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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7장 엘프를 구해 주고 퀘스트를 받다(3)
데네브를 보며 수군거리는 엘프들의 여론을 타개하기 위해 데네브는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은 지난번의 ‘전설의 숲 엘레나’였다.
“와아!”
“연주 잘하네?”
“듣기 좋다.”
“숲의 정령들도 좋아하고 있어.”
엘프의 특성상 그들은 근처에 있는 정령들을 볼 수 있었다.
‘훗! 정령들도 나의 연주 실력에 감탄하는구나.’
짝짝짝짝!
“와! 잘한다!”
“연주 실력이 대단한데요?”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이야기를 나누던 엘프가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성함이…….”
“엘레나예요.”
“어?”
“왜 그러세요?”
“그게요, 제가 연주한 곡의 이름이 ‘전설의 숲 엘레나’여서. 뭐 이런 우연이…….”
“정말요?”
엘레나도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참으로 신기하네요. 인연인지, 악연인지…….”
“악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쵸? 호호호호.”
“핫핫핫! 인연이니까 우리 친하게 지내요.”
데네브는 악수를 청했고, 엘레나가 악수를 해 주었다.
“야, 데네브. 넌 숲이 좋아?”
“음?”
친하게 지내자고 하자마자 반말하는 엘레나였다.
“응.”
“숲에서 살 수 있을 만큼?”
“그러면 더 좋지. 이왕 살 거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집을 지어서 살고 싶어.”
“그래? 우리 엘프랑 비슷하네. 우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지만, 인간은 조화를 거부하면서 산다는데. 데네브는 특이하네.”
[엘프 엘레나와의 친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난 뭐라고 해도 잘 올라가네.’
“저기…… 우리 밥 안 먹어?”
“이제 저녁때인데?”
밥 먹자고 성화를 부리는 엘프들이었다.
“아…….”
까악까악!
까마귀가 날아다니고, 해는 서산으로 저물고 있었다. 황혼을 맞은 하늘은 주홍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음, 저 앞에 있는 계곡으로 가죠. 저기서 식사하고 노숙하죠.”
계곡을 가리키면서 데네브가 말했다.
“그러자.”
“그런데 먹을 게 있나요?”
“네, 있어요. 여러분들은 장작 좀 가지고 오세요.”
“네에!”
“후, 어린애들 같네.”
뛰어가는 엘프 아가씨들을 보면서 핀잔을 날리는 엘레나였다.
“넌 안 가니?”
“에? 나도 가?”
“그럼 가지 마. 대신 재료 손질해야 되니까 날 도와줘. 엘프는 고기 먹지?”
“어.”
“그렇지? 인간들은 엘프가 고기를 안 먹는다느니, 이슬만 먹고 산다는 둥 그런 소문이 있어서.”
“그건 인간들이 우리를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어리석은 인간들. 쯧!”
“우씨, 화나네. 인간 앞에서 하니까.”
“아, 넌 제외야.”
“알겠어. 넌 야채 좀 다듬어. 난 고기를 자를 테니까.”
“오늘 저녁 메뉴는?”
“입이 많으니 스프로 하지. 아공간 오픈.”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은 데네브는 엘레나에게 당근, 양파, 버섯을 꺼내서 던져 주었다. 마지막으로 식칼도 던졌다.
푹!
“꺄악! 위험하잖아!”
“아, 미안.”
식칼이 당근에 박히자 엘레나가 화를 냈다.
“그럼 부탁한다.”
“어.”
서걱서걱.
고기를 자르고 야채를 써는 동안 둘은 침묵을 유지했다.
“장작 가지고 왔어요!”
“오, 빠르네? 저기 구석에다 두세요. 그리고 그릇이 부족하니까…… 대나무 아시죠?”
“예.”
“그것들도 큰 것들만 가지고 오세요. 그것들을 자르면 훌륭한 그릇이 되니까요.”
“네네.”
우르르르르.
장작을 두고 다시 숲으로 들어가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컴컴해졌다.
“파이어 볼트.”
화악!
불을 지피고 야채와 고기, 스프 가루를 넣고 끓인 지 몇 분 뒤, 드디어 음식이 완성됐다.
“대나무 가지고 왔어요.”
