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라이크 가드 1권(10화)
4. 추수철 몬스터 토벌―토벌의 시작(5)
“카이론 님 아침 준비되었습니…….”
퍽!
“컥!”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케일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뒤통수를 때리는 선임병인 젠의 행동에 억울하다는 표정도 짓지 못하고 뒷머리를 부여잡았다.
상당한 거력의 소유자로 과거 뒷골목을 주름잡던 젠이었지만 카이론에게 된통 당한 뒤 본의 아니게 개과천선하여 영지군이 된 자였다.
아마벨라 거리에 속해 있던 이었기에 이제는 거의 반쯤은 카이론을 존경하고 있는 이었다. 거기에 뒷골목에서 생활하던 것이 있기에 눈치가 상당히 빨라 카이론의 수발을 드는 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눈치 없는 케일을 가르치라는 말에 젠이 맡고 있던 자리를 케일이 맡고 있었는데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도 그랬다. 딱 봐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게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 카이론을 향해 신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큰 목소리로 부르는 행동을 취했다.
“시, 식사를…….”
“닥치고 나가! 카이론 님 것만 남겨 놓으면 될 것 아니야! 이 화상 자식을 확 죽여 버릴 수도 없고!”
작지만 강한 의지가 옅보이는 어조로 험악한 얼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부리부리한 눈동자로 케일을 노려보는 젠이었다.
그런 젠의 표정에 케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다른 선임들은 그다지 자신을 갈구지 않지만 카이론과 젠만은 달랐다.
그중 젠은 실로 두려울 정도였다. 카이론의 갈굼은 단순히 말뿐이라 괜찮았다. 하지만 젠은 실제로 그렇게 행할 것 같았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죄…….”
“한마디만 더하면 평생 수프만 처먹게 만들어 줄 테니 닥치고 나가!”
대답을 하려던 케일은 살기 가득한 젠의 눈동자로 인해 손으로 입을 막고는 천막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케일이 나간 뒤 젠 역시 천막을 나와 마치 호위병 같이 천막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일찍이 이렇게 할 것을 뒤늦게 후회하였기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주변을 부라렸다.
그런 젠의 행동에 제법 익숙해진 후임병들은 카이론과 젠의 아침 식사거리를 남기고는 먼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게 떠드는 이들은 없었다. 선임병이라 하여도 젠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상당히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젠이 속해 있는 곳.
아마벨가 거리라는 평민 병사로서는 두려운 곳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에 두려운 것이었다. 물론 젠이 선임병들에게 마구잡이로 횡포를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자신의 위치에서 행해야 하는 일은 확실하게 처리했다. 하나, 카이론에 관계된 일이라면 속에 감추어 놓았던 성격이 튀어나왔다.
그랬기에 선임 병사들조차 카이론과 관련된 일에서 만큼은 젠이 하는 행동은 모두 눈감아 주었다. 또한 카이론이 소대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뭐하냐?”
“일어나셨습니까?”
“어, 그보다 다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데? 오늘 기상 시간 조금 늦춘다고 하지 않았나.”
“아마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지 않겠습니까?”
“바보 같기는, 주어지는 쉬는 시간도 쓰지 못하다니.”
다들 긴장감으로 인해 저러는 것임에도 카이론은 다른 이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 배고프다.”
“케일! 적당히 눈치 것 가져와야 할 거 아니야!”
카이론의 작은 중얼거림에 젠이 버럭 소리치자 정신없이 아침을 먹고 있던 케일이 사레라도 들린 것인지 콜록거리고는 따로 빼 놓았던 카이론과 젠의 아침 식사를 들고 위태위태하고 다가왔다.
다행히도 엎지르지 않고 무사히 카이론과 젠의 앞에 간단한 아침 식사 거리를 놓고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됐으니 가서 하던 식사나 계속해라.”
“예. 알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러 뛰어가는 케일의 모습에 카이론은 피식 웃었다. 카이론이 듣기에 케일의 집안은 그다지 부유한 집안은 아니었기에 식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흐음, 그다지 식지는 않았네.”
끓인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수프는 식지 않았다. 거기에 단순히 맹물의 느낌이 아닌 영주의 배려와 계급의 힘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양의 건더기가 수프 위에 떠 있었다.
“더 드시겠습니까?”
빠르게 식사를 마친 카이론을 본 젠이 언제나와 같이 물어왔다. 그런 그의 물음에 카이론은 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소집하면 부르러 와라.”
“예. 알겠습니다.”
카이론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은 젠 역시 서둘러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천막의 앞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런 젠의 행동에 다른 소대원들은 쓰게 웃음만 지었다. 자신들 역량 밖의 일이기에 젠의 행동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5. 스스로의 개발(1)
천막 안으로 들어온 카이론은 어제 밤새 암기하다시피 한 마일드가 건네준 마나 심법이 담기 책의 내용 중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흠…….”
본의 아니게 마일드의 부탁을 수락하게 된 상황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이 원치 않은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고지식한 마일드에게 수락을 한 상황이고, 마일드 같은 이들을 상대로 두말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카이론이었다.
그랬기에 판단은 빨랐다.
‘단순한 마나를 저장하는 것이라…….’
마일드가 건네준 마나 심법의 필요한 부분을 암기한 카이론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사와 검사는 확실히 다르긴 하지만 두 능력자에게 같은 것은 딱 하나 있지. 바로 주변에 있는 마나를 이용하여 자신들을 단련한다는 것이야.’
그랬기에 카이론의 고민이 심각해지는 것이었다. 한동안 마법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공부를 해 본 카이론은 마법의 무한한 활용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에 비해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익스퍼트 검사들의 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몸속에 축적한 마나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검에 기운을 씌워 날카로운 예기를 만드는 것.
