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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느닷없이 지목을 당한 성민과 윤성이 재차 묻자 재훈이 입을 삐죽이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선 자리를 알아봐 주든지, 소개팅을 주선하든지. 아니면 그 뭐냐, 결혼정보회사? 그런 데라도 등록해서…….”
“나 거기까지 갈 만큼 급하지 않아.”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태영이 다급하게 말을 막고 나섰지만, 성민은 되레 그런 태영을 말렸다.
“아냐, 너 급해. 내 보기엔 이 자리에 있는 싱글 중에 제일 급한 놈이 너다.”
“야!”
태영이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는 순간 성민이 무릎을 탁, 치며 환하게 웃어 젖혔다.
“어, 참! 태영이 너 입원할래? 세종대학병원 가자. 가서 입원시켜 달라고 하자.”
지금 당장 끌고 갈 것처럼 친구의 손목을 찾아 잡은 성민은 민영과 다인을 돌아보며 정보를 요구했다.
“참한 아가씨 선생님 있는 과가 어디야? 선생님들 정보 좀 줘 봐.”
민영이 즉각 대꾸했다.
“참한? 흠……. 우리 병원에 참한 아가씨 되게 많은데. 어떻게 고르려고…….”
“자긴 잠깐 빠져 있자. 쉬어, 쉬어.”
지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영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야멸친 대꾸만 돌아올 뿐이다.
“나 말짱하다니깐? 진이도 안 떨어트리구 잘 안고 있잖아.”
한쪽에서는 다인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댔다.
“참한 아가씨……. 음, 난 왜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
눈을 동그랗게 뜬 민영이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며 성민을 부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 있다, 있다! 있어요, 성민 오빠. 우리 과에…….”
“우리 과? 설마…….”
다인이 눈을 껌뻑이며 되묻자 민영은 빠르게 고개를 까닥이며 동생의 생각이 맞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응, 맞아. 괜찮지 않아? 둘이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
“썩…….”
다인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젓던 다인은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나섰다.
“에이, 아니야. 언니 그러지 말자. 아마 말도 꺼내기 전에 거절당할 거야. 소개팅에 ‘소’ 자도 못 꺼내게 할걸?”
“내가 해 주는 거라면 오케이 할걸?”
“누군데 그래? 누군데, 다인아?”
두 자매간에 오가는 대화가 심상찮음을 느낀 지후가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묻자 다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걱정을 내비쳤다. 대답은 민영에게서 흘러나왔다.
“우리 과에…….”
활기찬 목소리로 시작한 민영의 대꾸와 동시에 윤성도 입을 열었다.
“1년 차 은지 씨?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지 않아요?”
“어머, 은지는 아니죠! 아직 애긴데!”
다인이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손을 내젓는데, 태영의 입에서 세찬 날숨이 새어 나왔다.
“뭔가 방금, 나 모욕당한 거 같은데…….”
“아녜요. 그런 거 아니구 걔는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단 뜻이었어요.”
다인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해명하는 동안 지후와 윤성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럼 그 과에 여자 누구……. 으엉?!”
의국의 인물들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던 지후가 입을 딱 벌리며 멍청한 소리를 내고, 바로 이어 윤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혹시 신 선생님?”
테이블 건너편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태영은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거 지금, 이 분위기 마음에 안 들어.”
“야, 너 장가보내려고 동생들이 저렇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미래 제수씨까지 동원됐어. 어쩔 거야? 아이고, 저런 동생들이 어디 있어. 그저 고맙다,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야.”
성민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훈계했다.
“어떤 사람인데 그래?”
답답하다는 듯 끼어들어 묻는 사람은 효린이었다. 민영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성심껏 대답했다.
“똑똑해. 예쁘고, 키도 크고, 야무지고.”
“야무진 거는 인정해, 그건 교수님도 인정하시는 부분이니까. 키 큰 것도, 그래, 질투 나지만 인정.”
양념처럼 섞여 드는 다인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은 효린은 손뼉을 ‘짝’ 치며 결론을 내렸다.
“그럼 됐네! 일단 만나 보는 게 중요하지, 뭐. 만나 봐요, 오빠. 한번 만나 보는 게 천지개벽할 일도 아니고.”
“그래 형. 만나나 봐요.”
