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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목욕이 끝난 아이들은 한 번의 소독이 더 끝난 후 네 명씩 하얀 방에 넣어졌다. 이층 침대가 두 개 놓인 방은 서늘했다. 방으로 들어서던 한 아이가 훌쩍거렸고 굳은 표정을 일괄해 오던 아이는 불만스럽게 침대로 올라갔다.
“이리 와.”
나는 경이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
“가면 안 돼.”
“그래.”
이불을 끌어 올려주자 경이가 내 손을 꼭 잡아 왔다. 작고 하얀 그 손을 한참 내려다보다 나도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생각나?”
“언제.”
“엄마가 집에 없던 때 말이야. 밖에 비가 막 오던 날. 그때도 우리 둘이 이렇게 꼭 안고 잤잖아.”
그래, 기억나. 입술을 달싹거렸다. 장마가 막 시작되어 기승부리던 날, 어머니는 아버지와 싸우고 짐을 챙겼다. 어린 경이와 나는 정신없이 움직이는 검은 손톱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려는 걸 알면서도 붙잡지 않은 건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그래 왔으니까. 어머니가 밖에 나가려고 현관문 앞을 서자 심각성을 깨달은 경이가 달려가 어머니의 원피스 자락을 잡아끌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어머니는 매몰차게 옷을 흔들어 경이의 손을 떼어냈다.
‘지겨워 죽겠어.’
‘엄마 어디가? 경이도 데리고 가.’
‘너 같은걸?’
콧방귀도 뀐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맨발로 어머니를 따라 밖에 나가던 경이는 집이 떠내려가도록 울면서 돌아왔다.
‘형아, 엄마 어디 간 거야?’
‘돈 벌러. 곧 올 거야. 경이 좋아하는 케이크 들고.’
거짓말에 경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엄마가 헷갈리면 안 되는데, 초콜릿 케이크 좋아하는데 다른 거 사 오면 어떡하지? 경이는 중얼거리며 내가 둘러쓴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후드드드득.
장마가 시작됐다. 빗소리가 들려오자, 꼼지락대는 작은 팔이 허리를 안아 왔다. 희고 고운 작은 얼굴을 내려다봤다. 흰 얼굴은 나를 닮아 있었다. 내가 지능을 뺏어 먹고 태어난 바람에 바보가 되었다는 내 동생. 바보라서 배척받고 사랑받지 못한다. 그래서 안쓰러웠고 그런 동생을 내가 품어 주자고 결심했다. 유일하게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니까. 경이는 동생이기도 했지만 내 분신이었다. 분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했다. 그것은 대리만족이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경이를 마주 안자 경이가 그 품을 파고들었다.
***
첫날, 자고 일어난 아이들에게 새하얀 원피스 형태의 옷들이 지급되었다. 똑같은 하얀 옷을 입고 머리를 똑같이 자르니 키만 조금 차이가 날 뿐 나와 경이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쌍둥이니까 닮은 건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그게 퍽 어색했다. 어색해하는 나와 달리 경이는 내 얼굴에 제 볼을 비비며 좋아했다.
“사진 같은 거 없어도 형, 쉽게 찾을 수 있겠다. 헤헤.”
“어떻게?”
“내 얼굴 보여 주면서 ‘형 좀 찾아 주세요’하면 되잖아.”
“그러네.”
어린아이처럼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경이의 머리를 매만졌다. 막막한 가슴이 종알대는 경이로 인해 마음이 느슨해진다. 작은 머리통을 문질렀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자 첫날 인상을 찌푸리던 남자아이가 턱을 손으로 괸 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넌 이름이 뭐냐?”
그 물음이 향한 곳이 나인지 경이인지 모르겠다. 시선은 내게 닿아 있었다.
“경이야. 윤경.”
“멍청이 너 말고.”
“나 안 멍청한데.”
“너 말이야.”
팔짱을 끼고 말하는 폼이 방자하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잠시, 입술을 핥으며 이름을 알려 주었다.
“윤재.”
“재?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이름이네. 난 장레이.”
이름이 장레이든, 민레이든, 윤레이든. 다 필요 없었다. 그에게 이름을 가르쳐 준 건 순전히 처세술일 뿐이다. 한 방에 몸을 부비고 살 그에게 나쁘게 보일 이유는 없었다.
“사람은 이름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는데. 한자 뜻 같은 거 없이 그냥 재?”
“응.”
“불길한 이름이네.”
이름이 불길하다는 소리는 주야장천 들어왔던 소리였다. 제국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쭉. 나는 퍽 내 이름을 좋아했지만, 남들은 그게 아니었다. 타다 남은 재가 이름으로 뭐가 좋냐고, 100만 원만 내면 브로커들이 까다로운 정부절차도 쉽게 패스해 줄 거라며 내게 개명을 권했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뭐라든 다 태워 버려서 바스러질 것 같은 내 이름을 사랑했다. 적어도 다 태워 봤으니 후회는 하지 않을 테니까.
“나름 괜찮은 이름이야.”
내 중얼거림에 남자에게서 ‘그래?’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라 예의상 물어봤다는 반응이다.
이층 침대 밖으로 튀어나온 장레이의 다리가 의미 없이 달랑거렸다. 그는 아래층에 사는 겁쟁이의 이름을 물었다. 겁쟁이의 이름은 이소우였다. 이소우는 우리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렸다. 바들바들 떠는 게 꼭 제 처지를 아는 실험용 토끼와 같았다. 곰 세 마리를 부르는 경이를 끌어안으며 이소우에게 관심을 껐다. 경이 하나만으로 벅차 누군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으니까.