참으로 친절하게 대나무 마디 사이로 잘라 온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참으로 매너가 좋으시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국자로 수프를 떠서 엘프들 각자의 대나무 그릇에 나누어 주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이게 가상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니까.’
데네브는 혀에 느껴지는 맛을 음미하면서 에르메키아 월드의 기술에 감탄했다.
“오, 맛있네?”
“정말.”
“더 먹을 수 있나요?”
“핫핫핫! 입맛에 맞나 보네요. 더 있으니까 많이 드세요.”
“네에!”
데네브의 음식 솜씨에 엘프 아가씨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히익! 다들 세 그릇씩 먹네. 이거 내 보름치 식량인데. 뭐, 맛있게 먹으니까 기분 좋네.’
밥도 많이 먹었겠다, 등도 따스해지고, 슬슬 졸리는지 몇몇 엘프들이 졸기 시작했다.
“자, 다 드셨으면 이제 잡시다. 잠을 오래 못 자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진대요.”
배부르게 먹은 엘프들에게 자라고 한 데네브는 침낭을 꺼내 안에 들어가 누웠다.
“…….”
“왜들 그러세요?”
고치처럼 누워 있는 데네브의 주위를 엘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 침낭은?”
“설마, 여자를 저런 자갈밭에서 자게 하는 건 아니지요?”
“그 침낭을 펴서 자면, 최소한 3명은 더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는 계곡이라 자갈이 많았다.
‘어이어이. 지금 그 말은……. 어떡하지?’
자칫 잘못하면 침낭을 뺏기게 생긴 데네브였다.
“침낭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해해 줘요.”
“그거 펴서 우리랑 같이 자요.”
‘어이……. 이거 펴서 21명이 같이 잘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난 남자야! 너희는 남녀 개념이 없는 것이냐아아아아!’
속으로 절규하는 데네브였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남녀칠세부동석.”
“…….”
침묵이 감돌았다.
“훗.”
그건 비웃음이었다.
“흥! 요즘은 남녀칠세지남철이라고.”
콧방귀 뀌며 답변하는 엘레나였다.
‘허거걱!’
“그…… 그걸 어떻게?”
‘NPC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최소한 그 침낭을 펴서 우리가 자갈 위에 자지 않게 해 줘.”
“엘레나, 너 같으면 오늘 처음 만나는 남자 인간이랑 같이 한 이불에서 자고 싶니?”
“어.”
“어?”
‘뭐 이런 엘프가 다 있어!’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데네브였다.
“어머나, 상상했나 보네? 아니면 데네브 네가 거기서 나오면 되잖아. 레이디 퍼스트, 몰라? 남자가 여자를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지.”
“풉! 요즘같이 남녀평등을 외치는 세상에서 레이디 퍼스트라니……. 지나가는 트롤이 웃겠다.”
“밟어.”
“예, 언니.”
퍼버벅! 퍽!
“으아아악! 언제부터 언니가 된 것이냐?”
엘레나의 한마디에 엘프 아가씨들이 능숙하게 데네브를 밟기 시작했다.
“몰랐어? 내가 제일 나이 많아.”
퍽! 퍽! 퍼벅!
“아야! 악! 으윽! 이봐, 그…… 윽! 나 당신들 은인이야! 은인이라고!”
“그래서?”
“닥쳐.”
무시하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퍼버버버벅!
“내가 안 구했으면, 지금쯤 그놈들에게 하루 종일 능욕당했을 것 아냐?”
“그건 이미 지나간 과거……. 지금은 너의 미래나 걱정하셔.”
이건 엘레나였다.
퍽! 팍! 우지끈!
“크에에에엑! 동네 사람들! 엘프가 사람 잡아요!”
“여기가 동네냐?”
이제는 몽둥이를 들고 오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깡패냐!’
“으윽! 제…… 제로 그래비티!”
주문과 동시에 데네브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앗! 도망친다!”
엘프들의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간 데네브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전 오늘 여기서 자죠. 여러분들, 안녕히 주무세요. 편안한 밤이 되시길. 핫핫핫핫!”
“쳇, 재미있었는데.”
“아깝다.”
“에이, 그냥 자자.”
다행히 돌을 던질 생각을 않고, 잠자기 시작하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에휴, 살았다.”
