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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초인종을 눌러 대고 있던 민영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섰다. ‘히익!’ 너무 놀라 급박히 공기를 들이켜다 사레까지 걸렸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에 대고 마른기침을 해 대던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피식’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이다. 지후는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웃음기를 감췄다.
“누구신데 남의 집 앞에서…….”
“어? 어, 아, 아!”
어눌한 소리로 두어 번, 탄식과 탄사를 연달아 뱉어 낸 그녀는 한참 만에 대답을 생각해 냈다.
“안녕하세요, 전 세종대학병원 전공의예요. 김영지 교수님 심부름으로 자료 가지고 왔는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을 안 열어 주시네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아무도 없을 거예요.”
예의를 갖춘 인사와 긴 상황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지후의 대답은 간결했다. 민영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가 들고 있던 봉투를 불쑥 내밀었다.
“어, 그럼 이거 좀, 교수님께 전해 주세요.”
“이게 중요한 거예요?”
봉투를 건네고 곧장 걸음을 옮기려던 민영은 멈칫하며 대답을 주워섬겼다.
“예? 어, 아마 그럴 거예요. 중요한 게 아니면 급하게 가져오라고 안 하셨을 테니까.”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을 텐데…….”
민영은 그의 혼잣말을 못 들은 체하며 인사를 챙겼다.
“어쨌든 전달했으니까 저는 이만. 안녕히 계세요.”
겉으로는 인사 같지만, 그녀의 속내는 상황을 종료시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입꼬리를 늘인 채 봉투를 뒤적거리던 그가 다시 질문했기 때문이다.
“근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런 거 막 떠넘기고 그냥 가요?”
“아니, 그게, 어, 임지후 씨잖아요. 김영지 교수님 아들.”
오늘따라 자꾸 더듬거리는 입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민영은 저도 모르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끝냈다. 그와 동시에 지후의 입에선 짧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알아봤으면서 알은체도 안 해요? 서운하네.”
지후는 짐짓 상처받은 표정을 꾸며 내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제법 효과를 보는 제스처다. 오늘도 그 효과가 발휘될지는 모르겠지만.
반쯤 몸을 돌리다 말고 정지 자세가 되어 버린 그녀는 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짜증이 난 모양이다. 그러다 체머리를 흔들며 변명 같은 말을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제가 좀 당황해서…….”
첫 대면의 순간을 떠올린 지후는 상냥한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교수님 욕한 거 안 일러바칠게요.”
“저 욕 안 했어요!”
이번에는 재깍 대답이 흘러나온다. 지후는 또 넌지시 떠봤다.
“그럼 흉본 건가?”
“아니라니까요! 흉본 적도 없을뿐더러 욕은 더더욱 안 했어요. 진짜예요, 하늘땅 별 땅 각기 별 땅!”
얼굴까지 빨개지며 따지고 드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려던 찰나, 그녀의 입에서 어린 시절 노래처럼 외우고 다니던 말이 튀어나왔다. 지후는 냉큼 침 뱉는 시늉을 했다.
“퉤퉤퉤!”
뜻밖의 순간에 발휘된 그의 반사 신경 때문에 민영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당황한 지후의 입도 벌어졌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임지후 씨!”
턱을 괸 채 회상에 젖어 있던 지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민영의 동그란 눈동자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어?”
아직 상념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은 지후의 멍한 표정에 민영은 ‘피식’ 실소를 뿜었다.
“다 드셨으면 가자구요.”
“어, 응.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식판을 들고 일어서는 민영을 따라 지후도 황급히 움직였다.
“커피?”
민영의 간단한 물음.
“응.”
그리고 지후의 간결한 대답이다. 두 사람은 유유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
주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게 정리된 진료실에 다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인터뷰요?”