경이의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벨이 울렸다. 식사 시간이다. 문 아래 뚫린 배식구로 음식들이 들어왔다. 치킨, 피자, 스파게티. 애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레일을 통해 들어왔다. 겁이 많은 이소우는 배치된 음식을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장레이나 의심 많은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속에서 신이 난 건 경이뿐이었다. 경이는 손뼉 치며 달려가 마구잡이로 잡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품에 안고 침대로 왔다.
치킨, 햄버거,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가지고 온 경이는 먼저 햄버거를 집어 올렸다. 그 음식들이 석연찮아 경이에게 먹지 말라고 하니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먹을 거야. 배고프단 말이야.”
임시 보호소에서 여기에 오기까지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그 생각이 들자 배가 고파 왔다. 그런데도 연구원들이 내주는 음식을 먹기가 그랬다. 머릿속에 연구에 대한 생각밖에 없는 그들이 이런 음식을 그냥 주지는 않을 테니까. 상당히 껄끄러웠다.
“그냥 먹여. 내가 보기엔 최후의 만찬 같아.”
인스턴트 음식 속을 헤집어 과일 바구니를 찾은 장레이가 포도 한 알을 따 입에 밀어 넣으며 낮게 속삭였다.
“지옥이 시작되기 전에 맛보는 만찬. 그들이 주는 호의는 최대한 즐겨. 그래야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
마지막까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면 빨리 수명이 닳도록 너를 혹사하든지. 둘 중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괴로워지는 건 너거든.”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내가 장레이를 노려보는 사이에 경이는 피자를 집어먹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음식들을 집어 먹는 그 애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장레이의 말처럼 음식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으니까. 나는 굳은 표정을 하고 소매로 만찬을 즐기는 경이의 입가를 닦았다.
***
만찬이 끝나고 둘째 날이 됐을 때, 우리는 하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따라 여러 검사를 받았다.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이름을 모르는 많은 검사를 끝내고 돌아오니 셋째 날 팔목에 팔찌를 채워 주었다. 경이의 팔찌는 Z-20가 내 팔찌에는 Z-03이 박혀 있었다. Z(제트)라. 알파벳 끝에 써 있는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한참 경이의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불안하게도 경이는 스무 명의 아이 중 20번이다. 꼼꼼히 앞뒤를 살펴보다가 경이의 팔찌를 눌렀다.
“폐기 순서야.”
무표정을 짓던 장레이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목에는 Z-01이 박혀 있었다.
“뒷번호일수록 갈수록 폐기 순위 1위라는 거지.”
“폐기 순서?”
경이가 장레이의 말 끝자락을 따라 읊었다.
“순서를 정해 놓으면 실험에 사용하기 편리하잖아. 퀼리티 높은 실험은 앞부터 리스크가 큰 실험은 뒤에서부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장레이는 “뻔히 보이잖아.”라 속삭이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허공에서 흔들리는 두 다리가 보기 싫었다. 지가 뭔데 경이가 폐기 순위 1위라는 거야. 나는 경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내게 순순히 끌려오는 경이는 계속 ‘폐기가 뭐야.’를 물었다.
“형아, 폐기가 뭐냐니까?”
사용하다 필요 없어지면 버려지는 것. 너와 나에게 익숙한 것. 입술을 깨물었다.
“사랑받는 거야. 그래서 특별한 거.”
작은 머리통을 문대며 말하자 장레이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긴 특별하긴 하겠지. 귀한 연구 자료가 될 테니까.”
대롱거리는 발아래, 이불로 고치를 만들고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이소우는 울먹거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이소우의 팔찌엔 13번이 찍혀 있었다. 장레이의 말대로라면 폐기 순위 8위다.
“거짓말! 거짓말! 죽기 싫어. 나는 죽기 싫어.”
콧물을 줄줄 흘리고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소우가 웅얼거렸다. 죽는다는 말에 경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죽긴 왜 죽어. 누가 죽는다고 그래?”
적어도 너는 죽지 않아, 경이가 죽을 리 없으니까. 이렇게 가혹하게 실험실 동물처럼 죽기는 바라지 않는다. 죽는다면 고통 없이.
“레이가, 장레이가 그러잖아. 흑흑.”
“헛소리야.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어. 설레발 치지 마.”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계속해서 이소우가 울어 젖히자 경이도 따라 울었다. 아무 뜻 없이 울어 젖히는 거였지만 그 울음이 내 신경 줄을 잡아당겼다. 그 울음소리가 우리가 죽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 입술을 이로 짓누르며 울어 젖히는 경이의 어깨를 잡아챘다.
“울지 마.”
잡아챈 어깨가 아팠는지 경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져만 갔다.
“울지 마라니까!”
“그냥 소우가 우니까 슬퍼서.”
“입 닥쳐, 이소우. 울음이 흘러나오면 그대로 네 입 구멍을 찢어 놓을 거야!”
놀란 이소우가 이불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소우가 우는 건 제가 죽는다는 게 무서워서다. 그런 그에게 너는 동요해서는 안 됐다. 여전히 울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꾹 틀어막자 경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속눈썹에 방울방울 맺힌 눈물은 경이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울보는 헤븐에 갈 수 없어. 울지 않고 형 말 잘 들어야 헤븐에 갈 수 있어. 그러니까 울지 마.”
나는 너를 어르는 법을 제법 잘 알았다. 헤븐을 운운하자 경이의 고개를 끄덕였다.
“손 놔도 안 울 거지?”
응-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에 손바닥을 치웠다. 품으로 네가 안겨 왔다. 내 분신, 내 동생. 나는 따듯한 경이의 몸을 끌어안고 바랐다. 오늘 같은 날이 계속 이어지길. 그러나 나의 신은 언제나 그렇듯 응답하지 않았다.
