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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먼저 룰을 어긴 건 너야.]
다리를 오므리고 두 팔로 가슴을 가린 처연한 모습의 루시가 고개를 들었다.
[연기하지 마.]
[…….]
[속아 넘어가 주기엔 네 연기 실력이 너무 형편없잖아.]
루시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를 본 레이는 조소를 흘렸다.
내일이면 나와 섹스를 하다 알몸으로 쫓겨난 여자 얘기로 세상은 시끄러워질 것이다. 질타와 비난은 나의 몫이고, 여자는 동정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자신을 이용해 스타가 된 여자들의 패턴은 매번 똑같았다.
루시가 자신을 믿어 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레이는 차가운 눈빛으로 루시를 내려다보았다.
[팁을 하나 주지. F구역 주차장에 내 가십거리 전담 기자가 있어. 네가 알몸으로 나간다면 그 새끼가 두 팔 벌려 환영하겠군. 그러면 넌 가서 다리를 벌려. 아마 내일 끝내주는 기사가 나올 거야.]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내는 루시를 가증스럽게 바라보던 레이는 문을 닫아 버렸다.
도어록이 완전히 잠기자 루시는 입가를 씰룩였다.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재미있다는 듯 소리 없이 웃던 루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거벗은 몸의 루시는 당당한 자태로 F구역 주차장으로 향했다.
***
매니저 토니가 쿵쾅거리며 뛰어 들어오다가 까치발을 들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밤 12시였다. 12시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금기된 시간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레이를 건드려서도, 큰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살금살금 걸어 작업실을 지나던 토니는 거실 바닥에 산산조각이 난 휴대폰을 보곤 한숨을 작게 픽 내뱉었다.
작업실 문 틈새로 레이를 훔쳐보았다. 레이는 헤드셋을 쓴 채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열정적인 연주였다.
작곡 노트와 컴퓨터 프로그램에 체크를 해 가며 밖에 누가 서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작업을 이어 갔다.
그 시간에 토니는 거실을 정리했다. 레이가 여성과 관계를 나눈 침대나 소파 같은 물건은 폐기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흰 천을 덮은 소파를 끌어다 구석에 놓았다. 그리고 창고에 새로 마련해 둔 소파를 배치했다.
[와인 준비해.]
어느새 작업실에서 나온 레이가 새 소파에 앉았다.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토니는 웃으며 달려왔다.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보통 작업 끝나고 술은 안 하잖아.]
기분 좋은 일이라? 레이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토니 말대로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 있었다.
[맞다. 루시가 F구역으로 오던데.]
[했어?]
[아니. 내 타입 아니야.]
차에 올라타자마자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던 루시를 떠올리던 토니는 고개를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자 레이가 토니를 향해 물었다.
[휴대폰 메모리카드 챙겼지?]
[응. 폐기할게.]
[다른 영상도 있을 거야.]
[어쩌려고?]
[늘 하던 대로.]
늘 하던 방식대로 매장을 시키라는 것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레이를 보며 토니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가 토니를 물끄러미 보다가 놀렸다.
[했지? 딱 네 타입이잖아. 이게 어디서 구라를 까.]
토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피식 웃는 레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토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시의 엉망인 몰골을 보니 레이가 그녀와의 섹스가 마음에 든 건 아니었을 테고, 이른 시간에 작업실에서 나온 걸 보니 작업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도 아닐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분이 저리도 좋을까?
토니는 테이블 위에 치즈와 와인을 세팅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레이는 잔을 기울이며 소파 머리맡에 놓인 스피커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토니.]
주방에 있던 토니가 뒤로 돌았다.
[라디오 주파수 좀 확인해 봐.]
토니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주파수?]
[그래. 주파수 확인해서 9시 50분부터 10시 15분 사이 곡 리스트 좀 가져와. 가수는 여자야.]
여성의 노랫소리라면 질색을 하는 레이가 여가수의 노래를 찾는 이유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토니는 주파수를 확인 후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레이의 매니저라는 토니의 말 한마디에 전화를 받은 직원의 목소리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덕분에 레이가 궁금해하는 노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레이가 말한 시간대에 플레이된 곡 중 여자가 부른 곡은 단 한 곡이었다.
[<피아노>라는 제목의 노래라던데? 여자가 부른 노래는 이 한 곡이 전부야.]
[누가 부른 건데?]
[나도 처음 들어 보는 가수라. 이름이 뭐였더라.]
발음이 어려운지 몇 번 속으로 되뇌다가 입을 열었다.
[진솔!]
[뭐?]
[이름이 ‘진솔’이래. 아시아 쪽인가?]
[그딴 건 상관없고. 데리고 와. 지금 당장.]
[누굴?]
[그 노래 부른 여자애.]
[노래가 아니라 그 여자가 궁금한 거였어?]
[너야말로 궁금한 게 왜 이렇게 많아?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레이가 지금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만 언제 다시 악마로 변할지 몰라 아슬아슬했다. 겁에 질린 토니는 서둘러 음반 발매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솔’이라는 여자 가수의 행방을 찾기 바빴다.