“입원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인데.”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말을 이어 가던 영지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대단한 프로젝트 같다. 아무튼, 요점은 복합적인 심리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가 입원과 검사에 대한 두려움을 최대한 떨칠 수 있도록 사전 면담을 하는 거야. 보통은 병원에서 이뤄지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알다시피 환자가 병원이라면 치를 떠는 케이스라 왕진을 나가는 거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며 다인은 무릎 위에서 모아 쥔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교수의 말이 끝나고, 이제 그녀가 대답해야 할 차례지만 입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개방 병동이 아닌, 폐쇄 병동으로 직행해야 할 만큼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에 왕진은 흔한 일이었다.
물론 교수가 지칭하는 그 환자가 폐쇄 병동으로 갈 환자는 아니다. 하지만 두려운 환자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우물쭈물하던 다인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
“전, 그 사람 좀 무서워요.”
“의사가 환자를 무서워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저기, 그러니까…….”
다인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정확하게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분주히 굴려야만 했다. 무릎 위에 있던 열 개의 손가락도 덩달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영지는 잠자코 기다렸다. 지금 영지는 다인이 머뭇거리는 이유도, 두려워하는 실체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단순히 환자에게 느끼는 공포가 아니라 그 환자의 트라우마가 주는 두려움이 이 아이를 삼키려는 것이리라.
아직 준비가 덜 된 아이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끼는 제자는 장차 정신과 의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다. 환자들의 트라우마 따위에 굴복해 손을 떨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 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부지게 틀어 묶은 영지는 온화한 목소리로 제자를 불렀다.
“다인아.”
“네?”
“8년이야. 이제 때가 된 거 같지 않니? 이런 순간을 예상 못 하고 정신과를 지원한 건 아니잖아. 너 학부 시절에 나한테 말했던 거 기억하니?”
무겁게 닫혀 있던 입술을 축이며 다인이 대답했다.
“교수님처럼 되고 싶다고 했었죠. 마음의 병이 무거워 고통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이 환자는 지금 자신을 스스로 가둬 놓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다가오지 못하게 선을 그어 놓고 말이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인은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지도 교수가 자신을 지목해 호출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극복하고 못 하고의 문제는 순전히 그녀 자신의 문제다. 첫 번째 시도에 보기 좋게 성공한다면 그녀는 이 트라우마 극복기를 무용담 삼아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두 번째 기회도 없을지 모른다. 짧지만 세찬 도리질로 ‘실패’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몰아낸 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다인이 승낙의 대답을 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망설였을지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너무 잘 아는 영지는 진심으로 제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생긋 미소를 지었다.
“대신 넌 내일 시험에서 제외야. 이만하면 보상이 훨씬 큰 것 같은데?”
‘쪽지시험 면제’를 제안하는 교수에게 다인은 힘겹게 웃어 보였다. 그녀가 안게 된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 하는 농담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인은 머리를 숙여 진심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
터미널 앞에 줄을 서 있는 택시 중 하나에 올라탄 그녀는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기사에게 불러 주고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버스 내리자마자 전화해.’
신신당부하던 언니 때문이다. 중간보고를 충실히 하는 것만이 언니의 걱정을 덜어 줄 방법이니까.
그녀는 두세 번쯤 통화 버튼을 반복해 누르다가 신호음만 이어지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어 냈다.
“바쁜가…….”
그녀가 전화기를 내려놓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룸미러를 연신 흘끗거리던 택시 기사가 입을 열었다.
“근데 그 주소는 왜 찾아가는 거요?”
눈만 끔뻑이며 아무 대답이 없는 그녀의 모습을 룸미러로 쳐다보던 택시 기사는 자신의 질문이 너무 뜬금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실소를 뿜더니 말을 바꿔 다시 물었다.
“그 집엔 무슨 볼일로 가는지……?”
“아, 일이 좀 있어서요.”
드디어 대답을 듣게 된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 냈다.
“그 별장 주인 까칠하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거든. 아가씨가 무슨 일로 가는지는 몰라도 그 집에 찾아갔다가 발도 못 들이고 쫓겨난 여자들이며 학생들이 수두룩했었어.”