***
탕탕-
“20번 밖으로 나와.”
넷째 날 아침, 실험이 시작됐다.
20번 안 나오나? 밖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내 품에 안겨 세상모르게 잠이든 경이를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실험용 쥐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이었다. 왼팔에 찬 하얀 체인을 풀어 내 손에 채웠다. 그러곤 내 팔에 채워진 팔찌를 경이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잠을 자던 경이가 꼼지락거렸다.
“20번! 네 이 새끼를 그냥.”
탕탕! 탕탕! 사정없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잠든 경이의 볼을 한 번 쓸어내리곤 침대 밖으로 나갔다. 장레이가 잠에 덜 깬 얼굴로 쯧쯧 혀를 찼다. 한심하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안간힘 쓰다가는 언젠가는 부서져.”
그것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바. 그의 말에 조금은 웃었던 거 같다.
“20번입니다.”
“너 이 새끼 왜 늦었어?”
“제가 20번인지 몰랐습니다.”
문 앞에 서서 내가 왔다고 하니 문 쪽에서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내 얼굴을 훑은 제국군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팔찌를 확인했다.
“늦었다. 꾸물거리지 말고 따라오도록.”
앞서가는 제국군을 따라 걷다 보니 내 뒤로 네 명의 소년들이 서 있었다. 모두 어디에선가 보았던 얼굴들이다. 우중충한 얼굴을 하고 있던 보호소 아이들. 자동으로 열리는 유리문을 네 번 정도 건너자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도수가 높아 보이는 안경을 쓴 남자는 네 명의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영친왕을 위해 희생하는 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남자는 흥얼거리며 다섯 개의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신종 독이야. 동물실험은 마치고 인체실험만 남은 상태지. 모쪼록 잘 부탁한다고 내 귀여운 실험체들.”
처방전에 따라 차례대로 일정량을 주사기에 넣은 남자는 흥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구시대 가요였다.
그대여 가지 말아요. 그대여 가지 말아요.
잘 아는 노래다. 어머니가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였으니까. 맨 끝에 서 있는 아이들부터 독을 주사한 남자는 이내 내 팔을 잡았다. 20이라고 적힌 주사기와 팔찌를 대조한 남자는 시퍼렇게 돋아난 정맥에 바늘을 찔렀다.
“좀 따끔할 거야.”
주사기 밀대가 밀려 들어가자 홧홧한 통증이 혈관을 따라 느껴졌다. 순식간에 온몸으로 통증이 번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해독제 따위 없는 독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혼자서 이것저것 떠들어 대던 남자는 서류에 크게 사인을 하더니 뒤에 서 있는 군인들에게 손짓했다.
“데리고 가요.”
실험의 끝이었다. 싱거웠다. 방으로 들어가자 경이는 베개를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 앉자 앞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소우다. 그는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의외로 멀쩡해서……. 곧바로 죽는 줄 알았어.”
경이가 끌어안은 베개를 치우고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소우는 내가 언제 죽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니까. 나는 말랑한 경이의 몸을 끌어안으며 웅얼거렸다. 내가 처음이라면 절대 죽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 버티고 버텨서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
신종 독은 실패한 건가. 독이라는 놈은 몸속에서 아무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연구원들은 하루에 수차례씩 들어와 내 혈액을 채취해 갔다. 혈액을 채취하는 이들의 표정은 밝은 걸 보니 그건 아닌 것도 같은데……. 팔뚝으로 바늘구멍이 늘어지자 경이가 속상해했다. 경이는 빨간 점을 세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파?”
“아니.”
“근데 왜 자꾸 피 뽑아 가는 거야?”
“어디 아픈 데가 있나 미리 찾아보는 거야.”
“그렇구나.”
미소를 지은 경이는 내 무릎 위로 제 턱을 올리곤 끊임없이 속닥거렸다. 형, 오늘 소우가 책 읽어 줬어. 거북이랑 토끼 이야기였어. 웅얼웅얼 오늘 있었던 일을 읊는 경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허공에 흔들리는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
몸에 이상이 온 건 정확히 여섯째 날 밤이었다. 얼굴에서 퍼지는 홧홧한 아픔을 안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입에 고인 것을 뱉자 죽은 피가 세면대에 고였다. 손을 씻고 입에 묻은 피를 물로 지웠다. 다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손가락으로 콧등을 꽉 누르며 지혈되기를 기다리는데 문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경이인가? 나는 티슈를 꺼내 손을 열심히 닦는 척 했다.
“침대로 가 있어.”
피가 세면대 위로 떨어져 내렸다.
“어서.”
경이의 칭얼거림도 멀어지는 인기척도 들리지 않자 나는 하얀 티슈로 코를 틀어막고 뒤를 돌아봤다. 문가에 서 있는 남자는 경이가 아닌 장레이였다.
“곧 죽을지도 모르겠네
“아니.”
“잘도.”
입 안에서 차오르는 검붉은 피를 변기에 뱉어 낸 나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장레이는 손가락으로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동생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뭐야? 동생의 팔찌를 바꿔 차지 않았다면 네 죽음이 늦춰졌을 텐데.”
“전혀.”
뭘 모르는 소리. 경이는 내 분신이다. 그 애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그 애가 아프면 내가 아프다. 우리는 하나였다.
“미련한 놈. 난 너 같은 놈들을 잘 알아. 그런 놈들은 결국 바닥으로 떨어져 시궁창을 뒹굴다 뒈져 버려. 이 바닥에서 살려면 이기적이어야 해. 버릴 수 있는 건 버리고 가질 수 있는 건 최대한 가져야 해.”
“살아서 버텨 봐야 제국군의 실험용 쥐잖아.”
정곡이었나. 장레이는 입을 다물었다.
