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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월드 1권(12화)
5. 마법사 길드의 의뢰(4)
“유도 기능까지 있는 매직 애로우를 네깟 놈이 피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라이트닝 애로우.”
공중에 붕 떠 있는 코볼트에게 라이트닝 애로우를 연달아 두 발쯤 날리자 녀석의 몸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다행히 체력이 높진 않군.”
급소를 노려 크리티컬을 터트리지 않아도 두세 번의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다면 동시에 두세 마리까지도 해 볼 만했다. 녀석들의 민첩성이 꽤 높긴 하지만 힘과 민첩이라면 나도 적지 않게 올렸으니까.
“이 정도 크기면 열댓 마리 정도이려나? 쉽진 않겠군.”
입구와 밖에서 살핀 안의 규모를 따져 봤을 때 대충 15마리 정도가 한 부족으로 살고 있을 것 같았다. 부족장일 아미르의 곁에 서너 마리쯤이 버티고 있을 테니 10마리 정도를 먼저 상대하면 되는 건가?
“흠, 어쩌지?”
이제는 방법을 정할 때다.
가지고 있는 포션을 믿고 단번에 몰아쳐서 밀고 나갈 것이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두 마리씩 차분히 유인해서 공략할 것이냐. 둘 다 나름의 장점과 위험 부담을 모두 안고 있었다.
“좋아. 속전속결이다.”
곶감 빼먹듯 하나씩 끌어내서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시간이 지체돼서 뒤쪽의 코볼트가 리젠 되기라도 하면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속전속결. 적당히 유인해 가면서 코볼트가 리젠 될 틈도 주지 않고 후다닥 해치워 버리는 편이 나았다.
“라이트. 다연발 매직 애로우.”
푸슈슛.
동굴로 진입함과 동시에 목표 없이 쏘아진 세 개의 마법의 화살이 각기 먹잇감을 찾아 안으로 날아들었다.
“캬릉.”
번쩍.
곧이어 나타나는 노란 눈동자들. 볼 것도 없이 매직 애로우가 끌고 온 동굴 코볼트들이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키엑!”
위치를 어림잡아 파이어 애로우를 쏘아 대자 순간 주위가 환해지며 녀석들의 위치가 대강 파악이 됐다.
쳇, 처음부터 세 마리군.
“다연발 매직 애로우. 라이트닝 애로우!”
녀석들의 숫자와 위치를 대강 파악했으니 이번엔 매직 애로우로 상세한 위치를 찾고 그곳으로 개중에 위력이 제일 강한 라이트닝 애로우를 날렸다.
파지직.
“끼레레렉!”
기묘한 비명 소리와 함께 한 녀석이 벌러덩 나자빠졌다.
오호라. 처음 쏘았던 파이어 애로우에 맞았던 놈이군.
“다연발 매직 애로우. 다연발 매직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숫자가 둘로 줄었지만 좌우 양쪽으로 나뉘어 달려드는 녀석들의 기세가 사뭇 위협적이기에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견제용 매직 애로우를 날려 댔다.
매직 애로우에 부딪힐 때마다 주춤거리는 녀석들. 그 틈새에 슬쩍 파이어 애로우를 끼워 넣었다.
화르륵.
“꾸, 꾸에엑.”
“라이트닝 애로우.”
화끈하게 달궈진 배를 부여잡고 물러서는 코볼트에게 라이트닝 애로우를 선사하고 이번엔 단봉을 굳게 움켜쥐었다.
마지막 남은 코볼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것이다.
“차핫!”
부웅!
딱!
잘 다듬어진 곤봉을 힘껏 휘두르던 코볼트의 몸이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며 공중제비를 넘었다.
제길, 키가 80cm 정도밖에 안 되니 맞추기가 어렵잖아!
“라이트닝 애로우.”
스륵.
파짓.
녀석이 떨어질 지점으로 라이트닝 애로우를 담아 찌르기를 펼쳤지만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녀석의 크기가 너무 작다 보니 타점을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쳇.”
“끼룩!”
딱!
재빨리 단봉을 회수해 품으로 파고든 코볼트의 곤봉을 막아 냈지만 튕겨지는 녀석만큼이나 나 역시 균형을 잃고 뒷걸음질 쳤다.