레이는 한가로이 와인을 마시며 태블릿으로 작곡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한편 수화기 너머에 귀를 기울이던 토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통화를 마친 토니가 죄인처럼 서 있었다.
[레이, 그 여자를 지금 당장 데려오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없이 토니를 빤히 노려보았다.
[그게, 그러니까. 한국인이래.]
[한국?]
[그래, 한국. 작년에 네가 투어 목록에서 빼 버린 나라. 덕분에 네 트위터 다운됐잖아. 거기 IT강국이래. 인터넷 엄청 빠르대.]
[그래서 어쩌라고.]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여자애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 관계자도 연락 안 된다던데. 근데 갑자기 그 여자를 왜 찾는데?]
[이번 앨범 작업에 필요한 목소리야.]
[여자랑 작업을 하겠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가수들의 러브콜도 마다한 레이였다. 단 한 번도 여가수와 듀엣을 한 적이 없기에 토니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불안했다. 레이가 엄청난 짓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
레이는 작곡 노트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두 번째 줄을 가리켰다.
[이 부분에 그 여자의 소리를 넣을 거야.]
레이의 기다란 손가락 끝을 따라 악보로 시선을 옮긴 토니는 경악했다. 악보에 써 있는 글자 때문이었다. 악보 위에 음표는 없었다. 굵은 글씨로 ‘신음’이라고 써 있을 뿐.
[신음? 네 노래에 그 여자 신음 소리를 넣겠다고?]
[어. 진짜 소리를 녹음할 거야.]
[그 여자랑 섹스를 하겠다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세상에!]
토니가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 국무장관 ‘사라 윌슨’을 매장시키려는 정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사라를 향한 거짓 사랑 노래를 만들었던 전적이 있었다.
대중 모두를 속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내의 결백을 주장하던 사라의 CIA 출신 남편에게 쥐도 새도 모르 게 끌려가 총살당할 뻔한 일은 토니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뭘 하겠다고?
전전긍긍하며 호들갑을 떠는 토니와는 다르게 레이의 얼굴은 평온하다 못해 창작 욕구가 마구 샘솟는지 화색이 돌았다.
[섹스가 하고 싶어지는 곡을 만들 거야. 거기가 서게 만드는 노래.]
[그 여자가 엄청 못생겼으면 어떡해?]
[그럴 리가.]
[결혼했으면?]
[그게 문제가 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가끔 기상천외한 기획을 하는 레이는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었다.
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비행기 티켓 예매해. 한국으로 갈 거야.]
토니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두려웠다. 그리고 벌써부터 얼굴도 모르는 진솔이라는 여자가 불쌍해졌다.
[먼저 룰을 어긴 건 너야.]
다리를 오므리고 두 팔로 가슴을 가린 처연한 모습의 루시가 고개를 들었다.
[연기하지 마.]
[…….]
[속아 넘어가 주기엔 네 연기 실력이 너무 형편없잖아.]
루시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를 본 레이는 조소를 흘렸다.
내일이면 나와 섹스를 하다 알몸으로 쫓겨난 여자 얘기로 세상은 시끄러워질 것이다. 질타와 비난은 나의 몫이고, 여자는 동정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자신을 이용해 스타가 된 여자들의 패턴은 매번 똑같았다.
루시가 자신을 믿어 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레이는 차가운 눈빛으로 루시를 내려다보았다.
[팁을 하나 주지. F구역 주차장에 내 가십거리 전담 기자가 있어. 네가 알몸으로 나간다면 그 새끼가 두 팔 벌려 환영하겠군. 그러면 넌 가서 다리를 벌려. 아마 내일 끝내주는 기사가 나올 거야.]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내는 루시를 가증스럽게 바라보던 레이는 문을 닫아 버렸다.
도어록이 완전히 잠기자 루시는 입가를 씰룩였다.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재미있다는 듯 소리 없이 웃던 루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거벗은 몸의 루시는 당당한 자태로 F구역 주차장으로 향했다.
***
매니저 토니가 쿵쾅거리며 뛰어 들어오다가 까치발을 들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밤 12시였다. 12시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금기된 시간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레이를 건드려서도, 큰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살금살금 걸어 작업실을 지나던 토니는 거실 바닥에 산산조각이 난 휴대폰을 보곤 한숨을 작게 픽 내뱉었다.
작업실 문 틈새로 레이를 훔쳐보았다. 레이는 헤드셋을 쓴 채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었다. 열정적인 연주였다.
작곡 노트와 컴퓨터 프로그램에 체크를 해 가며 밖에 누가 서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작업을 이어 갔다.
그 시간에 토니는 거실을 정리했다. 레이가 여성과 관계를 나눈 침대나 소파 같은 물건은 폐기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흰 천을 덮은 소파를 끌어다 구석에 놓았다. 그리고 창고에 새로 마련해 둔 소파를 배치했다.
[와인 준비해.]
어느새 작업실에서 나온 레이가 새 소파에 앉았다.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토니는 웃으며 달려왔다.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보통 작업 끝나고 술은 안 하잖아.]
기분 좋은 일이라? 레이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토니 말대로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 있었다.
[맞다. 루시가 F구역으로 오던데.]