“하긴.”
어느 정도 피가 멎자, 눈을 내리깔고 서 있는 장레이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가슴에 홧홧한 느낌이 떠나가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참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
일곱 번째 아침이 찾아오자 연구원들은 간밤에 무슨 일이 없었냐고 물었다. 경이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경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없었습니다.’라고 말하자 연구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혈액을 채취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나가는 순간까지 연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트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연구원은 여섯째 밤 이상반응이 나타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
일곱 째 밤. 그날따라 경이는 잠에 들지 않고 쉴 새 없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형아,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헤븐인 거 같아.”
“왜?”
“형이랑 매일 같이 있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나오고 나랑 놀아 주는 소우도 있는걸.”
“부모님이 없잖아. 그래서 여기는 헤븐이 아니야.”
“헤헤, 그러네. 헤븐에 가려면 돈이 대따 많아야지! 돼지 저금통 한 스무 개는 있어야지?”
돈의 개념을 모르는 경이는 돼지 저금통의 개수로 돈의 가치를 평가했다.
“적어도 백 개는 되어야 돼. 그래야…….”
잠이 쏟아졌다. 잠들지 않으려 나는 최대한 팔뚝 살을 뜯으며 경이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여덟째 날 아침, 나는 거하게 피를 토했다. 식도 아래에 위치한 위가 튀어나올 만큼 피를 토하고 또 토했다. 팔과 다리에 한기가 돌았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자니 또 피검사를 하기 위해 연구원이 들어왔다. 그는 내게 또 여러 가지를 물었다.
“피를 토하거나 코피를 흘리거나 하지 않았나?”
“네.”
“정말?”
“네.”
“희한하군. 제트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리 없을 텐데.”
남자는 중얼거리며 트레이에 샘플을 챙겨 나갔다. 내성이 있을 리가 없다.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해독제가 뚝딱 나오는 게 아니기에 나는 최대한 거짓말로 그들을 응수했다. 그것은 내 작은 복수였다. 너희들의 실험용 쥐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연구원이 들어올 때마다, 경이가 이불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연구원이 나가면 고개를 들어올렸다.
“형아 괜찮아?”
“응.”
“그래도.”
팔이 콕콕 쑤셔져 성한 곳이 없었다. 시퍼렇게 멍이 든 곳도 있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팔을 문대다 세상이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더는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독이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밤이 되자 귀에서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손으로 훑어 냄새를 맡아 보자 피 냄새가 났다. 오늘따라 경이는 잠에 들지 않았다. 온종일 종잇장같이 엎어져 있는 내게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졸음이 가득 찬 눈을 하고도 재차 종알거렸다. 대답해 주기 힘들어 나는 꾀를 냈다.
“얼음 땡 놀이 하자. 내가 땡 해 주기 전까지 경이는 얼음 해 있는 거야. 알았지?”
“우웅.”
“얼음.”
얼음을 외쳤지만, 집중력이 짧은 경이는 이내 내게 말을 걸었다.
“형아, 언제 얼음 풀어 줄 거야?”
“얼음은 말하는 거 아냐.”
그러자 경이의 입이 다물어졌다. 짧게 기침을 했다. 짧은 기침으로 위 안에 고여 들었던 피가 손바닥으로 새어 나왔다. 솔직히 나는 일곱 번째 밤부터 한계였다. 매일 밤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으려나. 나는 몸을 뒤척여 경이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얼음이 된 경이가 몸을 뒤척이더니 내 옷을 꽉 말아 쥐었다.
“경아, 형이랑 같이 헤븐에 갈래?”
그 한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숨이 목구멍까지 턱턱 차 왔다.
“응.”
“그래, 같이 헤븐에 가자.”
진짜 천국. 그곳에는 우리들의 신이 살아 있을 거야. 가느다랗게 떨리는 경이의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가느다랗게 떨리던 경이의 어깨가 멈췄다.
몇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자 경이는 빠른 속도로 잠에 취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눈을 감고 듣고 있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장레이.”
나는 어둠을 헤집고 걸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처음부터 잠을 자지 않은 사람처럼 부스럭 소리를 내며 침대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왜?”
“부탁이 있어.”
“뭐?”
“만약 내가 죽으면 내 동생 경이…….”
마른침이 삼켰다.
“부탁한다고? 됐어.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귀찮지는 않을 거야.”
“그럼 뭔데?”
“내가 죽는 그 순간에 내 동생도 죽여 줘. 고통스럽지 않게.”
말을 내뱉는 입술이 아팠다. 심장이 만 갈래로 찢어졌다. 동생의 죽음을 청하는 내 마음은 걸레짝이 되어 너덜거렸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내뱉은 건, 내가 없는 경이도 나처럼 실험용 쥐처럼 사용되다 죽을 거란 걸 아니까. 내가 없는 곳에서 외롭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 애가 그렇게 죽는 건 마음이 아팠기에 내가 챙겨야 했다. 내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 같이, 우리가 한날에 숨을 뱉어 낸 것처럼.
“하? 둘이 헤븐, 헤븐거리더니 죽어서 헤븐에 갈 생각이었구나?”
“그래.”
“싫어.”
“부탁해. 나도 경이도 널 원망하지 않아.”
“난 명분 없는 것들을 죽이지 않아. 죽이려면 네 손으로 죽여. 내 손에 피 묻히게 하지 말고.”
장레이는 거부했다. 사각진 방에 중앙에 홀로 서 있던 나는 입술을 깨물다 비척거리며 침대로 다가갔다. 어둠 속에 드러나는 여린 선을 바라보았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경이의 목을 틀어쥐려다 손을 내렸다. 아직은 참을 수 있어.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그때에. 그때까지 같이 살자.