그녀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그제야 데네브는 눈을 감았다.
[가수면 모드로 갑니다. 수면중에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8장 엘레나(1)
철컹! 치이이이이이!
우드득!
“커윽! 허리가……. 너무 오래했나?”
아침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점심때였다. 현이는 굳어진 허리를 이끌고 부엌으로 갔다.
“으음, 8시간 정도 자는 걸로 치면, 얼추 2시간 뒤에 들어가야겠군. 밥은…… 귀찮다. 그냥 라면 먹어야지.”
가상현실에서도 먹고 현실에서도 먹는 현이였다.
후르륵! 후륵!
“아, 맛있다. 그런데 TV는 뭐 하는 거 없나?”
삑!
마침 TV에 아영이 나왔다. 생방송으로 여름 특집인지 해변가에서 다른 스타들과 함께 수영복 차림이었다.
“헉!”
이제 남자 친구이다 보니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아영의 모습을 보고 자기 혼자 부끄러워하는 현이였다. 그런데…….
“야, 유승주! 그 손 치워. 너 뭐야? 니가 뭔데 아영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냐고? 아영이가 싫어하잖아.”
해변에서 파트너를 정하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방송 프로였는데, 아영의 파트너가 된 인기 남자 가수 유승주가 자꾸 아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영은 싫은 표정으로 그 손을 치웠지만 막무가내로 다시 손을 올리는 유승주였다.
“저 개X끼 뭐야?”
―그나저나 유승주 씨, 유승주 씨도 에르메키아 월드를 하신다면서요?
MC가 유승주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저도 에르메키아 월드 광팬이거든요.
“광팬이 아니라, 지 선전하려고 하는 거겠지. 세계로 진출하려는 속셈 아냐?”
몇 달 뒤에 에르메키아 월드는 외국 서버를 통합한 채 오픈 베타를 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이디와 직업은 무엇인가요? 저는 에르메키아 월드 한다고만 들었지 직업을 모르거든요.
―그냥 전사입니다. 아이디는 ‘유’입니다.
“에? 음유시인이 아니고?”
7장 엘프를 구해 주고 퀘스트를 받다(3)
데네브를 보며 수군거리는 엘프들의 여론을 타개하기 위해 데네브는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곡은 지난번의 ‘전설의 숲 엘레나’였다.
“와아!”
“연주 잘하네?”
“듣기 좋다.”
“숲의 정령들도 좋아하고 있어.”
엘프의 특성상 그들은 근처에 있는 정령들을 볼 수 있었다.
‘훗! 정령들도 나의 연주 실력에 감탄하는구나.’
짝짝짝짝!
“와! 잘한다!”
“연주 실력이 대단한데요?”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이야기를 나누던 엘프가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성함이…….”
“엘레나예요.”
“어?”
“왜 그러세요?”
“그게요, 제가 연주한 곡의 이름이 ‘전설의 숲 엘레나’여서. 뭐 이런 우연이…….”
“정말요?”
엘레나도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참으로 신기하네요. 인연인지, 악연인지…….”
“악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쵸? 호호호호.”
“핫핫핫! 인연이니까 우리 친하게 지내요.”
데네브는 악수를 청했고, 엘레나가 악수를 해 주었다.
“야, 데네브. 넌 숲이 좋아?”
“음?”
친하게 지내자고 하자마자 반말하는 엘레나였다.
“응.”
“숲에서 살 수 있을 만큼?”
“그러면 더 좋지. 이왕 살 거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집을 지어서 살고 싶어.”
“그래? 우리 엘프랑 비슷하네. 우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지만, 인간은 조화를 거부하면서 산다는데. 데네브는 특이하네.”
[엘프 엘레나와의 친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난 뭐라고 해도 잘 올라가네.’
“저기…… 우리 밥 안 먹어?”
“이제 저녁때인데?”
밥 먹자고 성화를 부리는 엘프들이었다.
“아…….”
까악까악!
까마귀가 날아다니고, 해는 서산으로 저물고 있었다. 황혼을 맞은 하늘은 주홍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음, 저 앞에 있는 계곡으로 가죠. 저기서 식사하고 노숙하죠.”
계곡을 가리키면서 데네브가 말했다.
