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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 이게 뭐예요.”
원피스가 완전히 벗겨져 떨어져 내리자 유나는 속옷 위에 에이프런만 걸친 묘한 차림이 되었다. 더군다나 에이프런은 뒤도 아래도 모조리 뚫려 있지 않은가. 그에게 보일 뒷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되어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재, 재진 씨. 이건 너무…….”
유나가 우는 목소리로 애원해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손으로 가는 허리를 감싸 자신에게 바싹 붙게 한 상태에서 나머지 한 손은 쇄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브래지어 컵 위로 솟아 있는 하얀 윗가슴을 스윽 손바닥 전체로 쓸어내렸다.
“으, 읏.”
유나의 어깨가 다시금 움츠러들었다. 덕분에 한층 더 굴곡을 이루게 된 살덩이를 그가 손으로 꼬집듯 집었다. 컵 바깥으로 삐져나온 하얀 가슴살만 잡아 올린 탓에 더욱 야하게 느껴졌다.
“……안 되겠네.”
원래 낮은 재진의 목소리가 한층 더 잠겨 있었다. 그 말과 동시에 남자가 후크를 풀어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겼다. 출렁, 하고 브래지어 안에 숨어 있던 가슴이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에이프런이 앞을 가리고 있는 탓에 가슴 앞이 모두 보이는 건 막았지만, 옆은 탁 트여 맨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의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크고 흰 가슴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이어졌다. 에이프런 안으로 반쯤 모습을 감춘 가슴의 정중앙을 그가 손가락으로 살짝 간질이자 유나의 허리가 훅 꺾였다.
“아, 하으…….”
“오늘도 예민하네요.”
무슨 말이지 생각하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언제부터인지 유두가 뾰족하게 선 채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천 쪼가리 하나뿐인 에이프런으로는 솟은 유두를 감출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언제 이렇게 됐지. 그의 손길에 지나치게 느끼는 자신을 들킨 게 부끄러워 유나는 팔로 가슴을 가렸다.
“보지 마세요…….”
삐죽 튀어나온 유두를 감추려 양팔로 가슴을 감싼 건데, 그다지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팔로 가슴을 감싸자 아래에서부터 모아진 가슴이 터질 듯 에이프런 밖으로 풍만한 자태를 과시했다. 하얀 살은 곧 쏟아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뒤에 서 있던 재진이 작게 입술을 짓씹었다.
“일부러 그러는 겁니까?”
그는 에이프런 안으로 양손을 쑥 넣어 유나의 가슴을 꽉 쥐어 잡았다.
“꺅!”
“음탕하게, 아닌 것처럼 굴다가 남자를 홀리고.”
“제가, 언제…… 하윽!”
보이지 않는 에이프런 아래에서 가슴이 마구 주물러졌다. 뒤쪽에서부터 뻗어 나온 팔은 거침이 없었다. 가슴이 이리저리 거칠게 짓눌려졌다가 다시 퍼졌다가를 반복했다. 예민한 부위인 가슴으로 느끼는 그의 손은 커다랬고 단단했다. 힘줄 돋은 손이 그녀를 희롱할수록 유나는 하반신 그 어딘가가 저릿하게 아려 왔다.
“의도한 거면 성공했습니다.”
얇은 속옷만 입은 엉덩이에 무겁고 단단한 뭔가가 그녀를 압박하듯 꽈악 눌러 왔다. 정신없는 상태라 일순 그게 그의 무릎인 줄로만 알았던 유나는 위치적으로 불가능하단 걸 알고 얼굴을 붉혔다.
“당신 때문에 미치기 직전이야. 압니까?”
몸이 뒤에서부터 홱 하고 끌어당겨졌다. 어어, 유나는 힘없이 그의 팔에 이끌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탁 옆에 안착했다. 재진이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감아올려 식탁 위로 눕혔다.
“도, 도재진 씨……!”
“확인 좀 해 볼까요.”
이미 축축하게 젖어 본래의 기능을 못 하게 된 작은 속옷이 그의 손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유나는 알몸에 분홍색 에이프런만 걸친 채 식탁 위에 눕혀졌다. 달뜬 신음이 입술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음식이 돼 버린 기분이다. 그가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볼 음식.
정면에 보이는 높은 천장의 샹들리에가 반짝반짝 눈이 부셨다. 살짝 미간을 찡그린 유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그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안 그래도 검은 눈동자가 평소보다 훨씬 짙고 위험해 보였다. 재진은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느릿하게 다가왔다.
“앗! 잠깐……!”
유나가 외쳤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다리를 배배 꼬아 겨우 치부를 가리고 있던 그녀의 발목을 재진이 한 손으로 잡아 올렸다. 은밀한 곳은 이미 유나가 흥분으로 인해 흘린 애액으로 질척하리만치 젖어 있었다.
“정말 음탕한 여자네요, 김유나 씨. 박아 주기도 전에 이렇게 적시고.”
“흐윽, 흣…….”