목욕이 끝난 아이들은 한 번의 소독이 더 끝난 후 네 명씩 하얀 방에 넣어졌다. 이층 침대가 두 개 놓인 방은 서늘했다. 방으로 들어서던 한 아이가 훌쩍거렸고 굳은 표정을 일괄해 오던 아이는 불만스럽게 침대로 올라갔다.
“이리 와.”
나는 경이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
“가면 안 돼.”
“그래.”
이불을 끌어 올려주자 경이가 내 손을 꼭 잡아 왔다. 작고 하얀 그 손을 한참 내려다보다 나도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생각나?”
“언제.”
“엄마가 집에 없던 때 말이야. 밖에 비가 막 오던 날. 그때도 우리 둘이 이렇게 꼭 안고 잤잖아.”
그래, 기억나. 입술을 달싹거렸다. 장마가 막 시작되어 기승부리던 날, 어머니는 아버지와 싸우고 짐을 챙겼다. 어린 경이와 나는 정신없이 움직이는 검은 손톱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려는 걸 알면서도 붙잡지 않은 건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그래 왔으니까. 어머니가 밖에 나가려고 현관문 앞을 서자 심각성을 깨달은 경이가 달려가 어머니의 원피스 자락을 잡아끌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어머니는 매몰차게 옷을 흔들어 경이의 손을 떼어냈다.
‘지겨워 죽겠어.’
‘엄마 어디가? 경이도 데리고 가.’
‘너 같은걸?’
콧방귀도 뀐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맨발로 어머니를 따라 밖에 나가던 경이는 집이 떠내려가도록 울면서 돌아왔다.
‘형아, 엄마 어디 간 거야?’
‘돈 벌러. 곧 올 거야. 경이 좋아하는 케이크 들고.’
거짓말에 경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엄마가 헷갈리면 안 되는데, 초콜릿 케이크 좋아하는데 다른 거 사 오면 어떡하지? 경이는 중얼거리며 내가 둘러쓴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후드드드득.
장마가 시작됐다. 빗소리가 들려오자, 꼼지락대는 작은 팔이 허리를 안아 왔다. 희고 고운 작은 얼굴을 내려다봤다. 흰 얼굴은 나를 닮아 있었다. 내가 지능을 뺏어 먹고 태어난 바람에 바보가 되었다는 내 동생. 바보라서 배척받고 사랑받지 못한다. 그래서 안쓰러웠고 그런 동생을 내가 품어 주자고 결심했다. 유일하게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니까. 경이는 동생이기도 했지만 내 분신이었다. 분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했다. 그것은 대리만족이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경이를 마주 안자 경이가 그 품을 파고들었다.
***
첫날, 자고 일어난 아이들에게 새하얀 원피스 형태의 옷들이 지급되었다. 똑같은 하얀 옷을 입고 머리를 똑같이 자르니 키만 조금 차이가 날 뿐 나와 경이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쌍둥이니까 닮은 건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그게 퍽 어색했다. 어색해하는 나와 달리 경이는 내 얼굴에 제 볼을 비비며 좋아했다.
“사진 같은 거 없어도 형, 쉽게 찾을 수 있겠다. 헤헤.”
“어떻게?”
“내 얼굴 보여 주면서 ‘형 좀 찾아 주세요’하면 되잖아.”
“그러네.”
어린아이처럼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경이의 머리를 매만졌다. 막막한 가슴이 종알대는 경이로 인해 마음이 느슨해진다. 작은 머리통을 문질렀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자 첫날 인상을 찌푸리던 남자아이가 턱을 손으로 괸 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넌 이름이 뭐냐?”
그 물음이 향한 곳이 나인지 경이인지 모르겠다. 시선은 내게 닿아 있었다.
“경이야. 윤경.”
“멍청이 너 말고.”
“나 안 멍청한데.”
“너 말이야.”
팔짱을 끼고 말하는 폼이 방자하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잠시, 입술을 핥으며 이름을 알려 주었다.
“윤재.”
“재?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이름이네. 난 장레이.”
이름이 장레이든, 민레이든, 윤레이든. 다 필요 없었다. 그에게 이름을 가르쳐 준 건 순전히 처세술일 뿐이다. 한 방에 몸을 부비고 살 그에게 나쁘게 보일 이유는 없었다.
“사람은 이름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는데. 한자 뜻 같은 거 없이 그냥 재?”
“응.”
“불길한 이름이네.”
이름이 불길하다는 소리는 주야장천 들어왔던 소리였다. 제국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쭉. 나는 퍽 내 이름을 좋아했지만, 남들은 그게 아니었다. 타다 남은 재가 이름으로 뭐가 좋냐고, 100만 원만 내면 브로커들이 까다로운 정부절차도 쉽게 패스해 줄 거라며 내게 개명을 권했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뭐라든 다 태워 버려서 바스러질 것 같은 내 이름을 사랑했다. 적어도 다 태워 봤으니 후회는 하지 않을 테니까.
“나름 괜찮은 이름이야.”
내 중얼거림에 남자에게서 ‘그래?’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라 예의상 물어봤다는 반응이다.
이층 침대 밖으로 튀어나온 장레이의 다리가 의미 없이 달랑거렸다. 그는 아래층에 사는 겁쟁이의 이름을 물었다. 겁쟁이의 이름은 이소우였다. 이소우는 우리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렸다. 바들바들 떠는 게 꼭 제 처지를 아는 실험용 토끼와 같았다. 곰 세 마리를 부르는 경이를 끌어안으며 이소우에게 관심을 껐다. 경이 하나만으로 벅차 누군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으니까.