“그러자.”
“그런데 먹을 게 있나요?”
“네, 있어요. 여러분들은 장작 좀 가지고 오세요.”
“네에!”
“후, 어린애들 같네.”
뛰어가는 엘프 아가씨들을 보면서 핀잔을 날리는 엘레나였다.
“넌 안 가니?”
“에? 나도 가?”
“그럼 가지 마. 대신 재료 손질해야 되니까 날 도와줘. 엘프는 고기 먹지?”
“어.”
“그렇지? 인간들은 엘프가 고기를 안 먹는다느니, 이슬만 먹고 산다는 둥 그런 소문이 있어서.”
“그건 인간들이 우리를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어리석은 인간들. 쯧!”
“우씨, 화나네. 인간 앞에서 하니까.”
“아, 넌 제외야.”
“알겠어. 넌 야채 좀 다듬어. 난 고기를 자를 테니까.”
“오늘 저녁 메뉴는?”
“입이 많으니 스프로 하지. 아공간 오픈.”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은 데네브는 엘레나에게 당근, 양파, 버섯을 꺼내서 던져 주었다. 마지막으로 식칼도 던졌다.
푹!
“꺄악! 위험하잖아!”
“아, 미안.”
식칼이 당근에 박히자 엘레나가 화를 냈다.
“그럼 부탁한다.”
“어.”
서걱서걱.
고기를 자르고 야채를 써는 동안 둘은 침묵을 유지했다.
“장작 가지고 왔어요!”
“오, 빠르네? 저기 구석에다 두세요. 그리고 그릇이 부족하니까…… 대나무 아시죠?”
“예.”
“그것들도 큰 것들만 가지고 오세요. 그것들을 자르면 훌륭한 그릇이 되니까요.”
“네네.”
우르르르르.
장작을 두고 다시 숲으로 들어가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컴컴해졌다.
“파이어 볼트.”
화악!
불을 지피고 야채와 고기, 스프 가루를 넣고 끓인 지 몇 분 뒤, 드디어 음식이 완성됐다.
“대나무 가지고 왔어요.”
참으로 친절하게 대나무 마디 사이로 잘라 온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참으로 매너가 좋으시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국자로 수프를 떠서 엘프들 각자의 대나무 그릇에 나누어 주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이게 가상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니까.’
데네브는 혀에 느껴지는 맛을 음미하면서 에르메키아 월드의 기술에 감탄했다.
“오, 맛있네?”
“정말.”
“더 먹을 수 있나요?”
“핫핫핫! 입맛에 맞나 보네요. 더 있으니까 많이 드세요.”
“네에!”
데네브의 음식 솜씨에 엘프 아가씨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히익! 다들 세 그릇씩 먹네. 이거 내 보름치 식량인데. 뭐, 맛있게 먹으니까 기분 좋네.’
밥도 많이 먹었겠다, 등도 따스해지고, 슬슬 졸리는지 몇몇 엘프들이 졸기 시작했다.
“자, 다 드셨으면 이제 잡시다. 잠을 오래 못 자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진대요.”
배부르게 먹은 엘프들에게 자라고 한 데네브는 침낭을 꺼내 안에 들어가 누웠다.
“…….”
“왜들 그러세요?”
고치처럼 누워 있는 데네브의 주위를 엘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 침낭은?”
“설마, 여자를 저런 자갈밭에서 자게 하는 건 아니지요?”
“그 침낭을 펴서 자면, 최소한 3명은 더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는 계곡이라 자갈이 많았다.
‘어이어이. 지금 그 말은……. 어떡하지?’
자칫 잘못하면 침낭을 뺏기게 생긴 데네브였다.
“침낭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해해 줘요.”
“그거 펴서 우리랑 같이 자요.”
‘어이……. 이거 펴서 21명이 같이 잘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난 남자야! 너희는 남녀 개념이 없는 것이냐아아아아!’
속으로 절규하는 데네브였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남녀칠세부동석.”
“…….”
침묵이 감돌았다.
“훗.”
그건 비웃음이었다.
“흥! 요즘은 남녀칠세지남철이라고.”
콧방귀 뀌며 답변하는 엘레나였다.
‘허거걱!’
“그…… 그걸 어떻게?”