재훈은 습관처럼 효린 편에 서서 맞장구를 쳤다.
“아이고야. 드디어 이 녀석까지 보내는구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
“말 떨어지자마자 장가까지 보내냐? 나 아직 아무 대답도 안 했어.”
“에이 너도 솔직히 당기잖아. 안 궁금해? 예쁘고, 키 크고, 야무지고, 또 뭐였지? 아, 똑똑하고. 이런 여자 안 궁금해?”
의욕 충만한 성민의 부추김에도 태영은 ‘흥!’ 콧방귀로 응수했다.
“그런 여자 드라마 틀면 수두룩하게 나오거든.”
쀼루퉁한 친구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성민은 습관처럼 헤드록을 걸며 너스레를 떨었다.
“에힛, 이 귀여운 자식. 어울리지도 않는 내숭은.”
“야! 이거 놔.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옆구리 어택 들어간다. 하나, 둘…….”
돌잔치가 무르익은 만큼 맏형들의 토닥거림도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VVIP
“또 이쪽으로 퇴근이야? 이럴 거면 차라리 들어와 살아.”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어머니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저녁 방문을 타박하는 소리다. 태영은 눈을 치켜뜬 채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람을 불러. 냉장고만 채워 두라고 하면 되잖아. 아니면 배달을 시키든지. 요즘 배달하는 반찬도 맛있다더라. 집에 먹을 게 있으면 좀 덜 올 거 아냐.”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동안에도 윤희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먹을 거 없어 오는 거 아녜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거지.”
심드렁한 어조로 변명하는데 멀리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손님 또 오셨네? 우리 단골손님.”
“아버지 일찍 들어오셨네요?”
“나야 늘 성실하지.”
시답잖은 농을 주고받으며 부자는 식당으로 향했다.
“조금은 덜 성실해도 괜찮을 텐데…….”
뒤를 따르며 조용히 푸념하는 것은 윤희의 몫이었다.
식탁에 자리 잡은 세 식구 앞에 조촐한 식사가 차려졌다. 찬을 둘러보던 상진은 문득 시선을 들고 막 식탁에서 물러난 도우미를 찾았다.
“박 여사.”
“네.”
즉각 대답하며 돌아온 도우미에게 상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뜻밖의 지시를 내렸다.
“고기반찬 치워요. 식대도 안 내는 손님 뭐 예쁘다고 고기까지 줘.”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상진 때문에 나머지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식당 안에서 웃지 못하는 사람은 태영뿐이다.
“아버지!”
“그래, 고기반찬 치우자. 아버지 건강에도 썩 좋지 않아.”
윤희까지 거들고 나서자 상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아들을 돌아봤다.
“돈을 내시려오?”
“헛!”
은근한 물음에 태영은 세찬 날숨을 내뱉었다.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을 구하든지.”
윤희도 기회를 놓칠세라 얼른 한마디 보태자 태영의 입에서는 끝내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오고 말지, 내가. 와,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녜요?”
“돈 안 받을게요. 일주일 내내 오셔도 돼요.”
도우미가 웃음 섞인 어조로 태영을 달래는데 상진이 또 툭 끼어들어 산통을 깼다.
“아이고, 인심도 후해라. 손님은 고맙습니다, 큰절이라도 하고 드시죠.”
태영은 입꼬리를 늘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대꾸를 대신하고 수저를 들었다.
“드시죠, 아버지.”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가 테이블을 건너다녔다. 태영은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돌잔치는 잘했니? 스케줄만 아니었으면 나도 갔을 텐데…….”
별안간 태영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태영은 입안에 있던 것을 삼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 끝났어요.”
“서 선생도 왔었지? 현이 엄마랑 친구라며.”
“네, 왔더라고요. 고 선생님도 같이.”
“그래, 그 사촌 자매는 꼭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더라.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오래전에 아픈 사연이 있었던 모양이야. 영지는 이런 건 또 자물쇠라도 채운 것처럼 입 꾹 다물어 버린다니까. 고 선생은 요즘 바쁘다지? 논문에 학술회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거야.”
다인은 최근 윤희의 최대 관심 인물이다. 둘째 아들인 윤성의 짝으로 마음에 담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희는 덤으로 민영까지 챙기며 말끝을 맺었다.
