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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1. 우연이라는 뜻밖의 만남(3)


그가 가장 눈여겨본 제자였다. 서한대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눈에 쏙 들어오던 제자가 어느새 훌쩍 실력이 늘어 자신보다 더 훌륭한 의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은 즐거운 일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곁에서 제자의 실력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를 행복하게 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도 가능합니다.”
서훈의 대답에 백 교수는 아예 함박웃음을 짓는다.
“온 김에 이사장님께 인사나 드리세. 우리도 자네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사실 말은 꺼냈지만 거의 기대는 안 했다네. 이사장님도 마찬가지고. 가세나.”
신이 난 백 교수와 달리 서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기세 좋게 앞서는 백 교수를 따라가며 문득 그 여자가 떠올랐다.
그의 인생의 가장 숨기고 싶은 뼈아픈 실수였던 존재는 역시 그에게 꽤 재수 없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했다. 그녀와 교수님의 일이 별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필 이곳에서 그녀를 만났다는 현실에 저절로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2. 그리움은 어째서 잊히지 않는 걸까?(1)

볕이 드는 마당.
해서의 꽃집 간판이었다.
문 앞은 화단처럼 만들어 예쁜 화분과 작은 화초들을 진열해 놓았고 통유리로 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화사한 꽃향기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긴 직사각형의 가게 앞은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눈이 즐거웠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키가 큰 화초들이 처음부터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양 물기를 머금고 팔팔하게 어깨동무하며 동굴 모양의 작은 정글을 만들었다.
커다란 나무가 자라는 화분들을 지나 걸어가면 가려진 시야 사이로 밖으로 향하는 미닫이문이 나온다. 그 문을 열면 환한 햇살 아래 아기자기 놓여 있는 작은 분재들과 우리나라 야생화라고 불리는 화초들이 저마다 귀여움을 뽐내며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분명 가게는 단층처럼 보이지만 뒷문을 열면 예상과 다르게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건물 자체가 조금은 가파른 언덕에 지어진 까닭에 산 중턱에 층층이 건물이 세워져 있는 모양새가 앞에서 보면 각기 다른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층이었다.
그래서 일 층은 꽃집으로 그리고 작은 이 층은 살림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서는 처음 이 건물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앞에서야 단순히 가파른 언덕에 층층이 따로 있는 건물처럼 보이지만 뒷문을 열고 나서면 베란다처럼 이어진 작은 공간이 나오고 약간은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층 더 눈높이가 높아져 앞이 환하게 트였다.
일 층 가게 문 말고도 곧바로 이층집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지만 거의 잠가 놓고 일부러 가게를 통해 이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원래 이 층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만 있던 곳을 건물주에게 양해를 얻어 일층과 이층으로 올라가는 공간을 넓혀 작은 베란다를 만들고 자신만의 휴식처로 만들었다.
베란다에 앉아 있으면 사계절마다 운치가 달라 몸과 마음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해서는 답답하거나 누군가 그리우면 여기에 앉아 멀리 지붕만 보이는 도시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예 꽃집 문을 닫아걸고 의자에 앉아 넋을 놓고 있었다. 시선은 저 멀리 파란 하늘을 향하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너무 많이 변해 있는 그를 생각하니 자꾸 바보같이 눈물이 나왔다. 변했다고 하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대로이기도 했다.
결혼은 했을까? 나이가 있으니 했을 거야. 아이도 있겠지? 그 사람을 닮았으면 참 예쁘겠다. 지금쯤이면 당당한 의사 선생님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겠지.
온통 머릿속에는 그가 머물러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십이 년이면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시간이라는데 그리움은 어째서 잊히지 않는 걸까?
금세 그녀를 알아보고 차가워지는 표정을 보면서도 속으로는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으매 기뻐하는 스스로가 신물이 났다.
그녀가 그를 잊지 못하는 것은 미안함이었다. 반대로 그가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미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마음속에서는 그 미움조차 반갑다. 아무 감정도 없이 그녀를 보고도 모른 체 나갔다면 아마도 더욱 아팠을 거라는 바보 같은 상념 때문이었다.
“……어디로 가지?”
칠 년을 살았던 곳이라 정도 많이 들었다. 꽃집도, 작은 옥탑방도 그리고 지금 머물고 있는 ‘해서의 정자’라고 이름 붙인 이 베란다도 모두 그녀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병원에도 들러야 했다. 그녀를 담당하고 있는 백 교수님의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미리 겁을 먹어 앞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면서도, 그가 자신이 있는 곳을 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되새겼다.
지금도 뻑뻑하게 찾아오는 가슴의 통증에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해서가 긴 한숨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려 애를 쓰고 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통증이 찾아오자 저도 모르게 명치끝을 문지르며 천천히 그동안 자신의 손길이 닿았던 모든 곳을 눈에 담았다.
“여행이라도 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곳을 정리하고 남은 돈으로 얼마간은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곳들을 여행할 정도의 여유는 남으리라는 계산에 저절로 또 눈길은 하늘을 향한다.
“우선은 주인 할머니부터 만나야겠지?”
그 와중에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새기며 일어서려던 해서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버릇처럼 통증과 더불어 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점차 따라오는 호흡곤란에 심호흡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해서의 표정에는 깊은 불안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그를 다시 보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아니, 그렇게라도 딱 한 번만 그를 보고 싶었다. 마주 보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단지 먼빛으로나마 그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쓸데없는 욕심이라고 자신을 꾸짖으며 명치의 통증을 달래는 해서의 손길은 여전히 불안하고 서글퍼 보였다.

