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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또각또각…….
당당하게 하이힐 신고 몸매가 드러난 빨간 블라우스에 굴곡이 드러나는 하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최 변호사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최 변호사님 출근하셨죠?”
“네, 하셨습니다. 박 변호사님 커피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요. 저는 사거리에 있는 스타북스에서 수프리모 원두커피로 사다 주세요. 지윤 씨나 부장님도 하나 드시든지요.”
하이힐을 신은 그 여자가 김 비서에게 카드를 건넸다. 그러고는 알리지도 않고 진혁이 있는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드를 받은 김 비서의 입에서 안 좋은 소리가 나온다.
“저 불여시는 왜 또 왔대?”
“너, 말조심해.”
“열 받잖아요. 제가 심부름꾼도 아닌데…….”
이 직장이 맘에 들지만 저 불여시가 와서 자신을 하인 부리듯이 할 때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김 비서가 투덜거리며 커피를 사러 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박 변호사는 문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쳐다보지도 않는 진혁을 불렀다.
“진혁아.”
“왔어?”
부르는 소리에도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도 않고 계속 서류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박 변호사의 짙은 붉은 입술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얼마 만에 보는 건데…… 내 얼굴도 안 쳐다보고 얘기해?”
“그러게, 좀 바쁘네…….”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휴가 기간 동안 누나 집에 가 있었거든.”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커피를 든 김 비서가 들어왔다. 김 비서가 박 변호사에게 건네주는 커피에 찍힌 로고를 보고는 진혁의 얼굴에 미세한 주름이 만들어졌다.
“박 변호사님 커피입니다.”
“박 변, 우리 김 비서님한테 개인적인 심부름은 시키지 마. 엄연히 회사일 하는 직원이셔.”
“내가 시킨 거 아니야. 김 비서님이 사다 주신다 했어. 맞죠? 김 비서님?”
“아…… 네…… 뭐…….”
“고. 마. 워. 요. 김. 비. 서. 님.”
저 환하게 웃고 있는 박 변호사의 면상에 뜨거운 커피를 확 부어 버리고 싶은 김 비서였다. 김 비서는 얼굴에 억지 미소를 띤 채 사무실을 나갔다.
김 비서가 나가자 커피는 쳐다보지도 않고 박현지 변호사가 요염하게 다리를 꼬며 진혁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녀가 은근한 목소리로 그에게 제안했다.
“나랑 같이 저녁 먹어.”
“안 돼, 어디 갈 데 있어. 그리고 일 있는 거 아니면 내 사무실 오는 거 자제해 줘.”
현지는 그가 단칼에 거절하자 화가 났다.
학교 다닐 때부터 그가 맘에 들었었다. 다른 남자도 만나고 해 봤지만 진혁만큼 혹하는 남자는 없었다. 온 맘을 다해 유혹해 봤지만 한 번도 친구 이상의 선을 넘은 적이 없다.
거기다 현지가 누군가. 아버지가 대법원 판사이고 뼛속까지 법조인 집안인데 앞의 진혁은 자신의 배경 따위에 절대 넘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면 때문에 그를 갖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갖고 싶은 것은 가져야 하는 자신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남자를 가지고 말겠다 다짐하는 현지다. 그녀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진짜 이럴래?”
하지만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리고 무심하게 나가라는 손을 한 번 까딱했다.
“나 일해야 해. 나가 봐.”
오후 4시, 맞춰 놓은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시간이 되자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진혁이 보던 서류를 가방에 쓸어 넣고 재킷을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저 일감 집으로 가져갑니다. 먼저 퇴근할게요.”
“네?”
쌩하고 나간 진혁에 놀란 김 부장이 멍한 얼굴로 자리에 서 있었다.

5시, 초등학교 선생님인 상아가 퇴근하는 시간이다. 조카에게 물어보니, 수업은 2시 반쯤에 마치고 선생님인 그녀는 5시까지 학교에 있는 것 같다 말했다.
오늘은 또 어떻게 자신을 피해 갈지 이제는 기대까지 되는 진혁이다. 어제 맥주 한 캔에 힘을 빌려 그녀에게 고백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상아 씨가 맘에 들었습니다.”