경이의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벨이 울렸다. 식사 시간이다. 문 아래 뚫린 배식구로 음식들이 들어왔다. 치킨, 피자, 스파게티. 애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레일을 통해 들어왔다. 겁이 많은 이소우는 배치된 음식을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장레이나 의심 많은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속에서 신이 난 건 경이뿐이었다. 경이는 손뼉 치며 달려가 마구잡이로 잡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품에 안고 침대로 왔다.
치킨, 햄버거,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가지고 온 경이는 먼저 햄버거를 집어 올렸다. 그 음식들이 석연찮아 경이에게 먹지 말라고 하니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먹을 거야. 배고프단 말이야.”
임시 보호소에서 여기에 오기까지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그 생각이 들자 배가 고파 왔다. 그런데도 연구원들이 내주는 음식을 먹기가 그랬다. 머릿속에 연구에 대한 생각밖에 없는 그들이 이런 음식을 그냥 주지는 않을 테니까. 상당히 껄끄러웠다.
“그냥 먹여. 내가 보기엔 최후의 만찬 같아.”
인스턴트 음식 속을 헤집어 과일 바구니를 찾은 장레이가 포도 한 알을 따 입에 밀어 넣으며 낮게 속삭였다.
“지옥이 시작되기 전에 맛보는 만찬. 그들이 주는 호의는 최대한 즐겨. 그래야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
마지막까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면 빨리 수명이 닳도록 너를 혹사하든지. 둘 중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괴로워지는 건 너거든.”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내가 장레이를 노려보는 사이에 경이는 피자를 집어먹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음식들을 집어 먹는 그 애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장레이의 말처럼 음식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으니까. 나는 굳은 표정을 하고 소매로 만찬을 즐기는 경이의 입가를 닦았다.
***
만찬이 끝나고 둘째 날이 됐을 때, 우리는 하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따라 여러 검사를 받았다.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이름을 모르는 많은 검사를 끝내고 돌아오니 셋째 날 팔목에 팔찌를 채워 주었다. 경이의 팔찌는 Z-20가 내 팔찌에는 Z-03이 박혀 있었다. Z(제트)라. 알파벳 끝에 써 있는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한참 경이의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불안하게도 경이는 스무 명의 아이 중 20번이다. 꼼꼼히 앞뒤를 살펴보다가 경이의 팔찌를 눌렀다.
“폐기 순서야.”
무표정을 짓던 장레이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목에는 Z-01이 박혀 있었다.
“뒷번호일수록 갈수록 폐기 순위 1위라는 거지.”
“폐기 순서?”
경이가 장레이의 말 끝자락을 따라 읊었다.
“순서를 정해 놓으면 실험에 사용하기 편리하잖아. 퀼리티 높은 실험은 앞부터 리스크가 큰 실험은 뒤에서부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장레이는 “뻔히 보이잖아.”라 속삭이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허공에서 흔들리는 두 다리가 보기 싫었다. 지가 뭔데 경이가 폐기 순위 1위라는 거야. 나는 경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내게 순순히 끌려오는 경이는 계속 ‘폐기가 뭐야.’를 물었다.
“형아, 폐기가 뭐냐니까?”
사용하다 필요 없어지면 버려지는 것. 너와 나에게 익숙한 것. 입술을 깨물었다.
“사랑받는 거야. 그래서 특별한 거.”
작은 머리통을 문대며 말하자 장레이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긴 특별하긴 하겠지. 귀한 연구 자료가 될 테니까.”
대롱거리는 발아래, 이불로 고치를 만들고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이소우는 울먹거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이소우의 팔찌엔 13번이 찍혀 있었다. 장레이의 말대로라면 폐기 순위 8위다.
“거짓말! 거짓말! 죽기 싫어. 나는 죽기 싫어.”
콧물을 줄줄 흘리고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소우가 웅얼거렸다. 죽는다는 말에 경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죽긴 왜 죽어. 누가 죽는다고 그래?”
적어도 너는 죽지 않아, 경이가 죽을 리 없으니까. 이렇게 가혹하게 실험실 동물처럼 죽기는 바라지 않는다. 죽는다면 고통 없이.
“레이가, 장레이가 그러잖아. 흑흑.”
“헛소리야.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어. 설레발 치지 마.”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계속해서 이소우가 울어 젖히자 경이도 따라 울었다. 아무 뜻 없이 울어 젖히는 거였지만 그 울음이 내 신경 줄을 잡아당겼다. 그 울음소리가 우리가 죽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 입술을 이로 짓누르며 울어 젖히는 경이의 어깨를 잡아챘다.
“울지 마.”
잡아챈 어깨가 아팠는지 경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져만 갔다.
“울지 마라니까!”
“그냥 소우가 우니까 슬퍼서.”
“입 닥쳐, 이소우. 울음이 흘러나오면 그대로 네 입 구멍을 찢어 놓을 거야!”
놀란 이소우가 이불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소우가 우는 건 제가 죽는다는 게 무서워서다. 그런 그에게 너는 동요해서는 안 됐다. 여전히 울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꾹 틀어막자 경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속눈썹에 방울방울 맺힌 눈물은 경이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울보는 헤븐에 갈 수 없어. 울지 않고 형 말 잘 들어야 헤븐에 갈 수 있어. 그러니까 울지 마.”
나는 너를 어르는 법을 제법 잘 알았다. 헤븐을 운운하자 경이의 고개를 끄덕였다.
“손 놔도 안 울 거지?”
응-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에 손바닥을 치웠다. 품으로 네가 안겨 왔다. 내 분신, 내 동생. 나는 따듯한 경이의 몸을 끌어안고 바랐다. 오늘 같은 날이 계속 이어지길. 그러나 나의 신은 언제나 그렇듯 응답하지 않았다.