“그 사람이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오래됐나요?”
“한 1년쯤 되나? 작년 연말에 왔으니까. 두 달 모자라는구먼. 눈 올 때 이사 왔거든.”
기사는 ‘베일에 싸인 호숫가 별장의 집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상대를 만난 것이 반가운 듯 온갖 정보들을 그녀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뭐로 먹고사나 몰러. 당최 신기하단 말이야. 천날만날 낚시질이나 하면서 개는 또 세 마리나 키워요. 한 마리는 늘상 데리고 다니는데 말이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아주 상전 대접이야. 동네 어르신들이 그거 보고 혀를 차지. 말세야 말세.”
너털웃음 소리를 섞어 가며 신나게 떠들고 있는 기사와는 대조적으로 다인은 조용하다.
“뭐 듣기로는 부잣집 아들내미라고도 하던데, 하고 다니는 행색을 보면 또 그런 거 같지도 않어.”
그녀는 조용히 차창 밖을 내다보며 나이 지긋한 기사의 수다를 듣기만 했다. 그가 왜 이런 시골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도 들어 알고 있지만, 굳이 기사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왼쪽 차창 너머로 보이는 호수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 그녀는 조심스럽게 기사를 불렀다.
“저기, 죄송한데요. 호숫가라고 했는데 왜 점점 반대로 가고 있죠?”
“이 길이 지름길이야. 아 참! 생각난 김에 이거 챙겨 둬요.”
얼떨결에 손을 뻗어 기사가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든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명함과 기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혹시 그 양반이 또 내치면 나한테 전화해. 거기서 정류장도 한참 멀거든? 내가 지난봄까지만 해도 그 양반 팬인지 볼펜인지 하는 아가씨들 수두룩하게 실어다 날랐지.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가 싶더니……. 아가씨가 딸 같아서 하는 소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고. 밤중에 혼자 정류장에 서 있느니보다는 택시가 나을 거야.”
아버지보다도 더 나이를 먹었음 직한 기사의 호의에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마 하고 대답했다.
어느새 어둑해진 시골길을 한참 달리던 택시는 작은 골목들이 교차하는 사거리에 멈춰 섰다.
“여기서부터는 택시 같은 차가 들어가면 그 양반이 또 난리를 쳐요. 저― 앞에 집 보이지? 저기야. 그냥 쭉 바로 들어가면 돼.”
“네, 감사합니다.”
“밤길 혼자 헤매지 말고 꼭 택시 불러요. 이 근처에선 마을도 멀어.”
다인은 요금을 치른 후 인사를 하며 차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거듭 당부하는 기사의 목소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택시가 떠난 자리에 잠시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심호흡을 했다. 호수와 산과 들, 그림 같은 풍경은 모든 것을 다 숨겨 줄 것처럼 고즈넉하다.
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등지고 선택한 곳.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가 은신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비운의 남자가 동굴을 파고 숨어들기에도 좋은 장소다.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채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는 이윽고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택시 기사의 말대로 별장 입구에 발도 들이기 전에 내쳐진다면, 기왕이면 해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내쳐지는 것이 낫다.
호수 건너편에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던 윤성은 부쩍 짧아진 해를 향해 의미 없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라이트를 켰다. 본의 아니게 작은 들짐승을 치기라도 하면 그 께름칙한 기분을 며칠 동안 안고 지내야 하니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주변을 고루 살피던 시선이 속도계로 향했다. 시속 30km. 서울이었다면 욕을 진탕 들어 먹을 만한 속도다.
‘서울.’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은 도시 이름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다른 생각들이 따라붙었다.
‘1년 채울 거냐? 주변 사람 생각도 좀 해 줘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당장 방송에 얼굴 들이밀라는 것도 아니고, 올챙이 시절 같이 배고팠던 감독이 OST 작업은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촬영도 미루고 있는 판국인데 넌 그렇게 계속 머리 처박고 있을 거야?’