‘NPC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최소한 그 침낭을 펴서 우리가 자갈 위에 자지 않게 해 줘.”
“엘레나, 너 같으면 오늘 처음 만나는 남자 인간이랑 같이 한 이불에서 자고 싶니?”
“어.”
“어?”
‘뭐 이런 엘프가 다 있어!’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데네브였다.
“어머나, 상상했나 보네? 아니면 데네브 네가 거기서 나오면 되잖아. 레이디 퍼스트, 몰라? 남자가 여자를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지.”
“풉! 요즘같이 남녀평등을 외치는 세상에서 레이디 퍼스트라니……. 지나가는 트롤이 웃겠다.”
“밟어.”
“예, 언니.”
퍼버벅! 퍽!
“으아아악! 언제부터 언니가 된 것이냐?”
엘레나의 한마디에 엘프 아가씨들이 능숙하게 데네브를 밟기 시작했다.
“몰랐어? 내가 제일 나이 많아.”
퍽! 퍽! 퍼벅!
“아야! 악! 으윽! 이봐, 그…… 윽! 나 당신들 은인이야! 은인이라고!”
“그래서?”
“닥쳐.”
무시하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퍼버버버벅!
“내가 안 구했으면, 지금쯤 그놈들에게 하루 종일 능욕당했을 것 아냐?”
“그건 이미 지나간 과거……. 지금은 너의 미래나 걱정하셔.”
이건 엘레나였다.
퍽! 팍! 우지끈!
“크에에에엑! 동네 사람들! 엘프가 사람 잡아요!”
“여기가 동네냐?”
이제는 몽둥이를 들고 오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깡패냐!’
“으윽! 제…… 제로 그래비티!”
주문과 동시에 데네브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앗! 도망친다!”
엘프들의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간 데네브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전 오늘 여기서 자죠. 여러분들, 안녕히 주무세요. 편안한 밤이 되시길. 핫핫핫핫!”
“쳇, 재미있었는데.”
“아깝다.”
“에이, 그냥 자자.”
다행히 돌을 던질 생각을 않고, 잠자기 시작하는 엘프 아가씨들이었다.
“에휴, 살았다.”
그녀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그제야 데네브는 눈을 감았다.
[가수면 모드로 갑니다. 수면중에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8장 엘레나(1)
철컹! 치이이이이이!
우드득!
“커윽! 허리가……. 너무 오래했나?”
아침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점심때였다. 현이는 굳어진 허리를 이끌고 부엌으로 갔다.
“으음, 8시간 정도 자는 걸로 치면, 얼추 2시간 뒤에 들어가야겠군. 밥은…… 귀찮다. 그냥 라면 먹어야지.”
가상현실에서도 먹고 현실에서도 먹는 현이였다.
후르륵! 후륵!
“아, 맛있다. 그런데 TV는 뭐 하는 거 없나?”
삑!
마침 TV에 아영이 나왔다. 생방송으로 여름 특집인지 해변가에서 다른 스타들과 함께 수영복 차림이었다.
“헉!”
이제 남자 친구이다 보니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아영의 모습을 보고 자기 혼자 부끄러워하는 현이였다. 그런데…….
“야, 유승주! 그 손 치워. 너 뭐야? 니가 뭔데 아영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냐고? 아영이가 싫어하잖아.”
해변에서 파트너를 정하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방송 프로였는데, 아영의 파트너가 된 인기 남자 가수 유승주가 자꾸 아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영은 싫은 표정으로 그 손을 치웠지만 막무가내로 다시 손을 올리는 유승주였다.
“저 개X끼 뭐야?”
―그나저나 유승주 씨, 유승주 씨도 에르메키아 월드를 하신다면서요?
MC가 유승주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저도 에르메키아 월드 광팬이거든요.
“광팬이 아니라, 지 선전하려고 하는 거겠지. 세계로 진출하려는 속셈 아냐?”
몇 달 뒤에 에르메키아 월드는 외국 서버를 통합한 채 오픈 베타를 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아이디와 직업은 무엇인가요? 저는 에르메키아 월드 한다고만 들었지 직업을 모르거든요.
―그냥 전사입니다. 아이디는 ‘유’입니다.
“에? 음유시인이 아니고?”