쓴 글씨였다. 글씨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정말 학이 우는 것 같은 필체였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학의 울음소리…….”
“하하. 반복해서 가르친 효험을 보는구나. 그래 그 정도는 알아봐야지.”
“하지만 저는 학문은 깊이 배우지 않아서, 사서삼경을 읽어 뜻은 알아도 응용은 못해요.”
“그래도 한 번 해 보면, 네 눈이 즐거울 것이다.”
사부의 말대로였다.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듯 글은 살아서 움직였다. 진짜 학이 우는 것 같은 우아한 필체였다.
단청보는 절대 하지 못할 것이었다. 독고무흔은 거침없이 글을 적어 나갔다. 일필휘지(一筆揮之).

鶴鳴于九皐(학명우구고)
聲聞于野(성문우야)
魚潛在淵(어잠재연)
或在于渚(혹재우저)
樂彼之圓(악피지원)
爰有樹檀(원유수단)
基下維?(기하유탁)
?山之石(타산지석)
可以爲錯(가이위착)

단청보는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저렇듯 호쾌하게 쓰는지 알 길이 없었다. 눈이 빙빙 돌아갔다. 하지만, 예전처럼 몰라서가 아니었다. 너무나 경이로워서였다. 시문을 죽 보면서 단청보는 뜻을 읊었다.
“음… 저것은 이렇게 풀이가 되네요. 두루미가 구고에서 우니, 그 소리 온 들판에 들려오네. 물고기는 깊은 못에 숨어 있다가 물가로 올라오기도 하는구나. 즐거워라 저기 동산은 박달나무 심겨 있고, 그 아래에는 개암가시나무 자라는구나. 그 산의 돌로 숫돌을 삼을 수 있도다. 정말 글이 멋있네요.”
독고무흔은 단청보가 제법 글귀를 알고, 공부를 했음을 알았다. 저 정도의 공부면 학문으로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식하다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독고무흔이 잘 풀이하는 단청보에게 말했다.
“이 시문은 이게 끝이 아니야. 다음 시문을 이어서 완성을 해 보도록.”
“저기요… 그게…….”
“매우 곤란한가 보네. 잘 모르는가?”
“네, 몰라요.”
“하하! 써 놓은 것은 잘 읽어 놓고서는 다음의 것을 모른다니. 하긴 무공을 익히기도 바쁘니 학문에는 취향이 없나 보군. 기회가 되면 학문의 정취도 느껴 봐. 나쁘지 않으니까.”
“헤…….”
단청보는 꼭 바보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학문에는 취향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몸이 더 튼튼해지는 것으로도 바빴다. 사부는 너무 무식해선 안 된다고, 글을 가르치고 쓰게 했다. 편지 정도는 쓸 줄 알게 됐고, 써 놓은 것은 가끔씩 사서삼경을 들여다보고, 배웠으니 풀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많은 것을 다 외워서 머리에 넣지 못했다. 무공을 익히기도 바쁜데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단청보는 깨끗하게 승복했다.
“형님의 학문은 깊어서 제 능력으로는 벅차요. 그 다음은 형님이 이어 주십시오.”
독고무흔은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바보로만 알았던 사람이 이만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세 번째 필법 시문의 대결은 완벽하게 이겼음을 자인받은 것이다.
학문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경지를 이뤘으니 많은 이들이 소검신이라 추앙하고 있었던 것이다. 독고검성과 장학선도 그의 학문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하하! 청보가 학문에 소질이 영 없으니 그 뒤를 이어 보게.”
“알겠습니다!”
독고무흔은 신이 났다. 심란하고 어지러울 때는 글로 달랜 적도 있었다.
속도가 더욱 제대로 붙었다. 그는 일필휘지로 또 붓을 그었다. 학명의 다음 시문을 써 내렸다.

鶴鳴于九皐(학명우구고)
聲聞于天(성문우천)
魚潛于渚(어잠우저)
或潛在淵(혹잠재연)
樂彼之圓(악피지원)
爰有樹檀(원유수단)
基下維穀(기하유곡)
?山之石(타산지석)
可以攻玉(가이공옥)

단청보는 순식간에 글이 완성되자 놀랐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독고무흔의 학식이 이렇게 깊고, 오묘할 줄은 몰랐다. 머리만 긁적이며 멍해 있었다.
장학선이 단청보의 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뜻을 한번 풀어 보아라.”
“네, 알았어요. 저 뜻은 학이 구고에서 우니 그 소리 온 하늘에 들려오네. 물고기는 물가에 있다가 어떤 물고기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구나. 즐거워라 저기 동산은 박달나무 심겨 있고, 그 아래에는 닥나무 자라는구나. 그 산의 돌로 옥돌도 갈 수 있다네. 이 뜻인 것 같은데요?”
“그래, 맞다. 학문도 수백 번이고 반복하면 언젠가는 되겠다만 그것에 얽매이지 마려무나. 사서삼경을 읽고, 뜻풀이할 정도면 되는 것이야.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성취하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니 말이다.”
“네, 사부님. 잘 알겠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정말이지 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사부님의 말처럼 학문에만 매달리기에는 머리가 따르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읽고, 뜻풀이만 할 수 있는 정도면 되는 것이다. 일일이 다 외우고, 그것을 깊이 익혀 응용하려면 엄청난 시간을 학문에만 투자해야 했다.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그보다는 의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
독고검성은 단청보의 발전이 놀라웠다. 단청보가 시경의 시문을 읽고 뜻을 풀이한다는 것은 무식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깊은 학식을 쌓아 교유할 만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익혀 둬야 하는 것은 익혀 뒀다는 것이니 보통은 한다는 것이다.
“하하! 비록 필법 시문은 완패를 했지만, 자네 제자가 글을 안다는 것은 대단히 큰 발전이었어. 이만하면 바보 딱지는 빨리 떼어야겠구만.”
“하긴, 이만 하면 바보라고 불리기엔 너무 지나치지. 물론 아직도 동풍이 완전히 낫지 않아 가끔씩 혼절을 하거나 인사불성이 되는 때도 있네만 칠 년 전과는 이미 천양지차가 됐으이.”
“그러게 말일세. 이번 사흘 동안의 대련은 참으로 즐거웠네.”
독고검성과 독고무흔은 천목산 해광림의 객관에 머물렀다. 장학선은 비록 오늘의 대련이 무림 전체에 알려지는 그런 사건은 아니지만 청보가 참으로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무림이 큰 충격에 휩싸이겠구만.’
바보로 알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영웅호걸이 되어 나타난다면! 장학선은 그로 인해 뒤집어질 무림의 모습.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청보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청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독고 형은 날 어떻게든 구워삶으려고 저러는 거야. 마음에 진실한 정을 품고 있다면 사부님과 같이 사심이 없어야 하는데… 독고 형은 그게 아니야.’
자신에 대한 적개심.
쉽게 풀 사람이 아니었고, 가슴에 사무치도록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사 견문은 짧지만, 적어도 이 사람이 내게 대하는 것에 있어 얼마나 성의가 있는지 정도는 알았다.
독고무흔은 싸늘하게 돌아서면서, 어떻게든 단청보를 짓밟고 싶어 했다.
장학선은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