낚시를 접게 만들었던 통화 내용이다.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는 성민이 퍼부었던 말들은 마음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밤중에 가서 납치라도 해 오든가 해야지, 내가 볶여서 못 살겠다. 이제 좀 나올 때도 되지 않았어? 와서 뭘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옆에라도 좀 있으라고. 너한텐 말도 못 꺼내고 나만 볶아 대는 아버지, 어머니 눈앞에 있으면 안 돼?’
친형인 태영이 윽박지르던 소리도 자연스레 귓가에 재생됐다.
서울을 떠난 지 11개월째다.
1년이 가까워지면서 가족과 친구들의 회유도 점차 강압으로 바뀌었다. 두 형이 번갈아 가며 전화를 해 대는 것도 모자라 절친한 친구인 지후까지 가담했다. 정신의학 박사라는 강력한 배경을 둔 지후는 며칠 전 최후통첩을 해 왔다. 구급차를 보내겠다는, 다소 유치한 발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
실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은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을 흥얼거리며 복잡한 생각들을 물리치려 애썼다.
좌회전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핸들을 돌리는 순간, 앞에 나타난 희끄무레한 물체를 발견한 그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질렀다. 소스라치게 놀란 탓이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비명은 차 밖에서 난 소리였다.
앞 범퍼와 불과 30c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스르륵 주저앉아 버리는 형체는 분명 사람처럼 보였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등골이 서늘해짐과 동시에 뒷덜미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얼음처럼 굳어 있던 그는 심호흡하며 잠깐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목을 빼고 차 앞부분을 살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채로는 시원하게 보이질 않는다.
요동치는 심장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차 앞으로 걸어 나온 윤성은 잔뜩 웅크린 형체를 유심히 관찰했다. 퍼질러 앉은 위치로 보나, 자세로 보나,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너무 놀라 넋을 놓은 것처럼은 보이지만 말이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초인종을 눌러 대고 있던 민영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섰다. ‘히익!’ 너무 놀라 급박히 공기를 들이켜다 사레까지 걸렸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에 대고 마른기침을 해 대던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피식’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이다. 지후는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웃음기를 감췄다.
“누구신데 남의 집 앞에서…….”
“어? 어, 아, 아!”
어눌한 소리로 두어 번, 탄식과 탄사를 연달아 뱉어 낸 그녀는 한참 만에 대답을 생각해 냈다.
“안녕하세요, 전 세종대학병원 전공의예요. 김영지 교수님 심부름으로 자료 가지고 왔는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을 안 열어 주시네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아무도 없을 거예요.”
예의를 갖춘 인사와 긴 상황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지후의 대답은 간결했다. 민영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가 들고 있던 봉투를 불쑥 내밀었다.
“어, 그럼 이거 좀, 교수님께 전해 주세요.”
“이게 중요한 거예요?”
봉투를 건네고 곧장 걸음을 옮기려던 민영은 멈칫하며 대답을 주워섬겼다.
“예? 어, 아마 그럴 거예요. 중요한 게 아니면 급하게 가져오라고 안 하셨을 테니까.”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을 텐데…….”
민영은 그의 혼잣말을 못 들은 체하며 인사를 챙겼다.
“어쨌든 전달했으니까 저는 이만. 안녕히 계세요.”
겉으로는 인사 같지만, 그녀의 속내는 상황을 종료시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입꼬리를 늘인 채 봉투를 뒤적거리던 그가 다시 질문했기 때문이다.
“근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런 거 막 떠넘기고 그냥 가요?”
“아니, 그게, 어, 임지후 씨잖아요. 김영지 교수님 아들.”
오늘따라 자꾸 더듬거리는 입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민영은 저도 모르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끝냈다. 그와 동시에 지후의 입에선 짧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알아봤으면서 알은체도 안 해요? 서운하네.”