돌직구로 던진 고백에 그녀는 굳어서 동그랗게 눈을 뜨더니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아, 늙었나 보다. 맥주 한 캔 마시고 취해서는 헛소리가 들리네?”

그러더니 영혼 없는 얼굴로 일어나서는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렇게 잘 걸어가는 듯싶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발목을 비틀하고 꺾고 다시 바로 서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공원에서 사라졌다.
기원이가 다가와서 그의 바지를 잡아당기지만 않았어도 따라가는 건데. 벌써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데도 여자가 포효하는 비명이 얼핏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 그는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 즐겁다. 진혁은 학교 앞에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상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염없이 교문만 쳐다보고 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재빨리 빠른 경보 걸음으로 교문까지 나오더니 교문을 벗어나자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놀란 진혁이 차에서 내려 따라 뛰었다. 이 여자만 보면 어떻게 만날 이렇게 뛰는지. 그래도 남자인 그가 성큼성큼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잘 달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잡아 놀란 상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려서 팔을 쳐 내고 팔을 뒤로 돌려 꺾어 버렸다. 갑작스런 호신술에 팔이 꺾인 진혁이 아픈 소리를 냈다.
“아! 아.”
상아가 어떤 놈이 겁도 없이 자신을 따라 뛰어왔나 싶어 얼굴을 보는데 그 남자다. 손을 풀고 놀라 물었다.
“기원이 외삼촌? 괜찮은 거예요?”
“아아. 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겁니까?”
“아, 저번에 경찰서에서 학교로 호신술 강의를 왔었거든요.”
“대단한데요.”
“아니, 이 정도쯤이야. 제가 할 줄 알아야 아이들을 가르치지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아, 상아 씨 만나러 왔죠. 어디 가서 차나 한 잔 하시죠?”
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상아 두드리는 소리인가.
그녀가 교문을 나서자마자 뛰었던 이유는 얼마 전부터 시작한 미드 때문이다. 꽃중년 깁스가 나오고 여신 지바와 귀여운 애비와, 톰과 제리 같은 디노조와 맥기가 나오는 미국 드라마가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바빠서 녹화 예약을 해 놓지 못하고 나왔단 말이다. 달려가면 딱 맞춰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상아가 집에 꿀단지라도 숨겨 놓은 것처럼 발을 동동 굴렸다.
“제가 지금 급히 집에 가 봐야 해서요.”
“아아, 아까 상아 씨가 비튼 팔이 아픈데요.”
진혁이 팔을 늘어트리고 그녀 앞에서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 진혁이 물고 늘어지자 상아가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지금 가도 못 보겠네요. 그까짓 차 한 잔 좋지요.”
상아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바로 보이는 커피숍을 향해 걸었다. 진혁이 언제 팔이 아팠냐는 듯이 멀쩡한 표정을 하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커피숍으로 들어가자마자 상아가 소리 나게 의자에 앉았다. 뒤따라 들어온 진혁이 웃으며 자리에 앉자 상아가 그를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기원이 외삼촌 되시는.”
“최진혁입니다.”
“네? 네, 최진혁 씨. 저한테 왜 이러는 거세요?”
“아,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지금 상아 씨에게 작업 거는 중입니다.”
“네?”
“주말에 저랑 식사 어떠세요?”
“제가 응하지 않으면.”
상아는 앞에 남자를 바라봤다. 계속 이렇게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앞의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진짜로 하는 소리라고 장담하는 눈빛을 쏘아 댔다.
“혹시 계속 이렇게 찾아오실 건 아니시죠?”
“어? 어떻게 아셨죠?”
“식사만 하는 거죠?”
그래, 밥 한 번 먹는 건데.
그녀의 고개가 허락으로 끄덕인다.

5.


