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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14화)
6. 숲의 제왕 오우거(2)


카이론은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며 조금씩 자리를 옮겨 기사들에게서 단창을 뺏어냈다. 양이 많기는 하지만 바로 던질 것은 아니었기에 널찍이 떨어진 곳에 듬성듬성 단창을 땅에 꽂아 두었다.
‘영감 기사님이 들어가셔서 함부로 던질 수가 없으니 답답하네.’
아직 마일드가 오우거와 만나지 못한 것인지 간간이 돌이 날아왔다. 그런 곳으로 대충이나마 위협용으로 던져 보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잘못 던져 마일드에게 피해가 생길 수가 있었다. 카이론이 머뭇거리고 있는 순간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기사들의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쿠아앙!
콰자자작!
분노한 듯한 오우거의 괴성과 함께 몇 그루의 나무가 부러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기사들은 망설임 없이 숲으로 뛰어들었다.
“간다!”
베른의 말에 기사들은 갑옷을 착용할 때보다 가벼워진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지는 기사들과는 다르게 카이론은 바로 숲속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주변에 꽂아 놓았던 단창을 회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혹시 모르니 나무 위에 피해 있고.”
멀찍이서 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동시에 카이론의 실력에 대한 신뢰감이 묻어 있었다.
아마 카이론이 아닌 단순한 사냥꾼 같은 병사를 안내꾼으로 데리고 왔다면 혹시 모를 위협으로 인해 홀로 놔두지 않고 분명히 몇 명의 기사가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의 말을 얌전히 들을 카이론이 아니었다.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한의 단창을 챙긴 카이론은 불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기사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오우거가 도주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싸우면서 멀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는 않았다.
‘저기 있다!’
얼마간 힘겹게 쫓아 달렸을까?
“리오, 조심해!”
기사의 목소리를 쫓아 도착한 카이론의 눈에 들어온 오우거는 거대한 나무를 하나 뽑아 든 상태로 자신을 빙 두르고 있는 자신의 신장에 반 토막도 안 되는 기사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었다.
들고 있던 나무가 부러지면 금세 주변에 어지럽혀져 있는 나무를 주어들거나 아니면 바로 나무를 꺽어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은 오우거의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사방을 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무의 굵기가 굵었고, 그런 나무를 마치 훈련된 기사들이 목검 휘두르는 것보다도 가볍게 휘두르고 있었기에 접근에 용이하지 않았다.
오우거가 사용하는 나무의 길이와 기사들의 검을 비교해 볼 때 두 무기는 롱소드와 단검을 비교하는 것보다도 못해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기사들이 아무리 날래다 하여도 오우거 역시 그런 기사들 못지않게 빨랐으며, 오히려 야생에서 살아남아 왔기에 본능적인 위기 감응 능력이 빨랐다.
“빌어먹을 녀석! 저 덩치에 이런 움직임은 사기 아닙니까? 으힉!”
베른이 오우거를 견제하며 가볍게 입을 놀리던 중 자신의 머리 위로 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나무를 피하며 낮은 자세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여덟 명의 기사들이 달려들었음에도 쉽사리 기회를 내주지 않던 오우거여서 그랬지는 몰라도 아주 작은 빈틈을 상당히 큰 빈틈이라 생각한 베른이었기에 생각할 것도 없이 오우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런 베른의 기습적인 공격은 오우거의 전혀 예상 밖의 공격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쿵!
강하게 발을 굴러 바닥에 있는 흙과 성인 주먹만 한 돌을 베른에게 쏘아 보냈기에 베른은 결국 오우거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조심해라! 상당히 싸움에 익숙한 오우거다!”
오우거의 돌발적인 대처 능력에 놀란 마일드가 기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입에는 진득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방금 전의 실패로 돌아간 베른의 행동만으로도 충분한 결과를 얻었다 생각했다. 이미 손발이 척척 맞는 기사들이었기에 땅을 차는 방법으로 베른의 공격을 피해내긴 하였지만 그런 행동으로 인해 작지만 몸이 흔들린 오우거를 향해 기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런 기사들 중 마일드는 당당하게 오우거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달려들었기에 오우거는 다른 기사들보다는 마일드에게 정신을 집중하고는 다시 굵은 나무를 휘두르려 할 때였다.
푸욱!
쿠오오오!
