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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아자개는 곧 아주 가까이 다가와 이서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하네. 원래 열이 나면 다 이렇게 되나?”
이서의 몸에 검은 반점이 번지고 있었다. 가슴에서부터 시작되어, 손끝 발끝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나중에는 몸이 거의 검게 보일 지경이었다.
이서도 그걸 볼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아자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고, 짧은 팔을 뻗어 이서를 안았다. 이서의 몸은 아주 뜨거웠고, 오래 안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좀 참아.”
이서는 그 목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아자개는 빠른 속도로 변했다. 머리에서 긴 뿔이 솟고, 몸이 길어지더니 팔다리며 목, 얼굴에까지 검푸른 비늘이 돋았다. 아자개는 순식간에 용의 모습이 되어 처음처럼 이서를 꼬리로 감고 수면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이서는 생명수라도 들이켜듯 샘물을 마셨다. 과연 착각이 아니었다. 물 몇 모금 마셨을 뿐인데 가슴이 편안해졌다. 고열에 시달린 이서는 제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줄도 몰랐다. 물을 마신 건 거의 본능이었다.
촤악, 아자개가 샘 밖으로 솟구친 순간, 샘물은 비처럼 서천에 흩뿌려졌다. 여울의 말을 듣고 허둥지둥 샘으로 온 진성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고 말았다. 진성과 여울은 하늘 높이 날았다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는 아자개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만 보았다.
곧 아자개가 가볍게 땅에 발을 디뎠다. 네 다리로 바닥을 짚고 서서, 아자개는 진성을 바라보았다. 바람도 없는데 수염이 흔들렸다. 진성은 아자개가 꼬리로 이서의 몸을 감고 있는 걸 보았다.
“이서야!”
진성이 비명처럼 외쳤다. 아자개가 천천히 이서를 진성 앞에 내려놓았다. 진성은 덥석 이서를 안았는데, 여울의 말대로 분명 뭔가 이상했다. 흠뻑 젖은 상태였는데도 몸이 불덩이 같았다. 지독한 열이었다.
“나는 쳐다보지도 않는구나.”
아자개가 철썩, 꼬리로 수면을 치며 말했다. 장난스러운 행동이었고 진성도 그걸 알았지만, 여울은 완전히 겁에 질려 주저앉아 버렸다. 진성은 잠시 이서를 살핀 후 곧 아자개 앞으로 걸어갔다. 거대한 용 앞에, 진성은 아주 작았다.
“아이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말이나 듣자고 온 게 아니야. 왜 날 찾아오지 않지?”
아자개는 진성 앞에 바짝 머리를 들이밀며 물었다. 커다란 용의 머리가 코앞에 있는데도, 그 뜨거운 입김이 몸을 감싸는데도, 진성은 떨지 않았다. 진성은 조금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대답을 내놓았다.
“아시지 않습니까.”
“모르는데.”
“정말 모르십니까?”
“왜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해?”
아자개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진성은 지금 그와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서의 열은 정말 괴이했다. 진성은 이서를 한번 돌아본 후 아자개에게 말했다.
“지금은 아이를 돌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러나겠습니다.”
“난 저 애를 구했어.”
아자개는 검은 눈을 빛내며 속삭였다.
“하늘의 법은 알겠지. 빚은 갚아라, 꽃감관.”
진성은 정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다. 꾸물거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대는 천제의 교룡, 단순한 신수가 아니었다.
“일간 찾아뵙겠습니다.”
아자개는 못 믿겠다는 듯, 목에서 울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그쯤에서 물러나 주었다.
진성은 허둥지둥 이서를 안았다. 온몸에 번진 검은 반점. 진성은 가슴이 선뜩해졌다. 식은땀이 났다. 진성은 주저앉은 여울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이서를 업고 무작정 제 처소로 뛰었다.
꽃감관은 꽃들과 어울리지만, 처소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처소에 꽃들을 위한 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건 분명 개화열이지만 평소와는 다르다. 약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처소로 데려가야 했다.
진성의 처소는 크지 않았다. 딱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였다. 만약 진성이 가족을 이룬다면, 이 집은 스스로 넓어질 것이다. 진성은 그 작은 집에 허둥지둥 이서를 눕혔다. 이서의 옷이 다 젖은 상태라 보료도 축축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성은 급히 다른 암꽃들을 불러 이서의 옷을 벗기게 했다. 서천에서도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게 함부로 벗은 몸을 내보이는 것은 금기였다.