지후는 짐짓 상처받은 표정을 꾸며 내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제법 효과를 보는 제스처다. 오늘도 그 효과가 발휘될지는 모르겠지만.
반쯤 몸을 돌리다 말고 정지 자세가 되어 버린 그녀는 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짜증이 난 모양이다. 그러다 체머리를 흔들며 변명 같은 말을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제가 좀 당황해서…….”
첫 대면의 순간을 떠올린 지후는 상냥한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교수님 욕한 거 안 일러바칠게요.”
“저 욕 안 했어요!”
이번에는 재깍 대답이 흘러나온다. 지후는 또 넌지시 떠봤다.
“그럼 흉본 건가?”
“아니라니까요! 흉본 적도 없을뿐더러 욕은 더더욱 안 했어요. 진짜예요, 하늘땅 별 땅 각기 별 땅!”
얼굴까지 빨개지며 따지고 드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려던 찰나, 그녀의 입에서 어린 시절 노래처럼 외우고 다니던 말이 튀어나왔다. 지후는 냉큼 침 뱉는 시늉을 했다.
“퉤퉤퉤!”
뜻밖의 순간에 발휘된 그의 반사 신경 때문에 민영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당황한 지후의 입도 벌어졌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임지후 씨!”
턱을 괸 채 회상에 젖어 있던 지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민영의 동그란 눈동자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어?”
아직 상념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은 지후의 멍한 표정에 민영은 ‘피식’ 실소를 뿜었다.
“다 드셨으면 가자구요.”
“어, 응.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식판을 들고 일어서는 민영을 따라 지후도 황급히 움직였다.
“커피?”
민영의 간단한 물음.
“응.”
그리고 지후의 간결한 대답이다. 두 사람은 유유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주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게 정리된 진료실에 다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인터뷰요?”
“입원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인데.”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말을 이어 가던 영지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대단한 프로젝트 같다. 아무튼, 요점은 복합적인 심리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가 입원과 검사에 대한 두려움을 최대한 떨칠 수 있도록 사전 면담을 하는 거야. 보통은 병원에서 이뤄지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알다시피 환자가 병원이라면 치를 떠는 케이스라 왕진을 나가는 거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며 다인은 무릎 위에서 모아 쥔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교수의 말이 끝나고, 이제 그녀가 대답해야 할 차례지만 입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개방 병동이 아닌, 폐쇄 병동으로 직행해야 할 만큼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에 왕진은 흔한 일이었다.
물론 교수가 지칭하는 그 환자가 폐쇄 병동으로 갈 환자는 아니다. 하지만 두려운 환자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우물쭈물하던 다인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
“전, 그 사람 좀 무서워요.”
“의사가 환자를 무서워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저기, 그러니까…….”
다인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정확하게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분주히 굴려야만 했다. 무릎 위에 있던 열 개의 손가락도 덩달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영지는 잠자코 기다렸다. 지금 영지는 다인이 머뭇거리는 이유도, 두려워하는 실체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단순히 환자에게 느끼는 공포가 아니라 그 환자의 트라우마가 주는 두려움이 이 아이를 삼키려는 것이리라.
아직 준비가 덜 된 아이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끼는 제자는 장차 정신과 의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다. 환자들의 트라우마 따위에 굴복해 손을 떨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 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부지게 틀어 묶은 영지는 온화한 목소리로 제자를 불렀다.
“다인아.”
“네?”
“8년이야. 이제 때가 된 거 같지 않니? 이런 순간을 예상 못 하고 정신과를 지원한 건 아니잖아. 너 학부 시절에 나한테 말했던 거 기억하니?”
무겁게 닫혀 있던 입술을 축이며 다인이 대답했다.