“에이 씨! 그냥 뒈질 때까지 맞아라. 다연발 매직 애로우. 다연발 매직 애로우. 다연발…….”
퍼버버버버벅!
“꾸, 꾸엑?”
눈앞을 가득 메우며 개떼처럼 날아드는 마력 덩어리들을 보는 코볼트의 눈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부르르르.
털썩.
“씁. 별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관통 효과가 있는 다른 애로우류 마법들에 비해 위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 뿐.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다연발 매직 애로우 두 번, 그러니까 매직 애로우 여섯 발이면 오히려 라이트닝 애로우보다도 많은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직 애로우만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타깃을 설정하지 않을 경우 근처에 있는 아무 몬스터에게나 무작위로 날아가기 때문에 타력을 집중할 수 없어서였다.
“끙, 그나저나 계속 이런 식이면 위험하겠는데?”
아이템을 수거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확인해 보니 그 잠깐의 전투로 마나의 절반가량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래서야 한 무리라도 잘못 끌어들이면 목숨이 간당간당하겠군.
“쩝, 그래도 어쩌겠어. 이왕 일 벌인 거 끝장을 보는 수밖에. 일단 아미르 전까진 이대로 나가자. 못 먹어도 고다!”
이미 기호지세다.
어느 정도 마나가 회복되자 다시 한 번 매직 애로우를 뿌리며 동굴의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번 결정한 일에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파이어 애로우! 라이트닝 애로우! 헥헥.”
끄응, 이판사판으로 밀어붙이긴 했지만 코볼트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다. 힘과 체력은 약하지만 민첩성만큼은 뛰어난 녀석들이기에 아무리 나라도 숨넘어가게 마법을 뿌려 대지 않고는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동굴의 규모에 비해 옹기종기 많이도 모여 있어서 벌써 바닥에 눕힌 녀석들만 스물은 족히 됐다.
“에구구, 독한 놈들.”
개중에는 동료를 방패 삼아 뛰어넘고 덤벼든 녀석들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최하급 체력 포션과 최하급 마나 포션을 하나씩 사용해야 했다.
윽. 아까운 내 돈 덩어리들.
“우적. 저놈이. 우물우물. 아미르인가? 꿀꺽.”
마지막 동혈로 들어서기 전 싸들고 온 식량을 꺼내 먹으며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는 동안 안쪽에서 꾸물거리는 파란색 코볼트와 떨거지 삼인방을 감상했다.
“정말 쉽지 않겠는데?”
네임드 보스몹이라 그런지 지부장의 말처럼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키는 120cm 정도로 일반 코볼트보다 훨씬 컸고 주로 곤봉을 사용하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날을 잘 벼린 시미터를 들고 있었다.
게다가 화가 나면 전기를 뿜는다고 했지, 아마?
“흐으음, 어렵군. 어려워.”
분명히 능력치 면에서도 다른 코볼트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할 텐데 부하로 동굴 코볼트까지 세 마리를 부리고 있다. 좁은 곳으로 유인해 싸운다 해도 코볼트 세 마리면 숨 가쁜데 저 셋을 합친 것보다 강할 것이 뻔한 아미르가 합세한다면…… 붙어 볼 것도 없이 필패다.
“에이 씨. 그냥 파티 맺고 올 걸 그랬나?”
그러면 잠시 시간을 벌어 코볼트들부터 하나씩 줄여 갈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에휴! 이제 와 후회하면 뭣 하겠어. 그럼 어디 공략해 보실까?”
마나가 가득 차오르자 지팡이처럼 단봉 끝을 아미르에게 곧추 세우고 빠르게 마나를 움직여 갔다.
“다연발 매직 애로우!”
파바밧.
단봉의 끝에서 정교하게 타깃팅 된 마력 덩어리들이 뿜어졌다.
“아닛?”
푸슈슛.
하지만 아미르는 잠시 멈칫거릴 뿐, 가볍게 시미터를 휘둘러 매직 애로우를 소멸시켰다.
“마법사인가? 으득! 그렇다면 그 빌어먹을 마법사 놈이 보냈겠군. 살려 둘 수 없다. 가서 놈을 죽여라!”
얼렐레? 이 영감탱이 무슨 실험을 하려고 했기에 반응이 이렇게 살벌해?