[했어?]
[아니. 내 타입 아니야.]
차에 올라타자마자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던 루시를 떠올리던 토니는 고개를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자 레이가 토니를 향해 물었다.
[휴대폰 메모리카드 챙겼지?]
[응. 폐기할게.]
[다른 영상도 있을 거야.]
[어쩌려고?]
[늘 하던 대로.]
늘 하던 방식대로 매장을 시키라는 것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레이를 보며 토니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가 토니를 물끄러미 보다가 놀렸다.
[했지? 딱 네 타입이잖아. 이게 어디서 구라를 까.]
토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피식 웃는 레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토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시의 엉망인 몰골을 보니 레이가 그녀와의 섹스가 마음에 든 건 아니었을 테고, 이른 시간에 작업실에서 나온 걸 보니 작업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도 아닐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분이 저리도 좋을까?
토니는 테이블 위에 치즈와 와인을 세팅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레이는 잔을 기울이며 소파 머리맡에 놓인 스피커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토니.]
주방에 있던 토니가 뒤로 돌았다.
[라디오 주파수 좀 확인해 봐.]
토니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주파수?]
[그래. 주파수 확인해서 9시 50분부터 10시 15분 사이 곡 리스트 좀 가져와. 가수는 여자야.]
여성의 노랫소리라면 질색을 하는 레이가 여가수의 노래를 찾는 이유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토니는 주파수를 확인 후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레이의 매니저라는 토니의 말 한마디에 전화를 받은 직원의 목소리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덕분에 레이가 궁금해하는 노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레이가 말한 시간대에 플레이된 곡 중 여자가 부른 곡은 단 한 곡이었다.
[<피아노>라는 제목의 노래라던데? 여자가 부른 노래는 이 한 곡이 전부야.]
[누가 부른 건데?]
[나도 처음 들어 보는 가수라. 이름이 뭐였더라.]
발음이 어려운지 몇 번 속으로 되뇌다가 입을 열었다.
[진솔!]
[뭐?]
[이름이 ‘진솔’이래. 아시아 쪽인가?]
[그딴 건 상관없고. 데리고 와. 지금 당장.]
[누굴?]
[그 노래 부른 여자애.]
[노래가 아니라 그 여자가 궁금한 거였어?]
[너야말로 궁금한 게 왜 이렇게 많아?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레이가 지금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만 언제 다시 악마로 변할지 몰라 아슬아슬했다. 겁에 질린 토니는 서둘러 음반 발매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솔’이라는 여자 가수의 행방을 찾기 바빴다.
레이는 한가로이 와인을 마시며 태블릿으로 작곡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한편 수화기 너머에 귀를 기울이던 토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통화를 마친 토니가 죄인처럼 서 있었다.
[레이, 그 여자를 지금 당장 데려오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말없이 토니를 빤히 노려보았다.
[그게, 그러니까. 한국인이래.]
[한국?]
[그래, 한국. 작년에 네가 투어 목록에서 빼 버린 나라. 덕분에 네 트위터 다운됐잖아. 거기 IT강국이래. 인터넷 엄청 빠르대.]
[그래서 어쩌라고.]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여자애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 관계자도 연락 안 된다던데. 근데 갑자기 그 여자를 왜 찾는데?]
[이번 앨범 작업에 필요한 목소리야.]
[여자랑 작업을 하겠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가수들의 러브콜도 마다한 레이였다. 단 한 번도 여가수와 듀엣을 한 적이 없기에 토니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불안했다. 레이가 엄청난 짓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
레이는 작곡 노트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두 번째 줄을 가리켰다.
[이 부분에 그 여자의 소리를 넣을 거야.]
레이의 기다란 손가락 끝을 따라 악보로 시선을 옮긴 토니는 경악했다. 악보에 써 있는 글자 때문이었다. 악보 위에 음표는 없었다. 굵은 글씨로 ‘신음’이라고 써 있을 뿐.
[신음? 네 노래에 그 여자 신음 소리를 넣겠다고?]
[어. 진짜 소리를 녹음할 거야.]
[그 여자랑 섹스를 하겠다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세상에!]
토니가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 국무장관 ‘사라 윌슨’을 매장시키려는 정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사라를 향한 거짓 사랑 노래를 만들었던 전적이 있었다.
대중 모두를 속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내의 결백을 주장하던 사라의 CIA 출신 남편에게 쥐도 새도 모르 게 끌려가 총살당할 뻔한 일은 토니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뭘 하겠다고?
전전긍긍하며 호들갑을 떠는 토니와는 다르게 레이의 얼굴은 평온하다 못해 창작 욕구가 마구 샘솟는지 화색이 돌았다.
[섹스가 하고 싶어지는 곡을 만들 거야. 거기가 서게 만드는 노래.]
[그 여자가 엄청 못생겼으면 어떡해?]
[그럴 리가.]
[결혼했으면?]
[그게 문제가 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가끔 기상천외한 기획을 하는 레이는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었다.
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비행기 티켓 예매해. 한국으로 갈 거야.]
토니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두려웠다. 그리고 벌써부터 얼굴도 모르는 진솔이라는 여자가 불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