느닷없이 지목을 당한 성민과 윤성이 재차 묻자 재훈이 입을 삐죽이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선 자리를 알아봐 주든지, 소개팅을 주선하든지. 아니면 그 뭐냐, 결혼정보회사? 그런 데라도 등록해서…….”
“나 거기까지 갈 만큼 급하지 않아.”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태영이 다급하게 말을 막고 나섰지만, 성민은 되레 그런 태영을 말렸다.
“아냐, 너 급해. 내 보기엔 이 자리에 있는 싱글 중에 제일 급한 놈이 너다.”
“야!”
태영이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는 순간 성민이 무릎을 탁, 치며 환하게 웃어 젖혔다.
“어, 참! 태영이 너 입원할래? 세종대학병원 가자. 가서 입원시켜 달라고 하자.”
지금 당장 끌고 갈 것처럼 친구의 손목을 찾아 잡은 성민은 민영과 다인을 돌아보며 정보를 요구했다.
“참한 아가씨 선생님 있는 과가 어디야? 선생님들 정보 좀 줘 봐.”
민영이 즉각 대꾸했다.
“참한? 흠……. 우리 병원에 참한 아가씨 되게 많은데. 어떻게 고르려고…….”
“자긴 잠깐 빠져 있자. 쉬어, 쉬어.”
지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영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야멸친 대꾸만 돌아올 뿐이다.
“나 말짱하다니깐? 진이도 안 떨어트리구 잘 안고 있잖아.”
한쪽에서는 다인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댔다.
“참한 아가씨……. 음, 난 왜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
눈을 동그랗게 뜬 민영이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며 성민을 부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 있다, 있다! 있어요, 성민 오빠. 우리 과에…….”
“우리 과? 설마…….”
다인이 눈을 껌뻑이며 되묻자 민영은 빠르게 고개를 까닥이며 동생의 생각이 맞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응, 맞아. 괜찮지 않아? 둘이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
“썩…….”
다인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젓던 다인은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나섰다.
“에이, 아니야. 언니 그러지 말자. 아마 말도 꺼내기 전에 거절당할 거야. 소개팅에 ‘소’ 자도 못 꺼내게 할걸?”
“내가 해 주는 거라면 오케이 할걸?”
“누군데 그래? 누군데, 다인아?”
두 자매간에 오가는 대화가 심상찮음을 느낀 지후가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묻자 다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걱정을 내비쳤다. 대답은 민영에게서 흘러나왔다.
“우리 과에…….”
활기찬 목소리로 시작한 민영의 대꾸와 동시에 윤성도 입을 열었다.
“1년 차 은지 씨?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지 않아요?”
“어머, 은지는 아니죠! 아직 애긴데!”
다인이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손을 내젓는데, 태영의 입에서 세찬 날숨이 새어 나왔다.
“뭔가 방금, 나 모욕당한 거 같은데…….”
“아녜요. 그런 거 아니구 걔는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단 뜻이었어요.”
다인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해명하는 동안 지후와 윤성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럼 그 과에 여자 누구……. 으엉?!”
의국의 인물들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던 지후가 입을 딱 벌리며 멍청한 소리를 내고, 바로 이어 윤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혹시 신 선생님?”
테이블 건너편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태영은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거 지금, 이 분위기 마음에 안 들어.”
“야, 너 장가보내려고 동생들이 저렇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미래 제수씨까지 동원됐어. 어쩔 거야? 아이고, 저런 동생들이 어디 있어. 그저 고맙다,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야.”
성민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훈계했다.
“어떤 사람인데 그래?”
답답하다는 듯 끼어들어 묻는 사람은 효린이었다. 민영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성심껏 대답했다.
“똑똑해. 예쁘고, 키도 크고, 야무지고.”
“야무진 거는 인정해, 그건 교수님도 인정하시는 부분이니까. 키 큰 것도, 그래, 질투 나지만 인정.”
양념처럼 섞여 드는 다인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은 효린은 손뼉을 ‘짝’ 치며 결론을 내렸다.
“그럼 됐네! 일단 만나 보는 게 중요하지, 뭐. 만나 봐요, 오빠. 한번 만나 보는 게 천지개벽할 일도 아니고.”
“그래 형. 만나나 봐요.”