단순히 이 두 가지만 하여도 놀라울 법하지만 마법사들은 이런 두 가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능력이있다.
‘과거에 비해 마법은 많이 도태된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기사 역시 그렇지 않을까?’
문득 예전에 보았던 마법 서적을 비롯해 마법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복구하려 하는 고대 마법을 생각해 보면 카이론은 마법의 도태를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 일방통행과도 같을 정도로 화력에만 치중된 마법의 발전은 더욱 마법사들을 도태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기사들도 마찬가지이겠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 생각을 한 카이론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심법을 따라 익힐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모를 부족함을 자신이 찾아낼 것인지 말이다.
“일단 시험 삼아 마나 연공법라는 것을 한 번 해 봐야겠지?”
마일드에게 받은 마나 연공법의 초반 부분은 호흡법에 관한 것이 나와 있었다. 단순한 호흡법이 아닌 주변에 공기와도 같은 무색, 무취의 마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호흡법에 관한 것이었다.
카이론은 잘 모르고 있지만 지금 카이론이 암기하고 있는 마일드에게 받은 마나 연공법은 상급에 속하는 상당히 귀중한 마나 연공법였다.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고대 시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도태된 기사들의 마나 연공법은 단순히 많은 양을 빠르게 쌓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필요한 상황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나의 기운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마나를 느끼지도 않고 마나를 몸속에 쌓는다는 것은 밀의 생산도 없는 상태로 빵을 만들어내려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절대적인 불가능.
그랬기에 마나 연공법라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단순히 검만을 휘둘러 마나를 느껴 익스퍼트 검사에 오르는 것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할 정도로 그 사람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믿기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마나 감응 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
둘 중의 한쪽일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천재나 아니면 마나 감응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마법사나 기사가 될 수가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호흡법을 이용하면 마나를 느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이겠지.’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에 기사나 마법사를 꿈꾸는 이들은 어떻게든 마나 연공법을 익히고 있는 이들을 스승으로 모시려 하는 것이었다.
카이론은 망설임 없이 책에서 본 대로 호흡법을 시행했다.
처음 마나 연공법을 시행하는 자들은 단번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양이 미비하거나 마나조차 느끼지 못하기에 그다지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책에서 봤기에 상당한 자신감으로 호흡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도 자신감을 거만함이나 오만함으로 탈바꿈시키지는 않았다. 작은 것이라도 상처를 입는 것은 상당히 꺼리는 카이론이었다.
아니, 카이론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다치지 않아도 될 것을 다치게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음?’
호흡을 몇 번이나 행했을까?
묘한 느낌이 전신으로 느껴졌다.
‘굳이 비교하자면 막힌 코가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카이론은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응? 이게 적은 양인가?’
호흡을 통해 마나라는 것을 느꼈는데 그 양이 왠지 조금은 묵직한 것이 전혀 적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카이론의 머릿속에 위험 신호를 보내어 왔다.
카이론의 몸에서 미약하지만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은 묘하게도 황금빛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카이론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호흡법을 멈추고 있었다.
“후우∼”
다행히 빠른 눈치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고, 호흡법을 일단 멈추어 선 카이론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눈을 떴다.
카이론의 금안이 아주 짧은 순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밝은 금빛을 뿜어냈다.
“으음? 듣던 대로인데?”
어제 늦게까지 스스로 경계 근무를 자처하여 책을 읽은 카이론은 솔직히 몸이 조금은 피곤한 상황이었다.
하나 아주 짧은 시간 호흡법을 행한 카이론은 말로는 표현 못할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흐으음. 잘 잔 것 같은데?”
“카이론 님, 병사들은 집결하라는 명령입니다.”
천막 밖에서 작게 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자신이 여전히 호흡법을 행하고 있다면 못 들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래, 나간다 나가.”
“옙!”
자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작은 배려를 보이는 젠의 행동에 카이론이 속으로 웃었다. 개차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생활을 행하던 젠의 행실이 상당히 많이 변한 상황으로 인해 나온 웃음이었다.
“어디 보자. 왠지 오늘은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드니 완벽하게 정비하고 가 볼까.”
호흡법으로 인해 상쾌해진 기분이긴 하지만 묘한 불안감도 느꼈기에 카이론은 단순히 자신의 무구뿐만이 아닌 옷 이곳저곳에 주둥이를 꼭 묵은 작은 자루를 넣었다.
“다 챙긴 건가?”
무엇을 넣었는지 말로 하는 것은 어렵지만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무게감을 비롯해 몸 안쪽 이곳저곳으로 느껴지는 작은 자루의 느낌으로 준비가 완벽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늦으면 두목이 또 한소리할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야. 가자, 젠.”
“예!”
두 사람은 늦지 않게 뛰어서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자리를 옮기는 카이론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너무 가벼워.’
몸에 활기가 찬 것은 좋지만 자신이 사용하던 무기를 비롯해 갑옷 등의 무게가 전과 같지가 않았다. 아니, 무게는 전과 같은데 자신의 힘이 세진 것 같았다.
‘이상하네? 마나가 쌓인 것 같지도 않은데 왜 힘이 갑자기……. 몸이 건강해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잘못 느끼는 것인가?’
자기최면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카이론이었기에 혹시 자신의 상태가 지금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며 조금은 들뜬 기분을 가라앉혔다.
적당히 자신을 유지하는 것.
살아남기 위해 카이론은 자신의 몸에 관한 아주 작은 것조차 놓치지 않았다.
‘오늘은 조금 위화감이 드는 날이니 말이야.’
카이론의 금안이 다시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