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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월드 1권(4화)
2. 모두 다 초보는 아니다(3)


[아레스]
레벨 3 직업 : 없음
칭호 : 없음 학파 : 없음
HP : 50/50 MP : 40/40
힘 : 16
민첩성 : 14
체력 : 10
마력 : 10
정신력 : 10[수동]
행운 : 5
보너스 포인트 : 0

물론 마법사로 전직하기야 할 테지만 그 전까진 지능을 높여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당장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지금처럼 몬스터 찾기가 어려운 시점에서 마력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이 아니라 미련한 짓일 뿐이다.
“응?”
능력치 배분을 끝내고 나자 미처 확인하지 못한 굶주린 오크의 유품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심 봤다.”
놈이 남기고 간 아이템은 무려 두 개나 됐다.
투박하게 생긴 몽둥이와 구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듯한 투구 하나.

[조잡한 몽둥이]
두꺼운 나무토막을 조잡하게 깎아 만든 몽둥이. 맞으면 아플 것 같지만 휘두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격력 : 5-7 내구력 : 50/50

[기워 만든 조잡한 구리 투구]
얇은 구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투구.
조립한 실력이 매우 조잡해서 뾰족한 부분이 더 많다.
몽둥이로 세게 때리면 착용자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맨손으로 때리면 크게 다칠 것 같기는 하다.
방어력 : 10 내구력 : 30/30
*주의 사항 : 내구력이 0이 될 시 파괴되며 착용자에게 데미지를 줌.

둘 다 썩 좋은 능력치는 아니지만, 가죽도 아니고 금속으로 된 방어구라면 지금 상황에선 굉장히 귀했다.
땡잡았군!
부스럭부스럭.
“취익? 취익?”
그때 굶주린 오크가 처음 나타났던 방향에서 또다시 축농증 걸린 오크 코 푸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한 놈이 아니다.
“취이이익?”
피 냄새를 맡았는지 잠시 헤매던 놈들은 곧 방향을 잡고 내 쪽으로 들이닥쳤다.
“킁. 킁. 취에엣.”
두 놈이라…….
초보 존의 오크라도 그 특유의 동족 의식만은 남은 모양이다. 잔뜩 경계한 놈들은 콧김을 뿜어 가며 사방을 훑었다.
“그래 봐야 오크 대가리지.”
휘익―
다시 한 번 내 손에서 돌멩이가 날았다.
으음, 확실히 힘이 세졌군. 좋았어.
투둑.
“저기다. 취익!”
단순함 또한 그대로인지 두 마리의 오크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흥분해서 달려갔다.
“좋아. 간다.”
부아앙―
퍼억!
“꾸엑!”
공기를 헤집으며 날아간 몽둥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한 놈을 꼬꾸라뜨렸다.
기절했으면 좋겠지만…….
“취릭?”
“늦었어.”
푸확!
돌아보는 오크보다 날아드는 구리 투구가 더 빨랐다.
“꾸극…….”
푸왁! 푸훅!
‘맨손으로 때리면 크게 다칠 것 같기는 하다’라는 설명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별다른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저 힘껏 내리찍었을 뿐인데 살점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눈 까뒤집고 피 분수를 뿜는 오크의 모습이 어찌나 끔찍한지 더 월드에서 제법 경험을 쌓은 나조차도 한순간 동작을 멈출 정도였다.
끄응, 오래 볼 건 못 되는군.
“쿠엑!”
잠시 멈칫거린 사이 정신을 차린 나머지 한 마리가 옆구리를 가격했다.
큭! 체력이 쫙 빠지는군.
“빌어먹을!”
휘익!
“키엑!”
발작적으로 휘두른 구리 투구의 뾰족한 날에 몽둥이를 휘두르던 오크가 눈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사, 살았다!
“놀랐단 말이다!”
퍽! 퍽! 퍽!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버둥대는 오크의 면상에 3연타를 날려 주고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휴, 살긴 살았는데…… 몽둥이로 한 대만 더 맞았어도 골로 갈 뻔했군. 젠장, 이렇게나 허약한 체력이라니.
“이래서야 계속해서 오크를 사냥하는 건 무리겠군.”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이어 기분 좋은 알림음이 들려왔지만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죽을 동 살 동 해 가며 겨우 오크 두 마리를 잡고서 2 업이라니. 내 처지가 너무 처참하잖아. 쳇!
“상태창.”