대망의 돌아오는 주말.
오피스텔 앞에서 상아는 청바지에 몸에 딱 맞는 하얀 니트를 입고 발에는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기원이 외삼촌을 기다리고 있다. 단발머리에 캐주얼한 차림이 그녀의 발랄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기 10분 전, 하얀 SUV가 앞에서 멈춰 서고 진혁이 내렸다. 오늘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 아니라 베이지색 면바지에 스트라이프 남방을 입고 카디건을 걸쳐서 그런지 편안하고 더 부드러워 보이는 옷차림이었다.
그가 차에서 내려서 멋진 웃음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나와 계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두 사람은 흔한 말로 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둘을 태운 차가 도로를 매끄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식당은 깔끔한 음식 맛으로 유명한 일식집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진혁이 문을 열어 주려 먼저 운전석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 찰나를 못 참고 상아는 당당히 스스로 문을 열고 내렸다.
멋지게 문을 열어 주려 걸어가던 진혁은 허탈해졌다. 어제저녁 달달 외워 온 데이트의 정석이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데이트의 정석 챕터 1! 먼저 내려 정중하게 차 문을 열어 주라 그러면 여자는 감동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의 첫 번째 데이트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뒤에 상심에 빠진 진혁을 두고 상아가 앞서 걸었다. 벌써 예약을 해 놓았는지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상아는 다다미방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온 진혁이 맞은편에 앉았다. 진혁이 방을 둘러보며 메뉴판을 유심히 살피는 상아를 보며 운을 뗐다.
“일식 괜찮으시죠?”
“네, 완전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여기 괜찮아요. 가끔 회사 사람들이랑 오거든요. 여기 코스 요리 괜찮아요.”
“그럼, 그걸로 먹죠.”
간단한 샐러드로 시작해서 메인 회가 나왔다. 비싼 곳인지 도미와 참치, 연어, 그리고 광어까지 딱 봐도 퀼리티가 뛰어나고 두께도 두툼했다.
상아가 눈을 반짝 빛내더니 진혁을 바라봤다. 그녀가 그를 계속 바라보니 그도 그녀와 눈을 마주쳐 왔다.

[데이트의 정석에서 말한 챕터 2! 서로의 눈을 진실하게 바라보라 여자의 마음이 보일 것이다.]

책에서 말한 대로 진혁이 진지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녀의 마음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계속된 눈빛 교환에 조바심을 느낀 상아가 말했다.
“기원이 외삼촌분께서 수저를 먼저 드셔야 식사를 시작하지요.”
“아.”
데이트의 정석이 빗나가고 있다. 왜 자신을 쳐다본 건지 알게 된 진혁이 그녀의 재촉에 수저를 들었다.
상대편이 수저를 들기가 무섭게 젓가락을 든 상아가 도미를 집어 참기름에 살짝, 그리고 쌈장에 콕 찍어서 한 입에 넣고는 감탄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연신 회를 집는 손이 정확하고 빨랐다.
“음~”
진혁은 수저를 내려놓고 앞에서 내숭 따윈 들어 본 적도, 알지도 못한다는 듯이 계속해서 집어 먹고 행복해하는 상아의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
커다란 접시에 회가 어느 정도 줄었을 때, 앞에 앉아서 식사는 하지 않고 자신을 보고만 있는 남자가 상아의 눈에 보였다. 민망해진 상아가 젓가락질을 멈췄다.
“안 드세요?”
“아, 먹습니다. 입에 맞으세요?”
“그럼요, 회는 없어서 못 먹죠.”
회라면 자다가도 뻘떡 일어나는 상아는 접시에 담긴 그 많던 회를 자기가 다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미안해졌다. 상아가 우아하게 광어를 한 점 들어서 진혁의 앞 접시에 놓아줬다.
“드셔 보세요. 광어가 아주 싱싱하네요.”