그들이 이서의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진성은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을 찾으려 했다. 저 개화열은 이상했다. 진성은 자기가 화상을 입었다는 걸 알았다. 등이 화끈거리고 쓰라렸다. 그리 오래 업지도 않았는데, 이서의 개화열에 피부가 상한 것이다.
아무래도 검은 반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껏 많은 이룰싹들이 개화했지만, 저런 증세는 없었다. 다른 병이 겹친 거라면, 아니면 혹시…….
진성은 이서의 열망을 잘 알았다. 모든 이룰싹들은 흔히 말하는 ‘좋은 꽃’이 되기를 원했다. 이서의 열망은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욕심과 희망은 커지는 법이었다. 이서는 15년을 기다렸다. 천상 아래 홍진(紅塵), 즉 인간 세상의 시간으로 따지면 150년이 지난 것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이서는 스스로 더 길한 꽃으로 피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검은 반점은 아무리 봐도…….
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미리부터 걱정할 건 없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꽃감관으로서 이서의 옆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이 지독한 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이서는 이겨 내야 했다. 이겨 내고 자기만의 향을 가져야 했다.
어떤 꽃으로 피든 무사해야 할 텐데. 진성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기도했다.
그 후 이서는 한 달을 더 앓았다.
서천의 모든 꽃들, 바람동자들, 자주 찾아오던 천인들까지 이서의 일을 알게 되었다. 개화열로 앓아눕는 일은 흔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늦는다 늦는다 해도, 일주일 안에는 개화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라니. 그런 데다 이서는 계속 혼절 상태였다. 진성이 애써도, 청현과 여울을 비롯한 다른 꽃들이 찾아와도, 이서는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는 혼자 고열과 싸우며 밤낮없이 앓았다. 살이 쭉쭉 빠지고 볼이 쑥 들어갔다. 눈 밑이 검게 변하고 온몸의 검은 반점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서천에서 가장 긴 한 달이었다. 꽃들은 얼마나 굉장한 꽃이기에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수군거렸다. 이례적인 일인 만큼 모두의 시선이 이서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꽃감관 진성만은 조용했다. 그는 이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열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검은 반점을 본 천인들은 혹 꽃 중에 이런 점을 가진 꽃이 있느냐 물었고, 진성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모르는지 모르는 척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 하고도 아흐레가 지난 보름밤.
“이서야!”
이서의 곁을 지키던 진성은 화들짝 놀라 이서를 불렀다. 이서가, 마침내 눈을 뜬 것이다. 이서는 기운 없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더니 몸을 일으키려는 듯 끙끙거렸다. 그러나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다.
“이서야. 괜찮으냐? 정신이 들어?”
“꽃감관님…….”
이서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름이라기보다는 혼잣말 같았다. 진성은 이서의 손을 잡아 주었다. 체온은 정상이었다. 천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읊조렸다. 지금까지 개화열 때문에 죽은 이룰싹은 없었지만, 그래도 진성은 이서가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 여겼다. 이렇게 깨어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저 피었나요?”
“그래, 몇 시간 전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하더구나. 넌 한 달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
그 대답에 이서는 말갛게 웃었다. 한 달이나 정신을 잃었다니. 지금까지 서천에 그런 일은 없었다. 나 정말 굉장한 꽃인가 봐. 이서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늘어진 채로도 즐겁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이불을 박차고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꽃이에요?”
순수한 기대가 묻어 나오는 물음이었다. 15년을 기다렸으니 그럴 법도 했다. 게다가 기이한 개화열을 겪었으니. 진성은 이서의 시선을 피해 물을 따르며 대답을 미뤘다.
“일단 물 좀 마셔라. 너무 오래 쓰러져 있어서 힘들 거야. 내가 일으켜 주마.”
“꽃감관님, 어서요.”
진성은 대답 대신 이서의 등을 받쳐 일어나 앉게 했다. 간신히 앉은 이서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달게 물을 마셨다. 이렇게 체력이 약해져 있는데 괜찮을까. 진성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이서는 물을 다 마시자마자 또 보챘다.