오우거의 질기디질긴 가죽을 뚫고 카이론이 가지고 왔던 단창이 오우거의 팔을 꿰뚫었다. 전혀 예상도 못한 공격임과 동시에 팔로부터 밀려오는 고통에 오우거가 괴성을 질렀다.
“끝이다!”
마일드는 카이론의 공격으로 인해 오우거의 목에 큰 빈틈이 생기자 오러를 잔뜩 불어 넣은 검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베어 들어갔다.
“단장님. 위험합니다!”
하지만 전혀 예상 밖으로 갑작스레 날아오는 바위로 인해 마일드의 검은 오우거의 목이 아닌 바위를 노리고 말았다.
쿠오오.
쿵. 쿵. 쿵.
오우거를 단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거대한 땅울림과 함께 한 마리의 오우거가 숲속에서 뛰쳐나와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놓인 오우거를 돕기 시작함으로 인해 싸움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싸우고 있던 오우거보다는 조금 작기는 하지만 인간들이 볼 때는 모두 비슷한 거대한 크기의 오우거였다.
“암놈?”
오우거 자체가 워낙 흉포하게 생겼다. 눈, 코, 입, 귀 등은 인간들과 비슷한 장소에 같은 숫자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거대한 입은 인간들로 치면 볼의 중간 부분까지 찢어져 있었다.
그것은 암, 수 모두 같았다. 그랬기에 단순히 얼굴로만은 암수를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법도 하지만 오우거의 성별은 입 밖으로 튀어나온 이빨로 구분할 수가 있다.
수놈과 암놈을 놓고 본다면 누가 보더라도 수놈의 이가 확연하게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거기에 암놈은 유독 송곳이가 다른 이보다 눈에 띌 정도로 길었기에 조금 오우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최소 한 놈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조심하십쇼.”
카이론은 돌이 쏘아진 방향과 오우거가 튀어나온 방향으로 인해 오우거가 최소 한 마리는 더 있다는 것을 기사들이 혹시 모를 것에 대비해 경고해 주었다.
‘오우거가 갑자기 왜 이렇게나?’
오우거가 이렇게나 같이 행동하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오우거가 두 마리도 아니고 최소 세 마리 정도가 같이 움직이는 일이라니.
‘엿 됐다.’
카이론은 한탄을 하며 숲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오우거를 경계했다. 두 마리의 오우거까지는 기사들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을 던지거나 나무를 뽑아 던지는 오우거가 있다면 결과를 알 수는 없었다.
대충 짐작하고 있다곤 하더라도 기습적인 공격은 그 어떤 싸움에서건 가장 큰 변수를 불러올 수 있는 일이었고, 절대로 가볍게 날아오는 것이 아닌 막는다 하더라도 심각한 부상을 당할 정도로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공격이니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가 있었다.
‘오우거가 세 마리라… 암놈과 수놈, 그렇다면 남는 것은 아마도 새끼겠지.’
몬스터들은 각 종류에 맞게 발정기가 있기는 하지만 꼭 발정기에만 번식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눈앞에 있는 오우거였다.
오우거는 겨울철이 발정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와 같이 발정기가 아님에도 교배를 하여 새끼를 낳는 경우가 있었다.
카이론이 잠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기사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오우거는 서로의 범위에는 침범되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서 나무를 휘두르고 있다 보니 기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그다지 넓지는 않았다.
거기에 오우거가 두 마리가 되니 보는 눈도 많아졌고 드물게 이곳저곳에서 날아오는 바위나 나무로 인해 위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단창은 방금 던진 것을 빼니 10개뿐인가.’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활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카이론이었다.
‘그래도 단검이라도 몇 개 준비해 온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지.’
카이론은 주변에서 투척하고 있는 오우거는 일단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에 한해서였다. 그 오우거도 자신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까부터 기사들만을 노리고 있었다.
‘괴물 같은 회복 능력이군.’
카이론도 몇 번 오우거를 보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싸워 본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방금 전 자신이 던진 단창이 오우거의 가죽을 뚫고 들어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회복력에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여태까지 카이론이 드물게 사냥했던 몬스터들도 회복 능력이 인간보다는 뛰어나긴 했지만 카이론이 보아 왔던 몬스터 중 오우거보다 빠른 몬스터는 없었다.
‘이 녀석보다 트롤이 더욱 빠른 회복을 갖고 있다고 했지.’
전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으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몬스터 능력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는 카이론은 기회를 찾아냈다.