***
탕탕-
“20번 밖으로 나와.”
넷째 날 아침, 실험이 시작됐다.
20번 안 나오나? 밖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내 품에 안겨 세상모르게 잠이든 경이를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실험용 쥐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이었다. 왼팔에 찬 하얀 체인을 풀어 내 손에 채웠다. 그러곤 내 팔에 채워진 팔찌를 경이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잠을 자던 경이가 꼼지락거렸다.
“20번! 네 이 새끼를 그냥.”
탕탕! 탕탕! 사정없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잠든 경이의 볼을 한 번 쓸어내리곤 침대 밖으로 나갔다. 장레이가 잠에 덜 깬 얼굴로 쯧쯧 혀를 찼다. 한심하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안간힘 쓰다가는 언젠가는 부서져.”
그것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바. 그의 말에 조금은 웃었던 거 같다.
“20번입니다.”
“너 이 새끼 왜 늦었어?”
“제가 20번인지 몰랐습니다.”
문 앞에 서서 내가 왔다고 하니 문 쪽에서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내 얼굴을 훑은 제국군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팔찌를 확인했다.
“늦었다. 꾸물거리지 말고 따라오도록.”
앞서가는 제국군을 따라 걷다 보니 내 뒤로 네 명의 소년들이 서 있었다. 모두 어디에선가 보았던 얼굴들이다. 우중충한 얼굴을 하고 있던 보호소 아이들. 자동으로 열리는 유리문을 네 번 정도 건너자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도수가 높아 보이는 안경을 쓴 남자는 네 명의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영친왕을 위해 희생하는 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남자는 흥얼거리며 다섯 개의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신종 독이야. 동물실험은 마치고 인체실험만 남은 상태지. 모쪼록 잘 부탁한다고 내 귀여운 실험체들.”
처방전에 따라 차례대로 일정량을 주사기에 넣은 남자는 흥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구시대 가요였다.
그대여 가지 말아요. 그대여 가지 말아요.
잘 아는 노래다. 어머니가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였으니까. 맨 끝에 서 있는 아이들부터 독을 주사한 남자는 이내 내 팔을 잡았다. 20이라고 적힌 주사기와 팔찌를 대조한 남자는 시퍼렇게 돋아난 정맥에 바늘을 찔렀다.
“좀 따끔할 거야.”
주사기 밀대가 밀려 들어가자 홧홧한 통증이 혈관을 따라 느껴졌다. 순식간에 온몸으로 통증이 번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해독제 따위 없는 독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혼자서 이것저것 떠들어 대던 남자는 서류에 크게 사인을 하더니 뒤에 서 있는 군인들에게 손짓했다.
“데리고 가요.”
실험의 끝이었다. 싱거웠다. 방으로 들어가자 경이는 베개를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 앉자 앞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소우다. 그는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의외로 멀쩡해서……. 곧바로 죽는 줄 알았어.”
경이가 끌어안은 베개를 치우고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소우는 내가 언제 죽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니까. 나는 말랑한 경이의 몸을 끌어안으며 웅얼거렸다. 내가 처음이라면 절대 죽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 버티고 버텨서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
신종 독은 실패한 건가. 독이라는 놈은 몸속에서 아무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연구원들은 하루에 수차례씩 들어와 내 혈액을 채취해 갔다. 혈액을 채취하는 이들의 표정은 밝은 걸 보니 그건 아닌 것도 같은데……. 팔뚝으로 바늘구멍이 늘어지자 경이가 속상해했다. 경이는 빨간 점을 세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파?”
“아니.”
“근데 왜 자꾸 피 뽑아 가는 거야?”
“어디 아픈 데가 있나 미리 찾아보는 거야.”
“그렇구나.”
미소를 지은 경이는 내 무릎 위로 제 턱을 올리곤 끊임없이 속닥거렸다. 형, 오늘 소우가 책 읽어 줬어. 거북이랑 토끼 이야기였어. 웅얼웅얼 오늘 있었던 일을 읊는 경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허공에 흔들리는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
몸에 이상이 온 건 정확히 여섯째 날 밤이었다. 얼굴에서 퍼지는 홧홧한 아픔을 안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입에 고인 것을 뱉자 죽은 피가 세면대에 고였다. 손을 씻고 입에 묻은 피를 물로 지웠다. 다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손가락으로 콧등을 꽉 누르며 지혈되기를 기다리는데 문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경이인가? 나는 티슈를 꺼내 손을 열심히 닦는 척 했다.
“침대로 가 있어.”
피가 세면대 위로 떨어져 내렸다.
“어서.”
경이의 칭얼거림도 멀어지는 인기척도 들리지 않자 나는 하얀 티슈로 코를 틀어막고 뒤를 돌아봤다. 문가에 서 있는 남자는 경이가 아닌 장레이였다.
“곧 죽을지도 모르겠네
“아니.”
“잘도.”
입 안에서 차오르는 검붉은 피를 변기에 뱉어 낸 나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장레이는 손가락으로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동생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뭐야? 동생의 팔찌를 바꿔 차지 않았다면 네 죽음이 늦춰졌을 텐데.”
“전혀.”
뭘 모르는 소리. 경이는 내 분신이다. 그 애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그 애가 아프면 내가 아프다. 우리는 하나였다.
“미련한 놈. 난 너 같은 놈들을 잘 알아. 그런 놈들은 결국 바닥으로 떨어져 시궁창을 뒹굴다 뒈져 버려. 이 바닥에서 살려면 이기적이어야 해. 버릴 수 있는 건 버리고 가질 수 있는 건 최대한 가져야 해.”
“살아서 버텨 봐야 제국군의 실험용 쥐잖아.”
정곡이었나. 장레이는 입을 다물었다.