“저 무슨 꽃이에요, 꽃감관님?”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게 어떨까? 무슨 꽃인지는 내일 말해 주마.”
“저 못 들으면 잠도 못 잘 것 같아서 그래요. 무슨 꽃이에요?”
이서는 잔뜩 들뜬 가슴으로 진성을 졸랐다. 아마 내가 이제껏 들어 보지도 못한 귀하고 길한 꽃일 거야. 웃음꽃, 환생꽃, 살이꽃, 밝힐꽃도 아니겠지. 무슨 꽃일까. 세상을 구하는 꽃일까?
진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서는 기다렸고, 진성은 이서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미룬다고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진성은 창으로 환하게 쏟아지는 달빛과, 그 달빛에 빛나는 이서의 머리카락과, 한 달 새 부쩍 야윈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서는 몇 시간 전에 개화했고, 지금은 정신을 차렸다. 진성은 그 몇 시간 전에 이미 천제로부터 받은 도감을 확인하고 너무나 놀랐다. 이 말을 어떻게 전해 줘야 충격이 덜할까 생각했지만,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서야, 너는.”
진성은 이서가 이제껏 얼마나 개화를 바라 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가장 친한 두 친구가 각각 복줄꽃과 지켜줄꽃으로 피었다. 이서의 기대감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기만 했다.
“넌.”
진성은 또 망설였다.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천제시여, 정말 제가 이 말을 해야만 하겠습니까?
“수레멸망악심꽃이다.”
이서는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네?”
그녀는 무구하게 되물었다. 무슨 꽃? 이서는 되물어 놓기만 하고, 간절한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진성은 그녀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이서가 어떤 꽃으로 피었는지에 대해서. 그것은 꽃감관의 의무였다.
“수레멸망악심꽃. 줄여서 멸망꽃이라고도 하지.”
“멸망……?”
진성의 말을 따라 하는 이서의 얼굴이 멍해졌다.
진성은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해 주었다.
“불화와 불운을 부르는 꽃이란다.”
사실 그건 아주 순화된 설명이었다. 수레멸망악심꽃은 단순히 불화와 불운을 부르는 꽃이 아니었다. 수레바퀴가 구르듯 돌고 또 도는 운명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꽃. 피의 쟁투와 온갖 악심을 불러들이는 꽃.
이서는 세계를 멸망시킬 꽃이었다.
* * *
이서가 개화한 후, 서천에는 아주 기이한 침묵이 깔렸다.
꽃들은 이서를 위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 모두, 이서가 얼마나 자기의 개화를 기대해 왔는지 알았다. 물론 모든 이룰싹이 그랬을 것이나 이서는 조금 유별났다. 어릴 때 불붙을꽃을 잘못 써서인지, 그녀는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는 꽃을 열망했다.
그런 이서가 수레멸망악심꽃으로 피었다.
이번에는 꽃감관 진성조차 입바른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늘 이룰싹과 꽃들에게 ‘좋은 꽃 나쁜 꽃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지금 그런 말을 했다간 이서가 폭발할 것 같았다.
이서는 진성의 처소에 틀어박혀 한 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았다.
청현과 여울, 그리고 이서와 가깝던 꽃들이 몇 차례 이서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서는 모두 만나지 않겠다고 고집스럽게 고개만 저었다. 진성은 이서의 마음을 이해했으므로 그녀가 자기 처소에 머물도록 허락해 주었고, 찾아온 꽃들도 모두 돌려보냈다.
일주일이 지났다. 서천에서, 사람의 형상을 한 꽃은 식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특별히 병을 앓지 않는 한, 살이 내리거나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서는 나날이 야위어 갔다.
달빛 드는 밤, 이서는 눈을 떴다.
요즘은 그저 울다 잠드는 게 일이었다. 인세(人世)의 시간으로는 150년이 지났지만, 선계의 서천에서 이서는 열다섯 살이었다. 그녀는 자기 생에 닥친 거대한 재앙 앞에 무력했다. 이건 그녀가 날 적부터 지니고 있던 운명이었다. 앞으로 평생을 동행해야 할, 그녀의 업이었다.
왜?
난 아무 잘못도 안 했어.