재훈은 습관처럼 효린 편에 서서 맞장구를 쳤다.
“아이고야. 드디어 이 녀석까지 보내는구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
“말 떨어지자마자 장가까지 보내냐? 나 아직 아무 대답도 안 했어.”
“에이 너도 솔직히 당기잖아. 안 궁금해? 예쁘고, 키 크고, 야무지고, 또 뭐였지? 아, 똑똑하고. 이런 여자 안 궁금해?”
의욕 충만한 성민의 부추김에도 태영은 ‘흥!’ 콧방귀로 응수했다.
“그런 여자 드라마 틀면 수두룩하게 나오거든.”
쀼루퉁한 친구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성민은 습관처럼 헤드록을 걸며 너스레를 떨었다.
“에힛, 이 귀여운 자식. 어울리지도 않는 내숭은.”
“야! 이거 놔.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옆구리 어택 들어간다. 하나, 둘…….”
돌잔치가 무르익은 만큼 맏형들의 토닥거림도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VVIP
“또 이쪽으로 퇴근이야? 이럴 거면 차라리 들어와 살아.”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어머니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저녁 방문을 타박하는 소리다. 태영은 눈을 치켜뜬 채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람을 불러. 냉장고만 채워 두라고 하면 되잖아. 아니면 배달을 시키든지. 요즘 배달하는 반찬도 맛있다더라. 집에 먹을 게 있으면 좀 덜 올 거 아냐.”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동안에도 윤희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먹을 거 없어 오는 거 아녜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거지.”
심드렁한 어조로 변명하는데 멀리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손님 또 오셨네? 우리 단골손님.”
“아버지 일찍 들어오셨네요?”
“나야 늘 성실하지.”
시답잖은 농을 주고받으며 부자는 식당으로 향했다.
“조금은 덜 성실해도 괜찮을 텐데…….”
뒤를 따르며 조용히 푸념하는 것은 윤희의 몫이었다.
식탁에 자리 잡은 세 식구 앞에 조촐한 식사가 차려졌다. 찬을 둘러보던 상진은 문득 시선을 들고 막 식탁에서 물러난 도우미를 찾았다.
“박 여사.”
“네.”
즉각 대답하며 돌아온 도우미에게 상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뜻밖의 지시를 내렸다.
“고기반찬 치워요. 식대도 안 내는 손님 뭐 예쁘다고 고기까지 줘.”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상진 때문에 나머지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식당 안에서 웃지 못하는 사람은 태영뿐이다.
“아버지!”
“그래, 고기반찬 치우자. 아버지 건강에도 썩 좋지 않아.”
윤희까지 거들고 나서자 상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아들을 돌아봤다.
“돈을 내시려오?”
“헛!”
은근한 물음에 태영은 세찬 날숨을 내뱉었다.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을 구하든지.”
윤희도 기회를 놓칠세라 얼른 한마디 보태자 태영의 입에서는 끝내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오고 말지, 내가. 와,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녜요?”
“돈 안 받을게요. 일주일 내내 오셔도 돼요.”
도우미가 웃음 섞인 어조로 태영을 달래는데 상진이 또 툭 끼어들어 산통을 깼다.
“아이고, 인심도 후해라. 손님은 고맙습니다, 큰절이라도 하고 드시죠.”
태영은 입꼬리를 늘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대꾸를 대신하고 수저를 들었다.
“드시죠, 아버지.”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가 테이블을 건너다녔다. 태영은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돌잔치는 잘했니? 스케줄만 아니었으면 나도 갔을 텐데…….”
별안간 태영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태영은 입안에 있던 것을 삼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 끝났어요.”
“서 선생도 왔었지? 현이 엄마랑 친구라며.”
“네, 왔더라고요. 고 선생님도 같이.”
“그래, 그 사촌 자매는 꼭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더라.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오래전에 아픈 사연이 있었던 모양이야. 영지는 이런 건 또 자물쇠라도 채운 것처럼 입 꾹 다물어 버린다니까. 고 선생은 요즘 바쁘다지? 논문에 학술회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거야.”
다인은 최근 윤희의 최대 관심 인물이다. 둘째 아들인 윤성의 짝으로 마음에 담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희는 덤으로 민영까지 챙기며 말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