[아레스]
레벨 5 직업 : 없음
칭호 : 없음 학파 : 없음
HP : 75/75 MP : 40/40
힘 : 19
민첩성 : 16
체력 : 15
마력 : 10
정신력 : 10[수동]
행운 : 5
보너스 포인트 : 0

좀 전의 한심한 체력에 자극받아 체력에 5 포인트를 투자했지만 나머지 5 포인트는 또다시 힘과 민첩에 각각 3과 2를 투자했다.
여전히 체력은 바닥이겠지만 한두 번만 버틸 수 있으면 돼. 난타전을 할 생각 따윈 없으니까.
“어쨌든 일단 여길 떠야겠군.”
오크 두 마리의 시체로 난장판이 된 주변에 피 냄새가 가득한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아이템만 수거한 뒤 숲의 외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 계속 있다간 오크 이외의 다른 공격 성향 몬스터들에게도 기습을 받을 테니까.
지금의 능력치로는 기습을 가하는 쪽이면 모를까 기습을 받아 살아남기 힘들다고. 쩝.
자, 그럼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전직부터 해 보실까?
어디까지나 내 전공은 마법이니까 말이야.



3. 카브 길드(1)


퍽! 퍽! 퍽!
숲의 외곽으로 나오자 오크 대신 코볼트나 고블린, 사슴 등이 나를 반겼다. 녀석들은 오크에 비해 공격력도 약하고 체력도 많이 부족해 2, 3마리씩 뭉쳐 있어도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내놓는 경험치도 적었고 노리는 사람도 많아 자주 보기 힘들었다.
덕분에 내 레벨은 4시간이 더 지났어도 겨우 8.
처음 1시간 남짓에 5까지 올린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느렸지만 그래도 남들에 비해서는 조금 빠른 편이었다.
“이제 슬슬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방금 잡은 고블린들의 잔해를 털어 내며 구리 투구의 내구력을 살폈다.

[기워 만든 조잡한 구리 투구]
얇은 구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투구.
조립한 실력이 매우 조잡해서 뾰족한 부분이 더 많다.
몽둥이로 세게 때리면 착용자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맨손으로 때리면 크게 다칠 것 같기는 하다.
방어력 : 10 내구력 : 11/30
*주의 사항 : 내구력이 0이 될 시 파괴되며 착용자에게 데미지를 줌.