“교수님처럼 되고 싶다고 했었죠. 마음의 병이 무거워 고통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이 환자는 지금 자신을 스스로 가둬 놓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다가오지 못하게 선을 그어 놓고 말이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인은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지도 교수가 자신을 지목해 호출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극복하고 못 하고의 문제는 순전히 그녀 자신의 문제다. 첫 번째 시도에 보기 좋게 성공한다면 그녀는 이 트라우마 극복기를 무용담 삼아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두 번째 기회도 없을지 모른다. 짧지만 세찬 도리질로 ‘실패’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몰아낸 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다인이 승낙의 대답을 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망설였을지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너무 잘 아는 영지는 진심으로 제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생긋 미소를 지었다.
“대신 넌 내일 시험에서 제외야. 이만하면 보상이 훨씬 큰 것 같은데?”
‘쪽지시험 면제’를 제안하는 교수에게 다인은 힘겹게 웃어 보였다. 그녀가 안게 된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 하는 농담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인은 머리를 숙여 진심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터미널 앞에 줄을 서 있는 택시 중 하나에 올라탄 그녀는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기사에게 불러 주고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버스 내리자마자 전화해.’
신신당부하던 언니 때문이다. 중간보고를 충실히 하는 것만이 언니의 걱정을 덜어 줄 방법이니까.
그녀는 두세 번쯤 통화 버튼을 반복해 누르다가 신호음만 이어지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어 냈다.
“바쁜가…….”
그녀가 전화기를 내려놓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룸미러를 연신 흘끗거리던 택시 기사가 입을 열었다.
“근데 그 주소는 왜 찾아가는 거요?”
눈만 끔뻑이며 아무 대답이 없는 그녀의 모습을 룸미러로 쳐다보던 택시 기사는 자신의 질문이 너무 뜬금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실소를 뿜더니 말을 바꿔 다시 물었다.
“그 집엔 무슨 볼일로 가는지……?”
“아, 일이 좀 있어서요.”
드디어 대답을 듣게 된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 냈다.
“그 별장 주인 까칠하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거든. 아가씨가 무슨 일로 가는지는 몰라도 그 집에 찾아갔다가 발도 못 들이고 쫓겨난 여자들이며 학생들이 수두룩했었어.”
“그 사람이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오래됐나요?”
“한 1년쯤 되나? 작년 연말에 왔으니까. 두 달 모자라는구먼. 눈 올 때 이사 왔거든.”
기사는 ‘베일에 싸인 호숫가 별장의 집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상대를 만난 것이 반가운 듯 온갖 정보들을 그녀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뭐로 먹고사나 몰러. 당최 신기하단 말이야. 천날만날 낚시질이나 하면서 개는 또 세 마리나 키워요. 한 마리는 늘상 데리고 다니는데 말이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아주 상전 대접이야. 동네 어르신들이 그거 보고 혀를 차지. 말세야 말세.”
너털웃음 소리를 섞어 가며 신나게 떠들고 있는 기사와는 대조적으로 다인은 조용하다.
“뭐 듣기로는 부잣집 아들내미라고도 하던데, 하고 다니는 행색을 보면 또 그런 거 같지도 않어.”
그녀는 조용히 차창 밖을 내다보며 나이 지긋한 기사의 수다를 듣기만 했다. 그가 왜 이런 시골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도 들어 알고 있지만, 굳이 기사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왼쪽 차창 너머로 보이는 호수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 그녀는 조심스럽게 기사를 불렀다.
“저기, 죄송한데요. 호숫가라고 했는데 왜 점점 반대로 가고 있죠?”
“이 길이 지름길이야. 아 참! 생각난 김에 이거 챙겨 둬요.”
얼떨결에 손을 뻗어 기사가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든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명함과 기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혹시 그 양반이 또 내치면 나한테 전화해. 거기서 정류장도 한참 멀거든? 내가 지난봄까지만 해도 그 양반 팬인지 볼펜인지 하는 아가씨들 수두룩하게 실어다 날랐지.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가 싶더니……. 아가씨가 딸 같아서 하는 소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고. 밤중에 혼자 정류장에 서 있느니보다는 택시가 나을 거야.”