*

“그렇게 빨리요? 결혼식 끝내고 천천히 신혼집도 마련하고 그렇게 내려가면 안 돼요?”
“왜? 너도 따라오게?”
“당연하잖아요. 결혼하자마자 장거리 신혼이라니, 말도 안 돼요.”
입을 삐죽이는 지혜는 평상시보다 더 귀여웠다. 굵은 웨이브가 어울리는 지혜는 달걀형의 예쁜 얼굴로 종알거리며 연신 서훈을 조르고 있었다.
뜬금없이 지방의대라는 것도 기함하겠는데 날짜만 안 잡았을 뿐 이제 결혼을 두 달 남겨 두고 내려가겠다는 통고에 섭섭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십 년을 짝사랑하다 간신히 그의 옆에 서게 되었다. 언제나 착한 동생 보듯 그녀를 대하는 눈길에 졸아든 가슴이 이제는 콩알만 해진 것 같았다.
그의 옆을 맴돌며 그의 눈길을 끄는 여자들을 쳐 내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간신히 그의 청혼을 받아 낸 상태니 지금 그를 말릴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변할까 두려워 시어머니 고 여사의 뒤에 숨어 끊임없이 우는소리를 했지만 끝내 서훈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원래 고집이 센 남자였다. 한 번 길을 정하면 쉬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지혜가 잘 알고 있었다.
아직은 그의 말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결혼하고 난 후 아이를 가지면 분명 그도 그녀의 말을 들으리라 믿으며 마음이 더욱 급했지만 그와 만나 하는 일이라고는 겨우 마주 보고 밥 먹는 일뿐이니 속이 탔다.
지혜는 정말 그에게 자신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천천히 포크를 놀리는 그를 향해 될 수 있으면 가장 예쁜 미소를 보이려 노력 중이었다.
“당장 머물 데도 없잖아요. 가서 어떻게 생활하려고요?”
걱정이 가득한 음성에 서훈이 포크를 내려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의국 있잖아. 필요한 옷만 챙겨 가고 네 말대로 신혼집을 그곳에서 마련할 거라면 딱히 집을 구할 필요도 없잖아. 시간 내서 너 내려올 때 같이 구하면 그만이고. 네가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놓으면 더 좋고.”
그녀에게 그와의 결혼식은 평생을 꿈꾸던 소중한 시간인데 그는 마치 평범한 이벤트처럼 내뱉는 말투에 열불이 나는 것을 삼키며 지혜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우리 같이 살 집인데 오빠랑 같이 보고 골라야죠.”
“난 상관없어. 너 편하면 그만이지. 그러니까 너 편한 대로 해.”
여전히 똑같은 말만 반복하자 지혜의 인내심이 끊어지고 있었다.
“결혼은 둘이 하는데 오빠는 마치 남의 결혼을 준비하듯 구경만 하고 있잖아요. 식장도 나보고 고르라고 하고. 심지어 예물을 보러 가는 것도 오빠는 한 번도 따라온 적이 없잖아요. 한 번쯤이라도 신경을 써 주는 척하면 좋잖아요.”
지혜의 투정에 서훈이 둘이 만난 이래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랬나? 그럼 시간 잡아. 아니면 지금 갈래?”
별일 아니라는 말투에 또다시 폭발하려던 스스로를 다잡으며 지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관둬요. 가도 오빠는 그냥 서 있다가 좋으면 그거로 해, 이럴 거잖아요.”
입까지 삐죽이는 지혜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빠에게 투정 부리는 여동생같이 귀여웠다.
“백 교수님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내려가는 것뿐이야. 난 우리 결혼식의 주례는 그분이 서 주셨으면 하거든.”
서훈이 말하는 그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결혼식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혜는 오래간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의국이라니, 어떻게 의국에서 생활을 해요?”
금방 서훈의 걱정으로 곱게 미간을 흐리는 지혜에게 그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어차피 익숙한 곳이잖아. 레지던트 시절에 아예 살았던 곳인데 뭐.”
“오빠는 과장이잖아요. 일반 레지던트하고는 급이 달라요. 어차피 내가 자주 내려가면서 옷은 챙길게요. 우리 집도 고르려면 주말은 모두 거기서 지내야 할 것 같네요.”
지혜가 긴 한숨을 쉬며 도리질을 하고는 벌써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차피 오래 살 것도 아니니 집을 살 필요는 없었다. 이미 서울에 신혼집으로 어울리는 근사한 빌라를 구해 놓았으니 그곳은 잠시 지낼 간단한 거처로 삼으면 그뿐이었다.
“편하게 움직여. 너도 바쁘잖아.”
그의 말에 예쁘게 미소 지으면서도 지혜는 대답을 피했다. 어차피 아버지 회사에서 홍보 실장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하는 일도 없었다. 언제든 휴가를 내면 그만이었지만 그가 알아 좋을 일은 아니기에 슬며시 말을 돌렸다.
“그래도 일생에 한 번인 결혼이에요. 내가 그 결혼을 얼마나 꿈꾸고 살았는데. 결혼식장은 조금 더 알아봐도 되겠다. 오빠가 시간 맞출 거죠? 그럼 같이 가 볼 수도 있고. 그리고 몸조심해요. 좀 챙기고 살아요. 매일 병원에 매달려 살지만 말고.”
그녀의 살뜰한 잔소리에 서훈은 약속 대신 버릇대로 어깨를 으쓱이며 마무리하고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해. 내려가서 시간 보고 정해, 알려 줄게. 가자. 난 우선 짐부터 싸야겠어. 어머니도 좀 달래야 하고. 실망이 크시거든.”
“어머님만 그러신 건 아니에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참고 있는 거니까 나중에 각오하세요.”
지나가는 투의 말이지만 지혜는 진심이었다. 웃음으로 때우는 그를 보니 속에서 다시 열불이 나지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그를 따라 일어났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아예 날짜를 정하고 내려가면 좋을 것을. 청혼을 하더니 갑자기 내려가겠다는 선언을 하는 바람에 결혼식 날짜도 그에게 맞춰 두 달이나 미루게 생겼다. 자기 성격을 숨기느라 기를 쓰고 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받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간신히 받아 낸 청혼까지 물리면 어쩔까 싶어 속을 태우며 내색도 할 수가 없어 애꿎은 가방만 손톱 세례를 받고 있었다.
아예 날짜를 잡자는 말을 할까 망설이던 지혜가 어느새 일어나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서훈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매사 이런 식이었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약혼자를 보며 속이 탔다. 더구나 결혼식 대신 약혼식이라고 반지 하나 덜렁 주고받은 일이 가슴에 맺혀 있었다. 그나마 수술에 방해된다고 그는 아예 끼고 다니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여태 잘 참았잖아. 그러니까 참자, 참자. 이지혜.’
벌써 식당 문을 나서는 서훈의 뒤를 따라나서며 오늘도 지혜는 터져 나오려는 성질을 간신히 참아 내고 있었다.