구리 투구의 잔여 내구력은 11. 내구력이라는 게 원래 부서질 때가 다 돼서 급격히 깎여 나간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10레벨까지는 무난할 듯했다. 그다음부터야 마법이 있으니 상관없고.
“까짓 거, 못 먹어도 고다!”
마음을 정하자, 고블린에게서 나온 아이템들을 마저 챙기고 곧장 안으로 향했다.
“킁킁.”
무작정 안으로 안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세 마리의 굶주린 오크를 발견했다.
흐흐, 이럴 줄 알고 미리 토끼 한 마리를 챙겨 놨지.
“고기다. 고기. 츄릅.”
역시나 토끼 시체를 떨어트려 놓자 피 냄새를 맡은 오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옹기종기.
그것도 내가 올라선 나무 밑으로.
이때다!
“차핫.”
쿠웅!
퍼억!
주저 없이 뛰어내린 나는 떨어지면서 한 놈의 머리통을 밟고 그와 동시에 다른 한 녀석에게 몽둥이를 내리쳤다.
“취, 취익!”
“메롱이다.”
빠악!
데미지를 입지 않은 녀석이 나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애꿎은 동료의 머리에 혹을 하나 더해 줄 뿐이었다.
흥, 민첩성을 괜히 올린 게 아니라고!
“으샤!”
빠악! 빡!
놈이 허둥대는 사이 처음 몽둥이로 내리쳤던 오크에게 2연타를 선사하고 일단 뒤로 물러섰다.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던지면서.
“꾸엑.”
“좋아. 일단 한 놈 가시고!”
동료 하나가 시체로 변하는 것도 모르고 얻어맞은 놈이 버럭 화를 내며 때린 녀석과 드잡이를 벌이자 나는 물러서던 것을 멈추고 다시 놈들에게로 달려들었다.
한 손엔 피에 젖은 구리 투구를 움켜쥐고서.
부웅!
“바보들.”
퍼억!
오크 한 마리가 몽둥이를 날림과 동시에 다른 놈의 뒤통수를 갈기자 둔탁한 음향과 함께 피가 튀었다.
비틀.
“꾸룩!”
안타깝게도 데미지가 모자랐는지 오크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버서커 모드가 되어 눈을 까뒤집고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둘러 가며 덤벼들었다.
“칫, 곤란하게 됐군.”
그 기세가 사뭇 대단한지라 백스텝을 펼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음. 이렇게 되면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이거나 먹어라!”
카랑!
있는 힘껏 구리 투구를 던지자 날뛰던 오크도 화들짝 놀라 쳐낼 수밖에 없었다.
으윽. 내구력 깎이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퀵!”
“하압!”
충격으로 열린 놈의 가슴팍에 몽둥이를 꽂아 넣었다.
그대로 무너지는 오크의 몸뚱이.
그러나 그 모습을 마냥 감상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커헉.”
빠악!
곧이어 전해진 묵직한 충격과 함께 내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남은 한 마리의 오크가 내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날린 것이다.
큭, 가드를 하긴 했지만 체력이 적으니 위태위태하군.
“취잇!”
투웅―
“우우욱.”
힘은 비슷하거나 내 쪽이 더 위라고 생각하지만 몽둥이를 맨손으로 막았더니 팔뚝까지 저릿저릿했다. 덕분에 다시 한 번 놈의 공격에 몸을 내주었고.
동족 의식이 강한 오크라서 동료를 잃고 공격력이 증가하기라도 한 건가? 연달아 강격을 두 번이나 맞았더니 곧장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
크으윽. 도망이라도 쳐야 하는 건가.
“꽈득. 오크 따위에게!”
그때 오기가 치밀었다.
남은 체력은 고작 11.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죽을 지경이지만 오크 따위에게 등을 보인다는 건 아무래도 내 프라이드가 용납할 수 없었다.
비록 마법사가 접근전에 능한 클래스는 아니지만 이래 봬도 마도사급 유저였던 나다. 게다가…….
“스태프 마스터리도 마스터였단 말이지!”
빠악!
부르르.
허공에서 몽둥이가 마주치자 아귀가 저릿해지며 생명력이 약간 줄었다.
남은 생명력은 10.
그러나 다행히 힘은 내 쪽이 우위였던 것 같다.
“우라압!”
빡! 빡! 빡! 빡!
마비가 풀리는 속도가 내 쪽이 더 빨랐다.
이어지는 연격.
미세한 차이지만 힘과 민첩성에서 조금씩 앞서자 공격 횟수가 누적될수록 그 차이는 현격하게 벌어졌다.
무기가 부딪힐 때마다 떨어지던 체력이 두 번에 한 번으로 줄더니 이내 더 이상 줄지 않게 되었다.
퍼억!
“쿠엑.”
이윽고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의 몸이 기울어졌다.
“흐흐! 자, 뒈지는 거다!”
퍼버버버벅!
깨어진 균형은 곧 몽둥이찜질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