아버지보다도 더 나이를 먹었음 직한 기사의 호의에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마 하고 대답했다.
어느새 어둑해진 시골길을 한참 달리던 택시는 작은 골목들이 교차하는 사거리에 멈춰 섰다.
“여기서부터는 택시 같은 차가 들어가면 그 양반이 또 난리를 쳐요. 저― 앞에 집 보이지? 저기야. 그냥 쭉 바로 들어가면 돼.”
“네, 감사합니다.”
“밤길 혼자 헤매지 말고 꼭 택시 불러요. 이 근처에선 마을도 멀어.”
다인은 요금을 치른 후 인사를 하며 차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거듭 당부하는 기사의 목소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택시가 떠난 자리에 잠시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심호흡을 했다. 호수와 산과 들, 그림 같은 풍경은 모든 것을 다 숨겨 줄 것처럼 고즈넉하다.
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등지고 선택한 곳.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가 은신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비운의 남자가 동굴을 파고 숨어들기에도 좋은 장소다.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채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는 이윽고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택시 기사의 말대로 별장 입구에 발도 들이기 전에 내쳐진다면, 기왕이면 해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내쳐지는 것이 낫다.
호수 건너편에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던 윤성은 부쩍 짧아진 해를 향해 의미 없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라이트를 켰다. 본의 아니게 작은 들짐승을 치기라도 하면 그 께름칙한 기분을 며칠 동안 안고 지내야 하니 미리미리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주변을 고루 살피던 시선이 속도계로 향했다. 시속 30km. 서울이었다면 욕을 진탕 들어 먹을 만한 속도다.
‘서울.’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은 도시 이름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다른 생각들이 따라붙었다.
‘1년 채울 거냐? 주변 사람 생각도 좀 해 줘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당장 방송에 얼굴 들이밀라는 것도 아니고, 올챙이 시절 같이 배고팠던 감독이 OST 작업은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촬영도 미루고 있는 판국인데 넌 그렇게 계속 머리 처박고 있을 거야?’
낚시를 접게 만들었던 통화 내용이다.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는 성민이 퍼부었던 말들은 마음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밤중에 가서 납치라도 해 오든가 해야지, 내가 볶여서 못 살겠다. 이제 좀 나올 때도 되지 않았어? 와서 뭘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옆에라도 좀 있으라고. 너한텐 말도 못 꺼내고 나만 볶아 대는 아버지, 어머니 눈앞에 있으면 안 돼?’
친형인 태영이 윽박지르던 소리도 자연스레 귓가에 재생됐다.
서울을 떠난 지 11개월째다.
1년이 가까워지면서 가족과 친구들의 회유도 점차 강압으로 바뀌었다. 두 형이 번갈아 가며 전화를 해 대는 것도 모자라 절친한 친구인 지후까지 가담했다. 정신의학 박사라는 강력한 배경을 둔 지후는 며칠 전 최후통첩을 해 왔다. 구급차를 보내겠다는, 다소 유치한 발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
실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은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을 흥얼거리며 복잡한 생각들을 물리치려 애썼다.
좌회전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핸들을 돌리는 순간, 앞에 나타난 희끄무레한 물체를 발견한 그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질렀다. 소스라치게 놀란 탓이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비명은 차 밖에서 난 소리였다.
앞 범퍼와 불과 30c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스르륵 주저앉아 버리는 형체는 분명 사람처럼 보였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등골이 서늘해짐과 동시에 뒷덜미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얼음처럼 굳어 있던 그는 심호흡하며 잠깐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목을 빼고 차 앞부분을 살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채로는 시원하게 보이질 않는다.
요동치는 심장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차 앞으로 걸어 나온 윤성은 잔뜩 웅크린 형체를 유심히 관찰했다. 퍼질러 앉은 위치로 보나, 자세로 보나,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너무 놀라 넋을 놓은 것처럼은 보이지만 말이다. 안도감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