“하긴.”
어느 정도 피가 멎자, 눈을 내리깔고 서 있는 장레이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가슴에 홧홧한 느낌이 떠나가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참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
일곱 번째 아침이 찾아오자 연구원들은 간밤에 무슨 일이 없었냐고 물었다. 경이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경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없었습니다.’라고 말하자 연구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혈액을 채취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나가는 순간까지 연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트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연구원은 여섯째 밤 이상반응이 나타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
일곱 째 밤. 그날따라 경이는 잠에 들지 않고 쉴 새 없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형아,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헤븐인 거 같아.”
“왜?”
“형이랑 매일 같이 있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나오고 나랑 놀아 주는 소우도 있는걸.”
“부모님이 없잖아. 그래서 여기는 헤븐이 아니야.”
“헤헤, 그러네. 헤븐에 가려면 돈이 대따 많아야지! 돼지 저금통 한 스무 개는 있어야지?”
돈의 개념을 모르는 경이는 돼지 저금통의 개수로 돈의 가치를 평가했다.
“적어도 백 개는 되어야 돼. 그래야…….”
잠이 쏟아졌다. 잠들지 않으려 나는 최대한 팔뚝 살을 뜯으며 경이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
여덟째 날 아침, 나는 거하게 피를 토했다. 식도 아래에 위치한 위가 튀어나올 만큼 피를 토하고 또 토했다. 팔과 다리에 한기가 돌았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자니 또 피검사를 하기 위해 연구원이 들어왔다. 그는 내게 또 여러 가지를 물었다.
“피를 토하거나 코피를 흘리거나 하지 않았나?”
“네.”
“정말?”
“네.”
“희한하군. 제트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리 없을 텐데.”
남자는 중얼거리며 트레이에 샘플을 챙겨 나갔다. 내성이 있을 리가 없다.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해독제가 뚝딱 나오는 게 아니기에 나는 최대한 거짓말로 그들을 응수했다. 그것은 내 작은 복수였다. 너희들의 실험용 쥐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연구원이 들어올 때마다, 경이가 이불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연구원이 나가면 고개를 들어올렸다.
“형아 괜찮아?”
“응.”
“그래도.”
팔이 콕콕 쑤셔져 성한 곳이 없었다. 시퍼렇게 멍이 든 곳도 있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팔을 문대다 세상이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더는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독이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밤이 되자 귀에서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손으로 훑어 냄새를 맡아 보자 피 냄새가 났다. 오늘따라 경이는 잠에 들지 않았다. 온종일 종잇장같이 엎어져 있는 내게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졸음이 가득 찬 눈을 하고도 재차 종알거렸다. 대답해 주기 힘들어 나는 꾀를 냈다.
“얼음 땡 놀이 하자. 내가 땡 해 주기 전까지 경이는 얼음 해 있는 거야. 알았지?”
“우웅.”
“얼음.”
얼음을 외쳤지만, 집중력이 짧은 경이는 이내 내게 말을 걸었다.
“형아, 언제 얼음 풀어 줄 거야?”
“얼음은 말하는 거 아냐.”
그러자 경이의 입이 다물어졌다. 짧게 기침을 했다. 짧은 기침으로 위 안에 고여 들었던 피가 손바닥으로 새어 나왔다. 솔직히 나는 일곱 번째 밤부터 한계였다. 매일 밤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으려나. 나는 몸을 뒤척여 경이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얼음이 된 경이가 몸을 뒤척이더니 내 옷을 꽉 말아 쥐었다.
“경아, 형이랑 같이 헤븐에 갈래?”
그 한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숨이 목구멍까지 턱턱 차 왔다.
“응.”
“그래, 같이 헤븐에 가자.”
진짜 천국. 그곳에는 우리들의 신이 살아 있을 거야. 가느다랗게 떨리는 경이의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가느다랗게 떨리던 경이의 어깨가 멈췄다.
몇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자 경이는 빠른 속도로 잠에 취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눈을 감고 듣고 있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장레이.”
나는 어둠을 헤집고 걸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처음부터 잠을 자지 않은 사람처럼 부스럭 소리를 내며 침대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왜?”
“부탁이 있어.”
“뭐?”
“만약 내가 죽으면 내 동생 경이…….”
마른침이 삼켰다.
“부탁한다고? 됐어.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귀찮지는 않을 거야.”
“그럼 뭔데?”
“내가 죽는 그 순간에 내 동생도 죽여 줘. 고통스럽지 않게.”
말을 내뱉는 입술이 아팠다. 심장이 만 갈래로 찢어졌다. 동생의 죽음을 청하는 내 마음은 걸레짝이 되어 너덜거렸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내뱉은 건, 내가 없는 경이도 나처럼 실험용 쥐처럼 사용되다 죽을 거란 걸 아니까. 내가 없는 곳에서 외롭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 애가 그렇게 죽는 건 마음이 아팠기에 내가 챙겨야 했다. 내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 같이, 우리가 한날에 숨을 뱉어 낸 것처럼.
“하? 둘이 헤븐, 헤븐거리더니 죽어서 헤븐에 갈 생각이었구나?”
“그래.”
“싫어.”
“부탁해. 나도 경이도 널 원망하지 않아.”
“난 명분 없는 것들을 죽이지 않아. 죽이려면 네 손으로 죽여. 내 손에 피 묻히게 하지 말고.”
장레이는 거부했다. 사각진 방에 중앙에 홀로 서 있던 나는 입술을 깨물다 비척거리며 침대로 다가갔다. 어둠 속에 드러나는 여린 선을 바라보았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경이의 목을 틀어쥐려다 손을 내렸다. 아직은 참을 수 있어.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그때에. 그때까지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