이서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울고 발버둥 쳐도, 설령 씨앗 상태로 돌아가 다시 핀다 해도, 억겁을 그렇게 반복해도 그녀는 수레멸망악심꽃이었다.
이는 모든 꽃의 운명이었다.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이서야. 깼구나.”
진성은 고요히 이서의 곁을 지켰다. 그는 서천 모든 꽃의 아버지였다. 말하거나 걷지 못하는 꽃들도, 진성은 자식처럼 돌보았다. 자아를 지닌 이룰싹과 꽃에게는 더욱 지극정성이었다. 서천의 꽃들은 그런 진성을 아버지라 여겼다.
“물 좀 줄까?”
“꽃감관님.”
이서가 부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성은 대답 대신 흙으로 만든 잔에 따뜻한 물을 따랐다. 이서는 찰랑이는 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개화할 때의 그 샘물 같았다. 그럴 리 없는데도.
상상 이상의 지독한 고통이었다. 이서는 늘 개화열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다. 완성되기 위해 겪는 숭고한 고통이라 생각했다. 진성이 들려주던 이야기 속 영웅들도 똑같지 않은가. 영광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마침내 위대한 자리에 오르지 않았나.
그러나 개화열이 이서에게 안긴 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좌절이었다.
“전 인정할 수 없어요.”
이서의 목소리는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고작해야 일주일. 이서가 마음을 추스르려면 멀었다. 진성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전 이런 걸 선택한 적이 없어요…….”
운명은 꽃밭에서 꽃을 고르듯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서천의 이룰싹 중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서도 그중 하나였다. 이서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누구가 원치 않게 앉은뱅이꽃으로 피었대.’ 하는 말을 전해 듣는 것과, 자기가 그 눈먼 운명에 짓밟히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 대단한 꽃이 아니어도 좋아요. 아니, 악몽꽃 같은 거여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건……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수레멸망악심. 이름부터 기가 막혔다.
“이제 어떡하죠?”
이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음이라기보다는 한탄이었다. 이서는 진성만 애타게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 현명한 꽃감관이었으니까. 완벽한 아버지였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해답을 줄 것이다. 이번에도 길을 밝혀 줄 것이다.
아자개는 곧 아주 가까이 다가와 이서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하네. 원래 열이 나면 다 이렇게 되나?”
이서의 몸에 검은 반점이 번지고 있었다. 가슴에서부터 시작되어, 손끝 발끝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나중에는 몸이 거의 검게 보일 지경이었다.
이서도 그걸 볼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아자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고, 짧은 팔을 뻗어 이서를 안았다. 이서의 몸은 아주 뜨거웠고, 오래 안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좀 참아.”
이서는 그 목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아자개는 빠른 속도로 변했다. 머리에서 긴 뿔이 솟고, 몸이 길어지더니 팔다리며 목, 얼굴에까지 검푸른 비늘이 돋았다. 아자개는 순식간에 용의 모습이 되어 처음처럼 이서를 꼬리로 감고 수면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이서는 생명수라도 들이켜듯 샘물을 마셨다. 과연 착각이 아니었다. 물 몇 모금 마셨을 뿐인데 가슴이 편안해졌다. 고열에 시달린 이서는 제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줄도 몰랐다. 물을 마신 건 거의 본능이었다.
촤악, 아자개가 샘 밖으로 솟구친 순간, 샘물은 비처럼 서천에 흩뿌려졌다. 여울의 말을 듣고 허둥지둥 샘으로 온 진성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고 말았다. 진성과 여울은 하늘 높이 날았다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는 아자개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만 보았다.
곧 아자개가 가볍게 땅에 발을 디뎠다. 네 다리로 바닥을 짚고 서서, 아자개는 진성을 바라보았다. 바람도 없는데 수염이 흔들렸다. 진성은 아자개가 꼬리로 이서의 몸을 감고 있는 걸 보았다.
“이서야!”
진성이 비명처럼 외쳤다. 아자개가 천천히 이서를 진성 앞에 내려놓았다. 진성은 덥석 이서를 안았는데, 여울의 말대로 분명 뭔가 이상했다. 흠뻑 젖은 상태였는데도 몸이 불덩이 같았다. 지독한 열이었다.
“나는 쳐다보지도 않는구나.”
