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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월드 1권(11화)
5. 마법사 길드의 의뢰(3)
[아레스]
레벨 28 직업 : 토들러 메이지
칭호 : 없음 학파 : 없음
HP : 150/150 MP : 30/340
힘 : 35
민첩성 : 40
체력 : 30
마력 : 85
정신력 : 15[수동]
행운 : 5
보너스 포인트 : 0
복잡한 생각 따위 일찌감치 떨쳐 버리고 능력치 분배 후 아이템 수거에 들어갔다.
[암호문]
특수한 암호로 적혀 있어 그 뜻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연륜 있는 학자나 마법사라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반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반지. 사악한 기운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다크 핸즈][마법서]
3서클의 어둠 마법 다크 핸즈가 기술된 마법서.
제한 : 네크로맨서. 레벨 60 이상.
“……에계?”
퀘스트 형식의 몬스터라 그런지 퀘스트와 관련된 듯한 이상한 아이템 두 개와 네크로맨서용 3서클 마법서 한 권이 전부였다.
우우. 그렇다고 해도 최소 40레벨은 되는 녀석이 마법 아이템 하나도 안 뱉고 죽냐.
“어째 차림새부터가 허름하더라니. 쩝!”
아쉬운 대로 그것들을 품에 갈무리하고 비밀 통로 밖으로 나왔다. 알림음이 알렸듯이 무덤 밖에는 더 이상 좀비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있다고 해도 이젠 그 정도의 경험치에 만족하지 못해 일부러 피해 다닐 형편이지만.
“……그렇게 된 겁니다.”
마을로 돌아와서 먼저 의뢰소의 보상을 받고 곧장 마법사 길드를 찾았다. 네크로맨서를 잡은 일로 해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였다. 과연 마법사 길드와 연결되게 만들어진 퀘스트였는지 설명을 듣고 암호문과 반지를 받아 든 지부장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살폈다.
꼴깍.
“으음, 그런가. 그들이 그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줄이야…….”
그들? 내가 잡은 건 네크로맨서 한 녀석뿐인데?
“그들이라고요?”
“큼. 방금 한 말은 잊어버리게. 그보다 마법사가 된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대단하군. 여기 적힌 대로라면 상대는 이미 2서클에 오른, 견습 네크로맨서의 칭호를 눈앞에 둔 자였을 텐데.”
지부장은 진심으로 놀랍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뭐 어쩌다 보니…….”
“아니야. 첫 평가에서도 S랭크. 아주 우수한 성적을 보여 줬군. 자네 같은 인재가 있어 마음이 놓인다네. 그런데 아직 기초 마법을 다 익히지 못했군.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나머지 마법을 가르쳐 주기로 하지.”
[마법사 길드 내의 평판이 300만큼 증가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라이트는…….”
[마법 ‘라이트’를 익히셨습니다.]
“윈드 애로우는…….”
[마법 ‘윈드 애로우’를 익히셨습니다.]
“아쿠아 애로우는…….”
[마법 ‘아쿠아 애로우’를 익히셨습니다.]
…….
“끄응. 잠들지 않은 게 용하군.”
지부장은 흥이 나서 떠들어 댔지만 이미 아는 데다 길기까지 한 마법 이론 강의 따위, 졸리기만 할 뿐이다.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아, 이것도 팔 수 있습니까?”
결국 마법사 길드에서는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1쿠퍼도 얻지 못했기에 다크 핸즈 마법서를 꺼내 보이며 판매 의사를 내비쳤다.
어차피 익히지도 못할 것인 데다 유저한테 팔려고 해도 상당히 시간이 지난 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부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건 네크로맨서들이 익히는 마법서가 아닌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것을 연구하는 마법사가 꽤 있지. 자네가 팔겠다면 내가 사 주겠네. 1골드면 되겠나?”
“좋습니다.”
“여기 있네.”
또르르르.
지부장이 바로 1골드짜리 동전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오호. 생각보다 돈이 되는데?