[데이트의 정석 챕터 3! 여자가 음식을 덜어 주거나 한다면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며 맛있게 먹어 줘라. 여자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진혁이 상아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며 건네준 광어를 바라보다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그의 눈빛을 보지 못한 그녀는 진혁이 젓가락을 드는 것을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손을 움직였다. 연이어 나온 회 무침을 상추쌈에 싸서는 크게 입을 벌리고 한 입에 해치웠다.
그녀의 먹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연달아 나온 초밥을 집어 먹고 눈을 감고 감탄했고, 매운탕이 나왔을 때는 혼잣말로 딱 이슬 한 잔이 필요해라고 말했으며, 마지막 알밥의 밥 한 톨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 먹고는 불러 온 배를 통통 두드렸다.
“아, 잘 먹었다!”
“정말 잘 드시네요.”
“당연하죠. 먹는 거 앞에서 깨작대고 그러면 저희 어머니는 확 상을 엎어 버리셨죠.”
그 말을 하면서 상아는 그녀의 어머니가 상을 이렇게 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 상을 들고 엎어 버릴 듯 살짝 들었다 놨다.
“하하하.”
이 여자만 보면 너무 즐거워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그는 앞에 보이는 여자의 이런 내숭 없음과 털털함이 맘에 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준비해 온 데이트의 정석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른 전개에 실망하기는커녕 책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점점 더 맘에 든다.
마지막으로 직원이 가져다준 후식으로 나온 매실주를 음미하며 마시던 그녀가 혼잣말했다.
“음, 별로군. 선이가 만들어 준 매실이 더 맛있는데…….”
“아, 요리 클래스의 선 선생님?”
상아가 조용히 내뱉은 친구의 이름에 진혁이 알은체를 했다. 상아가 의아함에 물었다.
“아니, 우리 선이를 알아요?”

[데이트의 정석 챕터 4! 대화의 공통 주제를 만들어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 가고 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요리 클래스 선생님 이야기가 나오자 앞의 그녀가 반달 모양 눈을 하고서는 웃는다. 눈웃음과 살짝 들어간 보조개를 동반한 그녀의 미소가 예쁘다.
“당연히 알죠. 처음 만났을 때 저한테 껄떡대지 말라면서 눈을 부라리셨잖아요?”
“네? 이게 무슨? 우리 그때 선 자리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거 아니에요?”
“아, 섭섭합니다. 기억을 못 하시다니.”
진혁이 섭섭함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의 얼굴을 응시하던 상아가 머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 선이의 요리 클래스 다니시는 사모님의 아들이었다고 했나? 그러니깐 설마? 그때서야 반반한 얼굴을 생각해 냈다.
“아! 그때 그 바람둥이?”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나와서 공통의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려 했는데 처음 시작은 좋았지만 마지막의 결론은 최진혁은 바람둥이다로 끝나고 있었다.
바람둥이라니. 내가 당신에게 첫눈에 반해 난생처음 여자의 전화번호를 알려고 당신의 친구를 찾아가 사정까지 했던 사람인데. 전화번호가 틀렸는지 뭐 결과는 수화기 너머로 당신이 아니라는 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바람둥이라고 불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온다. 역시나.
“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재빨리 상아가 사과했다. 진혁이 손을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었다.
“아닙니다. 선 선생님은 잘 계시죠?”
“그럼요. 아주 잘 지내죠. 애가 셋인 것만 빼면요.”
“네? 쌍둥이가 아니라 세쌍둥이였어요?”
“하하, 아니요. 쌍둥이 맞아요. 남편까지 해서 애가 셋이란 말이죠.”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두 사람의 대화가 술술 풀려 나갔다. 의외로 두 사람은 대화가 통했다.
마지막으로 과일까지 먹고는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벌써 자리에 앉은 지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대화가 잘 통해서인지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데이트 정석 챕터 5! 꼭 계산을 남자가 하라는 법도 없지만 첫 데이트 계산은 남자가 하는 것도 괜찮다.]

당연히 식사를 요청한 진혁이 계산서를 들고 앞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옆에서 불쑥 카드를 든 하얀 손이 튀어나왔다.
“제가 먹은 건 제가 계산할게요.”
“아닙니다. 제가…….”
“아니에요. 진혁 씨도 저희 반 학생 외삼촌이시니, 엄연히 따지면 학부모시거든요.”
“그래도.”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상아가 정중하게 사양하며 고개를 숙이자 할 수 없다는 듯이 진혁은 다음을 기약했다. 아직 이 여자에게 자신은 반 학생 외삼촌인 학부모밖에 안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