아자개가 철썩, 꼬리로 수면을 치며 말했다. 장난스러운 행동이었고 진성도 그걸 알았지만, 여울은 완전히 겁에 질려 주저앉아 버렸다. 진성은 잠시 이서를 살핀 후 곧 아자개 앞으로 걸어갔다. 거대한 용 앞에, 진성은 아주 작았다.
“아이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말이나 듣자고 온 게 아니야. 왜 날 찾아오지 않지?”
아자개는 진성 앞에 바짝 머리를 들이밀며 물었다. 커다란 용의 머리가 코앞에 있는데도, 그 뜨거운 입김이 몸을 감싸는데도, 진성은 떨지 않았다. 진성은 조금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대답을 내놓았다.
“아시지 않습니까.”
“모르는데.”
“정말 모르십니까?”
“왜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해?”
아자개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진성은 지금 그와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서의 열은 정말 괴이했다. 진성은 이서를 한번 돌아본 후 아자개에게 말했다.
“지금은 아이를 돌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러나겠습니다.”
“난 저 애를 구했어.”
아자개는 검은 눈을 빛내며 속삭였다.
“하늘의 법은 알겠지. 빚은 갚아라, 꽃감관.”
진성은 정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다. 꾸물거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상대는 천제의 교룡, 단순한 신수가 아니었다.
“일간 찾아뵙겠습니다.”
아자개는 못 믿겠다는 듯, 목에서 울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그쯤에서 물러나 주었다.
진성은 허둥지둥 이서를 안았다. 온몸에 번진 검은 반점. 진성은 가슴이 선뜩해졌다. 식은땀이 났다. 진성은 주저앉은 여울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이서를 업고 무작정 제 처소로 뛰었다.
꽃감관은 꽃들과 어울리지만, 처소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처소에 꽃들을 위한 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건 분명 개화열이지만 평소와는 다르다. 약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처소로 데려가야 했다.
진성의 처소는 크지 않았다. 딱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였다. 만약 진성이 가족을 이룬다면, 이 집은 스스로 넓어질 것이다. 진성은 그 작은 집에 허둥지둥 이서를 눕혔다. 이서의 옷이 다 젖은 상태라 보료도 축축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성은 급히 다른 암꽃들을 불러 이서의 옷을 벗기게 했다. 서천에서도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게 함부로 벗은 몸을 내보이는 것은 금기였다.
그들이 이서의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진성은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을 찾으려 했다. 저 개화열은 이상했다. 진성은 자기가 화상을 입었다는 걸 알았다. 등이 화끈거리고 쓰라렸다. 그리 오래 업지도 않았는데, 이서의 개화열에 피부가 상한 것이다.
아무래도 검은 반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껏 많은 이룰싹들이 개화했지만, 저런 증세는 없었다. 다른 병이 겹친 거라면, 아니면 혹시…….
진성은 이서의 열망을 잘 알았다. 모든 이룰싹들은 흔히 말하는 ‘좋은 꽃’이 되기를 원했다. 이서의 열망은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욕심과 희망은 커지는 법이었다. 이서는 15년을 기다렸다. 천상 아래 홍진(紅塵), 즉 인간 세상의 시간으로 따지면 150년이 지난 것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이서는 스스로 더 길한 꽃으로 피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검은 반점은 아무리 봐도…….
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미리부터 걱정할 건 없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꽃감관으로서 이서의 옆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이 지독한 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이서는 이겨 내야 했다. 이겨 내고 자기만의 향을 가져야 했다.
어떤 꽃으로 피든 무사해야 할 텐데. 진성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기도했다.
그 후 이서는 한 달을 더 앓았다.
서천의 모든 꽃들, 바람동자들, 자주 찾아오던 천인들까지 이서의 일을 알게 되었다. 개화열로 앓아눕는 일은 흔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늦는다 늦는다 해도, 일주일 안에는 개화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라니. 그런 데다 이서는 계속 혼절 상태였다. 진성이 애써도, 청현과 여울을 비롯한 다른 꽃들이 찾아와도, 이서는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는 혼자 고열과 싸우며 밤낮없이 앓았다. 살이 쭉쭉 빠지고 볼이 쑥 들어갔다. 눈 밑이 검게 변하고 온몸의 검은 반점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서천에서 가장 긴 한 달이었다. 꽃들은 얼마나 굉장한 꽃이기에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수군거렸다. 이례적인 일인 만큼 모두의 시선이 이서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꽃감관 진성만은 조용했다. 그는 이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열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검은 반점을 본 천인들은 혹 꽃 중에 이런 점을 가진 꽃이 있느냐 물었고, 진성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모르는지 모르는 척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 하고도 아흐레가 지난 보름밤.
