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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11화)
5. 스스로의 개발(2)


병사들의 사기는 현재 최고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절로 손에 쥐고 있는 자신들의 무기에 힘이 실렸으며 다른 그 어떤 때보다 두 눈이 반짝거렸다.
이유는 오늘 토벌에 앞서 차지리 남작이 선포한 말 때문이었다. 오늘 토벌을 끝내면 하루간의 휴식과 동시에 오늘 저녁에 베푸는 만찬 때문이었다.
“코볼트가 몰려온다! 모두 화살을 장전하도록!”
정해진 구역에 나누어져 있던 병사를 이끄는 기사들이 낮고 강한 목소리로 주변 병사들에게 말을 전달하였다.
그런 기사의 말을 병사들은 서로 근처에 있는 병사들에게 작게 전달하였다. 병사들의 눈이 살광으로 인해 작게 반짝였다.
사냥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먹이사슬로 볼 때, 모든 몬스터는 자신들의 사냥감이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지상 최강의 몬스터라 불리는 오우거도 두렵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궁병 사격!”
몰이꾼들이 적당한 위치까지 몬스터를 몰고 오자 그런 것을 본 기사들은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활을 쏠 것을 명령했다.
과거와는 달랐다. 처음에는 병사를 이끄는 것이 익숙지 않아 조금 소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고, 모논 영지의 병사들과 같은 기사들을 믿었다.
자신의 완벽함을 찾는 것이 아닌 부족함을 매워 줄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움직임에서 두려움을 없앴다.
키에엑!
키르륵.
약 200여 마리의 코볼트가 전멸하는 것은 거의 한순간이었다. 병사들을 육성하면서 정예병으로 키우기 위해 대부분 활도 사용할 수 있게 키운 것으로 인해 언제든지 일반 병사들이 궁병으로 대체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코볼트 사체에서 챙길 수 있는 것을 빨리 챙기도록!”
넓은 곳이 아닌 숲속이었기에 언제 다른 몬스터가 코볼트의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먹이사슬 중 상당히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코볼트이기에 코볼트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대형 몬스터들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그랬기에 사체를 잘 다룰 줄 아는 병사들은 최대한 빠르게 손을 놀렸다. 그런 이들 속에는 카이론도 속해 있었다.
다른 그 어떤 이들보다도 빠르고 완벽하게 코볼트 사체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을 골라내고 있었다.
“응?”
신명나게 움직이던 카이론의 손이 갑작스럽게 멈추었다. 그리고는 한쪽 숲을 바라보려는 찰라 마일드의 목소리가 병사들의 귀에 내리꽂혔다.
“모두 전투 준비! 오우거다. 대형 몬스터 사냥 대형을 취해라!”
오우거.
아무리 작아도 기본 4미터는 자라는 지상 최강의 몬스터라 칭해지는 몬스터였다. 팔과 다리는 굵은 쇠기둥과도 같이 튼튼하였으며, 가죽의 질기기는 대부분의 용병들이 말하길 오우거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을 경우 몇 개의 목숨을 여벌로 입고 다닌다고 말할 정도로 질겼다.
하지만 절대 쉽사리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지상 최강의 몬스터가 아니었다.
물론 절대적인 몬스터 역시 아니었다. 특별 지역에 위치해 있는 일정 몬스터는 드물긴 해도 오우거를 사냥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완벽한 사냥은 아니었다. 오우거에게 패하는 일도 많았고, 사냥 중 오우거를 놓치는 일도 많았다. 또한 오우거를 사냥하는 것은 그들이 유리한 지형에서 가능했다.
예를 들자면 스톤 웜이라는 땅속에서 생활을 하는 거대한 몬스터가 대표적인 예이다. 족히 오우거의 두 배는 더 되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길이를 자랑하며 강철도 단숨에 녹일 산성력이 강한 위액을 갖고 있는 몬스터이다.
또한 땅속으로 움직이기에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도 많은 피해를 입어야지만 사냥이 가능한 몬스터였다. 그런 몬스터가 있음에도 오우거가 최강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런 몬스터 역시 오우거를 상당히 꺼려하는 것에 있었다.
개채수도 지상 최강이란 말을 듣는 와중에도 적지 않을 정도로 많았기에 지상 최강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었다.
‘불안감은 정말 재수 없을 정도로 맞아떨어지는군.’
아직 멀찍이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카이론을 서둘러 병사들이 모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감 기사님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상급 익스퍼트라면 오우거와 일대일로 겨루어도 충분하다는 말이 있었다.
“근대 이 불안감은 뭐지?”
묘하게 심장의 두근거림이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사랑에 빠져서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쿠오오오오!
움찔.