재진의 시선이 아래에 닿았다. 유나는 눈 밑이 점차 붉게 변했다. 수치스러워서인지 다가올 쾌락에 흥분돼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식탁 모서리를 잡은 채 참아 내던 유나는 아래에 닿는 낯선 감촉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재진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질구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더 가까이 몸을 밀착했다.
“흐, 아, 흐으…….”
완성되지 못한 말들이 입 안에서 새어 나왔다. 애액으로 젖은 손가락이 우연인지 고의인지 질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갑자기 안이 채워지는 감각에 유나의 허리가 곡선으로 꺾인다.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던 재진이 잡고 있던 발목을 놓아주었다. 저를 옭아매던 커다란 손이 없어져 유나가 안심한 것도 잠시, 재진이 이번에는 뒷무릎을 잡아 벌렸다.
“아앗! 응!”
그가 그녀의 아래에 고개를 처박고는 혀로 여성을 희롱했다. 혓바닥이 클리토리스를 진득하게 쓸어 올렸다가 곧 소리가 나도록 빨아들인다. 허리를 타고 오르는 쾌감은 정신을 놓고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키스하듯 클리토리스를 삼키던 입술이 조금 아래로 내려간다. 그녀의 질구에 입술을 대고 버드키스 하듯 눌렀다 떼니 남자의 입술에 애액이 그대로 번들거리며 묻어났다. 유나는 귀 끝까지 몸이 달아오르듯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재진이 입술에 묻은 묽은 애액을 제 혀로 핥아 먹으며 유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걸 왜……! 유나가 말리기도 전, 깔끔해진 입술이 부질없게 재진이 다시 고개를 내리고 질을 가볍게 핥아 올렸다.
“흐앙!”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던 탓에 자극이 너무 컸다. 유나가 작살에 맞은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며 몸을 떨었다. 식탁 귀퉁이에 놓여 있던 수저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추릅, 춥.
말로 형용하기 민망할 정도로 낯부끄러운 소리가 조용한 주방 안에 가득 찼다. 재진은 그녀의 성기에 얼굴을 묻고 혀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애액을 빨아먹었다. 유나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까매지기를 반복했다. 유나는 정말 울 것 같았다.
“싫어, 요. 하지, 마, 흐앗……!”
입구에서만 맴돌던 혀를 뾰족이 세워 그녀의 작은 구멍으로 집어넣자 유나의 입에서 가쁜 숨소리가 튀어나온다. 오톨도톨한 혀가 질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무릎이 자꾸 모였다. 재진은 자꾸 오그라드는 그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했다.
아, 눈물이 고일 정도로 자극이 강렬했지만 깊이감이 부족했다. 뭔가 더 커다랗고 딱딱한 게 자신의 아래를 엉망진창으로 쑤셔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거칠게, 사정 봐주지 않고 박아 주길.
“정말 싫습니까?”
“아읏…… 도재진 씨, 나, 너무 힘들어요…….”
유나의 물기 어린 목소리에 재진이 천천히 고개를 뒤로 빼며 흐음, 고민하듯 자세를 바로 했다. 뜨겁게 자극하던 혀가 갑자기 사라지자 유나는 안달이 났다. 도재진 씨……. 말꼬리를 늘이며 유나가 애달프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재진은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저를 갈구하는 여자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한 손은 식탁 위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론 손가락을 세워 그녀의 성기 주변을 살살 쓸었다.
“아침에 김유나 씨가 저한테 했던 말. 집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했었죠.”
남자는 클리토리스와 바로 옆의 살만 스치며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한 포인트 빗나간 자극에 유나는 애가 타서 미칠 것 같았다. 거기가 아닌데, 조금 더 옆……!
“아, 제발…… 거기, 말고…….”
“그래서 대답은?”
남자는 아직 슈트 단추도 풀지 않은 상태였다. 그 모습이 거의 옷을 벗다시피 한 자신과 더욱 대비된다. 유나는 뭘 부정하는 줄도 모르고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그가 작게 혀를 찼다.
“대답하세요, 김유나 씨. 날 보고.”
남자의 거멓게 가라앉은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린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의 성기 주위를 자극하던 손가락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유나의 얼굴이 애처롭게 변했다. 결국 그녀는 우는 목소리로 재진에게 사정했다.
“흐으읏…… 좋아요, 해 주, 세요. 으응…… 제발……. 해 줘요.”
언뜻 피식 웃는 소리가 난 것도 같았다. 그가 상체를 낮춰 그녀 귀에 속삭였다.
“……김유나 씨는 솔직하시네요. 알겠습니다.”
이어서 철컥거리며 벨트를 푸는 소리가 났다. 두근두근. 유나는 제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제가 긴장하고 있단 걸 알았다. 곧 꿰뚫고 들어올 빠듯한 부피감을 알기 때문이다.
“아, 도재진 씨, 어서 빨리…….”
여자의 성마른 재촉에 남자가 다시 작게 웃었다. 잠겨 오는 쾌락으로 머리가 마비된 와중에도 유나는 부끄러워 입술을 오물거렸다. 유나 역시 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와 재진은 완전히 남남이었으니까.
어쩌다 그와 이렇게 된 건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과거가 그녀의 머릿속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