“이서야!”
이서의 곁을 지키던 진성은 화들짝 놀라 이서를 불렀다. 이서가, 마침내 눈을 뜬 것이다. 이서는 기운 없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더니 몸을 일으키려는 듯 끙끙거렸다. 그러나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다.
“이서야. 괜찮으냐? 정신이 들어?”
“꽃감관님…….”
이서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부름이라기보다는 혼잣말 같았다. 진성은 이서의 손을 잡아 주었다. 체온은 정상이었다. 천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읊조렸다. 지금까지 개화열 때문에 죽은 이룰싹은 없었지만, 그래도 진성은 이서가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 여겼다. 이렇게 깨어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저 피었나요?”
“그래, 몇 시간 전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하더구나. 넌 한 달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
그 대답에 이서는 말갛게 웃었다. 한 달이나 정신을 잃었다니. 지금까지 서천에 그런 일은 없었다. 나 정말 굉장한 꽃인가 봐. 이서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늘어진 채로도 즐겁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이불을 박차고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꽃이에요?”
순수한 기대가 묻어 나오는 물음이었다. 15년을 기다렸으니 그럴 법도 했다. 게다가 기이한 개화열을 겪었으니. 진성은 이서의 시선을 피해 물을 따르며 대답을 미뤘다.
“일단 물 좀 마셔라. 너무 오래 쓰러져 있어서 힘들 거야. 내가 일으켜 주마.”
“꽃감관님, 어서요.”
진성은 대답 대신 이서의 등을 받쳐 일어나 앉게 했다. 간신히 앉은 이서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달게 물을 마셨다. 이렇게 체력이 약해져 있는데 괜찮을까. 진성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이서는 물을 다 마시자마자 또 보챘다.
“저 무슨 꽃이에요, 꽃감관님?”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게 어떨까? 무슨 꽃인지는 내일 말해 주마.”
“저 못 들으면 잠도 못 잘 것 같아서 그래요. 무슨 꽃이에요?”
이서는 잔뜩 들뜬 가슴으로 진성을 졸랐다. 아마 내가 이제껏 들어 보지도 못한 귀하고 길한 꽃일 거야. 웃음꽃, 환생꽃, 살이꽃, 밝힐꽃도 아니겠지. 무슨 꽃일까. 세상을 구하는 꽃일까?
진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서는 기다렸고, 진성은 이서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미룬다고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진성은 창으로 환하게 쏟아지는 달빛과, 그 달빛에 빛나는 이서의 머리카락과, 한 달 새 부쩍 야윈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서는 몇 시간 전에 개화했고, 지금은 정신을 차렸다. 진성은 그 몇 시간 전에 이미 천제로부터 받은 도감을 확인하고 너무나 놀랐다. 이 말을 어떻게 전해 줘야 충격이 덜할까 생각했지만,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서야, 너는.”
진성은 이서가 이제껏 얼마나 개화를 바라 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가장 친한 두 친구가 각각 복줄꽃과 지켜줄꽃으로 피었다. 이서의 기대감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기만 했다.
“넌.”
진성은 또 망설였다.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천제시여, 정말 제가 이 말을 해야만 하겠습니까?
“수레멸망악심꽃이다.”
이서는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네?”
그녀는 무구하게 되물었다. 무슨 꽃? 이서는 되물어 놓기만 하고, 간절한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진성은 그녀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이서가 어떤 꽃으로 피었는지에 대해서. 그것은 꽃감관의 의무였다.
“수레멸망악심꽃. 줄여서 멸망꽃이라고도 하지.”
“멸망……?”
진성의 말을 따라 하는 이서의 얼굴이 멍해졌다.
진성은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해 주었다.
“불화와 불운을 부르는 꽃이란다.”
