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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12화)
5. 스스로의 개발(3)


많은 몬스터들임에 변함이 없긴 했지만 그런 몬스터들로 인해 일어나는 피해는 거의 없었다. 카이론이 적절하게 쏘아낸 활로 인해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숲속을 몬스터의 사체로 막아냈기에 점차 몰려나오는 몬스터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듬성듬성 숲속에서 쏘아져 나오는 바위로 인해 병사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소, 중형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안전해져 넓게 산개한 상황으로 싸우고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오우거의 공격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바위에 당한 이들은 최소 중상이고, 대부분은 단번에 바위에 깔려 비명 한 번 제대로 질러 보지 못하고 즉사를 당했다.
“미친, 덩치 큰 녀석인데 대가리조차 안 보이네!”
나무들이 크기는 하지만 분명 오우거가 보일 법함에도 불구하고 오우거의 머리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차지리 남작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모두 정렬을 가다듬고 후퇴한다! 열을 맞춰라! 흩어지지 마!”
“후퇴한다! 열을 맞춰라!”
남작의 명령에 뭉쳐 있던 기사들이 흩어지며 병사들의 앞에 서서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며 연신 명령을 전달하였다.
“바위다!”
높게 솟아오른 불길 속에서 처음 때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크기의 바위가 쏘아져 날아왔다. 누구인지 모를 그의 말에 마일드의 몸이 나무를 밟고는 높게 비상하였다.
슈슈슈슉.
발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일드의 검은 흔들림 없이 성인 몸만한 크기의 바위를 잘게 베어내기 시작했다.
어중간하게 베어낸다면 오히려 바위가 흩어져 더욱 위험해질 수가 있기에 최대한 작게 베어내기 위해 아주 짧은 순간에 성인 몸만한 크기의 바위를 작게 베어내 버렸다.
“오우거 녀석! 이번에는 물러가지만 반드시 네 녀석의 목을 베어 주마!”
높은 허공에 잠시 떠 있던 마일드는 언뜻 숲속으로 보이는 오우거를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인간이며, 마법사가 아닌 마일드였기에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가 않았다. 거기에 무거운 갑옷을 장비하고 있었기에 저만큼 떠 있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음?”
하지만 떨어져 내려오는 마일드는 순간 써늘한 느낌을 느끼며 몸을 살짝 비틀었다. 그순간이었다. 마일드의 살짝 튼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한 자루의 창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쏘아져 나간 창은 방금 마일드가 보았던 오우거가 있던 장소로 흔들림 없이 날아갔다.
쿠앙!
창에 당한 것인가? 아니면 도망가는 인간을 놓치기 싫다는 생각에 몬스터들을 닦달하는 것인지 모를 오우거의 외침이 들려왔다.
단지 여태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조금은 분노한 듯한 소리에 마일드는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근데 누가 던진 거지?’
창이라 하여도 저 정도 거리를 투척하려면 마나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에 마일드는 기사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하지만 딱히 창을 던졌을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뭐 어떤가. 오우거가 당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
“마일드 경!”
“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잠시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마일드는 숲속에서 들려오는 차지리 영주의 목소리에 몸을 돌려 숲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있어 처음 있는 가장 큰 패배였다.