“이참에 아예 이 짓으로 노가다를 해 버릴까?”
네크로맨서의 리젠 시간이 3시간으로 아주 길지도 않으니 아예 죽치고 있다가 나오는 족족 잡아 버릴까도 잠시 생각을 했다.
에이, 그럴 시간에 그냥 사냥을 하고 말지. 마법도 다 익혔는데 그렇게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응?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잠시간의 고민을 끝내고 마법사 길드를 나서려는데 지부장의 표정이 갑자기 안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
이건 뭐 ‘나 고민 있소’ 하고 얼굴에 써 붙이고 있구먼?
“아, 자네인가? 그게……. 음, 아닐세.”
끙. 이놈은 왜 또 감질나게 말을 하다 말아? 아, 내 레벨이 낮아서 그런 건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뭔지라도 속 시원하게 말씀해 보십시오.”
“으음, 그게 말이네…….”
레벨은 낮지만 평판이 높아서인지 지부장은 머뭇거리면서도 곧 털어놓았다.
평판의 위력이 대단하긴 하군. 평소 같으면 신경 끄라고 호통을 쳐서 쫓아냈을 텐데.
평판 300이면 꾸준히 퀘스트를 수행해도 견습 딱지를 뗄 때쯤이나 올릴까 말까 한 수치였지, 아마?
“자네가 가져온 물건들 때문에 급히 마탑과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우리 지부에 있던 통신구를 얼마 전 도둑맞았지 뭔가.”
“어떤 놈입니까? 어떤 간땡이 부은 녀석이 마법사 길드의 물건을…….”
“그게…… 놈이 아니네.”
“엥? 그럼 여자입니까?”
의아해 하는 내 물음에 지부장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코볼트네.”
“코……볼트? 그게 무슨 오크 순대 먹는 소리입니까?”
“얼마 전 마을 북동쪽에 있는 동굴에서 연구 목적으로 특이한 코볼트 한 마리를 잡아 왔는데, 그놈이 글쎄 마취를 풀고 도망가면서 통신구를 집어 갔지 뭔가.”
“그럼 다시 잡아 오면 되지 않습니까?”
“흠흠, 물론 그렇긴 하네만 한동안 급히 연락할 일이 없어 놔둔 채 인편을 이용해 연락을 취하고 있었지. 녀석이 도망간 위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을 향하는 상단이나 모험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일세. 게다가…… 코볼트 따위를 놓쳤다는 게 소문나면 길드의 위신이 서질 않네.”
요컨대 소문날까 무서워서 쉬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터졌다? 이런 노망난 노인네 같으니라고.
“그럼 제가 그 통신구를 찾아다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래 주겠나? 으음, 하지만 아미르 녀석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속이 끓어오르는 것을 꾹 참으며 말하자 지부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다 사라졌다.
그래, 그래. 내 레벨이 낮아서 불안하다 이거지?
“걱정 마십시오. 다 방법이 있으니. 그런데 코볼트에게 이름도 있습니까?”
“말하지 않았나. 특이한 녀석이라고. 일반 코볼트와 달리 피부도 파란색이고 스스로 이름을 지을 정도로 지능이 높지. 게다가 특이 체질이라서 화가 나면 주위로 전기를 뿜어낸다네. 그게 특이해서 잡아 온 거네만 이렇게 됐으니 죽여도 상관없네.”
그러니까 보스급 중에서도 네임드라 이거지? 흐흐흐! 이번엔 괜찮은 아이템을 건질 수 있겠군.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되찾아 오도록 하죠.”
“고맙네. 그럼 부탁하지.”
[통신구 찾아오기][퀘스트]
북동쪽 동굴에 사는 돌연변이 코볼트 아미르가 가지고 있는 마법 통신구를 칼라일 마법사 지부장 벤에게 가져다주자.
돌연변이 코볼트 아미르 처치 0/1
보상 : 평판 +30. 20실버. [마력의 벨트][매직]
“오호?”