카이론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몸이 한순간 굳어졌다.
오우거 피어.
아무것에나 붙는 것이 아닌 최강자에게 붙일 법한 단어인 피어가 붙은 것이었기에 일반 병사들의 몸이 굳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그런 것이 더욱 심한 자들은 병사들이 아닌 기사들이었다. 기사라는 칭호가 주어지는 기준은 익스퍼트에 올랐는지 안 올랐는지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운에 익숙한 기사들이었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모두 정신을 차려랏! 기사들을 믿어라! 너희 동료들을 믿어라! 그리고 나를 믿어라! 우리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웅.
차지리 남작이 마나를 실어 크게 외쳤다. 그러며 자신의 검에 푸른 오러를 실어냈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이른 것을 상징하는 흔들림 없는 오러였다.
“우와아아!”
“남작님을 따라라!”
“오우거 따위 별거 아니야!”
남작의 말에 병사들의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서로의 사기를 올리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카이론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데… 오우거, 오우거?!’

오우거.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이 지상 최강의 생명이다. 지능이 좋지는 않으며 부락 생활을 하지 않지만 전투에 관한 본능만은 그 어떤 몬스터보다 두려울 정도다. 거기에 숲에서 이루어지는 사냥만큼은 엄청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전형적인 사냥꾼이다. 오우거의 사냥법은…….

몬스터 도감에서 읽었던 것을 기억해 낸 카이론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병사들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오우거는 싸울 때 주변에 있는 물건을 던지는 습성이 있기에 애꿎은 병사들이 다칠 수가 있었다.
“두목! 두목 어디 있어!”
“이 자식아! 그 따위로 부르지…….”
“어서 병사들을 모아 기사들에게 다가가야 해! 곧 몬스터가 몰려올 거야! 오우거는 그 다음이야. 서둘러 기사들을 서포트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분명 오우거는 지금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이용해 우리를 노릴 생각이 분명해. 본래 오우거의 사냥 방법은 은밀한 암살자와 같은 방법으로 사냥한다고 몬스터 도감에 나와 있어. 그런 녀석이 이렇게 대놓고 피어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몬스터를 이용할 때뿐이야.”
“빌어먹을! 나한테는 그 정도의 지위권이…….”
“융통성 없기는! 궁병 모두 활을 장전해! 눈치 보지 말고! 살고 싶으면 당장 장전해!”
카이론의 말에 주섬주섬 병사들이 활을 장전했다. 그들 역시 카이론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일어난 행동이었다.
“네 녀석이 뭐라고 같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냐!”
스릉.
“닥쳐, 뒤지고 싶지 않으면! 이런 사투에서 너 하나 죽은 것 눈감아 주는 일은 일도 아니니까!”
카이론의 목소리에 에가밀은 오우거 피어 때보다 더한 두려움을 느꼈다. 번들거리는 금안에서는 자신이 더 이상 방해를 한다면 정말로 자신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네, 네 녀석!”
퍽!
“컥!”
“아, 짜증 나게 엄청 걸리적거리네! 퉤.”
흥분한 에가밀을 진정시킨 이는 다름 아닌 젠이었다. 가급적 카이론과 붙어 있었기에 쓸데없이 나서는 에가밀의 눈치 없는 행동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얼래? 누가 이 녀석 기절시켰데? 너 봤냐? 쯧쯧, 나이도 얼마 먹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부실해서야.”
뻔뻔함을 넘어선 전형적인 건달의 모습이 도래했다. 젠은 짝다리를 집은 상태로 건들거리며 주변에 있는 병사들에게 마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모두 정렬!”
“소대 간 정렬을 맞추어라!”
카이론의 말에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던 병사들은 곧 들려오는 익숙한 기사들의 목소리에 서둘러 정렬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싸울 것 같던 기사들은 카이론의 말과 동시에 뒤로 물러난 것이다. 몬스터가 한두 마리면 괜찮겠지만 현재 몰려오는 수는 족히 병사들의 수보다 배 가까이 많아 보였다.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명령을 기다릴 것 없이 활을 쏘아라! 몬스터가 근접하기 전에 최대한 많이 처리해랏!”
상당히 긴 싸움이 될 것을 느낀 것인지 차지리 남작은 오러를 거두어들였다. 오러를 거두어들임으로 인해 검의 예기는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한 지방의 영주로서 상당히 좋은 명검을 갖고 있었기에 가죽이 상당히 질기지 않는 소, 중형 몬스터들 따위를 베기에는 충분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코볼트의 토벌에 대한 승리를 모두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의 함성 소리에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려다.
“칫, 영주님. 조금 뒤로 물러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활의 사정거리에 들어와도 숲에 있는 나무가 가리고 있습니다!”