***

토벌에 나선 모논 영지의 수뇌부들은 후퇴를 하기가 무섭게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피해 상황을 조사시켰다.
“피해자는 얼마나 되는가?”
차지리 남작의 목소리가 무겁게 깔렸다. 병사들을 보호한다고 했지만 드문드문 보인 병사들의 피해는 여전히 차지리 남작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사망자는 37명, 중상자는 8명입니다. 그 외에는 다음에도 무리 없이 전투가 가능할 정도의 작은 찰과상에 불과한 이들입니다.”
“피해자가 많군.”
“죄송합니다, 주군. 저의 불찰입니다.”
차지리 영주의 좋지 못한 표정에 기사들은 서둘러 자신들의 잘못을 탓하기 시작했다.
간신 같은 행동이 아니었다. 정말로 자신들의 무능력함으로 인해 병사들을 잃었다는 죄책감이 담긴 목소리였다.
“아니다. 거기서 오우거가 나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본다면 생각지도 못할 기습에 적은 피해라 할 수 있지.”
“…….”
차지리 남작의 말에 반박을 하는 이들도 없었고, 위로하는 이들도 없었다. 단지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들의 무능력함으로 인해 일어난 피해를 두 번 다시는 없게 하기 위해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자, 이런 분위기는 그만두도록 하지. 그것보다 보급 부대는 어디까지 왔는지 아는가?”
“아마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럼 병사들을 푹 쉬게 한 뒤 보급부대가 오는 대로 마음껏 놀게 하게나.”
“예. 알겠습니다.”
“자네들도 푹 쉬게나. 아, 그리고 그 오우거 말인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 보게나.”
“제가 한 가지 의견을 내어도 되겠습니까? 영주님.”
“무엇이든 좋으니 말해 보게나.”
“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저와 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우거는 저희 인간들로 치자면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몬스터입니다. 물론 어떤 면으로 보자면 더욱 위험한 몬스터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지. 확실히 오우거는 그런 녀석이지.”
“인간 세계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익스퍼트에 오른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대등한 익스퍼트에 오른 이들로 상대하는 것이 가장 피해가 적을 것입니다.”
“흠, 그러니 자네 말은 소수 정예로 오우거를 먼저 사냥하자는 것인가?”
“예.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이대로 또다시 병사들을 끌고 간다면 더욱 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방법은 숲에서 왕 취급을 받고 있는 녀석인 오우거를 먼저 사냥하면 그 외의 몬스터들은 다시 병사들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 기사의 발언이 상당히 타당했기에 차지리 남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불안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한 점은 곧 한 기사가 먼저 물어오기 시작했다.
“제드나른, 하지만 그렇게 들어갔다가는 오늘과 같이 많은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인해 우리가 먼저 지칠 것 같은데.”
“아, 그것 역시 생각해 두었다네.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말한 소수 정예라는 것은 기사들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겠지? 그렇네. 기사들은 일반 병사들에 비해 몸이 상당히 날렵하고, 검술 능력이 뛰어나지. 솔직히 눈 먼 화살만 아니라면 이렇게 두꺼운 갑옷을 입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말이야.”
“확실히 그렇군.”
“그러니 가벼운 차림으로 들어가 오우거를 사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주님.”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확실히 그것이 병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겠지. 그럼 오우거를 사냥할 이들을 추려내야겠군.”
차지리 남작의 말에 기사들의 눈이 서로 자신을 뽑아달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도 들어가고 싶지…….”
“영주님은 절대로 안 됩니다! 영주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지 자체의 문제가 되는 일입니다.”
“프하일의 말이 맞습니다. 소영주님이 뛰어나시긴 하지만 아직 어리시니 영주님은 옥체를 보존하셔야 합니다!”
“하하하하!”
기사들의 말에 차지리 남작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로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군.”
“크흠.”
“흠…….”
열변을 토하던 기사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영주를 걱정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영지의 병사들이 죽은 것을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자네들의 걱정을 들어주는 것으로 하여 나를 비롯해 두 명의 기사만 더 이곳에 남도록 하고 다른 경들은 모두 오우거를 사냥하도록 하지.”
“그것은 조금 그렇습니다. 최소 다섯 명은 남겨서 영주님을 보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영주님. 만약 그러지 않을 것이라면 기사단장님을 반드시 남겨야…….”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마일드의 눈치를 보며 한 기사가 슬쩍 말을 꺼내자 마일드의 두 눈이 무시무시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 기사를 다른 기사들이 눈치 주기 시작했다. 평소 눈치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이었는데 최근 얌전하였기에 방심하고 있던 중 큰 사고를 터트리고 만 것이다.
그런 그로 인해 주변에 있는 기사들은 서로 빠르게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런 기사들은 눈빛은 모두 같았다.
‘일단 한 명은 너다!’
그 뒤로도 한동안 영주와 기사들 간의 대립이 이어졌고, 결국 차지리 남작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렇기에 이곳에 남기로 한 기사는 다섯 명, 오우거 사냥을 나서기로 한 기사는 그 다섯 명을 뺀 여덟 명이었다.
그런 여덟 명의 기사들 중에는 마일드가 속해 있었기에 오우거 한 마리는 충분히 찜 쩌 먹고도 남을 만한 전력이었다.
“아, 영주님. 내일 오우거를 사냥하러 감에 있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병사가 한 명 있습니다.”
“흠? 병사를 말인가?”
영지민에게 가급적 원하지 않는 것을 시키지 않으려는 차지리 남작이었다. 마일드가 말하는 병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을 자청해 숲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허허허, 저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영주님은 잘 모르고 계시지만 영지에서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에게 일찍 말하지 그랬나.”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영주의 능력이었다. 그랬기에 차지리 남작은 말주변이 없어도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어 한 명이라도 많은 인재들을 등용하려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씀한다 하셔도 아마 그 녀석이라면 거절할 것이 분명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
“녀석은 그다지 높은 위치에 자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놈입니다.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아, 만약 강제로 그렇게 한다면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 못할 것이라는 말도 했었습니다.”
마일드의 조금 들뜬 듯한 목소리 변화를 차지리 남작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마일드의 말에 단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거 영주인 내 눈과 귀는 막혀 있는 것 같군.”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일대일로 만나서 대화하지 않는 이상 절대적으로 자신을 숨기려는 녀석이라서 말입니다.”
기사들은 서로 마일드가 말한 병사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거 자네들이 그렇게 말을 하니 꼭 한 번은 만나 보고 싶은 자이군. 알겠네. 허락하도록 하지.”
영주의 허락이 떨어지자 오우거 사냥에 나서기로 한 기사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것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주님. 보급 부대가 도착했습니다.”
때마침 천막 밖에서 보급 부대가 도착한 것을 알려 왔다. 그것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이제 푹 쉬고 오우거 사냥에 나서면 되는 것이다.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 간 녀석의 사냥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