“끄응, 어쨌든 살고 보자. 다연발 매직 애로우!”
피융―
또다시 쏘아진 매직 애로우가 덤벼드는 코볼트를 넘어 아미르에게 꽂혔다.
파바밧.
역시나 시미터를 휘둘러 가볍게 매직 애로우를 소멸시키는 아미르.
오우, 실력 좋은데?
“그래도 계속해서 다연발 매직 애로우!”
푸슈슛.
소멸시키거나 말거나 나는 코볼트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놈에게 틈틈이 매직 애로우를 날려 댔다.
“소용없다!”
“알아. 다연발 매직 애로우!”
푸슈슛.
“뭐하는 짓이냐!”
“그냥. 내 맘대로. 다연발 매직 애로우!”
푸슈슛.
“이놈! 날 놀리는 거냐!”
“글쎄? 다연발 매직 애로우!”
푸슈슛.
“이익! 죽어라!”
파직.
콰앙!
벤의 말처럼 녀석을 약 올리자 주위로 스파크를 뿜으며 달려들었다.
이크! 이건 전투 계열 2단계 스킬인 파워 스텝이잖아?
“큭, 이것도 반칙이야.”
쿠웅!
녀석과 부딪친 내 몸이 순식간에 밀려나며 휘청거렸다.
큭, 이러다간 코볼트에게도 잡히겠군.
그뿐 아니라 놈이 뿜어낸 스파크에 살갗이 따끔거렸다. 체력도 적지 않게 줄어 있었고.
“그래도…… 다연발 매직 애로우.”
푸슈슛.
“으드득. 끝까지 이따위 짓을!”
파지지직!
“끼, 끼에엑!”
부르르르.
“흐흐, 됐다! 다연발 매직 애로우!”
퍼버벅!
이번엔 아미르가 타깃이 아니다. 세 갈래로 나뉜 매직 애로우들은 광분한 아미르가 뿜어낸 전격에 감전된 코볼트들에게 각각이 꽂혀 들어갔다.
털썩.
부들부들.
“이놈!”
“흐흐흐. 고맙다! 다연발 매직 애로우!”
퍼버벅!
여전히 도망가며 뿜어낸 매직 애로우에 세 마리의 코볼트가 일제히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캬아악! 죽여 버리겠다!”
파지지지직!
별로 동족 의식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속았다는 것이 분했는지 아미르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기를 내뿜었다.
“저렇게 전기를 뿜어 대는데 저 녀석은 방전도 안 되나? 쩝!”
찌릿.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녀석의 스파크에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피부가 아려 왔다.
이거 잘못 맞붙었다간 낭패를 보겠는데?
“대쉬!”
“다연발 매직 애로우!”
투두둑.
황소처럼 돌진하는 녀석의 앞쪽에 돌이 튀어 오르도록 만들고서 재빨리 몸을 피하며 최하급 마나 포션을 두 개나 연거푸 들이켰다.
“나도 숨 좀 돌리자, 이 녀석아!”
파츳.
녀석의 주위를 횡으로 돌며 라이트닝 애로우를 날리자 아미르는 스킬 시전 후 경직이 없기라도 한 듯 시미터를 그어 소멸시켰다.
움찔.
“……빙고.”
하지만 발견해 버렸다. 라이트닝 애로우를 받아 낸 후 생긴 경직을 해소하기 위한 녀석의 움직임을.
전기를 뿜어 대긴 하지만 전격 계열이 통하긴 한다 이거지? 후훗!
“그렇다면! 아쿠아 애로우.”
“이까짓 거!”
촤락.
힘차게 쏘아진 물의 화살도 녀석의 시미터엔 어림없었다.
크게 티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가장 공격력이 약한 물 속성이니 타격을 주긴 어렵겠지. 흠.
“그래도 맞을 때까지! 아쿠아 애로우. 아쿠아 애로우!”
촤라락.
촤라라락.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
몇 번 부딪혀 보니 민첩성은 녀석과 내가 큰 차이 없었다.
거리만 벌려 놓으면 얼마든지 도망 다닐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폭발적인 돌진력을 만드는 대쉬나 파워 스텝은 굉장히 위협적이었기에 나는 끊임없이 아미르의 주위로 원을 그리며 피해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