카이론이 기회로 잡고 노린 오우거는 방금 전 카이론의 단창에 상처를 입은 오우거였다.
쿵!
강하게 땅을 밟으며 실로 두려울 정도의 힘으로 쏘아진 카이론의 단창은 직선으로 빠르게 오우거의 무릎을 향해 날아갔다.
거의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기에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단지 오우거들이 휘두르는 나무와 앞에서 알짱거리는 기사들을 피해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다.
반드시 맞출 것이라 생각한 이번 카이론의 공격은 가볍게 다리를 벌리는 것으로 오우거는 위협적인 카이론의 공격을 피해냈다.
크롸롸롸!
오우거는 기사들의 위협적인 공격을 몸을 틀어 받아내며 카이론에게 돌진했다.
두 번의 공격으로 본능적으로 카이론이 이번 싸움에서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는 기습적으로 달려 나온 것이다.
그런 오우거의 기습적인 행동은 성공적이었다. 기사들이 일찍이 알고 있었다면 막았겠지만 갑작스러운 돌격으로 인해 그렇지 못했다.
물론 놀라서 검을 휘두르긴 했지만 오우거의 행동을 멈출 정도의 위협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도망가라, 카이론!”
“튀어!”
“멈춰라!”
카이론의 위협에 오우거 암놈을 상대하고 있던 기사들은 단지 크게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소리를 쳤고, 수놈을 맡고 있던 기사들은 뒤늦게 오우거의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뒤뚱거리며 뛰는 모습이긴 하지만 산이 울리는 것 같은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하체가 상체에 비해 짧기는 하지만 큰 키를 이용해 빠르게 카이론과 가까워졌다.
거대한 뱀이라면 인간 같은 것도 한 입에 먹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오우거까지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카이론은 오우거가 자신에게 가까워질수록 붉게 충혈된 것 같은 눈동자와 자신을 한 입에 삼켜 버릴 것 같은 거대한 입과 날카로운 이빨에 공포를 느꼈다.
딱히 피어를 쓴 것은 아니지만 오우거의 두 눈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절로 굳어진 카이론이다.
전에 있던 싸움에서 들었던 오우거 피어보다는 일대일로 마주하며 카이론에게만 쏟아지는 살기는 카이론이 견뎌내기에는 힘든 양이었다.
쿠앙!
나무는 뒤쫓아 오는 기사들에게 던져 버린 오우거는 거대한 손바닥으로 카이론을 내려쳤다. 단숨에 인간이었다고는 상상 없을 정도로 짜부라질 운명에 놓인 카이론이었다.
“카이로온!”
쾅!
뒤늦게 쫓아온 마일드가 울부짖듯이 카이론을 불렀지만 이미 오우거의 거대한 손은 카이론이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지고 난 다음이었다.
“네 이놈!”
마일드의 몸에서는 다른 그 어떤 때보다도 진득한 살기가 쏘아져 나와 오우거를 조였다. 단순한 기운만으로 쏘아내는 것이 아닌 마음속에서부터 쏘아져 나오는 기운으로 인해 오우거의 거대한 동체가 굳어진 듯 보였다.
푸욱.
크앙, 크아아아앙!
오우거의 뒤쪽까지 거의 접근한 마일드와 베른은 반쯤 몸을 돌리며 소리치는 오우거를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오우거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있었는데 그런 손을 타고 오우거의 진초록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푸학!
크앙!
오우거는 자신의 눈에 박힌 물건을 뽑아내려 했지만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이기에 상당히 작은 무기라 무기만을 뽑아내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눈을 통째로 뽑아내 버렸다.
오우거는 하나 남은 눈을 번쩍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카이론을 찾기 시작했다. 오우거의 눈에 들어온 카이론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쿠오오오!
고통을 잊기 위한 괴성을 지른 오우거는 카이론이 숨은 나무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거기 멈춰라!”
“거기 서! 이 자식아!”
아직 카이론이 살아 있다는 것에 오우거 암놈과 싸우고 있는 기사들이 아닌 카이론을 구하기 위해 오우거의 뒤를 쫓던 기사들이 잠시 정신을 놓고 있던 사이 오우거와의 거리가 다시 멀어지자 서둘러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잠깐 희망이 맴돌았던 기사들의 표정이 다시 좁혀지지 않는 오우거와의 거리로 인해 일그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