다른 것보다 보상에 있는 마력의 벨트에 눈이 갔다. 어디…….
[마력의 벨트][매직]
마나의 기운을 머금은 가죽 벨트. 차고 있으면 마력이 넘칠 것 같다.
방어력 : 30 내구력 : 100/100 마력 +7
“빙고.”
이 정도면 대박 물품이었다. 그만큼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다는 얘기겠지만 내 기억에 북동쪽 동굴의 ‘동굴 코볼트’들은 평균 30대 초반의 레벨. 보스라 해도 끽해야 40 초중반의 레벨일 테니 그런대로 해 볼 만했다.
어쨌든 나는 이미 50레벨에 육박하는 네크로맨서도 쓰러뜨리지 않았던가. 승산은 충분했다.
“급하다고는 했지만 시간제한도 없으니 여차하면 레벨 좀 더 올리고 잡으면 되지.”
원래 그런 것인지 내 레벨이 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시간제한이 없었다. 그렇다면 만일의 경우 꽤 괜찮은 경험치를 헌납할 동굴 코볼트들을 족치고 만족스러운 레벨이 될 때까지 레벨 노가다를 하는 방법도 있다.
자칫 너무 늦을 경우 자동적으로 보상이 줄어드는 경우가 벌어질 수도 있지만.
“어차피 파티는 무리일 테니 말이야.”
동굴 같은 던전 형식의 장소에서는 언제 몬스터가 리젠 될지도 모르고 좁은 공간에서 다수와 맞닥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파티 맺기를 선호한다. 혼자 다니다가, 특히 마법사 같은 경우 마나가 바닥났을 때 몬스터가 리젠 될 경우 도망치지도 못하고 고립돼서 죽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캐스팅 시간 동안 적을 막아 줄 사람이 없으면 마나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위험한 게 사실이고.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파티를 바라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 고수라 불릴 만한 실력을 지녔던 자들이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해서 미친 듯이 따라붙고 있겠지만 네크로맨서로 인한 폭렙으로 그들의 레벨이 나와 비슷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다.
100레벨이 넘으면 적용되기 시작하는 랭킹 시스템이 지금 적용된다면 내 랭킹은 적어도 100위권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시작하자마자 칼라일로 올 생각을 못했던 것처럼 더 월드 내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어쨌든 부딪쳐 보면 알겠지.”
북동쪽 코볼트 동굴로 가기 전에 인벤토리를 비울 겸 잡템들을 처분하고 최하급 체력 포션 하나와 최하급 마나 포션 두 개를 더 사들였다.
또다시 절반가량 줄어드는 소지금.
“쩝! 당최 남아나질 않는구먼.”
추가로 음식을 조금 구입하니 남은 돈은 60실버 남짓이었다.
코볼트 동굴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인근까지 길이 나 있었고 동굴은 길이 끊긴 곳에서도 어렴풋이 윤곽을 잡아낼 수 있는 지척이었다.
“다연발 매직 애로우.”
퍼버벅!
“꽥!”
순찰을 나온 건지 동굴 밖으로 혼자 떨어져 나온 초록색 코볼트가 뒤통수를 가격당해 찌부러진 개구리마냥 바닥에 납작하게 뻗었다가 금세 기운 차리고 씩씩대며 달려들었다.
“쳇, 쪼그만 게 재빠르기도 하군.”
어느새 거리를 좁힌 코볼트를 보며 다시 한 번 타깃팅 된 매직 애로우를 쏘았다.
푸쉬쉿.
“끼룩! 끼룩!”
이번엔 세 발의 매직 애로우를 다 피해 내자 기분이 좋아진 코볼트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기쁨을 표출했다.
바보 녀석.
“일부러 안 맞춘 거다, 멍청아.”
부웅!
퍽!
그런 놈의 안면에 골프 자세로 휘두른 내 단봉이 제대로 틀어박혔다.
사장님, 나이스 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