사실 그건 아주 순화된 설명이었다. 수레멸망악심꽃은 단순히 불화와 불운을 부르는 꽃이 아니었다. 수레바퀴가 구르듯 돌고 또 도는 운명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꽃. 피의 쟁투와 온갖 악심을 불러들이는 꽃.
이서는 세계를 멸망시킬 꽃이었다.
이서가 개화한 후, 서천에는 아주 기이한 침묵이 깔렸다.
꽃들은 이서를 위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 모두, 이서가 얼마나 자기의 개화를 기대해 왔는지 알았다. 물론 모든 이룰싹이 그랬을 것이나 이서는 조금 유별났다. 어릴 때 불붙을꽃을 잘못 써서인지, 그녀는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는 꽃을 열망했다.
그런 이서가 수레멸망악심꽃으로 피었다.
이번에는 꽃감관 진성조차 입바른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늘 이룰싹과 꽃들에게 ‘좋은 꽃 나쁜 꽃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지금 그런 말을 했다간 이서가 폭발할 것 같았다.
이서는 진성의 처소에 틀어박혀 한 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았다.
청현과 여울, 그리고 이서와 가깝던 꽃들이 몇 차례 이서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서는 모두 만나지 않겠다고 고집스럽게 고개만 저었다. 진성은 이서의 마음을 이해했으므로 그녀가 자기 처소에 머물도록 허락해 주었고, 찾아온 꽃들도 모두 돌려보냈다.
일주일이 지났다. 서천에서, 사람의 형상을 한 꽃은 식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특별히 병을 앓지 않는 한, 살이 내리거나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서는 나날이 야위어 갔다.
달빛 드는 밤, 이서는 눈을 떴다.
요즘은 그저 울다 잠드는 게 일이었다. 인세(人世)의 시간으로는 150년이 지났지만, 선계의 서천에서 이서는 열다섯 살이었다. 그녀는 자기 생에 닥친 거대한 재앙 앞에 무력했다. 이건 그녀가 날 적부터 지니고 있던 운명이었다. 앞으로 평생을 동행해야 할, 그녀의 업이었다.
왜?
난 아무 잘못도 안 했어.
이서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울고 발버둥 쳐도, 설령 씨앗 상태로 돌아가 다시 핀다 해도, 억겁을 그렇게 반복해도 그녀는 수레멸망악심꽃이었다.
이는 모든 꽃의 운명이었다.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이서야. 깼구나.”
진성은 고요히 이서의 곁을 지켰다. 그는 서천 모든 꽃의 아버지였다. 말하거나 걷지 못하는 꽃들도, 진성은 자식처럼 돌보았다. 자아를 지닌 이룰싹과 꽃에게는 더욱 지극정성이었다. 서천의 꽃들은 그런 진성을 아버지라 여겼다.
“물 좀 줄까?”
“꽃감관님.”
이서가 부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성은 대답 대신 흙으로 만든 잔에 따뜻한 물을 따랐다. 이서는 찰랑이는 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개화할 때의 그 샘물 같았다. 그럴 리 없는데도.
상상 이상의 지독한 고통이었다. 이서는 늘 개화열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다. 완성되기 위해 겪는 숭고한 고통이라 생각했다. 진성이 들려주던 이야기 속 영웅들도 똑같지 않은가. 영광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마침내 위대한 자리에 오르지 않았나.
그러나 개화열이 이서에게 안긴 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좌절이었다.
“전 인정할 수 없어요.”
이서의 목소리는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고작해야 일주일. 이서가 마음을 추스르려면 멀었다. 진성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전 이런 걸 선택한 적이 없어요…….”
운명은 꽃밭에서 꽃을 고르듯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서천의 이룰싹 중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서도 그중 하나였다. 이서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누구가 원치 않게 앉은뱅이꽃으로 피었대.’ 하는 말을 전해 듣는 것과, 자기가 그 눈먼 운명에 짓밟히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 대단한 꽃이 아니어도 좋아요. 아니, 악몽꽃 같은 거여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건……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수레멸망악심. 이름부터 기가 막혔다.
“이제 어떡하죠?”
이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음이라기보다는 한탄이었다. 이서는 진성만 애타게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 현명한 꽃감관이었으니까. 완벽한 아버지였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해답을 줄 것이다. 이번에도 길을 밝혀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