*

제인시에 자리한 제인의대 부속병원의 심장외과 과장이 새로 오면서 흉부외과 전반이 술렁이고 있었다.
과장이 새로 오는 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부임한 과장은 조금 사정이 달랐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알려져 의학계에서는, 특히 흉부외과 쪽에서는 기대를 거는 유망주이기도 하지만 탄탄대로를 놔두고 지방의대 부속병원을 택했다는 것 때문에 더욱 이슈가 되었다.
수련의들은 또 그들대로 바짝 긴장을 하며 대기하고 있었고 백 교수는 벌써부터 해죽거리며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병원은 또 병원대로 플래카드를 붙여 심장외과 과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장외과 과장이 오는 대로 인계가 끝나면 당분간 백 교수는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덕분에 종양학과는 또 그들대로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누구세요?”
일요일 당직을 서고 있던 1년 차 수련의가 의국을 들어오며 낯선 얼굴에 놀라 피곤한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았다.
“이게 빈 베드인가? 캐비닛도 같이 쓰면 되겠군.”
그러나 묻는 말에 대답은 안 하고 캐비닛까지 열며 손으로 먼지를 확인하는 상대방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낀 수련의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돋우었다.
“누구시냐고요.”
“나? 아, 인사가 늦었군. 진서훈이라고 해. 이번에 CS(cardiac surgery or chest surgery: 심장외과 또는 흉부외과의 약어)에서 일할. 자네는?”
“에? 이번에 새로 오시는 과장님이세요?”
그의 대답에 놀란 1년 차가 자동으로 정 자세를 취하며 되묻는 목소리에는 놀람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편하게 해. 앞으로 한동안은 같이 지낼 텐데. 그런데 자네는?”
“CS 1년 차 이형운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아니, 환영합니다. 과장님.”
“그래? 당직인가? 그런데 혼자 서?”
“아닙니다. 3년 차 윤민호 선생님은 형수님이 오셔서 잠깐 로비에 계십니다.”
“그래? 그럼 일 봐. 난 짐 좀 풀 테니까.”
“그런데 여기서 지내시는 겁니까?”
서훈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커다란 캐리어가 두 개나 자리 잡고 있는 모습에 형운의 눈이 다시 커졌다.
“응, 아직 지낼 곳을 못 구했어. 그동안 의국 신세 좀 지려고. 잘 부탁해.”
“아닙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전 이만 ICU(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의 약어)에 일이 있어서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수고.”
서훈은 분명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불려 다니다 짬이 나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러 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꽁지에 불이라도 붙은 듯 급하게 나가는 1년 차를 굳이 막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