불화살을 쏠 수 있다면 나무에 맞추는 것도 괜찮았지만 그런 것까지는 준비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카이론이 병사들 사이에 숨어서 크게 소리쳤다.
“전군, 뒤로 물러난다! 앞을 경계해라!”
취아악!
끼루륵!
크아아아앙!
나무들 사이로 몬스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카이론은 충분히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왔음에도 시위를 놓지 않았다.
“젠! 가져온 횃불에 불을 붙여.”
“옙! 야, 횃불 다 가져와!”
카이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젠은 혹시 늦게까지 싸울 것을 대비해 준비해 온 횃불에 불을 붙였다.
카이론은 그런 불이 붙은 부분을 칼로 잘라냈다. 그리고는 화살로 깊숙하게 찔러 넣고는 활에 시위를 매겼다.
급조된 불화살이었다. 그런 카이론의 행동은 상당히 뛰어난 판단력이었다. 하지만 촉 부분이 무거워졌기에 몬스터들이 몰려나오는 숲까지는 당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다른 이들의 생각이었다.
퓨슈슈슝.
카이론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병사들이었지만 궁병들은 자신들의 사정거리에 몬스터가 들어오자 활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며 행하는 것이었기에 조준력이 떨어졌지만 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의 수는 상당했기에 눈을 감고 멀리만 쏘아낸다 하여도 맞출 것 같았다.
그런 많은 화살들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불길이 일렁이는 화살 하나가 무섭게 쏘아져 나갔다. 다른 화살보다도 멀리 날아간 화살은 정확하게 나무의 잎사귀가 풍성한 부분에 떨어졌다.
불은 순식간에 붙어 버렸다. 추수철이기에 나무들도 조금씩 말라 불이 붙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숲을 태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 법도 하지만 다음 년 크라진 산맥으로 몬스터 토벌을 오면 분명 다시 자라 있을 것이 분명했다.
취익!
키이익!
한 그루의 나무는 시작에 불과했다. 금방 타오르는 불길은 곧 바로 옆에 있는 나무로 옮겨 붙었으며, 카이론이 더욱 빨리 타도록 불이 붙은 나무와 조금 거리를 둔 나무를 향해 연이어 화살을 쏘아댔다.
그런 카이론의 신위에 주변에서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날려대던 병사들이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나무에 불이 붙음으로 인해 숲에서 쏘아져 내려오는 몬스터들의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거는 임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려나?’
이제는 평범한 화살로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쏘아대던 카이론의 그런 생각은 곧 바뀌고 말았다. 추수철의 나무는 불에 타도 너무나 잘 탔다.
전에 숲에 불을 놓았을 때보다 더욱 빠르게 불이 붙으며 오우거로 인해 생겨난 단결력을 단숨에 무너트려 버렸다.
“찔러!”
병사들의 화살을 피해 근처까지 다가온 몬스터들은 우선적으로 기사들의 검에 한 차례 베어졌고, 그런 기사들을 피해 병사들에게 접근한 몬스터들은 채 병사들에게 접근하기 이전에 긴 창에 꼬치가 되고 말았다.
긴장했던 병사들의 사기는 거짓말같이 올라갔다. 숲속에서 들려오던 몬스터들의 함성이 곧 비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후우웅.
불이 붙은 숲속에서 거대한 바위 하나가 마치 공성병기에 의해 쏘아지듯이 쏘아져 날아왔다.
“피해랏!”
너무 높은 곳에서 쏘아져 오는 것이었고, 앞으로 조금 나가 있던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베어낼 수 있는 크기의 바위였지만 그것을 놓치고만 마일드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하지만 병사들은 기사가 아니었다. 나름 날고 긴다는 정예병으로 키운 병사들이긴 했지만 빠르게 쏘아져 오는 바위를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쾅!
고통에 의한 비명도 없었다. 날아오는 바위를 보며 정신을 놓고 있던 한 무리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버렸다.
“크윽! 빌어먹을 오우거 자식!”
마일드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오크의 머리를 허공에 날려 버리며 몬스터들을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병사들이 활을 쏘기 위해 처음과는 다르게 넓게 자리 잡아 피해가 조금은 적었다는 것 정도였지만 병사가 죽었다는 것은 변함없었다.
쿠오오오!
다시 한 번 오우거 피어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그런 오우거 피어로 인해 불붙은 나무로 인해 쉽사리 뛰어나가지 못하던 몬스터들이 화상을 입으면서도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결국 죽는 것이지만 불길로 뛰어들어 밖으로 나가면 그나마 살 확률이 있다는 본능에 의한 움직임이었다.
잠시 멈추어졌던 싸움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